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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
조지프 나이 지음, 이기동 옮김 / 프리뷰 / 2015년 5월
평점 :
수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행보를 보면서 미래의 패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측한다. 그만큼 중국의 약진이 경이롭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힘과 상징성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어떤 이들은 미국이 곧 쓰러질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이런 예측에 대해 하버드대 석좌교수이며 케네디행정대학원 학장을 역임했고, 카터, 클린터 행정부 등에서 미국정부의 외교정책 입안에 깊숙이 관여했던 저자 조지프 S. 나이는 단연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왜 미국의 세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하는 것일까?
저자는 먼저 미국의 세기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개념부터 명확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저자는 미국의 세기를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해 국력의 구성요소들을 모두 따져보고, 미국이 그러한 국력의 구성요소들을 글로벌 세력균형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한 과정을 거쳐 미국의 세기라고 부를만한 시기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41년을 기점으로 봐야하고 그 종점은 아직은 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미국의 세기에 대한 개념을 정리한 후, 저자는 미국이 절대적 쇠퇴를 겪고 있는지, 또한 외부 세력에 의해 미국의 세기가 끝나게 되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저자는 미국의 국력에 맞설만한 나라로 유럽, 일본, 인도, 브라질,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국을 꼽은 후 각 나라의 경제력, 군사력, 문화력 등을 세밀하게 분석한 결과를 내보인다. 물론 저자의 결론은 아직 미국에 맞설만한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외부 세력의 부상으로 미국의 세기가 끝나지 않는다면 결국은 로마처럼 내부적인 문제에 의해 미국이 무너질까? 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정치적인 문제, 불평등의 문제, 교육의 문제 등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회, 문화, 경제적인 측면에서 아직은 관리가 가능한 건강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내적, 외적 문제들을 분석한 저자는 미래의 세계질서는 이런 문제보다는 오히려 전혀 다른 곳에서 불거질 것이라고 말한다. 엔트로피 현상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수많은 국가들이 부상하고 비정부세력에 의한 힘의 분산 현상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세계 질서에 대한 구상, 즉 네트워크와 유대관계가 중요한 힘의 원천으로 부상하는 시대에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함께하는 힘을 가지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의 세기가 아직(향후 30년 이내) 끝나지 않았다는 저자의 말은 타당해 보인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현재 가지고 있는 군사력, 경제력 등을 고려해보면 중국이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해도 쉽게 미국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저자의 말처럼 앞으로도 오랫동안 세계 질서의 중심국 역할을 감당하게 될지는 솔직히 부정적인 측면이 눈에 많이 띄는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서 미국 내에서 일어나는 이민자(저자는 이민자가 미국 국력의 바탕이 된다고 보지만),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 강압적 태도는 분명히 문제가 될 것이다. 또한 우방국을 대하는 미국의 이중적 태도(일례로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것으로 여겨지는 탄저균 실험 등)도 동맹에 대한 균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미국 혹은 중국 등을 대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가 열강의 다툼 속에서 예전처럼 다시 쓰러지지 않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