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바라본 세상 -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반 고흐의 아포리즘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석필 편역 / 창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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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해 거의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화가를 한 명만 말해보라고 한다면 고흐가 항상 먼저 떠오른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자신의 귀를 스스로 잘라버릴 정도로 자신의 작품에 쏟아 부은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하고(물론 그가 귀를 스스로 귀를 자른 걸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도 있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왠지 모르게 훅 그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과 삶을 생각하다보니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고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는 어떤 생각을 하며 작품 활동을 했던 것일까? 아니, 그는 매일의 삶을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 그가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번에 그에 관한 여러 질문들에 대한 답을 들어볼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창해에서 출판한 《고흐가 바라본 세상》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반 고흐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설명하고 있고, 2부에서는 반 고흐의 아포리즘이라는 제목 아래 고흐의 생각, 신조 등을 들려준다.

반 고흐라는 인물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게 되어 그의 작품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그보다 더 좋았던 건 고흐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아포리즘과 그의 말에 곁들여진 명사들의 한 마디였다. 고흐의 한 마디만으로 삶과 인생,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안목을 얻을 수 있는데 단맛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소금 한 꼬집을 넣듯이 곁들여 실은 명사들의 한 마디는 생각의 폭을 극대화시킨다.

특히 좋았던 문구 하나만 소개하고 마무리하려고 한다.

사람들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면 좋겠다(고흐).

당신은 원본으로 태어났으니 복사본으로 죽지 말라(존 메이슨)

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이 한 구절에 그대로 담겨있지 않나 싶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제대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세상, 따뜻한 눈빛 한 모금이 삶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세상에서 살고, 그런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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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주인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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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노벨문학상.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탄생했다. 누군가는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몇 명을 제외한 모두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부심이자 긍지이다. 한강은 우리에게 그런 작가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영미권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작가가 있다. 바로 조이스 캐럴 오츠이다. 현대 미국 문단의 대표 작가이자 고딕 호러의 대가로 알려진 작가로, 50편이 넘는 장편과 1,000여 편에 달하는 단편들을 썼고 전미도서상, 오헨리상, 페미나상 등 주요 문학상들을 수상했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작품 수에 일단 놀랬고 자극적인 장면이나 충격적인 반전 없이 인간 내면의 공포감을 그려낸 작가의 필력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는 「인형의 주인」 「군인」 「총기 사고」 「적도」 「빅마마」 「미스터리 주식회사」 등 총 여섯 편의 단편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출판사 책 소개글에 실린 말처럼 아주 작은 것 하나에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약자의 모습과 누군가를 조정하여 자신의 욕심을 채워가는 강자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여섯 편의 작품 중 가장 먼저 읽은 작품은 「빅마마」였다.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저 빅마마라는 제목이 빅마마가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한때 좋아했던 그룹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작품의 내용과 결말은 말 그대로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설마, 설마하면서 읽은 작품의 결말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물론 작가가 말하는 빅마마가 소설에서 그려진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삶에서 조용히 또아리를 튼 채 우리를 노리고 있는 무언가가 빅마마일지도 모른다.

작가란 참 대단한 존재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단어 몇 개의 조합으로 문장을 만들고 문장의 조합으로 단락의 조합으로 한 편의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으로 사람들의 삶을, 우리 안에 도사린 본질을 그려낸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에게도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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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역사 - 표현하고 연결하고 매혹하다
샬럿 멀린스 지음, 김정연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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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에게 일상을 살아가는 삶의 무게는 눈앞에 펼쳐진 현실만을 바라보게 한다. 그러다보니 예술이라는 이름하에 이루어지는 무언가를 여유를 가지고 바라볼 마음도, 여력도 가지기 힘들어진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예술은 힘들고 지친 삶 속에서도 누군가의 손에 의해 여전히 이어진다. 인류가 이 땅에 터전을 잡은 이래 항상 그러했다.

