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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 카페
오정은 지음 / 디아망 / 2015년 4월
평점 :
미시시피 카페, 언뜻 보면 그저 평범한 이름의 카페 같다. 그런데 <미시시피 카페>라는 책은 그렇게 평범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아주 색다른 소재의 소설이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조금은 환상적인 이야기, 마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기묘한 이야기에 나올 법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책도 어느 정도 그런 범주의 소설에 속한다.
현기연. 자신의 물건이나 주변에 있는 사람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복사해 주는 능력(?)을 가진 사람.
연우완(고등학교 시절에는 이우완). 어느 날부터 갑자기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온 현기연의 생각과 느낌에 한 번도 본적 없는 상상 속의 남자를 사랑하며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인물.
김춘분 여사. 굉장히 미스터리한 인물.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기연과 우완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결코 밉지 않은 인물. 기연의 능력과 연우의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그녀는 도대체 어떤 인물인 걸까?
미시시피(데릭). 기연을 마음을 흔든 카페 사장. 순수해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그의 과거와 현재의 일은 카페 사장이라는 일과는 전혀 다르다. 물론 커피와 관련된 가족사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겠지만 어느 날 기연에게 일어난 블랙홀 현상은 어릴 때 한 번쯤 꿈꾸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기연처럼 물건이나 다른 사람을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동하는 것이기는 했지만. 기연에게 블랙홀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북에 남겨두고 온 할아버지의 가족을 찾는 과정에서 그녀에게 걸려왔던 현철민의 전화에 관련해 그녀가 가지고 있었던 죄책감, 안타까움이 마지막 결말 부분으로 이어지기 위해 그랬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날, 그 느닷없는 전화 이후 처음으로 그녀는 깨달았다. 기연이 외면해왔던 현실이, 누군가에겐 생 전체일 수도 있다는 것. (p.138)
기연처럼 나도 무심코 넘기는 현실이 너무나 많다. 아파하고 배고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잠깐 마음 아파 하지만 어느새 일상 속으로 들어가 바로 잊어버리고 마는 모습. 부끄러웠다. 내 모습이 부끄러운 만큼 피터 노먼의 이야기는 가슴 깊이 파고들어왔다.
‘이 빈자리는 옳은 것을 위한 결단력, 타인을 위한 헌신과 희생, 소외된 자들과의 연대를 상징하는 동시에 이를 과거의 기억으로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이어가게 해주는 다리가 됐다.’(p.140)
앞으로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연에게 생긴 블랙홀 현상처럼 누군가를 최악의 상황에서 이끌어내는, 비밀스런 우주의 기적을 느끼고 체험하는 삶.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