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 재욱, 재훈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5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슈퍼 히어로라고 하면 아무래도 슈퍼맨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어렸을 적에 본 만화나 영화에서 가장 많이 보았던 인물이 슈퍼맨이라 그런 것 같다. 평상시에는 평범한 인물이다가 누군가 위험에 처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이 되면 가슴에 S자가 크게 그려진 옷을 입고 날아가 사람들을 도와주는 모습이 어린 나이에도 상당히 멋져 보이면서, 나도 슈퍼맨처럼 사람들을 도와주는 슈퍼 히어로를 꿈꾸기도 하였다. 슈퍼맨 이후로 수많은 슈퍼 히어로들도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사람들을 도와준다. 그런데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이 과연 특출난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걸까?

 

재인, 재욱, 재훈 삼남매는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가족이다.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아주 멀지도 않은 관계. 어느 날 사막으로 떠나는 재욱을 위해 함께 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칼국수 집에서 먹은 형광빛 나는 칼국수를 먹은 후 이들에게 놀라운(?) 초능력이 생긴다. 재인은 대전 연구실에서, 재욱은 아랍 사막의 플랜트 공사장에서, 막내 재훈은 조지아의 염소 농장에서 각각 누군가로부터 Save 1, Save 2, Save 3라고 쓰인 메시지와 손톱깎이, 레이저 포인터, 열쇠를 받는다. 밑도 끝도 없이 누군가를 구하라는 메시지를 받은 이들 삼남매에게는 어떤 일들이 생기는 걸까?

 

재인, 재욱, 재훈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그저 그런 일상의 삶들을 살아간다. 하지만 이들의 평범한 행동이 종국에는 누군가의 삶을 구하는 운명으로 이어진다. 어찌 보면 그들에게 생긴 초능력은 초능력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능력이다. 그렇지만 그 보잘 것 없는 능력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다. 이들 삼남매는 우리가 슈퍼 히어로라고 부르는 슈퍼맨, 배트맨, 캣우먼과는 완전히 다른 그저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인간이다. 이들을 보면,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능력은 특출난 누군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능력과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얼마 전에 읽었던 글이 떠오른다. 모 패스트 푸드점에서 장애인이 식사하는 것을 친절하게 도와주던 직원을 찍은 사진과 설명이 곁들어진 이야기였다. 별다른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친절, 그것이 바로 재인, 재욱, 재훈처럼 누군가를 구하는 평범한 우리네 히어로들의 모습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바이블 - 신과 우리 모두의 이야기
마크 버넷, 로마 다우니 지음, 전의우 옮김 / 아드폰테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어렸을 때에는 성경이 지금처럼 다양하게 번역되어 있지 않고 하나의 번역본만 있었다. 지금도 계속해서 사용하는 성경이지만 이 번역본은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온 초기에 번역된 것이라 용어가 상당히 어렵다. 지금은 실생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한문체나 용어들이라 어린 학생들이 읽고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님께서 그 당시에 쉽게 읽을 수 있는 성경 이야기책을 사 주셨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금성 출판사에서 나온 성경 이야기였는데 삽화와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성경을 읽는 대신 그 책을 자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중고등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성경을 공부하다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중고등부 학생들이 생각보다 성경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QT를 열심히 하면서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학생들도 많고, 보기와는 달리 믿음으로 모든 일을 감당하려는 아이들도 많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성경에 나오는 인물이나 사건들을 잘 모른다. 이런 현상에는 여러 원인들이 작용했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아이들에게 맞는 성경 이야기가 많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더 바이블, 신과 우리 모두의 이야기(A Story of God and All of Us)>은 상당히 유용하다. 이 책은 10시간짜리 텔레비전 미니시리즈로 제작했던 <더 바이블(The Bible)>의 대본을 소설로 다시 각색한 책이다. 성경의 모든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다 담을 수 없다보니 중요한 인물과 사건들을 기준으로 순서대로 성경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창세기부터 요한 계시록에 이르는 성경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간략하지만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면서 독자들이 성경 전체의 이야기를 그려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이 책은 성경 강해나 설교집이 아니기에 오랜 신앙생활을 한 분들이 보기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성경을 잘 모르는 아이들이나 새신자분들이 총체적으로 성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디딤돌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중간 중간에 삽화를 그려 넣었다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사람들을 성경으로 이끌기에는 상당히 유용한 책이다. 아이들 혹은 새신자분들과 한 챕터씩(서문 + 10부로 구성) 읽고 나눔을 해도 좋을 것 같고, 텔레비전 미니 시리즈와 함께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지왕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3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사형집행인의 딸>을 읽은 후 이번에 사형집행인의 딸 세 번째 작품인 <거지왕>을 읽었다. 2부에 해당하는 <검은 수도사>를 읽지는 못했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어서 <거지왕>을 읽는 데 별반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물론 이 책의 주인공은 사형집행인인 야콥 퀴슬, 그의 딸인 막달레나 퀴슬과 그녀를 사랑하는 지몬 프론비저이다. 시리즈물이라서 그런지 이 책도 <사형집행인의 딸>과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먼저 간략한 프롤로그로 앞으로 진행될 사건이 이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본 내용으로 들어간다.

