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하우스의 유령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셜리 잭슨 지음, 김시현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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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너는 아이처럼 생각했다. 너무 추워. 머릿속이 이렇게 소리로 요란하니 다시는 잠들지 못할 거야.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 나는 소리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듣는 거지? 나는 이 집에 조금씩 조금씩 흡수되고 있어.’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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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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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거쳐 간 사람이 많습니다. 숙박료가 비쌌던 만큼 숙식 서비스가 훌륭했거든요. 그뿐인가요, 외국인 손님이 주 타깃이었기에 피고용인들은 영어에 능했답니다. ‘헨리 아펜젤러나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등 선교사들의 기록’(위키백과)을 보면 내 위상을 알게 될 겁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말하고 싶은 시기는 전성기 때가 아닙니다. 경인선이 개통되면서 인천 호텔업이 저물었어요. 이후 나는 중국인에게 팔려 중화루라는 중국 음식점이 되었습니다. 한국은 전쟁을 겪고, 인천도 마찬가지로 황폐해졌지요. 나는 이러구러 임대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때입니다. 내가, 한낱 건물 주제에, 말하고 싶어 하는 시기 말입니다.


셜리 잭슨을 보았습니다. 쇠락해가는 중화루 3층에 고연주가 재개업한 호텔 손님으로 온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장기 투숙, 즉 글쓰기 작업을 위해서였지요. 잭슨 선생이 어찌나 담배를 피워댔는지 내 벽지가 누렇게 변색될 지경이었답니다. 대수이겠습니까. 내가 힐 하우스가 될지도 모르는데. 고연주, 지영현, 뢰이한이 엘리너, 시어도라, 루크로 재탄생할지도 모르는데. <힐 하우스의 유령> 보셨습니까. 거기에선 힐 하우스가 주인공이다, 이겁니다. 다시 말해 내가…… 어쩌면……


당신들은 나예요.

네, 이제 알겠어요. 그래서 내가 여기에 있게 되었다는 걸요. 당신들에게서는 어떤 얼굴이 보여요. 외롭고 고독해서, 한 번 만난 이에게 쉽게 마음을 여는 사람. 오랫동안 함께 지낸 사람에게 실망하고 자리를 떠나온 사람. 자신의 것이 아닌 것에 미련을 갖고 있는 사람. 아아, 그건 내 얼굴이에요.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결국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우리가 여기에 함께 있네요. 부유하고 있어요. (208쪽)


잭슨 선생이 당신들의 얼굴을 더 잘 보기를, 그러기 위해 나를 좀 더 각별히 여겨주기를 바랐습니다. 나는 마침 고연주가 읽고 있던 <폭풍의 언덕>을 떠올렸습니다. 에밀리 브론테 환영 정도, 유서 깊은 건물이라면 만들어낼 수 있잖아요? 벽에 글자를 쓰는 것보다야 더 고차원의 파워가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약간 힘들었어요. 그래서였을까요, 브론테 환영은 임팩트가 세지 못했어요. 하지만 고딕이라면 건축 장치가 있잖습니까. 힐 하우스의 비뚤어진 벽면과 문 들을 생각해보세요. 내게는 층이 고르지 못한 계단이 있었던 겁니다. 잭슨 선생이 내 악의를, 원한을 부디 알아주길 바랐습니다.


원한은, 장기 투숙이 끝나듯 끝나는 걸까요.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없기에 이야기는 계속되는 것이겠지요. 전쟁 동안 형성된 좌익과 우익의 상호 적대감, 가족과 재산을 잃은 막막함, 중국 동포가 겪는 한국인들의 혐오, 선진국 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 그럼에도 아등바등 살아보려는 의지 등을 잭슨 선생이 알게 됐을까요. 그랬다면 좋겠습니다. 저 모든 게 다 당신들을 이루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역사라는 것 말입니다. 100년 정도 서 있다가 허물어졌다가 다시 선 내가 보기에, 원한 같은 건 희미해진다 싶으면 당신들이 다시 만들기도 하더군요. 마치 원한이 이야기 혹은 역사의 원동력이라도 된다는 듯이.


당신들이 원한을 내게 투영하는 건 멋진 일입니다. 건물로서 하는 말인데, 건물은 잘 기억한답니다. 기억하고 이야기해요. 원한은 때로, 이야기하는 일만으로도 사그라질 때가 있습니다. 나는 기억할 테니, 당신들은 이야기하십시오. 나는 여기 있습니다. 나는 ‘인천 일본 조계지에 있던 호텔로, 한국 최초 서양식 호텔’(위키백과)이었습니다. 1978년 철거되었습니다. 2011년 신축공사를 하던 중 내 옛 터가 발견되면서 문화재청은 보존 결정을 내렸어요. 2013년 나를 재현하는 사업이 추진됩니다. 공사가 한창일 때 나를 보러 왔던 소설가를, 나 또한 보았습니다. 내 터에 서린 원한을 보는 소설가의 원한을 나도 마주 보았습니다. 그것은 나와 연결된 것이어서 친숙했습니다. 2018년 완공된 나는 대불호텔(재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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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벽
세라 모스 지음, 이지예 옮김 / 프시케의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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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태연하고 차분하게 그려내는 폭력에 치를 떨다가, 도움과 연대에 마음을 놓습니다. 굉장히 정제해서 쓴 생존소설, 세라 모스 기억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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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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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편지질하면 사랑하게 됨.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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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프로젝트 -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빅터 라발 외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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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호흡도 매력적이네요. 데이비드 미첼 편 재밌고 미아 쿠토 편 귀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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