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전쟁 - 세계 경제 패권을 향한, 최신 개정판
왕양 지음, 김태일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투자를 위하여 경제 공부를 하다가 보면 가장 어려운 부분이 환율이다. 단순한 개념인 화폐 간의 교환 비율이 어렵다기보다 그에 따라 정책, 금리, 투자 방향 등이 모두 이어진 것이 원인이다. 단순히 각종 무역을 통한 수지에서 점차 주식, 채권, 환차익 등으로 관심 분야가 뻗어나가고 있는 현실에서 눈 뜬 봉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늘은 환율과 그에 따른 금리, 투자, 환차익, 국제 정세까지 이해하기 쉽게 나온 책이 있어 가져왔다.



왕양의 세계 경제 패권을 향한 소리없는 세계의 부 쟁탈전 환율전쟁은 장단점이 매우 명확한 도서이다. 일단 이 도서의 장점은 구조와 부드러운 내용이다. 일반적인 경제 서적은 초반부터 하나씩 빌드업을 하여 마지막에 모든 것이 완성되는 구조를 띄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용어를 포함한 내용 또한 숫자를 통한 증거 기반인 학문임을 스스로 나타내듯 딱딱하기 그지없다. 이 책은 1장에서 전체적인 개념을 충분하게 설명하여 역사 부분으로 들어가는 구조이다. 즉, 앞부분에서 개념을 잡고 역사적인 사건들을 시대 순으로 나열하여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한다. 



"믿으면 존재하고 믿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 화폐의 가치다."

-p.31


가장 기본적인 개념으로만 보자면 국가는 침체된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으로 시중에 통화를 늘리는 정책을 편다. 이때 당연하게 금리는 낮아지고 기업의 투자와 소비가 촉진되며 환율은 상승한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시중에 통화가 과하게 포진되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이를 잡기 위하여 금리를 올리고 환율은 하락하고 기업의 투자와 소비가 감소하며 시중의 돈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편다. 이 과정을 글로 적으면 이렇게 간단하지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하여 역사적 예시를 여러 건 가져온다.


"본인이 소유한 부를 자발적으로 한 화폐에서 다른 화폐로 바꾸도록 만드는 것은, 칼날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한 국가의 부를 탈취하는 것과 같다."

-p.119


그 첫 번째는 인류 역사상 첫 환율전쟁으로 꼽히는 북송과 남송으로 나누어진 중국을 금나라가 무너뜨린 과정을 화폐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 그동안 군사적·정치적·외교적인 힘의 논리에 의해 금나라가 북송을 멸망시킨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폐의 저주에 걸린 북송 즉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곳에 상업적 수완이 뛰어난 남송 사람들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의외였으며 그 과정은 충격적이었다. 좀 웃긴 부분은 이 과정을 충분히 본 금나라마저 후에는 지폐의 저주에 걸려서 망했으며 그 전철을 원나라도 밟았다고 하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마치 영화 <씬 레드라인 : The Tfhin Red Line>의 한 장면처럼 군관이 수류탄을 던질 때 핀을 잘못 뽑아서 스스로 자신을 죽인 것과 별 차이가 없다."

-p.217


​두 번째 장점은 바로 딱딱하기 그지없는 경제 정책과 그에 따른 각국의 역사를 설명하는데 꽤 많은 문학 서적과 영화 그리고 유명인의 말이 인용되어 있는 부분이다. 얼핏 생각하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실제로 이런 문장 하나로 인하여 전체적인 내용이 하나로 그려져 이해하기가 매우 쉬웠다. 3장에 가면 경제 신문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각국의 경제 위기의 배경과 과정 그리고 결과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생소했던 라틴아메리카의 비극이 가장 인상 깊었다.


