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내 주변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일주일 간격으로 두 명의 직장 동료를 떠나보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사람들을 맞아들였다.

변화를 잘 받아들이질 못하고 길들여짐에 익숙한 성격인지라,
낯선 곳 길을 잘 찾지 못하여 길치라고 놀림을 받고,
낯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여 감정을 수습하지 못하고 흘리고 다니는 찌질이 취급을 받곤 한다.

요번에도...주변은 정리가 되어 자리를 잡아가는데, 내 마음은 감정정리가 아직이다.
떠나보내는 사람들을 향하여는 이미 준 정이 정리가 안돼 그들이 떠나면서 거둬가버린 마음에 대해 섭섭해 하면서도,
새로운 사람들에게 주어야 할 마음에는 빗장을 채운다.

사람들은 '회자정리,거자필반'을 들먹여가며,
직장생활에서사람을 떠나보내고 새로 맞이하는 것은 다반사라며...
직장에서의 이별이 인간관계의 끝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동안 짧지않은 내 직장생활을 돌이켜보자면,
여자들끼리의 인간관계라는 것은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하면서...
사회적 관계보다는 혈연적 관계에 치중하게 되어...시간이 흘러가며 마음은 그렇든 그렇지 않든 간에 소원해졌었다.

다음 사람에게는 절대 마음을 주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지만,
마음에 온도감지센서라도 달렸음 좋겠다,
그래서 어느정도 이상 과열되면 경보를 울려준다면...이렇게 맘주고 맘아파 하고 살지 않아도 될텐데 하지만,
내 IQ가 어류나 조류쯤 되는지 다짐은 금방 잊어버린다.

그래도,
그간 내가 만나게 되는 동성의 직장동료들은...
먼저 다가와 편한 호칭으로 인사해 주고,
말보다는 행동을 앞에 두고,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나의 긍정적인 면까지 바라봐 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어느새 마음의 빗장을 풀고,
내가 다가가 손 내밀어 맞잡아주고,
말이나 행동보다는 마음을 앞에 두고,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않고 나의 마음을 일관되게 전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요번의 새로운 사람들은 인사를 나눌 때조차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해 불안하고,
마음이나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고,
직장 내에서의 나의 위치만으로 나를 평가하고 대접해 버리는 통에,
나도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들을 판단하고 마음에 빗장을 걸어버리고는...
마음 둘 곳 없어 한다,정 붙일 곳 없어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미 마음의 빗장을 닫아 걸 수도,
손을 등뒤로 거줘들여 숨길 수도,
첫인상 만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도 있는 단단한 마음을 가진...
벌써 온도감지센서나 경보장치가 작동하고 있어구나 싶어 내 스스로에게 놀란다.

내 마음은 표류한다.
길치인 나에게...누군가 해준말이 떠오른다.
길은 눈이 어두워서 잃는 것이 아니라,마음이 어두우면 잃는 것이니...
마음을 닦아 반짝반짝 밝혀두라는 말. 

마음을 채 닦지 못했어도 함께 걷는 것만으로 everything will be fine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문학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정조의 문체반정의 희생양이 된 인물 이옥, 이옥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으나 역시 조선 후기 문학을 대표하는 문사 김려. 글에 살고 글에 죽던 조선의 두 글쟁이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란다.(알라딘 책소개 인용)  

내가 참 좋아하는 이옥을 김려와 더불어 소설로 그려냈다. 
내게 이옥을 선물해 준 이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고 싶은 얘기가  When I walk with you, everything will be fine인지, Can I walk with you?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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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4-25 15:12   좋아요 0 | URL
세상이 저도 좀 따라가게 조금만 느리게 흘러갔으면 좋겠어요..

양철나무꾼 2011-04-26 00:24   좋아요 0 | URL
저는 각자 다른 톱니바퀴를 가지고 굴러가는 인생이라면, 좀 삐그덕거려도 맞물려 돌아갈 수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각자의 주기를 갖고 그렇게...


글샘 2011-04-25 15:12   좋아요 0 | URL
Shall we walk? kk

양철나무꾼 2011-04-26 00:25   좋아요 0 | URL
Yes, please~
When I walk with you,
When I kalk with you, everything will be fine~^^

마노아 2011-04-25 15:53   좋아요 0 | URL
길눈이 심각하게 어두운 제 마음에 암흑 오로라가 있나봐요.
마음의 온도감지센서라니, 필요하지만 눈앞에 있으면 또 아플 것 같아요.
우리 같이 좋은 노래 들어요.

양철나무꾼 2011-04-26 00:34   좋아요 0 | URL
이 노래도 참 좋은데, 붙여넣기가 잘 안되네요~ㅠ.ㅠ

햇빛눈물 2011-04-25 22:15   좋아요 0 | URL
저도 직장생활한지 7년째입니다. 직장 특성상 직급이 한정되어 있고 평등한 관계다 보니 처음에는 신경쓸 일 없고 편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 보니 오히려 신경 쓸일 없다는 건 나에게 신경 써주는 사람(일)도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참 일은 별것 아닌듯 한데, 옆 동료들간의 관계설정이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분명 양철댁님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양철댁님은 '귀인'이실 듯 합니다. 좋은 밤되시길...혹은 되셨기를!!

양철나무꾼 2011-04-26 00:41   좋아요 0 | URL
아~또 그렇게 되는군요.
내가 신경 쓰지 않으면 나에게 신경 써주는 사람도 없는게...세상의 이치군요.
그러니까요~
아무것도 아니다...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그러면 또 관계가 무미건조해 지잖아요~^^

님도 좋은 밤 되시길~!!!

마녀고양이 2011-04-25 23:54   좋아요 0 | URL
음... ^^
좋은 밤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1-04-26 00:44   좋아요 0 | URL
뭐예요?
그래서 같이 걷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난 그만두지도 못하고, 밑에 싹 물갈이 하고...나 쫌 우울해.
내 그대에게 부러운 것 중 하나가 결단성~!

2011-04-26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6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8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1-04-26 00:34   좋아요 0 | URL
사람의 마음에 빗장을 걸지 않고 열 수 있는 인간! 그것이 제가 추구하는 궁극의 인간이죠. ^^ 너무 염려하지 마시고 일면식 없는 찌질한 저에게도 무한한 사랑의 태양 광선을 쏘시는 양철댁님인데. 전 다시 새로운 직장의 동료들을 양철댁님의 강한 사랑의 태양 광선으로 불 태워 버릴거라 확신해요. ㅋㅋ


게는 구멍을 팔 때 모래 속에 자신의 게딱지만큼만 판다고 해요. 자신의 보는 눈이 좁으면 그렇게 밖에 볼 수가 없는거죠. 우매한 자들에게 속상해 하지 마시고 그들이 게딱지 만큼 자신의 눈에 맞추어 본다고 한다면 내버려 두세요. 사실 직장 생활 하시며 신경 안 쓰실 수야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그런 우매한 자들의 눈에 맞추어 내가 스트레스 받는다면 열 받는 일! 전 그런 점에서는 좀 독특한 시야를 가지고 있는 듯, 한 마디로 남 신경 안쓰고 저 사람이 날 무시하면 전 더 무시하는 스타일이에요. 음...좀 독한 놈이죠.

