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의 기억 1
윤이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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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기억을 삭제하고 이식하는 방법이 생긴다면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물론 누군가에게는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있기에 이런 방법이 생기길 바라겠지만 그 기억이 다른 사람의 뇌에 이식되어 사용된다면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벌거벗은 채 누군가의 앞에 선 듯한 기분이지 않을까?

 

네이버 공모전 크리에이티브 선정작으로 네이버 추리/미스터리 BEST 5인 <놈의 기억>은 바로 그런 기억 삭제/이식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사건과 함께 다루고 있다아내가 살해당한 정우의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의 기억을 온통 헤집어서라도 살인자를 찾고 싶고 그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아내의 죽음을 목격한 아이의 심리상태를 생각하면 기억 삭제라는 방법은 피할 수 없는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나 역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기억의 한 부분을 떼어낸다는 건 한 존재의 일부분을 떼어낸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좋은 기억나쁜 기억의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완전체를 이루어내기에 기억을 삭제한다는 건 결국 신체의 한 부분을 잃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싶다그렇기에 아프면 아픈 부위를 치료해 낫게 하듯이 아픈 기억도 치료를 통해 낫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소설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정욱이 찾는 범인은 의외로 곳곳에 남긴 작가의 힌트로 쉽게 추리해낼 수 있었다다만 정욱이 잃어버린 기억은 놀라운 반전으로 다가와 추리 소설을 읽는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흥미로운 소재에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과 반전이 이어지는 재미있는 소설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할 정도이다아마 조만간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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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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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자마자 나도 그런데라는 생각이 든 건 무슨 이유일까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어쩌다 한 번씩 상대방이 약속을 취소하면 왠지 모르게 편안한 마음이 든다그냥 나만을 위한 시간을 홀로 가지며 뒹굴 거릴 수 있다는 기쁨이 은근히 크다물론 매번 그런 건 아니다약속이 깨진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하현님의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는 그냥 편한 이야기이다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누군가가 가볍게 툭툭 던지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슬픔과 아픔과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일상의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처음부터 작가의 한 마디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 판다.

 

내 삶이 반짝이지 못해서 내 노력까지 초라해지는 기분이 드는 날이 자주 찾아옵니다.

 

그런 날이 내게도 적지 않았다정말 열심히 했는데온갖 열정을 끌어 모았는데아무 것도 남지 않은 듯한 결과에 억울하기도 하고분하기도 하고아프기도 하고그런 날들이 이어지고 이어졌다작가는 그런 날에 글을 썼다고 한다나는 그런 날에 무엇을 하며 보냈을까?

 

살면서 누구나 한 번은 겪는 순간의 이야기들에 작가의 생각을 담아 가볍게 풀어나가지만 그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누군가에게는 인생을 건 질문이기도 하고누군가에게는 삶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질문이기도 하다물론 정답은 없다그때 그렇게 선택한 작가의 이야기가 있고그런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순간이 있을 뿐.

 

작가가 던진 한 마디가 가슴에 한가득 들어앉는다.

 

열등감이나 패배감에 잠식되지 않은 건강한 마음으로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을 사는 사람이제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정말 그런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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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6-22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히 약속 취소되면 뭔가 시간을 번 듯한 느낌 ㅎㅎ 뭔지 알 것 같아요 *^^*
 
[세트] 문명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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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인간 세상을 그려낸 작품들은 생각보다 꽤 많이 있다최근에 읽은 김훈의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이라는 소설 역시 말을 통해 인간 세상을 바라본 작품으로 상당히 흥미로우면서도 가슴 한 쪽에 무언가 아련하면서 시린 느낌을 받기도 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문명역시 그런 울림이 넘치는 소설이다인간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작가가 선택한 동물은 고양이다전작 <고양이>에 이어지는 소설이기에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미 주인공이 누구일지를 눈치 채고도 남지 않았을까 싶다.

 

고양이 바스테트는 제3의 눈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 고양이 피타고라스그녀의 집사 나탈리와 함께 세상의 지배자가 되고자 하는 흰색 쥐 티무르(고양이 파타고라스처럼 제3의 눈을 가진 존재이기에 결코 손쉬운 상대가 아니다)와 쥐떼에 맞서 싸우기로 한다.

 

딸아이가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런가고양이를 주인공으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간다는 작가의 상상력에 별다른 반감이 생기지는 않는다오히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의 모습을 가장 잘 드려내는 동물이 고양이라는 생각이 점점 더 확고해진다(엄청난 번식력으로 무섭게 늘어난 쥐떼가 고양이인간 등을 공격한다는 설정은 상상도 못했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통해 슬쩍슬쩍 보여주는 작가의 엄청난 지식이다가끔은 정말 그런 건가 싶어 인터넷에서 찾아보는데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달리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이다.