"환율은 자금이동의 윤활유로서 세계경제체제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p.331


이 도서의 단점은 이 책은 14년 전에 쓰인 부분이다. 하지만 지나온 더 먼 과거의 역사와 정책에 관한 부분은 변하지 않으니 큰 상관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시간이 흐른 덕분에 저자가 말하는 부분 중 어떤 부분은 진실로 드러났으며 어떤 부분은 저자가 말하는 것과 조금 다른 부분도 볼 수 있다.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는 달러를 대체할 화폐가 없다고 하는 부분인데 물론 당장은 이 말이 맞다. 그러나 지금 국제 정세를 보면 페트로 달러가 무너지고 있고 위안화 결제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좀 달라진 것 같다.


"윈스턴 처칠의 말을 응용해 현재의 환율체제를 표현한다면, 이 체제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그래도 가장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것이 개선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우리는 반드시 어떠한 혁신과 발전일지라도 그 길에는 우여곡절이 있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p.388


​경제 서적 중에 오래간만에 즐겁게 읽은 도서이다. 보통 어려운 경제, 과학, 역사 서적을 볼 때면 수없이 검색과 필기가 동반된다. 그러나 왕양의 세계 경제 패권을 향한 소리없는 세계의 부 쟁탈전 환율전쟁은 검색 없이 이해가 가능한 책이었다. 게다가 딱딱한 내용뿐만 아니라 음모론 등 호기심 가득한 내용까지 다루고 있어 집중력이 배가 되었다. 뉴스나 경제 신문에서 하는 말을 듣고 '아 그렇구나'가 아닌 '다음에는 이렇게 흘러가겠구나'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싶은 분이라면 그 첫걸음 책으로 이 도서를 추천한다. 


​#환율전쟁 #왕양 #평단 #소리없는세계의부쟁탈전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년 밀리의 서재에서 출간한 뒤 큰 인기몰이를 했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줄리 클라크의 라스트 플라이트가 2024년 밝은세상에서 재출간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재출간이라는 과정을 겪을 정도라면 출판사가 나름의 자신감이 있는 책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게다가 전 세계 28개국에서 출간되었으며 미국에서만 70만 부, 독일에서 50만 부 이상 판매된 저력을 가진 도서이다. 사실, 이런 수식어보다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제목이었다. 왜 마지막 비행일까 하는 상상력의 발로라고나 할까?




아마존 에디터가 뽑은 최고의 스릴러 라스트 플라이트의 저자인 줄리 클라크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모니카 출신이다. 산타 모니카는 우리에게 드라마 상속자들 초반에 배우 이민호가 살던 집이 있는 지역으로 익숙하다. 퍼시픽 대학을 졸업하고 버클리 대학교 체육학과에 근무하다가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2018년 <The One We Choose>로 데뷔했으며 2020년 라스트 플라이트, 2023년 단편 모음집 <The Heart of a Mother>을 출간했다.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과 실제로 살아가는 모습은 많이 다르다. 우리가 아무리 감추려고 애써도 결국 본질을 모두 감출 수는 없다."

- p.227


재벌가이자 유명 정치인의 아들 로리 쿡과 그의 아내 클레어. 로리는 어머니의 뒤를 이어 정계에 발을 딛고 싶어 하며 사업과 께 자선 단체 활동도 열심히 한다. 외부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로리이지만 성격상 자신의 뜻에 반대하는 것을 절대로 참지 못한다. 이것은 아내에게 가장 강력하게 발동되는 성향이다. 결혼 후 2년 만에 시작된 폭력을 더는 참기 어려워 친구 페트라의 도움으로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남편에게서 벗어나고자 한다. 드디어 모든 것이 준비되고 떠나려는 클레어. 그녀의 도주 계획은 로리에게 발각이 되어 위기에 처한다.



"도망자들은 늘 앞쪽이 아니라 뒤쪽에 신경 쓰기 마련이다."

- p.9


​이바는 수녀원에서 자랐지만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하여 버클리 대학교 화학과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게 된다. 가족에 대한 결핍 때문인지 학교에서 존재감이 미약해서인지 쿼터백 웨이드의 접근에 눈이 멀고 만다. 모든 여학생의 선망의 대상인 남자의 여자 친구. 이런 이바에게 웨이드는 약을 만들게 하고 이는 바로 학교에 걸리고 만다. 갑부집 아들이었던 웨이드는 징계 없이 끝났지만 그녀는 퇴학 조치가 내려진다. 오갈 데 없는 그녀에게 약 판매를 주로 하는 덱스가 접근하게 되고 그의 그늘 아래에서 약을 제조하며 산다. 이런 그녀에게 어느 날 접근한 요원 카스트로.



