치명적인 은총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이동윤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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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참 아프게 읽었다.

전작 '스틸 라이프'의 경우에도 장르소설이고, 가마슈경감이 등장하는 고로...죽음, 즉 살인사건은 존재했었다.

하지만 읽고난 후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그런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마음이 상처입고 피 흘리는 것 같다.

그동안 내가 고민해오던 선악의 문제-그중에서도 경계가 애매하여 고심하던 절대선이나, 필요악 같은 것들을 일종의 '충격 요법'을 통하여 일부러 경계를 만들고 각인시키려는 느낌이랄까?

 

재작년 시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시아버지 및 시댁 식구들의 행동과 관련해서 난, 안락사나 품위있는 죽음 따위 들을 놓고 한때 고민했었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죽어 마땅하다'거나 '죽음 보다 가혹'한 따위의 인간의 실존과 직접 연결시키려면 사람이 얼마나 모질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마음이 아팠다.

이것은 이른바 '입장 바꿔 생각해봐'하는 '나로 비롯함'이냐 '나로 말미암음'이냐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으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어쩜 내내 고민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요. 전 그녀가 잔인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죽어 마땅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그러면 어떤 대접을 받아야 마땅할까요?"

ㆍㆍㆍㆍㆍㆍ

"그녀는 홀로 지내야 마땅해요. 그게 그녀가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상처 입힌 벌이에요." 그녀는 단호하고 침착한 목소리를 내려고 애를 썼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것을 느끼고는 눈물만은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어요."

ㆍㆍㆍㆍㆍㆍ클라라와 마찬가지로 가마슈 역시 사람들에게서 고립되는 것이 죽음보다 훨씬 가혹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132~133쪽)

세상에 '...해야 마땅하다'는 걸 정하는 건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법이고, 도덕이고, 관습이고...그런 것들을 만들고 정한 것도 결국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심판할 수 있을 만큼 하늘에 미루어 한점 부끄러움이 없을까?(그러다 보니 생각은 엉뚱하게 헌법재판소장으로 흘러가는데...생각이 길어지니 각설하고...) 

 

여기서 내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인간의 업보이다.

내 죄의 벌을 내가 받는 것은 업보이고 잉과응보이지만,

부모의 죄를 자식이 대물림하여 벌을 받는 것, 그걸 두고 '업보'라고 하면 안된다는 거다.

왜냐하면 자식은 부모를 선택하여 태어날 수 있는게 아닐테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전생' 어쩌고 저쩌고를 믿어버리면 노력이나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이 되고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은 '치명적 은총(a fatal grace)'이지만 이건 미국에서 출간되었을 때의 제목이고, 캐나다에서의 원제는 '동사(dead cold)'였단다.

난 '치명적 은총'이라는 제목만을 듣고 책의 끝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좀 웃기지만, 내가 타고난 재주 내지는 달란트라고 내세울 수 있는 것들은 얼굴도 기억할 수 없는 엄마를 쏙 빼닮았다. 엄마에게 야속한 마음만을 가지고 있는 나 같은 경우에, 나를 꼭 닮은 딸이 태어났더라면 그 딸이 이쁘기만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는 떠나기 전, 크리가 여전히 여름 원피스와 끈 달린 슬리퍼 차림으로 앉아 있는 거실로 돌아갔다. 그녀에게 담요를 둘러주고 맞은 편에 앉았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을 잠시 바라본 후 눈을 감았다.

그는 앞으로 괜찮아질 거라고 그녀를 위로하려 했다. 그렇게 될거야. 삶은 항상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만은 아니란다. 세상이 언제까지나 잔인하지만은 않을 테고. 기회를 주렴, 얘야. 삶에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니? 기운을 내렴.(162쪽)

오히려 나를 광분하고 흥분하게 한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쓸데없는 관심과 오지랖이었다.

우리는 선의라는 탈을 쓰고 너무 다른 사람의 삶에 깊이 개입하려 드는 것은 아닐까?

어차피 사람의 삶이란 누구나 다 사무치고 저리도록 고독하고 외롭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편이, 그걸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식에게도 시인하고 가르쳐 주는 편이, 공정한 것이 아닐까?

