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 뮤지컬 《순신》, 영화 《한산》 《명량》 《노량》의 감동을 『난중일기』와 함께
이순신 지음, 장윤철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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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렇게 늦게 글을 올린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꽤 늦은 시간에 올린다. 이유는 감정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이다. 난중일기는 징비록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읽어야 할 필독서로 지정이 되어 있어서 이번에 도전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던 임진왜란에 대한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감정적으로 크게 다가왔다. 분노도, 슬픔도, 아픔도, 안타까움도....... 읽으면서 한 인간으로서의 이순신 장군은 당시에 이런 참상들을 어떻게 견디고 앞으로 나아갔을까 하는 마음에 다른 시대에서 단순히 글을 읽으면서도 너무 힘이 들어 꽤 오랫동안 책을 잡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난중일기의 기본 스토리는 갖가지 영상물과 역사서를 통하여 그리고 학교 교육을 통하여 알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감동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이런 안일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처음에는 조금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어쩌면 일기라는 개념은 잊고 이순신이라는 세 자에 영상물처럼 전쟁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 같은 소설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페이지가 넘어감에 따라 임금이나 위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임진왜란보다 나라를 진정으로 위하는 충무공의 눈으로 본 백성과 인간의 감정이나 생활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어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가깝고 깊게 다가왔다고나 할까? 몇 가지 큰 얼개로 나누어서 보자.



본문에는 본인의 생각으로 쓰인 원균의 모습도 많았지만 주변의 알만한 사람들이 전하는 원균의 모습도 꽤 많이 나왔다. 대부분은 겁이 많고, 거짓말을 잘하고, 시기 질투심도 많고, 욕심도 많고, 사악하다는 평이었다. 아주 조금은 이런 부분 정도는 마음에 든다고 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표현이 나올까 하여 읽었지만, 나중에는 일기에 쓰는 것을 거부할 정도였다. 그러나 원균의 농간으로 옥에 갇혔다가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며 전쟁 중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하여야 할까 하는 마음에 울분이 넘쳤다. 게다가 적과의 싸움에서 도망쳤다는 말에는 화가 나기보다 어이가 없어 세상에는 이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는구나 하는 느낌만 있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책 전반에 걸쳐 너무 독자의 마음에 화를 심어 놓아 최종적으로 이런 감정을 가지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둔전에 대하여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바로 군인들이 경작하여 국고로 환수하여 쓰던 토지를 말한다.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은 평온한 나날이었다면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단어인데 전란이 일어났는데도 군인이 경작을 하는 모습은 당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럼에도 본문에 군량미가 부족함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전란 중에도 당파싸움을 하는 윗전들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집도 배도 직접 수리하고 만드는 모습, 사냥까지 해오는 모습도 나온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전투를 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름도 모를 그들이 존경스럽기 그지없었다.



과연 명은 임진왜란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순신 장군은 수군이었기에 직접적인 부분만 명시했을 수도 있지만 난중일기에서는 전쟁의 마지막 해에 명나라의 수군 이야기가 등장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로는 지상군 5만 명에 엄청난 물자를 지원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 덕분에 우리 백성이 굶어죽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전쟁 난 나라에서 은으로 생필품을 바꾸기 쉽지 않아 결국은 약탈자가 되고 만 그들로 기록되어 있다. 여하튼 본문에서는 수군이 임진왜란 마지막 1년 즈음에 등장한다. 그들의 업적이 엄청났다는 기록보다는 피해가 컸다는 기록이 있었다. 사선은 100척의(약 1500석) 큰 배이니까.



