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랑해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유혜자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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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집착의 경계는 어디쯤일까? 사실 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정도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혹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니 분명 도를 벗어난 행동임에도 선뜻 뭐라고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대방이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받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30대의 중반의 유디트는 어느 날 슈퍼마켓에서 건축설계사인 한네스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한네스는 유디트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유디트의 친구들이나 가족들과도 잘 어울리면서 그들에게도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유디트는 과도한 한네스의 행동에 무언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한다. 그러다 베니스 여행을 다녀온 후 한네스와 헤어져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한다. 유디트가 한네스에게 이별을 통보한 후 그녀에게 장미꽃 꽃다발이 배달되고 유디트는 자신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한네스 때문에 점차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는데....


한네스는 무섭다. 진짜 이런 사람 만날까봐 너무 무섭다. 예전에 본 영화 미저리가 생각날 정도의 행동을, 그것도 교묘하게 지능적으로 하는 한네스에게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유디트의 주변 인물들을 포섭해 조금씩 조금씩 유디트를 옭아매가는 그의 방법은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무섭게 느껴진다.

어떤 의미에선 유디트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그녀는 헤어지기로 결심하면서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깊이 있게 얘기하지도 않는다. 만약에 그녀가 처음부터 조금 더 신속하게 대처했더라면 정신병원을 들락거릴 정도로까지 힘들어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네스와 같은 이들에게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사랑은 누군가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내 소유로 만드는 과정이 아니다. 그렇기에 한네스의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 그것도 병적인 집착일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는 결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디트와 같이 행동할 것이다. 그저 원만하게, 뒤끝 없이 헤어지고 싶어 하는..

한 때 사랑했던 그 사람이 그렇게 돌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지 않을까???

유디트는 본능적으로 한네스의 진면목을 느낀 것 같기는 하지만...

 


한네스가 무서운 점이 바로 이것이다.

한 때는 유디트 편이었던 루카스마저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이런 사람에게서 쉽게 벗어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정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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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뉴엘 1 - 육체에 눈뜨다 에디션 D(desire) 7
엠마뉴엘 아산 지음, 문영훈 옮김 / 그책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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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과 예술을 나누는 경계선은 어떤 것일까? 명확한 구분선은 없는 것 같다. 시선을 살짝만 틀어서 보면 외설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외설로 보이기도 하지 않는가 싶다. 그런 점에서 <엠마뉴엘>은 외설과 예술의 경계선에 있는 작품으로 여겨진다.

 

1974년 개봉된 엠마뉴엘 시리즈는 학창 시절 수많은 학생들을 유혹한 영화이다. 몰래 본 친구들도 적지 않았고. 나도 어떤 내용인가 상당히 궁금하기는 했지만 크리스천으로서 또한 학생이라는 신분이었기에 결국 영화를 보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엠마뉴엘이라는 영화는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그러다 엠마뉴엘이 영화 이전에 책으로 먼저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엠마뉴엘을 에로 영화로 기억하고 있던 내게 원작이 있다는 얘기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거기에다 외설 작품이 아닌 예술 작품으로 소개하는 글을 읽고는 더 큰 충격에 빠졌다.

 

책을 펼치고 읽어 보았다. 그런데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다. 파리에서 태국 방콕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루어진 두 남자와의 정사. 이런 설정은 포르노에서나 가능한 것이 아닐까? 더 큰 충격은 함께 탄 아이들에게 정사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엠마뉴엘의 태도이다.

 

유교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인정한다. 또한 크리스천으로서 성적인 면에 극보수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도 인정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소설이었다. 정사 장면에 대한 묘사가 그렇게 적나라한 것도 그렇고 엠마뉴엘이나 그녀의 남편 장 등 등장인물들의 생각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물론 엠마뉴엘의 태도에서 주도적으로 삶을 이끌어가고 싶어 하는 모습이 보여, 페미니즘적인 사상도 작품 속에 녹아내려 있음도 사실이다. 또한 자유주의적인, 상대방을 구속하지 않으려는 장의 사상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이라고, 혹은 성이라는 어두운 골방에 갇혀 있던 우리의 기본 감정을 세상으로 이끌어낸 선구자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다.