"당신이 원하는 모든 건 두려움의 뒷면에 있어요."

-p.164


증인 보호 프로그램마저 거부한 카스트로와 변심을 확인하는 순간 숨통을 끊어버릴 덱스를 벗어나려는 이바와 도주의 계획이 완벽하게 남편에게 발각된 클레어. 이들이 공항에서 만난다. 아무런 약속도 없이 우연하게. 그리고 서로의 티켓을 바꾸어 비행기에 탑승한다. 서로 자신들의 뒤를 쫓는 사람에게서 무사히 도망쳤다는 안심을 하는 찰나 이바가 탄 비행기가 플로리다 인근 대서양에서 기체 결함으로 추락하고 만다. 이 추락으로 그녀의 생존 여부는 불투명해진다. 하지만 항공사에서 클레어의 자리에 아무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는데...그녀는 기체 밖으로 튕겨나간 것일까? 이바의 죽음으로 클레어는 안전해졌을까? 



"우리 둘 다 <기묘한 금요일>의 미션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아요?"

- p.68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읽으면서 두 가지 정도 특징을 느낄 수 있었다. 첫 번째로는 클레어와 이바의 이야기이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이바라는 것이다. 사실, 처음 출판사 서평을 보면서 당연하게 사회적 인지도가 높은 클레어가 주인공 오브 주인공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스토리 자체도 그녀들이 서로 한 챕터씩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고 나면 세상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클레어가 받고 있지만 이바의 목소리가 훨씬 귀에 오래 남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삶은 열심히 굴리면 목적지에 도달하는 굴렁쇠가 아니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핀볼에 가까웠다."

-p.118


두 여자가 번갈아가면서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도 클레어는 폭력적인 남편에게 초점이 맞춰져 그에게 어떻게 벗어나는가에 중점을 둔 것이라면 이바는 현재에 이르는 자신의 생애 전반 즉, 약물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일로 인하여 매일 내 목이 제대로 붙어 있는지 확인해야만 하는 스릴 넘치는 상황에 집중되어 있다. 둘 다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좀 더 적극적이고 스토리 자체에 볼륨을 주는 인물은 이바이다. 이 책을 영상으로 만든다면 표면상으로 투톱 체제이지만 실제로 인기몰이를 하는 쪽은 클레어 쪽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내가 이 여자에 대해 아는 건 세 가지뿐이다.

이름, 생김새, 그리고 오늘 아침에 

푸에르토리코행 항공편을 예약했다는 것이다.

여자는 나에 대해 전혀 모른다.

어쩌면 이미 길이 엇갈렸을지도 모른다."

-p.8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줄리 클라크의 장편소설 라스트 플라이트의 특징 두 번째로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프롤로그는 보는 즉시 뒷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만드는 동시에 화자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아 독자로 하여금 초반에 굉장한 오해를 하도록 만든다. 에필로그는 아무리 앞을 스킵하고 읽더라도 본문을 읽지 않으면 매우 뻔한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 게다가 미리 당부를 드리자면 에필로그를 정말 잘 읽어야 한다. 앞부분을 읽듯이 훅훅 읽어버리면 본문을 읽더라도 이상한 결론을 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에필로그에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작가가 밥상 다 차려 놓고 독자는 편하게 떠먹을 수 있는 도서를 선호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면 이 부분에 꽤 만족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책의 결말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클레어의 여러 선택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온실 속 화초 같은 모습이 오히려 일상적인 모습에서는 굉장히 현실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재벌가의 아내로서 외부 일을 했던 이라면, 그리고 남편에게 잡히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의 도주라면 조금 더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마지막까지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이어져 독자가 끝까지 긴장된 마음을 유지하게 만든다. 심장 쫄깃한 스릴러 물이 고픈 분께 추천한다.