본문에 몸이 좋았던 날이 별로 없었던 충무공 이순신이다. 항상 배앓이를 하고, 식은땀을 흘렸다는 이야기가 거의 매일 일기에 쓰여있다. 이런 몸으로 전장을 누비고, 남해 지역의 민군관을 다스리고, 옥고를 치르고, 백의종군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를 여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막내아들의 사망 소식까지 들어야 했던 남자. 마음 놓고 가족의 잃은 슬픔을 제대로 드러내지도 못하다가 전장의 이슬이 되어 버린 인간. 우리는 위인으로서의 그는 잘 알고 있지만, 한 인간으로서 겪어야만 했던 일들과 그의 감정은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이런 때에 나라를 위하여 모든 것을 뒤로하고 나라의 부름에 따라 목숨이 오가는 곳으로 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 계급과 업적을 모두 떼어낸 인간 이순신을 조금 더 적나라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나간 역사이고 지나간 전쟁이며 이미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알고 있는 위인이어서 큰 감흥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매우 달랐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무술년 11월 19일(음력)에 전장에서 스러졌다.(물론 본문에는 나오지 않는다. 저승에서 일기를 쓸 수는 없으니) 그의 정신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지만. 마지막 2년의 기록을 보면서 저절로 책에 눈물이 떨어졌다. 같은 모양을 하고 태어나도 짐승 같은 인간이 있음에 치가 떨렸고,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음에도 거인으로 느껴지는 인물이 있어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개인적으로 피로 쓴 임진왜란의 참상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는 징비록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원본 그대로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입으로만 위인, 훌륭한 장군, 우리나라를 빛낸 충무공이 아니라 그가 왜 위인인지 남이 알려주는 역사가 아닌 본인의 마음이 담긴 글을 통하여 그 이유를 피부로 느꼈으면 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책을 덮고 후기를 쓰면 마음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필사가 밀려 다시 한번 이 진한 감정을, 벅찬 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남아서 기쁠 따름이다.



#난중일기 #이순신 #스타북스 #피로쓴임진왜란의참상 #임진왜란 #전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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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부의 세계사 - 자본주의 역사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31가지 이야기
한정엽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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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부터 한동안 경제신문 공부를 매일 한 적이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딱 뉴스만 보는 선만으로 유지하다가 깊게 공부를 하려고 하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흔히 말하는 경제용어는 어떻게든 외울 수 있지만, 거미줄같이 엮인 국제 정세는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한 꼭지의 기사를 공부하기 위하여 4시간 이상을 소요하던 당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경제는 우리 역사와 일상의 전부라는 것이었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발발했을 때 우리는 전쟁 자체에만 눈이 쏠리게 된다. 그러면서 몇몇 산업 군으로 눈을 돌려 투자처를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그러나 이런 방식을 계속 고수하는 것은 수학 공식의 원리를 모르면서 답만 외우는 것 같은 느낌이다. 왜 한쪽은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고 하며, 한쪽은 우리와 너희는 다른 민족이며, 너희는 우리의 철천지원수이기에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라고 말하는지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전쟁의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한정엽 작가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어 처음 책을 선택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분명 예상대로라면 내가 원하는 도서이지만 저자에 대한 신뢰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전에 너무 재미있게 우리나라 현대 경제사 책을 써주신 오건영님의 추천사를 보고 더는 고민하지 않고 읽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들어가기에 앞서라는 첫 파트부터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 이후 본문은 옛날이야기 읽듯이 너무나도 즐겁게 읽었다. 아! 이 도서는 미국 경제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지만, 결국은 주제가 경제인 역사책이니 처음 경제서를 접하는 사람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총 31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이 각각 다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어져 있어 부드럽게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투자를 위한 공부를 많이 하시는 분들 중에 메르님이 운영하는 블로그의 글을 매일 차근차근 읽으시는 분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안다. 메르님의 글을 흥미롭게 읽고, 따로 깊게 공부하지 않아도 이해가 정말 잘된다고 느낀 분이라면 이 책도 비슷하게 볼 것이다. 왜냐하면 책의 흐름이 메르님이 이야기하시는 것과 매우 비슷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즉, 결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을 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그 결과가 이후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하여 딱딱한 교과서가 아니라 학원의 일타 강사처럼 재미있게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연준의 탄생이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연준을 보면 설립 때부터 자국의 사람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세워졌을 것으로 상상이 된다. 하지만, 의외로 연방정부보다 13개의 주가 힘이 더 센 시기였기에 은행도 주법 은행은 존재했다. 그러나 독립전쟁으로 빚이 상당했던 미국은 알렉산더 헤밀턴의 노력으로 미국의 중앙은행이자 연준의 모태인 제1미국은행을 등장시킨다. 처음에 인가 기간이 20년이었으며 이들을 연방파라고 한다. 여기에서 북동부의 상인 계측이 연방파를 지지하고 그 반대인 공화파는 남부 지역의 농민들에게 지지를 얻었다.