양철나무꾼 2011-04-26 00:47   좋아요 0 | URL
'독한 놈'소리가 이렇게 경쾌하게도 들릴 수가 있는 것이군요~^^

빗장 걸어봐야 저만 손해예요.
제가 일을 시켜야 하는데...이도 저도 싫으면 제가 해야 하거든요.
근데 요즘 젊은 친구들, 세대 차이인지 뭔지...도대체가 극복 불가예요~ㅠ.ㅠ

루쉰P 2011-04-29 03:36   좋아요 0 | URL
세대차이가 아니라 싸가지가 없어지는거죠. ^^ 전 양철댁님이 제 직장 상사시면 진짜 말 잘 들을텐데..말 안 듣는 놈들에 대한 방법은 광인 버전으로 가야해요. 미친듯이 일 시키고 대화보다는 지시를 해야죠. 그래도 말 안 들으면 저 부르삼. 이래뵈도 얼굴이 흉기라 도움이 될꺼에요.

양철나무꾼 2011-04-30 01:05   좋아요 0 | URL
ㅎ,ㅎ,ㅎ...완전 멋져요~
저도 님이 제 직장 상사면 말 잘 들을 자신 있어요~^^

순오기 2011-04-26 01:29   좋아요 0 | URL
싹 물갈이하고 혼자 남으셨군요~~~ 떠나고 싶다고 떠나지는 게 아닌 직장생활!
무엇으로 위로할 수 없으니 따뜻한 댓글이라도 남겨야 하려만... 36.5도를 보태드리는 것밖에.^^

양철나무꾼 2011-04-28 11:59   좋아요 0 | URL
아, 제겐 언제나 위안이 되곤 했었지만,
님의 온기가 오늘 유독 따뜻하게 느껴져요.
감사합니다~^^

첫눈 2011-04-26 12:56   좋아요 0 | URL
글이 너무 슬픕니다.
여자들이 많은 직장내생활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고, 하지만 한번 정주면 그 의리는 바다처럼 넓기도 해요.
헤어져야할때의 그 슬픔..너무 공감갑니다.
보내줘야할때 웃으며 보내주고, 받아들일때 웃으며 환영해주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힘내세요.양철댁님.
^^


양철나무꾼 2011-04-28 12:03   좋아요 0 | URL
전 일을 할때는 아마추어처럼 말고 프로처럼 했으면 좋겠어요.
일을 할때, 여자라서...또는 엄마라서, 주부라서 따위의 수식어가 걸리는 거...
저도 여자이고 엄망고 주부라서 이해는 하지만...좀 싫거든요.
근데, 요즘 젊은 친구들 보면 그 경계가 모호하고 의심스러워요~ㅠ.ㅠ

공감과 위로해주신 님, 감사드려요~


穀雨(곡우) 2011-04-26 15:13   좋아요 0 | URL
요즘 큰녀석 영어공부를 봐 주고 있는데, 딱 저 문장이 있더군요.
걸으면 몸도 마음도 좋아요. 걷기에 너무 좋은 날, 전 눈꺼풀이 무거워요...헤헤^^

양철나무꾼 2011-04-28 12:07   좋아요 0 | URL
Can I walk with you?요, 아님
When I walk with you, When I talk with you...everything will be fine.이요?

저도 아침부터 눈꺼풀이 무거워요~^^

2011-04-26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8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風流男兒 2011-04-27 10:14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의 톱니바퀴가 분명 너무 커서 그런걸거에요.
본디 천천히 돌아가야 할 것을 너무 빨리 돌리면, 좀 그렇잖아요. 안그래도 큰데 가오만 빠지고.. ㅋ
이렇게 따듯할듯 추워하던 4월도 이젠 조금 더 따듯해지려고 애쓰는 듯한 오늘이에요.

좀 이르지만, 맛있는 점심 드시고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


양철나무꾼 2011-04-28 12:14   좋아요 0 | URL
톱니바퀴는 천천히여도 어울려야 돌아갈 수 있는 거잖아요.
ㅎ,ㅎ...위로를 이렇게 멋진 말로 하실 수 있는 것도 달란트입니다~^^

님도 맛난 점심 드세요, 만 하루가 지난 댓글이지만~^^

감은빛 2011-04-28 11:07   좋아요 0 | URL
변화는 특히 인간관계의 변화는 늘 두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왠지 양철님은 당차게 잘 풀어가실 거 같은 이미지였는데,
이런 글을 읽게 되는 건 조금 의외네요.
하지만 좀 더 인간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그리고 저 걷는 거 좋아해요! ^^

양철나무꾼 2011-04-28 12:19   좋아요 0 | URL
Shall we walk?
I have white feather.^^
 

별일없이 산다.

적당한 인사치례는 원만한 대인관계의 원동력이라는 걸 알지만,
내가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말이 있는데...
그게 사람들 사이에 흔히 오갈 수 있는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말이다.
"안녕하세요?"
하면, 대번
"안녕하지 못하니까 왔지...!"
하는 대답이 돌아오니,
대체해서 쓰라는 말이
"어서오세요"라는데,
이게 꼭 중국집 종업원이 손님에게 하는 '어서오세요'만큼이나 속내를 드러내는 말인것 같아서 입에 붙지 않고 자꾸만 겉돈다.
중국집의 매상을 올려주는 거야 누이좋고 매부좋은 거니까 '어서 오세요' 해도 되는 거지만,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안녕하지 못해서 온 것을 알면서도,
내 주머니를 불려준다고 하여 '어서 오세요'라는 말은 냉큼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 나의 그런 딜레마를 알던 어떤 사람은 가끔 "별일 없지?"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오곤 했었다.

지난 겨울 어떤 일에 미쳐서 사느라고,
내가 별일 없이 사는 지 어떤 지 조차 모르고 살았었다.
이제 그 일을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지금의 나야말로 별일없이 사는 건데, 이 별일없음이 꼭 고인 물처럼 생각 돼 어쩌지 못하겠다.

이제는 별일없이 산다는 사람이 있으면 안심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
혹 고인 물은 아닌지,
에너지 이동의 차원에서라도 한번 씩 건드려 봐야겠다. 


와플메이커를 드디어 장만하였다.
요번에 알게 된 사실 하나,
같은 회사의 같은 모델이어도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난다는 거다. 
지금은 65900원이랑, 65000원으로 900원 정도 차이가 나지만... 
내가 구매를 한 지난 주에는 가격이 2000원 정도 차이가 났었다.
65900원 짜리로 주문을 넣었다가 부랴부랴 취소하고 63800원 짜리를 주문했다.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2000원에 주문을 변경하기도 하는 걸 보면, 알뜰족으로 거듭난 것 같아 마냥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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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을 하는 과정의 지난함은 생략한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를 패러디해 얘기해 보자면 '밥짓기가 가장 쉬웠어요'이다.
밤에 부엌일을 마치고 맨나중에 쌀을 씻어 안치고 쌀뜨물로 세수를 한다.
전기 밥솥의 예약 기능을 이용하면 아침시간에 딱 맞춰 고슬고슬한 밥이 되어 있다.
(알라딘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내열접시가 찬조출연했다.)

