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준점은 어디에 있는가

 

ㆍㆍㆍㆍㆍㆍ

말 그대로 '각자'의 인생인데, 뚜벅뚜벅 내 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그게 용납되지 않아요. 그렇게 교육을 받아온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나의 '자존'을 찾는 것보다는 바깥의 '눈치'를 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지는 않은지.

ㆍㆍㆍㆍㆍㆍ

기준점을 바깥에 두고 남을 따라가느냐, 아니면 안에 두고 나를 존중하느냐일 겁니다.

                                                                                               ('박웅현'의 '여덟 단어' 21~22쪽, 부분 발췌)

 

며칠전 '박웅현'의 '여덟 단어'를 읽다가 이 부분에서 멈추고, 그의 '책은 도끼다'를 찾아 다시 읽었어.

그때는 나를 멈추게 한 그 이유가 뭔지 몰랐었는데, 이젠 그 이유를 알겠어.

 

 

 

 

 

 

 

 

 

 여덟 단어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우리는 다커서 만난 친구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격도 비슷하고 취향도 닮고 해서,

어떤 사안에 대한 반응도 똑같을 때가 많아서,

쌍둥이라며 좋아하며 웃기도 많이 하지.

 

그런데 가만보니...닮은 점이 워낙 두드러져서 몰랐지만, 두드러지지 않게 다른 점도 많이 있더라구.

같은 책에 관심을 갖고,

똑같은 상표의 커피를 마시고,

이리저리 오지랖을 내세워가며 두루두루 잡기에 능하고,

이렇게 겉으로 보여지는 것은 다 닮았지만,

아니, 판박이라고 할 정도로 똑같지만...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어서 잘 알지못했던 '본성'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어.

내가 지난 번 강신주 리뷰를 쓰면서도 잠깐 언급했었는데,

우리 사이에 필요한건 '역지사지'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삶'인것 같애.

 

얼마전에 나한테 창의성이 풍부하다고 했잖아.

우린 쌍둥이라는 논리대로라면,

너도 마찬가지로 창의성이 풍부해야 하는데 말야.

제도권 안에서 규칙과 틀에 맞게 하는건 바른생활이라고 할 정도로 잘 해 내고 있지만 말야,

창의성은 좀 아닌거...맞지?^^

 

얼마전에,

난 너한테 집착이라고 할 정도로,

집착이 되어 거추장스러워질지도 모를 정도로,

의지하고 모든걸 털어놓고 얘기하고 그러는데 ,

성향 상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넌 나한테 전혀 그렇게 하지 못하고 ,

혼자 안으로 움추러드는 것 같아서,

내가 그런 것만큼, 넌 내가 위로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을때,

 

네게서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어.

 

내가 참 솔직하지 못하지?

맘을 자꾸 드러내지 않고,

감추려는 건 아닌데...싫음 싫다, 힘들면 힘들다...말을 바로 하지 않잖아.

그게 너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배려하면서,

나쁜 말로 말하자면 눈치를 보면서

그런 게...몸에 배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그동안 쌍둥이라는 선입견에 갇혀서,

나만 바로보고,

내 본위로만 사고하고 행동하고...하면서 너의 진면목을 바라보지 못했던 거였네.

 

나 또한 제도권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틀을 버거워 하고,

나만의 기준이나 잣대를 다시 만들려고 했었거든.

 

물론, 나라고 처음부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

이렇게 되기까지는,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걸고,

내 자신을 격려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신경쓰지 않으려고 무지 노력했어.

 

내 스스로 '스스로 따 시킨' '스.따.'라고 하고 돌아다녔고,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짬뽕공 입네,

감성만 풍부해가지고,

머리는 옵션으로 들고 다니네...

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뭐, 신경쓰지 않았어.

 

덕분에 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게 됐어.

그렇다고 제도권 교육을 받은 내가 뭐, 크게 틀에서 벗어나거나...

만인의 손가락질을 받을 일을 하지는 않게 되더라고...ㅋ~.

대신,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할 수 있게 됐어.

 

주변에서 만든 규정이나 틀은 나 자신을 옭아매기 위한 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몰라.

'나를 위한 배려'라고 하는데, 그거 고맙지만 이젠 사양할래.

그리고 그게 눈치라면,

난, 나만은...네게 눈치 따위는 주지 않으니까,

눈치 따위는 보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어.

 

나랑 꼭 닮은 쌍둥이는 말야...

편안하기는 하지만,

나랑 너무 닮아 익숙해서 새롭다거나, 가슴 아슴아슴한 떨림이나 설레임 따윈 없잖아.

 

너만의 멍석을 깔고,

내가 아닌,네 자신을 배려하면서...

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라고 부탁하고 싶어.

 

난 네가 멍석을 제대로 깔 수 있도록,

내 오지랖을 최대한 넓혀 둘테니까 말야...

날개를 충분히 펼치고,

아니, 충분히 도움 닫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기꺼이 내 곁도 내어줄테니까 말야...

여지껏은 때를 기다려 움추린 거라고 치고,

자아, 이제 날아오르는 거야~.

 

근데 말야.

내 오지랖도 내 곁도 넉넉하게 내어줄 수는 있지만,

내가 네 건강은 어찌할 수 없는 거 알지?

돈이나 물건 따윈 없거나 부족하면 남의 것을 구걸하거나 훔칠 수도 있다지만,

건강은 돈으로 살 수도,

구걸하거나 훔칠 수도 없는 거, 알잖아~.

 

 

 

 

 

 

 

 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 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 말」, 『변신』 중에서 ('책은 도끼다' 6쪽)

 

 

 

 

그리고 그렇게 얻은 돈오를 잊지 않고 게속 살아가는 것이 점수, 차츰차츰 정진하라는 겁니다. 깨달음이 깨달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살면서 게속해서 그 깨달음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고 실천해야겠죠.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좋은 책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책에 대한 긍정적인 편견이 있습니다. 책이면 다 좋다는 편견이죠. 하지만 읽는 시간이 아까운 글들도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점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돈오하려면 깨달음을 줄 만한 좋은 책들을 찾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책은 도끼다' 345쪽)

 

그동안 책은 다 좋은 책인줄 알았어.

