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법률여행 3 - 형법 재미있는 법률여행 시리즈 3
한기찬 지음 / 김영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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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재미있는 법률여행; 형사소송법>을 읽었다. 그때도 상당히 재미있게 법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렇게 다시 재미있는 법률여행 시리즈로 형법을 배울 수 있게 되어서 또 다시 기대감이 상승하였다.

 

법 중에서도 우리랑 가장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법이 아마도 형법이 아닐까 싶다. 민법은 우리네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재물이나 친족, 상속 등과 관련된 법이라 우리의 일상 속에서 민법과 관련된 사건을 많이 접하게 되지만 형법은 왠지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법률이라는 생각에 나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저 뉴스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하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책의 구성은 형법에 관한 간략한 설명한 후 형법을 구성하는 총칙과 각칙 2 파트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파트별로 먼저 총칙과 각칙에 관한 기초 설명을 한 후 사례와 해설을 제시한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먼저 문제를 풀어보면서 각 사례에서 중요시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정답과 해설을 통해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법에서 말하는 중요 부분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형법과 관련된 이 책은 법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태아를 인격체로 보는 시기, 사람의 사망 기준, 안락사 등 도덕적으로 민감한 부분들도 다루고 있어서 더욱 깊이 있게 읽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최근 들어 많이 들리는 명예훼손, 무고죄 등에 관한 내용도 눈여겨 볼만한 사례들이다.

 

재미있게 제시된 사례들이라 읽기도 쉽고 해설도 일반인들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 법과 관련해 문외한이라고 해도 법의 테두리 안에 사는 이들이라면 그 누구라도 한 번쯤 읽어야 할 책이다.

 

물론 이 책으로 모든 법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그것은 저자가 원하는 바도 아니다. 법을 잘 모르다보니 억울하게 당하는 경우도 많고, 자신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지도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법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 법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이점이 아닐까 싶다.

 

낯선 곳으로 여행이 주는 풍요로움과 즐거움처럼 법이라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즐겁게 만들어 줄 것이다. 지금 바로 당신이 골라야 할 여행지, 바로 이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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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연주하는 소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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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는 알면 알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작품을 집필한다는 점에서 그렇고, 수많은 작품들을 쉬지 않고 출간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얼마 전에는 정통 추리소설을 읽었는데 이 작품은 정통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와는 또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이미 1994년에 출간한 작품이었다. 지금부터 20여 년 전. 그때 이미 작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인류의 출현은 지금도 많은 작가들이 사용하는 인기 소재이다. 올해에도 <호모도미난스>라는 작품에서 새로운 인류의 출현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가 말하는 신인류는 여타의 작가들이 말하는 인류와는 다른 모습이다.

  

빛에 메시지를 담아 연주하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천재 소년 미쓰루. 그가 연주하는 광악에 매료된 젊은이들이 점차 그의 주변으로 모여든다. 이들은 광악을 듣고 더 의욕적이고 활기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다 광악을 듣지 못하면 그 금단 현상으로 인해 무기력해지곤 한다. 한편 미쓰루의 능력을 듣고 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자들과 그의 연주를 막으려는 자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은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로 기득권층이 권력을 무기로 대중들의 의식이 깨어나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메시지를 광악을 통해 미쓰루가 보내는 메시지에 실었다. 문득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 본 내용이 떠올랐다.

 

존재와 존재가 만나 진화한다.

  

작가는 눈을 감고 진화를 거부한 기득권층과는 달리 각각의 존재들이 깨어나 서로 만나며 인류는 결국 진화한다는, 그것이 의식에 관한 것이든지 육체적 능력에 관한 것이든지 간에, 메시지를 우리에게 보낸다. 그의 말처럼 인류는 서서히 눈을 뜨고 세상을 올바르게 보기 시작한 사람들에 의해 진화되어 왔다. 우리의 역사를 보더라도, 세계의 역사를 보더라도, 어느 순간 빛을 보고 이를 연주할 수 있었던 이들은 항상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들이 기득권자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다음 단계로, 인류를 다음 단계로 진화시켜 나갔다. 아마 다음 단계의 진화는 이 소설을 읽은 우리 모두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내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면모를 알려주었다. 다음번에는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더욱 궁금해지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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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줄 몰랐어
모르강 스포르테스 지음, 임호경 옮김 / 시드페이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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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일까? 이런 일이 실제로 프랑스에서 일어났다는 건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돈을 목적으로 사람을 유괴하는 범죄가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일어나지 않는 범죄라고 말할 수는 없다. 범죄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소재이기도 하고, 요즘 들어서는 자신의 신념을 보여주는 방법의 일환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게 색다르지 않은 사건을 그린 소설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이유는 무엇일까? 제목에서부터 우리의 눈길을 끄는 요소가 있다. <죽을 줄 몰랐어>라는 표현에 담긴 뉘앙스.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라고 무심하게 말하는 듯한 뉘앙스가 우리를 더욱 섬뜩하게 한다. 누군가의 죽음을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

 

강도, 폭행, 절도 등으로 2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나온 야세프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돈을 벌 수 있는 큰 건을 계획한다. 그 계획이란 다름 아닌 납치. 돈 많은 사람을 납치하여 크게 돈을 벌어보겠다는 야세프는 공범들을 끌어들인다. 구체적인 준비나 계획 없이 진행하다보니 몇 번의 실패를 거치게 되지만, 마침내 23세의 유대인 엘리를 납치한다. 이 납치 과정에는 돈을 벌겠다고 적지 않은 수의 남·녀 공범자들이 꼬여든다.

