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나이 드는 법 46 멋지게 나이 드는 법
도티 빌링턴 지음, 윤경미 옮김 / 작은씨앗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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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들 드라마나 영화의 결말을 궁금해 하곤 한다.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갑론을박하는 인기 드라마 같은 경우엔 시청자들의 압박에 의해 결말 자체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살아가는 인생의 결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세상에 태어났으면 누구나 늙고 또 죽는다. 그게 인생사의 법칙이다. 불멸의 삶을 갈구했던 진시황제도 결국 죽었다. 어느 누구도 그 필연의 법칙을 어긋날 방법은 없다. 그러니 잘 사는 방법 뿐만 아니라 잘 죽는 방법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멋지게 늙어서 꽤 괜찮은 인생의 끝을 맞이하는 것이 결국 한 인간의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 한다. 특히나 여자들은 노화에 대해 끔찍하게 여긴다. 정도는 덜 할 지 몰라도 남자들 역시 희끗희끗 서리가 내리는 머리카락, 탄력을 잃어가는 피부, 깊게 패어가는 주름살이 마주 대하는 것이 싫고 두렵다. 남자나 여자나 나이드는 내 자신을 보는 것은 싫은 일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이 태어나 나이 들고 죽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담담히 받아 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내 인생의 마지막 결말이 좀더 아름답고 고결한 것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이 해돋이라면 한 인생의 마지막은 일몰인 것이다.

해가 늬엿늬엿 서산으로 넘어가기 직전 가장 강렬하고 화려한 빛을 내는 순간이 바로 일몰의 순간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의 일몰이 아름답고 강렬한 것은 아니다. 공기가 깨끗해야 하고 하늘이 맑아야 하고, 그 밖에도 이것저것 많은 조건들이 맞아 떨어져야 비로소 아름다운 일몰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멋진 일몰을 맞기 위해 우리는 멋지게 나이 드는 법을 배워 볼 필요가 있다. 두렵다 해도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죽음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모르는 척 한다고 해서 우리가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 마지막이 좀 더 멋있는 순간, 절정의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가꾸고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도티 빌링턴은 우리가 멋지게 나이 드는 마흔 여섯 가지 방법을 한 권의 책으로 소개시켜 주고 있다. 그 46가지 방법은 하나같이 놓치면 안될 중요한 것들이지만 내게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을 몇가지 소개하자면 우선 '우리의 황금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생의 황금기가 언제라고 생각하는가? 꿈을 무럭무럭 키워나가는 10대 시절?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무한질주의 시대 20대? 뭔가 인생을 좀 알고 사회의 중추로 자리잡아 가는 30대? 글쎄 젊음과 패기, 열정은 있으되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볼 만한 통찰은 부족한 나이인 것 같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철 들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 인생의 황금기는 죽음을 앞둔 그 어느 때 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 하나,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지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왜 사는가 하는 질문에 누군가는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행복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삶의 순간 순간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지 어딘가 있을 행복을 찾기 위해 지금의 시간을 감내해야 할 고난의 시간으로 여겨서는 결코 안 될 일이 아닌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멋지게 나이 들기 위한 마흔 여섯 가지 방법이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구가 다 아는 일이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들어 실천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 젊은이라면 아직 방황을 계속 해도 괜찮겠지만 살아온 날 보다 살 날이 짧은 나 같은 사람에겐 이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이 새삼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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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8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8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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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지식채널e' 프로그램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여러 곳에서 인용되는 영상을 접해 볼 기회는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주제를 간결하면서도 강력하게 전달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 우연한 기회로 책으로 엮어진 여덟번째 시리즈를 읽어보게 됐다. 이번 주제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이었다.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문에 들어있다는 이 문장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 다소 진부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세 섹션에 나뉘어 담겨진 서른 가지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우리에게 참다운 권력, 그 권력을 바르고 따뜻한 길로 이끌어 가기 위한 주권자의 책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짧디짧은 5분이란 시간 속에 갇혀 있지만 몇일을 두고 얘기해도 끝나지 않을 넓은 뜻을 품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내 일이 아니라 관심없다는 이유로 허투로 지나치는 것들이, 사실은 얼굴도 모르고 살아가는 어떤 이웃들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을까를 새삼 뉘우치기도 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사실은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 학교에서, 혹은 학원에서 배우는 영어 단어, 수학공식 보다 몇배나 중요한 것들이 있음을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잊고 산다. 나만 부족함 없이 잘 살면, 내 자식들만 많은 돈을 벌고 사회적 명성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나머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 대해서도 애써 무관심하려 한다.