눈치가 빠른 분은 벌써 아실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남북 전쟁의 기본 베이스가 된 것이다. 물론 한참 뒤에. 이후 20년이 흐른 뒤 제1미국은행은 더 이상 승인 기간을 연장하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된다. 이후 영국과의 전쟁에서 중앙은행의 빈자리가 너무 커 전쟁이 끝나자마자 제2미국은행의 설립을 허가했다. 그런데 경제나 금융에 대한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중앙은행의 자리를 채우면서 미국에 첫 금융공황이 발생한다. 그 이후에도 중앙은행의 위치는 곤고하지 못하고 정치권의 의견에 따라 이리 저러 휘둘린다.


이후 남북 전쟁이 일어나며 국립은행법이 제정되었다. 법 제정 후에도 여러 진통을 겪은 후 현재의 연준이 생겨나게 된다. 이렇게 각종 전쟁과 혁명 등등을 통하여 중앙은행의 자리를 곤고히 한 다음 이제 남북 전쟁이 발발하고 그린백이라는 달러가 등장한다. 그린백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초록색으로 찍혔기 때문이며 이것이 달러의 모태가 되었다. 그린백으로 인해 미국에서 금본위제가 사라졌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미국을 현재의 강대국으로 만든 세계대전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과정이 재미있지만, 이 부분은 생략한다. 이후 몇 가지 큼직큼직한 사건들을 지나면서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다는 것이 2장까지의 내용이다.


2장을 읽다가 보면 요즘 중국이 왜 그렇게 자신들의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하려고 하는지, 뉴스에 한동안 떠들어 대든 페트로 달러가 무엇이고 이것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위안화로 왜 받겠다고 하는지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하나하나 떨어져서 설명해 줘서 단기적으로 기억이 가능한 도서보다는 스토리텔링이 확실하여 자동으로 연상이 되는 책을 좋아한다. 오늘 소개하는 다산북스에서 출간된 한정엽 작가의 최소한의 부의 세계사는 스토리텔링이 매우 잘 되어 있어 그동안 봐왔던 딱딱한 경제서와는 차원이 다른 도서이다. 그리고 자극적인 내용이 없어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도 함께 읽을 수 있어 자녀들과 함께 경제공부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최소한의부의세계사 #한정엽 #다산북스 #미국경제사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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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2 - 벗겼다, 세상을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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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릴 것 가리고, 제할 것 제한 역사를 배우던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tvN의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벌거벗은 세계사. TV를 보지 않는 나이지만 어떻게든 챙겨서 보는 단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원하는 목적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가끔은 충격으로 다가올 정도로 다각도의 시야를 제공하는 역사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영상이 아니라 활자로 내용을 옮겨 놓은 것이 벌거벗은 세계사 시리즈이다. 벌써 여섯 번째 편이지만 인기가 시들기는커녕 점점 더 오르고 있어 나오자마자 냉큼 가져왔다.


이번은 지난번에 이어 사건편 2인데 인물편과 비교하여 조금 더 자극적이다. 인물편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쳤다고 한다면 이번 사건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안의 이면을 파헤쳐서 스토리가 조금 더 농도가 짙다. 그래서 성인일지라도 새로운 이야기를 알 수 있어 청소년보다 더 눈을 반짝이면서 빠져들 수 있다. 게다가 중간에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는 전범들의 심판대인 도쿄재판에 관한 내용이 나오기에 감정적 집중도는 지금까지 나온 어떤 시리즈보다 월등할 것 같다.


이번 시리즈는 목차부터 흥미롭다. 사실, 챕터 1을 읽고 그리스 신화에 대한 영상을 꽤 많이 찾아보았다. 우리는 남의 나라에서 전해져 오는 하나의 전설 혹은 신화로만 받아들였는데 이것이 그리스와 스파르타와의 역사와 어우러지면서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첫 이야기와 영상을 통하여 우리가 흔히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엮은 책을 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곰을 전래 동화로 보는 것과 이것의 역사적 의미를 파헤치는 것의 차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좌파와 우파는 18세기 프랑스 혁명 때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 의회가 소집됐는데 의장석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귀족을 비롯한 기득권인 보수파가 앉으면서 우파라고 불렸고, 왼쪽에는 프랑스를 새롭게 개혁하려던 진보파가 앉으면서 좌파라고 불렸습니다. 이 의미가 현대까지 내려오면서 보수파는 우파, 진보파는 좌파로 칭하게 된 것이죠."

