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4
존 밴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내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사진을 보고 주로 인물들을 따라 그린다.

내 실력은 취미라고 얘기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사진을 보고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을 꾸준히 하는 것은 내가 좋아서 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래. 사물들은 지속된다. 살아가는 것은 조금씩 퇴보하지만.(16쪽)

난 이 문장을 내 마음대로 해석했는데,

고인물은 썪게 마련이지만 구르는 돌에 이끼가 낄 새가 없다.

나는 조금씩 퇴보하더라도 살아있고 살아가는 것을 택하겠다.

다시말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불사르고 쇠퇴하는 것까지도 살아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에 머무르지 않고, 내 마음대로 가감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며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기실 나의 그림 솜씨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내 그림은 사실화라기 보다는 상상화에 가깝다.

하지만 사진처럼 찍는 그 순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리면서 그림에 애정을 쏟는만큼 온기를 내 마음대로 가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은 빛과 그림자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을 생략하거나 강조할 수도 있는 것이,

얼마든지 그리는 사람의 시점에서,

심지어 빛의 위치와 방향에 따라,

대상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여러단계의 음영으로 가감할 수 있는 것이어서 더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 책 '바다'를 읽었다.

250쪽 안팎의 결코 두껍지 않은 책이었지만, 이 책이 쉽지는 않았다.

글자들을 읽었다기 보다는 그림을 봤다고 해야할 정도로 회화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들이다.

ㆍㆍㆍㆍㆍㆍ나는 햇빛이 쏟아지는 텅 빈 오후에 스테이션 로드를 따라 걸어갔다. 산 기슭과 맞닿은 해변은 쪽빛 아래 담황색으로 은은하게 빛났다. 바닷가에서는 모든 것이 수평선으로 납작해졌다. 세상은 땅과 하늘 사이에 눌린 긴 직선 몇 개로 줄어버렸다. 나는 빙 둘러서 시더스로 다가갔다. 어린 시절에는 어째서 내 관심을 끄는 새로운 것마다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풍겼던 것인지? 권위자들은 모두 초자연적인 것이란 새로운 곳이 아니라, 알라진 것이 다른 형태로 돌아온 것이라던데. 유령이 된 것이라던데. 그러나 대답할 수 없는 그 많고 많은 것 가운데 이것은 가장 하찮은 것이다.(17쪽)

 

나는 애나에게 브랜디 잔을 주었다. 그녀는 잔을 쥐고 서 있었지만 마시지는 않았다. 내 뒤의 창으로 들어온 빛이 그녀의 쇄골 옆에 걸린 안경의 렌즈 위에서 반짝여, 마치 또하나의 애나, 축소판 애나가 눈을 내리깔고 큰 애나의 턱밑에 바짝 붙어 서 있는 듯한 기이한 느낌을 주었다.(27쪽)

아주 정교하게 묘사해내고 있는데, 직접 상황을 보고 글로 옮기는게 아니었다면 이런 문장은 나오기 힘들었을 것 같다.

 

맥스는 아내를 암으로 잃고 딸 클레어에게 '과거 속에 사시네요' 라는 말을 듣고도 그래, 그렇다 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미술사학자와 사진작가 부부의 대비를 통하여,

찬란하고도 처연한 생의 '빛과 그림자'를 표현하려고 했다는데,

그래서일까, 나도 그런걸 읽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때문에 이 책은 겉으로는 자기 계급에 대한 불만과 거기서 탈출하기 위한 욕망으로도 읽히지만,

이 책의 끝에 또 다른 반전이 도사리고 있는데, 내겐 그게 더 충격이었다.

일반적이고 구태의연하게 생각하다가, 그러면 그렇지, 뭐 별게 있겠어 했다가 허를 찔린 느낌이다.

 

번역도 한몫했다.

정영목의 그것이 아니었다면 끝까지 읽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나만 옮겨보자면,

의사의 이름은 토드였다. 이것은 여러 나라 말을 아는 사람의 운명에서 보자면 악취미의 농담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디애스De'Ath라는 이름도 있으니까. 중간에 예쁘장하게 대문자를 쓰고 귀신을 쫒는 아포스트로피까지 찍어놓았지만. 아무도 속이지 못한다.

**'토드(Todd)'는 독일어에서 죽음을 뜻하는 'Tod'와 철자가 비슷하다.(20쪽)

같은 것들이다.

디애스라고 할때는 '뭐지?' 했었는데,

아포스트로피(')를 빼고 이어서 발음해보니 Death(죽음)이다.

이런 번역은 생각지도 못하던 것들이다.

 

언젠가 프랑스어로 엄마가 '메르'라는 얘기를 들은적 있다.

그런데 엄마 뿐 아니라 '바다'도 '메르'라고 해서 참 아름다운 발음이고 의미도 중의적이다 싶었었다.

 

이 책은 글쎄, 아름답다고 하지만 좀쓸쓸하고 우울함을 전하는 그런 철지난 바다 같은 소설이다.

그러고보면 삶이란 바닷가의 밀물과 썰물처럼 때론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그런 것이 아닐까.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프리쿠키 2016-12-11 22:22   좋아요 1 | URL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불사르고 쇠퇴하는 것까지도 살아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최근에 다시 읽은 <상실의 시대>에 말씀과 비슷한 문구가 있어서 적습니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
‘삶의 한복판에서 죽음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살짝 의미가 통하는 구석이 있는가요?^^;;

양철나무꾼 2016-12-12 11:44   좋아요 2 | URL
상실의 시대 속 좋은 문구를 일부러 찾아...이렇게 적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전 언제부턴가 산다는 건 죽음을 향하여 다가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좀 시니컬 한듯 하지만, 겸허해지는덴 그만입니다~^^

2016-12-11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2 11:59   좋아요 2 | URL
이 책은 ‘일곱권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라는 책과 더불어 어제가 리뷰 추첨 한권 이벤트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제가 리뷰대회라면 욕심 부리지 않았을텐데, 리뷰 추첨 이벤트라고 하여 부지런을 떨어봤습니다, ㅋ~.

