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태평양전쟁 살림지식총서 203
이동훈 지음 / 살림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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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에 충실하게 담긴 태평양전쟁 영화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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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여, 오라 - 아룬다티 로이 에세이집
아룬다티 로이 지음, 박혜영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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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을 맞으면서 꼭 읽어보고 싶었다. 9월, 하면 이제는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사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가 막히게 티비화면에 포착된 그 비극을 말함이다.

 

그런데 아룬다티 로이의 명연설문에서 9월은 2001년의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걸 눈물이 쏙 빠지게 더듬고 있다. 칠레 9ㆍ11(1973년, 피노체트의 쿠데타), 팔레스타인의 9ㆍ11(1922년, 영국의 신탁통치 선포)을 비롯하여 미국과 동맹국들이 저지른 수많은 패악질 이후 지나온 숱한 9월들 말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글은 미국 현지에서, 그것도 무려 2002년에 행한 연설인데 괄호 속 간결하게 박힌 ‘박수’와 ‘웃음’ 뿐 아니라 글에 다 기록되지 않은 ‘눈물’이 얼마나 많았을지 가히 상상이 가는 명문이다. 

그중에서 첫 (박수)가 등장하는 부분은 여기다. 민족주의에 대한 통찰.


이런저런 종류의 민족주의는 20세기에 일어난 대부분의 집단학살의 원인이었습니다. 국기(國旗)라는 것은 정부가 처음에는 국민들을 바보로 만드는 데 사용하고, 그 다음에는 죽은 자들을 위한 수의(壽衣)로 사용하는 색깔 있는 천 조각입니다.

 

                   

                                                                                            (사진출처:해커스AP뉴스받아쓰기카페)

 

 

수전 손택의 ‘바보’와 완전히 상응하는 바로 그 바보, (“슬퍼할지언정 바보는 되지 말자.”) 지금 우리 주류 언론들이 하고 있는 짓. 어쩌면 책이 낡지 않은 게 아니고 우리가 낡은 건지도 모르겠다.

책에 실린 8편이 모두 10여 년 전에 행해지거나 쓰인 연설과 기고문인데 미국 제국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비판을 기저에 깔고 있는 그것들에 먼지가 앉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가령 세계화에 대한 지적을 보면.


‘자유 시장’이 훼손하고 있는 것은 국가의 주권이 아니라 민주주의입니다. 빈부격차가 심화됨에 따라, 저 보이지 않는 주먹이 더욱 큰 역할을 합니다. 엄청난 이윤을 가져다줄 ‘달콤한 거래’를 찾아 눈에 불을 켜고 다니는 다국적기업들은 관련 개발도상국의 국가기구-경찰, 법원, 때로는 군대-로부터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이러한 거래를 추진하거나 프로젝트를 실행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세계화’는 가난한 국가에서 인기 없는 구조개혁을 밀어붙이고, 반란을 잠재우기 위해서, 충성스럽고, 부패하고, 가급적 권위주의적인 정부들로 구성된 국제적 연합체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출처:한국경제)

 

 

또한 이 책의 현재성이 우리에게 특히 더 가까이 다가오는 지점은 첫 장인데, 인도에서 대대적으로 행해져오던 댐 삽질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로이는 댐 건설을 반대하다가 어이없게도 ‘법정 모욕’ 이유로 기소되기도 했다. 


“50년대에는 댐이 환상적인 기술공학의 위업처럼 보였다는 것이 짐작이 가요, 하지만 자연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이제, 어떻게 지금도 그게 환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어요? 자연의 복잡한 과정에 이렇게 대규모로 간섭하는 것은 거미줄에 장화를 신고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물을 내려 보면서 거기에 시멘트를 쏟아 붓는 장면을 상상하라고 가르치니 도대체 이게 무슨 문명인가요?”

 

               


 

훌륭한 글이 이렇게 오랜 현재성을 갖는 것, 그것에 감동하는 것이 과연 벅차기만 한 일인가. 바보는 되지 않아야겠고 분노는 쌓이고. 로이가 주는 답은 ‘저항하라’이다. 말과 행동으로 하는 저항만큼 매일을 살아가는 방식으로도. ‘고통스럽고 또한 기쁘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저항하며 살기를 말함이렷다.

 

‘작가 겸 활동가’라는 명칭에서 ‘침대 겸 소파’가 연상되는가? 로이는 그렇단다. 아룬다티 로이는 그저tout court 작가다. 문장이 낡지 않는, ‘아픈 눈을 뜨고 있는’ 아름답고 강한 작가.

 

“나의 경우처럼, 평화롭다고 추정되는 상황 가운데에서 한 작가가 불행하게도 조용한 전쟁에 마주치게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일단 그것을 보고 나면, 그걸 안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본 다음에는 입 다물고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발설하는 것만큼이나 정치적인 행동이 된다는 것입니다.”


