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미술관 - 문학과 역사가 깃든 독일 미술 산책
류신 지음 / 미술문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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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학을 자주 접하면서 미술과 음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전혀 다른 카테고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서로가 서로에게 녹아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한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를 한창 읽고 있지만 특정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에 내용이 포괄적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독일에 국한되어 디깅한 류신 작가의 사색의 미술관 출간 소식에 꼼꼼하게 읽어 보았다. 작가의 이름만 보고 옆 동네인 줄 알고 처음에 잠깐 망설였는데 너무 매혹적인 내용이어서 찾아보니 한국인이었다.






시대적 배경은 신성로마제국이 생긴 962년부터 1987년까지이며 사조로는 로마네스크 양식부터 아방가르드까지이다. 각 챕터마다 각각의 역사적 배경과 사조, 그에 따른 화가와 특징을 비롯하여 그 화가의 작품 해설이 주를 이룬다. 이때 작품 해설을 읽다가 보면 큐레이터를 옆에 두고 있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꽤 다양하게 설명한다. 작품 자체의 스토리, 작가 개인사에 비춘 해석, 시대적 상황에 맞춘 해석, 작품 속 요소 하나하나의 의미 및 비슷한 작품과의 비교까지 다루고 있어 '사색'이라는 말이 이처럼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모든 작가는 모두 독일인이며 모두 읽고 나면 독일의 역사 및 미술사까지 얼개를 맞출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익숙하지 않은 작가의 이름들이 많이 나오며 그 이름이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그림을 보면 어디선가 한 번씩은 본 작품이기에 퍼즐 맞추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소개해 주고 싶을 정도이지만 여백과 저작권의 문제로 인상 깊었던 몇 가지만 소개한다. 




가장 먼저 색연필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름인 알브레히트 뒤러이다. 그의 이름은 파버카스텔의 수채색연필의 명칭이기도 하다. 그는 독일의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이며 목판화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으로 유명한 것은 참된 수사학의 거울 속 삽화인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풍자 문학의 걸작 바보배의 미루기를 좋아하는 바보 등이 있다. 미루기를 좋아하는 바보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데 바로 타로카드 0번 The Fool 카드의 이미지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대사들로 유명한 독일의 라파엘로 한스 홀바인이다. 아버지, 형, 삼촌, 고모부까지 모두 재능을 타고난 예술가 집안이다. 그는 주로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그가 그린 초상화로는 우신예찬의 저자 에라스무스, 헨리 8세의 사랑놀이에 형장의 이슬이 된 토마스 모어, 독일 상인 게오르크 기제, 헨리 8세, 유클리드 기하학을 강의한 니콜라우스 크라처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하게 사람만 그린 것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오브젝트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구본, 해 시계, 천체의 고도 측정을 위한 반원형 사분면 등은 중세의 신의 시대에서 과학의 시대로의 도래를 알려주고 있다. 한스 홀바인의 경우 새롭게 시도한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바로 그림 속 가상 현실로 들어가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방식이나 화가가 자신의 가족을 화폭에 담은 최초의 예술가 가족화를 그린 점 등이 있다. 사실 그는 가족에게는 그다지 좋은 가장은 아니었다. 예술가로서의 부와 명예를 위하여 항상 타국으로 떠돌았으며 결국은 영국에서 흑사병으로 사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은 예술가라는 마인드를 가진 요제프 보이스이다. 처음 들어보는 예술가인데 독일 낭만주의 회화의 거장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풍경화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와 돌'의 조합을 가장 창조적이며 파격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적인 인물이기에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작가가 '역경의 동지'로 부르기도 하였다. 그는 조각, 오브제, 설치·행위미술 등 전방위로 활약한 아방가르드 예술가이다. 이런 그의 생각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2차 세계대전이었다.