하지만 내가 온전히 나 혼자 살 수 없다면, 우리가 사회와 국가라는 울타리 속에서 안위를 보장받고 삶을 영위해 나가는 존재라면 그에 따르는 책임에 대해서도 눈을 뜨고 살아야 한다. 나와 내 주위 사람만 행복하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보다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내 힘을 보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가르쳐 주고 있다.

"국가는
모든 국민들을 위한 좋은 집이 되어야 한다.
그 집에서는
누구든 특권의식을 느끼지 않으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

23년간 총리로 재임하면서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스웨덴을 일구어 낸 '스웨덴 국민의 아버지' 타게 에를란데르가 완성한 복지이념 '국민의 집'이다. 누가 지금의 스웨덴이 불과 수십년 전엔 척박한 땅을 일구다 포기하고 떠나버린, 버림받은 나라였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역사의 뒤켠에는 옳은 생각을 정당한 방법으로 실현시키고자 노력했던 정치인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면서 부럽기도 했다.

모르겠다. 유달리 가난한 나라에 살아서였는지 우리 사회는 돈의 논리에 지나치게 종속되어 버렸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들이 많고 많지만 종국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잣대는 역시 금전에 수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뭐라하든 자신의 신념대로 옳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나는 안다. 그들의 뒤를 따라 가려면 여전히 배우고, 또 뉘우칠 일이 많은 나라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래서 고마운 책이다. 또한, 이 책을 선뜻 내게 보내준 '문화의 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탑스피커즈에 감사 드린다.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포기해선 안 된다.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 에릭 홉스봄(1917-2012)

"사면제도는
누가, 왜 사면권을 행사하는지에 따라
악법이 될 수도 있고 관용이 될 수도 있다."
- 윌리엄 블랙스톤(영국 법학자)

"세상에서 서기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목소리 큰 사람이야 얼마든지 많은데
작은 것을 꼼꼼히 기록하고
변함없이 사랑하는 사람은 드물다."
- 뿌리깊은 나무 발행인 한창기(1936-1997)

별빛 가득한 밤하늘
그리운 친구들의 얼굴
언제나 가닿고 싶었던 영원의 세계

"내가 그리는 선,
하늘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건축은
근사한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직하는 일이다
- 건축가 정기용(1945-2011)

모든 별들은 돈다
공평하다
중심이 없다
어떤 별이든 중심이 될 수 있다
- 홍대용의 무한우주론

그 모든 것이 지나간 사실,
지나간 사실이기 때문에
지나간 사실로서 기록해둘 뿐인 것이다
- 임종국 친일문학론 서문 '자화상'

"법관이 국민으로부터 의심을 받게 된다면
최대의 명예손상이 될 것이다.
정의를 위해 굶어죽는 것이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수만 배 명예롭다.
법관은 최후까지 오직 '정의의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
- 1957년 12월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퇴임사

"국가는
모든 국민들을 위한 좋은 집이 되어야 한다.
그 집에서는
누구든 특권의식을 느끼지 않으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
- '스웨덴 국민의 아버지' 타게 에를란데르(1901-1985)

"시민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원하게끔
하는 데 있다."
- 레옹 베라르(전 프랑스 교육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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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부르는 결정적 순간
박경일 외 지음 / 꿈의지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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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부르는 결정적 순간은 더도 말고 딱 '사진 한 장'으로 결정된다. 여행기자로 이 분야에선 이름이 난 네 명의 작가들 또한 머리말에서 이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있다. 강렬한 이미지의 사진 한 장이 깨알 같은 글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가슴의 먹먹함을 말끔해 해소시켜 주는 '짠한' 사진 한장을 봤을 때 우리는 떠날 채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여행기자들은 사진에 애착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아름다운 풍경, 소개시켜 주고 싶은 명승지가 있다고 해 보자. 제 아무리 하늘이 내려 준 글쟁이라고 한들 사람의 마음을 쉬 움직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사진은 다르다. 잘 찍은 단 한 장의 사진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이미 여행지로 옮겨다 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진의 매력이고, 여행기자들이 한 장의 사진을 위해 힘든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여러 언론 매체에서 여행기자로 활동해 온 박경일, 손원천, 조용준, 김성환 이렇게 네 사람의 의기투합해 독자들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책에 담아 놓았다. '여행을 부르는 결정적 순간'이란 눈에 탁 띄는 제목을 가진 이 책에는 그들이 아름다운 빛을 찾기 위해 마다하지 않았던 노고의 흔적이 곳곳에 담겨 있다.

