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드라큘라 - 황홀경과 광기를 동반한 드라큘라의 키스
브램 스토커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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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가 공포물이다특히 무더운 여름날에 보는 공포 소설이나 영화는 한 번에 더위를 날려버릴 정도로 짜릿하다지금은 정말 좋아하는 장르이지만 어렸을 때는 정말 보고 싶지 않은 장르이기도 했다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에 밤잠을 설치는 경우도 허다했다그 시절 가장 무서웠던 공포 소설 중 하나가 <드라큘라>였다.

 

지금은 좀비 영화나 드라마가 너무 흔해 다른 사람의 피로 삶을 이어간다는 게 그렇게 기묘하고 무서운 설정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에 처음 접했을 때는 도대체 이런 소설을 왜 썼는지 이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낯설고 무서웠다드라큘라를 읽은 날 밤에는 잠을 자기 위해 드라큘라를 처치하는 방법을 준비하기도 했던 걸 보면 정말 무서워하긴 했나 보다.

 

이번에 다시 읽은 드라큘라는 그런 두려움을 주지는 않았다피 튀기는 장면이 주는 공포보다 삶이 주는 공포가 훨씬 크다는 걸실제로 피를 흘리는 일보다 가슴으로 피를 흘리는 아픔과 고통이 훨씬 크다는 걸 이해할 정도로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지도 모르겠다두려움보다는 왠지 모를 아픔이 더 크게 다가왔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조나단미나루시수어드반 헬싱 등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라 단면적인 구성이 아니라 입체적인 구성으로 다가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다지금이야 이런 종류의 소설이 독특한 구성은 아니겠지만 그 당시에는 상당히 시대를 앞서 나간 구성이 아니었을까 싶다.

 

뮤지컬이나 영화로 보던 드라큘라의 매력과는 또 다른 매력이 책에 담겨 있다는 건 분명하다한 구절한 구절을 곱씹는 즐거움도 있고각 인물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잠시 쉬어갈 수 있다는 것도 책이 주는 즐거움이다무엇보다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기쁨이 있다는 게 소설을 읽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은데 이 소설은 그런 즐거움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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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림, 조선의 586 - 그들은 나라를 어떻게 바꿨나?
유성운 지음 / 이다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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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반만년 역사를 돌아보면 대부분의 국가들이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니 자랑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주었다만주벌판을 내달리며 주변 강대국들을 벌벌 떨게 만든 호방하고 진취적인 성향의 고구려중국과 일본에까지 진출하며 우수한 자국 문화를 전한 백제삼국을 통일한 신라그 뒤를 이은 고려 등 각각의 나라마다 긍정적인 평가들이 넘쳐난다하지만 단 하나조선만은 예외이다조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더 우세하다왜 그럴까아마 국민보다는 소수의 특권 계층만을 위한 나라, 조선시대에 발생한 치욕의 역사, 그리고 여전히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하는 일제강점기의 역사가 그들 때문이라는 시선이 강하기 때문이다물론 조선에 대한 평가가 전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세종성종정종 등의 시대는 분명 자랑스러운 역사의 순간들이다그렇지만 그런 긍정적인 순간을 완전히 묻어버릴 정도의 어두운 시대가 조선에는 더욱 강하게 이어졌다그런 어둠의 시대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바로 사림이다그렇다면 사림은 악한 세력일까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그저 역사의 한 귀퉁이에 그 이름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그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을 위해오직 자신들의 신념만을 귀히 여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해갔을 뿐이다.

 

이런 생각이 옳은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는 역사학자가 아니기에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다만 조선에 깔렸던 어둠에 그들이 한 축을 이루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그런 그들의 모습을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다시 발견했다고 말한 이가 있다한국사를 전공하고 기자로 활동한 유성운으로그는 <사림조선의 586>이라는 책에서 사림과 586세대를 비교하며 그들이 어떤 공통점을 지닌 집단인지를 밝히고 있다.

 

저자가 책에서 주장한 사림과 586세대의 공통점을 보면 다른 것들처럼 독자의 반응도 극명하게 나누어지리라 생각한다마치 모세가 일으킨 홍해의 기적처럼 말이다각자가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주장하는 것도 다르니까 그건 그것대로 인정해야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다만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은 동의하는 사람대로반대하는 사람은 반대하는 사람대로 논리적으로 대처하기를 바란다절대 감정적이 아니라...

 

이 책을 읽은 이후의 감정은 요새 표현으로 하자면 할많하않이다역사가 또한 이 땅을 지켜온 백성들이 때가 되면 평가할 테니까그래도 딱 한 가지만 말한다면 지금의 모습이 이어진다면 어느 순간 586세대를 사랑하는 이들보다는 절대 그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겠다는 이들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예전에 그 어떤 집단을 향한 국민의 마음처럼 말이다그런 일이 절대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지금의 모습에 아파하기를 바란다진정으로 아파하기를 바란다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건 한 개인에게 한정된 말이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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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기억 1
윤이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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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기억을 삭제하고 이식하는 방법이 생긴다면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물론 누군가에게는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있기에 이런 방법이 생기길 바라겠지만 그 기억이 다른 사람의 뇌에 이식되어 사용된다면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벌거벗은 채 누군가의 앞에 선 듯한 기분이지 않을까?