'7천 그루의 참나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는 카셀 시 곳곳에 7천 그루의 참나무를 심어 도심을 숲으로 만들겠다는 생태적 행위예술이다. 첫 그루를 보이스가 싶었으며 하나의 나무를 심고 현무암으로 옆에 이정표를 세우면 한 작품인 셈이다. 이때 참나무는 과거의 상처를 청산한 독일의 재생과 부활, 희망과 미래를 상징하며 현무암은 나치, 히틀러, 2차 세게 대전, 유대인 학살 등 자국의 불편한 과거를 상징한다. 결과적으로 도시 하나가 거대한 전시관이 되었으며 시내에 사는 모든 이가 예술가가 된 셈이다. 






예술 작품을 볼 때마다 언제나 갑갑했던 부분은 각 국가별 상징성을 알 수 없어 눈으로 뻔히 보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가령 참나무의 경우 온갖 시련과 고통을 견디고 생존한 독일인 특유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그 이유는 아리안족이 참나무를 신이 선택한 성스러운 나무로 숭배하였기에 그들에게 영혼의 부활과 갱생의 상징으로 각인된 것이라고 한다. 덕분에 그림마다 시대는 달라도 참나무가 그려진 작품이 여럿 눈에 들어왔다.




초록색의 양가성에 관한 부분도 기억에 남았다. 초록색은 보통 편안한 컬러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는 기쁨과 환희의 색이며 중세 시대에는 사랑의 출발을, 초록빛 포도 덩굴은 신의 은총과 사랑의 기쁨을 암시한다는 설명을 읽고 나서 그림을 보니 단순한 한 폭의 이미지가 아니라 작가가 형태로 쓴 한 장의 편지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런 초록색도 쓰기에 따라 슬픔과 우울을 나타낼 수도 있음을 각각의 작품으로 비교한 작가의 센스에 매우 감사했다.




류신 작가의 문학과 역사가 깃든 독일 미술 산책 사색의 미술관은 딱딱한 작품 설명이 아닌 사람을 위주로 된 한 국가의 국민성과 그들이 세월에 수긍하거나 저항하는 모습을 깊게 이해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책이다. 책 한 권으로 독일의 각종 예술 사조, 문학, 신화, 역사, 국민의 정서까지 살필 수 있는 교양서적이기에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누구라도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이다. 시야를 넓힐 기회를 얻을 수 있기에 개인적으로 별 다섯 개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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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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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의 순례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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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 할 권 수가 줄어드는 것에 아쉬움이 생겨 아껴서 읽던 북하우스에서 역사 추리 소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고행의 순례자를 완독했다. 처음 역사 추리 소설이라는 것과 정세랑 작가의 적극 추천이라는 말만 믿고 시작한 시리즈인데 이렇게 빠져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 미스터리이니 사건에 빠져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카테고리의 작품에서 등장인물에 깊은 매력을 느껴 그들의 대사를 여러 번 읽어보기는 처음이다. 그럼 작품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작가 소개와 역사적 배경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역사적 배경>







북하우스에서 역사 추리 소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고행의 순례자의 역사적 배경은 1141년 4월 모드 황후는 윈체스터에서 열린 성직자 회의에서 잉글랜드의 레이디로 선출되어 왕위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6월 대관식을 위해 런던으로 온 그녀는 거만한 행동과 과도한 세금을 요구하여 결국은 모두의 분노를 가져오게 되었다. 결국 그녀는 신변의 위협을 느껴 옥스퍼드로 피신한다. 이때 마틸다 왕비(스티븐 왕의 아내) 그들을 추격하여 글로스터의 백작 로버트를 생포한다. 









로버트 백작과 스티븐 왕을 교환하는 협정으로 유폐에서 풀려난 왕은 세력을 재규합하여 1141년 9월 윈체스터에서 벌어진 회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모드 황후는 1142년 옥스퍼드에서 포위되었으며 그해 말 가신 일부만 거느린 채 노르망디로 도주한다. 5년 후 헨리 2세가 용병을 모아 반란을 일으키지만 1차에서는 실패하였고 1153년에 재침략하여 스티븐과 스티븐 사후 차기 왕위 계승을 헨리 2세 자신에게 하겠다는 윌링포드 조약을 체결한다. 이후 스티븐은 죽을 때까지 왕좌를 지켰다.