ㆍㆍㆍㆍㆍㆍ아주 충실한 사람이에요. 자신이 소유한 모든 것을 단 한 가지에 투영하거든요. 하나의 관심사에, 하나의 취미에, 한 명의 친구에, 한 명의 연인에, 나는 그의 연인이고 그게 얼마나 두려운지 몰라요."ㆍㆍㆍㆍㆍㆍ"그는 모든 사랑을 내게 쏟아부어요. 나는 그의 꽃병이니까요, 하지만 내게 갈라진 틈이 있다면요? 내가 깨져버린다면요? 내가 죽는다면요? 그는 어떻게 할까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시간에 불행을 대비하라는 말은 어쩜 아이러니 하게 들린다.

하지만 사람은 완벽한 신이 아닌 불완전한 존재이다. 이 책의 누군가에게 치명적 은총이라고 불리울만한 그런 재주를 주셨을 때는, 그에게서 '가장' 소중하고 절실한 무엇인가 하나를 빼앗아 갔다는 말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니 속내를 모르고 무조건 부러워 할 것도 아니고, 선의라는 탈을 쓰고 다른 사람의 삶에 개입하려 들어서도 안될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항상 부러워하고 샘을 내느라 한순간도 너무 너무 행복해본 적이, 행복해서 죽을 것 같았던 적이 없는게...오히려 다행이라며 안도할 일인가? 끙~(,.)

"ㆍㆍㆍㆍㆍㆍ. 열렬하게 비위를 맞추려 하고 관계에 굶주려 있지. 게다가 본성은 착한 것 같아."

"착한 사람은 상처를 받기 마련이야. 착한 마음은 깨지기 마련이고, 아르망. 그렇게 되면 공격적으로 변해. 조심해.ㆍㆍㆍㆍㆍㆍ"(172쪽)

 

살인이란 살해된 사람과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얽힌, 굉장히 인간적인 일이다. 살인자를 지나치게 흉물스럽고 기괴한 존재로 묘사하는 것은 그에게 부당한 이득을 안겨주는 것이다. 아니, 살인자는 인간이고, 매 살인의 기저에는 감정이 깔려 있다. 의심할 바 없이 비뚤어져 있고 뒤틀리고 추악하기는 하지만 분명 사람의 감정이다. 그리고 그 중 하나의 감정이 지나치게 강대해지면 그 감정은 귀신을 만들어내도록 사람을 몰아붙인다.

가마슈의 일은 증거를 모으는 것이었지만 또한 감정을 모으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아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었다.그들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었다.(256~257쪽)

 

내가 루이즈 페니의 전작'스틸 라이프'도 그렇지만, 요번 책 '치명적 은총'을 설레발을 치면서 two thumb up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다소 잔잔해서 장르소설로서의 매력도 떨어지고, 나같은 경우 제목 만으로 끝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으니 다른 사람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고...

하지만 말이다, 이 책에는 치료약이 등장한다는 거다.

가만히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내가 이 책의 주인공이나 범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이 책 속의 누군가가(오지랖이 아닌)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느낌을 받고, 관찰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느낌을 받고, 감정을 그러모아 다독여 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람의 세세한 감정에 맞춤하게 처방되어진 치료약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ㆍㆍㆍㆍㆍㆍ그들을 항상 젊고 아름답게 묘사해 놓은 것을 보는 데 지쳤거든요. 지혜란 나이와 삶의 경험, 고통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되는 거죠."(291쪽)

 

"누군가 당신을 칼로 찔렀다면 당신이 고통을 느끼는 건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297쪽)

 

"그들이 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군요."(354쪽)

 

"ㆍㆍㆍㆍㆍㆍ그녀가 얼마나 놀라운 예술가인지 온 세상이 알게 될 거예요. 그녀는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것들을 보죠. 사람들에게서 가장 큰 장점을 찾아내요."(442쪽)

 

"ㆍㆍㆍㆍㆍㆍ그제서야 나는 단지 말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과 글에서 드러나는 말의 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죠."(453쪽)

 