계절별로 다녀오기 좋은 여행지 총 마흔 네 곳이 책에 실려 있다. 이미 다녀온 곳도 있고 이미 다른 매체를 통해 접했던 곳들이 대부분이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 네 명의 여행기자들이 다녀온 발길을 좇아 놀랍도록 아름다운 우리땅의 풍경을 카메라에, 그리고 마음에 담으로 떠날 날이 분명 올 것임을 믿는다.

'아! 가고 싶다.' 여행기자들이 독자에게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라 한다.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내 눈으로 본 아름다운 모습을 오롯이 전달해 주고 싶은, 그래서 그대도 한번 다녀오라고 권해주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은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그 글과 사진을 보고 그 마음이 제대로 전해 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 것이다. 더 바랄 것이 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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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정철의 머리를 9하라 - 머리를 가지고 신나게 노는 9가지 방법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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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감히 당신의 머리를 교체해 주겠노라고 호기롭게 장담하는 이가 있다. 커피보다 소주를, 자판보다 연필을, 합법보다 불법을, 성공보다 성장을, 그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정철카피 대표 정철이 바로 그 사람이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걸맞게 그의 글은 독특하고 새로운 구성으로 사람의 이목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

그는 책에서 머리를 가지고 노는 9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 아홉가지란 기존에 굳어진 식상한 고정관념을 한번 비틀어 기발한 오답을 찾아내는 과정인 찾자를 시작으로 떨자, 참자, 묻자, 놀자, 돌자, 따자, 하자를 거쳐 결국에는 사람은 사람으로 행복해진다는 소박하지만, 가슴 따뜻해지는 결론인 영자까지를 망라한다.

찾자 - 정답 그동안 많이 먹었다. 이제 오답을 찾아라.
떨자 - 한 손엔 연필, 또 한 손엔 휴대전화 들고 부지런히 부지런을 떨어라.
참자 - 관찰, 관찰, 관찰, 발견! 뚫어질 때까지 보면 구멍이 뻥! 뚫린다.
묻자 - 점심은 굶어도 호기심은 굶지 마라. 뇌고픈 사람이 배고픈 사람보다 불쌍하다.
놀자 - 쉽고 재미있는 것부터, 숙제하듯이가 아니라 놀이하듯이.
돌자 - 45도 뒤집을까, 90도 뒤집을까. 고민하지 말고 180도 확 뒤집어라.
따자 - 경찰을 두려워 말고 훔쳐라. 훔쳐서 비틀고 모방하고 패러디하라.
하자 - 저질러라. 그리고 실패하라. 무책임, 무대책, 무계획을 환영한다.
영자 - 발상전환 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철학. 당신에게 하고 싶은 당부. 사람을 향하라.


책을 다 읽어보지 않아도 위에 열거한 아홉 '자'만 보더라도 글쓴이가 얘기하려는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껏 살아왔던 방식에서 과김히 탈피해 발상의 전환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의 생각이 굳어진만큼 우리의 행동 또한 경직되어 버려 웬만한 외부의 자극에는 미동조차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공감 가는 대목이 참 많았다. 그럴 때마다 고개를 끄덕여 보기도 하고, 지금 이 순간부터 달라져 봐야겠다고 혼자 굳은 다짐을 해 본 적도 많았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발상의 전환을 위해서는 우선 좁을대로 좁아진 내 삶의 영역, 생각의 경계를 확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선은 책 말미에 부록으로 실려 있는 '내 머리 연습장'에 실려있는 과제들을 따라 해 보려 한다. 영화 '늑대와 춤을'에 나왔던 인디언들의 이름처럼 주먹쥐고 일어서, 발길질하는 새, 머리에 부는 바람과 같은 멋진 이름들을 지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실 이름짓기는 대학시절 이후 친한 친구들에게 해 준 적이 있어 내겐 익숙한 일이긴 하니까.

좋아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각자 그에게 걸맞는 이름을 지어주는 것 또한 지은이 정철이 아홉번째 단계에서 얘기했던 '영자'와 그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사람의 아홉가지 성분이라는 사랑, 긍정, 용기, 희망, 위로, 감사, 믿음, 겸손, 배려 등이 진하게 배어있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인 것이니까.