<줄거리>







북하우스에서 역사 추리 소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고행의 순례자 죽은 자의 몸값에서 배경이 되었던 링컨 전투 이후 두 달이 흐른 뒤의 이야기이다. 1141년 5월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헨리 주교를 중심으로 모인 성직자 협의회에 다녀온다. 이 모임은 모드 황후를 왕으로 인정하는 자리였다. 앞에서부터 읽어오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헨리 주교는 스티븐 왕의 막냇동생이다. 형에게 충성을 맹세했으나 포로가 된 지금 교묘한 말 솜씨를 부려 그녀를 인정하였는데 향후 그의 앞날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 마틸타 왕비가 보낸 전령이 도착하게 되고 그녀의 전언을 알려주지만 거부당한다. 이 전령 또한 성직자였으며 결과가 어찌 되었든 할 일을 끝내고 돌아가려는 길에 괴한이 나타나 죽이려고 한다. 이를 본 황후 진영의 한 기사가 그들과 맞서 싸운다. 다행스럽게 성직자는 무사히 도망을 갔지만  그를 도운 기사는 사망하게 된다. 이 소식을 가지고 라둘푸스 원장은 수사들에게 기도를 부탁하며 곧 있을 성 위니프리드 축제에 만전을 기하라고 한다.









이 축제일에 성 위니프리드의 관에 손을 얹거나 소원 기도를 하면 어떤 경우에는 작은 기적이 일어난다. 덕분에 수도원에는 불치 병자, 장애인, 기타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다. 긴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는 그들의 주머니를 털기 위해 모인 못된 이들도 함께 하기 마련이고. 이렇게 모인 사람들 중에는 친구 관계의 두 남자도 포함되어 있다. 한 명은 매슈, 다른 하나는 키아란. 이들은 모두의 눈에 띄웠는데 바로 키아란의 차림새 때문이었다.









키아란은 목에 큰 십자가를 매고 맨발로 아주 먼 남쪽 지방에서부터 걸어서 매슈와 함께 이곳에 도착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들의 배경을 궁금해하는데 키아란은 말한다. 자신이 불치병에 걸려 죽은 자들의 꿈의 장소로 고행을 하는 중이라고. 이에 캐드펠은 그의 발과 목을 정성을 다해 고쳐준다. 드디어 성 위니프리드 축제의 날. 갑자기 키아란이 사라지고, 매슈는 사색이 되는데 과연 이들의 진짜 정체는 무엇이며 사랑하는 사람조차 내팽개칠 정도로 그들의 관계는 무엇일까?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한없이 흩어진 레고를 깔끔하게 조립한 느낌이 들 정도로 탄탄한 구조에 놀라게 된다.







<나의 생각>









북하우스에서 역사 추리 소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고행의 순례자를 읽으며 지난 시간에 공부한 역사적 배경이 고스란히 나왔다. 작가가 그만큼 역사를 꿰고 그에 맞춰 갖은 사건을 픽션으로 만들어 넣었다는 것에 놀라움이 일었다. 또한 이번 편은 지금까지 소개한 작품의 종집결지 같은 느낌이었으며 다음 작품에서 사건이 제발 지금까지 책에 나왔던 선한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다음 책에 대한 밑밥도 작가는 부지런히 깔아 놓았다.









