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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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이 오면 문화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빠질 수 없는 장르가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전통적인 도서로 애거사 크리스티,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아르센 뤼팽 전집 등이 떠오른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탐정의 자리는 경찰로 대체되면서 추리는 과학적 검증으로 바뀌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자극적인 내용들이 우리를 찾아왔다. 그러나 올여름에는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캐드펠 수사 시리즈 덕분에 전통 추리를 즐길 수 있다. 오늘은 시리즈의 첫 번째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소개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총 21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권부터 다섯 권씩 순차적으로 출간될 예정이며 현재는 5권까지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실제 존재했던 장소, 기관, 인물,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그려진 허구라는 것이다. 덕분에 읽으면서 과거에 있었던 일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허구로만 구성된 책보다 몰입도가 크다. 게다가 BBC 드라마 캐드펠의 원작이며 전 세계적으로 극찬을 받은 소설이다. 각 이야기는 독립적이어서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전작의 스포를 받고 싶지 않다면 1권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엘리스 피터스 작가 소개>



엘리스 피터스는 1913년 영국의 슈롭셔주에서 태어났으며 2차 세계대전 중 해군으로 참전하기도 하였다. 그녀는 스스로 움베르토 에코의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으며 추리 소설의 여왕인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첫 소설인 네로의 친구 호르텐시우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죽음과 즐거운 여자로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했다. 현대 문학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치사와 함께 마크 트웨인의 딸이라는 호칭을 얻었으며 1977년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시작으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21권 출간한다. 1995년 고향에서 타계하였다.



<작품의 배경과 특징>



캐스펠 수사 시리즈의 배경은 12세기 영국 헨리 1세가 죽고 난 후 스티븐 왕과 마틸다 왕비로 더 알려진 모드 황후 시대에 실존했던 수도원이다. 덕분에 많은 사람에게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비슷한 분위기를 띤 작품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그러나 장미의 이름보다는 2세기 정도 전 섬나라인 영국이 배경이어서인지 장미의 이름보다 조금 더 자유롭고 여성에 대한 인권이 조금 더 보장된다. 물론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그리고 장미의 이름처럼 난해한 부분이 없어 누구나 읽으면 빠져들 작품이다.



<줄거리(스포 없음)>



"혹시 내가 기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있는 것일까?

그래. 진정한 긴적이라면, 그 까닭 같은 건 있을 수 없으니까.

기적이란 이성과 합치될 수 없으니까.

기적은 인간의 인과를 초월하여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생겨나는 법.

합리적인 기적은 기적이 아니니까.

그러자 문득 기쁨과 위안이 찾아왔다."

-p.331


베네딕토회의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로버트 페넌트 부수도원장이 수도원에 기적을 창조하는 성자들의 유골을 모으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단순한 열정을 넘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1년을 넘게 국경 지방을 샅샅이 돌아다닐 정도로. 이런 그들에게 귀더린의 위니프리드 성녀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것도 상상도 못 할 기이한 방법으로. 우리의 주인공 캐드펠과 부수도원장, 그의 심복 등 여러 수사들이 귀더린을 향하여 떠난다. 도착하기 전 주교와 왕자의 허락까지 받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여 유골을 거두어 가려고 한다.



"안 돼! 아무것도 만지지 말게!

아직은 안 되네!

부친을 내버려두게!

이분이 죽음을 통해 하신 말씀을 들어야 해!"

-p.131


물론 캐드펠 수사는 유골이 탐 나서 동행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꿍꿍이가 궁금하여 합류한 것이다. 마을에 도착하여 그곳의 수사와 마을 대표인 리샤르트를 설득하는데 그 과정에서 부수도원장은 아주 큰 실수를 저질러 1차 협상 때 리샤르트의 마음을 완전히 돌아서게 만든다. 결국 그에게 사과를 한 부수도원장은 2차 협상의 약속을 이끌어 낸다. 2차 협상을 위하여 만나기로 한 날 무슨 일인지 리샤르트가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온 마을 사람들이 그를 찾아 나서지만 리샤르트의 주검만 발견한다. 과연 누가 무슨 이유로 그를 죽였으며 수사들은 무사히 성녀의 유골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을까?