그런데, 박웅현은 책도 좋은 책과 나쁜책이 있어서, 좋은 책을 가려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하네.

카프카 식으로 말하면, 우리 안의 인습이나 편견, 매너리즘, 타성을 깨뜨려버리고 끄집어내 변화시켜 주는 도끼 같은 책이 좋은 책일거야.

저기 책의 자리에, 친구를 대입시켜도 좋을 것 같애.

그렇다면 네게 난 두끼가 될 수 있을까?

(사람을 도끼에 비유하다니 좀 무시무시한가~--;)

그래도 네게 난 도끼같은 친구가 되고 싶은 걸, ㅋ~.

 

책의 자리에 대입시킨다면 이왕이면 고전이 좋겠어.

왜 고전이었으면 좋겠냐구?

세상 모든게 변하게 마련이고,

요 밑의 인용 구절을 보렴, 온 세상을 품을 것 같던 사랑도 지워진다지 않니, ㅋ~.

내가  짬뽕공 같다는 얘기는 바꿔말하면,변덕이 죽끓듯 하다는 얘기니까,

그런 변화무쌍함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고 싶었다고 할까?

아니, 변화무쌍함 속에서도 각자의 본질을 잃지 않고

오래 오래 살아남자는 프로포즈라고 해야 할까?

 

인생의 한때를 같이 하는 친구가 아니라,

오래 오래 같이 갈 수 있는,

각자 중년을 살고, 각자 노년을 맞이하더라도...

언젠가 고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듯, 그렇게 같이 갈 수 있는...그런 친구가 되고 싶어.

어느 순간...축복처럼,

돈오의 문이 열리고 나면,

그 다음에는 서로의 몸과 영혼을 막힘없이 타고 흐를 수 있을테니까 말야.

 

 

시대를 뛰어넘어 변함없이 읽을 만한 가치를 지니는 것, 그렇습니다. 온 세상을 품을 것 같던 사랑도 지워지고, 아름답던 얼굴도 시들고,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던 치욕의 순간도 흐려지고, 날아오를 듯한 환희의 순간도 희미해지죠. 이렇게 잊히는 인생인데 우리가 살다 간 흔적을 얼마나 남길 수 있을까요?ㆍㆍㆍㆍㆍㆍ그런데 고전은 시간과 싸워 이겨냈어요.ㆍㆍㆍㆍㆍㆍ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전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위대한 문학이나 미술, 음악 등 예술작품들은 본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한테만 좋은 것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만 좋은 것이 아닌, 전 세계 다수의 인간이라는 종이 느끼는 근본적인 무엇을 건드린 것이기 때문입니다."('박웅현'의 '여덟 단어' 78~79쪽)

 

그러니까 준비할 수 있어야 해요. 클래식, 고전을 만나기 위해서 함부로 씹다 버린 껌처럼 여기지 않으려면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을 가리고 있다는 말을 자주합니다.ㆍㆍㆍㆍㆍㆍ

진짜 알려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궁금해질 겁니다. 그 대상의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그걸 알기 전에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험합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합니다.ㆍㆍㆍㆍㆍㆍ알려고 하기전에 우선 느끼세요. 우리는 모두 유기체잖아요? 고전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느껴야 해요. 그러다 보면 문이 열려요. 그다음에는 막힘 없이 몸과 영혼을 타고 흐를 겁니다. ('박웅현'의 '여덟 단어' 86쪽, 부분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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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22 18:07   좋아요 0 | URL
좋은 마음으로 잘 읽으면 좋은 책 되고
나쁜 마음으로 제대로 못 읽으면 나쁜 책 되지요

세실 2013-06-23 08:18   좋아요 0 | URL
박웅현 참 멋지죠.
독서는 사고를 유연하게 하고 감성을 키워준다는걸 요즘 느끼고 있어요.
박웅현이 좋아한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하루키도 좋아한다는것! 물론 유명한 곡이기도 하지만~~~
둘은 은근히 닮았더라구요^^
 

나는 성이 '서'가다.

오랫만에 얼굴을 보기로 했던 이가, 갑자기 볼 일이 생겨 OO에 가신다며,

- 이러다가 언제 얼굴 보노?

하고 톡을 보내오셨길래,

- 보고싶지가 않은게지~(,.)

하고 대구를 했다.

그랬더니,

- 서쪽으로 가야하는데, 자꾸 동쪽으로 가네?

하신다.

난 또 질세라,

- 달마가 동쪽으로 가겠다는데, 凡人인 내가 어찌 알겠어요?

   못보더라도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잘 살면 되는거죠.

라고 했다.

잠시 후,

- 혜초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내가 알지.

하시길래,

- 왕오천축국전 쓰러 갔겠죠, 뭐~.

   아님 말구~(,.)

하고 끝냈어야 하는데,

- 빈스플린 기사 보셨죠?

  너무 일만 열심히 하다 젊은 나이에 요절 하는 수가 있으니, 건강도 돌봐가며 잘 사세요.

하는 토를 달았다.

 

빈스 플린으로 말할 것 같으면...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자세하고 세세하게 개연성을 심어놓는 사람이라면, 삶도 그렇게 성실하고 진솔할 것 같다.

더구나, 미치 랩 같은 이를 주인공으로 그려내는 그라면...

자신의 건강 관리 또한 철두철미할 거라고 생각했었던 터라,

3년 전부터 전립선암을 앓았고, 47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고 하니...

게다가 나보다 겨우 서너 살 많을 뿐이라고 하니,

걷잡을 수 없는 것이, 만감이 교차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빈스 플린의 것을 서너권 읽은 것 같은데...집에 와서 찾아보니 쉽게 눈에 안 띤다~--;

 

 

 

 

 

 

 

 

 

 

 

 

 

 

 

 임기종료
 빈스 플린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2008-10-22 쓴 글>

이 책은 분량은 엄청 나지만,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내려 놓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정치 스릴러'라는 타이틀로 미루어 볼때,우리나라의 지난 대선을 겨냥하여 나온 것 같은데...
난 얼마전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는 과정에서 '상원이 어찌되고 하원이 어찌되고' 하는 현실과 연결시켜 읽으니 더 재미있었다.