블로그 이웃 중에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현재의 책은 재출간이다) 마지막 권까지 다 읽으신 분이 있다. 처음에 미스터리물을 어떻게 스무 권까지 다 읽었을까? 끈기가 대단하다고 느꼈지만 막상 읽고 나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작가는 이 책을 드라마화되리라는 것을 알고 쓴 것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절단신공자였다. 보통 미스터리물은 사건이 해결되면 긴장도가 확 풀어진다. 그러나 그녀의 책은 마지막에 다음 권을 보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사안과 역사적 배경으로 중무장을 하고 끝내는 그녀의 방식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북하우스에서 역사 추리 소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고행의 순례자의 후기를 올리면서 캐드펠 서포터즈 2차의 활동이 모두 끝났다. 처음에 긴가민가한 마음으로 시작한 1권에 바로 몰입되어 딱 중간까지 온 셈이다. 나머지가 아직 출간 전이기에 볼 수 없다는 것에 갈증이 느껴지지만 기다림 후의 맑은 물 한 잔은 더욱 상쾌하고 소중하리라 여기며 아쉬움을 애써 눌러 본다. 역사 소설이나 추리 소설, 종교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이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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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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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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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독서 삼매경에 빠지면서 이렇게 멋지고 좋은 글을 쓰는 작가를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하며 안타까웠던 적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슈테판 츠바이크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가 생을 마감하기 2년 전의 기록을 모아서 만든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그의 미공개 에세이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에 어떤 마음을 가지고 스스로의 생명을 끊었는지 고스란히 느끼면서 그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미공개 에세이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는 생애 마지막 2년 동안 쓰인 것이라고 하기에는 생각보다 어둡지 않다.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그 이유는 회고록에 가까워서인지 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의 일화만 적힌 것이 아니라 그의 학창 시절 이야기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그의 진한 후회와 아쉬움이, 어떤 챕터에서는 큰 깨달음이, 또 다른 챕터에서는 작가로서의 사명 등 주제가 다양하여 묵직하지만 독자가 미치도록 감정적이지 않게 조율이 꽤 잘 되어 있다.







총 아홉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인상 깊었던 몇 가지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가장 먼저 나에게 돈이란이라는 이야기이다. 독일이 전쟁 배상금(1차 세계대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만든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국민들. 깨진 창문을 교체하는 비용이 일주일 전의 4층짜리 건물 가격보다 더 비싸지는 기이한 돈의 미친 죽음의 춤을 그들은 무려 3년을 버텼다. 이 스토리는 아마 현재의 짐바브웨나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보면 피부로 느낄 것이다.







물론 작가가 이 하이퍼인플레이션 자체를 말하려던 것은 아니다. 이 책 전체의 그의 시각은 항상 일정했다. 순간의 시간이 아닌 길게 지속된 시간의 결과를 그리려는 의도가 전반에 깔려 있어 이 챕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처음에는 당황했던 이들이지만 점차 돈의 신뢰도를 믿지 못하면서 자신들이 신뢰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에 더욱 매진했다. 바로 일, 사랑, 우정, 예술, 자연 등등. 먹고살기도 힘든 상황에 이전의 3년 치 생활비로 오페라 티켓을 사면서. 그러면서 우리의 진정한 안전에 대하여 정의를 내린다. 그것이 돈이 아니라고.







다음으로 이 책의 제목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 어두운 시절에이다. 이 에피소드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을 읽을 때마다 생각이 날 것 같이 뇌리에 박혔다. 그는 오스트리아인이다. 독일인들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후 독일인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독일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모두에게 부끄러움의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그. 하지만, 작가이기에, 그렇게 죄스러움을 가지게 만든 그들의 언어이지만 자신이 가진 유일한 무기이기에 독일어를 버리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그는 말한다. 밝은 대낮에는 우리가 별을 볼 수 없듯, 삶의 신성한 가치 또한 평온하게 살아 있을 때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별이 영원히 찬란하게 반짝이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어두운 하늘이 필요하듯 우리가 영혼과 자유를 우리의 육체에서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둠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쫓겨난 오스트리아인이 독일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죄스럽다고 고백하는 사람의 말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동안 살면서 어떤 심정으로 글을 썼는지가 느껴져서 저절로 가슴이 먹먹해졌다.