- p.177



스페인 내전 파트를 읽을 때는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잔혹함뿐만 아니라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스페인 내전은 기득권 세력인 우파와 공화국 설립을 위한 좌파가 서로 싸운 전쟁을 말한다. 자신들이 만든 폭격기를 실험하기 위하여 게르니카라고 하는 스페인 북부의 농촌 마을에 세계 최초로 융단 폭격을 실험한 히틀러를 보면서 소름이 끼쳤다. 결국 그 마을은 초토화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죽음의 땅이 되었고 폭격기를 두고 살인 기계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런 내전을 이용하려는 국가들과는 달리 헤밍웨이, 조지 오웰, 피카소 등의 예술가들은 전장의 모습을 고발하려고 노력하였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파트는 중국의 쑹 씨 세 자매 이야기였다. 아이링, 칭링, 메이링. 이들의 이름으로는 어떤 감도 잡히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남편 이름을 듣는 순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아이링의 남편은 공자의 후손으로 은행가 집안으로 거부인 쿵샹시이다. 칭링의 남편은 무려 27살 나이 차이인 신해혁명의 주인공 쑨원이며 막내 메이링의 남편은 그 유명한 장제스이다. 친 세 자매가 이렇게 결혼을 하여 나중에는 원수처럼 지내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중국의 근대사보다 더 흥미로웠다.



이들의 아버지는 너무 가난하여 일찍이 친척에게 입양되어 일꾼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곳 기독교에서 원조를 받아 대학까지 나온 아버지는 배움의 중요성과 남녀평등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되어 이후 중국으로 돌아와서 3남 3녀 모든 아이들을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보냈다. 이후 이들은 각각의 남편을 만났고 모두 국민당으로 쿵샹시는 자본을 대고 쑨원은 혁명을 이끌었으며 그를 도운이는 장제스였다. 쑨원이 죽은 후 칭링은 공산주의자들과 손을 잡았고 나머지 자매들과 원수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서로 등을 돌린 자매가 힘을 합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중일전쟁이다. 일단 외국의 침입부터 막아보자는 취지로. 이때 장제스의 아내 메이링이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지원 요청을 하였고, 미국은 이에 동의하여 비행기와 조종사를 중국에 파견하였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메이링을 중국 공군의 어머니라고 부른다고. 이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고 이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메이링이 미국에 세계 최초로 판다를 선물했다고 한다. 이것이 중국 외교의 상징인 판다 외교의 첫걸음이라고 한다.



세 가지 에피소드 정도를 소개했는데 도쿄 재판과 CIA의 행태를 보면서 너무 어이도 없고, 한심하기도 하고,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와 다름에 화가 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얻었다. 역사를 바라보는 눈을 모두 뜨지 않고 한쪽 눈만으로 바라본다면 엄청난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 외눈박이로 세상을 살아갈 것이 아니라면 이번 기회에 벌거벗은 세계사 사건편 2를 한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한다. 시리즈 전체가 베스트셀러를 유지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책이 스스로 인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벌거벗은세계사 #tvn벌거벗은세계사제작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사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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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링
T. J. 뉴먼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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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맹렬히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 누구나 스릴러에 관심이 가지는데 나 또한 매우 평범한 인간 중 하나이기에 요즘 점점 스릴러를 찾게 된다. 그래서 선택한 오늘의 책은 T.J. 뉴먼의 폴링이다. 하이재킹에 관한 내용이기에 상상 가능한 부분도 있었지만, 의외로 마음을 졸이면서 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작가가 신인임에도 걱정 없이 선택한 이유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보다 스릴러의 대작가 제임스 패터슨과 역사 판타지로 유명한 다이애나 개벌든의 추천사 때문이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처음에 T. J. 뉴먼이 신인 작가이기에 추천사만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읽었다. 그런데 읽다가 보니 묘하게 눈앞에서 영상이 재생되는 듯 이미지가 너무 선명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직접 하이재킹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보통 책을 다 읽고 나면 찾아보는 저자인데 이번에는 너무 궁금하여 책을 읽다가 검색해 보았다. 실제 아메리카 항공사와 알래스카 항공사에서 10여 년을 승무원으로 일했으며 심지어 대륙 횡단을 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 작품을 집필했다고 한다. 비행기 내부에 대한 묘사나 위험에 대처하는 방식이 꽤 세밀했던 것에는 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기장 빌, 부기장 벤, 승무원인 조, 빅 대디, 캘리를 포함한 총 149명의 승객들, 빌의 와이프인 캐리, 그의 아이들 스콧과 앨리스, 조의 조카이자 FBI인 태오, 납치범 샘이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갑자기 비행 일정이 바뀐 주인공 빌 기장. 미국 드라마의 기본답게 당연하게 이날 가족과 아주 중요한 약속이 있었지만 빌은 일을 선택하여 LA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를 조종하러 떠난다. 그러나 이륙하자마자 빌의 집에서 가족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납치범 중 한 명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가족을 택하든지 비행기를 택하든 지라며. 심지어 비행기 내부에는 백업 플랜을 위한 알려지지 않은 공범자도 존재한다고 한다. 



