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찰스 S. 코켈 지음, 이충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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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지적인 잡담으로 떠나는 우주여행이라는 소제목을 가진 찰스S. 코겔의 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가 눈에 띄는 순간 무조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교양 과학서에 속하는 이 책은 단순하게 존재가 발견되지 않은 것에 관한 허황된 이야기를 서술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지의 존재를 통하여 그 시선을 우리에게 돌릴 수 있는 기회를 가장 쉬운 언어로 제공하는 도서이다. 따라서 창의성을 길러야 하는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읽으면 좋을 책이다.


영국의 우주 생물학자 찰스 S. 코켈은 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과 인간 존재의 의미를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이 책은 택시 운전사와 승객 사이의 대화를 빌려 복잡한 우주론과 생물학 이론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변환한다. 생명의 기원에서부터 우주의 법칙, 문명의 조건과 지적 생명체의 가능성까지 저자는 일상의 언어로 우주의 경이로움을 천천히 펼쳐 보인다. 마치 천체 망원경을 들이대듯 이 책은 낯설고 광활한 세계를 눈앞으로 끌어당긴다.



책은 총 열여덟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형식은 단순하다. 택시에 오른 한 손님과 운전기사의 대화로 제기된 문제에 대한  추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외계인, 우주 같은 과학적 개념부터, 유령, 삶과 죽음, 우연과 필연 같은 철학적 주제까지 오간다. 작가는 이 모든 것을 평이한 문장 속에 녹여내고 낯선 개념도 익숙한 비유로 다가오게 만든다. 이 책은 과학 입문서이자 동시에 철학적 성찰을 유도하는 일상 속 지적 탐사기다. 별과 원자, 인간과 문명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 책은 단순히 과학을 설명하지 않는다. 과학을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를 훈련하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독자에게 엉뚱하면서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과학·철학·수학 등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다. 그 여정은 곧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주가 말을 건다는 이 상상은 SF 적 상상력이라기보다 오히려 인간 존재를 다시 정의하려는 철학적 출발선이다. 우리는 우주를 바라보지만 결국 그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건 우리 자신이다.



지적인 잡담으로 떠나는 우주여행을 담은 찰스S. 코켈의 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를 처음 접하면 의외의 방향성에 놀라게 된다. 첫 챕터인 외계인 택시 기사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마주했을 때 바로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보다 그동안 알고 있던 지식으로 먼저 이 질문에 답해보았다. 가장 먼저 지구 밖은 산소 기반의 생명체가 살 수 없으니 메탄 환경에서도 살아야 하므로 우리가 아는 생명체와는 다를 것이다. 살 수 있다면 균류나 미생물과 비슷할 것이다.



이런 생물은 태양빛이 닿지 않을 수 있어 광합성도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은 우리와는 형태가 매우 다른 종류의 생명체일 것이며 다세포 생물보다는 단세포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외계인의 존재는 있을 수 있으나 다세포 생물이 아니라면 인간과 같은 지능은 어렵고 에너지 획득 방식조차 우리와 다를 테니 택시 기사까지는 없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한 후 첫 페이지를 열었다.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이니 당연하게 우주 환경에 대하여 첫 매듭을 풀 줄 알았다. 그러나 저자는 오히려 시선을 원시 지구로 끌고 온다. 원시 지구에는 산소보다는 메탄 등의 물질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어쩌다가 세포가 막 속에 갇히는 방향으로 진화를 하면서 미생물이 바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생겨난 것이 남세균인데 물을 분해하여 수소는 자신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산소는 노폐물로 인식하여 밖으로 뿜어냈다. 이런 행위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구 최초의 환경 오염으로 정의된다. 산소를 이용한 환경 오염.


이렇게 산소가 점차 대기에 쌓이게 되면서 다세포 생물이 생성되었고, 산소의 농도가 가장 많았을 때 출현한 것이 공룡류이다. 산소 농도가 극대화되었을 때 나타난 거대한 생물이다. 즉, 우리 인간은 지구가 원래 상태에서 심각한 환경 오염이 된 결과물로 생성된 희한한 존재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오염된 바다에 출현하는 녹조류와 인간은 같은 조건에서 등장한 생물이다. 비관적으로 보자면 녹조류가 사라지는 상황과 인간의 멸종도 비슷하지 않을까? 