그리고 이런 '맞춤 치료제'의 근간에는 그들의 배우자의 내조랄까, 사랑이랄까 하는 것들이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피터는 책장으로 다가가, 마구잡이로 밀어 넣어 잔뜩 쌓여 있는 책들을 뒤졌다. 그는 자서전에서 시작하여 소설과 문학 부분 을 지나 역사 분야에 이르기까지 제목을 훑어 보았다. 꽤 많은 추리소설이 있었다. 그리고 시집도. 욕조 안의 클라라를 흥얼거리거나 신음하게 만드는 멋진 시들이었다.  대부분의 시집들은 얇고 젖은 손으로도 잡기 쉬웠기 때문에 욕조야말로 그녀가 시를 읽기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다. 시는 그가 원했던 방식대로 그녀를 애무했다. 그녀 안에 들어가 그녀를 어루만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를 신음하게 했다. 그녀의 신음 소리는 모두 그의 것이어야 했다. 피터는 아내에게 그러한 줄거움을 안겨주는 시를 질투했다. 그러나 그녀는 해흐트나 애트우드, 안젤루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에이츠를 읽으면서도 신음했다. 오든과 플레스너를 읽으며 기쁨에 겨워 신음 소리를 내면서 읊조렸다. 그러나 그녀는 가장 좋아하는 시인의 자리를 루스 자도를 위하여 남겨두고 있었다.(160쪽)

 

  "아, 집에 오니 좋네."그는 그녀를 끌어안고 코트 사이로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느끼며 키스했다. 두 사람 모두 처음 만났을 때보다 살이 올라 있었다. 양쪽 다 결혼식 때 입었던 옷을 더 이상 입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면에서도 역시 성정했고, 가마슈는 살이 붙은 것 정도는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인생이란 사방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가마슈는 현재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렌 마리는 그를 다시 안아주었다. 그의 코트는 눈을 맞아서 그녀의 스웨터마저 축축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서 커다란 위안을 얻었으니까.(168~169쪽)

 

 

 

 

'스틸라이프'와 '치명적 은총'의 역자가 다른 사람이다. 왜 바뀌었을까?

요번엔 작품에 별을 여섯개, 번역과 교정에서 하나 이상을 깎아 먹었다.

그래서 별 다섯.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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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7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13 12:50   좋아요 0 | URL
저는요, 사람이 죽을 때 점점 연해져서 (물리적으로 말입니다) 흐릿해져서 점차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센과 치히로에서 치히로가 그 세계에 처음 가서 몸이 흐릿해질 때처럼 말이죠.
말도 안 되는 얘기 해 봤습니다.

P.S. 이 글은 좀 있다 읽겠슴다. 아직 안 읽고, 댓글로 뻘소리만 한 마디~

antibaal 2015-01-08 06:50   좋아요 0 | URL
궁금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때문에 더 읽고 싶네요

양철나무꾼 2015-01-08 09:22   좋아요 0 | URL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며칠 전이었다.

방학이 없이 학교에 나가는 울 아들이,

공부가 힘들다는 얘기를 못하고...

"엄마는 왜 날 이 학교에 보냈어?"

하고 하소연을 하길래,

"왜, 학교가 어때서?

 너, 몰라서 그렇지...나름 명문이었다...!"라고 붇돋워주려하였더니,

"엄마, 옛날에나 배산임수(背山臨水)라서...풍수지리학적으로 좀 괜찮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앞에 물이 없어서 전혀 아니거든~"

 

암튼, 난 '박준' 그의 시가 친근하다.

그가 시 속에서 얘기하고 있는 동네들이 하나 같이 내가 아는 동네여서 그런 것 같다.

게다가 지명들은 하나 같이 '물(水)'을 품고 있고, 그래서 그런지 시가 하나같이 아련하고 눈물겹다.

그래서, 내맘대로 '물'은 치유라고 읽는다.

 

사실 이 시집의 제목으로도 쓰인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시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어쩌면 시인은 '자서전을 써서(지어서) 며칠을 먹고 살았다'라는 의미로 썼을 수도 있을테지만,

난 내 맘대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처방받아 며칠을 먹었다...라는 뜻으로 해석하였다.

 

며칠 전부터 친구가 아프다고 골골거린다.

난 추운데 옷을 여며입지도 않고 '불.금.'을 즐긴 탓이라고 이래저래 타박을 했지만,

실은 약 한알, 주사 한방 처방해 줄 수 없는 게 안타까웠나 보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서로의 이름만으로 처방이 되는,

서로의 마음만으로 온기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요원한 걸까?