빌에게는 초반부터 엄청난 압박감이 주어지면서 시작한다. 지상의 가족도 살려야 하고, 상공의 승객들도 살려야 하면서 동시에 밀폐된 공간에서 알려지지 않은 납치범의 공범도 찾아야 한다. 사실상 믿을 사람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순간이 된 것이다. 당연하게 외부로 이 일을 발설하지 않고. 납치범은 빌에게 두 가지를 지시한다. 독가스를 기내로 던지는 것과 비행기를 DC에 추락시키는 것. 빌은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승무원인 조에게 상황을 빠르게 알려주고 자신은 비행기를, 당신은 승객을 맡으라고 하고 기장실로 돌아온다. 


조는 승무원은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같이 모여 상황을 설명하고 계획을 짠 후 하나씩 실행에 옮긴다. 또한, FBI에 근무하는 조카에게 현재의 상황을 문자로 알린다. 승객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승객을 지켜야 하는 조. 이유는 기내에 탑승한 미지의 공범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항공기인 416편에는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X의 인플루언서가 타고 있다. 과연 이들은 공범에게 들키지 않고 항공기를 구해낼 것인지, 인질로 잡혀 온몸에 폭탄을 두른 빌의 가족들도 무사히 구출을 해낼 것인가?


사실은 처음 1/3 정도를 읽다가 결과에 숨이 막혀서 결말부터 본 후 돌아와서 읽었다. 보통 결말을 알면 이후는 퍼즐처럼 추리가 가능하여 긴장감이 거의 없이 스토리를 읽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나 T. J. 뉴먼의 폴링은 결말을 다 아는데도 도무지 그 과정을 알 수가 없어서 마지막 장에 다다를 때까지 긴장 상태로 읽었다. 부드럽게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면 잘못된 단추를 끼워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야기는 딱 6시간 동안 발생한 일이다. LA에서 뉴욕으로 날아가는 6시간. 그리고 이날은 공교롭게도 월드시리즈 7차 LA다저스와 뉴욕 양키스의 경기가 양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지고 있는 날. 아마 이 설정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은 911이후 테러리스트와 협상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만약 빌이 가족을 선택하게 된다면 당연하게 DC의 엄지는 민간 항공기 격추로 이어진다는 것이 명백한 상황인 것이다. 


사실, 하이재킹이라는 소재로 인하여 그 원인과 결과, 그리고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 한정적이어서 일부는 클리셰로 보이기도 한다. 다만, 폴링이 그저 그런 작품이 되지 않은 이유는 납치범들의 목적,  옳고 그름의 판단, 극한의 상황에서 나보다 우리를 택하는 선택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한참 읽다가보면 범인들에게 강한 연민을, 빌의 선택이 어떤 것이 되든 간에 이해할 수 있음을 느끼게 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 한낮의 더위를 깔끔하게 잊게 해 줄 정도로 가슴 뭉클함과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폴링이었다. 