#라스트플라이트 #줄리클라크 #밝은세상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베스트셀러 #아마존에디터가뽑은최고의스릴러 #장편소설 #스릴러 #반전의반전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까워서 야금야금 읽던 캐드펠 수사 시리즈 그 다섯 번째 이야기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에 도달했다. 아직까지 북하우스에서 출간된 것은 여기까지이고 앞으로 순차적으로 다섯 작품씩 출간한다고 하는데 기다리는 동안 목이 기린만큼 길어질 것 같다. 비슷한 느낌을 갖는 독자들의 목이 빠지기 전에 6권을 출간해 주길 기원해 본다. 그럼 당분간 소개할 수 없을 역사추리소설의 진수를 보여준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 작가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작품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다.






4권의 마지막에 모드 황후가 잉글랜드 데번 주 애런델 부근의 성으로 입성하였다는 언급에 이에 따른 난리를 예상했으나 아직은 조금 더 묵혀둘 예정인지 이번에는 다른 내용이었다. 아! 애런델은 그 유명한 아가사 크리스티의 고향이라고 한다. 저자인 엘리스 피터스의 평가에 아가사 크리스티를 넘어선다는 평가가 있어서인지 이 부분이 묘했다. 엘리스 피터스는 필명이며 그녀의 본명은 에디스 파지터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슈롭셔 주는 그녀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시리즈는 정치적인 사안으로 쫓기든, 누명을 써서 쫓기든 억울함을 극복한 연인들이 항상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번에도 이런 연인이 등장했으며 아마 지금까지의 그 어떤 연인보다 절박한 상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캐드펠의 활약은 이번에도 넘쳐났지만, 하이라이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마크 수사였다. 1권에서 그렇게 어리바리한 어린 마크 수사의 선하고 신중한 마음이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편이어서 꽤 만족스러웠다. 





예순을 바라보는 늙은 남작 휴언 드 돔빌과 열여덟 살 소녀 이베타 드 마사르의 결혼식. 물론 사랑은 아니다. 고아이면서 엄청난 재산을 가진 소녀의 보호자인 숙부이자 후견인인 고드프리드 피카르와 애그니스 피카르와 남작과의 거래에 의한 계약의 의미인 결혼식이다. 이 소녀와 서로 사랑에 빠진 조슬린 루시. 남작의 조카 사이먼 에궐스와 가이 그리고 조슬린은 남작의 향사이며 절친이다. 이 결혼으로 인하여 기쁜 사람은 남작과 숙부 그리고 숙모뿐이다. 이들은 예식을 위하여 슈루즈베리 수도원으로 오게 된다.


조슬린과 이베타는 캐드펠의 작업장 앞에서 결혼식 전에 만났지만 바로 숙모 애그니스에 의해 끌려간다. 이후 조슬린은 남작에게 해고를 당하고 신부의 목걸이를 훔친 도둑으로 몰려 잡혀가게 된다. 가는 도중 도주를 하게 되고 사이먼의 도움을 받아 수색대의 눈을 벗어나 세인트자일스 나환자들이 있는 병원으로 잠입한다. 그러나 갑자기 결혼식 당일 신랑이 될 휴언이 예식에 나타나지 않게 되고 혹시 모를 사고를 걱정하며 그를 찾아 나서게 된다. 하지만, 그는 싸늘하게 식은 주검으로 발견되며 조슬린은 절도에 이어 살인 혐의까지 받게 된다.


과연 조슬린이 범인일까? 아니라면 그는 어떻게 혐의를 벗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일까? 그와 이베타는 숙부와 숙모를 설득하여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들의 사랑은 존경을 담은 존중으로 이어질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특별한 범인은 없어 보이고, 혹시 이 사람일까 하는 의혹은 품은 인물은 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사건이 하나 더 발생하는데 이 사건으로 인하여 독자는 더욱 범인을 유추하기가 힘들어진다. 게다가 마지막에 엄청난 반전이 있어 헉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지금까지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 작가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줄거리를 살펴보았다. 앞선 작품은 미스터리한 부분을 강조시켜 서사적으로 이끌어갔다. 반면 이번 작품은 마음에 물결을 일으키는 문구들이 많았다. 삶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이상은 숙고하던 부분이기에 어떤 사람이든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그중 마음에 남았던 두 가지 정도만 소개해 보려고 한다. 