사건의 발단은,아무도 그들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지 않는 상원,하원 의원 들이 암살을 당하고,이 죽음이 대통령의 예산안 통과와 밎물려 정치적으로 이용된다.
이런 킬러가 나오는 내용이다 보니,아무래도 '프레더릭 포사이스'와 비교가 된다.'프레더릭 포사이스'의 작품들은 많은 것을 극도로응축시켜 간결하다면,빈스플린은 자상하다.

좋은 사람 뿐만 아니라 나쁜 놈의 속내도 너무 잘 알고 있고 장면 묘사도 세세하다.때문에,개연성에서는 완벽하고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시각적이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상상 할 수 없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좋고 나쁨에 대한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오루크 하원의원이, 예산안의 자세한 내용을 알고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에 반대하였지만,그리하여 서민의 입장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한들...그게 국회의원의 본분인데,그걸 '잘 했다''멋있다'할 수는 없지 않나?
암살자의 경우,감정을 극도로 절제할 줄 아는 것이 좀 멋있기는 하지만,암살을 하는 과정에서 일반인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지만,그렇다고 하여 청부살인업자를 두고 '잘 했다''멋있다'할 수도 없다.
한나라의 대통령이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비서실장에 의해,언론에 의해 움직이는 모습은...내가 가장 어이없어 하면서도 재미있어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그런 대통령을 향하여 감정이입은 되질 않는다.

암튼 미국이라는 나라는 참 복잡하다.
정치형태도 그렇고,군,경,법률체게도 그런 것 같다.FBI나 CIA,NSA...이런 용어들이 복잡한데다가 하나로 통일되지 않아(그러다보니 작가는 계속 부연설명을 한다)혼란스러웠다.
여기서,각 분야별로 힘을 키우기 위해 모종의 암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FBI의 스킵 맥마흔을, 엘리트요원이라고 애기하면서도 자기의 할일만 묵묵히 하는 사람으로 표현한다든지,
CIA의 테러전문요원 케네디를,월등히 높은 아이큐를 이용하여 암살범의 범위를 좁혀가는 사람으로 표현하는 부분 등은,다소 주관적이어서 혼란스러웠다.
'...특수부대원은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을 경멸합니다.정치인과 관료를 싫어해서 그들에게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죠.특수부대원은 효율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법을 훈련받은 사람이며,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이 정의롭고 합리적인 문제해결책이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아주 추악한 일들을 시킵니다.그러면서 그것이 전부 미합중국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고 말하죠.특수부대원으로서 우리는 자신이 세상에서 나쁜 놈들을 제거하고 있으며,미국을 지키고 있다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합니다...'
라는 부분은,결국에는 암살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임을 짐작하겠다.

세상에는 머리로 생각해서만 얻을 수 있는 지식도 있지만,경험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것도 있게 마련인데...암살자를 찾아내는 케네디박사의 경우,그녀가 어떻게 머리를 써서 암살자를 찾아냈는지의 과정은 미미하고 어린 아들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부분만 확대 묘사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암튼 너무잘게 잘라주어 씹는 맛이 없었다고 해야하나?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놈인지의 판단은,그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지 없는지의 판단은...독자의 몫으로 내버려 둘 수 없었을까?

미국 만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가정하에 지역을 넓혀보면,독자가 미국만이 아닌 전세계에 있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라면,
'한사람의 테러리스트는 다른 곳에서는 자유투사일수도 있는 것'이니까...열린 결말이 되어 읽는 이가 스스로 상상하고,읽는 이가 카타르시스를 느꼈음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권력의 이동
 빈스 플린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권력의 이동>2010-4-23 쓴글

 

이 책의 제목만 봤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이었다.

<정치스릴러 소설>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이 소설에서 역동성과 액션,빠른 전개 들을 느껴줘야 할텐데,

나는 이런 모든 것이 충족되었으며 더불어 사람들의 감정이나 심리상태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서 이 소설이 참 좋았다.

그 때문에,

'미국 대통령과 비밀 검찰국의 보안을 위해 백악관의 레이아웃을 조금 바꾸거나 비밀검참국의 작전 중 어떤 부분은 조금 생략하기도 하였다.'

라는 책 앞장의 일러두기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 '빈스플린'의 전작 ,<임기종료>에서 자상하게 살을 발라주는 걸로는 부족해서,잘게 씹어주는 느낌을 받았던 터라...

요번에도 세밀한 묘사 쯤은 기본 옵션이라고 생각했었고,

책 속에 빠져들어 버린다면 책속의 가상현실을 사실로 착각해...

백악관을 상대로 엉뚱한 호기를 부려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만큼 이 책의 상황 설정이나 백악관을 비롯한 비밀검찰국 전반에 대한 묘사가 직접 경험한 누가 묘사한 것처럼 사실적이다.

 

때문에 남이 자상하게 살을 발라주고 씹다만 걸 마저 씹고 싶지는 않은 나만의 책읽는 방법이 있었는데,

이 책을 정치스릴러 소설로가 아니라,사람의 감정상태나 심리상태를 따라가며 읽는 것이었다.

 

이 책을 심리 소설로 봐도 좋은 것은,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일종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미국인이건,그들과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테러리스트이건...

모두가 트라우마를 치료를 통하여,표면적으로는 자신의 절제력으로 잘 억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여기서 '백지 한장 차이'라는 말이 생각나는데,

이건 '니편 내편'이나 '좋은 사람 나쁜 놈'같은 판단의 기준이 백지 한장만큼이나 불분명하다는 얘기이다.

 

다시 말해,미국과 백악관을 무차별 공격하고 죽이는 테러리스트는 무조건 나쁘고,

미국이 어떤 방법으로든 그 테러리스트를 응징하는 것은 괜찮고 한...그렇고 그런 정치 스릴러 소설이 아니라,

그들 나름대로의 신념과 소신을 가지고 일을 벌이는 것이고,

때문에 니편 내편이나 선악의 잣대를 가지고 이책을 읽지 않겠다는 내 자신과의 다짐이기도 했다.