#폴링 #T.J.뉴먼 #어느날갑자기 #데이원 #스릴러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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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동품 상점 2
찰스 디킨스 지음, 이창호 옮김 / B612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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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은 미스터 험프리의 시계라는 주간 잡지에 연재되어 처음으로 대서양을 건넌 영국의 소설이었다. 마지막 연재분이 실린 영국의 배를 향해 미국의 뉴욕과 보스턴 항구에 모인 팬들은 넬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는지 애타게 물었다고 한다.  그 당시 영국에서 10만 부 이상 판매되어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480여 페이지 두 권으로 총 73챕터로 번역되었는데 만약 내가 이것을 완역본으로 보지 않고 매주 한 챕터씩 만나야 했다면 다음 챕터가 궁금하여 매주 디킨스 앓이를 했을 것 같다. 


​고전 베스트셀러인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 2권에 들어오면 1권보다 훨씬 당시의 시대 상황이 잘 느껴진다. 그 이유는 넬과 노인이 시골 산길로만 도피를 하다가 항구를 통하여 도시로 들어오면서 산업 혁명이 훑고 지나간 거리로 나갔기 때문이다. 넬이 배가 고파 도움의 요청을 구하기 위하여 두드린 집에서 석 달 전 500 명이 실직을 당하여 굶주림으로 아이의 주검을 보는 부분은 당시의 암울한 상황을 그대로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고생을 하던 넬은 결국 추위와 굶주림에 도시의 한 변두리에서 어떤 노신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마음이 따뜻했던 이 노신사는 그녀를 뿌리치지 못하고 돌아서는 순간 넬은 그의 얼굴을 보고 쓰러지게 된다. 그는 노인과 넬을 주변의 여인숙으로 데리고 가 의사도 부르고 극진하게 간호하여 그녀를 기운차리 게 한다. 그 후 그녀의 동의를 얻어 자신의 목적지까지 데리고 가 그곳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신경을 써 준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동안 악당 퀼프는 여전히 나쁜 짓을 일삼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순수하고 선한 키트를 세상에서 없애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한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변호사와 변호사의 동생과 손을 잡고. 이 과정이 너무 치밀하며 법적인 증인까지 명확하여 키트는 결국 경찰에 잡혀가게 되고 유죄 선고까지 받아 독자로 하여금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거리게 만든다. 불행의 구렁텅이로 완벽하게 빠진 키트를 작가가 어떻게 구해낼지 아니면 구해내지 못할지 그다음이 궁금하여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였다.


​책의 말미에 가면 1권에서 넬과 노인의 뒤를 쫓던 노신사가 누구인지 어떤 이유에서 이들의 뒤를 쫓는지 나온다. 너무나 무뚝뚝한 노신사의 유년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의 옛이야기는 그에 대하여 알 수 있게 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오히려 넬의 할아버지에 대하여 그의 불안한 심리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그동안 독자들의 마음에 울화통을 터지게 만든 할아버지였지만 그 내막을 알게 된다면 오히려 연민의 마음을 더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찰스 디킨스의 책 중 그동안 읽었던 것들은 대부분 권선징악이 명료했다. 물론 억울한 희생자도 분명 있었지만. 그래서 개인적으로 오래된 골동품 상점 최고의 악당인 퀼프의 결말이 너무도 궁금했다. 퀼프의 악함은 그동안 어떤 책이나 영화에서 본 악당보다 정도가 극에 달하였다. 단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두려움에 떨게 하기 위해서 연구하여 하는 행동들은 난생처음 보는 캐릭터였다. 그러니 그의 결말은 아마 모든 독자의 관심사가 되리라 장담한다. 


대작가답게 단순하게 권선징악을 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해와 용서와 포용과 사랑에 대한 부분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어 많은 부분에서 반성과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스토리 자체로도 약 1000 페이지라는 분량이지만 시작을 하면 끝까지 달리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어 180 년이 지나도 왜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지 책이 스스로 증명을 하였다. 또한 발을 동동거리며 읽다가 보면 어느새 마음에 선함의 기운을 서리게 만들어 주는 고전 베스트셀러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오래된골동품상점2 #찰스디킨스 #B612북스 #베스트셀러 #고전문학 #영국문학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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