전 신분 상승을 꿈꾸는 이 소설의 남주 맥스가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 아주 아름다웠을 것 같고,
그리고 그걸 정영목 님이 번역하신 덕분에 더 아름다워진 것 같아서,
나름 만족하며 읽었습니다~^^

2016-12-12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3 14:58   좋아요 2 | URL
버스 시간 맞게 타셨어요?^^

전 예전에 아는 출판사 사장님께 정영목 님에 대한 일화를 들었어요.
보통 물오를때 반짝이라는 생각에, 작업할게 들어오면 일단 받고 보자꾸나 할텐데,
그런데 이 분은 속도가 좀 늦더라도 완전 꼼꼼하게 작업을 하셔서, 이름이 났었대요.
요즘도 이 분의 작품들을 보면 다른 건 몰라도 바르고 성실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고 보니, 바르고 성실하기로 치면...님도 둘째가라하면 서러울 것 같은데, ㅋ~.
그렇게 쌓아올린 신뢰는 쉽게 무너지지 않죠~^^

cyrus 2016-12-12 18:02   좋아요 1 | URL
리뷰 이벤트에 당첨되길 바랍니다. 저도 응모할려고 했었는데, 예전에 문학동네 출판사를 잘못 오해한 댓글을 써서 알라딘 계정을 쓴 직원에게 발각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포기했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6-12-13 15:06   좋아요 2 | URL
당첨 됐으면 좋겠어요~^^
책이 상품인것 같던데, 좀 탐나더라구요~^^

그러게요, 알라딘 서재 이곳엔 그러고 보면 알게 모르게 출판 관계자들, 작가들이 많더라구요.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니,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오해는 바로 잡으면 이해가 되는 거니까요.
문학동네 측에서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을 거예요, 분명~!

어쨌거나, 님처럼 좋은 글을 쓰시는 분이,
책을 사 읽어보고 싶게끔 리뷰를 쓰는 분이,
포기하셨다는 건...문학동네 입장에서는 큰 손실일거예요.
다음 번을 기약하시자구요~^^


cyrus 2016-12-13 17:04   좋아요 1 | URL
방에 더 이상 책을 보관할 공간이 없어서 요즘은 적립금이나 상금을 주는 이벤트를 선호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6-12-13 17:29   좋아요 1 | URL
적립금도 좋지요,
상금은 받아봤는데, 제세 공과금 어쩌구 하는게 머리 뽀글거리더라구요~^^

저는 방이 아니고 집구석에 더이상 책을 보관할 곳이 없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꾸준히 사들이는 걸 보면, 병이지 싶습니다~ㅠ.ㅠ
환자로 치면 중환자고, 병으로 치면 불치병이지 싶습니다.
 
소문난 반찬가게 인기 레시피 - 핫한 동네에서 매일 불티나게 팔리는 특급 반찬 120 소문난 반찬가게 인기 레시피 1
채움반찬 외 지음 / 비타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동생은 조리사이다.

요즘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쉐프들처럼 폼 잡고 겉멋 부리는 지는 모르겠지만,

만들어 내놓는 음식만은 하나같이 내 입맛에 맞는것이, 최고로 맛있다.

그렇다고 다 커서 따로 살림을 차린 처지에 매일 남동생이 만들어준 음식만을 먹을 수는 없는 고로,

남동생이 만들어준 마법의 베이스를 이용하면 얼추 그 맛이 난다.

 

기실 나는 먹는 것에 예민한 편은 아니다.

인스턴트 식품도 잘 먹고, 바닥에 떨어진 것도 툭툭 떨어 입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배만 부르면 세상이 살만한 곳이 되는 것이 마냥 넉넉해진다.

그렇지만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것은 아니다.

편식이 심해서 먹는 것과 못 먹는 것의 경계가 명확하고, 비린내가 나면 입에 대지 않는다.

 

'핫한 동네에서 매일 불티나게 팔리는 특급반찬 120'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소문난 반찬가게 인기 레시피'란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궁금했다.

사람들의 입맛이 거기서 거기라고 하지만 그건 맛의 일반성을 얘기한 것일테고,

대부분 지역 색깔에 따라, 삶의 질이나 정도에 따라 입맛이 다르게 마련인데,

그걸 어떻게 평준화하여 '소문난 인기 반찬가게'가 되었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그렇다고 내가 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해 보는 수고를 하지는 않았다.

그림도 책을 보고 공부하고,

여행도 다른 사람이 쓴 여행기를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나답게,

이 책도 레시피를 보고  따라해본건 몇 개 안 되고,

책을 보면서 4군데 반찬가게 레시피를 비교 분석하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으려 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으리라고 착각했었다.

 

이 책에 나온 '소문난 인기 반찬가게'가는,

목동 채움반찬, 판교 소중한식사, 분당 리쿡54, 옥수동 셰프찬, 이렇게 네 곳인데,

인기반찬은 비슷하게 중복되기도 하고 자기 가게만의 주력 반찬이 있기도 하다.

목동 채움반찬의 '베이컨 달걀말이'와 판교 소중한식사의 '맛살 달걀말이'가 그러하고,

목동 채움반찬의 '닭가슴살 카레'와 분당 리쿡54의 '고구마 카레'가 그러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메인 재료와 부대 재료들을 개성에 따라 가감하여,

반찬 가게 나름의 개성을 살린 무침과 볶음과 조림, 장아찌 따위가 탄생한다.

 

책을 본 소감은,

아무래도 '핫한 동네'여서 그렇겠지만,

일반적인 재료 뿐만이 아니라, 가격이 좀 나가는 특별한 재료를 사용한 반찬들도 제법 있었고,

웰빙족이라는 요즘의 세태를 반영한 듯한 반찬들도 있었다.

한번씩은 고가의 재료들을 사용하겠지만,

매번 사용하기는 부담스러운 경우, 대체 가능한 식재료들을 소개해줬어도 좋았을 것 같다.

 

음식은 하나 같이 맛있어 보였고, 그들이 가진 솜씨를 제대로 뽐내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책의 취지처럼  '소문난 인기 반찬가게'를 광고하고 뽐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곳들의 요리비법을 전수하여 가정에서 한번씩 해볼 수 있고 그리하여 건강한 식탁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을지,

타겟이 명확하지 않다.

 

그래도 '요리초보들이 알아야 할 것들' 해서 Q&A로 정리한 것이나 소문난 반찬가게의 비법 양념장 같은 구성은 좋았다.

동생이 만들어준 마법소스처럼, 이런 비법 양념장만 있으면 어떤 요리도 두렵지가 않다.

 

반찬가게들마다 반찬을 맛있게 먹는 비법이라고 하여 반찬의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을 공개하였는데, 그것도 좋았다.