탄소 중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지구가 본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즉, 지금까지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었던 환경 자체가 지구 입장에서는 고여서 썩어있던 상태와 다를 바가 없으니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무엇을 기준으로 오염이라 정의할지 혼란스러워진다. 이 책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 확실하게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누구나 이렇게 사유의 장을 펼쳐나갈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열어주는 데 이 책의 매력이 있다.



이제 이런 과거 원시의 지구 상태를 미지의 행성에 대입해 보자. 당신이 우주선을 타고 어떤 행성에 도착했을 때 산소 농도 측정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만약 거기에 산소가 없다면 우리처럼 고도의 지능을 갖춘 외계인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산소 농도라면 대화를 하고 이해를 나눌 누군가를 발견할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 테지만 공룡 시대 수준의 산소라면 생존이 먼저일지도 모른다.



끝없는 사고의 과정을 일으키게 만드는 찰스S. 코켈의 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는 처음에 생명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우리가 우주로 나갔을 때 외계인을 만날 수 있을지, 그 존재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만약 우리가 어떤 행성에 정착했을 때 문제점은 무엇인지, 과연 우리가 정의하는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가 무엇인지 등 많은 부분을 다룬다. 과학적 사고 위에 펼쳐진 상상력의 기차, 그것이 이 책이 선사하는 지적인 잡담으로 떠나는 우주여행이다. 


#어느날택시에서우주가말을걸었다 #찰스S코켈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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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
리처드 바크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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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에게 『갈매기의 꿈』 작가로 알려진 리처드 바크가 『나는 자유』라는 신작 비행 에세이를 출간하였다. 아마 한국인이라면 그의 작품을 한 번쯤은 책이든 각종 미디어에서든 접해봤을 것이다. 하늘을 나는 이야기를 주로 쓰는 그는 스케일 크게 비행기 구매하는 이야기로 책의 처음을 시작한다. 작중 비행기의 이름은 퍼프이며 그를 사람과 같은 동료로 대한다. 덕분에 독자는 책장이 넘어갈수록 『갈매기의 꿈』 성인 버전으로 인식하게 되는 마법을 겪는다. 그가 말하는 자유의 정의와 철학에 대하여 살펴보자.


리처드 바크의 신작 『나는 자유』는 그가 시레이라고 하는 수륙양용 비행기를 구매한 후 연습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작성한 비행 에세이이다. 『갈매기의 꿈』 작가답게 이 작품에서도 자신의 비행기에게 퍼프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마치 그가 자유 의지를 가진 것처럼 비행기와 대화를 이어간다. 덕분에 비행 과정에서 겪는 아찔함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함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코믹함과 천진함이 배경에 흐르고 있어 또 다른 감각으로 다가온다.



작품 속에서 저자와 댄이라는 지질학자이자 법학 학위를 가진 멘토, 그리고 퍼프와 댄의 비행기 제니퍼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독자는 그가 공군 전투기 조종사라는 이력을 가지고 있기에 비행에 꽤 능숙하리라 생각하지만 그 텀이 길어서인지 그는 초반에 고군분투한다. 쉬울 것 같은 착륙에서 오히려 퍼프를 망가뜨리고, 날씨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바다 한가운데에서 상어 떼를 만나기도 한다. 매번 하늘을 향해 솟구치지만 단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위기에서 항상 벗어난다. 그는 이를 두고 최선을 다했을 때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이 자신을 돕는다고 말한다. 때론 천사라고도 하고, 때론 수호천사라고도 한다. 토네이도, 폭우, 우박, 돌풍, 기기 결함, 예기치 못한 사고 등으로 언제나 좌충우돌이지만 저자는 유머를 잃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일을 하나씩 겪을 때마다 무사히 잘 넘어간 것에 그치지 않으며 꼭 무엇인가를 배운다. 그는 말한다. 이렇게 배운 것으로 끝나면 의미가 없다고. 다음에 꼭 꺼내서 활용해야 한다고.