 

이렇게 감정상태를 따라가며 책을 읽다보니,

사건의 인과관계나 개연성을 따지는데 다소 무디어져 버려 그냥 지나갈 뻔 하였는데,책이 묘한데서 삐그덕거린다.

(하긴 분량이 엄청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하지만서도...ㅠ.ㅠ)

그러니 살짝 재미가 반감되는 듯도 하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이리도 완벽하게 빚어낸 작가가 이런 실수를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번역에서의 오류가 아닌가 원서를 뒤져볼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잠깐 했지만,

내가 믿어 의심치않는 이창식님의 번역이어서 작가 쪽에 무게를 두기로 하였다.

(그래도 그렇지...이창식님이 누구인가?

당신이 먼저 재밌게 읽으시고 우리에게 또 우리정서에 맞게 리라이트해 옛날 얘기를 들려주시듯 번역해 주셨던 분이 아니었나?)

 

이 책에 다소 생소한 단어가 등장하는데,'스웨트셔츠,스웨트 팬츠'라는 용어이다.

우리말로 땀복(운동복) 정도 되시겠다.

처음 대통령의 옷장을 이용하려 할때,우리의 훌륭한 '밀트 애덤스'(-은퇴한 백악관 경비원)께서 영부인의 옷장이 또 있다고 얘기하고,

거기서 옷을 가져오는 걸로 되어 있는데,뒷부분에는 계속 대통령의 옷을 빌려입었다고 얘기한다.

대통령이 입던 웨스트포인트 스웨트 셔츠라고 했다가,(428쪽)

검정색 스웨트 슈트(434쪽)라고 했다가 오락가락이다.

 

이것 말고도 몇가지 더 오락가락하는게 있다.

 

그렇다고 마냥 감정선을 따라 읽어갈 수가 없었던 건,

'간간히 달빛이 희미하게 비치다 말았다.'

감정이란 건 없는 듯이 담담히 써내려간 문장들만 나열되어 있다면 좋을텐데,

'체포하다가 발각되느니 제거해버리는 게 낫다.'

다소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문장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이 미국인이라고 하여,

'미국이란 나라는 절대선이고 다른나라는 죄다 나쁜놈'이란 사고를 강요하고 있다기 보다는,정신적인 반어법을 썼다고 생각하고 싶다.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 사람이 겪었던 트라우마가 치료되거나 희석되는 게 아니고,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트라우마를 들쑤시고 들춰 내서 사건과 결부시켜 버무려낸다.

여자친구를 죽인 범인에 대해 복수를 꿈꾸는 미치 랩의 그런 폭력성을 잘 살려 인간병기로 길들인다거나,

성폭행 당했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여기자의 경우,

그걸 잘 살려 테러리스트와 얽어낸 품이나,구해준 미치랩과의 러브라인의 형성 또한 그럴 듯 했으며,

은퇴한 백악관 경비원 밀트 애덤스의 경우,

나이로 인한 잦은 화장실 행을 사건 속에서 경험으로 승화시켜 결정적인 사건해결이 실마리로 만드는 등 이다.

 

"다른사람들은 몇 살이 되기 전에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싶다거나,중국 여행을 하고 싶다거나,아이를 갖고 싶다는 따위의 소망이 있는데,내겐 그런 것들이 없어요.그 대신 나는 마흔 살이 되기 전에 파라 하루트와 아지즈를 죽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죠."(61쪽)

이 부분에서 미치 랩의 폭력성에 분노한다기보다는,그의 트라우마를 알고 있어 서글펐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빚어내는 솜씨에도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었는데,

79세의 토머스 스탠드필드를 사람을 단번에 간파해 내는 사람으로 묘사해 내는 게 참 적절하다.

113쪽의 '범인들의 비뚤어진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비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

188쪽의 '위대한 지도자는 어려운 상황에서 두각을 드러낸다.위기에 맞섬으로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같은 표현은,79년이라는 세월을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살아온 토머스 스탠드필드니까 가능한 판단이니까 말이다.

 

전형적인 미국인의 사고방식 답게 얘기는 끝나 버리지만,

생각없이 쏴대는 총알만큼이나 시원하게 끝나 주시지만,

여기서 생각도 같이 스톱을 해버려야지,생각이 꼬리를 물면 파장이 커질 수도 있다.

 

권력의 이동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다분히 중의적이지 싶은데,

대통령에서 부통령으로 잠깐 옮아갔다 온것이 될 수도 있고,

그러면서 테러리스트들에게 잠깐 넘어갔다가 온 것이 될 수도 있지만,

이 사나흘의 천하에서 CIA,FBI,군장성,법무부 등의 권력 다툼도 볼만하다.

내 생각에는 에필로그에서 미치랩이 끝내 라피크 아지즈를 처단하는 걸로 미루어,

어떤 힘이 있으면 그에 동조하는 힘과 반대하는 힘이 있게 마련이고...

이 모두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하지만,이건 어디까지나 이상일 뿐이고,

일상에서는 거기서 한쪽으로 조금만 쏠리게 되더라도 힘의 크기와 방향이 변하는 삶의 연속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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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 중국철학 해석과 비판
강신주 지음 / 태학사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난  공자와 맹자를, 노자와 장자를 묶어서 배웠었기에, 

강신주와 지승호의 인터뷰집,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을 만나기 전까지는 노장사상이라고 하는데 익숙했었기에,

노자와 장자를 몇사람 번역본으로 접하고는 두루 섭렵했다고 만족했었다.

강신주와 지승호의 인터뷰집에서 슬쩍 맛보기로 접하고는 의아했었고,

이 책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을 읽고는 허를 찔린듯 공허하다.

노자와 장자의 그것을 같지 않다고 하여 분리하여야 한다고 하는것도 의외였지만,

장자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동안 장자에 대해서 알고 있는 선입견이나 편견을 뚫어야만 한다는 게,

더 그러하였다.