  

그냥, 그렇게,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사람이 있다.
내게 그런 그녀의 서재가 휑한 걸 오늘에서야 발견했다.
부랴부랴 안부 문자를 넣어보니 봄바람 탓으로 돌린다.
가을에 전어 굽는 냄새로 집 나간 며느리를 돌아오게 한다는 말을 빌어,
와플 향이 그녀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다.
또는 내 마음이 그녀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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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사지 않는 편을 택하겠어요.
    from 제발 제발 2011-04-21 23:06 
    저는 와플기계를 사지 않을거예요. 잘생긴 와플 가게 총각을 만나는 3분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와플 가게 총각이 "맛있게 드세요"하고 건네는 미소와와플기계를 맞바꾸지 않을거예요. 절대로.그렇잖아도 밖에 나갈 일이 없어서 좀이 쑤시는데와플 사러 나갈 일마저 없어지면 어떡해요.와플 기계를 사서 손수 만든 와플을 맛보라며 사람들을 초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 일이 너무 커질거예요.와플 기계를 산다는건 정말 보통일이 아니예요. 저는 와플 기계를 사지 않는 편을
 
 
2011-04-21 0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1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穀雨(곡우) 2011-04-21 09:27   좋아요 0 | URL
와플 위에 메이플시럽과 적당양의 생크림을 가미하면 크윽.....
보는 순간 입 안에 침이 한 가득....^^
아마 휑한 그분의 서재가 양철댁님의 와플 향에 냉큼 돌아 올 겁니다...^^

양철나무꾼 2011-04-22 12:56   좋아요 0 | URL
오늘은 빈대떡을 부치고 싶은 날씬걸요~

내가 좋은 걸, 상대에게 권해야 한다는 걸 까먹었어요.
퍽퍽한 와플 주서(워) 먹고 아팠어요.
오늘은 빈대떡 냄새로 한번 승부해 보려구요~^^

루쉰P 2011-04-21 10:24   좋아요 0 | URL
전 와플을 여기 아파트 앞에 떡볶이 집에서 사서 먹어요. 이 집은 겨울에는 붕어빵, 봄/여름에는 와플로 굉장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메뉴를 바꾸는 듯 해요. 맛있어요. 유일한 근처 분식집이거든요. ㅋㅋ
와플 기계를 2천원 더 싸게 사시고 뿌듯해 하는 모습, 정말 현대 여성의 바람직한 모습이에요. 감동하고 가요.

양철나무꾼 2011-04-22 12:59   좋아요 0 | URL
전 분식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게 떡볶이예요.
전 매운 음식 잘못 먹으면 속이 뒤집어지고, 얼굴도 덩달아 뒤집어 지고 그러는데...
그래도 가끔 호기롭게 먹어요.

오늘은 빈대떡을 한번 구워 보려구요.
님은 참치전을 부치시려나?^^

루쉰P 2011-04-22 23:58   좋아요 0 | URL
흠..이제는 예언까지 하시다니, 이 섬뜩함, 빙고! 참치전 부쳤어요. 오늘은 출근하지 않는 날이라 집에서 참치전을 붙여 먹었어요. T.T 이거 양철댁님의 감각은 날로 발전하시는 듯 합니다. 헤헤

양철나무꾼 2011-04-23 10:57   좋아요 0 | URL
저, 이러다가 루쉰P교...구루 정도로 등극하는 거 아닐까요?^^

루쉰P 2011-04-23 21:27   좋아요 0 | URL
음...등극하시다면 양철댁님은 구루로 모셔 드릴께요. ㅋㅋㅋ

양철나무꾼 2011-04-24 02:11   좋아요 0 | URL
정말이죠~?^^

pjy 2011-04-21 10:49   좋아요 0 | URL
저 와플 안좋아합니다...그러나, 정말 쫀득하게 찰져보이는것이 너무 먹고싶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4-22 13:0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 와플이 바싹한 맛이 없고...정말 쫀득하고 찰지더군요.
와플 먹고 체해서 고생했어요~ㅠ.ㅠ

그러고도 오늘도 먹을 궁리, 오늘은 빈대떡입니다여~^^

pjy 2011-04-22 17:27   좋아요 0 | URL
저런, 체하셨군요-_- 요새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 해서 그런거같아요~
소화기관이 사실은 연약한 아이인가봐요~

양철나무꾼 2011-04-23 10:5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소화기관이 한 예민한가 봐요~^^

꿈꾸는섬 2011-04-21 13:18   좋아요 0 | URL
와, 와플기계 사셨군요. 와플 향기가 여기까지 나는 듯......맛있겠어요.

양철나무꾼 2011-04-22 13:04   좋아요 0 | URL
음~~~
저 와플 기계, 영구 보관하게 될 것 같아요.
반죽 하는 것도 장난이 아니고,
바쁜 아침시간에 시간도 엄청 잡아먹고,
전기도 엄청 들어갈 것 같아요~ㅠ.ㅠ

2011-04-21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2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2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3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3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4 0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6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6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4-21 14:52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별일 없이 사는 것을 생의 목표로 삼고 있어요. 이해하실런지...^^
'공부가 가장 쉬웠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저자가 다른 것보다 공부를 제일 많이 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요. 꼭 공부가 아니어도 제일 많이 해본 것이 제일 쉽게 여겨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저도 OO가 제일 쉽더라고 말하고 다닌 적이 있는데, 막상 해보니 어려울거라 생각했던 OO 보다 생각지도 않았던 다른 것들이 훨씬 더 어렵더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지요.
저도 와플메이커 눈에 띌때마다 고민합니다. 살까 말까 하고요.

양철나무꾼 2011-04-22 13:1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말예요.
바쁜 아침시간에 정성들여 상 차려주면 새모이처럼 먹는게 안타까워 잠시 잠깐 와플을 넘봤었는데요.
이 와플도 반죽하고 예열하고 구워내고 걸리는 시간이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그렇다고 저녁 때 다 구워놓는 건 와플이 아니잖아요~ㅠ.ㅠ

님 좀 더 고민해 보세요~^^

프레이야 2011-04-21 22:56   좋아요 0 | URL
폭삭폭삭 와플향이 여기까지 풍겨요.
그분(?) 돌아오시면 좋을텐데요.
제가 생각하는 그분인지 모르겠지만요.ㅎㅎ

양철나무꾼 2011-04-22 13:13   좋아요 0 | URL
폭삭폭삭한 와플향이란 표현 참 재밌어요.
그러게요, 저와 프레이야님, 모든 사람들의 그분이 돌아왔음 좋겠어요~^^

순오기 2011-04-22 00:15   좋아요 0 | URL
와플메이커를 드디어 샀군요~
와플향이 진동하는 그댁으로 초대해주면 좋겠는데...^^

저는 별일없이 잘 삽니다~
글은 자주 못 올려도 빛고을 독서마라톤이 시작돼서 책읽기는 열심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4-22 13:16   좋아요 0 | URL
아마 다시는 와플향이 진동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제가 먹고 체해서 고생해서 또 만들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순오기님이야 그렇게 별일없이 잘 살고 계시는 것만으로도 제게 무한한 힘이 되는걸요~^^
빛고을 마라톤이 시작됐군요, 저도 응원할게요~!!!