지는 해를 따라서 돌아가던 중에는 그대가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 그대도 나를 떠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파서 그대가 아프지 않았다('용산 가는 길 - 청파동1' 부분)

이 시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흡~'하고 울었다.

이 사내의 마음 씀씀이 때문에 울었다.

이 사내의 시가 '물(水)'을 품고 있어서 눈물이 난것이지 결코 내가 눈물이 헤퍼서 그런 것은 아니다.

'가'와 '도'라는 조사가 주는 위력을 실감하기도 하였다.

'그대가 나를 떠난 것'과 '그대도 나를 떠난 것'일때는 떠난 책임의 주체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그대도 나를 떠난 것이 될때는,

그대를 떠나게 만든 그 이유로, 다른 이들도 떠나 보냈을 수 있는 것이 되니까...

일말의 책임을 나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

그렇게 그대를 떠나 보낼 수밖에 없었던 내 자신을 생각하면 아프지만,

내가 아파서 그대가 아프지 않은 것이다.

아니, 덜 아플 수 있다면...기꺼이~!

 

광장

 

  빛 하나 들여보내는 창(窓)이면 좋았다 우리는, 같이 살아야 같이 죽을 수도 있다는간단한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시절에 만났다 네가 피우다 만 담배는 달고 방에 불 들어오기 시작하면 긴 다리를 베고 누워 국 멸치처럼 끓다가 '사람이 새와 함께 사는 법은 새장에 새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풀과 나무를 키우는 일이었다' 정도의 글귀를 생각해 너의 무릎에 밀어넣어두고 잠드는 날도 많았다 이불은 개지도 않고 미안한 표정으로 마주앉아 지난 꿈 애기를 하던 어느 아침에는 옥상에 널어놓은 흰 빨래들이 밤새 별빛을 먹어 노랗게 말랐다

이런 시를 읽으면 '같이 살아야 같이 죽을 수도 있는' 시절에 만나지 못한 걸 서글퍼 해야 하나 싶지만,

그러다가도 '사람이 새와 함께 사는 법은 새장에 새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풀과 나무를 키우는 일이었다' 같은 구절을 읽으면서,

내가, 또는 그대가 새가 아닌 것에 '무한 땡큐'를 날리게 된다.

울음에는

숨이 들어 있었다

 

사람의 울음을

슬프게 하는 것은

통곡이 아니라

 

곡과 곡 사이

급하게 들이마시며 내는

숨의 소리였다

 

 

 

 

바람은

바람이어서

조금 애매한

 

바람이

바람이 될 때까지

불어서 추운

 

새들이

아무 나무에나

집을 지을 것 같지는 않은

 

나는 오늘

('오늘의 식단 - 영(暎)에게', 부분)

그런 생각을 한다.

아파 본 사람만이 건강의 고마움을 알 수 있고,

상처에 아파해본 사람만이 사랑의 행복함에 감사할 수 있으리라.

슬픔을, 아픔을, 또는 그리움을 내 것으로 견디고 감당해 본 사람만이...그 뒤에 오는 모든 소박한 것들에 감사할 수 있으리라.

 

꾀병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미인은 손으로 내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번갈아 짚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아" 미인은 웃으면서 목련꽃같이 커다란 귀걸이를 걸고 문을 나섰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힘껏 땀을 흘리고 깨어나면 외출에서 돌아온 미인이 옆에 잠들어 있었다 새벽 즈음 나의 유언을 받아 적기라도 한 듯 피곤에 반쯤 묻힌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 와 들고 나는 그 볕을 만지는 게 그렇게 좋았다

 

 

 

 

 

 

 

 나는 아파해 보지 않은 사람 마냥 툴툴거리며, 꾀병의 마지막 연을 읊조린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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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 호흡 사이를 참지 못해 후회하게 되지
    from 그냥 헛짓! 2013-01-30 11:42 
    내 하루는 언제나 다짐으로 시작해 결국 후회로 끝나지. 오늘 당신이 없는 사이, 누군가에게 당신에 대해 이야기할 것만 같았어. 그러고 싶지 않았어. 한 호흡만 참을 수 있다면 누군가의 온당한 말은 세상이 먼저 알고 수용하게 되어 있거든. 역시나 당신이 모르게 나는 당신을 아프게 했어. 당신을 아프게 해서 치욕스런 나의 하루가 지났어. 젊은 시인 박준은 이렇게 말하지. ‘내가 아파서 그대가 아프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대를 아프게 한 죄로 나는 내
 
