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싸움을 그치고, 눈사람을 만드는 이야기 - Side A.
문여정 지음 / 하하밤(hahaba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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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문여정 작가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변호사였습니다. 그러나 변호사로서의 바쁜 일상과 스트레스 속에서도 글을 향한 열정을 놓지 않았고, 마침내 2020년, 작가의 길을 선택하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직업적 성공과 개인적 행복 사이에서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눈싸움을 그치고, 눈사람을 만드는 이야기"는 자기 발견과 꿈을 향한 긴 여정을 담은 섬세하고도 진솔한 에세이입니다. 변호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내려놓고 작가로서의 새로운 길을 선택한 작가의 삶은, 주어진 경로와 동경하던 길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던 우리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 같습니다.

📌"동경하는 길에 대한 마음은 결코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것이 아니었다"

작가는 대학 시절부터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사법연수원과 로펌을 거쳐 변호사라는 목표를 성취했지만, 그 모든 과정 속에서도 "이 길은 행복하지 않겠구나"라는 직감과 맞섰습니다. 이러한 고백은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대인의 보편적인 갈등을 대변하며, 좋아하는 일을 향한 그녀의 간절함과 집념을 보여주는 동시에 독자에게도 스스로의 길을 되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책에서 가장 큰 울림은 저자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오랜 시간 머뭇거리며 고뇌했던 모습입니다. 법대 입학부터 사법시험 준비, 연수원 생활을 지나 변호사라는 직업을 얻기까지, 저자의 여정은 일반적으로 성공의 궤도로 여겨집니다. 변호사로서의 삶은 끊임없이 경쟁하고 자기 확신을 시험받는 '눈싸움'이었습니다. 반면, 작가로서의 길은 불확실하고 도전적이었지만, ‘좋아하는 글’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하는 과정, 즉 ‘눈사람 만들기’로 나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저자는 이처럼 일상 속 갈등과 도전을 “눈싸움”으로,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를 “눈사람을 만드는 것”으로 비유합니다. 눈싸움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될 수 있지만, 결국 “눈덩이를 굴려 커다란 눈사람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진정한 작업임을 작가는 설득력 있게 이야기합니다.


📌"동경하는 길을 바라보는 마음과, 주어진 길을 좋아하려 애쓰는 마음 사이에서 좌우로 흔들리는 날들"

📌“저는 책을 읽고 글 쓰는 게 좋아요.”라는 한마디에서 시작된 꿈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 법률가라는 길에 닿았지만, 그 속에서도 저자의 “동경하는 마음”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이 모순적인 상황을 가감 없이 풀어내며, 독자에게도 자신이 추구해야 할 길이 무엇인지 성찰하도록 독려합니다.


📌“아무것도 보장되어 있지 않은 미래에 수고를 들이는 일. 이것은 내게 익숙한 상황이었다.”

특히 “사람들이 ‘변호사님’이라고 부를 때 가장 무서웠다”(p.101)는 고백은, 직업적인 성공이 곧 행복이나 자아 실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이는 직업적 안정성을 추구하면서도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많은 현대인의 딜레마를 담고 있습니다. “변호사님”이라는 호칭에 자신이 진짜 변호사인지 스스로 의심하던 순간들, 그리고 글쓰기를 시작한 뒤에도 평가에 일희일비하며 느낀 불확실성은 우리의 삶에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메시지는, 작가가 삶의 경로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점입니다. 저자는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따라, 현실적인 안정감을 뒤로 하고 새로운 여정을 선택했습니다. 그녀는 사회적 성공이라는 외적 기준 대신, 내적 만족을 우선시하는 태도로 삶을 재설계했습니다. 이 선택은 많은 이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줍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며, 그것이 삶의 방향키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작가는 책과 영화, 드라마에서 위로와 영감을 받으며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재발견했습니다. 그녀의 작품 속에는 '빨강머리 앤', '해리 포터', 그리고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은 작품들이 등장하며, 그녀의 여정에 영향을 미친 이야기가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좋아하는 콘텐츠가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준다. “눈덩이를 굴리는 소리”는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의 사운드로 변화했습니다.