총 마흔아홉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그의 비행 에세이는 언제나 시작만 있다. 매일 날아오르는 하늘의 환경도 매번 다르다. 이는 마치 리허설이 없는 우리의 인생과 비슷하다. 그 또한 작품 내에서 끊임없이 이 점에 대하여 말한다. 그는 말한다. 자유는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산물이며 그 과정에서 반드시 희생되는 것이 있다고. 이를 위한 베이스는 열정이며 열정이 없는 삶에서 자유 또한 없다고.



책은 언제나 자신만의 목소리가 흐른다. 『갈매기의 꿈』 작가 리처드 바크의 신작 비행 에세이 『나는 자유』에는 이제 막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무엇인가에 도전하는 소년의 목소리와 혈기 왕성한 청년의 목소리가 선율을 이루어 독자에게 말을 건다. 몇 번을 저자의 나이를 생각하며 음을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쩌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물리치고 매일 도전하는 자의 목소리는 절대로 나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가 아닐까?



저자는 자유를 획득하는 방법과 그 후에 감당해야 할 문제에 대하여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말하고 있다. 이것의 선택에는 모험이 따르며 반드시 기회비용으로 발생하는 희생되어야 할 것이 존재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은 당장 나쁜 일로 보이더라도 그 사건의 좋고 나쁨에 관한 정의는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우리는 입으로 자유와 열정, 그리고 도전을 외치지만 자신의 소중한 것을 희생하고 당장 눈앞에 펼쳐진 아찔함에 시간을 주어 심리적 여유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는 자유를 외치면서도 안전을 확인하고, 도전을 말하면서도 결과를 보장받으려 한다. 희생은 말속에만 존재하고, 행동은 늘 계산 안에서 멈추며 그 계산마저 멀리 보는 것이 아니라 코앞에 발생한 일만을 기준으로 한다. 저자가 보여주는 그것은 고결하며 실천은 어렵지 않게 느껴지지만, 그의 고결함은 언제나 한 발짝 떨어져 보는 여유가 있다. 누구도 감당하지 않기에, 자유는 때로 신화가 된다. 어쩌면 우리가 말하는 자유는 선택이 아니라 관람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여전히, 날지 않고 나는 이를 구경한다.



자유는 삶을 건너는 방식이자, 끝까지 감당하지 못한 말들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날았다. 우리는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하고 걷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말하는 순간마다 그 거리만큼 간극은 또렷해진다. 감당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실천하지 못한 것을 동경하며, 날지 못한 채 우리는 이를 지켜본다. 그것도 하나의 방식일까. 아니면, 아직 선택하지 않았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그 첫 선택에 가까운 순간일지도 모른다.



리처드 바크의 신작 『나는 자유』는 거창한 철학 대신 반복되는 경험을 쌓아 올려 현실적 감각을 만들어낸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믿지만, 막상 감당하려 하면 자주 물러나는 말. 저자는 사유의 자유가 아니라 실천의 자유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실패마저 다음 추진을 위한 에너지로 사용하는 그의 문장들 속에서 우리는 상상 속의 날아오름이 아니라, 행동으로의 날아오름으로 옮겨갈 힘을 얻을 수 있다. 삶이 지루하신 분,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는 분, 언제나 행동 앞에서 멈추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나는자유 #리처드바크 #에세이 #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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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말과 글 - 삶을 채우는 시간, 지혜의 필사책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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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에세이, 법정 스님의 말과 글은 스님의 생전 육성 강연과 원고 중 핵심 문장을 간추려 엮은 책이다. 나, 관계, 자연, 삶과 죽음, 무소유, 삶의 지혜, 종교, 책, 여유까지 총 9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문장은 어렵지 않고 길지도 않다. 단정하지만, 사유는 깊다. 그는 모든 것을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바라보았고 그 깊은 곳의 울림을 모아 절제된 언어 속에 감정과 사유, 결단을 함께 담았다. 그런 그의 가르침 가운데 필사에 적합한 핵심 문장 138개를 뽑아 좌측에는 문장을, 우측에는 필사 노트를 배치했다. 