순오기 2011-04-22 18:30   좋아요 0 | URL
흐미야~ 와플 먹고 체했었군요.ㅜㅜ
한번 체한 음식은 다시 안 찾을 확률이 높죠.^^

양철나무꾼 2011-04-23 11:07   좋아요 0 | URL
와플 메이커, 박스 포장 고대로 다시 했어요~
덕분에 어제 하루종일 쫄쫄 굶어주시고, 저녁때 샐러드 좀 만들어 먹었어요~^^

아이리시스 2011-04-22 12:07   좋아요 0 | URL
우와, 이거 은근 완전 맛있는 와플이 만들어지는 거군요. 저도 한 번.. 꿀꺽 먹어보고 그런데 반죽하는 지난한 과정을 올려주셨음 저도 막 갖고싶어지지는 않았을지도. 맛있겠다 히히히히.

양철나무꾼 2011-04-22 13:18   좋아요 0 | URL
저는 반죽하는 기계가 따로 있었는데...그래도 쉽지 않았어요.
게다가 먹고 체해주시고요~

정말 여자들의 욕심은 다 한때인것 같아요~^^

첫눈 2011-04-22 22:31   좋아요 0 | URL
마음이 따뜻해지는 양철댁님의 안부의 글을보니,
그녀 되시는분 무척 행복할듯 싶어요 ^^
아~저는 이렇게 따뜻하고 훈훈한 글이 너무 좋아요~

와플....너무 군침돌아요~~~
맛도 맛이지만, 향기도 장난 아닐거 같아요~~~
먹고싶어용~~^^*

양철나무꾼 2011-04-23 11:10   좋아요 0 | URL
먹어본 제 소감을 말씀드리자면...핫도그 맛이었어요.
어릴때 학교 앞에서 먹던 핫도그 안에 것 맛이 났어요.

첫눈님도 별일 없으신거죠?^^
 

어제 저녁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는데, 내가 좋아하는 남경태가 나왔다. 
내가 남경태에게 처음 반하게 된 건 '개념어사전'이지만, '종횡무진 시리즈'를 읽으며 그에 대한 애정을 키워왔다. 
그는 '개념어사전' 책머리를 이렇게 시작한다.

한 개인이 '사전'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면 둘 중 하나다. 알래스카에 냉장고를 팔려 할 만큼 무모하거나,아니면 알래스카에 냉장고를 팔 수 있을 만큼 뻥이 세거나. 하지만 이 책의 제목 앞에 생략된 문구를 밝히면 면죄를 바들 수 있지 않을까? '내 멋대로 순전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쓴 개념어사저.' 이것이 이 책의 원제목이다.

'개념어사전'에서 나름 기억해 두고 싶었던 구절을 하나만 옮겨보자면,'제로섬'이다.

우리 사회가 유신독재에 신음할 때 어느 시인은 반정부 시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 아들을 둔 아버지의 심정을 이렇게 노래했다. "아들아 너를 보고 편하게 살라 하면/도둑놈이 되라는 말이 되고/너더러 정직하게 살라 하면/애비같이 구차하게 살라는 말이 되는/ 이 땅의 논리가 무서워서/애비는 입을 다물었다마는......" 편히 살고자 하면 도둑놈, 정직하게 살고자 하면 가난뱅이. 편함과 정직함이 공존할 수 없는 사회,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잘 살 수 없는 사회, 당시 우리 사회는 경제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치적인 의미에서 제로섬  사회였다.(344쪽)

일요일 아침에<타박타박 세계사>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건 알았지만, 일주일에 하루 내가 아침에 일어나는 시각은 이 프로그램의 끝나는 시간을 훌쩍 넘긴다.
 
배철수와의 대화는 만담수준으로 아주 재밌고 유쾌했지만,
내겐 웃고 흘려버릴 내용이 아니라 한번쯤 집고 되새길 내용들이었다.  
   
두어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박사나 석사가 아닌 학사 출신이고 게다가 사회학과 출신이 번역을 하고 역사서를 집필하고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것에 관해서였다.
(물론 기본적으로 실력과 노력을 갖춘 사람이니까 그런 질문에 자유로울 수 있었겠지만~) 
그는 바둑을 두는 것에 비유하는데, 바둑으로 치면 실력이 있는 기전용 기사가 있고,실력이 떨어지는 보급형 기사가 있는데... 
학자들이 생산해놓은 이론을 가지고 보급하는 보급형기사가 필요하다. 
따라서 학자적인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正誤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자기주장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과 관련해 주류에서 벗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It felt good to be out of the rain.
 
또 번역료 얘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왈칵 눈물이 나려하였다. 
- 번역료를 많이 받으시나요? 
많이 받기도 하고 많이 받는다고 얘기도 한다는데, 그가 얘기한 액수는 원고지 장당 6천원이었다. 
하루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10시간 정도 되는데, 그중 5시간 정도는 번역을 한단다. 
 
다시말해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걸 견딜 수 있어야 번역가가 될 수 있다는 얘기겠지. 
이 분도 번역가의 자질로 외국어 실력, 국어 실력, 번역하는 책에 관련된 지식...이렇게 셋을 꼽았다.  
그럼 우리말로 되어있는걸 외국말로 번역하는 건 어떻습니까?하고 묻자, 
"따로 공부를 하거나 공부를 해도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하고 솔직하게 대답한다.
 
명함과 이력서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나름 자유로운 영혼이라는데... 
만약 명함을 갖게 된다면 '기타마니아 남경태' 이렇게 박아넣고 싶단다. 
기타는 80년대 4만원을 주고 사서, 13년동안 연습하는 한곡이 있는데, 바흐의 샤콘느를 기타버젼으로 편곡한 곡이란다. 
들어보고 싶었는데, 왕 겸손하시더구만~ㅠ.ㅠ 
 
누가 개념어 사전을 일곱번 읽었다고 하자, 
배철수가 "일곱번 읽을 정도로 명저입니까?"하고 물었다. 
남경태 왈 "너무 야만적이시네요."하고 되받는다.  
 
어눌하고 겸손하지만, 그가 담담하게 들려주는 얘기는 이런 거였다.
가급적 재밌게 살아라. 
재미를 놓치면 삶 자체를 놓칠 수 있다. 
공부가 재미있으면 공부를 하면 되고, 공부가 재미없으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된다. 

그동안 비를 맞지 않고 살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나는 태양도, 비도, 어느것도 즐기지 않고 살았나 보다. 

 
 
아참참~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흐르는 강물처럼'이 나왔다.
주말에 나는 이 책을 끼고 뒹굴러야 되겠다.








송기역 지음, 이상엽 사진 /
레디앙 / 2011년 3월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멋있었던 건, 아메리카의 이 곡을 얘기하면서
한옥타브 안에서 미,솔,라,도 네가지 음을 가지고 이렇게 멋진 음악을 만들어 낸다는 찬사를 꿈꾸듯 읊조릴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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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제발 제발 2011-04-09 12:48 
    『선생님이 가르쳐준 거짓말』, 『흐르는 강물처럼』 담아옵니다.
 
 
hnine 2011-04-09 08:44   좋아요 0 | URL
페이퍼 제목을 노래 가사 중에서 따오셨군요.
처음 들어보는 노래인데 멋진데요!

