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늑대의 역사
에밀리 프리들런드 지음, 송은주 옮김 / 아케이드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남자들만 득시글거리는 집에서 자라서 그런지 또래 여자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다보니 같이 안 어울리게 되고, 관심도 없어지고, 그렇게 서로 다른 모습으로 성장했다. 그러다 딸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여자 아이들의 생각이 점점 궁금해졌다. 여자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알고 싶어졌다.
<늑대의 역사>는 이런 궁금증에 대해 조금이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보여준다. 여자 아이들의 성장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모든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성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는 지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게 한다.
늑대라는 제목 때문에 처음에는 남자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사회적 통념 상 늑대는 남성적 이미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보편적 통념을 벗어나 이 소설은 주인공인 린다를 그녀가 발표한 <늑대의 역사>를 말하며 늑대에 비유한다. 그런데 이 비유가 실제로도 적절하다. 무언지 모르게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하고 먼 곳을 바라만 보고 있는 듯한 책 표지의 늑대처럼 말이다.
열네 살 사춘기 소녀 린다와 그리어슨 선생님, 그리고 릴리. 레오와 패트라와 폴. 그들과의 얽히고설킨 인연들은 그 나이 때의 누구나에게 그렇듯이 명확한 무언가가 아니라 혼란스러운 무언가로 남게 된다. 그런 혼란스러움은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된다고 해서 다 명확해지는 것도 아니지만.
소설 속 린다에 딸아이의 모습을 겹쳐본다. 딸아이도 조만간 린다처럼 삶에 대해, 죽음에 대해,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리라는 생각을 하면 아빠로서 온갖 생각이 다 들지만 그래도 그런 과정이 딸아이를 한 걸음 더 성숙하게 이끌어 주리라고 생각한다. 불확실하고 두려움이 넘치는 그 순간이 수많은 시간들을 이어갈 소중한 한 걸음이기도 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