<나의 생각>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 등장하는 수도원장과 부수도원장, 주교나 왕자는 실존 인물이다. 그리고 페이지를 열면 제일 처음에 중세 슈롭셔와 웨일스의 지도, 수도원의 내부 안내도가 나온다.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이들의 이동 경로나 인물에 대하여 머릿속으로 그리기가 수월했다. 게다가 오로지 두뇌 싸움만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캐드펠로 인하여 독자도 범인을 찾는 수단과 범인을 찾기 위하여 자신도 모르게 치열하게 고민을 하게 된다. 덕분에 더위는 자연스레 잊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했다.



DNA만 있으면 특별한 증거나 증인이 없더라도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요즘 미스터리 스릴러는 독자가 가지는 감정의 폭을 굉장히 넓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즐거움은 있지만, 읽고 나면 미묘하게 피곤함을 느낀다. 읽으면서 현실성과 과학성을 끝도 없이 가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 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Ⅰ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은 꽤 편안한 마음으로 읽었다. 예를 들자면 헤비메탈과 클래식의 차이 같달까?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만들 정도로 더운 요즘 잠시 자신에게 릴랙스할 여유를 주는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추천한다.


#유골에대한기이한취향 #엘리스피터스 #캐드펠수사시리즈 #북하우스 #고전추리 #미스테리 #스릴러 #드라마원작 #역사추리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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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킹버드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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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에는 현재로서 상상하기 힘든 발전된 모습에 매료되어 SF 소설을 보았다. 그러나 읽은 책의 높이가 쌓일수록 SF 소설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바로 우리의 현재 모습을 비판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신들의 시대를 비판하고 사회를 바꾸기 위하여 풍자소설이라는 장르가 많이 사용하였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현대는 오히려 SF 장르가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 다 은유를 강하게 사용하지만 그 시대에 따라 각 장르가 심리적으로 와닿는 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 읽고 소개하는 월터 테비스의 모킹버드에서도 그런 점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엄청 유명하지만 생소하게 느껴지는 저자 월터 테비스에 대하여 먼저 알아보자. 우리는 이 작가를 책보다 드라마로 먼저 만났다. 바로 그 유명한 체스 천재의 이야기 퀸스 갬빗이다. 그래서 월터 테비스는 퀸스 갬빗의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그 외에도 영화로 제작된 당구 주제의 허슬러와 컬로 오브 머니가 있으며 SF 소설로는 지구에 떨어진 남자와 오늘 소개하는 모킹버드가 있다. 지구에 떨어진 남자와 모킹버드를 수식하는 말로 40년 전에 그린 400년 후 미래가 있다. 1984년에 타계했으며 이번에 출판사 어느날 갑자기에서 그의 저서를 모아 월터 테비스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로버트 스포포스. 그는 메이크 나인 로봇이고, 인간의 기발한 독창성으로 만들어진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주 정교한 기계였다."

-p.18


작품의 주요 인물은 스포포스라는 지구상 최고의 로봇과 인간인 폴, 그의 연인 메리 루이다. 물론 이름도 없는 로봇과 폴이 살면서 만나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인연들도 있다. 작품은 이 세 인물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삶과 생각을 말하는 것으로 13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시대는 2460년 대이며 로봇이 인간들을 돌보며 사는 시대이다. 모든 인간은 바륨이라는 최면제와 대마초로 생각이라는 것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이 최면제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데 기억을 하지 못하며 언제나 몽롱한 상태로 살아가며 그 양 조절에 실패하게 되면 스스로를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데 엄청난 음모까지 내재되어 있는 최면제였다.