"죽음은 우리의 일상과 함께 있지요. 우린 그것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고.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신 앞에 이르는 과정 중에 누구나 겪어야 하는 경험으로 말이지요."

-p.140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이전에 백상예술대상 수상 소감에서 조현철 배우가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전하는 말이 생각났다. 그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죽음은 존재 양식의 변화일 뿐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영원한 이별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다가올 때가 많다. 불과 어제 발생한 충격적인 비행기 추락 사고만 보더라도. 사실, 생물에게는 생존의 본능이 기본적으로 있기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지만 요즘처럼 예측 불가한 시대에는 누구나 이 말에 눈길이 머물게 된다.


"여기서 지내다 보니 행복이란 의미 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잡아낸 무언가를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추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p.22


행복을 목표로 행동하거나, 행복을 찾으려고 여정을 떠나거나 하는 등 수많은 사람이 행복을 삶의 최우선으로 둔다. 돈, 사랑, 우정, 명예 등등 수많은 것이 우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결국 따지고 보면 스스로 이것들을 쟁취하면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본문에서는 행복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 말한다. 지금 스스로 정한 목표를 향해 옆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달려가는 자신을 느낀다면 스스로 행복을 언제 느끼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문구이다.


그 외에도 역사추리소설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본문에는 주옥같은 말들이 쏟아진다. 그동안의 4권까지에도 삶의 황혼기에 접어든 엘리스 피터스의 삶의 지혜가 녹아 있었지만 유독 다섯 번째 이야기에서는 더 많은 느낌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따스해지면서도 아팠던 5권으로 마음에 남을 것이다. 즐거움을 위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다가 묵직한 삶의 지혜까지 덤으로 얻었다. 얼른 다음 권이 출간되길 기다리며 짧은 순간에 달려온 캐드펠 수사 시리즈 서평은 여기서 마친다.


​#세인트자일스나환자 #엘리스피터스 #캐드펠수사시리즈 #북하우스 #고전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원작 #역사추리 #정세랑작가추천작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배경은 중세 영국 슈롭셔 주 슈루즈베리이다. 책을 읽을 때부터 어디에선가 한번 본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 4권에 와서야 그 해답을 찾았다. 진화론의 대가, 종의 기원의 저자 찰스 다윈의 고향이 바로 슈루즈베리이다. 한여름의 기온이 20도 안팎이며 한겨울은 0도 내외이다. 날씨를 찾아본 이유는 본문에 나오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이해되지 않아서였다. 쪄죽을 것 같은 여름인데 긴팔을 입고 다니며 해가 들지 않는 곳은 춥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날씨를 찾아보니 전체적으로 이미지가 그려졌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4권의 모든 배경이 되는 제목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아버지 헤롯이 예수와 사도 요한을 처형하고, 그 아들 헤롯이 예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못마땅하여 베드로를 처형을 하고자 감옥에 가둔다.(할아버지부터 다 헤롯이어서 헷갈림) 그는 곧 죽을 상황이었는데 밤에 천사가 나타나 묶인 손을 풀어주고 열쇠를 쥐여준다. 덕분에 베드로는 감옥에서 풀려났으며 이는 하나님이 행하신 일이라고 하여 본문에서 이를 축일이라고 정하여 축일장을 연 것이다. 정확한 날짜는 8월 1일이며 소설은 이틀 전인 7월 30일부터 8월 4일 사이에 사건이 발생하고 마무리가 된다.