📌“부디 당신은 이렇게 긴 시간을 돌아가지 않기를 바라며”

책 속의 문장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며, 특히 자신이 정말 원하는 삶에 대해 고민할 용기를 줍니다. 변호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뒤로하고 작가라는 새로운 길을 택한 저자의 용기는 누구에게나 결코 쉽지 않은 선택임을 알기에 더욱 빛났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과정이 혼란스럽고 불안했음을 솔직히 담아낸 이 책은 더욱 진정성 있게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저자는 끝으로 독자들에게도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눈싸움을 멈추고, 눈덩이를 굴려 당신만의 눈사람을 만드세요.” 이는 삶에서 해야 할 중요한 결정들 앞에 선 모두에게 따뜻하고도 단단한 조언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을 덮으며, 저 역시 내 안의 눈덩이를 굴려, 언젠가 나만의 눈사람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향한 마음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의 꿈도 그렇게 계속 굴러가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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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파이 살인 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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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앤서니 호로비츠는 영국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로, 추리 소설, 아동·청소년 문학, 드라마 각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듭니다. 고전 탐정 소설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능숙하며, '셜록 홈즈: 실크 하우스의 비밀', '앨릭스 라이더 시리즈' 등 다수의 히트작을 통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그의 작품은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BBC와 ITV에서 제작한 드라마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소설의 제목과 내용은 영국 동요 "Seven for a Secret"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는 소설 속 사건의 전개와 비밀을 암시하며 작품에 독특한 상징성을 부여합니다.

호로비츠는 고전 탐정 소설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 감각과 구조를 더해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했습니다. "맥파이 살인 사건"은 독특한 내화(內話)와 외화(外話)로 구성된 액자식 소설입니다. 1950년대 영국의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과 현대 출판계에서 일어난 소설가 앨런 콘웨이의 의문스러운 죽음이 서로 얽히며 전개됩니다.

내화에서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영향을 받은 탐정 아티쿠스 퓐트가 등장해 시골 마을의 범죄를 수사하고, 외화에서는 편집자 수전 라일랜드가 사라진 원고와 앨런 콘웨이의 죽음을 조사합니다. 두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진행되지만, 점차 서로를 비추며 강력한 내러티브를 완성합니다.


호로비츠는 탐정 소설의 전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소설 곳곳에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같은 고전 작가들에 대한 오마주가 숨어 있습니다. 특히, "맥파이 살인 사건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향한 은밀한 오마주가 최소한 대여섯 군데는 들어 있다"는 표현은 작가의 의도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작품 속 탐정 아티쿠스 퓐트는 유대인으로, 사회적 편견과 싸우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흥미로운 캐릭터로 묘사됩니다.

수전이 앨런 콘웨이의 미완성 원고를 읽으며 사라진 결말과 작가의 죽음을 조사하는 과정은 또 다른 현실적이고 긴박한 미스터리로, 독자는 두 사건을 동시에 추적하며 교차하는 단서들을 통해 두 세계가 연결되는 방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런 형식은 호로비츠의 작품을 장르 소설에서 탈피하게 만듭니다. 독자는 사건의 퍼즐을 맞추며, 책 속의 책을 읽는 기묘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한 마리면 슬픈 일이 생기고, 두 마리면 기쁜 일이 생기고…”로 시작되는 동요는 살인 사건의 상징적 구조를 이끌며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반면, 현대의 수전 이야기는 출판계의 현실, 작가와 작품 간의 애증 관계, 현대 사회의 디테일 등을 날카롭게 조명하며 독자를 현실로 돌아오게 만듭니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 “탐정 소설의 진정한 매력은 무엇인가?”는 독자 스스로 이 장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도록 유도합니다.


📌“탐정 소설의 핵심은 진실이다. 불확실로 가득한 세상에서 모든 게 깔끔하게 정리되는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면 자동적으로 속이 시원해지지 않는가.”

이야기의 모든 단서는 독자에게 명시적으로 제공되며, 이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같은 고전 작가들의 특징을 계승합니다. 하지만 복잡한 이중 구조로 인해 독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과 답을 추적해야 합니다. 호로비츠는 탐정 소설이란 본질적으로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임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결말에 이르러 모든 조각이 맞춰질 때의 카타르시스는 이 책이 왜 뛰어난 추리 소설로 평가받는지 확실히 증명합니다. 또한 앨런 콘웨이가 자신의 창작물과 갈등하는 모습, 그리고 수전이 작가의 죽음을 조사하며 발견한 인간적인 고뇌는 이 책을 한층 풍성하게 만듭니다. 특히, "작가는 왜 자신의 탐정 캐릭터를 미워할까?"라는 질문은 작가와 캐릭터 간의 복잡한 이야기에 철학적 깊이를 더했습니다.


