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2세 나남 셰익스피어 선집 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성일 옮김 / 나남출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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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감상자의 공포와 연민을 환기시켜 카타르시를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비극의 플롯, 주인공은 이 목적을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짜여야 한다. 서양 비극의 원형은 고대 그리스에서 출발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당대 비극을 총괄하여 비극 일반에 관한 이론을 만들었다. 그에 따르면, 비극의 주인공은 완전무결한 도덕적 선인이나 극악무도한 악인이어서는 안 된다. 그는 명망과 번영을 누리고 있으나, 덕과 정의에서 어떤 결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 결점은 범죄 때문이 아니라 성격에서 기인한 것이다. 비극의 인물은 '사상'을 대사로써 표현한다. <안티고네>에서 안티고네와 클레온이 각각 가족주의적 윤리와 국가주의적 윤리를 대사를 통해 드러낸 것이 그 예이다. 비극의 등장인물은 사상에 따라 행동하는데, 그들이 가진 사상과 결점이 그들과 상황을 파국으로 이끈다. 더 이상의 설명이 낭비라고 여겨질 정도로 희곡과 영문학 전체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셰익스피어의 비극 역시 이러한 비극의 구성준칙이 적용된다.

따라서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사극 <리처드 2세>를 상술한 일반적 준칙을 사용하여 이해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 사극으로 분류되는 작품은 총 열 개이다. 그중 8편은 두 묶음의 4부작이며, <존 왕>과 <헨리 8세> 두 작품이 다른 나머지 작품이다. 4부작은 플랜태저넷 왕조의 마지막 왕인 리처드 2세와 랭커스터 왕가의 왕들을 다룬 <리처드 2세>, <헨리 4세> 1~2부, <헨리 5세>, 그리고 '헨리아드'라고도 불리는 <헨리 6세> 1~3부와 <리체드 3세>를 말한다. <리처드 2세>는 다른 사극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늦게 집필되었지만, 시대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 그러므로 셰익스피어의 다른 사극을 읽기 전에 먼저 <리처드 2세>를 읽으면 좋을 것이다.

사극으로 분류되어도 이 극은 비극의 특징도 갖추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비극으로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리처드 2세>를 비극으로 읽는다 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즉, 리처드 2세는 어떠한 사상을 가진 인물인가? 그는 무슨 결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은 대사로 어떻게 표현되었고 결말과 어떻게 이어지는가? 줄거리를 요약하며 분석해보자.

리처드 2세는 잉글랜드와 왕이다. 당연히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높은 지위에 있다. 그는 자신의 왕위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행동은 오만했다. 한마디로 폭군이었다. 그는 볼링브로크와 모브레이의 대결을 멈추고 그들을 일방적으로 추방시켰다. 존 오브 곤트가 자신을 힐책하자 그에게 격분하였으며, 곤트가 죽자 그의 모든 재산을 몰수할 것을 명령했다. 그는 통치자로서 실정을 거듭한다. 세금은 무거웠고, 재정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반란 진압 원정을 떠나려하고, 자신이 그 원정에 직접 참여하겠다고 선언하여 긴급한 순간에 왕궁을 비우려고까지 했다. 2막 1장까지의 내용은 리처드 2세의 실정과 악정을 부각한다. 그가 이렇게까지 득의양양하게 행동할 수 있던 것은 자신의 왕권의 신적 정당성을 강하게 확신했기 때문이다. 리처드 2세를 질책했던 곤트도 이를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였다. "하느님 권세의 대행자, 도유를 받아 하느님을 대리하는 분"(1.2.37-38) 자연인 리처드 2세는 결점 많은 인물이지만, 그의 왕관은 신성한다. 그리고 그 신성한 권위를 부여받은 '왕' 리처드 2세 역시 신성하다. 저딴 인간이라도 왕이니까 대접받는 것이다. 그 권위는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이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는 왕권신수에 굳세게 의존하기 때문에 쉽게 자아도취에 빠지고 자신의 행동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수 있으며, 실책을 저질러도 하느님의 은총이 보호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견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만만하고 오만한 리처드 2세의 모습은 볼링브로크의 역모에 의해 무너져 내린다. 사실상 이 극은, <오이디푸스 왕>을 연상시키듯이, 오아권의 신성함을 믿고 자신감에 차 있던 리처드 2세가 점진적으로 자신의 확신을 잃고, 신의 대리자에서 인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3막 2장 초반에서 리처드 2세는 아직 자신의 왕위의 신성함을 믿고, 신의 대리자에게 부어지는 하느님의 보호와 은총을 확신한다. 볼링브로크의 반역은 실패할 것이다. 왜냐하면 "세속의 인간(worldly man)들이 내뿜는 숨결은 결코 주님께서 점지하신 대리인을 폐하지 못"(3.2.56-57)하기 때문이며 "하느님께선 리처드 위해 천상의 보수 약조 받은 영광스런 천사 기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군세가 흩어지고 패배가 확정되자, 그의 확신은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극의 반전이 시작된다. 신의 대리자라는 '왕'의 신성한 신체는 '이름'만 남은 껍데기가 되고, 결국에는 그마저도 사라지고 인간의 필멸하는 신체만이 남게 된다. "무덤과 지렁이와 묘비명 이야기나 하자꾸나...마침내 죽음은 오고, 작은 바늘 하나로 군왕의 성벽을 뚫느니, 그리되면 왕군이여 안녕!"(3.2.145 이하) 3막 3장 이후 리처드 2세의 대사는 '왕'과 '인간'의 대비를 보여주는 상징과 비유들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이 인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 그 극적인 반전은 셰익스피어의 고급진 대사와 만나 한층 더 풍부해진다. 단순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그대로 되풀이하여 한탄조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무덤' '지렁이' '묘비명' 같은 은유를 동원하여 리처드 2세가 느꼈을 절망감이 더 생생하게 전달된다.