양철나무꾼 2011-04-10 03:18   좋아요 0 | URL
넵~!
영국 출신의 밴드로 알고 있는데 저 곡을 10대에 만들었다죠.
그리고 바로 저곡이 마이클잭슨의 유작과도 비슷해 표절논란에 휩싸였었다죠~^^

마노아 2011-04-09 09:36   좋아요 0 | URL
남경태 씨가 더 좋아지는 걸요. 노래도 흥겹게 들었어요. 아침이 좀 더 가벼워진 느낌이에요.^^

양철나무꾼 2011-04-10 03:18   좋아요 0 | URL
노래가 은근히 중독성이 있죠.
남경태님도 은근 그렇구요~^^

루쉰P 2011-04-09 15:51   좋아요 0 | URL
흠..상쾌한 아파트 근무를 하게 되는 음악이군요. 뭔가 따스함으로 가득찬 이 기분! 노래를 들으며 오늘은 누군가를 향해 웃어주리라 결심해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말이죠. ㅋ 전 항상 개념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개념어 사전'이라 꼭 필요한 사전인 듯 합니다. 푸훗. 리뷰의 제목은 지금 제가 토익 공부 중이니 곧 해석해 보겠습니다. 흐흐흐 아! 리뷰에 음악 올리니 이것도 배울 점!! '궁극의 리뷰'를 향해 오늘도 달립니다.

양철나무꾼 2011-04-10 03:23   좋아요 0 | URL
개념도 중요하지만 흐름도 중요한 것 같아요.

해석하시는 김에 노래 가사도 한번 해석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전 노래 가사도 참 좋던데요~

노이에자이트 2011-04-09 16:09   좋아요 0 | URL
타박타박 세계사를 지금도 하나요? 몇 년 전 재밌게 들었어요.

양철나무꾼 2011-04-10 03:25   좋아요 0 | URL
네, 그렇다네요.
제가 4시간 30분을 안 자고 기다렸다가 '타박타박 세계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애쉬 2011-04-09 21:45   좋아요 0 | URL
보급형 기사 라는 말이 참 와닿습니다. 남편이 보급형 기사를 꿈꾸며 1년 넘게 열심히 뛰고 있어요.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어야 겠네요.

양철나무꾼 2011-04-10 03:28   좋아요 0 | URL
저도 응원한다고 전해주세요~^^

저는 저 말이 참 좋았어요.
"가급적 재밌게 살아라.
재미를 놓치면 삶 자체를 놓칠 수 있다.
공부가 재미있으면 공부를 하면 되고, 공부가 재미없으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된다."

cyrus 2011-04-11 01:38   좋아요 0 | URL
평소에 남경태라는 분에 대해서 관심 있었는데 양철댁님 글 덕분에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네요.
이 분도 은근히 다작에 속하는거 같아요 ^^

양철나무꾼 2011-04-12 00:29   좋아요 0 | URL
그쵸, 그간의 번역본만도 100여권이 넘는대요.
저작도 만만치 않구요.

인생을 나름 재밌게 사시는 분 같았어요~^^
이분의 '타박타박 세계사'에선 인디밴드도 한번씩 소개한다는군요.

감은빛 2011-04-11 13:34   좋아요 0 | URL
제가 유일하게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인데, 왜 하필 그날은 방송은 못들었던걸까요?
양철님 라디오 많이 들으시나봐요!
남경태님도 멋지고, 이렇게 멋진 글을 쓴 양철님은 더욱 멋지네요!

기역 선배 책이 나왔더라구요.
금요일 시청앞에서 종교인들의 '4대강반대'집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실물을 봤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4-12 00:32   좋아요 0 | URL
저도 가끔 들어요.
집에 들어가 혼자 있으면 아무래도 라디오라도 켜놓게 돼요.
뭐랄까, 이순재가 네비게이션이랑 대화 나누는 심정이라고 해야할까?^^

느린산책 2011-04-12 20:48   좋아요 0 | URL
지난번 고미숙 강연 이 분이 진행하시는 obs프로에서 본 거예요.
아메리카 곡, 라이브 버전으로 들으니 더 좋네요^^

양철나무꾼 2011-04-14 10:41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다시듣기로 열심히 들어볼려구요~^^

힘 빼고 부르는데, 여느 힘주는 외침보다 호소력 있게 들려요.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를 내 맘대로 '지글지글' 전 부치는 소리로 해석하고 앉았다. 
오늘같은 날은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도 노래소리 같을게다.  

지난 주말에 성묘를 다녀오면서 쑥을 한 바구니 뜯어, 
들깨가루에 조물조물 묻혀 된장 풀고 쑥국을 한냄비 끓였는데,
아무도 먹지 않아 사흘째 냉장고를 들락거리고 계시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결을 봐야하는 고로,
지글지글, 보글보글은 그저 상상만 해야 한다. 

어제는 너무 화가 나서 우리도 아침을 서양식으로 바꾸자고 선전포고를 하였다.
진짜 새모이처럼 한숟가락 먹이기를 아침부터 궁중음식 차리듯 5첩반상, 7첩반상 차려내는 것도 화딱지가 나서 말이다.
그래서 내가 얼마전부터 눈독을 들이는 건 와플메이커이다. 
비쁜 아침 시간에 아주 유용할 것 같은데...


 

  
이 녀석은 어떤가 모르겠다.
리뷰와 별점이 하나도 없네~ㅠ.ㅠ
가격이 너무 싼것 같아서 살짝 망설여진다.

 

사실 내가 '와플 메이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는 책 때문이다.
그냥 다 아는 길거리 음식에 관한 얘기일 줄 알았는데,
그 음식의 유래와 역사에 대해서...재밌게 적혀있다.
 

찐빵이 고기만두 대신 일본 절에서 만들어진 유래나,
서양의 와플이 붕어빵의 시조라는 등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늘 같은 날 먹으면 좋을('죽음일'이라고 썼다가 고쳤다)...순대국, 호떡, 떡볶이, 오뎅, 닭발, 꼬리곰탕, 수제비, 영계백숙 등에 관한 유래가 계속 나온다. 
아무래도 쑥국은 작파하고 이 중 하나 골라야 겠다. 

 

봄비는 꽃을 피우는 꽃비라고도 하지만, 이 꽃에게도 그럴까?

지난 겨울 몸통의 가지가 반 이상 잘려나가 걱정했던 목련나무다.
오늘은 물기를 머금고 소담스럽게 피었다. 

음~ 
올봄을 위해 준비한 나만의 야심작.
목련 빛깔의 조끼, pjy님의 염장질에 호응하기 위하여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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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4-07 19:22   좋아요 0 | URL
목련 빛깔이라니, 이름부터가 알흠답군요! 와플이라... 마구 호기심이 당깁니다.
울 엄니 질색하는 소리가 들려요.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1-04-09 01:43   좋아요 0 | URL
밀가루 남으셨어요?^^
조끼는 올 봄 제 야심작이에요.
입고 뽐낼 날만 기다려요~

낮에나온반달 2011-04-07 19:39   좋아요 0 | URL
국이나 찌개에 반찬 한두 가지만 차려줘도 밥 한 그릇 뚝딱 하고 가는 애에게
감사해야겠군요.
아침에 잘 일어나고 밥은 잘 먹어요.
다른 건.... 말하고 싶지 않지만서도.