 

사건은 야콥 퀴슬이 레겐스부르크에 사는 누이동생 리즈베트가 중병에 걸렸다는 매제의 편지를 받고 레겐스부르크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야콥은 레겐스부르크로 향하는 뗏목에서 증오의 눈길을 느끼지만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며 무심결에 넘어간다. 하지만 레겐스부르크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촘촘하게 엮여 있어 도저히 그가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이었다. 성문 앞에서 경비병들과 시비가 붙어서 하룻밤을 탑에서 보내고 동생이 하는 목욕탕으로 향한 야곱을 기다리는 것은 매제와 누이의 시체였다. 누이의 시체 앞에서 망연자실한 채 서 있던 야콥은 이를 다 알고 있었다는 듯한 레겐스부르크 경비대장에게 체포된다. 한편 막달레나와 지몬은 베르히톨트가 준 맥각을 먹고 환상에 빠져 결국 죽음에 이른 베르히톨트의 하녀 문제로 결국 숀가우를 떠나 레겐스부르크로 향한다. 레겐스부르크로 온 이들은 야콥이 함정에 빠져 갇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야콥을 구해내기 위해 사건의 진범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이 소설에는 야콥을 향한 복수를 꿈꾸는 미지의 인물과 야콥을 고문하면서도 같은 일을 한다는 동질감을 느끼며 야콥의 무죄를 위해 그를 도와주는 레겐스부르크의 사형집행인 필립 토이버, 사라진 창녀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또 다른 미지의 인물, 막달레나와 지몬을 둘러싼 실비오와 거지왕 나탄 등의 인물들이 서로 얽이고 설키면서 살인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첫 번째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중세시대의 도시 풍경, 죄인들에게 행해졌던 고문의 종류와 방법, 군중심리에 빠진 무지몽매한 군중들의 행동 등이 아주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마치 독자들이 17세기 독일의 레겐스부르크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잔인함과 폭력이 넘치는 장면들 가운데서도 막달레나, 지몬, 실비오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가 또 다른 재미를 더해준다.

 