앤서니 호로비츠는 "맥파이 살인 사건"을 통해 작가와 탐정, 독자가 함께 참여하는 공정한 게임을 제안합니다. 그는 이야기 곳곳에 결정적인 단서를 숨겨두고, 독자가 이를 발견하도록 유도합니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면, 모든 답이 이미 책 속에 있었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됩니다. 책을 읽는 내내 느낀 긴장은 현실과 소설, 두 사건이 어떻게 얽히고설켜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놓친 진실은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 책의 묘미입니다.

미완성 원고의 결말을 찾고자 편집자에서 탐정으로 변신한 수전의 여정은, “진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이 책은 고전 추리 소설 팬들에게는 향수를, 새로운 독자들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하며, 탐정 소설이라는 장르가 얼마나 풍부하고 매력적인지를 재확인시켜주는 작품이었습니다.


고전적인 탐정 소설의 향수와 현대적 서사의 세련미가 결합된 이 책은, 추리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필독서가 될 것입니다. 앤서니 호로비츠는 장르적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혁신을 더해,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해 주었습니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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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들이 몰래 읽는 한비자
한덕수 지음 / 새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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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덕수 작가는 고전 철학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오늘날 리더와 조직 관리에 적용 가능한 실천적 교훈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그는 "리더들이 몰래 읽는 한비자"를 통해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공정성과 규율의 중요성을 되새기고자 했습니다.

또한 한비자의 법술을 고대 통치술로 한정하지 않고, 현대 사회의 리더십 및 조직 관리로 확장하여 적용 가능한 지혜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특히 ‘신상필벌’의 개념을 통해 리더가 공정성과 규율을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한비의 "한비자"는 고대 동양의 철학서이면서도 현대의 조직, 정치, 경영 구조에도 여전히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리더들이 몰래 읽는 한비자"는 이 고전을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하며, 리더십에 필요한 냉철함과 균형 감각을 제시합니다.


📌"현명한 임금은 두 개의 칼자루(상과 벌)를 쥐고 신하를 통솔해야 한다."

책은 한비자의 법술(法術)을 중심으로 군주(리더)가 신하(구성원)를 통솔하기 위한 전략과 그 철학적 근거를 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법과 제도를 기반으로 한 통치가 어떻게 조직의 질서를 유지하고,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한비자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방식은 때로는 비정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 현실적 분석은 냉정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한덕수 작가는 "한비자"에 담긴 55편의 내용을 32편으로 압축해, 현대 리더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간결하고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특히 ‘법, 술, 세’라는 세 가지 통치 원칙은, 조직 내에서 권력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진실로 공적이 있으면 그 신분이 비천하더라도 반드시 상을 내려야 하고, 진실로 잘못이 있다면 비록 총애하는 사람일지라도 반드시 상응하는 벌을 내려야 한다”

책에서 특히 강조되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은 리더십의 기본 원칙으로 제시됩니다. 공정한 상벌 제도는 조직의 안정을 유지하고, 구성원의 신뢰를 얻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이와 같은 원칙은 현대 조직에서도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리더가 공정성을 잃으면 조직은 내부적으로 무너질 수 있음을 일깨웁니다.



한비자가 제시하는 법(法), 술(術), 세(勢)는 현대 리더십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 원칙입니다.

- 법(法): 명확한 규칙과 공정한 집행을 통해 조직의 안정성을 보장.

- 술(術): 인간 심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실천적 기술.

- 세(勢): 리더로서의 권위와 영향력.

책은 이 세 가지를 기반으로 리더가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설명합니다. 예컨대, 법은 공정성과 일관성을 보장하고, 술은 구성원을 이해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 활용되며, 세는 리더십의 본질적 힘을 제공합니다.