섣불리 알고 있는 것보다, 백지의 상태가 장자의 철학을 이해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소리와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암튼 산다는 것을, 나이먹으며 산다는 것을...주체성, 자아를 확고히 하는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소신껏 흔들리지 않으며 주관을 갖고 사는 것을 불혹(不惑)의 뜻이라고 생각하였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었다.

어떤 외적 요인들로부터도 견고한, 나만을 방어하는 벽을 철옹성같이 높이 쌓아올리고는, 그것을 자존감 내지는 자긍심이랑 혼동하였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자아 내지는 자의식을 확고히 한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좋은 방향이건 나쁜 방향이건 간에  '나는 이러저러한  사람이야'라는 고착으로 이어져, 우리의 삶을 부자유스럽게 한다는 것이 장자의 진단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장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통용되는 장자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뚫어야만 한다는 거다.

장자의 것으로 알고 있는,

'모든 존재하는 것들을 인위적으로 제어하거나 조작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긍정하자'는 주장은,

장자의 것이 아니라 <외ㆍ잡편>을 쓴 장자 후학들의 사상이고,

그렇기 때문에 장자 후학들의 사상을 뚫고 지나간 후에야 비로소 오롯한 장자의 그것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그러고보니, 그동안의 나는 벽을 높이 쌓아올리고는,

외부와의 단절을 내 스스로 만들어 내놓고는 '외로워, 외로워~--;'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거다.

 

한 친구와 친해지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은 둘도 없는 친한 친구이지만, 그 친구와 친해지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동안 난 낯가림이 심하다는 핑계로, 사람을 좀 가렸었다.

나도 모르는 새,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고는...안에 들이고 밀쳐내고 했었던 터라,

그 잣대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들이댈지는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선입견이나 편견은 배제하려고 노력하였다.

보고 들은 것을 기억을 되살려가며 평가의 기준으로 삼게 되지 않도록,

그때 그때, 몸의 모든 공감각을 이용하여 받아들이려고 하였다.

기준과 잣대를 허물어 버리니, 나에게도 변화가 생겼는데...

정들고 익숙한게 좋다면서 습관이나 타성에서 죽어도 탈피하지 않을 것 같이 굴었었는데,

처음 해보는 일이 많아졌다.

낯설고 새롭고 두려웠지만, 가슴 뛰는 경험이었다.

 

己所不欲 勿施於人

그동안 '내가 대접 받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지극히 자기본위의, 소극적인 행위라는 걸 깨달았다.

상대방을 대할 때는 '상대방이 대접받고 싶어 하는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는게 옳은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람을 대접하는 방법으로 새를 대접했던 그 임금님을 제대로 해석하기 어려워진다.

 다시말해 그에게 새는 새가 아니라 사람과 다름없었던 것이다. 사람을 대접하는 방식으로 새를 대접했으니 어떻게 그 새가 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그 새는 죽고, 그도 다시는 그 새를 보지 못하게 되어싸. 이처럼 그가 자신의 고착된 자의식에 근거해서 새라는 타자와 관계 맺은 결과는 비참한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이 경우 새는 타자라고 할 것도 없다. 왜냐하면 그에게 새는 새 자체로서의 새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으로 투사된 외면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ㆍㆍㆍㆍㆍㆍ여기서 새를 기르는 것으로 새를 기른다는 것은 나의 마음이 새와 소통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것은 소통을 통해서 새로 상징되는 타자와 어울리는 새로운 임시적 자의식을 구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94쪽)

이처럼 만일 타자를 고착된 자의식에 근거한 인식의 대상으로 삼게 되면, 우리는 결국 그 타자와의 공생의 사람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타자성에 근거해서 타자와 소통한다는 것은 주체와 그 타자를 삶의 짝으로 받아들으면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96쪽)

때문에 己所不欲 勿施於人, 이 문장의 참뜻은 易地思之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삶' 정도가 되어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朝三暮四의 원숭이를 키우는 '저공'의 경우도...

간사한 잔꾀로 상대방을 속이려는 술수의 대가로 바라보기 보다는,

상대방과 소통을 꾀하려고 시도한 갸륵한 인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것이 된다.

 

포정과 소의 만남 또한 마찬가지이다.

포정이 아닌 다른 도살자가 잘랐으면 다른 자연스런 길이 생길 수도 있었고,

포정이었으되, 또 다른 소를 잘랐다면 소의 결은 다르게 드러났을 것이다.

 

『제물론』편에 나오는 "길은 걸어간 뒤에 생기는 것이다(道行之而成)"라는 말의 의미도 그렇다.

걸어간다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길이고 뭐고 간에, 생길 일이 아닌 것이다.

 

이쯤되고 보아야,

장자가 하려는 말이...

'모든 존재하는 것들을 인위적으로 제어하거나 조작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긍정하자' 정도의 자연스러운 것도,

마음의 수양만으로 모든것이 해결되리라는 낭만적인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인생이라는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닌데...

옛 책이나 글, 종교 등을 잘못 해석하게 되면...

자연스러운 것이나 정신 수양 또는 마음 수양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것처럼 읽힌다.

 

때로 번짓수를 잘못 찾았을 경우에는,

최선을 다하는 것, 성심(成心)이라는 것이 자신과 상대방을 동시에 해치는 양날을 가진 칼이란 걸 깨달아야 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건...

그리하여, 나의 적극적인 변화와 움직임을 요구하는...내가 변해야 가능한 일이다.

상대방에 맞추어 나를 변화시키고 움직이는 나의 행동 철학이다.

 

세살 버릇 여른까지 간다는 말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나를 둘러싼 벽이 두껍고 높아져서...

나를 깨고, 해체하고...

상대에게 맞추어 소통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렇게 나를 깨고, 해체하여...

상대와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했을때,

비로소 알을 깨고 나온 아프락사스 마냥 제대로 된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하여,

나이 들어 나를 깨부수고 해체하는 일련의 작업들이 힘들지만, 설레인다...ㅋ~. 