 

이 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이렇게 꼬여든 인물들의 심리나 사건 행동들이 아주 세밀하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소설 속에 묘사된 공범들 중 일부는 납치라는 범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전혀 생각도 해보지 않는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한 단순한 행동으로만 생각한다. 그러기에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면서도, 엘리에게 나름 잘 해주려고 하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은 그저 덧없이 흘려보내고 만다. 한편 시간이 흐르면서 엘리의 부모에게서 돈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야세프는 증거가 많이 남았다는 이유로 엘리를 죽이고자 한다.

 

책을 보며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은 범죄를 저지른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프랑스 경찰의 대응도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많은 나라에서 납치범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지만 돈을 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야세프 일당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린 경찰의 대응이 과연 올바른 것이었는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욱 끔찍했다. 머나먼 프랑스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기에 더욱 몸서리쳐졌다. 이런 일이 우리 사회에는, 아니 사람들이 사는 모든 공간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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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플러스 원 - 가족이라는 기적
조조 모예스 지음, 오정아 옮김 / 살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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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전남편과 남편의 여자 친구에서 태어난 니키. 수학적 재능이 탁월한 탠지. 싱글맘으로 아이들을 돌보며 낮에는 청소일을 저녁에는 바텐더로 일하는 제스. 탠지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이들은 수학 올림피아드에 참석하려고 한다. 그때 그들 앞에 나타난 에드. 잠깐의 실수로 내부자거래로 고발당한 에드는 무심결에 그들을 수학 올림피아드가 열리는 스코틀랜드로 데려다 주기로 한다. 서로에게 까칠하게만 대했던 에드와 제스는 여행을 하면서 서로를 향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늘 괴짜로 놀림을 받으며 피셔 형제에게 맞기만 하던 니키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시험장에 도착하지만, 이들 앞에 높인 역경은 더 높아져 가기만 하는데...

 

세상에 나와서 가장 먼저 맺게 되는 관계, 가족. 우리에게 늘 힘이 되고 따뜻함이 되는 가족. 하지만 우리는 가족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시간이 없다는 말을 하며 가까이 있지만 가장 멀리 있는 것처럼 생각하며 지내기도 한다. 에드가 그랬다. 집을 떠나온 후 정말 아버지, 어머니가 있는 곳에 진심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에드. 하지만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겪으면서, 또한 제스네 가족과 함께 스코틀랜드로 가면서 아버지를, 가족을 진심으로 그리워한다.

 

부제인 가족이라는 기적처럼 제스네 가족에게는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 중에서도 서로가 하나가 되어가는 기적, 서로가 가족임을 깨다는 기적, 아마 그보다 더 큰 기적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끝없이 기다려주고 함께 해주는 가족이기에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이다.

 

가족 이야기에 더해 에드와 제스의 하나 더하기 하나 관계가 이루어지는 사랑 이야기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전남편, 전부인과 진정한 관계를 세우지 못했던 이 둘이 하나씩 하나씩 아름다운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한 번의 실수 때문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뻔했지만~~

 

함께 하며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힘을 주는 제스네 가족의 이야기가 지쳐버린 마음에 따뜻함과 용기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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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격 -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 일상인문학 3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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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 타인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명 모두가 그렇게 배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무척 다르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상대보다 높은 자리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희롱이니, 성추행이니 하는 범죄를 저지른다. 군대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자신의 계급을 이용해 상대를 인격적으로 모독하고 무시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누구도 깨뜨릴 수 없는 철옹성이어야 하는데 어떤 이에게는 너무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모래성이 되어버렸다.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은 이렇게 무너져 내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문학 작품, 일상의 모습 속에 담긴 존엄성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가 말하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나 절절히 가슴 깊이 다가와 한 구절 한 구절을 그냥 읽고 넘어가기가 아쉽다.

 

존엄성에 상처 입는 상황은 우리의 일상에서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 조종을 당했다는 느낌이 들 때, 무시당했다고 느낄 때, 수치심을 느낄 때, 굴욕감에 빠져들 때 등 존엄성은 여러 상황들과 관련이 있다. 그 중에서도 존엄성이 침해당했다고 느끼기 쉬울 때는 돈과 관련이 있을 때이다.

 

사업을 하다보면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가 많다. 이럴 때 신용이 좋은 사람이야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도권에서 대출을 받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기존에 대출 받은 돈 때문일 수도 있고,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신용 등급이 떨어져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가까운 지인들에게 손을 벌리거나, 아쉬운 소리를 할 때가 많다. 돈을 빌려주지 못하겠다고 하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돈을 빌려주지도 않으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헤치는 경우가 무척 많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어린 나이에 사업을 하다 더 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을 때 그저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에게 이러저러한 하소연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잠시 내 얘기를 듣는 척 하더니, 대뜸 넌 왜 만날 때마다 돈 이야기만 하냐? 돼도 안 되는 것 그만둬라. 이런 얘기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 술은 내가 살게라고 하였다. 순간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그 친구랑 한 번도 돈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지. 저자의 이야기처럼 굴욕감과 무력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그때 나는 인격적으로 모독을 받았다는 느낌, 내 존엄성이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처럼 우리는 살면서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존엄성을 짓밟는 경우가 많다(저자의 말에 따르면 의도성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는 내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의 존엄성을, 또한 상대방의 존엄성을 세워주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자아 성찰을 통한 열린 마음과 상대방을 대하는 진정성,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독립성이 필요하다. 타인을 진심으로 존중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나, 당신, 우리가 서로의 존엄성을 높여주는 관계, 우리의 삶의 격이 높아지는 사회, 모두가 바라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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