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영원히 계속되리
김태연 지음 / 시간여행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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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숫자라는 소재가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제목에서부터 2 0이라는 숫자가 연상되면서 새로운 소재의 참신한 소설을 읽게 되었다는 기대감에 즐거웠다. 학창 시절에 나름대로 수학이라는 학문, 아니 과목을 좋아했고 괜찮은 점수를 받았기에 어렵지 않게 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부분들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삼각산 도사의 말대로 행하던 구영구가 자살하는 여인을 만나는 장면이나 묵언 수행을 하던 한초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열반에 들자 주장자를 둘러싼 스님들의 난투, 가운데서 은연중에 드러난 억수종, 일물파라는 명칭은 무언가 비밀스러운 느낌을 주며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또한 중간 부분에 드러나는 구영구의 장인이 지닌 비밀 등도 상당히 재미있는 전개였다.

 

그런데 책은 전반적으로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전개되었다. 나름 숫자에 얽힌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기대했지만(물론 나름 그런 플롯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느리게 진행되어 조금은 지루한 감이 있었다. 또한 수학의 수많은 법칙들을 나열하고 이를 불교적 관점과 연결하다 보니 수학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리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나로서는 많은 법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속에 담긴 수학적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책에 대한 몰입도도 떨어졌다.

 

또한 서여수라는 인물을 등장시키기 위해 필요했을지는 모르지만 김목사라는 인물이 과연 소설에 필요했던 걸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특히 김목사와 한의사와의 대화, 구영구와 김목사와의 대화 등은 과연 소설의 흐름에 별반 필요 없는 내용은 아니었을까하는 느낌이 들어 솔직히 거부감이 들기도 하였다.

 

아마 내가 생각했던 수와 관련된 내용은 미드 넘버스와 같은 플롯이었을지도 모른다. 하나 혹은 개의 사건과 연결되는 하나 혹은 개의 수학적 법칙이나 의미. 책은 이상의 것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너무 많은 내용이 나열되어 있다는 느낌을 벗어버릴 없어서 너무나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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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본능 - 일상 너머를 투시하는 사회학적 통찰의 힘
랜들 콜린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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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이라는 학문은 언뜻 생각하기에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배우는 학문처럼 보이지만 최소한 나의 경우에는 그렇게 자주 접하는 분야는 아니었다. 나라는 존재가 사회에 얽매여 있음은 확실하고 그런 사회가 지닌 속성들에 관심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이를 학문적으로 연구해야 대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같다. 그랬기에 책을 접할 상당히 새로운 분야를 접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저자의 들어가는 말에서부터 여타의 책과는 달리 명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떠한 학문이든 명확하고 뻔한 소리가 아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마디가 책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사회학은 결코 전문용어의 남발로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 누구나 아는 뻔한 이야기만 기록하는 학문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가장 먼저 합리성이라는 문제부터 설명하기 시작한다.

 

장부터 아주 흥미로웠다. 호모 사피엔스라 불리는 인간은 합리적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합리적인 존재다. 정말 그런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뻔하지 않은 뒤르켐의 이론을 사용하여 설명한다. 역시 논리성, 합리성을 상당히 중시하는 편이기에 저자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저자의 설명을 천천히 음미해보았다. 읽으면서 맞아, 맞아 남발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계약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합리적인 행동 이면에는 합리성을 넘어선 비합리적 유대, 신뢰라는 감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도 그렇고, 국가도 그렇고 이런 비합리적 유대가 없으면 결코 계약이 이루어질 없다. 합리성을 토대로 하면 결국에 계약을 체결하지만 지키지 않는 것이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구조는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저자의 말처럼 새로운 무언가를 배웠다는 기쁨이 흘러넘쳤다.

 

장의 강렬함에 뒤이은 2장에서는 종교에 관한 설명이 이루어졌다. 기독교인인 입장에서는 종교를 사회의 상징으로 설명한 저자의 말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조금은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 듯이 느껴졌다. 종교란 결국 믿음과 의례로 이루어지는데, 저자는 여기에서는 뒤르켐의 이론을 끌어들여 사람들이 도덕 감정을 토대로 하나의 집단을 이루어가는 과정인 사회적 의례에 초점을 맞춰 설명한다.