"우리는 매일 한 시간 동안 개인 영역 지키기 훈련과 마음 평정 유지 훈련을 받았다. 방 안 가득 같은 나이 대의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대형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는 빛과 색깔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존재를 망각하는 훈련이었다."

-p.60


게다가 텔레비전으로 각종 세뇌를 당한 인간들은 읽고, 쓰기를 전혀 못한다. 게다가 개인주의 성향을 강조하여 타인과의 교류를 전혀 하지 못하도록 교육받는다. 이런 세상에서 처음으로 읽기를 할 줄 안다는 폴의 전화를 스포포스가 받고 그를 고용한다.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스포포스는 금속 뇌를 만들 때 실제 인간의 뇌에 남은 기억을 이용하였다. 문제는 이것이 확실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꿈 등과 같이 어렴풋하게 다가와 매번 스포포스를 괴롭히는 것이다. 이렇게 남겨진 실제 인간의 기억을 제대로 찾아 온전히 자신의 기억으로 만들기 위하여 폴을 고용한 것이다.



"이제 9일째 그녀는 나와 함께 지내고 있다. 이건 개인주의와 개인 영역 보호에 관한 모든 원칙에 반하는 행동이다."

-p.128


책이 사라진 세상에서 사는 폴은 현재 우리처럼 완벽하게 글을 아는 것은 아니고 그야말로 읽기만 하고 의미는 사전을 통하여 하나씩 학습하는 수준이다. 완벽한 통제 속에 있던 인간이었지만, 글을 읽고 그 의미를 하나씩 깨달음으로 점점 변해간다. 이런 변화에 기름을 부은 것은 동물원에서 만난 메리 루라는 여성이다. 그녀는 이런 사회 시스템에 불만을 품고 통제에서 벗어나 시스템의 허점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간이기도 하다. 이들은 만나자마자 서로 끌리며 결국 연인이 되고 이런 모습들은 결국 스포포스에게 걸려 법정에 회부되게 된다. 과연 로봇의 두뇌 지배로부터 벗어난 이들의 운명과 암울한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책에 나온 대로, 덴버 사건이 있었던 시기 또는 그 이전에, 그러니까 글을 읽는 능력이 소멸된 후에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이 땅이 이렇게 '황폐화'된 건지 궁금했다. 글을 읽는 능력이 소멸했을 때, 역사도 같이 소멸한 걸까?"

-p.269


월터 테비스의 모킹버드를 읽으면서 몇 가지 큰 주제를 느꼈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책 읽기의 중요성이다. 로봇들이 인간을 세뇌시키고 컨트롤하기 위하여 한 행동 중에 약과 세뇌도 있지만, 이것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읽고 쓰는 능력을 빼앗은 것이다. 이를 위하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을 없앴다. 심지어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폴마저도 문해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 정도였다. 요즘 각종 미디어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문해력 문제에 대하여 말을 하고 있다. 



"그 모든 책은 -심지어 지루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책들까지- 인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p.421​


그들이 문해력을 높이기 위하여 해야 할 것이 바로 짧은 영상이 아닌 긴 줄글로 된 책을 읽는 것이다. 작가는 말은 하되 읽거나 쓰지 못하고, 이것이 되더라도 문해력이 없어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이라는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문해력인 것이다. 장르는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SF 소설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인간적인 교훈이 숨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출판사 어느날 갑자기에서 출간한 퀸스 갬빗의 아버지 월터 테비스의 SF 소설 모킹버드는 중간에 T.S 엘리엇의 시가 자주 등장한다. 평소에 시라는 장르를 굉장히 어려워하는 나이지만 작품 속 인물들의 심리에 맞도록 짧게 인용한 덕분에 꽤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결말이 궁금한 분, 그의 다른 작품을 좋아하신 분, 40년 전에 본 400년 후의 미래가 궁금한 분, 읽기와 쓰기가 사라진 인류의 미래가 궁금한 분, SF 덕후이신 분들이라면 책에 빠져 더위를 잊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인상을 주는 모킹버드를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모킹버드 #월터테비스 #어느날갑자기 #SF소설 #독서의중요성 #문해력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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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미술관 - 그림 속 잠들어 있던 역사를 깨우다
김선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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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러 인문학 자료들을 보면서 점점 더 명화가 전하는 함축적인 대화를 풀어내는 것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단순하게 명화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만 있는 도서보다는 그 이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주는 책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지식 욕구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등이 어떤 식으로 녹아 있으며 그동안 배웠던 내용들을 그림 한점으로 통합하여 조금 더 거시적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더 공부를 한다. 오늘은 이런 욕구를 그동안 읽었던 관련 도서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오늘 출간한 김선지 작가의 사유하는 미술관을 소개하려고 한다.


