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림, 조선의 586 - 그들은 나라를 어떻게 바꿨나?
유성운 지음 / 이다미디어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의 반만년 역사를 돌아보면 대부분의 국가들이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니 자랑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주었다만주벌판을 내달리며 주변 강대국들을 벌벌 떨게 만든 호방하고 진취적인 성향의 고구려중국과 일본에까지 진출하며 우수한 자국 문화를 전한 백제삼국을 통일한 신라그 뒤를 이은 고려 등 각각의 나라마다 긍정적인 평가들이 넘쳐난다하지만 단 하나조선만은 예외이다조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더 우세하다왜 그럴까아마 국민보다는 소수의 특권 계층만을 위한 나라, 조선시대에 발생한 치욕의 역사, 그리고 여전히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하는 일제강점기의 역사가 그들 때문이라는 시선이 강하기 때문이다물론 조선에 대한 평가가 전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세종성종정종 등의 시대는 분명 자랑스러운 역사의 순간들이다그렇지만 그런 긍정적인 순간을 완전히 묻어버릴 정도의 어두운 시대가 조선에는 더욱 강하게 이어졌다그런 어둠의 시대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바로 사림이다그렇다면 사림은 악한 세력일까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그저 역사의 한 귀퉁이에 그 이름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그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을 위해오직 자신들의 신념만을 귀히 여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해갔을 뿐이다.

 

이런 생각이 옳은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는 역사학자가 아니기에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다만 조선에 깔렸던 어둠에 그들이 한 축을 이루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그런 그들의 모습을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다시 발견했다고 말한 이가 있다한국사를 전공하고 기자로 활동한 유성운으로그는 <사림조선의 586>이라는 책에서 사림과 586세대를 비교하며 그들이 어떤 공통점을 지닌 집단인지를 밝히고 있다.

 

저자가 책에서 주장한 사림과 586세대의 공통점을 보면 다른 것들처럼 독자의 반응도 극명하게 나누어지리라 생각한다마치 모세가 일으킨 홍해의 기적처럼 말이다각자가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주장하는 것도 다르니까 그건 그것대로 인정해야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다만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은 동의하는 사람대로반대하는 사람은 반대하는 사람대로 논리적으로 대처하기를 바란다절대 감정적이 아니라...

 

이 책을 읽은 이후의 감정은 요새 표현으로 하자면 할많하않이다역사가 또한 이 땅을 지켜온 백성들이 때가 되면 평가할 테니까그래도 딱 한 가지만 말한다면 지금의 모습이 이어진다면 어느 순간 586세대를 사랑하는 이들보다는 절대 그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겠다는 이들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예전에 그 어떤 집단을 향한 국민의 마음처럼 말이다그런 일이 절대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지금의 모습에 아파하기를 바란다진정으로 아파하기를 바란다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건 한 개인에게 한정된 말이 아니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놈의 기억 1
윤이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의 기억을 삭제하고 이식하는 방법이 생긴다면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물론 누군가에게는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있기에 이런 방법이 생기길 바라겠지만 그 기억이 다른 사람의 뇌에 이식되어 사용된다면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벌거벗은 채 누군가의 앞에 선 듯한 기분이지 않을까?

 

네이버 공모전 크리에이티브 선정작으로 네이버 추리/미스터리 BEST 5인 <놈의 기억>은 바로 그런 기억 삭제/이식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사건과 함께 다루고 있다아내가 살해당한 정우의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의 기억을 온통 헤집어서라도 살인자를 찾고 싶고 그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아내의 죽음을 목격한 아이의 심리상태를 생각하면 기억 삭제라는 방법은 피할 수 없는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나 역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기억의 한 부분을 떼어낸다는 건 한 존재의 일부분을 떼어낸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좋은 기억나쁜 기억의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완전체를 이루어내기에 기억을 삭제한다는 건 결국 신체의 한 부분을 잃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싶다그렇기에 아프면 아픈 부위를 치료해 낫게 하듯이 아픈 기억도 치료를 통해 낫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소설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정욱이 찾는 범인은 의외로 곳곳에 남긴 작가의 힌트로 쉽게 추리해낼 수 있었다다만 정욱이 잃어버린 기억은 놀라운 반전으로 다가와 추리 소설을 읽는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흥미로운 소재에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과 반전이 이어지는 재미있는 소설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할 정도이다아마 조만간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을 보자마자 나도 그런데라는 생각이 든 건 무슨 이유일까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어쩌다 한 번씩 상대방이 약속을 취소하면 왠지 모르게 편안한 마음이 든다그냥 나만을 위한 시간을 홀로 가지며 뒹굴 거릴 수 있다는 기쁨이 은근히 크다물론 매번 그런 건 아니다약속이 깨진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하현님의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는 그냥 편한 이야기이다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누군가가 가볍게 툭툭 던지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슬픔과 아픔과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일상의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처음부터 작가의 한 마디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 판다.

 

내 삶이 반짝이지 못해서 내 노력까지 초라해지는 기분이 드는 날이 자주 찾아옵니다.