영국의 미술평론가이자 작가, 방송인인 샬럿 멀린스의 《예술의 역사》는 인류 역사에서 이루어진 전 세계 예술가들의 작품을 40장에 걸쳐 소개한다. 유럽에서 이루어진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작품들도 소개하면서 전 인류의 예술 작품들을 총체적으로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다양한 문화 속에 이루어진 작품과의 만남은 예술에 대한 보다 포괄적이고 상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렇다면 예술이란 게 무엇일까? 예술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알리 바니사드르의 말처럼 마법을 활용하여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시각적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그의 말은 우리가 잘 아는 작품들을 생각해보면 쉽게 공감할 수 있다. 피카소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 의미가 무엇인지 직감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무엇을 말하는지 감조차 잡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예술은 무언가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들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저자의 책을 통해 한 걸음씩 나아가면 각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작품 자체에 담긴 의미도 이해할 수 있고 그 작품이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예술 작품들은 이 흐름 속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 걸까?, 라는. 책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 작품들도 세계 어느 나라의 작품들 못지않게 아름답고 깊은 의미를 품고 있는데 세계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앞으로 우리나라 작품들을 세계에 알리는 작업, K-예술을 알리는 작업이 필요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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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나의 이단자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지음, 이관우 옮김 / 작가와비평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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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처음 들어본 작가이다. 내가 아는 독일 작가라면 하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토마스 만, 프란츠 카프카, 헤르만 헤세 정도이다. 물론 이들의 작품도 모두 읽은 건 아니라서 독일 문학에 대해 무언가 안다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그러니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이라는 이름은 낯설기 그지없을 뿐이다.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작가를 검색해보았다. 독일 자연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로 극작품의 형식에 새로운 틀을 만들고, 사실주의와 몽환적 공상을 결합한 작품들을 쓰고, 자연주의 희곡의 완성자로 알려져 있다. 19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직조공들>>, <<한넬레의 승천>> 등이 있다고 한다.

<<조아나의 이단자>>에는 그의 중단편 작품인 <조아나의 이단자><선로지기>라는 두 작품이 실려 있다. 두 작품 모두 상당히 흥미로웠다. 옳고 그릇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여전히 부족한지라 무어라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을 믿는 자라서 작가가 표현한 고민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뿐이다. 또한 사랑하는 아이의 죽음에 가만히 있을 부모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두 가지 화두가 모두 이성보다는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본능에 따르는 것이 더 인간답다고 얘기하는 듯하다. 하지만 본능 혹은 마음의 이끌림에 따른다는 것이 결코 옳지만은 않다. 그 결과가 누구도 납득할 수 없다면 말이다.

흥미로운 소설을 읽고, 몰랐던 작가를 알게 되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이번 연휴 기간에 읽어야겠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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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4 - 끝없는 밤
손보미 외 지음 / 북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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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흐름, 특히 중단편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 문학상 수상작품들을 주로 읽었다. 이상 문학상은 해마다 빼놓지 않고 읽었고, 황순원 문학상, 이효석 문학상도 놓치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퍽퍽한 삶의 굴곡이 어느 순간부터 이런 문학상들을 돌아볼 여유를 빼앗아갔다. 읽어야지 하는 마음은 있지만 선뜻 책을 사지는 않는 그런 삶. 그러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품집 2024>>을 읽을 기회가 생겨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껏 자유를 누리는 기쁨이랄까?

여러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당연히 대상 작품과 수상 작가의 자선작을 먼저 읽었다. 대상 수상 작가인 손보미 작가는 이 책에서 처음 만났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지금껏 한 번도 그녀의 작품을 읽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도 대단한 작가가 아닌가 싶다. 그런 작가의 작품이니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대상 수상작으로 선장한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가, <끝없는 밤>의 의미가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삶의 굴곡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참과 거짓의 이야기로도 다가오는데 작가가 정말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걸까?

작가의 이야기는 차치하고 내게 다가온 큰 의미 중 하나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내용이었다. 보잘 것 없는 수의사의 변해 버린 모습, 물론 이 모습이 진실인지 환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변한 모습은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아쉬움, 욕망 등이 일구어낸 변화가 아니었을까?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수없이 변한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시선도 그렇다. 그런 변화가 일어나는 건 상대방의 변화이기도 하지만 내 마음의 변화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다른 이들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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