📌“사치스럽고 게으른 사람은 가난해지기 마련이고, 부지런하고 검소한 사람은 부유해지기 마련이다”

한비자의 철학은 이상적인 윤리보다는 현실적인 인간 본성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와 같은 통찰은 인간의 행동이 어떻게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단순하지만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현대적 시각에서 본다면 이는 구성원의 성과와 보상이 명확히 연계되어야 한다는 관리 원칙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임금은 자신의 속마음과 총명함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책은 리더가 어떻게 구성원의 심리를 이해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드러내지 않더라도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끄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합니다. 리더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기보다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하도록 유도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또한 현대의 리더십에서도 ‘서번트 리더십’과 반대되는 개념처럼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리더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는 리더십에서 권한 위임과 자기주도적 사고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킵니다.



공자와 맹자의 이상주의가 ‘인의예지’를 중심으로 한 인간의 선한 본성을 강조했다면, 한비는 그 이면을 과감히 직시했습니다. 그는 인간이 지닌 탐욕과 비열함, 그리고 권력을 향한 끝없는 욕망을 인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이 책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비가 주장한 통치 철학이 고대 군주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리더십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법으로 조직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술로 구성원을 관리하며, 세로 리더의 권위를 확립하라”는 원칙은 현대의 기업, 정치, 조직 운영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특히, ‘이병(二柄)’에서 상과 벌이라는 두 개의 칼자루를 활용해 구성원들의 동기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대목은 실용적인 통찰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상벌에 의존하는 리더십이 단기적인 성과만을 초래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음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현명한 리더는 현재의 모순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강구한다”

특히, 제2장 ‘오두(五蠹)’는 국가와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는 다섯 부류(학자, 유세가, 협객, 측근, 상인과 직공)에 대한 신랄한 분석으로, 현재의 정치적 포퓰리즘이나 기업 내 갈등 구조와도 연결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한비자의 사상은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 복잡한 조직 구조 속에서 리더가 가져야 할 균형 잡힌 관점과 명확한 원칙을 제시합니다. 한비자의 법술은 단지 권력 유지의 기술이 아니라,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구조적 기반입니다.

이 책은 리더십이란 구성원들과의 공정한 관계를 기반으로 하되, 때로는 단호한 결단력과 현실적인 사고가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한비의 냉철한 통찰은 인간의 본성과 조직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리더십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강력한 지침서이자 동시에 거울이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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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 - 나를 이루는 원자들의 세계
댄 레빗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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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댄 레빗은 25년 넘게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과학적 사실을 대중들에게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데 힘써온 작가이자 프로듀서입니다. 그의 글은 빌 브라이슨의 유머,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서사, 닐 디그래스 타이슨의 명쾌한 설명이 결합된 스타일로, 복잡한 과학적 주제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내는 데 탁월합니다.

빅뱅이론은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한 점에서 시작되어 현재의 우주로 확장되었다는 가설입니다. 초기 우주의 가벼운 원소(수소, 헬륨 등)는 별 내부의 핵융합과 초신성 폭발을 통해 무거운 원소로 변환되며, 이 원소들이 생명체와 행성의 재료가 됩니다. 과학적 발견은 종종 개인의 직관, 실험적 성과, 그리고 때로는 우연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이 책은 이러한 발견이 어떻게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이해하는 데 기여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댄 레빗은 책을 통해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상적인 것들이 실은 수십억 년의 시간을 지나온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원자가 지구에 자리 잡고 생명의 구성 요소로 변모해 우리 몸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쉽고 생동감 있게 설명하며, 과학적 발견의 인문학적 맥락도 조명합니다. 과학의 발전을 이끈 위대한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발견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경이로운 우주의 역사를 선사합니다.


📌"내가 손에 쥐고 있는 원자들은 빅뱅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작가는 "우리와 주변의 모든 물질이 같은 날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시작으로, 과학의 경이로움을 문학적인 표현과 섬세한 서사로 풀어냅니다. 예를 들어, 빅뱅 이후 원자들이 별의 내부에서 무거운 원소로 변하고, 초신성 폭발로 우주에 퍼져나가는 과정을 설명하며, “우리는 별의 잔해로 만들어졌다”는 과학적 사실을 실감 나게 묘사합니다.

특히 별들이 죽음으로써 생명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은 깨달음을 줍니다. 과학적 사실로만 받아들이던 내용이 삶의 기원과 연결되며, 우리의 존재를 보다 경이롭게 느끼게 합니다.