목동 채움반찬은 나물을 약간 짭조름하게 간 하는 것을,

분당 리쿡54는 당일에 만들어 최대한 당일에 먹는 것을,

판교 소중한식사는 알맞은 냉장고 칸에 보관하기를,

옥수동 셰프찬은 만든 반찬을 빠르게 식혀 보관하는 것을 얘기한다.

 

책이라는 제약이 있어서 그렇겠지만  레시피는 과감하게 생략된 곳도 많았다.

그러려니 한 것도 있고 이해가 안된 것도 있는데,

161쪽의 '매콤닭볶음탕' 같은 것은 레시피 대로 했다가는 속은 안 익고 겉은 냄비바닥에 눌러붙을 것 같았다.

난 나물무치는 것을 좀 두려워하는 편인데,

'일년 내내 즐겨 먹는 건취나물'같이,

'취나물처럼 향이 좋은 건나물은 미리 불리지 않고 바로 삶아요' 같은 팁은 참 좋았다.

 

책 뒷표지에 보면 이 책의 포인트4가지가 나온다.

핫한 동네, 핫한 반찬 가게의 베스트 반찬 수록,

엄마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반찬 레시피 120품 대공개,

365일 밥상에 올려도 질리지 않는 필수 반찬 레시피,

요리초보자가 부엌에서 펼쳐보는 활용 만점 기본 반찬 책, 이 그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요리초보자가 부엌에서 펼쳐보는' 책이 되기 위해서는 좀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요즘 요리 초보인 주부들도 많지만,

인터넷이 발달하여 클릭 몇번만 하는 수고를 하면 자상한 요리법과 요리팁을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 사람이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먹는 것을 그 사람의 본성 내지는 인성이랑 결부시킨 말 같지만,

의미를 축소시켜 '앵겔지수'와 연관시켜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걸 알라딘 서재 이 동네에 맞게 바꿔보면,

'그 사람이 읽는 책이 곧 그 사람이다'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6-12-09 13:08   좋아요 0 | URL
헙.저도 비린내나는 잘 못먹습니다..ㄷㄷㄷ식성이 비슷할 듯한 느낌이....

양철나무꾼 2016-12-11 21:45   좋아요 0 | URL
전 식성은 완전 초딩 입맛이랍니다.
저랑 같으시려면 과자랑 사탕도 달고 사셔야 하는데...괜찮으실시?
넘 무리수 아닐까요? ㅋㅋㅋ~.

피오나 2016-12-09 13:25   좋아요 0 | URL
와.동생분이 조리사라니..그저 부럽습니다요ㅋ 제가 요리를 먹는 것도, 하는 것도 관심이 많거든요^^

양철나무꾼 2016-12-11 21:49   좋아요 0 | URL
남편이 조리사인것 만큼 좋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보통 요리하는 사람들은 집에서 잘 안 한다는데,
남동생은 요라하는 것 자체를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요리를 두려워하지 않으시고 많이 드셔보신다면 요리를 잘 할 수 있게 되지 않으실까요?^^

hnine 2016-12-09 15:34   좋아요 0 | URL
레시피가 5번이 끝인가요? 예, 제가 생각해도 저대로 하면 탈것 같은데요.
저도 오늘의 숙제처럼 오늘은 무슨 반찬을 해야하나 결정해야하는 매일 하며 살고 있는데 요리책 따라하며 도움을 많이 받긴 하지만 따라하는 동안은 실력이 늘지 않더라고요. 실패 각오를 하고 자기 손맛과 입맛으로 간을 봐가며 해야 내 실력이 되는 것 같아요.
남동생분이 조리사셨구나~~ 저희 집도 남동생은 저랑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양철나무꾼님도 그러신가봐요 ^^

양철나무꾼 2016-12-11 21:55   좋아요 0 | URL
네, 5번이 끝이랍니다.
그러니까 직접 해본 저희같은 아줌들은 저 레시피가 무엇이 문제인지 금방 보이는거죠~^^

남동생은 군대가기전엔, 작곡을 전공했었어요.
늦게 군대를 다녀와서 조리쪽으로 방향선회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론 제가 이무렵 첼로의 꿈을 남동생 땜에 접어서, 남동생이 계속 음악을 해줬으면 바램이 있었지만,
사람의 삶이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닌가 봅니다.
그래서 더 아슬아슬하지만 매력적인 것 같아요.

북프리쿠키 2016-12-09 20:11   좋아요 0 | URL
제목에 공감을 표합니다.
내 입에 무엇을 집어넣는가는
순전히 나만의 선택이고,
집어넣는 재료에 따라 우리체형과 얼굴생김새가 달라진다는 데 동의해요.

마지막 문장에도 깊은 공감 얻고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1 21:58   좋아요 1 | URL
저 제목은 두루두루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전 좀 단,무,지 과여서...그냥 보이는 대로, ㅋ~.

쿠키 님의 공감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2016-12-09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1 22:01   좋아요 1 | URL
그런데 절대 음감이 있듯, 절대 미각이라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아들이 절대 미각인 것 같은데,
덕분인지 때문인지...제 삶은 극도로 피곤해졌습니다~--;

푸른희망 2016-12-09 21:40   좋아요 0 | URL
저도 요리책 보는거 참좋아합니다
따라 만드는거 말고 보기만하는거~^^

양철나무꾼 2016-12-11 22:05   좋아요 1 | URL
요리에도 유행 주기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요리 책을 주기적으로 사들이는데,
저도 요리에 에고가 있다보니,
물론 요리책을 보고 그대로 다 따라하지는 않습니다여~--;

보는 것만으로도 요리 실력도 같이 쑥쑥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님도 저도요~^^
 
1일 1스케치 - 당신의 25일을 함께 할 가볍고 즐거운 드로잉 노트
박진우 지음 / 책밥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눈이 아프니 컴퓨터나 폰 화면을 오래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책을 쳐다보면 눈이 더 쉽게 피로해진다.

새로운 취미를 찾아보려고 이것 저것 건드리고 다니다보니,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의 저자 박진우가 'KBS TV동화 행복한 세상' 따위에 그림을 그렸다고 해서 솔깃 했다.

지금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시간이 날때마다 캐리커쳐작가로 대중과 소통하고 지낸다고 하여 집어들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림체가 간결하고 사실적이다.

단정하고 정직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 같다.

책의 처음 '들어가는 말'에서 아버지가 그림을 아주 잘 그리셨는데 아버지의 그림들을 보고 반했던 모양이라면서,.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이 '반함'이라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내가 이책에 반하게 된 것은, 그의 그림들이 아니었다.