모든 것을 체념한 리처드 2세는 볼링브로크의 가신 노섬벌랜드의 제안을 수용하여 볼링브로크의 추방령을 철회하고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볼링브로크가 주재한 중신회의에 불려와 왕위를 그에게 넘겨주는 탈관식을 연출한다. 왕위를 상실한 리처드 2세는 이제 런던탑으로 호송되어 그곳에서 갇히게 되는 신세가 된다. 그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후에는 볼링브로크의 부하 엑스턴과 암살자들에게 살해당하는 비참한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신의 대리자' 리처드 2세는 가장 밑바닥으로 추락한 것이다. 반대로 볼링브로크는 추방자 신세에서 왕으로 즉위하게 된다. 그가 헨리 4세이다.

<리처드 2세>는 신성한 왕좌에 앉아있던 왕이 인간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그린 비극이다. 리처드 2세는 통치의 정당성을 신적인 것에서 구했고, 왕좌가 신적 정당성을 가진다는 믿음이 견고히 유지되는 한, 자연인 리처드 2세의 결점이나 악덕은 왕위의 신성성에 의해 문제되지 않는다. 여기에 이 비극의 본질이 있다. 곧 절대적이며 신성한 왕권과 유한한 인간성의 대립이 그것이다. 존 오브 곤트가 말한 것처럼 리처드 2세는 "성유 바른 몸"을 지니고 있어도 "조심성 없는 환자"(2.1)이다. 전자는 왕으로서의 신성한 신체이고, 후자는 물리적 인간으로서의 리처드이다. 전자가 있음으로써 리처드 2세 같은 무능한 군주도 신성시될 수 있었다. 자신의 통치를 예수의 신적 통치와 동일시하던 이 폭군은 왕위를 뻬앗긴 채 인간이 되었고, 최후에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죽었다. 그리하여 셰익스피어는 시적 언어를 통해 이 흠 많은 폭군의 운명을 보여주어 그를 '영원불멸한 왕의 신체'에 대한 영원한 상징으로 남게 만들었다.

그러면 헨리 볼링브로크는? 현세를 존중하고 자기 자신의 노력으로 왕이 된 그이다. 그는 신적인 것에서 와위의 정당성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리처드 2세의 살해 보고를 받은 그는 양심의 가책에 짓눌려 다시 종교적인 것으로 되돌아간다. "독을 필요로 하는 자 독을 좋아하지 않으니...나 리처드 죽기를 바랐으나, 그분을 죽인 자를 혐오하고, 죽임당한 그분을 애도한다...카인과 더불어 밤의 그늘 속을 헤매거라...나는 성지 향한 여정에 올라, 내 죄지은 손에 묻은 이 피를 씻으려 하고"(5.6.38 이하) 정치는 늘 정당성을 요구한다. 정치란 현실적 필요에 따라 행해지고, 목적을 위해서는 악을 행할 수도 있음을 아는 그였지만, 헨리 4세는 그러한 필요만으로는 왕위를 정당화하는 데 충분치 않음을 알았기에 그는 다시 신앙으로 회귀한 것이다. 리처드 2세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았는지도 모른다. 그저 왕위 찬탈로 인하여 그것을 더 극적으로 깨달았을 뿐. 그렇지만 리처드 2세와 달리 헨리 볼링브로크는 이미 인간의 필멸성과 왕의 절대성에 내재한 긴장을 인지하고 있었다. 헨리의 마지막 대사에 드러나는 고뇌와 괴로움은 여기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이로 미루어볼 때 <헨리 4세> 1~2부의 갈등 구조도 <리처드 2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예상해볼 수 있다. 자세한 건 읽어봐야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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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평가 - 잃어버린 20세기에 대한 성찰
토니 주트 지음, 조행복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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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의 통찰은 중요하다. 진정한 역사가의 존재로 그 사회는 집단성을 유지할 수 있다. 과거의 일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일은 오늘 이 자리에 있는 나를 파악하고 성찰하는 데 중요하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과거라 하더라도, 그것을 외면하거나 없던 일 취급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폐기가 가장 최악의 것이라면, 그 다음은 고통스럽지 않다거나 그래도 좋았다며 기억 자체를 바꾸는 일일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기억을 통해서 정체성을 확립한다면, 사회는 역사로써 정체성을 정립한다. 그러므로 과거를 버리거나 과거를 옳지 못하게 기억하는 사회는 집단의 지향점을 놓치고 순간의 이익에 탐닉하는 존재로 전락하거나 자기모순적 인식을 지니며 분열된 채 살아가고 만다. 무엇보다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사회는 같은 잘못만 되풀이할 뿐이다. 이 지점에서 진정한 역사가의 존재가 필요해진다. 진정한 역사가란, 반드시 역사학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에 대한 정확한 기록과 냉철한 비평, 그리고 이를 통해서 오늘과 과거의 기억을 연결하는 자가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역사가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지식인은 일차적으로 역사가여야만 한다.

