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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런 글을 썼는데, 그동안 더 알게 된 괜찮은 책들을 추가해봅니다.
1. 고대 그리스 비극
작년 10월까지는 아직 그리스 비극을 읽지 않았는데, 훈련소에 있으면서 본격적으로 읽어보았습니다. 거기서는 훈련 제외 남는 게 시간이니...천병희 선생이 번역한 선집 <그리스 비극 걸작선>으로 읽었는데, 그리스 비극 작가 3인(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대표작 두 작품씩을 선별하여 엮은 것입니다. 천병희 선생의 번역으로 전집이 나와있지만, 선집으로 입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천병희, <그리스 비극의 이해>는 고대 그리스 비극을 읽을 때 알아두면 좋을 기본적 사항들을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만, 책소개와 달리 본격적인 해설은 하지 못했습니다. 천병희 선생은 번역에는 탁월하지만, 해설은 미진한 부분이 있습니다. 최혜영의 <그리스 비극 깊이 읽기>는 비극의 정치사회적 맥락과 종교사회적 맥락을 짚어주어 텍스트가 생산된 맥락 속에서 텍스트를 읽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천병희 선생의 책을 보완하는 본격적인 해설서라 할 수 있습니다.
컨티뉴엄 리더스 가이드 시리즈에서 최근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입문>을 출간했는데, 이 책은 아직 안 읽어봤지만 이 시리즈는 믿고 볼만하니 <오이디푸스 왕>을 읽을 때 같이 읽어봐야겠습니다.
참고로, 김기영 선생이 을유문화사에서 <오레스테이아 3부작> <오이디푸스 왕 외> <메데이아> 등을 새로 번역하여 출간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로버트 페이건이라는 학자가 영역한 penguin classic 판 소포클레스의 <The Three Theban Plays>는 번역도 좋지만, 앞에 해설도 충실하여 같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리스 비극을 읽기의 끝판왕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라 할 수 있는데,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분석틀과 개념으로 그리스 비극을 읽어도 좋은 독서가 될 것입니다. 니체는 고전문헌학을 연구한 학자였다. 니체의 중요한 문제의식이 집약된 <비극의 탄생>은 쉽게 이해할 텍스트도 아니며 한 차원 깊은 비극 공부를 위해 읽어볼 만하므로, 순서상 뒤로...
2.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시학 얘기가 나왔으니,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최근 번역출간된 뒤퐁록과 랄로의 주해서를 같이 읽으면 좋겠다.
3. 장자
중국 도가철학의 중요한 사상가인 장자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장자>
국내에 여러 번역본이 있기는 하지만, 전 일단 길 출판사에서 나온 번역본으로 읽습니다.
같이 읽어볼 책은 후쿠나가 미쓰지의 책인데, 저자는 세계적으로도 권위 있는 장자 연구자입니다. 그가 지은 장자 입문서인 <장자 - 고대 중국의 실존주의>는 저자의 깔끔하고 깊이 있는 장자 이해와 풍부한 원전 인용으로, 방대한 장자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이 책 후반부에 실려 있는 <장자 내편> 해제를 통해서 노자와 장자와의 차이점까지 짚을 수 있으니, 꼭 읽어볼 책입니다.
후쿠나가 미츠지의 <장자 내편>도 따로 번역되어 있으니 참조.
한국인으로서는 가장 좋은 것은 한국인이 쓴 해설서이므로 전호근 선생의 <장자 강의>도 같이 읽어봐야겠습니다.
4. 마키아벨리 <군주론>
국내에 수많은 마키아벨리 <군주론> 번역서 중 추천하는 것은 이 세 가지입니다. 곽차섭 역, 김경희 외 역, 박상섭 역.
군주론뿐만 아니라 마키아벨리 자체에 대해서는 두거물 정치철학자들의 저서를 소개하고자합니다.
하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마키아벨리>이고, 다른 하나는 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하비 맨스필드의 <마키아벨리의 덕목>입니다. 스트라우스의 책에 대해서는 맨스필드의 책에서도 거론하니 이 책을 먼저 읽을 것을 권합니다.
맨스필드의 책은 이런 순서로 읽으면 좋을 것입니다. 첫째, 서문을 읽는다. 둘째, 2부의 군주론 해제를 반복해서 읽는다. 마지막으로 셋째, 1부 '마키아벨리의 덕목'을 읽고서 통독을 한다. 녹록치 않은 글이지만, 이 순서로 읽으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실 1부와 2부 군주론 해제만 집중적으로 읽어도 무방합니다.
마키아벨리가 살던 당대의 역사상을 알고자 한다면, 스티븐 그린블렛의 <1417년, 근대의 탄생>도 같이 추천합니다.
5. 논어
논어는 저번 글에서도 다루기는 했는데, 그때는 번역본 위주로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해설서 두 권을 소개하려 합니다.
하나는 중국인 연구자 양자오가 쓴 <논어를 읽다> 그리고 일본인 사상사 연구자 오구라 기조의 <새로 읽는 논어> 둘 다 역사적 관점에서, 사회적 맥락에서 논어의 내용을 해석한 책으로 한 번쯤 읽어볼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상사 연구에서는 잘 지적하지 않는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의 사회상을 자세하게 알려면 리펑의 <중국고대사>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6. 카를 마르크스
권위 있는 사상사 연구자 이사야 벌린의 <칼 마르크스>는 사상사적 관점에서 마르크스의 생애를 서술한 책으로, 아직도 최고의 마르크스 입문서로 꼽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마르크스가 영향을 받았던 당대 유럽의 사상사적 흐름들을 조명하는 한편, 그것을 마르크스가 어떻게 수용하고 자신의 저서에 녹여냈는지까지 다루어, 마르크스의 생애를 알고자 하는 이들 그리고 마르크스의 저서를 읽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최적의 입문서입니다. 구하기는 어렵지만, 레셰크 코와코프스키가 쓴 <마르크스주의의 주요 흐름> 제1권도, 마르크스의 사상을 청년기부터 주요 저작들에 대한 해설을 통해 살펴보므로 큰 도움이 됩니다.
토니 주트의 <재평가>를 읽으면서 알게 된 책인데, George Lichtheim의 <Marxism>이라는 책이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를 깊이 있게 다룬, 여전히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합니다.
마르크스의 방대한 사상 체계로 입문하려면 역시 <공산당 선언>이 좋을 것이며, 그의 사상의 절정은 <자본론>에서 정리되어 있습니다. <자본>을 완역한 강신준 박사가, <자본> 관련으로 의미있는 연구를 많이 남긴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까지 번역하였군요. 그리고 본인이 직접 <자본> 해설서를 쓰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은 아무것도 몰랐던 대학교 1학년 때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다가 어려워서 반납한 기억이 나네요 ㅋㅋ 지금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