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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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과는 달리 샤이닝에는 마침표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마침표 사용은 아니며 책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마침표 사용량이 현저히 차이가 나는데 이것으로 인하여 주인공이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는 심리를 굉장히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질문의 형식에 물음표가 존재하지 않아 분위기가 조금 더 몽환적이며 질문이 질문이 아니라 죽음을 향하여 나아가는 주인공의 깨달음으로 가는 독백으로 느껴지는 특이함도 있다.

3부작과 마찬가지로 샤이닝에서도 반복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분위기는 오히려 정반대랄까? 3부작의 반복은 동화적·연결적 느낌이 강했다면 샤이닝의 반복은 혼란스러움과 바람 그리고 정돈에 더 가까웠다. 아무래도 인간의 마지막인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이기에. 이야기는 사람이 없는 숲속에서 고립되고 길을 잃고 눈이 오면서 하얀 빛, 부모님의 형상,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를 만난다. 이 과정에서 빛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며 부모님의 말소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데 이것이 주인공이 삶과 죽음의 문턱을 오가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꽤 묘해진다.

샤이닝은 80페이지 정도의 단편 소설에 속한다. 사실, 얇다는 것에 힘을 얻어 주말 낮에 읽은 것인데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아 책을 덮고도 여운에서 쉽게 가시지 않았다. 과거라면 장년층이 넘어가면서 생각하는 것이 죽음이겠지만, 요즘은 각종 공해와 오염으로 죽음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샤이닝의 주제는 죽음이지만 오히려 책을 덮고 나면 삶에 대하여 고찰하게 된다. 자신의 삶의 의미와 마지막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엇인가를 얻어 갈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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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권력을 만났을 때 - 서로 협력하거나 함께 타락하거나
제프 멀건 지음, 조민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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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경제 신문 공부를 하면서 AI, 탄소제로, 원자력 개발, 식량 문제 해결, 지구 온난화, 백신의 문제, 유전자 가위, COVID19 백신, 우주여행 등 꽤 많은 과학적 문제에 대한 기사를 접하였다. 물론, 관점에 따라 인간에게 유익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류의 종말을 야기할 수도 있어 항상 찬반의 문제가 팽팽하던 사안들이다. 특히, 이것들이 국가적 이익과 직결될 경우 윤리적 관점이 가뿐히 무시되는 것을 자주 봐왔다. 그래서 과학이 권력을 만났을 때를 통하여 이런 문제에 관하여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해 보고자 책장을 펼쳤다.



​제프 멀건의 사회 혁신 교수라는 이력을 보고 권력보다 과학을 옹호하는 글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으나 이런 나의 예측은 깔끔하게 깨질 정도로 객관적 시각에서 과학과 권력의 장점과 문제점에 대하여 서술해 놓았다. 저자는 순수 학문이 과학이 발전하기 위하여 권력에 어떻게 편승했으며, 권력 또한 자신의 힘을 존속시키기 위하여 과학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역사의 흐름에 따라 설명했다. 과거에 단순히 공학적 기술만을 이용할 때에의 문제점보다 과학의 분야가 넓어지고 사회가 확장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의 크기는 우리의 상상력을 초월한다.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바로 권력 즉 정치이지만, 현재 정치는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헤겔의 저서인 정신현상학에서 주인과 하인의 관계를 끌고 와 직관적으로 독자들을 이해시킨다. 처음 주인이 하인을 고용할 때의 역학 관계는 명확하지만, 하인이 점점 일을 잘 하면서 주인의 하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나중에는 권력의 역학 관계가 반대로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인은 정치이며 하인은 과학을 의미한다. 과학이 성장한 만큼 정치가 성장하지 못하였기에 과학에 대한 통제성도 힘들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해결책으로 '융합'이라는 단어를 꺼내든다. 다만, 과정에서 단순히 과학과 정치적인 지식만이 아니라 위계 구조나 상위 이론의 개념을 가지지 않고 서로 다른 각종 지식을 메타인지를 통하여 지혜와 융합하여야 한다고 결론을 낸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반드시 가치와 윤리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함을 강조하면서.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우리가 미디어에서 제시하던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과학과 권력이 소극적 의미가 아니라 전체적 사회 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현대를 살고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위기감을 가지고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한다. 



너무 무거운 내용만 말한 것 같아 잠시 재미있는 내용을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판다 푸바오가 어제 한국에서 중국의 쓰촨성 판다 기지로 떠났다. 과학이 권력을 만났을 때 본문에 이 쓰촨성 얘기가 나온다. 중국의 한 지명으로만 알고 있던 두장옌에 이렇게 긴 역사와 공학이 합쳐졌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오랫동안 과학은 국가 권력에 봉사하는 

공학으로서 관계를 형성했다. 