토니 주트가 이 책에서 문제삼고 있는 것도 "사상의 역할과 지식인의 책임", "망각의 시대에서 최근 역사가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 밝히는 것"이다. 이를 두 단어로 요약하면, '역사와 지식인'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며, 이 책을 읽는 우리의 입각점도 이것이 될 것이다. 1994년부터 2006년 사이에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엮은 이 책은 2008년이라는, 20세기가 지난지 얼마되지 않았던 때에 출간되었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미 20세기가 망각의 영역으로 들어섰다고 진단한다. "20세기가 지나간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20세기의 다툼과 이념, 이상과 공포는 벌써 그릇된 기억mis-memory의 어두컴컴한 영역으로 슬그머니 사라졌다." 역사를 망각한 이들은 역사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고 득의양양하게 떠들어댄다. 그러나 바로 이전 시대에 대한 망각은 그저 사실에 대한 망각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를 이해하고 반성하는 토대의 상실로 이어진다. "우리는 20세기를 떠나보내며 지나치게 자신만만했고 성찰은 너무 부족했다. 서구의 승리, 역사의 종말, 일극 체제인 미국의 시대, 세계화와 자유시장의 피할 수 없는 전진이라는 아전인수격 절반의 진실에 젖어 대담하게 다음 시대로 발을 내딛었던 것이다."

토니 주트는 전쟁의 기억,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 냉전과 미국의 시대, 지식인과 사상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와 논점을 제기하지만, 내가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지식인과 사상의 역할이다. 물론 학문적 대가의 냉철하면서도 정확한 현실인식을 보고 배울 수 있는 3부와 4부도 중요하나, 1부 "어둠의 심장"과 "2부 지적 참여의 정치학"에 더 집중할 것이다. 저자는 '역사가이기도 한 지식인'이라는 관점에서 중요한 사상가와 저자들을 평론한다. 앞서 말했듯, 지식인은 사태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바탕으로 냉철한 관찰력을 지녀야 한다. 이를 통해 지식인은 사회가 제대로 된 역사적 기억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

저자가 비판하는 지식인들은 당파성에 사로잡혀 아전인수격으로 사태를 해석했고, 그로 인해 발생할 피해에는 눈을 감았다. 이중에는 <혁명의 시대> <제국의 시대> <자본의 시대>라는 19세기 서양사 분야에서 괄목할 저서를 남기고, 20세기 통사를 다룬 <극단의 시대> 등 굵직하고 중요한 저사를 남긴 역사학자 홉스봄도 포함된다. 홉스봄은 일생의 대부분을 공산당원으로서 살았고,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헌신했다. 이러한 타협없는 삶은 개인으로서는 훌륭한 일지만, "홉스봄의 역사적 직관을 절름발이로 만들었다." 홉스봄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공산당의 논평을 떠올리게 하듯 애매한 기조를 유지했으며, 소련, 스탈린, 유럽 좌파들의 과오에 대해서는 완전히 침묵했다. "홉스봄은 악을 직시하기를 거부했고 악을 악이라고 부르기를 거부했으며, 스탈린과 그가 한 일의 정치적 유산은 물론이고 도덕적 유산도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20세기 역사에서 좌파 안에 존재한 악마적 공산주의자들과 그들의 행적과 대면하기를 회피했다. 그 결과 홉스봄은 시대의 공포와 수피를 외면한 채 역사가의 허물만 쓴 채, "어둠의 심장"과 같았던 20세기를 방관했다. 그는 망각된 시대를 방기한 책임을 지닌 지식인이다.

그리고 '냉전'이라는 주제에 대해 여섯 권의 책을 저술한 존 루이스 개디스는 편파적인 시각으로 미국의 승리주의적 관점에 의한 냉전사를 썼다. 그의 책이 "미국 내에서 냉전의 성격과 냉전이 종결된 방식, 냉전의 미국 안팎에 남긴 끝나지 않은 근심스러운 유산에 관하여 오해와 무지가 널리 퍼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편으로, 한나 아렌트는 "거드름 피우는 고급 독일적 특성", "독일적인 편견" 때문에 20세기 최악의 박해인 홀로코스트와 진정으로 대면하지 않았다. 그녀의 주저는 악의 문제에 대한 의미있는 성찰을 담았지만, 이런 아렌트의 독일성을 우리는 인지해야 한다.