가벼운 작품들이 몇 개 나오지만 워낙 단정하고 사실적이어서 매력을 느낄 수는 없었다.

(하지만, 'KBS TV동화 행복한 세상'의 그림은 참 좋아했어서 지켜보기로 하였다.)

 

저자 박진우는,

그림을 잘 그리려면 꾸준하고도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그림을 보아야하고, 모사해 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데에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색이나 터치의 감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형태를 바로 그려내는 것이 먼저입니다.

스케치의 능력은 사물을 바로 보고 바로 그려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고 하고 있는데, 그게 좋았다.

'당신의 25일을 함께할 가볍고 즐거운 드로잉 노트'라는 소제목은 주위를 환기시킬 작정으로 뽑았지 싶다.

이 책은 독특한 테크닉이나, 단시간에 빨리 그림 그리는 방법의 목적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처음 그림을 그릴 때 알고 가야하는 것들을 생각하면서 접근성과 기본기에 초점을 맞추려고 애썼다고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일까?

다른 책을 볼때 앞부분에 나왔던 것들을 길게 늘려 한권으로 만들어 낸 것 같다.

다른 책에 안 나오는 특별 내용이 있는게 아니라,

스케치하는 법에 관한 어느 책을 펼쳐도 다 나와있는 내용들을 한번 더 꼬집어 설명하는 느낌이다.

 

또 한가지, 저자가 기본기에 충실한 단정한 그림을 그린다는 건 알겠는데,

이 책만을 봐서는 이 책에 나오는 기본 도구들을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지우개만 하더라도

'보통은 잘못 그려진 부분을 지우는 데 사용하지만 그림처럼 사선으로 잘라 사용하기도 하는데, 뾰족한 부분은 하얗게 묘사할 때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하얀 연필이라고도 합니다.'

라고 하고는 있는데,

그림은 사선으로 잘랐다는 느낌이 좀처럼 들지않는 두개의 정육면체의 나열 같다.

찰필에 대한 설명도 마찬가지이다.

 

지우개와 찰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자세한 예를 사진이나 그림으로라도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역쉬나~,

기본은 명확히 하려고 좌우대칭을 이용한 형태잡기 따위를 언급하고 있으며,

정확한 형태 잡기를 위해서 먹지나 라이트박스를 이용하는 법을 얘기한다.

하지만 이 방법을 권장하진 않는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눈으로 관찰해서 그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야 감각이 발전하니까 말이다.

 

실측법 꼭지를 보게 되면, 격자를 이용하는 방법이 그나마 자세히 나오는데,

이걸보고 있자니 그림을 그리는게 아니라, 수학을 하는것 같아서 머리가 갑자기 뽀글거려왔지만, 뭐~(,.)

 

난 글의 문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체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저자가 얘기하는 것은, 그림체를 얘기하기 바로 전 단계까지 이고,

난 이러니 저러니 해도 글도 그렇지만 그림체도 왜곡되더라도 따뜻한게 좋다.

 

여기서 대기원근법과 선 원근법에 대해서도 슬쩍 언급되는데,

저자는 '세계미술용어사전'을 다시 한번 인용한다.

"색체가 흐려지거나 상실되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거리에 비례한다.

 그러나 이는 동일한 고도에서 색채를 보는 경우에 한한다.

 고도가 다를 경우 이러한 규칙은 적용되지 않는데,

이는 공기의 밀도가 다르면 공기가 색채를 흡수하는 정도도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미술용어사전》, 월간미술, 1999

 

열두개의 모서리의 길이가 같은 정육면체를 그릴때, 위에서 아래로 내려긋는 세로선의 경우,

중심쪽으로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건 사람의 착시 때문이기도 하지만,

난 이걸 마음이 느끼는 거리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마음에서 느끼는게 눈에 반영되어 손으로 그려낸 것이니까 말이다.

 

이 책에선 격자를 사용하는 방법에서 한술 더 떠서, 실측법에 관한 내용들이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격자나 실측법의 테크닉을 구사하기보다는,

과장이나 변형이 심하더라도-다시말해, 왜곡되더라도 마음의 거리감에 정직한 그림이 좋다.

1일 1닭이나 1인 1피자 따위는 가능한데, 1일1스케치라고 하니 갈길이 요원한 느낌이지만,

심심해서 라는 구실을 대며 짧은 시간에 날림으로 그려보았다.

매일매일 꾸준히 습작을 할 것이고, 매일매일은 아니라도 가끔 한번씩 습작을 올려보겠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6-11-30 15:59   좋아요 2 | URL
스케치 한 장 그리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립니까? 나무꾼님이 1일 1스케치를 한다면, 저는 1일 1글쓰기를 실천하겠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6-11-30 16:06   좋아요 3 | URL
푸하핫~^^
저는 글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쭈욱 연결해서 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한 줄 쓰다가 환자가 오면 환자들이랑 놀고 하는지라~.
글쓰기의 경우 반나절 정도 걸리는 것 같고,
그림의 경우, 2~30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제가 글을 향하여서는 교정이나 수정을 잘 안 하는데,
그림은 계속 손을 덧대더라구요.
나중엔 꼬맹이 환자 색연필까지 빼앗듯 빌리게도 되고...ㅋ~.

암튼, 우리 cheer up하자구요~^^

[그장소] 2016-11-30 16:06   좋아요 1 | URL
좋은데요? 그림~ !! 자연스럽고 왜곡된것 같지않고 , 그림자체가가...(실물은 사진느낌과 다르니 , 주관적 그림으로!)

양철나무꾼 2016-11-30 16:0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제가 원하는게 자연스러운 건데, 저 그림은 왜곡이 심합니다여~ㅠ.ㅠ

언제 [그장소]님 카.톡. 프로필 사진도 함 도전해 보겠습니다~, 불끈~!
(저 님 바람에 웃음이 날리는듯한 카톡 사진 완전 애정합니다여~^^)

[그장소] 2016-11-30 17:49   좋아요 2 | URL
어헉~ 제 프필 사진 ㅡ 저도 기억 못하고 잊고있는데.. 크흐흐~^^;

분위가 잘 묻어나 제겐 좋아보여요!^^
그 , 제 프필 기대할게요! ( 두근두근~!!)