 

작가는 인간 문명을 대체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로 사랑유머예술을 든다다른 건 모르겠지만 예술이 문명을 이루기 위한 필수요건이라는 작가의 생각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지금 읽고 있는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에서도 인류의 문명은 예술과 시작했다고 설명하는데 인류 시초에 그려진 벽화 등을 보면 작가의 생각이 어떤 의미인지 분명하게 깨닫게 된다.

 

또한 책 곳곳에 흘러넘치는 유머러스한 이야기와 장면들을 보면 이런 게 문명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작가의 의도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는 된다다른 종들은 결코 만끽할 수 없는 그런 우월감을 살짝(?) 느끼면서 말이다.

 

소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류는 어느 순간 다른 종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될까기독교인인 내겐 큰 의미가 없는 질문이긴 하지만 현재 인류가 살아가는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임에는 틀림없다우리 주변에 넘치는 테러전염병전쟁 등을 보면 결코 가볍게 듣고 흘려보낼 그런 질문이 아니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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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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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소설 뿐 아니라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이기에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SF 장르 소설의 효시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인조인간이 공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는 요즘에 더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3부로 나누어진 소설의 시작은 탐험가 윌턴이 누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조난당한 프랑켄슈타인을 구하고 그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프랑켄슈타인은 인조인간을 만들었지만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 추한 괴물이 탄생하면서 공포에 사로잡혀 괴물을 놓아둔 채 도망치고 괴물은 흉측한 외모로 온갖 고통 속에서 지내게 된다후에 프랑켄슈타인을 찾아온 괴물이 자신과 닮은 이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자 프랑켄슈타인은 처음에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지만 결국 괴물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자 격분한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이 사랑하는 이들을 살해한다.

 

이번에 소설을 읽으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 중 하나를 알게 되었다괴물이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 아니라 괴물을 창조한 이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점이다이런 오해가 생긴 이유는 영화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무의식적으로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을 동일한 인물로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은 사람이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한다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 프랑켄슈타인을 남성 권위적인 인물로 바라보기도 하고인간의 비극적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성장소설로 보기도 한다개인적으로는 앞서 말한 것처럼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을 동일 인물 안에 깃든 의식과 무의식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가장 적절하지 않나 싶다.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든 <프랑켄슈타인>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이 시대에도 결코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과학이 발달하고 생명의 신비가 하나 둘씩 벗겨지는 시기라 더욱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이런 모든 과정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생각해보면 메리 셸리가 던지는 물음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괴물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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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6-1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놀했습니다.
오늘 이 책 표지 얘기 했는데...^^
반갑습니다.~~
 
더 프랙티스 - 놀라운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의 비밀
세스 고딘 지음, 도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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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e(프랙티스)의 사전적 의미는 실행실천연습습관 등이다책을 읽기 전 <더 프랙티스제목에서 유추해 모든 성공에는 실행이 중요하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저자가 말하는 내용은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저자는 프랙티스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고그것을 세상에 보여주기까지그 과정의 시행착오를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꾸준한 실행뿐이다우리는 이것을 프랙티스라고 부른다.

 

간단하면서 명쾌한 설명에 프랙티스라는 개념이 머릿속에 쏙 박힌다문제는 저자가 말하는 프랙티스라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삶 속에서는 실제로 행하는다시 말해 실행하는 행동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눈에 들어온 건 일단 시작하라는 말이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선택지는 일단 시작하는 것이다그리고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바로 지금 있는 곳이다.

 

시간을 돌이켜 거슬러 올라가보면 무언가를 하고 싶었지만 실제로 시작하지는 못했던 수많은 일들이 떠오른다무엇이 두려워서였는지아니면 내 스스로를 믿지 못해서 그랬는지혹은 그럴 때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시작하지 못했기에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그런 일들이 정말 많았다세월이 흘러 나이도 어느 정도 들어간 지금지금은 이미 늦은 걸까결코 그렇지는 않다말 그대로 유일한 선택지는 일단 시작하는 것이니까.

 

시작했다면 그 다음에 무엇이 필요할까자기 신뢰이다자신을 믿지 못한다면 그 어느 곳에도 도달하지 못한 채 제자리를 뱅뱅 맴돌고 있을지 모른다끝없이 이어지는 프랙티스의 과정에서 바로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덧붙이자면 타인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필요하다터키에는 걸어 놓은 빵이라는 전통이 있다가난해서 먹을 것조차 없는 이들을 위해 빵 한 덩어리를 벽에 걸어놓던 전통이 창의적인 일을 결심한 이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마음이다.

 

프랙티스가 어떤 곳으로 우리를 이끌지는 모른다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하지만 프랙티스가 우리를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인생 최고의 원동력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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