전 에피소드가 다 좋았기에 몇 가지만 추리기에 너무 고민을 많이 했다. 필요한 건 오직 용기뿐에서는 학창 시절의 그가 얼마나 길게 후회를 하면서 다짐했으면 환갑이 다 된 나이에 에세이로 작성을 했을까 싶었고, 로댕과의 만남에서 얻은 영원한 교훈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배웠으면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이야기인 하르트로트와 히틀러를 보면서 작가의 상상력이 상상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보면서 기이함과 소름 끼침을 번갈아가면서 느낄 수 있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를 읽고 나면 현재 우리가 겪는 어지간한 어려움은 어려움으로 느껴지지도 않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상상하기 힘든 고통의 시대를 걸었던 그의 이야기. 김겨울, 김하나 작가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그의 미공개 에세이이다. 평소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을 좋아하던 사람, 현재 자신이 나아갈 앞길은 고사하고 코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갇혀 있다고 느끼시는 분, 삶의 용기를 조금 더 내보고 싶은 분이라면 읽고 났을 때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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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한국경제 대전망
류덕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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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등의 이유로 뉴스를 접한 사람들의 최대 이슈는 미국의 대선이다. 그 결과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었다. 뉴스에서 표면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만으로 우리가 향후 국제 상황을 모두 이해하기에는 어렵다. 류덕현·이근 외 31명의 작가들이 출간한 2025 한국경제 대전망은 트럼프 당선 이후의 경제 변동에 대하여 공약별, 중국, 유럽,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별로 나누어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여 향후 경제 전망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준다.


2025년에는 지정학적 위험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지면서 각국의 자국 이익 확대를 위한 각고의 노력이 지속될 예정이다. 미국의 대선과 금리 정책, 중국의 부동산 경기와 첨단 제조업 발전, 일본의 엔화 약세 조절, 인도의 고성장 지속 여부, 유럽의 과도한 난민 유입으로 불거진 사회 문제, 골드만 삭스가 내놓은 전망 중 경제 대국으로 등극할 전망인 인도네시아 등의 국제적인 상황부터 각 저자별로 나누어서 상세하게 3부 중반까지 다루었다.



3부 나머지에서는 조금 더 경제 이론에 입각한 전망을 설명하였다. 현재 복잡해진 통화·금융 정책,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문제, 미국 대선의 나비 효과로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현상, 주식과 부동산 전망까지 다루었다. 이런 문제들을 국제 정세를 적용하여 대한민국의 경제전망을 비롯하여 향후 나아갈 방향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현재 트럼프가 내놓은 공약을 기준으로 하나씩 분석하여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부분에서는 표면적인 공약만 다룬 것이 아니라  지난번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와 상세하게 비교하였다. 


그렇다고 무작정 핑크빛 희망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읽으면서 적나라한 우리나라 산업의 미국 의존도를 말하는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의 형편에 쓴 물이 올라왔다. 4부에서는 한국의 첨단 산업인 K-팝, 반도체, 전기차, K-배터리, K-방산, 바이오헬스, 플랫폼 산업, 생성형 AI 산업까지 폭넓게 다루었다. 이런 부분에 모두가 경계하는 중국 침투를 극복할 방법 제시 및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산업의 현시점과 과제 및 미래의 모습까지 상세하게 서술하고 한다.



마지막 5부에서는 눈에 확연하게 보이는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점점 각국에서 사용하는 정책들과 한국이 현재 가진 문제점 그리고 각종 조세와 재정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안타깝지만 어느 한 기관이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저출산의 문제, 점차 많은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과제, 향후 글로벌 부유세의 실현 유무, K-푸드의 미래까지 상당히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에필로그에서는미중 갈등의 예상 방향까지 다루고 있어 투자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읽으면서 인도와 인도네시아 관련 부분이 꽤 인상적이었다. 대규모 인구 규모, 넓은 영토, 발전 가능성, 저렴한 인건비 등에 대하여 서술하지만 겨우 타결된 삼성전자 인도 공장 파업 건을 보면 아직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할 때인 것 같다. 2024년도 수월하지는 않았던 해이다. 여기에 2025년부터는 장밋빛 희망이 가득하다고 말해주고 싶은 심정은 굴뚝같지만 올해 못지않게 살얼음판을 걸어야 하는 해로 남을 것 같다.



