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리 dele 2
혼다 다카요시 지음, 박정임 옮김 / 살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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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2권에서도 세상을 떠난 자가 남긴 데이터를 삭제하는 dele.LIFE의 활동이 이어진다. 2권에서는 3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전편과는 이번 편에서는 각각의 이야기 안에 새로운 이야기가 덧붙여진다바로 케이시와 유타로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에 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관계가 이어져 있다세상이란 정말 그런 곳인가 보다전혀 관계가 없는 듯이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에 서로의 삶이 이어지는 그런 곳자신이 원해서 그런 관계가 맺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이어지는 그런 삶 역시 우리의 삶이기에 세상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복잡하고동떨어져 있는 듯하면서도 어우러져 있는가 보다둘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얽혀 있는지는 직접 읽어보시길.

 

3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이야기는 <유령 소녀들>이었다소설에 담긴 이야기들이 모두 현실을 반영하는 내용이지만 그 중에서도 이 이야기는 오늘날의 트렌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더욱 관심이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올해 초에 메타버스라는 하나의 트렌드가 주식 시장을 엄청나게 뜨겁게 달궜다가상의 현실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는 걸 모토로 한 메타버스는 이미 10-20대 사이에서는 현실에서 결코 떼어낼 수 없는 또 하나의 현실이다유령 소녀들에 나오는 아이리와 나나미 역시 그렇다.

 

아이리와 나나미가 살아가는 현실에서의 삶과 가상 세계에서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삶을 가상 세계에서나마 이루며 살아가는 기쁨이 그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삶의 탈출구였는지도 모른다메타버스라는 트렌드 역시 그렇게 수많은 이들을 현실과는 다른 또 다른 세계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자신이 꿈꾸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겠지만 그 후에 남은 이야기는 어떨까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전해주는 하나의 힌트가 될까아니면 그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하나의 미로가 될까글쎄아직은 모르겠다무엇이 정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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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리 dele 1
혼다 다카요시 지음, 박정임 옮김 / 살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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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우리의 삶과 그렇게 가까운 이야기도그렇다고 너무 먼 이야기도 아니다주변 어딘가에서 맴돌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우리를 찾아온다죽음이 그렇게 찾아올 때를 대비해 어떤 이들은 미리 유언을 남기기도 하고주변을 정리하기도 하고혹은 죽음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찾아가기도 한다우리 주변에 늘 함께 하는 죽음을 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하는가이 소설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세상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수많은 기록들이 온라인에 혹은 디지털 기기에 남겨진다그런 기록들 중에는 다른 이들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은 누군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담긴 개인적인 이야기도 있고누군가를 곤란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정보들일지도 모른다.

 

죽음 이후에 이런 기록들은 어떻게 될까더 이상 스스로 관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정보들은 알리고 싶지 않은 이에게 알려지거나범죄에 악용되거나누군가를 슬프게 하는 일에 사용될지 모른다이런 일을 막기 위해 데이터의 주인이 세상을 떠난 후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데이터를 디지털 기기에서 삭제하는 일을 하는 업체가 있다. dele.LIFE이다.

 

혼다 다카요시의 <디리>는 의뢰인의 죽음을 확인한 후 그들이 생전에 사용하던 컴퓨터핸드폰 등에 수록된 정보를 삭제하는 일을 맡아하는 케이시와 유타로의 이야기로 1권에는 총 5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각 단편마다 의뢰인이 남긴 데이터가 어떤 의미인지를 케이시와 유타로를 통해 들려주는데 이 작품이 2018년 여름 TV 아사히에서 방영되기도 해서 그런지 각각의 이야기가 한 편의 드라마처럼 머릿속에서 그려지기도 한다.

 

5편의 이야기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스토커 블루스>였다스토커라는 말에 담긴 악질적인 의미가 먼저 강하게 다가오지만 쇼헤이의 삶을 들여다본 후 유타로에게 또한 독자에게 남은 인상은 안타까우면서도 슬픈 느낌이 묻어나는 블루스의 이미지이다.

 

1권을 다 읽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나라면 어떤 데이터를 삭제해달라고 할까삭제할 파일보다는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파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누군가의 삶 속에서 또 다른 삶을 이어나가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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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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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좀 답답한 기분이 들거나 축 처지는 기분이 들 때면 추리 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다영화를 보는 듯한 장면 묘사나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이 주는 매력에 빠지면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가디언선정 누구나 읽어야 할 소설미국추리작가 협회 선정 추리소설 100영국추리작가 협회 선정 추리소설 100선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악의 본성을 탐구한 걸작 미스터리라는 <브라이턴 록>은 읽기 전부터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한 작품이다.

