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웬디 웰치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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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은 마을의 아늑한 공간이다. 사람냄새 책냄새 모두 정겨운 헌책방. 끝에 넣은 고평가된 명작 리스트가 아주 화끈하다. ‘취향을 가지고 다툴 필요는 없다’,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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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의 몸값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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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분서 이런 분위기였군요. 역자의 말을 보니 원어 문장도 무척 멋있을 것 같네요. 사건의 해결 과정보다 엉뚱하게도 저는 ‘악인’의 의리에 더 감동을 받았습니다. 따뜻한 에드 맥베인. 책을 이렇게 예쁘게 만들다니! 활자 하나하나가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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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긴 뭐야, 간지 나는 맥주잔이지. 미안합니다, 필립 K. 딕 선생님.




유빅을 믿고 저 맥주를 마시면 나는 불멸을 얻게 된다.

또한 나는 알고 있다.

불멸을 자꾸 추구하다가는 자칫 무의식 탐구도 가능하리라는 것을.


손에 들어보니 무게감이 좋아

더 갖고 싶다 더 더 더.

나흘 설거지 안 해도 만날 수 있게

또는

술친구 셋과 즐거운 파티를 하기 위해.


 

 

 

역시 시는 어렵구나. 갖고 싶은 책은 충분해서 유빅 잔 획득에는 문제가 없겠으나! 어디 내가 그렇게 지출할 돈이 많았던가-_-. 난 ‘우아하게 가난한’ 사람이잖아.

오늘 책을 이렇게↑ 받았는데 알라딘 중고서점 신촌점에 들러 또 이만큼↓ 데리고 왔다.

 

 


중고서점은 역시! 품/절판본을 만나는 짜릿함이다. 척 팔라닉의 <서바이버>가 이상하게 오래 전부터 나를 불러왔던 참인데 신촌점에는 무려 3권이나 있더라. 가장 깨끗하고 비싼!(3800원ㅎ) 걸로 뽑아오는 기분이 끝내줬다. 로렌스의 <아들과 연인>을 시작했던 아침이었는데, 집에 들어와 섹시한 새 책들을 보니 아... 로렌스 님 책갈피 물고 잠깐 물러나주셔야겠어요. 미안합니다, 곧 다시 찾아뵐게요.




그러면 새 책 상자에 같이 왔던 아이스텀블러는 뭐간?


 

 


뭐긴 뭐야, 빨대맥주잔이지.


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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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둠의 근원
제임스 엘로이 지음, 이원열 옮김 / 시작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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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결살인사건의 피해자인 어머니의 사건기록이 대뜸, 예의 그 건조한 문체로 뚝뚝 그려진다. 독서에 발동이 걸리지 않고 처음 책갈피를 물리고 다른 책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지점이 바로 이 1부에서였는데 생각해보니 그 이유가 끊임없이 나오는 수많은 이름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경관, 보안관, 경사, 형사, 목격자, 용의자, 피해자, 주변인물, 다른 사건의 피해자, 용의자, 목격자, 피의자... 게다가 몇몇 중요한 이름은 나중에 다시 반복 언급되니 오랫동안 이 책을 떠나있다가는 실마리를 다시 잡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사건서류를 영구적으로 넘겨받았다고 하니 이름들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엘로이의 기억력이 정말 대단함은 2부에서 드러난다. 다름 아닌 자신의 청년기 기록이다. 약물과 알콜, 절도, 노숙, 주거침입, 감옥, 병원 등으로 점철된 십 수 년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데 읽기만 해도 취할 지경에다 피곤이 쌓이는 느낌, 몸이 어떻게 견뎠을까 싶은 남용과 추락과 깊은 어둠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36년 전의 사건을 함께 파헤치는 동반자 스토너 이야기가 3부를 이루는데, 독립적인 한 편의 다이제스트 추리물로 읽힐 만한 부분이다.