그동안 신문을 보고 공부를 열심히 해오신 분이라면 큰 틀에서 정리를 하면서 2025년을 그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제 갓 경제 공부를 시작하는 분이라면 전체적으로 국제 정세가 어떻게 흘러가며 이것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간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미국의 대선이 끝났다. 트럼프 당선 이후 경제 변동을 각국에 적용하여 그것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까지 상세하게 설명한 류덕현·이근 외 31명의 작가들이 출간한 2025 한국경제 대전망으로 새해를 준비하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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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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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몸값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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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으면서 책을 덮고 가장 길게 여운이 남은 책이 북하우스에서 역사 추리 소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죽은 자의 몸값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까지 읽은 아홉 권 중에서 가장 중세 전쟁에 관하여 잘 드러난 부분이 아니었을까 한다. 단순하게 약속을 지켰으면 끝이라는 마인드가 아니라 깔끔한 이행을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나, 말로 한 서약만으로도 서로를 믿어주는 모습 등등. 지금까지의 내용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던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 역사적 배경 설명 >



잉글랜드의 왕인 헨리 1세가 죽고 난 후 그의 딸인 모드 황후를 제치고 스티븐이 왕이 되었다. 이후 둘은 서로 자신이 잉글랜드의 왕이라 주장하며 내전이 일어났다. 스티븐 왕은 1138년 글로스터 로버트 백작이 정통 계승자가 마틸다(모드 황후의 이름)라고 주장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내전 초기에 스티븐 왕은 전투에서 여러 번 승리를 하지만 몇몇 주교들이 마틸다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모두 체포한다. 이에 교황의 서신에도 불구하고 풀어주지 않으면서 그는 성직 제후들의 지지를 잃고 만다.






죽은 자의 몸값의 배경 시기인 1141년 2월엔 링컨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스티븐 왕은 생포당하고 만다. 이후 두 달 뒤 4월 마틸다는 대관식을 위해 영국으로 왔다. 그러나 그녀의 과한 세금과 거만한 행동으로 인하여 귀족들의 분노를 가져왔고 이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 모드 황후는 옥스퍼드로 피신한다. 이때 글로스터의 로버트 백작을 생포하게 되고 이후 스티븐 왕과 서로 교환하게 된다. 같은 해 9월 스티븐 왕은 윈체스터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었으며 이듬해 포위된 마틸다는 노르망디로 도주한다. 




<줄거리>





1141년 2월. 잉글랜드 북부에서 백작들이 반란을 일으켜(8권 마지막에 메리엣의 형과 그의 친구가 가담한 반란) 스티븐 왕이 친히 부대를 이끌고 전투를 하러 갔다. 거기에 슈롭셔 주 행정장관이 길버트 프레스코트와 휴 베링어도 참전했으며 안타깝게도 이 전투에서 스티븐 왕과 행정장관이 포로로 잡히게 된다. 슈롭셔 주 고드릭 포드의 수녀원도 공격을 당했으며 이는 웨일스의 통치자 오네인 귀네드의 동생 무리였다. 이 전투에서 엘리스는 죽기 직전에 이곳 수녀들에 의해 발견되어 생명을 건진다.







수녀는 포로인 그를 행정 장관의 보좌관인 휴 베링어에게 넘긴다. 잉글랜드 어를 알아듣는 것 같지만, 못 알아듣는 척 웨일스 어로만 내도록 말하는 모습에 휴는 웨일스 출신인 캐드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캐드펠은 말한다. 네 가치가 높으면 우리의 행정장관과 포로 교환을 하려고 하니 잘 협조 좀 하라고. 이에 엘리스는 깔끔하게 협조한다. 이때 눈앞에 여신같이 아름다운 여성이 등장하여 엘리스는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행정장관의 딸인 멜리센트에게 빠진 엘리스의 사랑이 막막하기만 한데.