반대로 알베르 카뮈나 에드워드 사이드, 레셰크 코와코프스키 등은 지식인이 해야할 바를 수행했다. 그들은 자신의 인종적 한계나 이데올로기적 당파성에 사로잡혀 비판적 능력을 상실하지 않았다. 그들은 당대의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정확하게 인식하여 이를 증언하였고 사람들이 간과하거나 왜곡되게 인식하는 사상의 역할을 통찰하며.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시대에 부족한 도덕적 권위를 세웠다. 이와 관련하여 살펴볼 만한 구절들을 봐보자.

"지침을 잃어버린 지식인의 상태를 꿰뚫는 본질적으로 심리적인 이 직관 덕에, 카뮈의 윤리학은, 한계와 책임의 윤리학은 특유의 권위를 얻게 되었다." (<알베르 카뮈: 가장 훌륭한 프랑스인>)

"코와코프스키가 보기에 우리는 마르크스주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계급투쟁에 관한 명제들 때문이 아니고, 자본주의의 필연적인 붕괴와 프롤레타리아트가 주도하는 사회주의 이행의 약속 때문도 아니다. 마르크스주의가 프로메테우스의 낭만적 환상과 완고한 역사적 유물론의 독특한 혼합이었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에 작별을? 레셰크 코와코프스키와 마르크스주의의 유산>)

"사이드의 영원한 업적을 꼽으라면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 것이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팔레스타인의 지도자들을 무능하다고, 단순히 무능하기만 했으면 더 좋았겠다고 호되게 꾸짖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자주 짜증나게 만든 저평가된 카산드라였으며, 비판자들에게는 공포와 질책을 끌어들이는 피뢰침이었다. 믿기 어렵지만, 재기 넘치는 이 교양인은 진정한 악마의 역할을 떠맡았다."(<에드워드 사이드: 뿌리 없는 세계주의자>)

'잃어버린 20세기에 대한 성찰'이라는 부제를 담은 이 책은, 망각된 20세기에서 우리가 건져올릴 역사적 유산과 교훈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독서는 반드시 20세기 한국에 대한 성찰로 이어져야만 완성된다. 세계사 속에서 한국의 20세기는 어떠하며, 그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들은 한국의 현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기술하는가. 과연 한국에 '진정한 역사가이기도 한 지식인'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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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2-06-10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니 주트는 제가 좋아하는 역사학자인데도, 역사에 대해 저와 생각이 정반대인 것 같습니다. ^^
아주 흔한 말이지만, 저는 카의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역사는 결국 당파성’이란 주장이 더 현실적이고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Redman 2022-06-10 15:58   좋아요 1 | URL
역사가 당파성을 가진다는 것과, 당파성 때문에 잘못된 일에 대해서 제대로 말하지 않는 것은 분명 다를 것입니다. 후자는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고, 개디스와 홉스봄 등을 비롯하여 같은 오류를 범하는 지식인들도 당연히 비판받아야죠.
 
시학 고려대학교 청소년문학 시리즈 19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손명현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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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손명현은 <시학>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장은 '비극의 정의와 질적 부분의 분석'을 다룬 6장이라고 본다. 역자의 관점을 받아들인다면, <시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비극의 정의를 담은 다음이다. "비극은 진지하고 일정한 길이를 가지고 있는 완결된 행동을 모방하는 것이요, 쾌적한 장식을 한 언어를 사용하고 각종의 장식은 각각 작품의 상이한 여러 부분에 삽입된다. 그리고 비극은 희곡적 형식을 취하고 서술적 형식을 취하지 않으며, 애련(pleos)과 공포(phosbos)를 통하여 이러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행한다."(1449b 24~28) 전체 26장 중 6장부터 20장까지가 비극에 관한 논의를 담은 이 책은 불균형해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이 서사시 및 희곡과 유사하다고 말하고 있다(1448a26~27). 비극과 희극 및 서사시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점에서 보면 우리는 비극 분석을 통해 다른 장르의 문학 창작을 이해할 수 있으며, 따라서 비극 분석만 전해지더라도 <시학>은 창작 장르 전반에 관한 분석을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모방의 대상, 매개체, 양식, 목적에 따라 정의한다. 비극이 모방하는 대상은 "완결된 행동(teleias praxeos)"이며, 그 매개체는 '쾌적한 장식을 한' 예술적 언어요, 비극의 양식은 희곡, 비극의 목적 내지 효용은 '애련과 공포를 통한 카타르시스'에 있다. 대상, 매개체, 양식을 더 구체적으로 쪼개면, 비극은 여섯 사지 구성 요소를 가진다. 즉, 플롯, 성격, 사상(이상 모방의 대상), 그리고 조사(措辭)와 가요(모방의 매개체), 마지막으로 장경, 즉 배경(모방의 양식)이다.