 

핑키로즈아이다세 명을 축으로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기대와는 달랐다짜릿하고 통쾌한 장면들이 펼쳐지고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반전의 묘미가 넘치는 그런 소설은 아니다얼떨결에 조직의 우두머리가 된 열일곱 살의 보스로 악의 본성을 보여주는 핑키와 그런 그를 사랑하는 순수함의 결정체 로즈와 신문기자 해리의 죽음을 끝까지 파헤치는 아이다의 모습들이 어우러지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소설에 나온 이들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인물들이기도 하다열일곱이라는 나이라면 그저 어린아이에 불과할 뿐인데 그를 정말 타고난 악의 화신으로 바라보아야하는지또한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한 방편으로 결혼을 선택한 핑키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로즈를 순수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라고 봐야 할지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선택하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기대와는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지만 이 소설을 극찬한 이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80여 년 전에 세상에 첫 발을 내민 소설이지만 전혀 시대적인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고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며 인간이란 존재의 본성을 세밀하게 그려낸 점에서도 그렇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을 장르소설의 특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은 그런 선입견을 버리게 한다무겁지만 여전히 재미있는 소설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말 그대로 걸작 미스터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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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김백상 외 지음 / 마카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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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은 매력에는 어떤 게 있을까말 그대로 짧은 글이라 빨리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또한 소설의 구성이 장편소설처럼 얽히고설키지 않아서 소설의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쉽다는 점도 있고 짧은 글 안에 작가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야하기에 내용이나 문체 등의 압축성명료성이 탁월하다는 것도 단편소설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1>에 실린 김백상의 <조업밀집구역>, 윤살구의 <바다에서 온 사람>, 김혜영의 <토막>, 박선미의 <귀촌가족>, 황성식의 <알프레드의 고양이>라는 5편의 단편소설은 단편소설의 장점을 모두 갖춘 작품들이 아닌가 싶다.

 

새로운 작가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즐거움이라는 책 뒷면에 실린 글처럼 작가들의 면면도소설의 이야기도 새롭고 흥미롭다순정만화가로 활동한 작가도 있고시나리오를 집필한 작가영화제에 출품한 작품의 각본 및 연출을 맡았던 작가도 있다다양한 이력을 가진 작가들이라 그런가작품의 내용도 그만큼 다양하고 신선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작품은 김백상의 <조업밀집구역>이었다스토리가 엄청 신선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무겁지 않게 익살스럽게 표현한 점도 좋았고 제목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이야기의 내용도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결론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서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한 편의 단편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작품이었다가벼움 속에 사회적 화두에 대한 진중함을 숨겨 놓은 듯한 작품이라 다 읽은 후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 그런 작품이기도 하다.

 

5편의 작품들이 소설이기도 하면서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충분할 정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시나리오처럼 느껴진다조금은 더 무거운 느낌을 원하기도 했지만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매년 새로운 작가들과 새로운 작품들을 찾아내 소개하는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이 앞으로도 좋은 작가들과 작품들을 계속해서 소개해줄 것을 기대하며 단편소설의 매력에 빠져보고 싶은 이들은 꼭 한 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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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김삼환 지음, 강석환 사진 / 마음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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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란 게 참 좋다때로는 함께 기쁨을 나누고때로는 아픔을 보듬어주고때로는 흐트러진 생각들을 하나로 모아준다.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를 읽으면 저자 김삼환님이 겪은 상처가 어떻게 치유되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저자는 30여 년간 함께 한 아내를 한순간에 떠나보내고 그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의 서부 사막도시 누쿠스로 떠나 그곳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낯선 땅에서의 삶은 저자에게 수많은 생각들을 정리하며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상실감을 이겨낼 수 있게 하였다.

 

다른 이의 생각을 혹은 삶을 들여다보는 게 무겁고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주는 위로가 상당하는 걸 알게 된다또한 삶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에 공감하며 깊은 사색에 빠져들기도 한다.

 

수많은 사진과 함께 보여주는 저자의 글은 저자와 함께 그곳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낯선 곳에서 걷고 또 걸었던 저자와 함께 걸으며 삶의 무거움을 조금씩 내려놓기도 한다힘들게 걷는 하루하루의 삶에 지치지 말고 힘을 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육신의 무게는 가볍게정신의 무게는 무겁게 다스려야 좋은 사람이 될 텐데 아직 갈 길이 멀다내가 좋은 사람인지 스스로 질문했을 때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삶은 무거운 것인가가벼운 것인가.(p,40)

 

툭 던진 이 글이 가볍지 않게 나를 짓누른다지금 내 삶은 무거울까 아니면 가벼울까가볍다면 혹은 무겁다면 그게 좋은 걸까나쁜 걸까무겁다면 왜 무거운 걸까가볍다면 왜 가벼운 걸까끝없이 질문이 꼬리를 이어간다그 답을 찾는 여정은 또 다른 나만의 길을 걸어갈 때 드러나지 않을까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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