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심리학 - 자존감 도둑과 영혼 살인마에 관한 보고서
김현철 지음 / 북뱅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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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뱀파이어 심리학이라니, 뱀파이어처럼 남의 피를 탐하는 특별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라는 건가?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아무래도 뱀파이어라고 하면 뭔가 우리와는 다른 특별한 존재, 어찌 보면 사악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뭔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커져간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뱀파이어, 댐파이어, 휴먼이라는 세 종족을 설명한다. 뱀파이어와 휴먼은 그렇다 치고 댐파이어라는 종족은 또 뭔가? 댐파이어란 반은 흡혈귀, 반은 인간인 반귀반인의 종족이다. 저자의 분류에 따르면, 뱀파이어는 자신의 본능을 즉시 표출하는 자, 휴먼은 자신의 본능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자, 댐파이어는 흠... 어중이떠중이??이다. 또 다른 정의를 보고 뱀파이어 종족의 특성이 마음에 와 닿았다.

 

뱀파이어의 특징이 두드러진 자들은...... 자폐적이며 모든 에너지가 오로지 자신을 향해 쏠려있고 반사회적이며 기생적으로 생존하며 타인의 기를 빨아 마시는 존재. 바로 악성 자기애성 인격이다.(p.28-29)

 

오호, 그런 놈들이라 이거지. 주변에 이런 놈들 꽤 있는데. 점점 흥미로워진다.

 

책의 구성이 독특하다. 먼저 흡혈귀(뱀파이어)의 심리상태를 헤집은 후 이들이 어떻게 번식해 나가는지, 또한 호모 라이어라, 좀비, 거인, 악령 등을 파헤치고 섹터 S와 섹터 N이라는 특정 지역(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굉장히 친숙한 동네이다. 읽어보면 안다)에서 일어난 일들을 차례차례 부검해 나간다. 이들을 설명해가는 과정에서 어려운 심리학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영화, 속담, 신화 등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다만, 너무 많은 인용을 하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특히 예로 든 영화들 중 보지 못한 영화도 적지 않아서 저자가 얘기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영화 내용을 찾아봐야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약간의 불편함(곳곳에 보이는 오타 포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소재의 독특함, 다양한 예시, 이해하기 쉬운 설명,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분석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또한 길지 않은 내용에 담긴 우리네 삶의 모습, 우리들 마음속 깊은 곳에 담긴 심리적 흔적들을 보며 나는 과연 어떤 종족인지 알아가는 재미도 솔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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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보이스 - 0.001초의 약탈자들, 그들은 어떻게 월스트리트를 조종하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제용 옮김, 곽수종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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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하는 것처럼 현실에는 1세컨드(1) 위에 1밀리 세컨드. 1밀리 세컨드 위에 1나노 세컨드가 있다. 이런 시간 단위가 도대체 왜 필요하지라고 묻는 사람이라면 월가에서 자신도 모르게 뒤통수를 맞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책을 읽으면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탐하는 악한 자들과 이를 지키려는 정의의 사도들. 어떤 이들은 책에서 표현했듯이, 세상을 탐하는 자들로부터 정의를 지키려는 브래드를 월가의 로빈후드라고 말하기도 하고, 이들의 싸움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싸움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게 현실이다. 월가와는 전혀 관계없이 사는 나에게는 더욱 더 충격적인 현실이었다.

 

물론 재테크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타매매에 대해서 자세히는 몰라도 이름 정도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단타매매로 적지 않은 돈을 운용하면서 장이 끝날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모니터만 들여다보며 거래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있다(얼마 전에 만나서 들어보니 단타매매로 버는 돈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이들은 눈이 벌게지도록 모니터를 바라보며 주식 매매를 하는 이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악당들이다.

 

초단타매매 트레이더(High-Frequency Traders/HFT), 우리에게는 굉장히 낯선 이 단어가 미국의 월가를 조작하는 악당들이다. 어떻게 조작이 가능하다는 걸까? 처음에는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책을 읽어가며 새로운 세상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초단타매매가 가능한 이유는 한 마디로 투자자가 낸 주식 매도 혹은 매수 주문이 각 거래소에 도착하는 시간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월가에는 증권거래소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거래소들이 존재하다보니 거래자의 주식 주문이 물리적 요인을 포함해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각 거래소에 도착하는 시간이 달라진다. 이 미세한 시간 차이(앞서 말한 밀리세컨드, 나노세컨드)로 인해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은 주식 투자자들의 매매 단가를 먼저 확인하고 선행 매매를 진행하여 높은 수익률을 올리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공평한 것 같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엔 너무나 불공평한, 아니 불공평함을 넘어선 악의적 거래를 발견한 이들이 이런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다. ‘토르라는 프로그램의 개발, 공정 거래를 위한 신설 거래소(IEX)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이들 약탈자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물론 이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진실을 밝혀 공정, 정의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의 싸움이 있기에 우리의 미래는 그렇게 암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또한 이런 이들이 단순히 월가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삶의 모든 부분에서 브래드와 같은 이들이 활약하고 있기에 이 세상이 아직은 살만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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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강에 비친 달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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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절에서 태어났다!

 

책 표지에 담긴 이 한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 이게 무슨 소리지, 한글은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각고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상상을 초월한 선언에 책의 내용이 너무 궁금해졌다.

 

불효, 불충한 아버지의 죄를 부끄러이 여기고 달아난 신미가 스승인 함허를 만나 범어를 배우고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자신의 길을 찾는다. 백일기도를 마친 신미는 스승인 함허와 함께 세종대왕을 만나게 된다. 세종대왕과 왜국의 <대장경> 요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신미는 무심결에 모든 백성들이 <대장경>이나 유가의 경전을 볼 수 있도록 우리 글자를 만들자는 제안을 한다.