이 구성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플롯(mythos)이다. "비극은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과 생활과 행복과 불행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하여진 것, 즉 스토리 내지 플롯이 비극 목적이요, 목적은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또 행동 있는 비극은 있을 수 없을 것이나, 성격 없는 비극은 가능할 것이다."(1450a15~25). 완결된 행동을 모방하는 플롯 역시 완결된 구조를 가져야 하는데, 이는 시작-중간-종말로 구성된다. 이 셋은 하나의 목적을 따라 필연적 연관으로 상호 연결된다. 그러므로 잘 구성된 플롯은 선행하는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는 시작과 행동을 마치지 않는 결말, 시작이나 결말과 연결되지 않은 채 고립된 중간을 배제하여, 통일적이며 자기완결적이다. 사태가 주인공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대 방향으로 변화하는 급전과 무지에서 지로의 이행인 발견이 애련과 공포를 환기하기 위해서는 플롯 자체의 구조로부터 발생하여야 한다. 우수한 플롯은 권선징악처럼 선인과 악인의 운명이 반대뇌는 "이중의 결말"을 취해선 안 되고 파멸의 비극적 효과를 잘 일으키기 위해 단일한 결말을 가져야 한다. 이중의 결말에서 얻는 쾌락은 "희극적 쾌락"이다.



통일성은 개연성과 필연적 연관으로 확보할 수 있다. 비극의 목적은 공포와 애련의 환기이므로, 비극의 플롯은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짜여야 한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인 상호 인과관계에 따라 사건이 일어날 때 효과를 거둔다., "시에 있어서도 스토리는 행동의 모방이기 때문에 하나의 전체적 행동을 모방해야 하고, 그 여러 사건의 부분은 그중 하나를 바꾸거나 제거하면 전체가 지리멸렬이 되게끔 구성되어야 한다."(1451a31~35) "시인의 임무는 실제로 일어난 것을 말하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지도 모르는 것, 즉 개연성과 필연성의 법칙에 따라(kata to eikos e to anankaion) 가능한 것을 말하는 점에 있다."

비극의 주인공은 "덕이 높은 사람(epieikes)"이나 "극악한 자"가 아니다. 그들의 파멸은 도리에 어긋나거나 비극의 목표 달성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비극의 주인공은 "양 극단 간의 중간에 위치한 인물...즉, 덕과 정의에 있어서 월등하지는 않으나 악과 죄업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떤 결정에 의해서 불행에 빠지게 된 인물이 그와 같은 인물인데, 그는 명망과 번영을 누리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한마디로 이러한 인물은 "우리들 이상의 선인"이다. 이런 인물의 성격은 네 가지 준칙을 지켜야 한다. 1) 성격이 선량해야 하고, 2) 성격은 등장인물에 적합해야 하며, 3) 전설과 유사하고, 4)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모방의 대상이 일관성이 없는 인물이면, 한결같이 일관성이 없어야 한다.

창작의 목적은 사실의 재현이 아니라 통일된 행동의 모방을 통한 카타르시스이기에, 비극에서 그리는 '보통 이상의 인물'이 설령 신화나 역사에서 소재를 따왔다고 해도, 작가는 그 인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초상화가처럼 "실제 인물의 고유한 형상을 재현하고 그 초상을 그리는 동시에 실제 인물보다 더 아름답게 그린다." 이는 이상적 기법을 통한 인물 묘사이다. 그리스 비극의 완성자인 소포클레스도 자신을 "이상적 인간"을 그린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비극 등장인물의 사상은 그들의 언어, 곧 대사를 통해 드러나는데, 이는 시학보다는 수사학에서 논의되는 것이 적절한 주제이다.

서사시는 그 길이, 운율, 허구적 개연성의 허용 정도 등에서 비극과 차이가 나지만, 여러 점에서 유사하다. 우선 서사시도 극적인 구성을 통해 전체적이고 완결된 통일적 행동을 모방한다. 둘째, 그것은 비극과 마찬가지로 모든 사건이 아니라(이는 역사에서 다루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건의 일부만을 필연적인 연관으로써 취급한다. 셋째, 서사시의 플롯은 단일하거나 복잡하며 성격적이든지 혹은 파토스적이다. (단일하고 파토스적인 서사시의 예는 <일리아스>이고 발견적이고 성격적인 서사시는 <오뒷세이아>이다.)