사유하는 미술관을 통하여 김선지 작가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예술 관련 학과를 전공했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이화여대에서 역사를, 동 대학원에서 미술사와 현대미술을 공부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웹진에서 게재한 명화 속 별자리 이야기를 계기로 남편인 천문학자 김현구 박사와 함께 예술과 천문학을 콜라보 하여 그림 속 천문학을 출간했다. 그 외에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그림 속 별자리 신화, 뜻밖의 미술관 등이 있다.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아마 김선지 작가의 책 전부를 읽었을 텐데 이제서야 알게 되어 아쉬웠다.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한 김선지 작가의 사유하는 미술관은 총 여섯 개의 챕터, 각 챕터 당 다섯 가지 즉, 30가지 명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한 스캔들보다는 철저하게 역사적 관점으로 접근하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그동안에 봤던 도서들과 겹치지 않는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어 지루함보다는 새로움에 더욱 집중력을 가질 수 있었다. 내용도 각종 신화에서부터 시작하여 동화 속 내용,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정치·경제·문화적 사안까지 매우 다양하여 그 흥미로움이 배가되었다.



게다가 한 스토리마다 관련 명화 여러 점을 연결하여 설명하여 점으로 이루어진 앎이 아니라 하나의 큰 그림으로 그려지는 지식 습득으로 연결되었다. 게다가 명화 작품 한 개를 그대로 설명한 것도 있지만 내용이 복잡한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 같은 경우에는 작품에 확대경을 들이댄 것처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각 인물들을 나누어 누구인지, 왜 등장했는지 등 함축적인 의미까지 세세한 분석은 개인 큐레이터를 옆에 둔 느낌까지 주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작품을 보는 눈이 생각보다 많이 잘못되어 있음을 느낀 것이 이번 도서를 읽으면서 가장 뜻깊었다. 예를 들자면 하렘을 우리는 흔히 성적으로 문란함을 뜻하는 의미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꽤 엄격한 황후들이 살던 곳이며 치열한 정치와 외교가 이루어진 곳을 뜻하였다. 심지어 여기에 엄청나게 많은 왕의 여자가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왕에게는 네 명의 아내만 허용되었다. 다만, 이 황후를 보필하는 여자들이 있었으며 이들이 아니면 이곳은 가족만 드나들 수 있었다. 그러나 서구인의 눈으로 본 오스만 문화에 대한 편견은 각종 예술 작품에 드러났으며 하렘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있는 의미로 변질시켰다. 이를 역사적으로 표현하면 왜곡된 관점의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한다.



"산업 혁명 시대의 대기 오염이 없었다면 터너와 모네의 그림은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현대 추상화로 가는 첫 단추를 끼웠다는 것을 생각할 때 산업 혁명이 미술사에 가지는 의미는 자못 크다. 

……(중략) 

연구자들은 대기 오염이 증가함에 따라 두 화가의 그림 속 하늘도 더 흐려졌다는 점을 발견했다."