 

세종과 신미는 동일한 꿈을 꾸었다. 모든 백성이 대장경을 읽을 수 있는 조선의 글자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 둘의 마음이 합해져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이 창제되었다. 그렇다면 소설에서 말하는 신미 대사가 한글을 창제했다는 이야기는 정말 역사적 사실일까? 어떤 사료에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을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조선시대의 숭유억불 정책 때문에 한글 창제의 실제 주역인 신미 대사를 숨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터이기에. 이제는 수많은 시간이 흘렀다. 만약 소설 속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지금이라도 역사적 사실을 밝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한글의 실제 주역을 찾기 위한 노력은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한글을 창제한 실제 인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진실을 찾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할 때이다.

 

작가는 이 책이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신미 대상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세조 때의 이야기를 쓸 것이라고 한다. 세조 때의 신미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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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만들다 -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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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가 감청 거부 방침을 밝혀 온 사회가 시끌시끌하다. 감청, 검열, 모니터링이라는 말을 들으면 군사 정권 하에서 이 땅을 억압하던 인물들이 떠오른다. 그러기에 일반인들이 느끼는 거부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런 검열에 대해 에코는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

 

<검열과 침묵>에서 에코는 두 가지 검열에 대해 이야기한다. 침묵을 통한 검열과 소음을 통한 검열. 언뜻 무슨 말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 칼럼을 읽어보면 그 의미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예전에 우리나라 미디어들을 보면 뭔가 숨겨야 할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기 위해 별 의미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을 오히려 크게 부각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것이 바로 소음의 검열이다.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크게 외치는 소리에만 관심을 갖는 습성이 있다. 정작 중요한 사건이나 일은 그 소음에 묻혀 어떠한 반향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사그라진다.

 

<검열과 침묵>은 에코의 칼럼 14편을 묶은 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칼럼이었다. 검열이라는 단어가 민주주의를 억압하던 시대에 드러내놓고 자행되던 시기를 보냈던 세대였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내용이었다.

 

14편의 칼럼을 보면 에코의 진면목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철학, 신학, 기호학, 천문학, 미학 등 그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야가 있기나 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다방면에 걸친 그의 지식이 칼럼 곳곳에 담겨있다. 그러다 보니 읽는 이가 괴롭다. 칼럼 하나하나가 무슨 입문서 같다.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어렵고 페이지 한 장을 넘기는데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책 제목이기도 한 <적을 만들다>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파키스탄 택시 기사의 우리의 적은 누구냐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에코의 사유를 그린 칼럼이다. 국가나 사회적 차원에서 만들어낸 유대인, 흑인, 마녀라는 적에서부터 개인적 차원에서 만들어낸 적까지, 우리는 본성적으로 적을 만들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적이라는 개념과 관련해 개인적 의미에서는 적보다는 차라리 라이벌이 필요한 게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에코가 예로 든 장 폴 사르트르의 <닫힌 방>에서처럼 3명의 남녀가 갇혀 서로가 서로에게 끔찍한 지옥이 되는 상황은 결국 우리의 본성이 악하기에 적을 만들 수밖에 없음을 재확인시켜준다.

 

<속담 따라 살기>는 조금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칼럼이다.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 태어난 행복 공화국. 이 나라 국민들은 속담에서 말하는 대로 살지만 속담이 주는 지혜와는 완전 반대로 혼란스러운 삶을 이어갈 뿐이다. 다소 엉뚱한 듯한 이 칼럼에서는 수많은 속담을 끌어들인 에코의 언어적 유희를 느낄 수 있다.

 

에코의 작품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독자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했을 때 느끼는 상쾌한 기분이 어렵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음미할 때 독자가 느끼는 쾌감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에코를 향해 당신을 손을 뻗어보라. 그의 열정이 주는 즐거움에 푹 빠져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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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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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 <오후 네 시>를 읽고 작가의 다음 작품은 어떨까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번에 나온 작품 <푸른 수염>은 샤를 페로의 잔혹 동화 <푸른 수염>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을 읽기 전에 푸른 수염이라는 동화를 찾아서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원작과는 달리 노통브의 손을 거친 작품은 어떤 모습과 색깔을 가질지 궁금해서였다.

 

, 이렇게 작품이 바뀔 수 있구나, 이것이 작가의 능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탄생한 푸른 수염에는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 작가 특유의 비꼬는 듯 냉소적인 유머와 위트가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에 녹아내린 채 독자들이 책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마법을 펼쳐낸다.

 

사실 8명의 여자를 살해한 돈 엘레미리오와 살인자인줄 알면서도 그와 함께 하는 사튀르닌, 둘 모두 알쏭달쏭한 존재들이다. 자신이 살해한 8명의 여자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9번째로 동거하기로 한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 살인마인줄 알면서도 함께 동거하며 그가 저지른 살인을 부인하고 싶어 하는 여자. 이 책의 한 부분은 분명히 이 둘의 사랑을 그려낸 것인데, 쉽게 이해하기 힘든 사랑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에 나오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사랑은 믿음의 문제요. 사랑은 존중을 전제로 하오. (p.79)

 

그렇다.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존중은 사랑의 기본 전제 조건이다. 그렇지만 상대방을 믿지 못하기에 자기중심적이고 억압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비틀린 사랑. 그 밑바닥엔 믿음 대신 불신이 존중 대신 경멸이 도사리고 있다.

 

소설의 중심을 이루는 또 하나는 금기이다. 돈 엘레미리오는 9명의 여자들에게 단 하나의 조건만을 말한다. 암실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하지만 8명의 여자들은 자신들의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 이렇듯 금기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인가 보다. 하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든 기어이 하고 마는.

 

아멜리 노통브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의 모습, 다음번에는 또 어떤 모습을 그려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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