그렇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이 서사시보다 우수하다고 본다. "비극은 서사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형식은 더 풍부하고 생동적이며, 더 짧은 시간 안에 카타르시스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행동의 통일성이 더 많아 공포와 애련의 환기에 기인하는 쾌락의 산출이라는 시의 목적을 더 잘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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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6-06 1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동아리회원들과 시학읽고 우리끼리 ˝세상은 시학을 읽은 사람들과 시학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나뉘어˝라고 하며 서로 격려하던 생각이 나네요
이 리뷰 읽으니 다시 제대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Redman 2022-06-06 13:06   좋아요 2 | URL
ㅎㅎㅎ 전 이제 시학을 읽은 사람이 되었군요. 저도 더 공부해고픈 텍스트입니다.

mini74 2022-07-08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갖고만 있는 책 ㅠㅠ 그래서 차마 댓글 못 달고 조용히 읽고 지나간 리뷰네요 ㅠㅠ
당근 되실줄 알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Redman 2022-07-09 07:42   좋아요 1 | URL
당연 되실 줄 알았다니 과찬이십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미니님!

이하라 2022-07-08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민우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Redman 2022-07-09 07:42   좋아요 2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08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Redman 2022-07-09 07:4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시학을 읽은‘ 그레이스님!ㅎㅎ

러블리땡 2022-07-0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민우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

Redman 2022-07-11 18:35   좋아요 0 | URL
러블리땡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좋은 하루되시길

thkang1001 2022-07-10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민우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Redman 2022-07-11 18:34   좋아요 0 | URL
thlang1001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미국인들은 20세기를 훨씬 더 밝게 경험했다. 미국은 점령당한 적이 없다. 미국은 점령이나 분할로 많은 시민을 잃거나 상당한 크기의 국토를 빼앗긴 적이 없다. 미국은 신식민지 전쟁에서(베트남에서, 이라크에서) 굴욕을 맛보았지만 패배의 결과로 고초를 겪은 적이 없다. 최근에 벌인 일들에는 양면성이 있지만, 대부분의 미국인은 여전히 자국의 전쟁이 <선한 전쟁>이었다고 생각한다.......그 결과 미국은 오늘날 선진국으로는 유일하게 군대를 칭송하고 찬양하는 나라다. 이 같은 정서는 유럽에서는 1945년 이전에는 익숙했지만, 지금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많은 미국인 평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에개 지난 백년이 주는 메시지는 전쟁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역사를 이렇게 해석하는 함의는 2003년 이라크 침공 결정에서 이미 감지되었다." (토니 주트, 재평가)


"서구의 전쟁방식은 사실 도덕과 무관하기 때문에 그만큼 치명적이다. 즉 관습, 전통, 종교, 윤리 등과 같은 군사적 필요성과 관련이 없는 요소들의 제약을 전혀 받지 않는 것이다."

"서구인들은 오래전부터 전쟁을 정치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이라 여겼으며, 방해가 되는 자는 누구든 억누르거나 모욕을 가하기보다 아예 제거해 버리고자 했다."

"그리스 특유의 전투 방식 - 개인적 자유 허용, 철의 규율, 무적의 무기, 평등한 동지애, 개인의 창발성, 전술적 적응성과 유연성, 중장보병의 육박전에 대한 선호 - 은 그 자체로 그리스 문화 전체의 잔혹한 측면을 이룬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빅터 데이비스 핸슨, <살육과 문명>

서구 특유의 문명이 서구의 전쟁 방식에 스며들어 있고, 그래서 서구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단 것.



"니키아스는 전략가로서 원정 실패의 핵심 원인이 된 실수를 저질렀다. 쉬라쿠사이를 점령하려면 기병이 꼭 필요했다. 아테나이군이 처음부터 기병을 보유했다면 쉬라쿠사이는 항복할 도리밖에 없었다. 외부에서 어떤 도움을 얻더라도 소용없었을 것이다. 니키아스 본인이 원정대 출발 전에 기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테나이군이 기병 부대를 원정대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은 특히 놀라운 일이다......아마도 이러한 착오는 판단을 잘못 내린 탓이 아니라 목적을 잘못 설정한 탓이었을 것이다. 니키아스는 시켈리아를 공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억지로 이 작전에 참가한 뒤에도 최소한의 행동만 하고 제대로 된 교전은 피하려 했다. 니키아스는 아마 쉬라쿠사이를 직접 공격하는 심각한 상황은 생각조차 하기 싫었으리라. 그러다가 그는 전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자신에게 작전에 필요한 병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니키아스는 철수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심하면 더 좋지 않은 결과도 맞이해야 했다......펠로폰네소스 전쟁 내내 아테나이인은 기대를 저버린 장군들에게 가차없는 모습을 보였다. 위대한 페리클레스조차 정책과 전략의 결과물이 시민들을 분노하게 하자 모욕당하고 처벌받았다. 니키아스는 분명히 귀환하자마자 심한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니키아스는 자신의 명성과 안위를 염려해 아테나이인에게 자기 뜻대로 철수하거나 아니면 1차와 같은 규모로 추가 원정대를 보내라고 요청했다. 니키아스는 애초에 아테나이인이 원정에 나서지 못하게 막으려고 꼼수를 부리다가 실패한 경험에서 아무 교훈도 배우지 못한 듯하다. 아테나이인은 이번에도 니키아스의 바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추가 함대와 병력을 보내기로 결정했고 니키아스를 해임하지도 않았다."