각 장의 주제는 삶의 한 국면, 곤란함을 겪는 찰나를 담고 있다. 그 안의 문장들은 그의 말과 독자의 마음이 조용히 마주 앉을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단순하게 그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게 하기 위한 내용이 아니다. 그의 말에 자기 생각을 얹어 삶의 철학을 만들어가도록 길잡이가 되어 준다. 좌우를 살필 겨를 없이 육체와 영혼이 따로 움직이는 현대인에게, 영혼이 따라올 여유를 건넨다. 그 여유는 텅 빈 마음을 채울 틈이 된다. 이 책은 138일 동안의 필사 노트를 통해 마음을 돌보는 마음 챙김 시간을 선물한다



138일의 필사 노트, 마음 챙김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에세이 법정 스님의 말과 글을 읽고 필사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고요함이다. 긴 문장이 아니라 그의 일반 철학과같이 무소유 즉 비워냄을 고스란히 겪은 문장은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넸다. 법정 스님의 글에는 강한 주장도, 이념도 없다. 그저 한 사람의 시선과 침묵 그리고 사유 속 깨달음이 있을 뿐인데 그 속에서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라는 성찰의 물음이 반복해서 떠올리게 된다. 요란스러운 말보다 성찰을 통한 평온한 삶이 먼저인 글이었다.



스님이 남긴 문장들은 짧고 단아하다. 그러나 그 단아함은 누군가를 향한 꾸짖음과 탓함으로 인한 죄책감 전달이 아니라 스스로 삶의 철학을 재건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흔히 말하는 강요하는 투의 자기 계발서와 달라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 한 페이지씩 필사를 하다 보면 눈에 띄게 필사 속도가 느려진다. 욕심에 의한 날뛰는 욕망이 줄고 삶의 본질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 고요한 사람이 되어감을 느낀다. 이 책은 읽고 쓰는 독자를 조용하게 만들고 스스로의 중심을 찾게 한다.



또한 너무나 많음은 없는 것과 같다는 선인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많았다. 우리는 1초도 쉴 틈 없이 세상이 건네는 소리 속에 갇혀 있다. 그러나 정작 꼭 들어야 하는 것은 듣지 못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전형적인 너무 많기에 진정한 것은 없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다. 비워내고 멈추면 비로소 들리는 소리, 보이는 것들, 느껴지는 것들이 인간에게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하여 비워내지 못하고 멈추지 못할 뿐. 이 책은 좋은 글귀로 마음을 움직이기도 하지만 이런 여유를 가지게 한다.



이 책을 필사하면서 글쓰기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문장은 무엇을 말하는가 보다 무엇을 남기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는 말이 아니라 글로 보여주었다.  스님의 글은 읽고 나면 단순하게 감동의 여운이 오래 남는 게 아니라 살아온 지난날, 앞으로 걸어야 하는 미래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길게 남는다. 말을 줄인 만큼 생각은 깊어지고 침묵의 울림은 강해진다. 그는 하늘의 별이 되어서 직접 이런 진리를 전수한다. 덕분에 쓰는 이의 태도까지 배우게 만드는 도서였다.



글이란 결국 삶의 일부다. 법정 스님이 직접 살아온 방식이 그대로 문장에 녹아 있다. 굳이 삶을 설명하지 않아도 글에서 그 삶이 보인다. 고요하게, 검소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독자는 이런 그의 글을 보고 따라 쓰면서 스스로 얼마나 소란스럽고 필요하지 않은 욕심이 많으며 이런 것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자유를 스스로 박탈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고요한 새벽에 그의 글을 한 글자씩 새기다 보면 자신을 속박하고 불행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세상이 아니라 스스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독자에게 어떤 실천을 강요하지 않는다. 조용히 읽고 쓰되 오래 남는다. 스님의 말과 글은 독자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울리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석되고 확장된다. 삶의 진리는 말하지만 실천의 방향은 각자의 몫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모든 문장에 대한 경계심이 모두 사라진다. 세상에는 말과 글에 관한 책이 무더기로 쏟아진다. 그러나 그는 말한다. 말도 나의 말이어야 한다고. 타인의 말과 글에 자신을 맞춰 목적 지향형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그는 요란하지 않은 말로 일침을 가한다. 