2016-11-30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1-30 16:48   좋아요 2 | URL
자화상이라고는 하지만, 사진 자체가 위에서 내려찍어 완전 왜곡되었습니다, ㅋㅋㅋ.
오히려 프로필 사진이 사진에서 칼라를 뺀 흑백 제 얼굴입니다여.
전 얼굴은 크고 넙데데하고 눈은 작은 그런 상인데,
저 그림은 아무래도 희망사항에 가깝지 싶습니다~^^

yureka01 2016-11-30 16:22   좋아요 2 | URL
역시 그림은 손이라는 의도적 제어력이 필요하더군요..내손이 내마음대로 안움직이느냐..움직이느냐..그차이 아닐까요..

양철나무꾼 2016-11-30 16:45   좋아요 2 | URL
어쩜 같은 사안을 두고도 이리 멋진 댓글을...ㅋ~.

그림은 손의 제어력이 필요하다지만, 건축을 전공하신 님껜 식은죽 먹기일 것 같구요.
사진은 바지런함과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것 같아서...제겐 요원할 것 같습니다~(,.)

책읽는나무 2016-11-30 20:13   좋아요 2 | URL
음~~~~그림감상 잘하고 갑니다^^
손으로 뭔가를 꼼지락 거리는걸 좋아하시는걸 알았지만 그림에까지 손대실줄이야~^^
저도 지금 그림 배우기 시작한지 넉 달째인데요 1일 1스케치는 힘들던데요ㅜㅜ
그냥 전 일주일에 두 번 그리는걸로 만족중이어요
인물은 너무 어려워보여 손도 못대고 있는데 나무꾼님은 쓱쓱 잘 그리십니다
1일 1스케치 하신다면 아주 그냥 실력이 금방 늘겠어요

그리고 글 내용중에 꾸준하고 많은 연습 그리고 형태를 바로 그려내는 것이 먼저라는 기초 지식이란말에 저도 잘 배우고 갑니다
맞는 말 같아요^^
그리고 지우개의 사용 용도가 지우는 것 보다도 보이지 않는 선을 지우개로 지워서 선을 만드는 것을 눈으로 지켜 보면서 감탄했었던적이 있었어요
지우개가 참 신기하더라구요
근데 저도 찰필이 뭔지는 잘 모르겠군요?

양철나무꾼 2016-11-30 20:25   좋아요 4 | URL
전에 y님 서재에 오른 그림보고 멋지다고 생각했었어요.
전 사실 님처럼 집중하여 그림을 배워본적은 없구요, 그냥 잼나보여 책보고 그린 독학에 가깝습니다.
찰필이 뭐냐하면 종이를 뭉쳐서 연필처럼 만든건데 선을 둥글리거나 부드럽게 유용하답니다.
지우개로 지우는것도 그렇지만 화이트로 하이라이트 만드는 것도 전 재밌었어요~^^

AgalmA 2016-12-02 00:27   좋아요 1 | URL
미술학원에서 석고 데생 연습할 때 지우개로 하이라이트 만드는 걸 자주 하죠^^ 콧등, 광대, 머리 반사빛 같은 거~

양철나무꾼 2016-12-02 11:38   좋아요 1 | URL
전 agalma님 그림 몇번 봐서 미술학원을 다니셨겠구나 했지만,
심증은 심증이고 말이죠~.
그림에, 사진에, 글에, 음악에...방대할뿐만 아니라 깊이도 갖고 계시니,
도대체 못 하시는게 뭐랍니까?
ㅋㅋㅋ,
잔뜩 주눅들어 그만할까 싶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즐거움을 위해 하는 것이니 꾸준히 쭈욱 해볼랍니다~ㅅ!

AgalmA 2016-12-02 00:25   좋아요 3 | URL
하루에 한 그림 프로젝트는 에드워드 B. 고든도 유명하죠. 베를린 풍경을 그린 <베를린을 그리다> 책도 냈고^^ 작품 퀄리티가 ㅎㄷㄷ합니다. 겨울 풍경이 저는 특히 인상적이더라는~ 안 보셨음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 보세요^^

양철나무꾼 2016-12-02 11:44   좋아요 1 | URL
저 이 책 구입했었는데...책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다보니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책 정보란에 들어가서 보니,
그림이 제 취향은 아니지만, 채색까지 해서 너무 잘 그렸지 뭡니까.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은게 아니라,
제 앞에 던져진 책들이 너무 많은데 눈이 협조를 안 할 따름입니다~ㅠ.ㅠ

암튼 님이 말씀하신 겨울 풍경은 기억하고 있다가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악마 기자 정의 사제 - 함세웅 주진우의 '속 시원한 현대사'
함세웅.주진우 지음 / 시사IN북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는데 계집녀에 'ㄴ'이 붙은 욕을 섞는지라, 욕을 하지말라고 하였다.

그네 땜에 흥분하면 지는거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친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갈무리하여 보내줬다.

(관련기사 링크==>)

 

친구가 갈무리한 부분은,

◇ 김현정> ㆍㆍㆍㆍㆍㆍ힘들고 아프면 치유를 받아야 되는데 그렇다고 온 국민이 정신과 가서 지금 개인 상담 받을 수도 없고 어떻게 참고 견뎌야 되는 겁니까? 어떻게 해야 되는 겁니까?

◆ 곽금주> 일단은 장기화되지 않도록 해야 되고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수사가 빨리 되고 빨리 투명하게 밝혀지고 사람들은 이게 분명하지 않으면 자기 상상을 자꾸 하게 되거든요.
ㆍㆍㆍㆍㆍㆍ

◆ 곽금주> 이러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쓰러지는 사람들이 있고요. 이러한 일이 있을 때 도리어 더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성장해보는 우리 개개인이 되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 김현정> 순실증, 이거 긍정적인 분노로 한번 전환시켜보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여기까지 였는데,

난 곽금주가 싫다면서,

이건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도 했다.

치열하지 않으면 말하기는 쉽다...고도 했다.

 

함세웅과 주진우의 <악마기자 정의사제>를 읽고 있는 중이었다.

'~해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아'처럼 경험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싶었지만,

그냥 '깨갱~ㅠ.ㅠ'하고 말을 말기로 하였다.

 

이 책은 그간의 몇번의 '현대사 콘서트'를 책으로 엮은 것인가 본데,

책으로 읽으니 현장감이 덜한 아쉬움은 있지만,

나처럼 국사,세계사가 구멍인 사람도 쉽네 이해되는 장점도 있다.

