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간힘
유병록 지음 / 미디어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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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 마실을 다니다가 이 책을 발견하였다.

책 소개 글을 읽다가... 아마 난 이 책을 읽으면 울겠구나 짐작을 하였지만 들인걸 보면,

그래, 좀 울고 싶었나 보다.

 

그동안의 나는 책이나 드라마 따위를 보면서는 감정 이입도 잘하고 수도꼭지라 불리울 정도로 잘 울었지만,

내 자신의 일로는 잘 울지 않는, 메마른 편이었다.

퍼석거리는게 아니라 냉정하다고 해야 할까.

경쟁에 뒤처지지 않고 살려다 보니 감정은 사치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눈물을 참지 않기로 했다. 부끄러움은 내팽개치고 그저 소리 내어 크게 울기로 했다. 혼자 있든 누구와 함께 있든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울음은, 화산처럼 폭발하는 울음은, 마음에 담긴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한꺼번에 날려버린다. 아무래도 울음은 무엇으로 대체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울음이 필요하면, 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49쪽)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꺼이 꺼이 울었고,

울고나니 가슴이 뻥 꿇리는 것 같은 것이,

공허하긴 하지만,

카타르시스라고 해야 할까,

묘한 위로가 되었다.

 

그동안 주역이나 사서삼경등 어려운 책을 골라 공부하듯 읽다가,

고룡 님이 계기가 되어,

마이클 로보텀과 마이클 코넬리 등 다시 소설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시간이 좀 수월하게 가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된 박완서 님의 '한말씀만 하소서'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안간힘' 쓰는 모습이, 애 쓰는 모습이,

또 다른 날 보는 듯하여 안쓰러웠다.

과거의 나라면 안간힘을 썼겠지, 애를 썼겠지 싶은 것이.

 

그냥 되는대로 살아도 된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덤덤하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그 말은 나를 향한 주문이고 세뇌이기도 하니까.

 

마이클 로보텀이었나, 마이클 코넬리였나...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리운 사람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고 했다.

나와 아들도 언제가 다시 만날 것이다.

언제가가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곧'이라는 말이 '시간적으로 머지않아'라는 뜻 말고도,

'때를 넘기지 않고 지체없이'라는 뜻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아참참,

책표지가 좋다.

초록바탕도 좋지만,

금박 입힌 그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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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0-02-22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완서님 ‘한말씀만 하소서‘는 정말... 저는 너무 괴로워서 읽기 힘들었어요. 고통의 과정이 너무 적나라해서요. 이젠 너무 슬프거나 힘든 책을 도저히 겹쳐지는 장면이 많아서 읽을 수가 없어요. 양철나무꾼님... 제가 중간에 읽은 대목이 차마 짚어 여쭙기도 힘들어서...

힘이 되는 댓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양철나무꾼 2020-02-24 13:2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박완서 님의 ‘한말씀만 하소서‘가 그렇군요.
고통의 과정이 너무 적나라하다고 해서, 자학하는 심정으로 읽어볼까 했는데,
어쩜 읽지 못할 수도 있겠네요.

죄송하다니요.
박완서 님 책 정보를 알려주신 것만으로도,
아니, 이렇게 댓글을 남겨주신 것만으로 제겐 감사드릴 일인걸요~^^

2020-02-22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4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룡 님아, 나한테 왜 이러시는건데요~--;

 

 

 

 다정검객무정검 세트 - 전5권
 고룡 지음, 최재용 옮김, 전형준 감수 /

 그린하우스 / 2019년 11월

 

책은 지난 주말에 다 읽었는데, 후폭풍이 좀 있었다.

허무의 물결이 몰려왔다고 해야 할까,

하아, 물결이라는 말로는 약하다.

'훅!'하고 거대한 한방의 쓰나미가 몰려왔다고 해야겠다.

널브러져 있다가 간신히 추스리고 앉았다.

내가 장편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5권을 내달리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이가 들고 눈이 쉬이 피로해지면서,

눈관리도 해야하고,

오래 앉아있기 위하여 체력안배도 해야 하고,

그렇게 막바지로 내달려 왔는데,

결전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이,

5권의 거의 마지막에서 "그가 졌소."

이 한마디로 상황을 종결시켜 버리다니,

허무하다 못해 약이 오르려고 한다.

내가 허무함을 맛 볼려고, 이럴려고 이 책을 읽어왔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중언부언 늘어놓는 것보다 '그가 졌소' 라는 한마디가 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맥이 빠져버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5권까지 읽으면서 그의 필력을 알고, 그의 무공에 대한 지식을 짐작하면서도,

(이 책을 쓸때가 서른 무렵이었는데,)

서른의 그는 좀 부족했나 보다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화영시경
 배혜경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1월

 

그리고는 짧은 글들이 읽고 싶어 화영시경을 골랐다.