 

그런 날이 내게도 적지 않았다정말 열심히 했는데온갖 열정을 끌어 모았는데아무 것도 남지 않은 듯한 결과에 억울하기도 하고분하기도 하고아프기도 하고그런 날들이 이어지고 이어졌다작가는 그런 날에 글을 썼다고 한다나는 그런 날에 무엇을 하며 보냈을까?

 

살면서 누구나 한 번은 겪는 순간의 이야기들에 작가의 생각을 담아 가볍게 풀어나가지만 그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누군가에게는 인생을 건 질문이기도 하고누군가에게는 삶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질문이기도 하다물론 정답은 없다그때 그렇게 선택한 작가의 이야기가 있고그런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순간이 있을 뿐.

 

작가가 던진 한 마디가 가슴에 한가득 들어앉는다.

 

열등감이나 패배감에 잠식되지 않은 건강한 마음으로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을 사는 사람이제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정말 그런 사람이 되기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1-06-22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히 약속 취소되면 뭔가 시간을 번 듯한 느낌 ㅎㅎ 뭔지 알 것 같아요 *^^*
 
[세트] 문명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인간 세상을 그려낸 작품들은 생각보다 꽤 많이 있다최근에 읽은 김훈의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이라는 소설 역시 말을 통해 인간 세상을 바라본 작품으로 상당히 흥미로우면서도 가슴 한 쪽에 무언가 아련하면서 시린 느낌을 받기도 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문명역시 그런 울림이 넘치는 소설이다인간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작가가 선택한 동물은 고양이다전작 <고양이>에 이어지는 소설이기에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미 주인공이 누구일지를 눈치 채고도 남지 않았을까 싶다.

 

고양이 바스테트는 제3의 눈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 고양이 피타고라스그녀의 집사 나탈리와 함께 세상의 지배자가 되고자 하는 흰색 쥐 티무르(고양이 파타고라스처럼 제3의 눈을 가진 존재이기에 결코 손쉬운 상대가 아니다)와 쥐떼에 맞서 싸우기로 한다.

 

딸아이가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런가고양이를 주인공으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간다는 작가의 상상력에 별다른 반감이 생기지는 않는다오히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의 모습을 가장 잘 드려내는 동물이 고양이라는 생각이 점점 더 확고해진다(엄청난 번식력으로 무섭게 늘어난 쥐떼가 고양이인간 등을 공격한다는 설정은 상상도 못했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통해 슬쩍슬쩍 보여주는 작가의 엄청난 지식이다가끔은 정말 그런 건가 싶어 인터넷에서 찾아보는데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달리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이다.

 

작가는 인간 문명을 대체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로 사랑유머예술을 든다다른 건 모르겠지만 예술이 문명을 이루기 위한 필수요건이라는 작가의 생각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지금 읽고 있는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에서도 인류의 문명은 예술과 시작했다고 설명하는데 인류 시초에 그려진 벽화 등을 보면 작가의 생각이 어떤 의미인지 분명하게 깨닫게 된다.

 

또한 책 곳곳에 흘러넘치는 유머러스한 이야기와 장면들을 보면 이런 게 문명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작가의 의도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는 된다다른 종들은 결코 만끽할 수 없는 그런 우월감을 살짝(?) 느끼면서 말이다.

 

소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류는 어느 순간 다른 종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될까기독교인인 내겐 큰 의미가 없는 질문이긴 하지만 현재 인류가 살아가는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임에는 틀림없다우리 주변에 넘치는 테러전염병전쟁 등을 보면 결코 가볍게 듣고 흘려보낼 그런 질문이 아니기에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소설 뿐 아니라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이기에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SF 장르 소설의 효시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인조인간이 공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는 요즘에 더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3부로 나누어진 소설의 시작은 탐험가 윌턴이 누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조난당한 프랑켄슈타인을 구하고 그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프랑켄슈타인은 인조인간을 만들었지만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 추한 괴물이 탄생하면서 공포에 사로잡혀 괴물을 놓아둔 채 도망치고 괴물은 흉측한 외모로 온갖 고통 속에서 지내게 된다후에 프랑켄슈타인을 찾아온 괴물이 자신과 닮은 이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자 프랑켄슈타인은 처음에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지만 결국 괴물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자 격분한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이 사랑하는 이들을 살해한다.

 

이번에 소설을 읽으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 중 하나를 알게 되었다괴물이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 아니라 괴물을 창조한 이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점이다이런 오해가 생긴 이유는 영화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무의식적으로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을 동일한 인물로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은 사람이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한다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 프랑켄슈타인을 남성 권위적인 인물로 바라보기도 하고인간의 비극적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성장소설로 보기도 한다개인적으로는 앞서 말한 것처럼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을 동일 인물 안에 깃든 의식과 무의식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가장 적절하지 않나 싶다.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든 <프랑켄슈타인>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이 시대에도 결코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과학이 발달하고 생명의 신비가 하나 둘씩 벗겨지는 시기라 더욱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이런 모든 과정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생각해보면 메리 셸리가 던지는 물음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괴물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1-06-1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놀했습니다.
오늘 이 책 표지 얘기 했는데...^^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