이 책 한권을 읽었다고 해서 지은이의 호언장담처럼 내 머리가 교체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 책에는 훌륭한 글들이 담겨져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발상전환이 내게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또한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이 부단히 이어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길고도 고난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매번 똑같은 패턴을 반복해 오던 지루한 삶과 고리타분한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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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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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랫만에 유시민이라는 사람과 만났다. 경주가 고향인 그를, 경주를 제2의 고향처럼 여기고 사는 나는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이렇게 가끔 책을 통해서, 혹은 TV나 신문을 통해 접하곤 한다. 젊은 시절의 그가 살았던 삶이 지금과 달랐듯 내가 유시민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았던 때와 지금 그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그 때가 몇년이었던가 정확이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날 그가 입었던 옷과 그에게 쏟아졌던 야유와 비난만큼은 확실히 기억할 수 있다. 나 자신도 신성한 민의의 전당인 국회 본 회의장에 경박스러운 옷을 입고 등원한 그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다음날 조금 더 품위있는 옷으로 갈아입고 의원 선서를 하는 것으로 논란을 마무리 했지만 탐탁치 않았던 그 첫 인상은 그 이후로도 한참이나 인간 유시민에 대한 평가를 박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치인 유시민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진보주의자로 자신을 소개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유시민이 걸어온 정치인으로서의 삶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여당의 국회의원으로, 이후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장관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의 하루하루는 숨가뿐 전진과 투쟁의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감히 추측해 본다.

여전히 유시민이라는 이름 석자에 경기를 일으키거나 혀를 차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나 역시도 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거두기까지 한참 동안의 시간이 걸렸으니 그 정도 반응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유시민이 정치인 유시민이 아닌 자연인 유시민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그동안 그에게 덧씌워졌던 색들이 벗겨지면서 가려졌던 그의 진면목을 비로소 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 이후 최근의 대통령 선거 패배를 겪으며 이 땅의 많은 진보세력이 그랬듯 유시민 또한 큰 상처를 받았음이 틀림없다. 그가 그 상처를 복수와 투쟁의 키워드로 풀어내지 않기로 결심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가 원하는 삶을 나답게 살기로 마음먹었다"며 오래 덮어 두었던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고 드러낼 용기를 낸 것에 박수를 보낸다.

나와는 다른 삶의 코드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에게서 또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 놀랍다. 사실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주제에 대해 책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유시민 자신의 고백처럼 과연 내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을까 하는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형이상학적이고 고차원적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글을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되돌아보고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지, 앞으로는 어떤 삶을 살다 어떤 죽음으로 마무리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읽으며 '나와 같음'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 그를 따라 나의 상처도 치유됨을 느꼈다. 그가 얘기했듯 상처받지 않는 삶은 없다. 상처받지 않고 사는 것이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다. 내가 이겨낼 수 있는 상처는 삶의 자극제가 되어 주고, 그 고난을 넘어섬으로써 비로서 내 삶의 가치도 조금 더 높아질 수 있음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시작해 이 책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더 무거운 주제를 파고 든다. 그는 죽음이라는 운명을 겸허히 받아 들이고 존엄한 죽음에 대해 얘기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삶도 죽음도 인간의 선택에 달린 것이며 그 선택은 반드시 스스로의 '자유의지'를 통해서여야만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제3장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제4장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담긴 모든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내 마음에 잔잔하면서도 진한 물결을 남겨준다. 나 또한 영생이 싫으니 그가 에필로그에 남긴 것처럼 현명하게 지구를 떠나는 방법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멋진 이벤트를 준비해 보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흐뭇한 미소가 떠오르니 말이다.

나는 열정이 있는 삶을 원한다. 마음이 설레는 일을 하고 싶다. 자유롭게, 그리고 떳떳하게 살고 싶다. 인생이라는 짧은 마지막 여정까지, 그렇게 철이 덜 난 그대로 걸어가고 싶다. 내 삶에 단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싶다. 그렇게 사는 게 나다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 프롤로그 '나답게 살기' 중에서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 어떻게 살 것인가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소설도, 영화도, 연극도 모두 마지막이 있다.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크게 달라진다. 어떤 죽음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진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나는 이렇게 외치고 싶다. "연대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지금 이 곳의 행복이 그들의 것이리라!" -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이름이 길게 남지 않음을 애석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그것은 행복한 삶의 본질적 요소가 이니다. -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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