또한 과학적 발견의 과정에서 위대한 과학자들이 겪었던 인간적인 면모를 솔직히 보여줍니다. 그들은 과학적 편견에 빠져 길을 잃기도 하고, 놀라운 발견을 놓치거나, 심지어 생명을 잃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넘어 오늘날 우리가 아는 과학적 지식을 축적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진정한 감동을 줍니다.

예를 들어, 세실리아 페인이 별빛을 분석해 별의 원소 구성 비율을 밝혀낸 일화나 프레드 호일이 적색거성 내부에서 무거운 원소가 합성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과정은 흥미롭고도 교훈적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과학적 사실뿐만 아니라 발견의 과정과 의미를 이해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특히 광합성과 식물이 어떻게 지구의 환경을 바꾸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특별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지구를 푸르게 변화시키며 생명체의 다양성을 촉진했다는 설명은 과학적 사실을 넘어섰습니다. 광합성을 연구하며 과학자들이 겪은 우여곡절도 이 과정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듭니다. 책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이 발견의 과정에서 겪은 좌절과 성공은 과학이 인간의 노력과 열정으로 이루어진 여정임을 잘 보여줍니다.

작가는 원자의 시점에서 우주와 생명을 이야기합니다. 밀러의 실험에서 비롯된 유기 분자의 형성과 세포막의 자발적 탄생, 그리고 RNA를 중심으로 한 초기 생명의 구조는 생물학의 기본적인 질문에 답을 제시합니다. 또한, 심해 열수구에서 비롯된 생명의 가능성과 화성의 생명 기원 이론은 생명체의 탄생이 얼마나 다차원적인 접근을 필요로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음식이 우리 몸으로 변환될 수 있는 과정은 DNA가 알려준다."

책을 읽으며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것이 더 이상 평범하게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빅뱅 이후 원자들의 여정을 통해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일상적인 물건이나 주변 환경, 심지어 자신의 몸조차도 우주의 역사를 담고 있는 특별한 존재로 다가왔습니다. 작가의 비유와 스토리텔링은 과학적 사실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동시에, 원자 하나하나가 가진 거대한 서사를 느끼게 만듭니다.


📌“우리 몸속에는 주기율표의 원소들 중 대략 60여 종이 들어 있다”는 문장은, 일상적인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중요한 통찰입니다. 원자의 여행은 곧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됩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가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많은 우연과 기적의 산물인지 상기시킵니다.

가장 큰 장점은 과학을 설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복잡한 용어나 개념 대신 비유와 은유를 활용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원자를 다룬 과학적 서사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일상과 연결된 것임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우주에서 시작된 원자들이 지구와 생명, 인간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생물학적 결과물이 아니라 우주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응축한 하나의 작품임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수십억 년에 이르는 원자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일이 몇 개의 빗방울에서 태풍의 역사를 알아내는 것만큼이나 놀라운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는 과학 저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독창적인 작품으로, 우주의 한 부분인 우리 자신의 존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우리가 별에서 왔고, 그 별의 이야기를 여전히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이 책은 과학을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삶의 본질에 대해 궁금해하는 모든 이에게 꼭 권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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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래빗홀 YA
추정경 지음 / 래빗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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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추정경은 '열다섯에 곰이라니' 등으로 성장통을 겪는 10대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 온 작가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고양이를 소재로 현대 사회의 동물권, 생명 경시 풍조를 정면으로 다루며 섬세하고 독창적인 서사와 상상력을 펼쳐 보입니다. 생명과 생명 간의 관계, 인간의 책임과 동물의 권리를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풀어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가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으며, 태양신 라와 연결되는 전설이 있습니다. 소설은 이러한 신화를 기반으로 고양이의 신비로운 능력을 설정했습니다. 고양이는 자율적이고 선택적인 동물로, 인간과의 관계에서도 고양이가 주도권을 쥡니다. 소설은 이러한 특성을 '천 년 집사'라는 독창적 개념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작가는 고양이를 통해 생명에 대한 존중과 책임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생명 경시와 동물 학대 같은 문제를 고양이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미래를 꿈꾸게 합니다. 또한, 고양이와 집사 간의 특별한 유대를 통해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는 고양이 세계와 인간 세상을 오가는 판타지 속에서 '천 년 집사'를 둘러싼 고양이와 인간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고양이 언어를 이해하게 된 형사 고덕, 고양이와 교감하며 특별한 능력을 얻은 테오, 그리고 생명을 위협하며 힘을 추구하는 연쇄 킬러가 얽히는 이야기를 통해 생명 존중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허무는 독창적인 상상력과 생명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고양이는 절대 소유되지 않는다. 스스로 간택할 뿐이다."