머리말은 주진우 기자가 썼고, 맺음말은 함세웅 신부님이 쓰셨는데,

이 둘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 한권이 책이 되었고,

'누가 우리 시대 지도자인가'하는 부분에서 나의 갈증도 해소되었다.

 

주진우가 쓴 머리말을 일부만 옮겨보자.

신부님을 알아갈수록 경외감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신부님을 찾아온 분이 터무니없는 말을 늘어놓고 계셨습니다. 한참을 듣다가 말이 안 된다며 제가 말을 끊었습니다. 그러자 신부님은 저를 나무라면서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습니다. 대화가 끝나고 신부님은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저 분이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나한테까지 왔다. 신부가 말은 들어줘야 할 것 아니냐." 집에 돌아오는 길에 부끄러웠습니다. 신부님의 삶과 말 그리고 고뇌와 결단은 항상 저를 되돌아보고 깨우치게 했습니다.

"신부님은 우리 곁에 오신 성인聖人이시구나!" 가끔 욕을 하실 때만 빼고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7쪽)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나의 '해우소'라고 할 정도로 내 하소연을 다 받아주니까,

친구가 욕을 할때만 빼고는 성인聖人으로 모셔야 하려나 보다~(,.)

 

암튼 곽금주가 하는 얘기에는 반발을 했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이 책을 한권한권을 멘붕에 빠진 사람들에게 치료서 내지는 지침서 쯤으로 권하고 싶어졌다.

 

ㆍㆍㆍㆍㆍㆍ제가 가톨릭 사제다 보니 기도 얘길 많이 합니다만, 기도는 곧 신념입니다. 기도라는 것 자체가 자기 신념의 확인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신념을 가지면 안 되는 게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원 가꾸는 분들도 말씀하시잖아요. 사랑을 준 꽃이 더 잘 핀다고요. 이 세상도 아름다워지게끔 우리가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ㆍㆍㆍㆍㆍㆍ

텔레비전에 박근혜가 나와도 그냥 이렇게 지켜봅니다. "음, 오늘은 옷을 저렇게 바꿔 입었구나."하면서요.(박장대소). 그것 때문에 흥분하면 내 건강만 나빠지잖아요. 그러니까 가만히 관찰하는 거예요. 대신 일기를 쓰세요. 이를테면 박근혜가 무리한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싶으면 집에 가서 일기를 쓰는 겁니다. '야, 참 이 사람이 이렇게 무리한 일을 하고 있다. 바보 같은 일을 하고 있다'라고요. 이게 나중에 역사가 됩니다.(56쪽)

 

함세웅은 이런 성인聖人이지만,

주진우가,

"신부님은 거짓말 안 하시죠? 저는 신부님을 믿습니다. 그래서 하나 묻겠습니다. 정말로 텔레비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나오면 욕 안 하시나요?"

라고 묻자,

"아니, 저를 믿지 마시고 하느님을 믿으셔야죠.(청중 폭소). 저도요, 개인적으로는 욕 좀 해요. 그렇지만 뭐ㆍㆍㆍㆍㆍㆍ."라고 대답하고,

그런 함세웅을 향하여, 주진우는,

"그냥 문학적인 표현이다, 이 말씀이죠?(웃음)"

라고 하며 퉁친다.

 

이쯤 되면 하느님도 아니고 성인聖人도 아닌 내 친구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슬슬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앉아,

나를 일기장 삼아 맘 놓고 욕이라도 하라고 톡을 보내봐야겠다.

참으면 병 된다는데,

직업도 직업인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친구의 병을 키우면 좀 그렇지 않겠나 말이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6-11-10 16:58   좋아요 1 | URL
저도 욕 너무 자주합니다.
노가다 판에 있으니....ㄷㄷㄷㄷ

양철나무꾼 2016-11-14 14:18   좋아요 0 | URL
전에 전 ‘디비져 자라‘고 했더니,
‘자빠져 자라‘고 화답한 친구랑, 엄청 싸웠었습니다.

욕이고 뭐고 간에 모호한 것보다는 확실한게 좋습니다, 그래서.

화끈하고 질펀하게 욕 한번 하고 싶은데...
형상화되지도 않을 뿐더러 입에서 나오지도 않는다는~ㅠ.ㅠ

지금행복하자 2016-11-10 17:02   좋아요 0 | URL
욕의 카타르시스도 있어요 ㅋㅋㅋ

양철나무꾼 2016-11-14 14:1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모든 배설에는 카타르시스가 따른다는~.
책임도 따라야 겠지만요~!

cyrus 2016-11-10 17:34   좋아요 0 | URL
박ㄹ혜에게 욕 한 번 안해본 사람은 참을성이 아주 많은 성격이거나 박사모 골수 회원일 겁니다.

양철나무꾼 2016-11-14 14:21   좋아요 0 | URL
욕도 애정의 다른 표현이랍니다.
욕 하는게 아까워요.
아예 관심 따위가 없다는~ㅠ.ㅠ

낭만인생 2016-11-10 17:50   좋아요 0 | URL
욕은 하는 사람은 좋지만.. 듣기가 어려워서리... 하여튼 요즘 욕 안하면 바보이거나 새++골통들 아닐까 싶네요.

양철나무꾼 2016-11-14 14:27   좋아요 1 | URL
전에 어떤 자료의 이면지로 ‘욕 사전‘의 일부를 봤는데,
적절한 우리 말 욕들을 어원을 따지고 보면 과학적인게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들더라구요, ㅋ~.
(‘아름답기 씩이나~‘ 하고 속으로 뭐라실지 모르겠지만~(,.))

하긴 맨 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든 요즘, 대숲을 향하여 욕이나 질펀하게 하고 묻어버리고 싶은 나날들입니다.


나와같다면 2016-11-10 18:56   좋아요 3 | URL
서로 감정적으로 지지해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힘든 시기를 지내는데 힘이 되더라구요..

양철나무꾼 2016-11-14 14:31   좋아요 1 | URL
전 남편이 좀 부추기는 경향이 있어요.
집회나 시국 선언 참석 안하면, 매국노 정도로 취급해서리...--;

좀 더 나이 들면 대열에서 낙오되거나 힘들어 탈진 하는 등 몸이 못 따라줘서,
집회에 참여하지도 못할테니,
힘들어도 따라다닐 수 있을 때 따라 다녀야겠어요.