도널드 케이건, <투퀴디데스, 역사를 다시 쓰다>

시켈리아 원정의 잘못은 전쟁 자체가 아니라 잘못된 계획이 문제였다는 것




미국의 두 거물 우파 학자의 전쟁 인식은 기분 나쁘게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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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위 정도만 살펴보겠다.

(5월 첫째주에 다른 곳에 썼던 글을 너무 뒤늦게 올린 거라 지금 순위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1~2. 팀 마샬, 지리의 힘 1~2










최근에 팀 마샬의 <지리의 힘 2>가 새롭게 출간되어 저자의 전작도 동시에 베스트셀러 1, 2위를 차지했다.

1편은 읽고 있는데, 서문이 책 전체의 메시지와 주제의식이 잘 느껴지게 잘 쓰였다. 내용도 좋다.


2편도 읽을 것 같지만, 과연 이게 역사 분야인지는 모르겠다.

이것도 다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요소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팀 마샬의 책은 지리를 가지고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설명하긴 하나 그것이 주는 아니고 보다 현재의 지정학적 요소에 더 집중한 책이니 역사보다는 사회과학으로 분류되는 게 더 타당하다.

3. 굽시니스트, 본격 한중일 세계사 13

나는 이 사람 만화를 한 번도 본 적 없다.

재미도 있고 내용도 알차니 계속 시리즈가 나오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거겠지만,

이 책이 학적 결과물로는 보이지 않기에, 나는 읽어볼 생각이 없다.









4.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몇 년 째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내려가지 않는 책이다. '이거 읽고 있으면 남들에게 좀 있어 보이는 책'의 한 예? 나도 고3 때 처음 읽고 대학교 수업을 위해서도 2번 읽어봤는데, 읽을수록 그렇게 탁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읽어볼 만은 하지만, 크게 추천하지는 않는다. 이것뿐만 아니라 <호모 데우스>도 마찬가지. 이런 빅 히스토리 류의 책을 원한다면, <옥스퍼드 세계사>를 권한다.

더불어 유발 하라리의 다른 책 중에선 <극한의 경험>과 <대담한 작전>을 더 재밌게 읽었다.
















5. 롤랑의 노래

이 책이 완역된

게 참 신기하고 나도 읽고 싶은데, 이 책도 역사 분야인지는 모르겠다.

호메로스 <일리아스>가 트로이 전쟁을 모티프로 산고 있다 해도 아무도 그 책을 역사라고 하지 않듯이, <롤랑의 노래>를 역사라고 하는 건 좀 뜬금없다.









6. 도미닉 프리스비, 세금의 세계사

안 읽어본 책이라 뭐라 하긴 그렇지만,

이 책도 어떤 학적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많이 공부하고, 글도 재밌게 썼을 테고, 나도 이걸 읽으며 여러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될 테지만, 과연 세금과 역사와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까? 당장 책의 논의를 집약하고 자신의 주장을 일괄하는 서문도 없다. 재밌는 사례 모음 이상이 아닐 것 같아 나는 안 읽을 것 같다.








7. 유홍준, 한국미술사 강의 4

아직 안 읽은 책이다. 입문서라고 하니, 일단 담았다가 나중에 이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지면 읽어봐야겠다. 그런데 책 소개에서도, 이 책은 한국 미술의 역사(histroy)가 아니라 한국미술 이야기(story)라고 하듯이, 이 책을 역사 분야에 집어넣은 것은 실수인 것 같다.








8. 유시민, 거꾸로 읽는 세계사

오랫동안 읽히는 역사 교양서이지만,

나는 이 책 안 읽었고, 읽어볼 생각도 없고, 읽어도 본격적인 서평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는 역사 전공자도 아니거니와, 애초에 이 책을 쓴 목적 자체도 역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으니 따로 얘기할 필요 없고, 나는 다른 더 좋은 책이 있으니 안 봐도 그만이다.

이 책 말고 묵직한 읽을거리를 원한다면, 앞서 말한 <옥스퍼드 세계사>나 <케임브리지 콘사이스 세계사>를 추천한다.
















9. 김산해, 최초의 여신 인안나

김산해 선생은 수메르 신화를 오래 연구한 학자이고, 나도 그가 번역한 <길가메시 서사시>를 좋게 읽었기에, 이 책도 보관함에 담았다. 하지만 이 책도 신화 분야이지 역사라고 하기는 어렵다. <최초의 역사 수메르>는 확실히 역사책이지만 이 책은...글쎄










10. 한영준,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서양 편

지도 퀄리티만 좋다면 한번 구매할 가치는 있을 듯하다.

근데 나는 이미 아틀라스 시리즈가 있기에 딱히 사고 싶지는 않다.







11. 황현필, 이순신의 바다

역사 선생님이고, 유튜브까지 개설해서 강의를 하시는 분이 쓴 이순신 책이다. 역사 교사들의 책은 늘 인기인 것 같다. 우선 오랜 강사 실력으로 다져진 스토리텔링 능력과 쉬운 글쓰기, 그리고 아주 명쾌하고 속시원한 설명 때문이겠다.