좋은 사례가 중국 서부 쓰촨 지역에서 

지금도 쓰이고 있는 유구한 역사의 

관개 수로 '두장옌'이다.

이 시설은 기원전 3세기 중반 

이빙이 1만 명의 인부를 동원해 건설했다."


과학이 권력을 만났을 때 BY 제프 멀건 P.74



#과학이권력을만났을때 #제프멀건 #매일경제신문사 #에릭슈미트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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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 - 스티븐 호킹의 마지막 제자에게 듣는 교양 물리학 수업
다카미즈 유이치 지음, 김정환 옮김, 김범준 감수 / 북라이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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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같은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어바웃 타임, 이프 온니와 같은 멜로를 거쳐 인터스텔라 같은 거대 스케일까지 장르가 다양하여 타임슬립에 관련된 영화를 누구나 한 편씩은 보았을 것이다. 이 영화들의 기본 특징은 문제점을 과거에서 해결하려고 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그린 것이다. 미래를 기억하는 두뇌를 가지지 못한 인간으로서 감당하지 못할 결과에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면 누구나 시간의 되돌림에 대한 생각을 한 번씩은 했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선택한 이유는 몇 해 전에 읽었던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라는 책에서 받은 충격이 기억나게 하는 제목 때문이었다. 그리고 과학계의 거물 스티븐 호킹의 마지막 제자라는 다카미즈 유이치라는 저자에 대한 호기심도 한몫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제목의 수식어인 교양 물리학 수업이라는 말이 어설프지 않도록 쉽다는 것이다. 첫 페이지에 가볍게 3월 14일의 의미로 긴장한 마음을 훅 치고 들어온다. 이날은 우리가 아는 화이트데이를 넘어서 파이의 날, 아인슈타인이 빛을 본 날, 스티븐 호킹이 별이 된 날이라며 물리학이라고 하면 일단 어렵다고 인식하기 쉬운 허들을 가뿐하게 넘기며 첫발을 내딛는다.



"이 여행의 의도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리기보다 시간에 관한 다양한 사고를 즐기면서 우주의 신비함을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 by 다카미즈 유이치 p.296



인류의 바람을 담은 타임슬립 영화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며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는 물리학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작가도 과학적으로 온갖 이론과 수식을 끌어와 자신의 관점을 설득시키는 글이 아닌 IF 절(만약 ~한다면)을 많이 사용하여 물리학적으로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설명하는지에 더 중점을 두고 여행 가이드가 여행 장소를 위트 있게 설명하듯 책을 썼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책 전반에 걸쳐 설명하고 있는 엔트로피에 대한 개념이었다. 우주는 기본적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하며 이 엔트로피의 증가가 시간의 방향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단 하나. 생물은 특이하게 엔트로피를 감소시키고 있어 시간의 방향성이 반대라고 하였다. 즉, 이론적으로 보자면 그토록 인간이 꿈꾸던 시간의 역행은 먼 미래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가장 가까운 나 자신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보면 죽음이란 신체의 질서를 유지할 수 없어 엔트로피 증가에 저항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생물은 엔트로피가 지배하는 우주의 시간의 화살에 맞서 정반대 방향으로 독자적인 시간의 화살을 발사하고 있는 유일한 존재다(현시점 기준). 힘내라, 생물!"


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 by 다카미즈 유이치 p.54



다카미즈 유이치의 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는 부담스럽지 않는 두께에 청소년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쉬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내용은 절대 얕지 않았다.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엔트로피, 루프 양자중력 이론, 순환 우주, 허수 시간 우주까지 화려한 라인을 과학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썼다는 것에 존경의 마음이 절로 샘솟았다. 물리학적인 시간에서 인문학적 시간으로 사고하는 시간을 가지게 해준 책이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우주와 생명의 시작과 끝에 대하여 단 한 번이라도 고민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무엇인가를 얻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은되돌릴수있을까 #다카미즈유이치 #물리학책 #북라이프 #양자역학 #스티븐호킹마지막제자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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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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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얘기할 것은 북극을 꿈꾸다는 책의 서평을 쓰기에 매우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처음 읽을 때의 얄팍한 마음과 달리 마지막 장을 덮고 났을 때의 느낌은 과연 하나의 점과 같은 내가 이렇게 거대한 얘기에 어떤 말을 얹는 것이 겁이 났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내어 아주 조심스럽게 서평을 남겨본다.




개인적으로 자연 과학에 관심이 많은 편이어서 어렴풋하게 북극을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자원이나 땅을 차지하기 위한 원주민과의 치열한 싸움,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상상하기 힘든 광활함과 생의 여러 모습이 담긴 것까지. 하지만, 북극을 조금이라도 안다고 생각한 나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그곳의 이미지는 모 콜라 회사의 광고 속 멋진 흰색 곰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책장이 한 장 한 장 넘어갈수록 무섭도록 알지 못하는 얼음의 땅과 그 안의 생명체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에 눈물이 맺힐 만큼 가슴 벅참이 느껴졌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현실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필요할 만큼.