양철나무꾼 2011-04-09 01:46   좋아요 0 | URL
전 제가 아침에 힘들어서 아이한테 잔소리 못해요.
아니다, 제가 비몽사몽이어서 아이가 뭘 어떻게 해도 인식을 못한다고 해야 할까?
저희집은 쑥국이 인기가 없나봐요.
아들은 쑥개떡을 요구하더라구요.
쑥개떡을 만들려면 쑥을 얼만큼 뜯어야할려나~ㅠ.ㅠ

루쉰P 2011-04-07 20:16   좋아요 0 | URL
흐흐흐 와플 기계를 올리는 리뷰는 처음 봅니다. 직장에서는 밥을 차려 먹기에 왠지 더 공감이 가는 글인데요. 뭐랄까? 와플 기계도 유심히 보게 되네요. 환경은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고, 왠지 저도 이러다가 제 리뷰에 음식 사진 올리고 자랑할 듯 해요. 전 오늘 참치전을 만들어 먹었거든요. 가스 버너에 말이죠. 불 타오르는 참치전을 보며 그래! 이 세상에 맘껏 튀겨지리라는 각오(?)랄까. 하여튼 그 뭔가를 제 마음 속에서 상기시켰죠. ㅋㅋㅋ 타올라라! 참치전

양철나무꾼 2011-04-09 01:50   좋아요 0 | URL
직장에서 먹는 밥 그거 문제예요.
아줌마들은 직장에서까지 밥 차려먹는 거 좀 싫거든요.
그렇다고 맨날 먹는게 거기서 거기고 거기다 조미료 팡팡 넣어서 더 싫어요.
웬걸요, 님의 음식 사진 곁들인 리뷰나 페이퍼 기대되는걸요.
참치로 동그랑땡은 만들어봤어요.
참치전도 궁금한걸요~^^

루쉰P 2011-04-09 02:5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전 제 것만 차려 먹습니다. 1인 근무라서요. 혼자 차려서 먹고 혼자 맛없어서 뒹굴거리죠. 사먹으면 좋으려만 주변에 김밥집 뿐이라서 그냥 혼자서 개발하며 먹고 있어요. 참치전은 사실 뭐 별거 없고 참치에다가 계란 풀어서 튀겨버리는 겁니다. 빈대떡처럼요..뭐랄까? 신선한 DNA와 달걀을 섭취한다는 마음으로 맛은 그다지 신경안쓰고 씹어서 삽킨 다는 생각으로 먹어요. 전 생존을 우선시 하거든요. ^^

양철나무꾼 2011-04-09 08:31   좋아요 0 | URL
퓨전 요리의 대가로 등극하시게 되진 않을까요?
혼자 먹는 거 참 싫은 일인데...어쩌면 맛없는 걸 먹을 땐 혼자가 낫겠네요,ㅋ~.
근데 DHA도 아니고 신선한 DNA를 섭취하신다는 걸 보니,생존을 위해 무지막지한 걸 드시는 듯~^^
가끔 광합성도 하고 그러시죠?

루쉰P 2011-04-09 15:53   좋아요 0 | URL
광합성은 매일 5분씩 나가서 하고 있어요. 아파트 꼭대기에는 엘레베이터 관리실이 있는데 거기서 한껏 창문을 열고 22층 꼭대기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광함성 합니다. 지구상에서 지금은 내가 태양에 제일 가깝다라는 생각을 품고 혼자서 즐기죠!

양철나무꾼 2011-04-10 03:14   좋아요 0 | URL
와우, 멋진걸요~
하늘을 제일 가까운 곳에서 온통 혼자서 품어갖고 즐기시는 거잖아요~^^

비로그인 2011-04-07 20:53   좋아요 0 | URL
봄비와 와플도 좋군요.

교보에선가 가끔 반값하는 와플메이커가 있었는데.. 옆으로 반죽이 쉽게 샌다고 누가 리뷰를 올렸더군요. 저희집은 일요일 아침엔 언제나 부엉이 무늬 접시에 핫케익을 먹는답니다~

양철나무꾼 2011-04-09 01:5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와플메이커에서 발전, 오늘 어떤 분은 샌드위치 메이커 소개해 주시더라구요.
반죽이 쉽게 새면 곤란하지 않을까요?ㅠ.ㅠ

리큅 와플메이커 재입고 됐음 좋겠어요~^^
부엉이 무늬 접시 이쁘겠는걸요?
부리부리 박사님 생각났어요, 혹시 알아요?^^

blanca 2011-04-07 21:26   좋아요 0 | URL
저도 쑥국 삼일째 혼자 들이붓고 있어요 ㅋㅋㅋ 들깨가루가 없어서 쑥내가 아주 여과없이 그대로라. 아이는 그 국 안 먹겠다고 하더라구요. 조끼가 너무 고와요. 일도 하시고 거한 아침상도 차리시고 책도 읽고 글도 쓰시고 또 어느새 이런 이쁜 것들을 만드시나요.

양철나무꾼 2011-04-09 01:58   좋아요 0 | URL
전 어제는 드디어 북어국을 끓였어요.ㅋ,ㅋ,ㅋ~.
조끼가 생각보다 맘에 들어 맘껏 으스대고 있어요~^^

뭐 하나 제대로인거 없이 대충이지만...이런 대충인 일상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너무 완벽하게 똑 떨어져 버리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잖아요~

첫눈 2011-04-07 22:25   좋아요 0 | URL
와~~저거 뜨신거에요???조끼??
와~~대단하세요~~~
윽..전 목도리만 떠봐서 ^^;;
이제보니 고수셨군용 ㅎㅎ

양철나무꾼 2011-04-09 02:01   좋아요 0 | URL
저 직장 그만두면 하고 싶은게 많아요.
헌책방도 하고 싶고,
제 적성에는 저런 뜨개방이나 수예점도 괜찮아요.

저 예쁜 실이나 새로운 디자인 보면 눈이 반짝반짝 한대요.
고수 맞나요?'긁적~'

비로그인 2011-04-07 23:08   좋아요 0 | URL
^^.. 사진으로 보는 것은 실제 양철님 만드신 솜씨의 반의 반도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아마도 위에 올리신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 보면, 우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날 것 같습니다.

어느새 지글지글 소리가 멈췄는데, 소주 1/3잔 몰래 마시면서 약 먹고, 커피 마시며 많은 말을 하고, 아직은 귀를 막은 채 조금씩 스테레오로 변해가는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이런 밤에 듣기 참 좋은 앨범 하나를 꺼내서 말이지요..ㅎ

양철나무꾼 2011-04-09 02:05   좋아요 0 | URL
이 칭찬 소급 적용해도 되나요?^^

전 커피에 약먹어 본적은 있는데,
소주에 약먹어 본적은 없네요.