138일의 필사 노트, 마음 챙김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에세이, 법정 스님의 말과 글은 가르침이 아니라‘함께 걸음이다. 누군가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쓴 글이 아니라 한 생의 단면을 따라가며 독자가 스스로의 방향을 찾게 돕는 책이다.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하나의 문장이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셰이크 통 속과 같은 요란한 삶을 살면서 나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느끼는 분이라면 필사를 하면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슬퍼서, 감동스러워서가 아니라 나를 찾을 길을 발견한 기쁨으로.


#법정스님의말과글 #에세이 #샘터 #샘터사 #필사노트 #필사 #필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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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되는 순간들 - 이제야 산문집
이제야 지음 / 샘터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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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도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장르가 바로 시이다. 모든 글 중 가장 언어의 밀도가 높기에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싫어서가 아니라 어려워서 접근할 수 없는 장르. 이해를 기다리는 단어들은 시를 멀게만 느끼게 했던 문턱을 조금이나마 낮춰준다. 샘터에서 출간한 이제야 작가의 에세이 시가 되는 순간들에서 지독하게도 꺼리던 장르의 문턱을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었기에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이제야의 시가 되는 순간들은 총 서른다섯 개의 이야기와 에필로그, 그리고 사진가이자 시인인 이훤 작가의 해설로 구성되어 있으 그 안에는 오래도록 이해를 기다리는 단어들이 기다리고 있다. 각 에피소드마다 작가가 직접 찍은 흑백의 사진 한 장, 시 한 편, 압축된 그녀의 말과 모든 과정을 담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각 챕터마다 저자의 과거 경험을 따라가며 그 일상 속 깨달음들로 삶과 언어에 대한 자신의 시적 철학을 세워가는 모습을 섬세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전한다.



시를 쓴다는 것은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려는 일이라는 말처럼, 이 책은 시인의 사적 체험과 그 감정들이 어떻게 언어로 변모해가는지를 기록한다. 예컨대 시를 쓰는 순간 기존의 믿음은 완전히 깨진다는 구절은 기존에 서로를 완벽하게 알아야 사랑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에 대한,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균열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 시는 결과가 아니라 삶에서 다가온 감정의 잔해를 언어로 발굴하고 사라져 가는 기억 속 단어들의 모호함을 조심스럽게 모으는 작업이다.



말이 되지 못한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우리는 어떤 감정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이제야 시인은 시가 되는 순간들을 다시 살아보고 싶은 시간, 잊고 싶지 않은 이름, 끝났지만 남아 있는 감정 등과 같은 것들로 구체화한다. 책 속 문장 하나하나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그 감정을 정확히 포착하기 위한 섬세한 채집이다. 그 과정의 첫 번째는 오랫동안 바라봄이라고 정의한다. 어떠한 것을 끈질기게 바라보며 그 안의 감정과 언어를 해체하고 그것을 압축하여 재조립하는 것이 시라고.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건 언어에 대한 겸허함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단어를 지워가며 사랑의 애초를 소중히 하는 것이라는 문장에서 보이듯, 시인은 언어를 소유의 도구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잊힌 단어, 미처 붙들지 못한 감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언어를 다룬다. 이 언어의 선택은 쓰는 사람이 하지만 작가는 이것이 결코 자신만의 것으로 남기를 바라지 않는다. 자신의 비밀스러운 감정을 던졌을 때 그것을 받아 독자 개개인의 현실에 맞게 공명하길 원한다. 가장 은밀한 단어가, 가장 보편적인 이해로 이어지기를.