 

또한 미에 대한 마리오의 견해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만한 주장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것은, 부인이 있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부인이 없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터이고,”(p.364)

 

어떻게 보면 각 사람에게 담겨 있는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듯한 주장에는 그것이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어느 정도 적절한 주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모든 것을 수용하기에는 조금 내 기준을 넘어선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눈을 조금만 돌려 작품을 한 번 읽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억눌려있던 우리의 감정이, 자유가 조금은 해방되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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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븐스 섀도우
데이비드 S. 고이어.마이클 캐섯 지음, 김혜연 옮김 / 청조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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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물은 거의 읽거나 보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이상하게 눈에 자꾸 들어왔다. 어느 날인지 모를 미래 세계를 그린 듯한 책표지의 이미지에 담긴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 두 명의 작가도 좋았다. 특히 마이클 캐섯이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환상특급>을 작업했다는 소개에 눈길이 갔다. <환상특급>은 지금까지 내게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긴 미드 중 하나이다.

 

초반에는 SF물이라는 느낌이 그다지 들지 않았다. 그저 키아누라는 지구 근접 천체에 먼저 도착하고자 하는 NASA의 데스티니 7호와 러시아-인도-브라질 연합을 대표하는 브라마호의 경쟁을 얘기하고 있어서 언뜻 SF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키아누에 도착한 데스터니 7호의 잭과 이본이 키아누를 탐사하다 뜨거운 증기 돌풍에 이본이 다치게 되면서 키아누의 정체에 대한 의아함이 커져만 간다. 이본을 구출한 후 데스티니와 브라마호의 승무원들은 함께 키아누를 탐사하는데, 그들은 거품에서 분리된 보초라는 외계 생명체를 만나게 된다. 그렇다. 키아누는 지구 근접 천체가 아니라 외계 생명체가 만들어낸 인공 구조물, 즉 우주선이었다. 이제 소설은 점점 더 SF물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소설은 점점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외계 생명체의 공격을 받은 포고가 죽은 후 키아누의 환경이 점점 변해가는 것을 깨달은 나탈리아와 잭은 헬멧을 벗고 키아누의 환경이 점차 인간이 살 수 있는 공간의 형태로 변해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좀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한 이들은 인간의 형상을 닮은 무엇인가를 보는데, 그것은 바로 2년 전에 죽은 잭의 아내 메건과 나탈리아와 함께 훈련했던 콘스탄틴이었다.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둘 다 이미 예전에 죽은 자들인데, 죽은 이들이 진짜로 다시 살아난 것일까?

 

키아누를 둘러싼 건축가라는 불리는 존재와 리버라는 존재와의 대립. 점점 더 재미있어졌다. 소설의 묘미는 상상력을 통한 낯선 세계와의 만남이지만 SF물은 이처럼 우리의 상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듯한 이야기로 우리를 이끌기에 더욱 재미있다. 과연 이들의 대립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

 

그런데 SF물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완전한 허구의 이야기일까? 글쎄, 그건 확신하지 못하겠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현실에서 경험하게 될 실제 상황일지도 모른다. 커다란 우주는 아무도 알지 못하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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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 관하여
안현서 지음 / 박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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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에서 나온 책은 늘 내게 큰 감동과 즐거움을 준다. 작년에도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을 읽고 얼마나 오랫동안 책이 준 감동에 젖어 지냈는지. 이번에도 마음 한 견에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박하에서 나온 작품이기에 두말 않고 선택했다. 불안한 마음을 가졌던 이유는 작년에도 비슷한 연령의 작가가 내놓은 작품을 읽고 너무 큰 실망을 했기 때문이었다. 내용도 문장도 아쉬움이 상당히 컸던 작품이라서 나이가 가진 한계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이 작품의 작가가 열여섯이라는 이야기에 솔직히 기대감보다는 우려와 염려가 더욱 컸다.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일단 원고지 1200매가 넘는 글을 단 8일 만에 써냈다고 하니 그 재능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겠다. 짧은 시간에 쓴 글이지만 문장이 어색하지 않고 책 속에 담긴 세 편의 이야기가 따로 또 같이 이어져 흐르기에 책 구성도 나름대로 탄탄하다. A씨라는 가상의 인물인 듯한 현실의 인물을 그려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치료해준다는 책의 소재도 작가의 마음처럼 따뜻하다.