북극을 꿈꾸다는 배리 로페즈의 유작이며 인문 에세이로 알려져 있다. 사실 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북극이라는 두 글자는 책의 첫 장을 펼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책은 예상한 것과 많이 달랐다. 북극에 대하여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펼친 책장이었지만, 마지막을 덮었을 때는 오히려 더 미지의 땅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결말이 실망스럽다거나 허탈하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더 신뢰감을 가지고 더 큰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오히려 만족스러움이 배가 되었다. 그럼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논픽션이 문학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필력

사실 전달을 위하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인지 인문서적의 베이스는 딱딱한 문체가 많은 편이다. 물론, 몇몇 글을 잘 쓰는 작가님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생각날 정도로 사실을 묘사하는 논픽션이지만, 문장이 여느 문학작품보다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나는 대이동을 일종의 숨쉬기로,

땅의 호흡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극의 대지는 봄에 빛과 동물들을 크게 들이마신다.

여름에는 오래 숨을 참는다.

그리고는 가을에 숨을 내쉬며 모든 것을 남쪽으로 밀어낸다.

북극을 꿈꾸다 by 베리 로페즈 p.270

동토인 툰드라의 동물들은 겨울이 오기 전 남쪽으로 대이동을 한다. 지금까지 대이동은 일부 동물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작은 동물부터 큰 동물까지 그리고 심지어 인간까지 거리의 차이는 있지만 이동이 있었다. 이것을 저자는 대이동이라고 명명하였고, 이를 대지의 호흡이라고 표현하였다. 작가의 표현에서 대지의 거대함과 포용력이 느껴져 의도하지 않았지만 저절로 겸손함을 가지게 되었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사실을 오히려 감동으로 바꾼 작가의 필력 덕분인지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북극과 우주의 차이점은?

4장까지는 북극 자체와 그곳의 동물들 그리고 그 생태에 관한 얘기가 나오며 5장의 대이동부터 자연스럽게 인간의 영역으로 넘어온다. 사향소, 북극곰, 일각고래 그리고 그 외의 많은 동물까지. 이 부분엔 재미있고 호기심 가득한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들어보자면 사향소는 사향주머니가 없으며, 북극곰은 체온을 식히기 위하여 얼음을 먹으며, 울버린이 실제로 북극에 존재한다는 것, 일각고래는 벨루가의 근연종이며 토성의 고리에 관하여 알려진 것보다 알려진 것이 적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어쩌면 우리는 우주에 대하여 북극 생물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6장부터는 어떠한 목적으로든 그간 북극을 탐험한 인간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조금 놀라웠던 점은 순수한 목적으로 이곳으로 향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부, 명예, 황홀경과 같은 인간의 욕망이 수많은 인간을 삼킨 땅으로 또다시 발걸음을 향하게 했다는 점에 인간이 가진 욕망의 크기가 놀라운 건지, 그 용기가 놀라운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각각의 탐험가들이 자신의 경험에 따라 서술한 부드럽지 않은 북극의 별칭의 기록을 보면서도 자신의 생명을 던질 정도라니 미련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열정이 부럽기도 하였다.

더 널리 인정받는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법을 접하면

땅에 대한 이런 난해한 통찰과 추론은 곧잘 그 그늘에 가리고 만다.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땅은 시와 같아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논리적이고, 선험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삶에 대한 인간의 사고를 고양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북극을 꿈꾸다 by 배리 로페즈 p.432

세기를 넘어선 북극의 탐험으로 결국 우리가 얻은 것은 수많은 죽음과 지도, 몇 가지의 동식물, 그리고 지하자원이었다. 북극성이 여행의 지표가 되지 못하는 공간에 관련된 것을 읽는데 그간 유럽이 정복한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와 현재 한창 진행 중인 우주 탐험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삶의 편안함을 위하여 발전시키는 기술과 자원의 탐사가 처음엔 무언가의 다음은 누군가의 고통과 비극에서 행위의 주체에게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 지구에서의 결과임을 저자는 말한다. 이것이 창백한 푸른 점을 넘어서는 더 큰 스케일의 우주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어 오싹함이 느껴졌다.