2016-11-10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1-14 14:32   좋아요 2 | URL
아핫~^^, 프로포즈 받는 기분이예요.
주무시기 전 생각나서 드렀다 하시니~^^

날이 쫌 꾸물거리는데,
그래도 님 덕분에 맘만은 환해집니다.
남은 오후 시간 우리 힘내자구요~^^

단발머리 2016-11-11 11:34   좋아요 1 | URL
읽고 싶어서 대출예약해두고 기다리고 있어요. 욕이 자꾸 나올려고 해서 괴로운 요즘입니다. 그래도 양철나무꾼님은 욕 안 하실것 같아요~~~~ㅎㅎㅎ

양철나무꾼 2016-11-14 14:37   좋아요 1 | URL
전 욕은 못 하는데 거친 표현들을 욕인줄 모르고 사용하긴 한답니다.
예를 들면 ‘디비져 자다‘ 같은 표현이요~^^
지금 대딩인 우리 아들, 예전 한글날마다 고운말을 써서 상을 받았는데,
욕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라더라구요.

이제 와 생각하면 욕은 말이죠,
문장에 스타카토 같은 것이니까 활력있는 삶을 위해선 필요하다 하는 주의입니다~^^

AgalmA 2016-11-16 01:08   좋아요 2 | URL
읽으신다더니^^
양철나무꾼님의 의도를 폄훼하려는 건 아니고요. 저는 한국의 ˝해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아˝라는 경험 우선주의가 낳은 연장자 중심 위계 질서의 폐해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세월호 때도 그런 지적 많이 나왔죠. 어른들이, 전문가들(선원)들이 더 잘 아니까 믿고 따랐던 아이들의 죽음...
안정을 추구하는 인간 심리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한국에서 해보지 않고 처음 시도해보는 많은 아이디어들과 실천들이 넘쳐 났으면 합니다

양철나무꾼 2016-11-16 09:23   좋아요 1 | URL
님의 말씀을 폄하한 것이라 듣지는 않습니다.
제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곽금주 님의,
˝이러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쓰러지는 사람들이 있고요. 이러한 일이 있을 때 도리어 더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성장해보는 우리 개개인이 되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라는 부분과 관련,
이게 성장의 원동력이 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였습니다.
오히려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는데,
얼마나 피폐해지나 직접 경험해 보라고 들이대는건, 너무 야박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였습니다.

저와 님, 결국 같은 얘기를 하고 있었던 건데 말이죠.
다른 어법을 구사한 것이든지,
님이 저와 다른 해석 법을 가지고 있었을 뿐인거죠.



감은빛 2016-11-17 15:41   좋아요 2 | URL
저도 한 욕하는 사람입니다만,
제가 만난 신부님들은 다들 욕 잘 하시던데요.
대표적으로 문정현 신부님은 정말 찰지게 잘 하시더라구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창비시선 404
이정록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집 속의 시들을 읽고 있자니 세상 일로 착잡하고 어두워 있던 마음이 오랜만에 활짝 갠다. 마치 첫 햇살에 말리려고 대문 옆 담장 위에 올려놓은 어린 신발들을 보는 것도 같고 또 "어둔 저승길 미리 넘어보"려고 "달빛에 엎어놓"은 할머니의 신발들(「젖은 신발」)을 보는 것도 같다. 잘난 체하지 않는 점도 너무 좋다. 오래 헤어져 있던 친구나 형제가 옆에서 소곤소곤 들려주는 그동안 살아온 얘기를 듣는 것도 같다. 시인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라고 말하지만, 이 시집 속의 시들이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다. 슬프고 아름답고, 맑고 깨끗한 시들이다.

책 뒷표지를 보면 신경림 시인이 이런 글을 남겼는데, 시집을 채 읽기전엔 그렇고 그런 헌사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시 한편한편에 무한위로가 되어, 숨통이 트이는 경험을 한다.

 

기실 요즘의 나는 '멘탈 붕괴' 멘.붕.이었다.

정작 정치를 한다는 넘들이 국민은 아웃 오브 안중이고 자기네들 밥그릇 싸움에 연연하는게 눈꼴시어,

맨날 찡그리고 눈 흘기고 살았었다.

그러다가 이 시집을 읽게 됐는데 '웬걸~!'

시집 속 시들이 무한위로가 되는 것은 물론, 세상에 맘 붙이고 살 수 있도록 붙들어 준다고나 할까.

해설을 한 '김상천'은 그의 시들 속에 '사회시'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결손을 얘기했지만,

그의 시들이 그러한게 아니라,

시를 읽는 사람의 마음에, 시를 읽는 사람의 관점에 관한 문제라고 하고 싶은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그동안 그의 동화나 동시, 산문들이 별로였던 것은 아니지만,

난 이런 시집을 기다려왔던 것 같다.

세상 일로 착잡하고 어두워 있던 마음이 오랜만에 활짝 개이는 그런 풍류같고 유머같은 시들을 기다려 왔던 것 같다.

요번 시집은 '제1부 가슴우리, 제2부 내가 좋다, 제3부 시의 쓸모, 제4부 우주의 놀이'로 나뉘었는데,

이런 경계나 나눔 따위가 무색할 정도로 모든 시들이 다 좋았다.

그의 시들은 일상에서 건져올린 것들인데,

그렇게 일상이 적절한 비유를 만나면 유머가 되나 보다.

 

개인적으로 '표제시'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도 좋지만,

'해 지는 쪽으로'가 더 좋았다.

 

해 지는 쪽으로

 

햇살동냥 하지 말라고

밭둑을 따라 한줄만 심었지.

그런데도 해 지는 쪽으로

고갤 수그리는 해바라기가 있다네.

 

나는 꼭,

그 녀석을 종자로 삼는다네.

 

벗 그림자로

마음의 골짜기를 문지르는 까만 눈동자,

속눈썹이 젖어 있네.

 

머리통 여물 때면 어김없아

또다시 고개 돌려 발끝 내려다보는 놈이 생겨나지.

그늘 막대가 가리키는 쪽을

나도 매일 바라본다네.

 

해마다 나는

석양으로 눈길 다진 그 녀석을

종자로 삼는다네.

 

돌아보는 놈이 되자고.

굽어보는 종자가 되자고.

 

그의 시는 종종 문장 끝나는 곳에 온점(.)이 마침표로 박혀있다.

'시에 무슨 마침표?' 하다가도 그것이 다짐이나 결기로 읽혀,

나도 마음을 다잡게 된다.