 

아침저녁 낯선, 아마 일 년 전에 익숙했을 그 바람이다. 이번에는 마치 대단한 노력으로 9월을 내가 끌어다 놓는 기분으로 맞아본다(무슨 말인가? 달력을 어제 미리! 넘겨 놓는 놀라운 부지런함으로 이 달을 마중했다는 사실에 다름 아니다).

문득 발 시린 가차 없는 가을에 이번엔 결코 놀라지 않겠다는 듯이.

9월이여, 오라. 살아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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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9-06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t was a lie, tout court. (그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이 거짓말이었다.)
tout court 가 무슨 말인가, 찾아보니 이런 예문이 뜨네요.

아룬다티 로이는 '더 말할 것도 없이' 그러니까 뼛속까지 작가다, 뭐 그런 뜻인가요?

에르고숨 2013-09-06 22:25   좋아요 0 | URL
tout court는 그저, 간단히 말해서, 말 덧붙일 필요 없이, 등의 뜻을 가진 프랑스어입니다. 그러니까 ~겸 작가, 작가 겸~ 에서 ~라는 수식 안 들어간 ‘그냥(simply) 작가’라는 의미로 쓰고자 했던 것이지요. 에긔긔... 꼼꼼히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셜록 홈즈 전집 4 : 셜록 홈즈의 모험 (양장) 시간과공간사 셜록 홈즈 전집 4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정태원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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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파젯의 일러스트까지 그대로 실려 있어 보는 재미가 더할 나위 없다. <모험>만으로 그치기에 전집의 유혹이 너무 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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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도일을 읽는 밤 - 셜록 홈즈로 보는 스토리텔링의 모든 기술
마이클 더다 지음, 김용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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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일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이 책의 재미가 결정된다, 또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기 위해 셜로키언을 넘어서는 도일내공을 쌓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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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모험』과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을 동시에 읽고 있다. ‘동시에’라니 어떻게 두 책을 동시에 읽나, 왔다 갔다 한 편씩 번갈아가며 읽는다는 말이다. 이건 마치 위스키와 맥주를 각각의 잔에 따라놓고 번갈아가며 마시는 격, 아- 무척 좋아한다. 이때 잔은 각 술에 관습상 지정된 모양의 것이어야 하는데, 위스키는 낮고 뚱뚱 맥주는 높고 날씬해 줘야 제맛이다. 폭탄주는 싫다, 비록 뱃속에서야 어떤 폭탄이 제조될지 몰라도.


여러 책들을 함께 읽는 경우는 숱하지만, 주거니 받거니 건배하는 식으로 읽는 건 심심하던 차에 나름 참신하게 준비한 쇼, 그런데 이 책들이 어쩜 이런 식의 장난스런 독서에 모의라도 함께 해준 양, 장(章)의 개수가 12장으로 동일하다. 이것도 더다의 치밀한 계획이었던가. 모르겠지만 이런 심심풀이 독서 무척 마음에 든다.


『코난 도일을 읽는 밤』(방금 ‘토난 코일’이라고 오타냈다, 더다 님 용서를-)은 코난 도일을 이미 빼곡하게 읽은 독자들에게 반짝이는 문장들로 다가갈 게 확실한 멋진 책으로, 도일의 초판 표지와 삽화들도 간간이 실려 있어 진정한 도일리언 저자의 향수까지 진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그런 독자가 아니었던 걸로 밝혀져-_-; 이런 경우 군말을 그냥 군말로 꿀꺽 삼키는 되는 법. 왜냐,,, 추리물 뿐 아니라 환상, 모험 등 도일의 작품이 워낙 많기에 혼자 흠, 『셜록 홈즈의 모험』으로 그치자주의였으므로. 그러나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을 완독한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사실은 벌써 더다의 혹하는 발췌로 눈여겨보게 된 작품이...) 


그러면 뭐가 향기 가득한 황금색 위스키이며 뭐가 목구멍을 시원하게 씻어 내려주는 맥주인가. 내 밤 독서의 주연은 『셜록 홈즈의 모험』이다. 군더더기 없는 도일의 단편들! 읽어버리기가 아까울 정도인데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의 더다는 도일의 다른 작품을 언급하면서 이런 마음을 아름답게 표현했더라.


이 작품을 아직 읽지 않은 여러분이 부럽다.  (불가사의한 이야기들)


하하, 천하의 더다 님이 바로 내가! 부러운 것이다. 눈여겨봤다는 작품은 이 경제적이고 센 문장 때문이다. 다시 나의 주연 『셜록 홈즈의 모험』 속 홈즈의 매력적인 쿨한 모습, 밑줄 친 첫 문장은 이것이다.


“어떻게 처리할 작정인가?” (당연히, 절친 왓슨의 목소리)

“담배를 피겠네. 이건 담배 세 대를 피울 시간은 걸려야 할 것 같아. 50분 정도는 말을 걸지 말게.”  (「빨강머리 연맹」)

 

 

 

 

**다음 날 오후. 위에서 오타 얘기를 했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코난 도일 줄여서 ‘코일’이라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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