배혜경 님의 글이야 원래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것이 단정하고 간결하다.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정리가 필요할때,

아무렇게나 펼쳐서 읽다보면 깔끔하게 정리되고 위로받는 느낌이다.

여러 편 다 좋았는데, '포장의 기술'에서 오래 머물렀다.

포장에 공들이지 않는 나의 성향과 반대되는 글이어서 그런 것도 있고,

전작에 등장했던 - 그렇게 공들여 키워주신 어머니가 등장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런 어머니와 여행을 가서 투닥거렸다는 얘기가 내겐 부러울 따름이다.

(생각은 여기서 가지를 쳐서 좀 꿀꿀해지지만 이쯤에서 이하 생략하기로 한다.)

책과 함께 사진 엽서 몇 장과 다른 분 목소리의 CD도 몇 장 챙겨주셨다.

책을 CD로 듣는 것은 좀 생소하기는 한데,

날 생각하며 골라서 챙겨주신 정성도 있으니 들어봐야겠다.

대하소설이어도 좋고, 손바닥수필이라고 불리우는 스마트에세이가 되어도 좋고,

삶의 한때 내 곁에 머물고 위로가 되어준 책들과,

그 마음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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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2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3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3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 김영민 논어 에세이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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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읽으면서 김영민 님의 기지와 풍자에 탄복을 하였었다.

비록 내 부류는 아니라서 감동이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논어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서 택하게 되었다.

모두가 다 알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기 힘든 '논어'를 가지고 어떻게 버무려내는지 궁금하였다.

읽기 시작하였을때의 긴장감을 끝부분까지 이어갈 수 있을만큼 재미있었지만,

에필로그에서 이 구절을 보는 순간,

맥이 빠지는 느낌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1.『논어』의 주제를 소개하는 '논어 에세이'

2. 기존『논어』번역본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논어 번역 비평'

3.『논어』각 구절의 의미를 자세히 탐구하는 '논어해설'(총 10권)

4. '논어 번역 비평'과 '논어 해설'에 기초하여 대안적인 논어 번역을 제시하는 '논어 새 번역'(272쪽)

 

나는 이 중에서 1편 논어 에세이 만을 읽었을 뿐이고.

다른건 차치하고 '논어해설'만도 총 10권에 이른다고 하니,

과연 다 읽어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과거에 강신주가 쓴 책도 10권인가 12권을 기획했었는데, 책으로 나온 건 달랑 2권뿐이었고,

공원국의 춘추전국이야기는 11권까지인가 완간되었으나  나는 읽다가 중간에 흐지부지 되었었다.

 

이 책은 그중에 '논어 에세이'로 논어의 주제를 소개하고 있다고 하는데,

단순히 논어의 주제라기보다는,

저자 김영민 님이 논어를 어떤 주제와 방향으로 읽어나가고 있는지, 에 대한 맛보기 정도로 봐야 할 것 같다.

그 예로, 내가 읽었던 수많은 논어 관련 책들과는 맥락을 달리하고 있는데,

그는 이것을 자신들이 발견하고 싶은 것을 『논어』에 마음껏 투사하기때문이라고 한다.

공자를 한껏 우러를 수 있는 신의 경지에 놓는 것이 아닌,

우리와 같은 인간의 경지에 놓는다.

『논어』와 공자의 그것들을 답습할게 아니라, 콘텍스트가 담고 있는 텍스트를 읽어내라고,

그리고 텍스트를 읽음을 통해서 우리가 희망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삶과 세계는 텍스트라고 덧붙인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인'을 이 책에선 다르게 얘기하고 있는데,

인을 얘기하며, 공자는 결코 폭력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인한 사람은 단순히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 이상의 폭력을 행사하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전쟁마저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95쪽)

 

이 구절만을 읽었을땐 주장이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 고룡을 읽다보니,

그 자리에 살생을 대입시켜보니 이해가 될 듯도 하다.

 

암튼 이 책이 좋았던 것은,

논어를 내 인생관과 비슷하게 해석하고 있어서 였다.

그렇다. 인간은 허약하므로 무언가 부여잡고 삶을 지탱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혼신을 다해 사랑하고 원망할 대상을 찾는다. 죽거나, 미치거나, 타락하지 않기 위해서. 그러나 "하늘이 무엇을 말하던가?"(天何言哉.) 신이 침묵할 때 인간이 할 일은 무엇인가? 공자에 따르면, 신의 존재를 부정하려 들지도 말고, 신과 거래하려 들지도 말고, 스스로 신이 되려고 들지도 말고, 완전히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도 말고, 신을 무시하지도 말고, 신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도 말고, 신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인간에게 허여된 일을 하다가 죽는 것이다.(147쪽)

위 상자 글 안, '공자에 따르면' 이하 글들은 天何言哉의 해석이라고 보기 어렵겠지만,

김영민 님의 논어를 읽는 방법 정도로 보면 좋을 듯 같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이 책은 논어적 사고에 익숙한 나에게 경기를 일으킬 만한 책이었다.