1권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부터 읽어 오면 역사에 대하여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평범한 인간의 욕망에 기인한 것도 있지만, 왕좌 탈취라는 대의명분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왕위는 적자 계승이지만, 아들이 없었던 헨리 1세는 딸 마틸다에게 물려주려고 한다. 이때에도 성차별이 있었기에 이를 내세우며 외숙부가 사망하자 바로 왕위를 찬탈한 것이 스티븐 왕이다. 억울한 마틸다(이후 모드 황후)는 프랑스로 피신을 가게 된다.


당연하게 영국은 둘로 나뉘었다. 적자 계승이 옳다는 마틸다(모드 황후) 진영과 남자가 왕위를 잇는 것이 옳다는 스티븐 왕 진영으로. 이 기이한 대립은 무려 19년이나 이어진다. 이를 두고 19년의 겨울이라고 부르는 무정부 상태가 이어진다. 당시는 봉건주의 사회였기에 영주가 존재하며 어지러운 사회에서 스티븐 왕에게 붙어 한자리를 꿰차려는 사람, 모드 황후에게 붙어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이 넘쳐났다. 심지어 이 두 진영을 박쥐처럼 오가며 정보를 팔아 치우는 이들도 흔했다. 그야말로 대혼란의 시대였다.



"외숙부님 안 돼요. 이러지 마세요! 이 사람은 폭력을 쓰지 않았잖아요! 외숙부님이 이 사람에게 중상을 입혔어요!"

-p.57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성 베드로 축일은 축일을 기념하기 위한 축일장 3일을 준비하면서 시작한다. 2권에서 스티븐 왕이 전쟁으로 부숴버린 슈루즈베리 성벽을 복원하는 자금이 부족했던 시장은 새로 부임한 라둘푸스 수도원장에게 축일장에서 걷는 세금의 1할을 시로 돌려주길 청구하지만 법을 내세운 수도원장에게 깔끔하게 거부당한다. 이에 그의 아들인 필립이 친구들과 몰려와 축일장을 준비하는 상인들에게 이를 설명하며 세금의 일부를 시에 납부할 것을 권하지만 묵살당한다.



"북쪽 사람과 남쪽 사람이 여기서 만났고, 둘 다 살해되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두 사람 다 모두 먼 곳에서 온 외지인에 돈 많은 장사꾼이지. 그렇다면 이곳 사람의 소행일 수도 있지 않을까?"

-p.264


이렇게 옥신각신하다가 토머스라는 상인의 오해로 필립은 기절할 정도로 머리를 얻어맞는다. 소동이 일어나니 당연하게 행정 보좌관 휴가 나타나 사라진 필립을 제외한 나머지 청년들을 모두 잡아간다. 그러나 강에서 갑자기 토머스의 시신이 떠오르며 휴와 캐드펠의 수사가 시작된다. 토머스의 상속녀이자 외조카인 에마, 사건 시각에 행적이 묘연한 필립, 세상의 모든 일을 알 것 같은 웨일스 상인 로드리, 삼촌을 잃은 에마를 한껏 위로해 주는 이보, 이보의 하인 더스탠과 유얼드. 이어지는 계속된 사건. 



"에마는 시신 처리에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더하여 장인 목수의 분명하고 직선적인 성격을 존중하는 방식 또한 잘 알았으며, 목수의 아이들이 대담하게 다가와 빤히 쳐다보고 말을 걸었을 땐 기꺼이 장단을 맞춰주는 여유도 부렸다."