사실 명쾌하다는 것은, 어떤 결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논의와 관점들, 고려사항들을 묵과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그렇기에 선악의 구도를 딱 잘라 나누거나 이론의 여지를 주지 않는 내용의 책들은 기피하는 것이 좋다.

읽지도 않은 책에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저자 자신의 편향성 문제도 그렇고 앞서 말한 이유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임진전쟁으로는 이미 읽어볼 책들은 구비한 상태이고.







12. 벤저민 카터 헷,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법학과 역사학을 동시에 전공한 사람이 쓴 히틀러 집권에 관한 책이다. 나도 정말 관심이 많은 주제이다.

그래서 이런 주제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책을 보유 중이지만(기본 서적인 <히틀러국가>, <집단애국의 탄생, 히틀러>, 문화사 서적인 <대중의 국민화>),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담아본다.
















13.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이 책은 추천하는 책이다. 과학사, 지구사 관련으로 가장 먼저 읽어볼 만한 입문서이면서 재밌고 술술 읽힌다.








14. 노승대, 사찰 속 숨은 조연들

한국 신화를 다룬 책인 것 같다. 이쪽에 관심있다면 읽어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15. 무적핑크, 삼국지톡 4

무적핑크 같은 만화가가 삼국지를 다루었으니, 작가 특유의 그림체와 유머로 재밌는 삼국지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나름 공부도 되겠지만, 이런 책은 역사 공부용보다는 재미용이 더 알맞지 않을까 싶다.








16. 벌거벗은 세계사: 사건 편

TVN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의 강의들을 텍스트로 엮은 것이다. 전문가들이 나와 특정 사건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니, 얻어가는 것도 있을 테지만 목차만 봐도 느껴지듯이 체계성은 없을 것 같다.








17. 조선시대사 1

20. 조선시대사 2

이 책이 꽤 생각보다 순위가 높다. 나도 가지고 있기는 한데, 그렇게 열심히 읽지는 않았다. 1권 첫장의 조선정치사 개괄은 그리 도움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조선시대 국가, 국제정세, 사회, 인간군상에 대해 다양한 주제를 알 수 있으니, 한 번쯤은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18.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넘어서

올해는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결 70년이다. 한중일의 관계와 외교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직접적 기원을 보자면, 샌프란시스코 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 각국의 저명한 학자들이 참여한 이 책은 그것의 세계사적 성격과 유래, 영향 등을 다루었다. 이 책은 읽어볼 만할 것 같고, 나도 꼭 구매해서 읽을 것이다. 하타노 스미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제와 역사문제>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19. 김수환, 혁명의 넝마주이

발터 벤야민의 <모스크바 일기>를 통해서 소련의 아방가르드를 재해석한 이 책은 아직 정확히 무슨 책인지 파악이 안 된다. 역사철학도 있는 것 같고, 역사, 철학, 미학, 문예비평이 복합적으로 섞인 책 같다.

나중에 발터 벤야민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때가 있다면, 읽어봐야겠다.









21. 발레리 한센, 1000년

발레리 한센의 책은 <실크로드>를 읽어봤는데, 매우 배우는 게 많았던 교류사 책이었다. 그때부터 이 사람은 내 관심 저자가 되었는데, 절판된 <열린 제국>도 흥미로워 보이고 <1000년>도 주제도 흥미롭고 주장과 다루는 대상도 흥미롭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22. 처음 읽은 식물의 세계사

마이클 폴란의 <욕망하는 식물>은 이 책과 비슷한 주제로 재밌게 읽은 책이었다. 이 책은 과연 어떨까. 읽어보신 분들이 감상평 좀 남겨주셨으면 좋겠다.









23. 세키 신코, 지리로 읽는 세계사 지식 55

또 지리 - 세계사 책이다. 몇달 간격으로 같은 주제의 책이 이렇게 쏟아지는 건 뭔가 웃기다.

이 책은 목차만 봐도 딱히 깊이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55가지 주제를 택했으나, 그 주제들이 세계사에서 정말 중요한지 의문이 가고 지리적 요인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될 사건들도 지리로 환원시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








24. 곰브리치, 세계사

세계사 공부가 목적이라면, 굳이 이 책은 안 읽어도 된다.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는 여전히 추천하는 서양 미술사 책이나, 세계사는 최근에 나온 다른 더 좋은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25. 김산해, 최초의 신화 길가메시 서사시

이 책도 역사는 아니다. 신화, 문학 카테고리에 들어갈 책이지.















25위까지를 봤는데, 이 중에서 역사책이라고 할 만한 건 절반 정도이며, 그중에서도 본격적으로 깊이 있고 학적으로도 볼 만하다고 판단하는 역사책은 다시 절반 정도인 7권(사피엔스,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조선시대사 1~2, 1000년,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넘어,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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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5-23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김민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