시를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늘었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스스로의 언어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제야의 에세이 시가 되는 순간들은 그 드문 목소리 중 하나다. 이 책은 그녀가 쓴 작품과 찍은 사진, 그리고 그녀의 작품이 태어난 구체적인 배경 이야기를 함께 엮어낸 기록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시를 곁에 두고 살아가는 한 사람의 내면을 조심스레 따라가는 탐험에 가깝다. 읽으면서 먹먹했던 지점, 위로를 받는 부분, 무언의 말을 거는 듯한 포인트 등 다양하게 느낀 점을 하나씩 이야기해 보자.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사진이다. 서른 장이 넘는 사진 중에서 한 장 정도는 컬러가 있을 법도 하지만 모든 사진은 흑백이다. 사진은 대부분 인물 없이 풍경만을 담고 있다. 오래된 골목, 휘어진 나무, 창문을 닫은 방처럼 그 자리에 있었던 것들은 침묵 속에 그 순간을 증언한다. 흑백 사진이라는 선택은 그 기억들이 지금과는 다른 시간대에 있었음을 조용히 말해주는 장치다. 이 사진들은 시와 산문 사이의 여백을 메우며 독자로 하여금 페이지의 속도를 늦추게 만든다.



또한 흑백 사진을 작가가 말하는 대로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그녀의 말이 떠오른다. 작품을 쓰게 하는 순간은 허기, 상실, 아픔 등 무채색의 시간들이라는. 그러나 막상 그녀의 글을 읽고 난 독자는 오히려 이 무채색으로 인하여 독자 스스로의 경험과 어우러져 자신만의 색을 입히게 되는 효과가 있다. 이는 글 전반에서 그녀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상호 연결성. 이는 마치 서로 다른 시간대에 서로 다른 장소에 있지만 진심은 공명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언어로 다가온다. 


이제야의 에세이 시가 되는 순간들에서 저자는 하나의 경험에 담긴 수많은 감정의 레이어를 벗겨 농축시킨 이해를 기다리는 단어들로 말하는 것을 시라고 정의한다. 다만  그것은 하나의 완성된 진술이 아니라 독자가 다시 느끼고 재구성할 수 있도록 열어둔 문장이다. 가장 내밀한 고백이 가장 넓은 감각으로 이어지는 것을 시라고 정의한 이 책은 장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는 결국 누군가의 진심에 귀 기울이는 사람 안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이므로.


#시가되는순간들 #이제야 #산문집 #에세이 #샘터 #샘터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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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글은 처음이라 - 한번 깨달으면 평생 써먹는 글쓰기 수업
제갈현열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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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거에는 글쓰기는 작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삶의 기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책을 쓰는 것 이외에도 자기소개서, 기획서, 이메일, 프레젠테이션, 유튜브 대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글은 개인 간의 차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이제는 글쓰기 비법을 배워야 하는 시대이다. 그것도 이론보다 실전 중심으로. 이를 전문용어 없이 쉬운 말로 기초 관점부터 대가의 비법까지 설명한 글쓰기 기초서인 제갈현열의 팔리는 글은 처음이라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기초 관점부터 대가의 비법까지 설명한 글쓰기 기초서인 제갈현열의 팔리는 글은 처음이라에서 저자는 살아가는 것은 시장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판매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자신의 시간이든, 능력이든, 가진 것이든. 이런 자신을 좀 더 잘 팔 수 있는 도구가 바로 글쓰기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는 많은 이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지만 막상 시작하기에는 허들이 높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글쓰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기에 이를 구분하면 그 허들이 매우 낮아진다고.



재능이 많은 부분을 좌지우지하는 문학적 글쓰기와 누구나 연습만으로 쓸 수 있는 기능적 글쓰기인 비문학적 글쓰기로 나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생산 수단의 뿌리는 비문학이다. 글을 쓰는 건 5:3:2의 비율로 만들어지는 칵테일과 같다. 원리, 구조, 표현. 비율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장 강조하는 요소는 원리이며 그 중심에는 시장이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자기만족형 작문이 아니다. 팔기 위해서 쓰기에 당연하게 시장이 요구하는 것을, 요구하는 방법대로 써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자가 제시한 방법은 질문이다. 시장은 단순히 자료를 얻기 위한 분석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문제점과 담아야 할 이야기의 틈을 찾기 위한 곳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때의 질문의 내용은 상관없다. 답을 듣기 위하여 하는 행위가 아닌 스스로 고백하게 만드는 무기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질문의 결과로 수많은 칭찬을 들을 수도, 불평을 들을 수도, 당부를 들을 수도 있다. 다만 이 과정이 인위적이어서는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없으며 반드시 자연적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수많은 질문하기를 통하여 원리를 꿰뚫었으면 다음은 구조이다. 이 책이 말하는 구조는 기승전결이나 서론-본론-결론처럼 고전적 이론을 암기하는 방식이 아니다. 저자는 글쓰기의 구조 역시 체화되는 경험으로 익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직 손에 익지도 않은 채 남이 만든 특별한 구조를 배우는 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쓰기 강의 중엔 자기만의 구조를 비밀처럼 포장하며 수강료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자신의 경험치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는 오히려 글을 망치는 길잡이라며 주의를 당부한다.