 
다크아이즈 2013-01-29 10:42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순간 <내가 아파서 그대가 아프지 않>을 대상이 제게 과연 몇 명일까 되내어 봤다는.
손 안에 꼽히는 걸 보면서 제가 너무 좁게 살았나 싶다가도, 이렇게 생겨 먹은 게 나란 존재구나, 하는
체념을 하게 되지 뭡니까. 내가 아파서 그대가 아프지 않을 대상... 하루 종일 박준의 이 구절을 되낼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페이퍼^^*

하늘바람 2013-01-29 13:46   좋아요 0 | URL
저도 따라서 흡하고 울었네요 그대도 나를~
그 '도'라는 조사에 언젠가 외로운건 내 천명이다라고 한 점쟁이 말에 대성통곡했던 생각도 나고
덕분에 오랫만에 좋은 시 많이 감상해요
아파본 사람만이
그래선가요
어디나 다쳐 속상할때 이상하게도 알라딘 들어오게 되고 꼭 님이 있어요

2013-01-30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01 0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3-02-01 20:53   좋아요 0 | URL
이 시집. 한번 훑었는데.. 천천히 다시 읽어내려가고 있습니다. ^^
 
악녀를 위한 밤 데이브 거니 시리즈 2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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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좀 아팠다.

지독한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할때마다 중국의 서시마냥 가슴을 부여잡고 얼굴을 찡그려야 했다.

감기의 끝 무렵, 지인들의 안부를 챙기다가 누군가 때문에 마음이 아파서 좀 울었고,

그리고 내가 아는 온갖 종류의 신을 한 번씩 불러가며 그의 안녕을 위해 간절히 기도를 했다.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는 어쩜 장르소설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얘기일 수도 있고,

어쩜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얘기일지도 모르니,

이런 것이야말로  레알(real) 장르소설일 수도 있겠다.

 

웹서핑을 하다가 이런 글을 만난게 시작이었다.

이젠 나이가 들어 사람에 대한 열정과 온기 따위는 폐기처분해버린지 오래...

욕심과 심통을 양볼 가득 빵빵하게 집어넣고 실룩거리면서 연륜이라고 위장을 하겠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서늘하고 알싸한 느낌이 들면 어쩌지 못하고 오지랖을 펼쳤었다.

 

바람소린가 하면서 눈을 떴다.

잠에서 덜 깬 귀를 기울여보았더니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똑~, 똑~, 소리와 소리 사이가 꽤 길었다. 혼자 일어날 수 없는 이에게 줄어든 잠은 형벌이다. 숙면을 처방받고 잠들어 있는 이의 새벽 단잠을 깨울 수는 없다. 나는 억지로 자야 하는 벌을 감수하겠다 다짐한 사람이다. 바깥이 환해지고 나서야 베란다로 나가 문을 열었다.

ㆍㆍㆍㆍㆍㆍ

기다림은 언제나 지루하고 만남은 한번도 길지 않았다.

 

 

꽃이 피는 건 피는 게 아니라 지는 것이다.

봄이 오는 건 오는 게 아니라 가는 것이다.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 두신,

흰 머리가 드문드문, 안경을 끼고 휠체어에 곱게 웃으며 앉아계신 모습을 한참 들여다 보다가...

(아마 '억지로 자야하는 벌을 감수하겠다'는 저 구절이 시리고 아팠나 보다~--;)...그만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난 그분을 척수손상(spinal cord injury)환자라고 생각했고,

손상 부위(injury level)을 여쭸고,

컴퓨터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 미루어 짐작하고는

보조근이나 협력근을 잘 사용하거나 또는 도구를 적절히 사용하면

혼자서 push up이 가능하고,

그것만 되면 Bed self care가 가능하여,

조금만(여기서 '조금만'이란 건 다소 주관적이다~--;)

노력하고 연습하면 억지로 자야하는 형벌은 면할 수 있다고 진단했었다.

 

그런데, 그분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것이었다.

근이영양증, 더 이상 나빠질게 없으니 나아질 것은 기대하지 않으신단다.