소설의 배경인 레겐스부르크, 지금도 소설 속 배경인 된 건물이나 지역들이 남아있다는 저자의 여행안내서를 본 후에는 더욱 더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갔다. 아마 언젠가는 야콥과 막달레나와 지몬이 누볐던 그 곳에서 이들의 활약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험사회를 진단하다 아로파 총서 2
홍성태 지음 / 아로파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은 안전 사회인가? 이 질문에 과연 무엇이라고 답해야 할까?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로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제대로 된 날갯짓 한 번 못해보고 세상을 떠나야 했던 세월호 사건이나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건을 떠올리면 아마 그렇지 못하다고 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디 이뿐이랴? 길을 걷다 갑작스레 땅이 무너져 내리는 싱크홀이 이곳저곳에서 일어나는 사회라면 그 어디에서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안전 사회가 아니다. 저자는 오히려 대한민국은 위험 사회를 넘어서 불신, 불안, 불행이 넘치는 3불 사회인 사고 사회라고 말하면서, 한국과 같은 사회는 고위험 과학 기술과 저급한 사회 체계가 결합되어 있는 가장 위협적인 위험 사회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사고 사회인 대한민국의 문제는 독재와 비리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말하는 한국 사회의 위험 문제는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 시절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에 이르는 토건 국가의 구조 때문에 발생한다. 저자는 국가 재정을 낭비하고, 국토를 파괴하고, 수많은 비리가 횡행하는 개발 사업이 대한민국을 점차 비리가 판치는 사고 사회로 몰아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고질적 병폐에 물든 한국 사회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위험을 올바로 인식하고 관리하는 안전 사회이다. 저자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사회를 생태 복지 국가라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생태 복지 국가는 단순한 복지국가를 넘어서 생태계와 조화를 이룬 복지국가이다. 저자는 토건 국가의 개혁을 통해 생태 복지 국가를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생태 복지 국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정치에서의 개혁이 필요하고 정치 개혁의 형태로 생태 정치를 제안한다.

 

저자가 뜻하는 바가 과연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렇게 낙관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위기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독재와 토건 국가 건설로 인한 비리 등이라고 말했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던 친일 세력 때문은 아닐까 싶다. 정계, 학계, 기업 등 이 땅 곳곳에 깊게 뿌리 내린 친일파를 확실하게 척결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그 실수가 결국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사고 국가로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소통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시대이다. 이 시대, 이 사회가 그래도 안전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치인들이 과거의 잘못된 오류와 비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저자의 말처럼 대중들이 정치의 진정한 주역이 되는 사회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형집행인의 딸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1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로 치자면 망나니에 해당하는 사형집행인은 그 말 자체로 으스스한 기분이 든다. 우리나라 망나니처럼 사형수의 목을 베는 일을 하기에 우리나라나 서양이나 사형을 집행하는 이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지만 중세 유럽의 사형집행인에게는 사형 집행 외에도 여러 임무가 주어진다. 때로는 죄수들을 고문하는 일도 감당해야 하고, 때로는 오늘날의 의사처럼 환자나 산모 등을 돌보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생명을 살리는 일, 또한 생명을 죽이는 일 모두를 감당하는 이가 사형집행인이다.

 

<사형집행인의 딸>은 실제로 사형집행인의 후손인 올리버 푀치의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중세 독일의 한 마을. 그 마을에서 어느 날 어린 소년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아이의 어깨뼈 아래에 새겨진 기호를 본 사람들은 마녀의 소행이라며 산파 마르타 슈테흘린을 마녀로 몰아간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과 의사의 아들인 지몬 프론비저는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보기 시작하는데..

 

소설에 담긴 이야기는 마을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그저 편의주의에 빠진 지도층의 모습, 중세 시대에 살던 사람들이 군중심리에 빠져 정확한 사실 규명 없이 아무 관계도 없는 누군가를 마녀로 몰아가는 과정을 세세하게 그려낸다. 또한 예나 지금이나 탐욕에 빠진 사람들이 자신의 욕심을 위해 죄 없는 이들을 죄인으로 몰아가는 인간의 끝없는 어리석음이 어떤 결말을 맺는지도 보여준다.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에 더해 중세 시대의 시대상이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아이들을 죽인 범인과 그 뒤에 있는 물주의 뒤를 추적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나간다. 또한 사형집행인의 딸 막달레나 퀴슬과 의사의 아들 지몬 프론비저의 신분과 상황을 넘어선 사랑 이야기도 소설에 애틋함을 더해준다. 다만 마르타 슈테흘린이 마녀로 몰려 사형을 당할 긴박한 상황에 비해 소설의 진행이 조금은 더디게 진행되는 듯한 느낌 때문에 그렇게 크게 긴장감이 들지는 않았다는 점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