- p.357~359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리에게 빛의 화가로 알려진 모네의 이야기였다. 나는 그동안 모네의 작품에 대한 아름다움, 그가 그린 작품의 배경지, 그의 일생 등에 대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산업혁명의 산물이라는 것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 작품들의 흐릿한 부분은 스모그 현상으로 알려졌다. 이 스모그 현상은 날씨 즉, 햇빛의 강도에 따라 빛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색상에 모네는 넋을 잃었으며 이를 수 백 점이나 그렸다고 한다.



"모네는 무엇보다도 안개가 계절에 따라 혹은 하루 동안 시시각각 런던을 변화시키는 모습에 매혹되었다. 그는 비 오는 날, 안개로 뒤덮인 날, 밝고 화창한 날 등 변화무쌍한 날씨의 대기 효과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그림을 그렸다."

-p.359


그는 이 스모그 현상을 매우 좋아하여 런던을 방문했을 때 맑고 화창하여 안개가 사라졌을 때 매우 실망했다. 심지어 아내에게 안개가 하나도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였으며 안개가 없었다면 런던은 아름답지 않았을 거라고까지 말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런던은 대기 오며, 수질 오염이 심각한 상태였는데 이 대기 오염을 두고 완두콩 수프 안개라고 불렀다. 다르게 보자면 우리가 아는 모네는 대기 오염을 표현하기 위하여 빛을 연구한 것이 오늘날 빛의 화가라는 명성을 얻게 한 것이다.


지금이라면 이런 현상을 두고 아름답다고 붓을 들 화가가 얼마나 있을까? 환경 캠페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사진으로도 접근하지 않을 것 같다. 그 외에 19세기 초에 사각형 소나 축구공 형태의 돼지를 그린 배경, 셀카의 시초를 알려진 카스틸리오네 백작 부인, 매춘부로 황후가 되어 여성의 인권 신장을 위하여 사법 개혁을 한 테오도라, 나폴레옹을 정치적으로 선전하는 기법이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 등등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들과 그 이면의 이야기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때로 그림 한  점은 천 마디의 말을 한다."

-p.56


게다가 공부하면 할수록 과거의 화가는 단순하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영상을 작품 한 점에 고정하기 위하여 치밀하게 계산된 연출가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인물, 건축, 사물, 자연물 하나까지도 의미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까지 갖추고 있었으니 말이다.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한 김선지 작가의 사유하는 미술관은 인간의 근본 욕구인 앎을 채우고 싶은 사람에게 꽤 도움이 되는 책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역사는 수능에 나오지 않는 과목이기에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부모, 역사는 지루한 과거의 이야기로만 치부하는 학생들이 꼭 접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유하는미술관 #교양미술 #김선지 #알에이치코리아 #명화이야기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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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 열정 가득한 막내의사의 성장 이야기
작문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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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웹소설 현대 판타지 장르 소설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적이 있었다. 이때 즐겨 보던 내용이 대부분 회기 한 만렙 의사 이야기들이 많았다. 현대 판타지 장르를 처음 마주하면서 놀란 부분이 있었는데 각종 술기나 검사, 진단, 진료, 수술, 회복 과정의 전문 용어나 직업 특성상 사용하는 언어까지 작품에 녹아든 부분이었다. 이때 언제나 안쓰러운 인물들이 있었는데 바로 인턴이었다. 허구이기에 정말 이 정도로 열악할까 하는 의문을 품을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 작문의 작가님의 인턴 성장 에세이인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를 읽으면서 그들의 정확한 생활상을 알게 되어 오늘 소개해 보려고 한다.



작문의 작가님은 공부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의대 6년을 지나 사람의 생활이 아니라고 알려진 대학병원 인턴을 마치고 전공의 시험에 합격하여 올해 성형외과 1년 차가 된 의사이다. 평생 충청도에 살다가 상경하여 대형 대학병원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무협지를 계기로 글의 매력에 빠져 지하철에서 출퇴근하며 글을 썼다고 하는데 무협지를 좋아하는 레지던트라니 묘하게 극과 극의 모습 같아 쉽사리 상상이 잘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메디컬 드라마 자문을 한 경력까지 있어 일반 인턴보다 꽤 많은 활동을 하는 편이다.