저자는 땅과 인간, 동물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충돌에 대하여 수많은 사례를 들려준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본 내용이 있어 그런지 그 충돌에 관한 것이 낯설게 다가오진 않았다. 외지인들은 북극의 원주민을 미개하다고 칭한다. 그러나 원주민 중 호피족의 언어에 관한 것이 나오는데 잠깐 소개하자면 호피어에는 공간과 시간을 언급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시제가 제한적이어서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데는 영어보다 호피어가 더 적합하다고 하며 그들만의 지식이나 지혜가 결코 외부인과 비교하여 낮지 않다고 한다. 그중 원주민인 에스키모들과의 관계를 말할 때 던지는 질문이 꽤 인상적이어서 소개한다.

나는 그날 바다코끼리 떼를 보며 떠오른 생각을 기억한다.

바다코끼리를 더 잘 이해하고 그로부터 위안을 받으려면,

인간은 바다코끼리를 더 인간답게 만들어야 하나?

바다코끼리가 이 땅에서 낯설어지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북극을 꿈꾸다 by 배리 로페즈 p.629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배리 로페즈는 인간들에게 원망과 질책을 던지는 결말이 아닌 옳은 길을 찾아가리라는 희망의 말을 던진다. 북극이라는 땅 자체, 그곳의 생명체의 신비, 원주민과 역사의 발자취 그리고 현대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나 마지막을 덮을 때 가슴 벅찬 눈물 한 방울을 느낄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서평을 쓰면서 과연 내가 이 거대한 책에 뭔가를 말할 수 있는 존재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다만, 책 욕심이 많은 나에게 인생 책이라고 칭할 책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뿐이다. 그런데 이제 막 한 권이 더 생겼다는 말은 단언할 수 있다. 그래서 단순하게 좋은 책이니 추천한다는 말보다 아주 많은 분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북극을꿈꾸다 #배리로페즈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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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믿음
헤르만 헤세 지음, 강민경 옮김 / 로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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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라고 하면 너무도 어린 시절에 읽었던 데미안, 지금은 책의 제목이 바뀌었지만 지와 사랑(현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정도가 기억난다. 물론 제목만이다. 그러다가 얼마 전 싯다르타를 읽게 되었고 헤세의 책이 생각보다 숨겨진 내용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을 알기 위하여 작가의 일생에 대하여 찾아보기도 하였지만, 여전히 그 의미를 제대로 찾지 못하여 혼자서 답답해하였다. 그러던 차에 이번 밸런타인데이에 작가의 사상을 알 수 있는 나의 믿음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문해력이 바닥인지 몇 번을 읽어도 답답했던 마음을 해소할 수 있길 바라며 첫 장을 펼쳤다.



책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나의 믿음이란 어떤 책인가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책 초반부는 헤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하여 제대로 읽어야겠다는 포부가 무색할 정도로 종교적인 내용이 나온다. 처음엔 작가의 머릿속을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는 짙은 패배감을 느끼면서도 헤르만 헤세라는 명성의 가치에 매달려 묵묵히 읽어나갔다. 기독교, 불교, 힌두교, 도교, 유교까지 꽤 여러 종교를 섭렵한 작가였다. 중간중간 일화들 덕분에 생소했지만 부드럽게 이해하고 넘길 수 있었다. 역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어떤 내용이든 독자의 시선을 제대로 잡아채어 끌고 간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2장에 들어서면서 작가는 자신을 종교적인 사람이라고 지칭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하여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데 아마 나의 믿음 2장을 읽는다면 누구나 종교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될 것 같다. 헤르만 헤세가 끌고 가는 대로 끌려가다가 보면 이것이 단어 그대로의 종교적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제1,2차 세계대전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겪은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를 짐승이 아닌 인간으로 남아있게 하기 위한 스스로의 몸부림과 나름의 경지에 도달한 모습이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짧은 2장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한 줄 한 줄에 마음을 담았다.



3장에 오면 이제 작가가 쓴 책들과 자신의 종교관, 사상 등과 연관을 지어서 얘기하는 부분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것이 싯다르타여서 이 부분을 꽤 여러 번 읽었다. 싯다르타에서 왜 고타마와 싯다르타로 나누어 얘기를 했는지, 깔끔하고 도덕적인 고타마의 길을 던져버리고 세상의 타락의 끝을 경험한 싯다르타가 왜 주인공인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싯다르타는 헤르만 헤세의 삶을 꽤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엔 한 예술가로서의 고민이 꽤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고민은 아마 인류가 영원히 풀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1900년대 초를 산 작가의 글이 2020년대의 현대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단 하나의 글자도 헛됨이 없이 현실을 그대로 묘사한 것 같아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었을 때의 오싹함을 느꼈다. 요즘 예전에 읽었던 싯다르타를 재독하면서 필사 중이다. 이런 때에 헤르만 헤세의 나의 믿음을 접하게 된 것은 신의 은총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나의 믿음은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언제나 함께 펴보게 될 것 같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좋아하면서 그의 작품 세계를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분이라면 나의 믿음은 꽤 단비로 다가올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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