논어를 배제한다고 하면 말이 안되겠고,

논어와 공자를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준,

정서적 환기를 시켜준 책이었다.

 

그동안 다른 사람의 논어 해설집을 읽을때면,

이 번역이 맞나 틀렸나,

이 해설이 적절한가 그렇지 않은가,

그럴듯 한가 그렇지 않은가, 를 놓고 혼자 고개를 갸우뚱해가며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었다.

(왜냐 나의 사고방식은 고루하고, 나의 지식은 미미하여 판단해낼 재간이 없으므로)

그런데 이 책은 논어의 번역이나 해석을 가지고 고개를 갸우뚱할 필요가 없었다.

세상에는 이런 번역과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창의력과 기지에 감탄하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잘 읽었다.

나머지 번역 비평과 해설, 새로운 번역본이 나온다면 기꺼이 읽어볼 의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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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검객무정검 세트 - 전5권
고룡 지음, 최재용 옮김, 전형준 감수 / 그린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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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안 읽었으면 모르지만 한 번 읽으면 반드시 다시 읽게 된다는 좌백의 말은 반쪽짜리다. 1권을 집어들면 5권을 내려놓을때까지 자고 먹는 시간마저 아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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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잘 먹는 것 - 삼시 세끼 속에 숨겨진 맛을 이야기하다
히라마츠 요코 지음, 이은정 옮김 / 글담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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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히라마츠 요코는 에에이스트이자 푸드 저널리스트이다.

도쿄여자대학교 졸업 후 아시아를 중심으로 일본 국내외의 요리와 식문화를 취재, 집필하고 있다. 그녀만의 건강한 식문화와 도시형 슬로 라이프를 글과 사진으로 독자들과 나누고 있다.

라고 책 날개에 적힌 것으로 미루어 일본 사람인걸 알 수 있다.

난 일본 책들에 대해 꽤 까칠하고 예민한 편인데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정서적으로 겉돌거나 일본 풍이어서 거슬린다 할만한 것은 없었다.

그녀가 내세우는 슬로 라이프 또한 수선 부리지 않는다.

한때 나도 미니멀 라이프나 슬로 라이프 따위를 꿈꿨었지만,

이제 그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는다.

삶은 어차피 많고 적게 따위의 소유의 문제는 아닐 뿐더러,

빠르고 천천히 따위의 속도의 문제는 더 더욱 아닐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부질없음을 깨닫고 난 후 내 삶의 목표는,

오늘 하루도 되는대로 살기이다.

 

되는대로 살기라고 하면 어제와 마찬가지로 되풀이 되는 삶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세상 어느 하나 어제와 같은 삶이란 없다.

"간장은 말이야, 아주 조금만. 향만 살짝 주는 거야."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게 아니다. 향을 더할 뿐이다. 그것이 맛을 내는 비결이다.(72쪽)

 

삶의 간난신고는 어쩔 수 없겠지만,

코끝에 느껴지는 향기나 바람의 세기나 방향 등을 살짝 바꾸는 정도 말이다.

어느 순간에 쉼표를 넣고 어느 순간에 악센트를 넣어야 하는지,

마침표는 하나의 동작을 마칠때 써야할지,

하나의 생각을 마칠때 써야할지, 처럼 미묘한 것들이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편하게 사용한다'와 '마구 사용한다'는 전혀 다르다. 소중한 것일수록 허세를 부리지 않고 사용하고 싶다. 좋아하니까 오래 사용하고 싶다. 그러나 마구 사용하면 그릇의 수명, 특히 옻칠의 수명이 줄어든다.(121쪽)

 

숙우를 이렇게 표현한 것도 좋았다.

흐르고 싶어한다. 그러니 밀어줘야 한다.

숙우(끓인 물을 옮겨 차를 우려내기에 적당한 온도를 식히는 식힘그릇:옮긴이)를 쥔다.

편평한 표면이 순식간에 흔들린다. 뒤쪽을 슥 올리면 앞쪽으로 쏠린다. 뒤가 앞을 미는 바람에 유속이 생겨 앞으로 앞으로 나가가려고 한다. 그 기세를 멈추지 않는다. 더 흘러가고 싶어 안달이다.(236쪽)

 

사람들은 곧잘 너무 단정한 삶이나 글을 만나면 숨막힌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살짝 비틀어 보면,

단정한 삶이란 비어있어 거스를 것이 없는 삶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텅빈 휑함은 아니고,

쾌적하고 아늑하다고 해야 할까.

이 분의 글이, 그리고 삶이 그래서 좋았다.

 

가만히 책을 읽노라면,

서술과 묘사가 억지스럽거나 과장되지 않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한구절씩 읊조리며 참선하듯 도 닦듯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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