-p.106


무엇인가 숨기는 듯한 에마이지만 아무리 캐내려고 노력해도 알 수가 없는 상황. 사건이 흐를수록 더 수상해지는 에마. 이런 에마에게 한눈에 반한 청년 이보와 필립. 에마가 수상하기는 하지만, 절대 나쁜 짓을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캐드펠. 다행스러운 점은 새로 온 원칙주의자의 대명사 같은 수도원장이 캐드펠을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 사건 해결을 위하여 한껏 풀어주는 것이다. 이런 얽히고설킨 인물들 덕분에 독자는 책이 절반이 넘어갈 때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감도 잡지 못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고 에마는 왜 이렇게 수상쩍게 구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시리즈물은 뒤로 갈수록 같은 구조의 레퍼토리가 이어져 때로는 지루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다만, 시작했으니 끝내야겠다는 의무감에 끝까지 읽기는 하지만 말이다.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권 수를 더할수록 사건은 점점 복잡해져 가며 수법 또한 발전하여 뒤로 갈수록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왜 저명한 작가나 비평가들이 그녀를 추리소설의 대명사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고 하는지 이제야 슬슬 느끼게 된다.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성 베드로 축일의 마지막은 사건이 있은지 정확하게 두 달이 지난 후 프랑스로 피신했던 모드 황후와 그녀의 이복형제이자 최측근인 로버트 백작이 잉글랜드 데번 주 애런델 부근의 성에 입성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스티븐 왕 귀에 들어가면 뭔가 큰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한껏 풍기는 마무리는 다음 권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키며 끝난다.


# 성베드로축일 #엘리스피터스 #캐드펠수사시리즈 #북하우스 #고전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원작 #역사추리 #정세랑작가추천작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도사의 두건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작가 디깅을 목적으로 작품을 읽다가 보면 처음에 작가나 등장인물에 대하여 공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차후에 새로운 정보가 더 보이는 경우가 있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이런 형상이 다른 도서보다 큰 편이었다. 아마 작가나 작품 자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오늘은 지난번에 공부한 작가나 도서에 대한 내용 말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 중 누구나 감탄이 나올만한 부분부터 짚고 난 후 오늘 소개할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Ⅲ 『수도사의 두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자.





그녀는 다른 사람들보다 작가의 길에 발을 늦게 들인 케이스였다. 1959년 46세 때 스릴러 소설인 『죽음의 가면』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77년 64세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권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시작하여 타계하기 한 해 전인 1994년 81세에 마지막 권을 마무리하였다. 이 시리즈 중 오늘 소개할 『수도사의 두건』으로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실버 대거 상을 받았으며, 영국 문학에 기여한 공로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훈장까지 받았다. 



우리가 잘 아는 007시리즈의 이언 플레밍은 글을 쓰기 전에 전혀 다른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가 40대 중반에 007을 처음 써서 흥행을 시켰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오늘 우리가 새롭게 알게 된 엘리스 피터스와 더불어 나이가 많아서 어떠한 일에 도전하지 못한다는 말을 이렇게 철저하게 부술 인물들은 없을 것 같다. 한동안 이 나이에 이런 도전이 어울릴까 고민했던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고민이었는지 깨닫게 해주고픈 누군가의 소망이 닿은 느낌이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관하여 아주 작은 스포를 하나 하려고 한다. 이런저런 자료를 찾다가 너무 흥미로워서 혼자 알고 있기에는 조금 아까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그 책에 나오는 인물 중 실존 인물에 관하여 짧은 코멘트가 달려 있다. 여기에 캐드펠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아 마냥 허구의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알게 된 정보에는 그가 실존 인물이며 무려 17년간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다가 60이 다 되어서야 수사가 된 인물이라고 한다. 시리즈 내의 도서에 이 부분이 나온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나오지 않는다. 실존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읽으니 몰입도가 몇 배는 커지는 것을 느꼈다.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Ⅲ 『수도사의 두건』에서 수도사의 두건은 우리가 생각하는 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었다. 이는 투구꽃의 예명이었는데 한동안 이것으로 미디어가 뜨거웠으니 많이 아실 것이다. 투구꽃에 이런저런 것을 넣고 만들면 먹거나 상처가 난 곳에 묻었을 때 독약이 되어 치명적이지만, 관절염에 굉장히 좋다고 본문에서는 나온다. 물론, 이것이 실제로 관절염 특효약인지는 알 수 없다. 여하튼 『투구꽃』이라는 제목보다 훨씬 작품 분위기에 맞는다는 생각을 하며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이번에 손님 자격으로 수도원에 들어오겠다는 사람, 한창 일할 나이에 세상을 버리고 유산은 전부 수도원에 기탁한 채 자기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음식과 의복과 연료 따위를 지급받으며 은거하겠다는 그자는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p.24