 

네이버 공모전 크리에이티브 선정작으로 네이버 추리/미스터리 BEST 5인 <놈의 기억>은 바로 그런 기억 삭제/이식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사건과 함께 다루고 있다아내가 살해당한 정우의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의 기억을 온통 헤집어서라도 살인자를 찾고 싶고 그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아내의 죽음을 목격한 아이의 심리상태를 생각하면 기억 삭제라는 방법은 피할 수 없는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나 역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기억의 한 부분을 떼어낸다는 건 한 존재의 일부분을 떼어낸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좋은 기억나쁜 기억의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완전체를 이루어내기에 기억을 삭제한다는 건 결국 신체의 한 부분을 잃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싶다그렇기에 아프면 아픈 부위를 치료해 낫게 하듯이 아픈 기억도 치료를 통해 낫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소설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정욱이 찾는 범인은 의외로 곳곳에 남긴 작가의 힌트로 쉽게 추리해낼 수 있었다다만 정욱이 잃어버린 기억은 놀라운 반전으로 다가와 추리 소설을 읽는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흥미로운 소재에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과 반전이 이어지는 재미있는 소설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할 정도이다아마 조만간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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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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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자마자 나도 그런데라는 생각이 든 건 무슨 이유일까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어쩌다 한 번씩 상대방이 약속을 취소하면 왠지 모르게 편안한 마음이 든다그냥 나만을 위한 시간을 홀로 가지며 뒹굴 거릴 수 있다는 기쁨이 은근히 크다물론 매번 그런 건 아니다약속이 깨진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하현님의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는 그냥 편한 이야기이다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누군가가 가볍게 툭툭 던지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슬픔과 아픔과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일상의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처음부터 작가의 한 마디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 판다.

 

내 삶이 반짝이지 못해서 내 노력까지 초라해지는 기분이 드는 날이 자주 찾아옵니다.

 

그런 날이 내게도 적지 않았다정말 열심히 했는데온갖 열정을 끌어 모았는데아무 것도 남지 않은 듯한 결과에 억울하기도 하고분하기도 하고아프기도 하고그런 날들이 이어지고 이어졌다작가는 그런 날에 글을 썼다고 한다나는 그런 날에 무엇을 하며 보냈을까?

 

살면서 누구나 한 번은 겪는 순간의 이야기들에 작가의 생각을 담아 가볍게 풀어나가지만 그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누군가에게는 인생을 건 질문이기도 하고누군가에게는 삶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질문이기도 하다물론 정답은 없다그때 그렇게 선택한 작가의 이야기가 있고그런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순간이 있을 뿐.

 

작가가 던진 한 마디가 가슴에 한가득 들어앉는다.

 

열등감이나 패배감에 잠식되지 않은 건강한 마음으로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을 사는 사람이제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정말 그런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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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6-22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히 약속 취소되면 뭔가 시간을 번 듯한 느낌 ㅎㅎ 뭔지 알 것 같아요 *^^*
 
[세트] 문명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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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인간 세상을 그려낸 작품들은 생각보다 꽤 많이 있다최근에 읽은 김훈의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이라는 소설 역시 말을 통해 인간 세상을 바라본 작품으로 상당히 흥미로우면서도 가슴 한 쪽에 무언가 아련하면서 시린 느낌을 받기도 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문명역시 그런 울림이 넘치는 소설이다인간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작가가 선택한 동물은 고양이다전작 <고양이>에 이어지는 소설이기에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미 주인공이 누구일지를 눈치 채고도 남지 않았을까 싶다.

 

고양이 바스테트는 제3의 눈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 고양이 피타고라스그녀의 집사 나탈리와 함께 세상의 지배자가 되고자 하는 흰색 쥐 티무르(고양이 파타고라스처럼 제3의 눈을 가진 존재이기에 결코 손쉬운 상대가 아니다)와 쥐떼에 맞서 싸우기로 한다.

 

딸아이가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런가고양이를 주인공으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간다는 작가의 상상력에 별다른 반감이 생기지는 않는다오히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의 모습을 가장 잘 드려내는 동물이 고양이라는 생각이 점점 더 확고해진다(엄청난 번식력으로 무섭게 늘어난 쥐떼가 고양이인간 등을 공격한다는 설정은 상상도 못했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통해 슬쩍슬쩍 보여주는 작가의 엄청난 지식이다가끔은 정말 그런 건가 싶어 인터넷에서 찾아보는데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달리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이다.

 

작가는 인간 문명을 대체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로 사랑유머예술을 든다다른 건 모르겠지만 예술이 문명을 이루기 위한 필수요건이라는 작가의 생각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지금 읽고 있는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에서도 인류의 문명은 예술과 시작했다고 설명하는데 인류 시초에 그려진 벽화 등을 보면 작가의 생각이 어떤 의미인지 분명하게 깨닫게 된다.

 

또한 책 곳곳에 흘러넘치는 유머러스한 이야기와 장면들을 보면 이런 게 문명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작가의 의도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는 된다다른 종들은 결코 만끽할 수 없는 그런 우월감을 살짝(?) 느끼면서 말이다.

 

소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류는 어느 순간 다른 종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될까기독교인인 내겐 큰 의미가 없는 질문이긴 하지만 현재 인류가 살아가는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임에는 틀림없다우리 주변에 넘치는 테러전염병전쟁 등을 보면 결코 가볍게 듣고 흘려보낼 그런 질문이 아니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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