 

사회적 의례는 뒤에 나오는 권력, 범죄, 사랑이라는 사회적 요소들을 설명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커플이 나누는 밀어와 키스, 손잡기 같은 성애 행동에는 의례 행동과 같은 반복적인 패턴이 있다고 설명한다. 범죄 역시 사회구조를 떠받치는 의례의 기본이다. , 처벌의 사회적 목적은 범죄자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니라 사회에 이로운 의례를 제정하려는 것이다. 그렇기에 권력, 범죄, 사랑 등이 모두 사회를 이루는 요소가 된다.

 

내가 가진 지식 기반이 약하기에 읽고 책을 100%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같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서 최소한 저자의 바람처럼 사회의 다양한 속성들에 눈을 돌려보게 되었음은 분명하다. 다른 지적 욕구가 솟아오르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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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심리학 - 소비자의 코드를 읽는 15가지 키워드
로버트 B. 세틀. 파멜라 L. 알렉 지음, 대홍기획 마케팅컨설팅그룹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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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이 서문에서 말하듯이, 책은 기본적으로 마케터들을 위한 것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이 소비자행동론의 주요 내용을 이해하여 그들의 소중한 소비자들을 정확하게 파악할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특히 1 1색으로 표현되는 오늘날의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니즈가 무엇인지를, 또한 그런 니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어떤 기준으로 소비자를 구별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그렇다고 해서 마케터들만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마케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읽어도 책은 소비자로서의 인간을 이해할 있도록 도와준다.

 

마케터의 입장에서 , 생각이긴 하지만 책은 가장 기본적인 필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마케팅이란 결국 소비자와 상품이나 서비스를 연결하는 업무라고 책은 마케팅의 전부라 있는 소비자를 15가지 코드로 분류하여 사례를 들어가며 상세하게 설명한다. 단순한 설명만으로 끝나지 않고 특정 상황에서 마케터가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를 때로는 간접적으로 때로는 직접적으로 제시한다. 또한 코드별로 주의해야 사항이나 마케터가 인지하고 있어야 내용들을 잊지 않고 제공하여 마케터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를 방지하는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하나의 코드가 마무리한 핵심 내용을 정리하여 제공함으로써 코드별로 중요한 사항을 정확하게 이해할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기에 책은 마케팅 중에서 소비자에 대한 기본서로 마케팅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마케팅 관련 부서에 배치된 신입 사원들에게 특히 유용한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 책은 결국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책은 독자로 하여금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을 이해할 있는 지표를 제공한다. 특히 소비자의 성격, 소비자가 속한 그룹, 사회적 계층 사다리에서 소비자가 위치한 지점 등에 관한 코드는 마케터가 아닌 일반 독자들은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으면 사회생활에 필요한 대인관계에 커다란 도움이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업무상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같은 경우도 책을 읽고 저통제 타입과 고통제 타입을 구분하여 다르게 접근한 결과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였다.

 

책을 옮긴이가 대홍기획 마케팅컨설팅그룹이라 그런지 딱딱한 내용일 수도 있는 부분들을 굉장히 자연스럽게 번역하여 따분하거나 지루한 느낌 없이 책을 읽을 있었다. 상당히 많은 분량이긴 하지만 소비자에 관심이 있는 마케터, 광고인, 전략 기획자 혹은 소비자인 인간 자체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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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필 - 들어 세운 붓
주진 지음 / 고즈넉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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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의 붓은 진실만을 기록한다.>

 

하지만 죽음의 그림자에 묻힌 자는 살아남기 위해 진실을 이용하고,

권력의 탐욕에 빠진 자는 진실을 이용해 다른 권력을 집어삼키려 한다.

 

왕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절대자이다. 그런 왕이 때는 정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자기 마음대로 모든 일을 있고, 가지고 싶은 모든 것을 가질 있고, 누구도 감히 도전할 없는 것처럼 보이는 . 어찌 부럽지 않을까? 하지만 왕이라고 해서 절대 흔들리지 않는 철옹성 같은 권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왕은 일개 평민보다도 못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잃은 식물인간처럼 지내던 사관 민수영.

어느 서서히 죽었던 감각이 돌아오며 정신을 차리지만 지난날의 과거는 모두 잃어버린 채였다. 기억을 잃은 민수영이 자신의 기억을 찾아 헤매기 시작하면서 그를 둘러싸고 훈구대신 세력과 왕의 형제인 이정(월산대군) 간에 소리 없는 암투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는 기억을 잃기 전에 민수영이 숨겨놓은 사초에 이들의 앞날을 뒤엎어버릴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기억을 찾아다니는 민수영 앞에 그의 부인이라는 이연화가 나타나 사초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잡힌 민수영에게 모든 것이 거짓임이 드러나고, 사초를 둘러싼 왕과 월산대군과 훈구파 수장인 한명회 간에 서로를 잡기 위한 싸움이 벌어지는데..