소설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시선에서 인간 세계를 바라봅니다. 작품 속 고양이들은 아홉 생을 살며 각 생마다 고유의 능력을 지니고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 보은과 복수를 선택하는 신비로운 존재로 묘사됩니다.

특히 고양이의 선택을 통해 인간이 특별한 능력을 얻는 설정은,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가 단순히 주인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넘어 서로 간에 주고받는 연대와 존중에 기초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설정은 고양이를 인간의 소유물로 보지 않고, 동등한 생명체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고덕은 살해당한 엄마 품에서 죽어가던 새끼 고양이로부터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을 받고, 길 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분투합니다. 테오는 근친 교배로 태어난 백호 티그리스와의 슬픈 이별을 통해 동물 언어와 감각을 지닌 능력을 얻고, 생명의 가치에 눈을 뜹니다. 이 과정에서 능력에 집착하는 자와의 대립은 긴장감을 높이며, 이야기를 스릴러로 전환시킵니다.

📌“고양이는 밥 준 이를 섬기지 않고, 친절히 잠자리를 내준 이도 경계한다. 오직 제 마음이 가는 이만이 자신을 주인으로 섬길 집사라 생각한다.”

고양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동시에, 인간과 동물이 서로를 간택하며 관계를 맺는 과정을 함축적으로 드러냅니다. 고양이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인간 또한 생명을 대하는 태도와 책임감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인간의 윤리와 가치를 묻는 작품의 중심 주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 순간 누룽지는 고덕이 진정한 집사로서의 첫발을 내딛고 있음을 알았다....자신이 키우든 키우지 않든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존엄이 깃든 사람만이 집사의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던지는 핵심 문장으로, 동물 학대, 유기 문제, 생명 경시와 같은 현대사회의 민감한 이슈를 다룹니다. 길고양이와의 소통을 통해 납치된 아이를 구하는 고덕 형사의 이야기는 생명을 향한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작가는 인간이 동물에게 저지른 폭력과 착취를 고발하는 동시에, 고양이의 보은과 복수를 통해 인간에게 책임과 존엄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결국 버리는구나.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온 전우보다 더한 인연으로…”

고양이의 대사는 인간이 얼마나 쉽게 생명을 저버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생명과 공존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게 합니다. 특히, 천 년 집사의 자격을 두고 펼쳐지는 경쟁과 연쇄 킬러의 위협 속에서 고덕과 테오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생명을 지키려 하는 이야기는 긴장감을 높입니다.


📌“인간은, 인간이란 동물은 탈을 뒤집어쓰지 않고도 돌변한다”

고양이를 비롯한 약한 존재들에게 인간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문장으로 길 위의 생명을 위협하는 연쇄 킬러,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불법 동물 복제 연구소의 잔혹함 등은 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고발합니다. 반면 고덕과 테오처럼 고양이와의 관계를 통해 변하는 인간의 모습은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회복하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또한 고양이와 인간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한다는 설정은 웃음과 감동을 선사합니다. 고덕과 분홍, 길고양이들의 대화는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뭉클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 이름을 짓는 장면에서 “나비로 하자”는 고덕의 제안에 분홍이 “한 골목만 털어도 줄줄이 뛰쳐나오는 게 나비란 이름이야”라고 반박하는 대화는 인간과 고양이의 특성을 절묘하게 잡아낸 유머의 한 장면입니다. 이런 순간들은 작품의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면서도 독자와 교감하게 합니다.


소설은 인간과 고양이가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고 연결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인간을 선택해 집사로 인정하고, 인간이 고양이를 이해하며 더 나은 존재로 변화하는 과정은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넘어 모든 생명체 간의 공존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작가는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 사회를 비추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윤리적 질문을 던집니다.

이 책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뿐 아니라 생명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고양이가 인간을 선택하듯, 이 책 역시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며 간택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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