날마다 새롭고,

날마다 신 나고,

날마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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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3-06-20 02:08   좋아요 1 | URL
오, 아, 감탄사와 끄덕임만 연발하네요

오랫만에 서재 왔는데 님이 계셔서 참 좋아요

양철나무꾼 2013-06-20 23:34   좋아요 1 | URL
아우~~~~, 반가와요.
와락~~~~~~^^

날 더운데 똘똘이랑 이쁜이랑 알콩달콩 잘 지내시죠?
저도 님이 거기 그렇게 게셔서 참 좋답니다, ㅋ~.
 
아버지학교 - 이정록 시집
이정록 지음 / 열림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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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물을 먹어도 소는 우유를 만들고 뱀은 독을 만든다.

 

같은 칼날일지라도 누군가는 상처받고 피흘리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벼리고 모두어 앞으로 나가는 가지치기의 용도로 삼을 수도 있다.

 

한동안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내가 근무하는 곳의 접수를 맡은 직원이 급성 요통으로 갑자기 수술을 하게 되었다.

갑작스런 디스크 파열이라고는 하지만,

나도 치료하는 상병명을,

나의 조언도 없이,

아니 나의 조언과는 아무 상관없이 꿋꿋하게 수술을 했다는 상황이 그리 깔끔한 기분일 수만은 없었다.

하긴 얼마전 올케의 급성요통 일때도 남동생 내외는 내가 아닌 다른 곳을 택하였었다.

가족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직원의 신뢰를 기대한다는 건 무리이겠지 싶어...

그냥 겉으로 내색하지 못하고 속으로 서운해하고만 있는 상황이었다.

 

엊그제 올케와 전화통화 할 일이 있어 안부를 묻다가 그때의 서운함을 슬쩍 흘렸더니,

올케는

"형님, 오해세요~."

하면서 펄쩍 뛴다.

언젠가 남동생이 아파서 잠깐 봐준 적이 있었는데,

작고 조그만 체구에 땀흘리며 애쓰고 고생하는 걸 보고 무척 안쓰러워 하였단다.

 

직원 또한 알고 보니,

보험을 여러 개 들어놓은 터였고,

보험 처리 과정과 보험 혜택 문제 때문에,

그런 쪽으로 일처리가 잘되고 수월한 병원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털어놓는다.

 

지난번 어느 책의 리뷰에선가,

내가 그동안 누군가의 실력을 잘못 알았는지도 모르겠다...하면서 상찬하였더니,

글쎄~, 소급 적용하여 서운한 내색을 한다.

 

ㅎ, 어쩔 것이여...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이미 내뱉은 말과 지난 일은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의 <아버지학교>가 나오면 1빠로 사읽겠다고 다짐에, 결심을 하였지만...

1빠로 사기는 한것 같지만, ㅋ~.

말뿐인, 공허한 다짐 같고...~--;

암튼, 이렇게 뒤늦게라도 감상을 몇 자 남긴다.

 

 

내게 아버지는 풍요인 동시에, 결핍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난 <아버지학교>에서 <어머니학교>와는 다른 무언가를 기대했었나 보다.

'어머니 학교'에서의 작중 화자인 어머니는 다소 수다스러울 정도로 조곤조곤 설명을 하는데, 그 설명이 재치있고 현명한 분이었다.

'아버지학교'의 작중 화자인 아버지 또한 어머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내가슴

아버지학교1

 

  아들아, 저 백만 평 예당저수지 얼음판 좀 봐라. 참 판판하지? 근데 말이다. 저 용갈이* 얼음장을 쩍 갈라서 뒤집어보면, 술지게미에 취한 황소가 삐뚤삐뚤 갈어엎은 비탈밭처럼 우둘투둘하니 곡절이 많다. 그게 사내 가슴이란 거다. 울뚝불뚝한 게 나쁜 것이 아녀. 물고기 입장에서 보면, 그 틈새로 시원한 공기가 출렁대니까 숨 쉬기 수월하고 물결가락 좋고, 겨우내 얼마나 든든하겄냐? 아비가 부르르 성질부리는거, 그게 다 엄니나 니들 숨 쉬라고 그러는 겨. 장작불도 불길 한번 솟구칠때마다 몸이 터지지. 쩌렁쩌렁 소리 한번 질러봐라. 너도 백만평 사내 아니냐?

 

 * 용갈이 : 용이 밭을 간 것과 같다는 뜻으로 두꺼운 얼음판이 갈라져 생긴 금.

 

이 시에서의 캐릭터대로라면,

아버지는 말을 많이 아끼는 분이어야 할 것 같은데...

용갈이처럼 부르르 한번 성질이야 부릴지 몰라도 말이다, ㅋ~.

 

어차피 인생이란 것은 살얼음판일때도 있고, 두꺼운 얼음판일때도 있는 법이다.

두꺼운 얼음판일때 호기롭게 부르르 용갈이 성질이라도 부려본다지만 말이다.

무모하게 호기롭기보다는,

봄이 되어 저수지 물이 풀리는 때를 기다리는게 현명할 수도 있겠다.

요즘 난 무모하게 호기로운 사내보단 부드~러운 사내에게 끌린다.

 

왜가리

아버지학교 7

 

  저수지 비탈 둑에서 뛰어다니던 왜가리 때문에 엄청 웃은 적 있지? 메뚜기 잡아다 새끼 주랴 제 헛헛한 허구리 채우랴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술 취한 막춤을 보며 박장대소했지. 부리나케 일어나서는, 밀친 놈 없나? 비웃는 놈 없나? 두리번거리던 꼬락서니에, '술 좀 줄여요. 왜가리 꼴로 훅 가는 수가 있어요.' 내게 쏠리던 눈초리가 떠오르는구나.

 

 

  왜가리도 가을 지나 겨울 오면 차가운 물에 발 담그고 물고기를 기다리지. 사내란 저런 구석이 있어야 해. 시린 발에 온 정신을 집중시키고 지느러미가 전해주는 미세한 떨림을 읽는거지. 눈은 시린 구름 너머에 던져놓고 의젓한 품새로 뒷짐 지고 말이여. 물고기가 가까이 다가오면 단 한 번 고개 숙이고는 다시 먼 하늘이나 바라보지. 물속 하늘은 가짜라서 진짜 하늘을 보며 살아야 한다는 거 아니겄어?