작품은 스스로 의사라는 장래 희망을 갖게 된 경위로 시작하며 의사 국가고시를 치르고 인턴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읽으면서 묘하게 대학입시를 두 번 치르는 느낌을 받았다. 꿈에도 그리던 시험과 면접을 통과한 후 수련의로 첫 출근. 하지만 이후 발생하는 일들을 보면 생명을 직접 다루는 직업이어서인지 일반 직장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긴장과 혹독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 재미있는 것은 작가님 입담이 얼마나 좋은지 각 에피소드들을 읽을 때 일반인이지만 꽤 공감하면서 읽은 것이다. 의학에 대하여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내가 말이다. 읽으면서 눈길을 머물게 했던 문장을 공유한다.



"행복은 목적이 아니다.

그렇기에 행복하게 사는 것은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행복은 목표를 향해 걷다가 우연하게 발견하는 것이다.

마치 길을 걷다 예상치 못하게 발견한 아름다운 풍경처럼.

어딘가에 놓여 있을 행복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행복을 찾아내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행복은 '나 여기 있어요.' 라고 외치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찾아내야 할 대상일 뿐이다.

행복도 습관이다."

-p.174~175


어렸을 땐 경쟁 속에서 이기거나 목표를 달성하면 희열을 느끼고 그 희열이 행복인 줄 알고 지냈다. 하지만 한 살 한 살 세월이 쌓이면서 이런 희열보다는 입버릇처럼 행복해지기 위하여 산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이런 마음을 먹을수록 그것에 도달하는 방법은 더욱 미궁 속으로 변했다. 그런데 작문의 작가는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것처럼 행복을 목표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이 문장들이 그다지 틀린 점이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내가 무의식중에 삶의 만족을 느낀 순간들이 이렇게 정의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을 상징하는 세잎 클로버가 네잎클로버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면 위의 문장이 전적으로 작가의 주관적인 말은 아닌 것 같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온전히 본인의 성향에 집중하는 것은 참 어렵다.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라는 말이 있다.

주변 사람들이 다 하는 것을 왠지 나도 해야 할 것만 같은 압력이 그것이다.

남들이 아닌 자신에게 집중하고, 다른 사람들의 취향이 나의 취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피어 프레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 단계이다."

-p.189~190


요즘 미디어에 보면 부모나 선생님들에게 꼭 당부하는 말이 있다. 자녀나 제자에게 남과 비교하는 말을 하지 말라고. 이런 말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런데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에 나오는 문장을 보면 가장 비교를 많이 하는 것은 자신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작게는 음식부터 시작하여 옷, 차, 집, 직장 등등. 아마 스스로 돌이켜 보면 자신이 가장 스스로를 비교 저울에 올려놓는다는 말에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본문의 내용을 보면서 타인이 하는 비교에 발끈하던 것을 이제 스스로에게도 적용하다 보면 조금 더 행복지수가 올라가지 않을까 한다.



작가의 인턴 생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부록과 같은 의미같이 동기들의 인터뷰를 중간에 삽입되어 있다. 인터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날이 갈수록 바이탈과를 기피하는 와중에 가장 힘들다고 알려진 응급의학과를 전공으로 정한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가끔 남궁인 교수님의 인터뷰를 보는데 이분이 말한 응급의학과의 장점을 그대로 말하고 있어서 조금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지원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자신의 성향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의사라는 직종을 업이라고 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일을 배워가면서 스스로 깨달아 가면서 의사라는 그릇을 채워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으며 재능과 노력에 관하여 논하는 부분에서는 그동안 가볍게 생각했던 나의 논리에 금을 가게 만들기도 하여 마지막 페이지까지 꽤 몰입해서 읽었다. 마지막 두 챕터는 앞으로 인턴이 되려는 후배들에게 남기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 작문의 작가님이 쓴 인턴 성장 에세이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는 한 인간의 고군분투하는 삶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어 의학도도, 일반인도 각각 얻는 부분이 많은 책이다.