 

척수(spinal cord)는 손상(injury)이라고 하지만, 근이영양증(muscular dystrophy)은 손실(loss)이라고 한다.

이때, 손상과 손실을 나누는 기준이 되는 것은 외력이다.

내가 여기서 외력을 들먹이는 이유는 기왕력이나 가족력, 유전을 들먹이려는게 아니라, 진행성의 여부 때문이다.

때문에 척수손상은 어느날 갑자기 사고에 의해서...라는 의미에서는 청천벽력 같을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반면, 근이영양증(muscular dystrophy)은 '진행성 근위축증'이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울 정도의 진행성, 소모성 질환안 것이다.

그러니 하루를 생활하는데 필요한 어느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한지르 알면 그안에서 생활하면 되고,

또 그생활이 숙달되면 좀 나아지고 하는 척수손상과는 달리,

근 이영양증은 하루를 생활하기 위한 힘 또는 에너지가 날마다 더 많이 요구돨테니,

하루 하루 만들어낼 수 있는 더 작은 에너지를 가지고 버텨야 하니,

힘과 에너지의 적절한 안배부터가 일종의 참선이고 수행이고 형벌일 것이다.

 

암튼, 우리의 뇌가 기억을 하는 것처럼 우리의 근육이란 녀석도 기억을 하는데,

자주 깜빡깜빡하기도 하는 것이 뇌만큼 신통하지 못하다.

꼭 하루살이 같다..

그래서 어떤 것이 습관으로 몸에 배게 되려면 하루에 한번씩은 재교육을 시켜놔야 한다.

 

단절하거나 잘라내지 말고,

아침에 일어나면 기를 온몸(머리 끝에서부터 손끝, 발끝으로까지)으로 골고루 보내주는 걸로 하루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잘은 모르지만,

우주의 운용 원리도,

삶과 죽음도,

이런 기의 움직임도,

우리 몸이 좋아하는 터치도, 마사지도, 부비부비*^^*도...크고 작은 일종의 순환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염력도 이런 순환의 의미로 미루어...믿어볼만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순환은 곧 소통이고,

소통이라는 것은 '막히지 아니하고 서로 통함, 뜻이 서로 통함, 속이 트임, 도리와 조리에 밝음'이라는데,

이런 소통이 원할하기 위해서는 사이가 트이고 드물고 성기어야 한단다.

 

연쇄살인범을 찾아내는 장르소설을 읽은 리뷰라고 하기엔, 서론이 감상적이고 게다가 의학적인 얘기가 엄청 길었다.

제목에서부터 '리뷰를 빙자한 오지랖'이라고 했지만, 굳이 변명을 하라면...

이 책의 마지막에서 우리의 주인공 '데이브 거니'가 머리에 총을 맞고 계단으로 구르는 사람과 함께 미끄럼을 타주셨고,

그리하여 2주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다가 깨어나 주시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총알이 뇌를 관통한 상태인데,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을 다친걸로 되어 있고...

(단층촬영 결과 청력신경이 회복되었다고 하는데, 뭘 어떻게 단층촬영 했다는 건지, 그것만으로 청력신경이 회복되었는지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적어도 brain CT라고는 표현해 주어야 하는게 아닐까? 끙~(,.))

또 총알이 뇌를 관통한 상태인데, 감각중추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포팍되었다는 게 무슨 애기인지...원~--;

하지만, 이런 의학적 오류들을 가지고 딴지를 걸기 시작하면 끝도 한도 없다.


몸에 기브스를 했다는 데 명확하게 부위가 표현되어 있진 않지만,

저렇게 계단에서 미끄러지는 고난이도의 액션이었으면 분명 척수손상도 동반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데이브 거니'를 6백만불의 사나이나 프랑켄슈타인의 아류쯤으로 만들 요량이 아니라면,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그려내려고 한다면 적어도 '척수 손상 환자'정도는 될 수 밖에 없을텐데,

앞으로 그를 어떻게 그려 나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혹시 '존버든'자신이 나이가 들어가며 실제 액션 체험이 어려워지면서,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같은 버전으로 가려는 포석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연쇄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생략하기로 하고,

내가 이 책에서 읽어낸 것은 삶에 대한 이해, 다시 말해 사람들이 얘기하는 '자아성찰'이라는 것이 있는 사람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것이었다.