​전작에서 범인을 잡은 지 몇 달이 흘러 수도원에 겨울이 왔다. 날이 추워지고 궂어지면 가장 먼저 표시가 나는 것이 연로한 분들의 관절염. 수사들 중에도 이런 분이 있어 우리의 주인공은 자신이 알고 있는 본초학을 바탕으로 관절염 약을 만들어서 이들의 고통을 덜어준다. 절대 상처 난 곳에 발라서 안 되며, 발라준 이도 이후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할 정도로 약이면서 치명적인 독이라는 것을 환자나 간호하는 이에게 강조한다. 


"아직 그럴 수 없습니다. 에드먼드 형제. 이 죽음은 자연사가 아닙니다. 음식물에 섞인 독에 의한 죽음이에요. 행정 장관에게 맡겨야 할 사건이니, 그때까지 이곳에 있는 어떤 것도 만지거나 옮겨서는 안 됩니다."

- p.65



지방의 영주 보넬 씨가 자신의 전 재산(영지 포함)을 수도원에 기증한 후 늙어 죽을 때까지 보살핌을 받기 위하여 이곳으로 들어온다. 원래는 들어오기 전에 계약이 우선이지만, 지난번 슈루즈베리에서의 전투 때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 못마땅한 스티븐 왕으로 인해 수도원장이 자리를 비우게 되어 일단 이사를 먼저 하게 되었다. 즉, 계약할 때까지 수도원에서 보넬 씨의 마음이 바뀌지 않기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 이런 이유로 그를 위하여 부수도원장이 자신을 위하여 바쳐진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덜어서 그에게 보낸다. 



"캐드펠은 생각에 잠겨 밖으로 나왔다. 뜰에 서자 낮게 뜬 겨울의 태양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한순간 눈이 아찔해지며 현기증이 느껴졌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아찔한 순간, 그는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길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 p.233

그러나 보넬은 이것을 먹고 새파랗게 질려 죽어버린다. 여기에 쓰인 것이 바로  『수도사의 두건』이라는 독극물. 그의 집에는 캐드펠의 오랜 전 연인이자 보넬과 재혼한 아내, 그녀가 첫 번째 남편에게서 낳아온 늦둥이 아들 에드윈, 보넬 씨가 하녀로부터 얻은 메이리그, 자유민이었던 이의 아들을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농노로 만든 엘프릭, 아내의 먼 친척인 하녀 알디스가 있었다. 먼저 남편은 의붓아들에게 전 재산을 주겠다는 유언장을 써 놓았는데 이것에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물론 작품 내에서는 이 조건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 과연 이들 중 누가 무슨 이유로 보넬 씨의 음식에 독극물을 넣었을까?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Ⅲ 『수도사의 두건』은 범인 예측이 굉장히 어려운 작품이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가서야 범인이 누구인지 독자들이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아마 당시가 무정부 시대이자 봉건 시대여서 법의 적용 방법이 우리와 많이 달랐고, 보넬 씨의 죽음으로 이익을 얻는 자가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심지어 행정관의 표적 수사 덕분에 무고한 자를 지키고 그의 억울한 점을 풀어주어야 한다는 과제가 겹쳐 독자의 눈을 교묘하게 가린 것도 한몫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2권에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남자 휴 베링어가 재등장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 같은 상황에 놓여 있어 앞으로의 작품에 더욱 큰 기대감이 생겼다.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Ⅲ 『수도사의 두건』까지 읽고 나니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바로 『선』이라는 단어이다. 스토리의 기본은 추악한 사건 해결이지만 그 밑바탕에 깔린 것은 언제나 선악에 따른 인과응보, 권선징악이었다. 덕분에 차디찬 피살 사건의 수사물이지만 그 끝은 항상 독자의 마음에 은은한 따스함을 남기는 작품이다. 


#수도사의두건 #엘리스피터스 #캐드펠수사시리즈 #북하우스 #고전추리 #미스테리 #스릴러 #드라마원작 #역사추리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