#의사로한번살아보겠습니다 #작문의 #미다스북스 #인턴성장스토리 #에세이 #성장에세이


*** 작가에게 선물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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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끼는 너에게 주고 싶은 말
도연화 지음 / 부크럼 / 2023년 8월
평점 :
품절


직장만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생활상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 된 요즘 더 나은 삶을 위하여 몸이 두 개여도 부족할 정도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세월이 지속되면 번 아웃과 우울 그리고 치유의 시간을 반복해서 가지며, 그 반복이 쌓이면 시야가 점점 좁아져 자신 안에 갇히게 된다. 맘 편하게 포기할 수도 없는 실정에 조금이라도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하여 찾는 책이 에세이이다. 그래서 오늘은 무려 50주나 베스트셀러였고 그 영향력으로 이번에  블루밍 에디션 리커버로 거듭난 도연화 작가의 가장 아끼는 너에게 주고 싶은 말을 소개한다.



부크럼 출판사에서 출간한 도연화 베스트셀러 에세이 가장 아끼는 너에게 주고 싶은 말 블루밍 에디션은 에세이와 시가 섞여 있었다. 1장 결국 당신은 빛이 날 테니, 2장 존재만으로 고마운 너라서, 3장 너도 너를 사랑했으면 좋겠어, 4장 네가 늘 미소 지었으면 좋겠어, 5장 이토록 귀한 너에게, 6장 너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까지 총 6장으로 구성되었다. 언뜻 보면 사랑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험난한 삶을 살아가는 자신에게 하는 말들이기에 자신의 뿌리가 흔들림을 느낄 때 꽤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에 연필로 줄을 긋고, 페이지를 접어서 표시하였더니 두께가 두 배가 되었다. 즉, 그만큼 좋았던 부분이 많았다는 뜻. 모든 것을 다 소개하기에는 여의치 않으니 몇 가지만 짧게 소개하려고 한다. 



"당당한 아마추어


​많은 실패를 했고, 그보다 많은 실수를 했으며, 많은 미움을 주고받았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한 번의 깨달음으로는 부족했다. 도무지 정답을 모르겠는 삶 속에서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부족하고, 서투르다는 것을.

…… 중략

부족해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배워 가는 중이니까. 나의 노력을 알기에, 결국 잘 될 것이라 믿는다. 시간과 노력이 쌓이고 있다는 믿음으로 조급함을 내려놓는다."

- p.25~26


요즘 소설, 드라마, 영화 등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소재가 회기이다. 즉, 죽음이나 사고 등 특정한 계기로 인하여 인생 2회차를 살 수 있게 되는 소재. 그래서인지 이 과정을 겪은 주인공은 만능 재주꾼이며 천하무적으로 그려지곤 한다. 이런 소재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누구나 소망하지만 이룰 수 없기에 대리 만족을 느끼기 위해서일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회기를 겪지 않는 한 누구나 인생은 아마추어이며 서툴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연습과 실수한 것을 바로 잡아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는 이 과정에서 불안, 불만, 좌절을 느끼곤 한다. 저자는 언급한다. 원래 우리는 부족하고 서투니까 조급함을 내려놓고 배워가며 노력하면 된다고. 요즘 도전하고 있는 일에 슬슬 조급증이 느껴지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 문구를 적어서 책상 앞에 붙여 놓고 힘들 때마다 보면서 기운을 내보려고 한다. 몸과 경험은 성장하지만 새로운 일 앞에서 선 우리는 언제나 어린아이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으니까.


"보이지 않는 배려


​누군가와의 만남이 편안하다면, 상대방이 나를 위해 주는 마음이 함께하는 내내 흐르고 있다는 뜻이다.