이 책이 권하는 방식은 오히려 그 반대다. 가장 익숙한 구조에서 시작해서 스스로 변형하고 확장해나가는 실전 중심의 접근. 처음부터 이상적인 형식을 좇기보다 읽는 사람이 편한 글, 내가 말할 수 있는 리듬으로부터 출발해서 경험을 쌓고 나만의 틀을 만들어가는 것. 이게 바로 팔리는 글쓰기에서 말하는 구조의 본질이다. 이것을 할 수 있는 첫걸음부터 확장하는 방식에 대하여 저자는 꽤 구체적이고 쉬운 방법을 제시한다. 마치 초등학생도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그럼 이렇게 연습하여 내가 만든 구조가 괜찮은지, 이 글이 잘 됐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저자는 여기서도 복잡한 기준을 들이대지 않는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누군가에게 설명해 보는 것이다. 입 밖으로 말을 꺼내 봤을 때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면, 그리고 상대가 들어서 이해가 쉽게 된다면 그 글은 이미 좋은 구조를 갖춘 것이다. 반대로 머뭇거리면서 설명이 꼬이거나 상대의 주의가 흐트러지기 시작하면 그건 내가 쓴 글의 구조가 어딘가 불편하다는 증거이다.


너무 쉬워 보여 별것 아닌 것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건 단순한 점검법이 아니라 글을 쓰고 다듬는 데 있어서 가장 실용적인 리듬 테스트이기도 하다. 내 글이 설득력을 갖췄는지 독자가 글의 맥락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는지, 이 모든 건 입 밖으로 말해보기라는 아주 단순한 행위 하나로도 확인 가능하다. 저자는 이를 두고 커피 두 잔과 I 성향의 친구 한 명이면 가능하다고 위트 있게 던진다. 다만 글로 전달하는 것은 금물이며 꼭 말로 하라고 한다. 



저자는 창의력이 무(無)에서 솟아나는 천재성이나 번뜩이는 직관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창의력은 방대한 지식과 훈련된 사고력 위에서만 발현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뉴턴과 아르키메데스를 예로 든다. 뉴턴이 미적분이라는 수학적 기반이 없었다면 만유인력의 법칙에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며, 아르키메데스 역시 물리학적 지식이 없었다면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창의력은 축적된 지식의 바닥 위에서만 점화된다고 말한다.


그 외에도 글쓰기에 익숙해지는 방법,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좋은 선생님을 고르는 방법,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법에 대하여 말한다. 마지막 장에 가면 각종 대가에게서 그들의 글에서 방법을 훔쳐 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단순히 이렇게 가져온다는 1차원적인 설명이 아니라 작가 본인이 직접 사용하고 적용한 예시를 들어주기에 처음 자신의 글쓰기 토대를 만들려는 사람에게 꽤 좋은 자료가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에필로그에서 이 방법으로 공모전 수상을 시킨 제자들의 이야기였다. 의심되면 한번 시도해 보시길.



기초 관점부터 대가의 비법까지 설명한 글쓰기 기초서인 제갈현열의 팔리는 글은 처음이라는 이론만 제시하지 않는다.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실전 편에서 직접 체크하면서 실행해야 할 목록이 나온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누구나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글을 쓴다는 공포가 자신도 모르게 사라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게는 자기소개서나 기획서를 크게는 자신만의 책을 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한줄기 빛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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