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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ㅣ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평점 :
심리 치료사 야콥 야코비. 심리 치료사라고 하면 왠지 자신의 삶을 제대로 관리하면서 살아갈 것 같은데 야콥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내와 이혼한 상태인데다 재정적으로도 파산 직전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실패한 심리 상담사 야콥에게 다가와 상담을 요청한 아벨 바우만. 그저 행사에서 어릿광대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얘기를 듣다 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이력의 인물이다. 아벨은 옛날 그 언젠가는 의사이기도 했고, 판사이기도 했고, 비행기 조종사이기도 했다. 자신의 이력을 말하던 아벨은 어느 순간 자신이 신이라고 말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
야콥은 자신이 입원한 병원에서 의사 노릇을 하던 자칭 신이라는 아벨을 경찰이 잡아가려고 하자 그를 그냥 내버려둘 수 없어서 아벨의 심리 치료사라고 말하며 경찰에 함께 가게 된다. 아벨이 자신의 보호 하에 있다고 판단하여 그를 석방했다는 경찰의 말에 야콥은 아벨을 찾아가고, 아벨을 만난 야콥은 신이라고 말하는 아벨을 믿지 않지만 그와 함께 하면서 일어나는 상황은 점차 그가 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신이라고 말하는 아벨과 실패한 심리 상담사 야콥. 이들은 과연 어떤 일이 생기는 걸까?
야콥과 아벨은 다른 듯 비슷해 보이는 느낌을 풍긴다. 삶에서, 일에서 실패를 겪는 야콥이나 전지전능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아니 오히려 무기력해 보이는 모습의 아벨은 둘 다 패배자의 모습처럼 보인다. 신으로서 패배한 아벨, 인간으로서 패배한 야콥.
실패자들처럼 보이는 이들은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 신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신은 과연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별것 아닌 듯이 툭툭 던져놓는다. 어찌 보면 상당히 무거운 주제가 가볍게 느껴지는 이유는 야콥과 아벨의 모습이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이 나눈 수많은 이야기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만 그 중에서 어느 순간 내게 들어온 말이 있었다. 폭탄이 터질 것을 알고 기차의 비상용 브레이크를 잡은 뒤 그들이 나누는 대화였다.
“아마 그게 자네의 잘못된 사고방식 중 하나일 거야” 내가 뒤에서 소리친다. “불행의 길이 됐건 행복의 길이 됐건 인간은 남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는 걸 원치 않을 수도 있어!” (p.120)
예전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은 저마다의 길을 가야 하기에 강제적으로 그를 끌고 갈 수는 없다고.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아이가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 그냥 놓아둘 수는 없다. 그게 부모의 마음이다. 결과를 보더라도 불행한 삶을 살게 된 아이들은 부모를 원망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게 된 아이들이 부모를 원망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객관적으로는 행복해 보이는 삶이 그 사람에게는 불행한 삶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강요된 삶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인생에 정말 정답이라는 것이 있을까? 글쎄,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다른 이에게는 결코 답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말이다. 이런 인생이기에 인간에게 신이라는 존재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