 

  사내란 탁한 세상에서 탁발을 하고는 구름 너머 시린 하늘로 마음을 씻지. 식구들 뱃속 채워주는 일이라면 시궁창에 발 담가도 되는 거여. 사내는 자고로 연지蓮池 수렁에 서 있는 왜가리 흰 연꽃이여.

 

오히려 '왜가리'가 설득력 있다. 하지만, 왜가리의 대화도 시인이 지어낸 것이지 실제 대화는 아닐 수 있다.

사내만 저런 구석이 있어야 할까?

완전 세월을 낚는 강태공의 품, 그대로인데 말이다.

강태공은 정계에 진출할 때를 기다렸었고,

왜가리란 새는 물고기를 기다리고,

시 속의 사내는 뒷짐지고 무엇을 기다리나?

 

물속 하늘은 가짜라서 진짜 하늘을 보며 살아야 한다는 거 아니겄어?

 

아흑, 멋지다.

난 햇살 한자락 바람 한줌 허락하여 주신다면...

같은 강물이 아니어도 노상 발 담그고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ㅋ~.

 

사랑

아버지학교 27

 

운동장 한가운데다가 물동이를 엎으면

철봉대 옆 볼품없는 나무 쪽으로 물길이 나는 거여

폭우 때 진즉 바닥이 쓸려나갔던 거지.

 

생선장수도 한마리만 사는 사람한테는

값도 헐하게 받고 큰놈으로 챙겨주는 거여.

서너 마리 흥정하는 이한테는 잔챙이도 섞어 팔어.

오죽 복잡한 속사정이면 이십 리 자갈길에

고등어 한 마리만 들고 가겄나? 그렇다고

이 가게 저 가게 다니며 한 마리씩 사는 놈은

마음주머니까지 가난한 좀팽이인 거지.

 

가난하다는 건 비탈이 심하다는 거다.

마음 씀씀이 좋은 생선장수든

마른 땅 적시는 물길이든, 뿌리가 드러난 쪽으로

정이 쏠리는 게 순리고 이치여.

 

맨날 그날이 그날 같은,

평탄하기만한 일상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가난하고 비탈이 심하더라도,

삶의 굴곡을 온몸으로 느끼고 경험하고,

나와 다른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미건조하고 순탄하게 살기보다는 치열하고 가열차게 살고 싶다.

 

산다는 건 어쩜 죽음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한살 더 먹으면서 그런 건지,

요즘 가까운 사람들이 아프고 하나씩 둘씩 떠나가고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건지 모르겠지만...

눈도 어두워지고,

귀도 흐릿해져 가고,

머리카락도 빠지고,

몸매도 허물어져 가고 하는...

죽음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단지 흐릿해지는게 아니라,

산화하여,

번지고 스며 물들어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

자연이 되어가는 과정 같다.

 

자연이 되어가는 그것을,

거스르거나 거역할 필요가 있을까?

순리나 이치란 그런 것일게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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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7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 지승호가 묻고 강신주가 답하다
강신주.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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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간혹 어떤 말의 사용함에 있어서,

그 낱말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 관념 때문에 문장이나 구절 속에서의 호응이나 대구를 놓고 혼란에 빠질때가 있다.

나의 경우엔 '보수'나 '진보' 같은 것이 그렇고, '민주 주의' '사회 주의' 할 때의 '민주'와 '사회' 같은 것들이 그랬다.

육체노동자인지라 노동의 정직함은 경험 내지는 몸으로 체득했다고 생각했었던 터라,

한때 경제 중심의 신당 발언을 했던 안철수 의원 측이 이번엔  노동을 중심 의제로 삼는다고 하고,

진보정의당은 사회민주노동당으로 당명을 변경하려고 한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노동'이라는 단어가 '경제'라는 단어와 호환되어 쓰인다는 게 생경하고,

'사회'와 '민주'와 '노동'의 단어 조합이  마냥 어색하기만 했다.

 

이런 것들과 관련하여, 내 속에 들어왔었던 것처럼  명쾌하게 정리해준 책이 이 책이다.

_ 학문의 영역이 잘게 나뉘어 있고, 철학같이 모든 학문을 아우르는 학문은 비현실적이고 먹고사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들 하잖아요. 삶은 철학과 관련이 없고 철학은 사는 데 도움도 안 되고 돈벌이와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_ 그게 자본주의 논리예요. 돈이 안 된다고 해서 하지 말라고 뭉뚱그리는 거죠. ㆍㆍㆍㆍㆍㆍ(62쪽)

 

제글이 쉬워지고 편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대중성의 차원이 아니라 사람들과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해서 어떻게 써야 사람들이 편하게 읽는지를 알아요. 지금 사람들 문제의 보편적인 구조도 알고요. 그러니까 글이 편하죠. 대중적으로, 쉽게 쓰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중요한 건 핵심이에요. 핵심을 찌르고 진짜 그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에 들어가는 것이 대중성이고 애정이죠.(71쪽)

 

처음 이 책의 출간을 접했을 때는, 다른 책마냥 일단은 콜렉션을 위한 사재기였다.

장르소설을 읽던 시절부터 책에 남 다른 집착을 보였는데...그게,

어느 날 자고 깨어보니 품절이나 절판이더라...하는 상황이 되어 있을까봐 일단은 사서 쟁여두고 본다.

그게 꼭 기우만은 아닌 것이 얼마전 50% 세일을 했던 '야생종'같은 경우가 그런 예였다.

암튼, 이 책을 조만간 읽을 지를 고려하지 않고, 사재기를 한 이유는...

그동안 내가 알던 강신주는 겁나게 쿨했으니 차치해 두고,

지승호는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의 인기와 지명도에 편승하여 밥상에 숟가락 하나 올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터라...

요즘 나의 독서 방법인 정독에, 숙독까지 해야 할 목록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였다.

 

그런데, 이 책의 '프롤로그'를 들추는데, 뭔가 '훅~!'하고 나를 끌어당기는 것이 있었다.