그리고 핵심이 바로 4부인 것. 엘로이는 어머니를 알고 싶어 했다. 죽음이 아니라 삶을, 알고 알아서 온전히 내 것으로 취하고 싶은 집요함. 1부에서 꺼끌꺼끌 다가가기 힘들게 했던 그 많은 이름들에도 불구하고 엘로이는 더 더 더 많은 이름들을 원한다. 어머니를 여는 열쇠가 그것이므로. 건조함으로 마음을 내보일 틈을 주지 않았던 1, 2, 3부에 비해 감정의 촉촉함이 스멀스멀 비어져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엘로이가 어머니를 사랑한다!


네 개의 부로 된 구성이 이렇게 멋질 수가 없어서 허풍떠는 나약한 아버지의 이미지가 드러난 2부를 받쳐주는 것은 듬직한 아버지처럼 많은 가르침을 주는 최고의 친구 스토너 3부이다. 1부 제목 ‘빨강머리 여자’에서 4부 ‘제네바 힐리커’로의 이행에서는 마치 내가 알지 못했던, 왜곡된 인상으로 죽은 어머니로부터 어머니의 진짜 모습이자 원래 이름(또!)으로 회복, 보완, 오류수정, 완성시켜나가는 과정임을 느낄 수 있다.

빈틈투성이였던 어머니의 생애를 조금씩 채워나가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다. 경찰서의 사건기록만으로는 결코 뼈와 살(은유임, 장르가 장르이다 보니 이런 표현도 조심스럽다)을 모조리 찾아낼 수 없다. 태어나고 생활했던 곳, 공부하고 놀고 사랑하고 고민했던 시절, 그 부모들, 피붙이들과의 접촉, 결국 내 ‘근원’을 찾는 여정에 다름 아니다(우리말 제목 잘 붙였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내가 ‘빨강머리 여자’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것은 파편화된 어머니를 온전한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고 그 여자는 또한 ‘나를 구원할 것’이기에. 이 작품 이후에 엘로이는 분명 더 온전해졌음에 틀림없다. 


한 작가의 작품(특히 처음 읽는 작가)을 대할 때 항상 전체에 대한 갈망이 있다. 난 이 작가 이것밖에 몰라, 라는 불완전함. 그래서 완전히 ‘꽂힌’ 작가(전작주의가 될 거니까)가 아니라면 주로 대표작이라 일컬어지는 작품(만)을 찾아 읽게 된다. 물론 자서전이라고 해서 대표작이 되기는커녕 전全작의 또 다른 일부가 되거나 작품들과 더 멀어지게 하는 화장을 잔뜩 한 사람만을 경험하게 되는 수도 있는데 엘로이의 자서전은 나에게 저 전체의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사람과 작품을 모두 말해주므로 엘로이 좀 알 것 같은 느낌이랄까. 장르 상 기존작품에 가까이 있는 글이라 그럴 수도 있고 자신의 많은 작품을 그 안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는데 앞으로 계획하는 작품이 역사소설이라니, 엘로이의 전체가 다시 너무 커져서 난 엘로이 어둠밖에 몰라, 라고 하게 될 상황도 기쁠 것 같다. 이번에 확 꽂힌 작가가 되어버렸으니. 이제부터 따라 읽으면 될 터, 내 읽는 속도가 이래봬도 쓰는 속도는 능가한다ㅎ(번역 출간 여부가 문제될 수는 있겠지만). 전체를 향한 집요함, 엘로이가 이 책에서 그러하듯. 한 방에 엘로이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대단한 작품이다.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출판사 제공 책소개 끝줄은 엄청난 스포일러다. 책의 중후반에 이르렀을 때 저 문장을 저주했다. 이 책 읽으실 분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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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둠의 근원
제임스 엘로이 지음, 이원열 옮김 / 시작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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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머니에 대한 끈질긴 애도과정이 녹아 있는 걸출한 자서전. 제목과 구성, 문장이 모두 ‘어둠’의 매혹이다. 이토록 많은 이름, 이름들! 이제 엘로이를 읽을 준비 되었다, 어둠이여 안녕(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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