 

소설은 역사를 배경으로 추리 스릴러물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같다. 끝인 싶을 다른 반전을 선사하며 독자를 새로운 장면으로 이끌고 가고, 상상 외의 결말에 다시 글을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철학적이나 윤리적으로 깊이 있는 내용을 담았다기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있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역사적 인물이나 소설 인물들에 빗대어 묘사하고 있다. 중에서도 가장 예상을 많이 벗어났던 인물은 바로 주인공인 민수영이었다. 사관의 붓은 진실만을 기록한다는 표현처럼 왠지 강직하고 청렴결백한 이미지의 느낌을 같은 인물이었는데 막상 소설 속에 그려진 민수영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소설을 재미있게 만들어주었다. 오랜만에 읽는 재미가 솔솔 넘치는 역사소설(?) 읽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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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이동원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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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지닌 모든 장점을 갖춘 소설!!!!

 

<살고 싶다>라는 제목 속에 담긴 처절함, 간절함, 아픔 등을 생각하며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상당히 궁금하였다. 하지만 책은 나의 예상과는 달리 어둡고 무거운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훨씬 밝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책을 읽고 나는 정말 재미나고 유익한 책을 읽었다는 기쁨에 빠져들었다.

 

소설이 지닌 분명한 장점 하나는 글을 읽는 즐거움이다. 소설은 책을 손에 후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기 전까지 결코 눈길을 돌릴 없는 강한 매력을 내뿜고 있었다. 군인을 소재로 해서 그런가, 딱딱 끊어지는 듯한 군인들 대화처럼 문체도 상당히 간결하여 읽기도 쉽다. 내용도 읽을수록 다음 상황이 궁금해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내게 그렇게 재미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소설이 배경이 되는 군대의 모습이 떠올라서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이필립 병장처럼 나도 수색대 출신이다 보니 이필립 병장이 자대로 복귀했을 느꼈을 자괴감에 깊이 공감할 있었다. 물론 내가 후송 치료를 받았던 것은 아니지만 축구 하다 차도 난리가 나는 생활이 떠올라 이필립이라는 인물에 완전히 몰입할 있었다. 특히 이기자 부대 얘기가 나왔을 때는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내가 근무했던 사단이 이기자 바로 사단이었다). 군대를 다녀온 이들이라면 아마 모두 주인공의 모습과 병실이긴 하지만 군인들이 지내는 모습에서 예전 추억을 떠올리며 속에 온전히 빠져들지 않았을까 싶다.

 

책을 읽는 하나의 즐거움은 추리소설처럼 이필립 병장이 친구였던 정선한 병장의 자살을 조사해나가며 이소윤 소위, 권중현 상병, 이지용 일병 등이 어떻게 정선한 병장의 자살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밝혀나가는 과정에 있다. 특히 생각지도 않았던 인물의 결합이 주는 의외의 반전이 소설의 재미를 더욱 높여주었다(물론 작가는 나름대로 3 인물이 등장할 거라는 암시를 충분히 주었지만 내가 미처 발견하지 하였다^^).

 

그렇다고 책이 그저 즐겁게 읽고 던져버릴 만큼 단순한 내용만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살고 싶다>라는 제목처럼 속에는 삶을 바라고 제대로 살기를 원하는 이들의 간절한, 절박한 외침이 담겨있다. 절박한 외침을 던지는 이들 가운데에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사는 , 자신이 받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든 것을 거부하는 , 권력의 구조 속에서 때로는 소리를 치고 때로는 죽은 듯이 조용히 숨어있는 인간 군상의 모습들이 드러난다. 여기에서 책의 장점이 다시 드러난다. 윤리나 도덕책에서 말하듯이, 딱딱한 모습이 아니라 작가의 예리한 시선이 사람, 사람을 훑어보며 그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었기에 독자들이 군대라는 특수 환경임에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이들을 바라볼 있게 이끌고 있다.

 

이상 책에 대해서 말하지 말아야겠다. 잘못하면 스포일러로 욕먹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읽어보라. 유쾌한 읽기의 세계로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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