 

자기자신을 낯설게하듯 객관화하여, 물고기 쳐다보듯 말끄러미

 

전에 'Let me in'도 그랬고, 이 책도 그렇고, 요즘 등장하는 많은 소설이나 영화들을 보면 소아성애자 - 다시말해, 아동상대 성범죄가 두드러진다.

그리고 아동이 앞에 나서는 범죄도 점점 늘어나고 지능적으로 바뀌어 간다.

여기서 여러가지 사회현상과 문제들을 읽어낼 수 있겠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이다.

모두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아동들을 역추적하다보면, 아동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아동들은 부모를 선택한게 아니다.

그런 부모에게 태어나서, 그런 가정환경에 노출된 죄 밖에 없다.

내 의지로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부모가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 노력이라는게 자식을 위하여 무엇을...하라는게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다시말해, 자기자신을 낯설게하듯 객관화하여, 물고기 쳐다보듯 말끄러미...바라보다 보면,

내 주변도 그렇게 볼 수 있게 되고,

내 주변의 사람들도 자신을, 또 주변을 그렇게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지난 몇 달 동안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멜러리 사건의 악몽으로 인한 격한 감정들은 불완전한 평화로 진화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와 매들린은 부드럽게 서서히, 애정 어리고 너그러운 관계로 발전해갔다.ㆍㆍㆍㆍㆍㆍ일을 갖는 것 자체가 결혼생활에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서로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로부터 숨통을 틔워준다고나 할까. 아니면 그저 희망사항인지도 몰랐다.

  희망사항. 세계 공통의 진통제.(25~26쪽)

주변을, 그리고 자기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들이 때로는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는 말씀이신가요?"

ㆍㆍㆍㆍㆍㆍ

상대가 믿어주기를 바라는 사실을 그가 스스로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기술이죠.ㆍㆍㆍㆍㆍㆍ누구나 자신이 '발견'한 것 같은 사실을 믿고 싶어 하죠.ㆍㆍㆍㆍㆍㆍ저는 그것을 '유레카의 오류'라고 부릅니다. 스스로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것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오류죠."(39~42쪽)

 

"사람들은 이야기를 지어내. 그래서 진짜 증거를 놓쳐. 그게 문제야. 우리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니까. 사람들은 이야기를 너무 좋아해. 우린 이야기를 믿을 수밖에 없지. 그런데 자네 그거 알아? 이야기를 믿고 싶은 바로 그 마음이 우리를 파멸시킨다는 거."(570쪽)

내가 하고싶은 얘기를 하기 위하여, 너무 멀리 돌아왔다.

사람의 상상력 만큼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발휘하는 것도 없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부정적인 상상력보단 긍적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자는 거다.

 

다시 오지랖으로 돌아간다.

내가 이 길고 긴 글을 쓴 건 딱 한사람을 위해서다.

 

날이 따듯해오면 행여 기력을 더 차릴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양철나무꾼님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게요.

 

상상력만큼 상대적으로 에너지나 기력이 소모되지 않는 것도 없다.

그리고 상상력만큼 상대적으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발휘하는 것도 없다.

난 오늘도 내가 아는 온갖 종류의 신을 한 번씩 불러가며 그의 안녕을 위해 간절히 기도를 한다.

그리고 긍정이라는 무한염력을 마구마구 날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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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01-28 09:58   좋아요 1 | URL
그분의 안녕을 함께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봄이 되면 기력을 좀 차리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기를 전합니다.

2013-01-28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 그렇다.

사람들 말에 따르면 환자다.

책이 없으면 불안해 하는 환자.

지금 읽고 있는 책 외에도, 최소한 몇권은 안 읽은 책이 준비되어 있어야 안심이 되는 상황이니...

환자라고 불리워도 할말이 없다.

 

그동안 나는 이번 도서 정가제 사태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

어느쪽의 편도 들어주고 싶지 않은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 내가 아침부터 제대로 열받아 주셨다.

내가 열 받은 이유는 한기호 소장의 이글이 발단이었는데... <알라딘은 야비한 짓거리...>

결정적인것은  <70여 출판사, 이미 줄줄이 알라딘과 거래 정지 결정>을 보고나서다.