 

해를 좇는 것은 식물들의 속성이지 동냥을 구하는 것은 아닐진대,

해 지는 쪽으로 고개를 수그린다는 것으로 미루어,

키가 크지도 않고 키 큰 녀석들의 해 그림자에 갖힌 연약한 녀석이었나 보다.

그 연약한 녀석을 소외시키지 않고,

마음 한번 더 주고,

눈길 한번 더 준다고 하니,

그 마음을 알겠다.

나도 그 마음을 닮아 돌아보는 놈이 되고, 굽어보는 종자가 되어야지.

오래 오래 여물려 종자가 되어야지.

 

늘 그렇듯 그의 시들은 내게 이중적이어서,

무한위로가 되고 숨통이 트이기도 하지만,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백두'라는 시에선 모처럼 어머니의 등장이 반갑다.

 

'사람의 영혼도 머리나 심장에 있는게 아니다 / 허벅지에 있다 위엄있게 죽는 게 소원이지만'이라고 노래하는 '영혼의 거처'같은 경우는 비유가 유머를 만난것도 아닌데 깊어서 서럽다.

 

'고정과 회전' 같은 경우는 온 지구를 아우르는 듯, 아니 온 우주를 아우르는 듯 심오하다.

 

고정과 회전

 

  들어올 때는 국밥집하고 순댓국집이 같은 식당인 줄 몰

랐지? 자네 내외처럼 식당 앞에서 옥신각신하다가 다른

문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많어. 이 문으로는 소머리국밥 먹

겠다고 씩씩거리며 들어오고 저쪽 문으로는 순대가 땡긴

다고 돼지 꼬랑지처럼 꼬부라져서 들어오지. 처음엔 병천

순대집이었지. 국밥집에 세를 줬는데 파리만 날리다가 나

가버렸어. 머리 잘 돌아가는 내가 벽을 터버렸지. 지 먹을

것 따라서 따로 들어왔다가 멋쩍게 한 탁자에 앉는 사람들

많어.

 

  그만 좀 웃어. 에어컨 한대 갖고 당최 시원해야지. 쓰레

기장에서 벽걸이 선풍기를 주워왔는데 회전이 안되는 거

여. 며칠 뒤 한대를 또 주워왔는데 요번엔 고정이 안돼. 그

래 메뉴판 옆에 나란히 걸어놓고 명찰을 붙여줬지. 왼쪽

놈은 "회전이 안돼요." 오른쪽 것은 "고정이 안돼요." 생각

해봐. 인생도 회전과 고정, 아니겄어. 또 잔머리만 굴리다

가 순대 속같이 잡스러워지는 거 아니겄어. 저 선풍기 때

문에 손님이 늘었어. 하나만 걸려 있으면 고장난 선풍기지

만, 둘이 붙어 있으니께 친구 같고 부부 같잖어. 동서니 남

북이니 하는 것도 서로 끄덕끄덕,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

을 한통속으로 섞으면서 살아야지. 우리 부부도 녀석들 때

문에 별명이 생겼어. 내가 회전댁이고 우리 집 양반이 정

지아저씨여. 아저씨가 오토바이광(狂)이거든. 그저 돌진이

여. 나야 얼굴 예쁘고 몸매 좋아서 쟁반 이고 나가면 사내

들 눈알이 팽팽 돌아가지. 귀가 밝아서 눈알 돌아가는 소

리까지 다 들려.

 

  선풍기 밑에 나란히 서봐. 기념사진 하나 박아줄게. 고

장난 선풍기도 저렇게 짝이 있는 거여. 둘이 끄덕끄덕 잘

살어. 메뉴 하나 양보 못하고 다른 문짝으로 들락거리지

말고. 고정과 회전이 연애고, 정치 경제고, 세상 모든 책이

여. 근데 안식구가 쎅시하게 생긴 게 고정이 잘 안되겄네.

국밥 좀 많이 잡숴야겄어. 나갈 때 갈비하고 등뼈 좀 끊어

가. 정지버튼이 안 먹히는 바가 있어야 사내답지. 그만 좀

웃으라니께.

 

심오함도 극에 이르면 유머러스해 지거나 단순해 지는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그는 시 '실소'에서 '웃기는 시를 쓰고 싶었다.'며,

'감동이 아니라면 재미라도 있어야지,'라고 하고 있지만,

시라던가 삶이라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사회적 현실을 직접 내지르지 않는 법이고 내지를 필요도 없는 법이다.

그냥 내지르기만 하는건 '배설'이라고 불러야지, '카타르시스'라는 시적 용어로는 무색하니 말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이라고 쓰고 '따뜻하고 웃음을 머금게 하여 위로가 되는' 것으로 읽는다.

그리고 목록 제일 위에 이 시집 속 시 한편을 올려 놓는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11-09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1-10 16:08   좋아요 2 | URL
오늘도 추워요.
그리고 지금 비가 좀 내리구요.
덕분에 전 지금 좀 한가한데,
쌀쌀한것 같기도 하고 쓸쓸한 것 같기도 한, 그런 오후입니다.

괜히 센치해지려 하네,
마음을 추스르고,,,
우리 힘내자구요~, 불끈~!

yureka01 2016-11-09 17:10   좋아요 2 | URL
돌아보는 놈이 되자고.

굽어보는 종자가 되자고.

캬~~~그러게 말입니다..ㅎㅎㅎㅎ

양철나무꾼 2016-11-10 16:15   좋아요 1 | URL
이 구절의 대구도 좋죠?^^

캬~~하는데, 목넘김이 좋은 술 한잔 생각이 간절해 지는 것이,
오늘은 ‘비오는 날 술마시는‘ 雨酒클럽을 소집해 보아야겠습니다여~^^

나와같다면 2016-11-10 00:49   좋아요 1 | URL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거..` 사랑할때 경험해 봤어요..

양철나무꾼 2016-11-10 16:19   좋아요 1 | URL
사랑할때 경험해 봤다는 님의 댓글은 왠지 슬픈걸요.

현재진행형으로 바꾸면 안될까 싶기도 하고,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그대‘도 생각나는 것이,
제가 노인네 티를 팍팍 내면서 한 말씀 드리자면,
한살이라고 덜 먹었을때 누리고 즐기세요~^^

2016-11-10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6-11-14 14:54   좋아요 0 | URL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양철나무꾼님 좋은 하루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11-16 09:57   좋아요 0 | URL
이 댓글을 지금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하루를 경쾌하게 시작하게 되네요.
알파벳 님도 좀 쌀쌀하지만 따뜻하고 포근한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