그동안의 다른 인터뷰집에서는 느끼지 못하던 어떤 진지함이랄까, 깊숙함이 느껴졌다.

그와 함께 작업을 했던 김규항이나 정봉주, 우석훈 같은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같이 한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보니,

그의 인터뷰집을 읽으면서 느낀 바에 애기해 보자면,

인터뷰이들이 어떤 색깔이나 견해를 가졌든지 간에...

인터뷰어로서 다소 중립적이거나, 보기에 따라서 소극적이거나 주춤해 보일망정,

인터뷰집의 전체적인 색깔이나 견해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걸로 미루어 요번에도 별반 기대가 없었다.

게다가, 철학이야말로 어렵고 난해하여 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가능한 부문이고,

강신주 같은 경우 성격 까다롭고 깐깐하기로 유명한데다,

제 할말 다 하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는지라...

둘의 조합이 과연 어떤 행보를 그려낼 수 있을지,

그동안 10여권이 넘는 저서들을 낸 철학자에게 질질 끌려가 버리는게 아닐지 궁금했다.

좋아서 공부할 요량으로 책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강신주의 책들을 그의 의도대로 명확히 읽어낼 수가 없을테고,

밥벌이를 위해 억지로 하기에는 어마어마한 분량일테니 말이다.

그러다보면 방향을 잡지못하고 갈팡질팡하다가는 배가 산으로 가버리거나 꿀먹은 벙어리 노릇을 해버리고 말텐데,

그렇게 보기에는 그동안 내가 강신주의 책들을 읽으면서 쌓아올린 신뢰의 탑이 높고 견고했다.

암튼,

요번 인터뷰집 한권으로 인하여,

그가 그동안 전문 인터뷰어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던게 아니라,

그의 자질을 알아주고 믿고 멍석을 깔아주는 인터뷰이를 만나지 못했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질문의 방향을 명확하게 잡는다는 것이 책을 읽는 독자와 책을 낸 저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독자에게는 글의 요점을 명확하게 잡아내는 이점이 있고,

저자 강신주에게는 그동안의 그의 저작들을 돌아보고 반추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을 터이다.

그동안의 저작할동을 나름 매듭짓고, 한단계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았다고나 할까?

나에겐 그동안 안 읽은 그의 저작들을 찾아 읽어보는 지름신이 강림하는 기회가 됐을 뿐이고 말이다.

 

 

솔직히 인문학, 인문학...말은 많이 하면서도 설명을 해보라고 하면,

뭘 인문학이라고 해야 할지 막막했었다.

강신주는 이걸 쉽게 설명한다.

인간에 대한 사랑.

바꾸어 말하면 직접 경험의 중요성.

자기가 공감하면 다른사람도 공감한다는 거...

그러면서 스티브 잡스와 이건희의 차이를 들어 설명하는데 인상적이다.

잡스의 '자기가 해본다는 데서 오는 그것'을 '인문학 정신'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자기가 하려는 일이 우선이라는 점, 자본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점.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이런 심정으로 안 싸우고 서로의 호스피스가 될 때가 있어요. 마찬가지로 그런 글을 쓸때가 있는데 그런 글은 쓰면 안 된다고요. 이 여자가 미우면 막 싸워야 해요. 살아 있으면 싸워야 해요.

  죽을 때까지 살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나이 든' 사람들을 싫어해요. 그건 원숙함이 아니에요. 지침의 표현이죠.ㆍㆍㆍㆍㆍㆍ(105쪽)

 

몇몇 멘토나 지식인들이 이루고자 하는 사회주의적 혁명 같은 것, 공산당이 중심이 되는 혁명 자체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느리게 느리게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돌 수 있는 그날까지 계속 가는 것, 그리고 스스로 못 돌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자유가 가능하다는 것을 서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김수영이 꿈꿨던 혁명이에요. 인문주의자죠. 진짜인문주의자.(153쪽)

 

제일 중요한 것은 직접 경험이예요. 직접 경험은 진짜 중요한 거예요. 감정이 일어나는 것, 이게 인문학의 핵심 정신이죠. 분노의 감정이 안 일어나는데 분노에 대한 글을 쓰면 안 돼요. 이눈학 책은 사람들에게 그 감정을 을으켜야 해요. 그 감정이 분도든 뭐든. 사회과학이 인문학은 아니지만, 좋은 사회과학 서저은 분노도 일으켜야 해요. 요즘 사회과학 서적들은 너무 건조해요. 사람은 감정이 움직여야 움직이거든요. 철학은 멀리로 들어와서 마음까지 흔들어야 좋은 철학이에요. 시는 마음으로 들어와서 머리를 흔들어야 하고요.

  좋은 철학책은 지적인 이해와 분석을 요구하는데, 책이 딱 끝나면 마음 속에 확 들어와요. 후배들이랑 원전 강독할 때 '책이 네 마음을 울려야 한다. 그런 다음에 그 사람에 대한 논문을 써야 한다. 그걸 써나가는 과정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과정이고 그 사람에게서 독립하는 과정이다. 그렇게 논문을 써야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나중에 독립된 저자로서 살 수 있다'라고 조언해줘요. 하지만 대개 안 지키고 중요하다는 텍스트가 있으면 인용하고 요약해서 논문을 쓰죠.안타까워요.ㆍㆍㆍㆍㆍㆍ(186쪽)

 

 

 

실은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이런 어렵고 힘든 철학과 인문학의 얘기들을 독자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눈을 마주치듯 조곤조곤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 그걸 이렇게 바꾸어 말하고 싶다.

독자가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끊임없이 연구하고 탐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책을 사서 읽을 사람들의 타겟을 잘 잡았고,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사랑에 빚대어,

김수영과 김수영의 아내,

제대로된 인문정신에 대해서,

의미를 잃어버린지 오래인 보수와 진보와 개혁의 정의에 대해서,

한번 고민해 보게 만든다.

 

 

거기다가 난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이쯤이면 '적중'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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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5-31 22:36   좋아요 0 | URL
오늘 하루도
마음으로 스며든
좋은 책 하나
곱다시 품으며
밝은 달과 별 노래하는
밤 누리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