휴의 이종사촌을 그곳에 담보로 잡아 놓고 행정장관이 도착하는 대로 엘리스를 석방하기로 서로 협정을 맺는다. 엘리스의 사촌인 엘리드를 포함한 웨일스 사람들이 갖은 노력을 하여 거의 다 죽어가는 모양새이지만 프레스코트는 무사히 도착했다. 이제 엘리스는 포로 신분에서 벗어나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행복한 상황이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다. 그 사이에 멜리센트와 서로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그래서 미래의 장인에게 애원이라도 해 볼 요량으로 그의 병상으로 찾아갔으나 담당 수사에게 걸려서 쫓겨나게 된다.



그냥 떠나려고 하는 찰나에 행정장관이 살해된 것을 캐드펠이 모두에게 알린다. 알리바이가 완벽한 웨일스 인만 미리 보내어 사정을 설명하게 하고 나머지는 모두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수도원 안에서 나갈 수 없게 된다. 멜리센트는 우리의 사랑을 막는 모든 것은 죽음을 불사하고 치우겠다는 엘리스의 말 때문에 그를 의심하고 너무 상심한 그녀는 고드릭 포드의 수녀를 따라 수녀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그곳으로 가버린다. 도무지 범인을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이들의 사랑은 과연 무사할까?



<나의 생각>







북하우스에서 역사 추리 소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죽은 자의 몸값까지 오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범인은 마지막 몇 페이지에서 확실해진다. 범인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으면서 책 한 권이 거의 끝나면 고구마 백 개 먹은 기분이 들어야 하는데 그런 것조차 없다. 게다가 마지막 몇 페이지에서 범인이 밝혀지면서 마무리를 하면 어색함과 급함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이런 것도 없었다. 시청률이 매우 높은 드라마조차 끝날 무렵엔 급하게 마무리됨을 느끼는데 이런 것이 작가의 역량 차이가 아닐까? 








이번 죽은 자의 몸값은 이전 시리즈와 달리 즐거움뿐만 아니라 묵직한 울림까지 있어 책을 덮고 나서도 자꾸 생각이 난다. 그것은 바로 용서의 의미이다. 그것도 자잘한 잘못이 아닌 자신의 부모를 죽인 사람에 대한 용서. 과연 나라면 멜리센트처럼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용서라는 방법을 택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이미 잡은 범인이며 저항의 의지는 전혀 없고, 자백과 증거는 차고도 넘쳐 완벽하게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데 말이다.






물론 용서는 멜리센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스로가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모시는 직속 상관의 범인을 자기 손으로 잡은 휴 베링어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상황은 북쪽에서는 모드 황후 편에 선 반란군이, 서쪽에는 웨일스 인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며 자신들의 군주인 스티븐 왕은 포로로 잡힌 상황이다. 휴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마지막으로 기댈 곳이 사라진 셈이다. 아마 나라면 용서할 수 있었을까? 성향상 지난한 복수보다는 깔끔하게 법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 형량을 주었을 것 같아서 더 고민이 되었다.






세상의 법과 신의 정의, 죄와 벌 사이에서 수많은 생각을 들게 한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죽은 자의 몸값였다. 아니! 추리 소설은 재미있으려고 읽는 것이 아닌가! 여기에 이런 생각할 거리라니! 뭔가 어린 시절 사탕을 사 먹었는데 다 먹고 나니 그 안에 풍선껌을 만난 기분이랄까? 정세랑 작가가 극찬한 작품이니 나를 믿기보다 그녀를 믿고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극중 인물들의 매력에 빠져 옆에 있는 사람이 조금 못나 보이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후회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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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협찬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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