 

실은 두 글을 긁어다가...조목 조목 들이대고 따지고 싶었으나,

그마저 시간 낭비인듯 싶어 그냥 링크를 걸고 만다.

 

중소출판사와 중소서점, 그리고 나아가 독자들을 두루두루 생각해서라는데,

그의 글들을 찬찬히 읽다 보면,

그가 내세우는 대의명분보다는 어째,

알라딘에서 사서 읽는 독자들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고 있는 듯 여겨진다.

그의 논조대로라면,

책을 알라딘에서 사서 읽는 독자들은 한기호 소장과 70여개의 출판사들의 담보가 되는 셈이다.

 

나는 여기서 뭔가 이상하고 이치에 어긋나는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중소 서점과 중소출판사와 독자가 상생하기 위해서라면,

타겟은 책을 사서 읽는 독자들이 아니라,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독서 현실을 되짚어보고,

자구책을 강구하고 자생력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만에 하나,

가격 대비 품질 서비스의 일환으로,

품질에 걸맞게 가격을 올리고 싶다면...

책을 읽을 의지는 있으나 책을 살 여력이 안되는 사람들을 상대로 무언가를 하는게 먼저여야 한다.

그것도 공동구매나 저자강연, 사은행사 등의 방법으로 저렴하게 제공, 서평을 전제로한 무상제공 등의 방법이지...

(꼭 이런 것들이라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경쟁력 있는 자구책...)

이렇게 책을 읽는 독자를 담보로,

책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하는 이런 환자를 상대로는 아니어야 한다.

(과장된 표현이지만, 난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듯 숨쉬기가 버겁다~--;)

 

책을 사서 읽는 독자들은,

아니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대형 출판사나 대형 서점이 아니어서...

빵빵한 광고가 없거나 눈에 안띄어서 책의 질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또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책을 안 사 읽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트렌드를 앞서 만들어 가는 것은 출판사들이다.

 

얼마전에 무너진 책탑을 살짝 공개했지만,

책을 새로 구입하지 않고도 하루 한권씩 읽어도 1년을 읽을 분량을 확보중이니, 사실 그리 치명적이진 않다.

다만 그동안 내가 알고 존경하던 그런 인물로 한결같이 애정해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아침엔 열이 받아 씩씩 거렸는데, 지금은 마음 한켠이 서늘하고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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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1-26 16:26   좋아요 1 | URL
이건 상당히 불쾌하네요.
링크한 글의 댓글에서 한기호 씨는 아예 '알라딘'을 사기꾼이라고 지칭하는데... 그러면 알라딘 이용자들은 사기꾼에 놀아나는 '무뇌충'들이거나 사기꾼의 '공범'이란 얘긴지...

생각도 없이 알라딘의 농간에 넘어가는 바보들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질 않네요.


자기만의 정의에 갇혀서 자기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비하하는 저런 사람들이 한 국가의 정책입안에 입김을 불어넣는 압력단체에 관여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보이는군요..


정말 양철나무꾼님 말씀처럼 서늘하고 헛헛하네요.

카스피 2013-01-27 00:31   좋아요 1 | URL
ㅎㅎ 참 어이없는 글이더군요. 양철나무꾼님 말씀에 격한 공감을 표하는 바입니당^^

chacona 2016-05-29 02:50   좋아요 1 | URL
그 분 요즘 더 독이 올라서
책값이 비싸다면 책 보지 말아라. 도서관 가서 봐라...
이런말 하시는 중입니다...
 

도서정가제, 찬반을 얘기하기 전에...책을 읽어야겠다.

말이 필요 없다.

 

웹서핑을 하다 만난 관련 기사 링크==>바로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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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1-25 14:47   좋아요 1 | URL
저도 이 글 읽었는데, 참 즐거운 이야기로구나 싶어요.
책 읽는 사람한테는 도서정가제이건 아니건 대수로울 대목이 없어요.
그저 즐겁게 읽으면 되지요.

감은빛 2013-01-25 16:35   좋아요 1 | URL
저는 성균관대학교 앞 사회과학 전문 서점인 '풀무질'을 참 좋아해요.
거기 사장님과 형, 동생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인'서점은 딱 한번 가봤는데,
주요 생활반경에서 멀지 않았다면 자주 갔을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