옆에 계셨으면 소주 잔 드신 손등을 손바닥으로 '찰싹'때렸을거예요.
전 하프를 일부러 찾아들어보려구요~^^

비로그인 2011-04-07 23:29   좋아요 0 | URL
빗소리가 지글지글 전 부치는 소리라... 하루 종일 김치전 생각 났던 게 비 때문이었군요 ㅋㅋ^^

양철나무꾼 2011-04-09 02:07   좋아요 0 | URL
지금 빗소리는 들리지 않는데...님의 댓글을 보니 김치전 생각이 절실한 걸요~

울보 2011-04-08 00:54   좋아요 0 | URL
손뜨개질 하신 조끼인가봐요,
너무 곱네요,
우리동네에도 목력이 활짝 피었던데, 개나리도 피고,
그런데 이비가 그리 반갑지는 않네요,

양철나무꾼 2011-04-09 02:1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 좋은 봄날 무슨 걱정거리가 그리 많은지요~ㅠ.ㅠ

가장 가까운 걱정거리가 쑥 뜯어 개떡 만들려고 했었거든요~

순오기 2011-04-08 01:09   좋아요 0 | URL
재주꾼 양철댁~~~~~ 못하는 것도 있어요?@@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 궁금해서 광고에 올려두고 찾아봤었죠.ㅋㅋ

양철나무꾼 2011-04-09 02:1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이쁘게 나온 것 같아 으스대고 있어요,ㅋ~.

이 책 진짜 재밌어요, 아주 재밌어요.

춤추는인생. 2011-04-08 10:47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전 와플메이커 친구줘버렸어요. 한번 먹을때마다. 와플굽고 생크림 올리는게 여간 귀챦은게 아니라서요. 분위기있게 혼자 까페처럼 살아보려다. 실패했어요 .^^
그래서 전 와플먹고싶을때 가까운 까페를 이용하기로 했답니다. ~~
잘 지내시죠?^^

양철나무꾼 2011-04-09 02:15   좋아요 0 | URL
와플메이커 사용법 보니까 누룽지도 되고, 샌드위치 메이커처럼도 사용할 수도 있고, 떡도 구울 수 있고 그렇더라구요.
근데 사용자 후기 보니까 청소도 번거로운가 보네요~ㅠ.ㅠ

네, 저는 그럭저럭이요, 님도 잘 지내시죠?^^

pjy 2011-04-08 11:51   좋아요 0 | URL
홍홍홍~~ 이래서 알리딘이 좋아요~ 확실한 호응이시네요 ㅋㅋㅋ 코바늘로 이런 조끼를 섬세하게 작업 진짜 멋지십니다~~
질수없죠! 조만간 재활용실로 조끼하나 더 자랑할려고 준비중입니다! 어정쩡한 날씨에 조끼가 젤 쓸모가 많더라구요~
와플보다는 김치전을 강추! 근데 아무래도 아침메뉴로는ㅋ; 전 눈만뜨면 족발이나 삽겹살도 바로 먹을수있어서~~

양철나무꾼 2011-04-09 02:17   좋아요 0 | URL
아웅~ㅠ.ㅠ
부끄럽네요, 님의 색 고운 원피스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저거 대바늘로 몸판을 뜨고 테두리 레이스만 코바늘로 굴렸어요.
디자인이 독특하죠?^^

님의 조끼, 목 놓아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차좋아 2011-04-08 12:15   좋아요 0 | URL
좋은 거 사세요 좋은 거(좋은 거=비싼 거)ㅋ
와플을 집에서 ! 와 멋져요. 그럼 제가 커피를 내려서 놀러 갈까요?^^

양철나무꾼 2011-04-09 02:20   좋아요 0 | URL
그 좋은 비싼거가 그러니까 품절이라잖아요~ㅠ.ㅠ
저, 요즘 구스토 커피 메이커에도 눈독 들이고 있어요.
직장 그만 두고 집에 있게 되기를 학수고대하는데,
그런 저를 위한 보너스라고 할까나?

꿈꾸는섬 2011-04-08 15:43   좋아요 0 | URL
아침에 5첩반상, 7첩반상은 정말 무리에요.ㅎㅎ 3첩반상으로 하시면 낫지 않을까요? ㅎㅎ
재주 많은 양철댁님 목련빛깔 조끼 너무 우아해요.^^
전 요새 목련이 피기를 손꼽아 기다린답니다.^^
저흰 어제 김치전 해먹었어요. 네장 부쳤는데 전 한조각 먹었고 나머진 남편이랑 아이들이 다 먹었어요.ㅎㅎ

양철나무꾼 2011-04-09 02:24   좋아요 0 | URL
물론 아침에 그 반찬들을 다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구요~
푹푹 많이 먹어줬으면 좋겠는데, 깨작거려서 얄미워요~ㅠ.ㅠ
목련빛깔조끼 괜찮죠?^^

그러니까 후와님도 그렇고, 이 시간에 김치전을 부칠까요?^^

글샘 2011-04-08 19:39   좋아요 0 | URL
종일 흐린 게... 한 잔 하고 싶은 날씨지만, 그럴 몸이 안 된다는... ㅠㅜ

양철나무꾼 2011-04-09 02:27   좋아요 0 | URL
어~걱정되게스리, 오늘 댓글은 좋지않은걸요.
건강에 문제가 있으시단 건가요, 아님 바쁘셔서 드실 시간이 없다는 건가요?

잘잘라 2011-04-08 20:10   좋아요 0 | URL
아~~~~~~~~~~~~~~~~~~~~~~~~~~~~~~~너무 너무 안타깝습니다.
냉장고를 들락거리는 쑥국이라뉘!!! ㅠ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말,

양철나무꾼 2011-04-09 02:30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이 저희집에서 비일비재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저희집,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와야 하는 건가요?^^
 

직장이 홍대에서 가깝지만, 홍대는 내 '플레이 그라운드'가 아니다.
똥개도 자기 구역에서는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을 믿는지라,
누굴 만나더라도 집 가까이에서 만나는 게 좋아서 이기도 하지만...
홍대의 그 젊음이 이제 내겐 안맞는 옷처럼 불편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난 주에 볼일이 있어서 홍대에 갔다가 '두리반'을 지나치게 되었다.
나는 거기서 또 다른 용산을 보았고, 용산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어쩜 두리반을 용산이랑 엮는 것은 아주 조심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이 땅 어딘가에선 또다른 잠재된 용산이 진행중이다. 

<용산개, 방실이>를 보았다.
실화여서 감동을 더한다는 얘기는 바꾸어 말하면 그래서 감정이 도드라진다는 얘기지만,
그래서 누군가는 그렇게 피흘리고 스러지기도 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추천사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작업에 천착하여 시간과 질기게 싸워 왔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결실을 이루어 낸 두 사람에게 박수를 보낸다.
인물들의 캐릭터가 명료했으면 독자들에게 더 친절했을 터이나, 마음으로 만날 이야기라서 굳이 기교나 꼴이 빼어날 까닭은 없다.
 
   

그리하여 나도 마음으로 이야기를 만났다. 
 

 

 

 

 

 

 

그리고 또 한권.
용산참사 때, 달팽이집이란 시를 쓰셨던 김환영님이 <깜장꽃>이란 동시집을 내셨다.
 

숟가락 

숟가락이 
숫가락이나
숯가락이 아니라
숟가락이 된 까닭은,
'ㄷ'이 떡하니
아가리를 벌리고 있기 때문이야

먹어도,
열린 입은 배가 고프기 때문이야. 

 

들리지 않는 말
 

풀섶 두꺼비가 
엉금엉금 비 소식을 알려 온다
 
비 젖은 달팽이가
한 입 한 입 잎사귀를 오르며 길을 낸다 

흙 속에서 지렁이가
음물음물 진흙 똥을 토해 낸다

작고  
느리고
힘없는 것들이

크고
빠르고 드센 것들 틈에서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바닥 숨을 쉬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해를 삼킨 아이들>을 그리신 일러스트레이터 답게 동시집의 그림도 죽음~이다.