 

첫 번째 이야기 <개가 있었다>는 마음의 상처 혹은 숨겨둔 마음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여섯 존재로 나타나고 A씨의 도움으로 이들 여섯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는 김한의 이야기이다. 요즘 TV 드라마에서 대세처럼 다루는 다중 인격의 일환이라고 봐야 할까? 물론 사람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나 과거의 일, 생각 등을 표현하는 관념이 존재의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라 다중인격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그 의미는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이야기 <고래를 찾아서>는 마지막 반전이 상당히 좋았다. 글 초반에 마지막 반전에 대한 암시가 드러나는 내용이 담겨있어 눈치 빠른 독자라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추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세 번째 이야기 <Ticket, Ticket>A씨의 도움으로 죽음을 벗어난 환자의 이야기로 조금은 환상적인 내용의 이야기이다.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책에 완전히 빠져들어 큰 감동을 받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들을 서로 섞어 놓은 듯한 구성과 무언가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하지만 왠지 덩어리를 그대로 들어다 놓아 그 맛이 글 속에 녹아내리지 못한 느낌이 들어 조금은 아쉬웠다.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맛있게 버무려지고 깊은 맛을 우려내는 듯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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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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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말 그대로 윌리엄 스토너라는 인물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한 사람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보니 조금은 밋밋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의미에선 그렇기도 하다. 윌리엄 스토너는 열아홉의 나이에 컬럼비아에 있는 미주리 대학에 입학하여 1956년에 사망할 때까지 미주리 대학에서 영문과 교수로 근무한다. 스토너의 삶은 그렇게 굴곡이 넘치는 인생이 아니다. 어찌 보면 너무 단조로운 삶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 삶이 나를 사로잡았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과대학에 입학하지만 영문학의 즐거움에 빠져 가업인 농사 대신 영문학과 강사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 그러다 리셉션에 만난 이디스를 첫 눈에 사랑하게 되어 결혼을 하지만 그들의 결혼생활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 직장에서도 평탄하지 않다. 직장 동료인 로맥스와는 그의 제자인 워커로 인해 결국 평생토록 서로 반목하는 사이가 되고 만다. 어디 이뿐인가? 아내 이디스로 인해 하나밖에 없는 딸 그레이스와의 관계도 점점 소원해진다.

 

이렇게 보면 스토너의 삶은 완전히 패배자의 삶이다. 스토너의 모습도 그렇다. 아내 이디스가 드러나게 스토너를 무시하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로맥스를 대하는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스토너는 스스로 고립된 삶을 사는 은둔자 같은 모습을 보인다. 너무 답답해서 내가 달려가 그를 대신해 이디스와도, 로맥스와도, 한바탕 드잡이 질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런 스토너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는 그가 나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뜻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혹은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당하다고 느끼는 삶의 부조리에 큰 소리 한 번 내지도 못한 채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뿐이다. 그렇지만 스토너의 인생은 실패자의 모습이 아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문학이라는 자신의 길을 끝까지 걸어간다. 그런 그가 실패자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그는 오히려 한순간도 승리의 길에서 멀어진 적이 없었던 참된 승리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에게서 깊은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설에서 참 안타깝다고 느낀 인물은 스토너의 딸 그레이스이다. 부모의 관계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희생양이 되어 어머니인 이디스라는 감옥에 갇혀 살 수밖에 없었던, 그 감옥에서 탈출하고자 자신의 삶을 내팽개칠 수밖에 없었던 그레이스. 아마 그녀는 늘 가슴 한견에 아픔을 지니고 살았을 것이다. 그 삶이 너무나 안타깝고 애처롭다.

 

스토너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그의 인생은 내게 큰 힘을 주었다. 자신이 그랬듯이 계속해서 내 길을 가라고 독려해주는 그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2015년 내가 아는 모든 이에게 스토너, 그를 소개해주고 싶다. 그의 삶을 따라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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