……(중략)

보이지 않는 배려를 건네는 사람을 알아봐 주어야 한다. 나의 행복을 곧 자신의 행복처럼 여기는 사람을 알아봐 주어야 한다.

깊은 애정을 쏟는 마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p.112


​과거에는 같이 앉아서 대화할 때 편안한 사람이 나와 결이 맞는 인물이라고 느꼈다. 편한 이유가 노력과는 관계없는 결이니 그다지 소중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이런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다 보니 조금만 불편해도 만남을 꺼리게 되고, 편한 이와만 어울리려고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 편안함은 결이 아니라 상대가 노력한 배려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를 알면서도 가끔은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활자로 만나니 다시 한번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주변에 편한 누군가가 있다면 꼭 마음에 새기는 문구가 되었으면 한다.



우울과 성장


​변화의 시기에 찾아오는 우울은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증표이다.

우울은 편안할 때 찾아오지 않는다.

현재에 안주하고 있을 때는 우울이 다가오지 않는다.


​해내고 싶은 간절함을 품고 있을 때,

잘 살아 내고 싶지만 과거의 내가

나를 방해하는 것만 같을 때,

지나온 시간이 후회될 때,

자신에 대한 의심과 능력에 대한 의문이 드는 때 찾아든다."

-p.123


​얼마 전 유튜브를 뒤적이다가 지금은 중국으로 건너간 푸바오의 성장 과정을 모아 놓은 영상을 보게 되었다. 모성애를 보여준 아이바오도 인형 같던 푸바오도 보기에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푸바오의 걸음마 연습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아마 우리도 처음 걸음마나 언어를 배웠던 시기에 비슷했으리라. 그런데 이제 몸이 좀 커졌다고 당시의 노력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잘 걸어 다니는 모습만 기억한다. 그러면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도전할 경우 적당한 시도만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대로 되지 않으면 분노, 좌절, 우울을 경험하게 된다. 저자는 주장한다. 우울은 내가 뭘 못해서가 아니라 성장하기 위한 시도를 할 때 찾아오는 것이라고. 



"재미를 지우는 욕심


​잘하려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전과는 다른 재미가 펼쳐진다.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기보단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해지고 싶다. 재밌게 즐기는 사람은 언젠가 잘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욕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잃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좋아하는 마음이 변질되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다."

-p.187


​이것과 비슷한 내용의 글이 박웅현 작가의 여덟 단어에서 나온다. 수영을 배우러 간 상황을 예시로 들면서 잘 하기 위함이 아니라 즐기기 위함이어서 경쟁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잘하려고 하면 벌써 포기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어떤 이들은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도 한다. 업이 되면 스트레스로 돌아와 즐거움이 사라질 것 같다고. 그런데 이런 분들을 보면 실제로 그 능력치는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보다 훨씬 좋은 편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도 이런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그 일이 재미있어지고, 재미를 느끼면 자꾸 더 하고 싶고, 이 더 하고 싶은 것은 노력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잘하게 된다고. 말장난 같은 느낌도 들지만, 그냥 하는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옛말이 있는 것을 보면 그리 틀린 것도 아닐 것이다. 사실, 너무 잘하려는 마음을 가지면 시작조차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정말로 잘하고 싶으면 재미있게 해야 하는 것이 정답일 지도.


부크럼 출판사에서 출간한 도연화 베스트셀러 에세이 가장 아끼는 너에게 주고 싶은 말 블루밍 에디션에는 뽑아온 글보다 훨씬 좋은 글이 많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페이지에서 두 페이지 정도의 단편이 모여 있어 하루에 한 페이지씩 필사하기에도 좋은 도서이다. 게다가 특정한 나이나 계층을 나누지 않고 아우르는 도서이기에 응원, 위로, 선물하기에 좋은 책이다. 자신감, 자존감을 높이고 싶은 분이라면(사실 대부분의 사람들)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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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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