언땅이 풀리면,
누군가는 밭을 갈고, 또 누군가는 씨를 뿌린다.
하지만 누군가 밟아 단단해진 땅이나 아스팔트를 뚫고 피어나는 꽃도 있다. 

어딘가에선 건물이 부숴지고, 어디에선가 부숴진 건물에 묻혀버리는 꿈도 있다.
땅을 빼앗겨 꿈을 빼앗기기도 하고, 꿈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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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3-31 04:58   좋아요 0 | URL
신새벽에 깨어나 조용히 추천만...

양철나무꾼 2011-04-01 00:02   좋아요 0 | URL
4시 58분이면...제겐 한밤중이예요.
추천...감사합니다~^^

마녀고양이 2011-03-31 09:27   좋아요 0 | URL
홍대는 내 고등학교 모교이기도 하고, 내가 십수년간 살았던 곳이기도 해요.
고등학교부터 35살까지, 나는 홍대 근처를 맴돌았지요.
얼마나 변했나 몰라요, 그동안. 그런데, 7년 전 일산으로 이사한 이후 가끔 지나치면
고층화가 엄청나게 이루어졌더군요. 원래는 대학 앞이라 5층 이상의 건물을 못 짓게 했었거든요.
쓸쓸해요......... 생각하면.

양철나무꾼 2011-04-01 00:08   좋아요 0 | URL
가끔 홍대를 나가면 요지경이란게 이럴때 쓰는 말이구나 싶어요.
난 대학때는 카페나 커피숍 거의 못갔거든요.
고작 KFC 정도~
요즘도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기도 하지만 아주 가끔이거든요.

아웅, 물 위에 동동 뜨는 기름 같아요~ㅠ.ㅠ

느린산책 2011-03-31 10:06   좋아요 0 | URL
저에게 이곳은 알라딘 마을의 휴게소~ 잠깐 쉬어가며 모든 알라디너들을 만날 수 있는..
역시 종가집 종부답게 모든 이들을 아우르시는 그 넓은 폭의 소유자 양꾼님을 흠모합니다^^

양철나무꾼 2011-04-01 00:12   좋아요 0 | URL
ㅎ,ㅎ...알라딘 마을의 휴게소라...것도 좋은데요.
요즘은 제가 좀 바빠 댓글에 덧글 달고, 마실 다니고 하는게...한 템포 늦습니다.
늦더라도 꾸준히는 할 거예요.
님도 꾸준히 들러 주실거죠?^^

cyrus 2011-03-31 10:43   좋아요 0 | URL
마지막 구절이 요즘 세상을 정확히 표현해주고 있네요. 힘이 있는 자들 때문에 힘 없는 사람들의
꿈이 너무 쉽게 빼앗기는거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용산 참사가 일어난지 2년이 지났네요,

양철나무꾼 2011-04-01 00:1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결론난 게 없죠~ㅠ.ㅠ

며칠전 손석희를 들으니, 이상한 법률안이 거론되고 있더라구요.

마노아 2011-03-31 10:51   좋아요 0 | URL
용산이란 두 글자가 주는 무게감은 언제나 묵직해요. 조심스럽고 아프죠. 봄조차 빼앗겨서는 안 되는 일인데...ㅜ.ㅜ

양철나무꾼 2011-04-01 00:17   좋아요 0 | URL
옛날엔 남편이랑 함께 음향기기 보러 가끔 다녔었거든요.
이동네 아이맥스 영화관을 이용할때도 있었고, 찜질방을 이용할 때도 있었고...
이젠 '용산' 조심스럽고 아픈 동네에요~ㅠ.ㅠ

책가방 2011-03-31 17:12   좋아요 0 | URL
(달팽이 집)은 다시 읽어도 가슴이 뭉클하네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도 생각나고...

양철나무꾼 2011-04-01 00:19   좋아요 0 | URL
님이랑 저랑 '따로 또 같이' 담벼락의 '달팽이집'을 읽었고,
님이랑 저랑 '따로 또 같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배웠나 보네요.
이 시, 고등학교때 힘주어 배웠던 기억이 나요~^^

잘잘라 2011-03-31 18:53   좋아요 0 | URL
흙 속에서 지렁이가 음물음물.... '음물음물' 처음 보는 말이예요.
우와아~~~ 의태어인듯 의성어인듯, 절묘하네요!!!
음물음물 움물움물 으믈으믈^ ^

양철나무꾼 2011-04-01 00:29   좋아요 0 | URL
역쉬, 님은 의성어, 의태어를 적절히 사용하여 글을 풍성하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으신거 같아요.
저도 처음보는 단어인데...참 절묘하고 멋드러지죠?^^

루쉰P 2011-04-01 11:01   좋아요 0 | URL
마지막 구절이 가슴을 치고 가네요. 용산에 대해 방관만 할 뿐 그 무엇하나 어쩔 수 없다는 자신이 부끄러울 때가 많이 있어요. 양철댁님의 리뷰 너무 잘 읽고 가요. ^^ 요즘 리뷰를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겨울에서 깨어나 움직이는 봄처럼 나긋나긋한 리뷰 읽는 맛에 즐겁게 근무하고 있어요.

양철나무꾼 2011-04-07 00:55   좋아요 0 | URL
이젠 지천으로 봄이예요.
더 이상 뒤로 미룰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낼은 봄비가 내린다네요.
봄비는 참 반가웠는데...방사능 봄비라 반가워만 할 수는 없네요~ㅠ.ㅠ

꿈꾸는섬 2011-04-01 23:14   좋아요 0 | URL
요즘 '종결자'라는 말이 유행이잖아요.
글을 읽어내려오면서 참 좋다..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일러스트가 정말 끝내주내요.
언땅이 풀리면, 누군가에게 짓밟힐지라도 또 씨를 뿌리고 싹이 나오고 꽃을 피울테니 말이에요.^^

양철나무꾼 2011-04-07 00:56   좋아요 0 | URL
이 분 그림 참 좋죠?^^
시만 좋은 것이 아니고, 그림만 좋은 것이 아니고...만능 엔터테이너라고 불러드려야 할 것 같아요~^^

첫눈 2011-04-06 18:08   좋아요 0 | URL
윽..홍대~저는 서울구경가면 꼭 가보고 싶은곳이 홍대에요 ^^
마당을 나온 암탉은 우리애가 아끼는 책이기도 했었는데, 눈길도 주지않은 책이건만...왠지 흥미가 가는걸요 ㅎㅎ
잘 읽고 갑니다 ^^

양철나무꾼 2011-04-07 01:00   좋아요 0 | URL
엉?...결혼에 아이까지요?
글은 한참 영거하셨는데 말이죠.
지방에 사시나 보죠.
님은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그 홍대가 , 제게는 불편하기만 하고...
제가 길치여서 좋은 안내자 노릇은 어려울 듯 하지만,
언제 서울 구경 오시면 홍대 앞은 안내해 드리죠~^^

냐냐냐 2012-05-04 18:40   좋아요 0 | URL
오늘첨왔는데 처음부터 쭈욱읽는데 너무 잼있습니다...앞으로 자주와야할듯..
숟가락의 표현이 참 멋지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