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수업 - 삶에서 무엇을 지켜낼 것인가 스토아철학 4부작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경희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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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이웃들이 꾸준하게 필사하는 책으로 『데일리 필로소피』를 많이 선택하는 것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꾸준하게 무엇인가를 지속하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읽기만 했던 도서였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으면서 마음에 콕콕 박히는 말들이 많아서 주변에 가끔 선물하는 책이다. 같은 작가가 이번에 신간을 냈다고 하여 기대감을 가지고 첫 페이지를 폈는데 예상했던 대로 여전히 촌철살인 같은 언어를 담고 있었다. 이 도서의 강점은 내용도 좋지만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다산초당에서 출간한 라이언 홀리데이의 정의 수업은 많은 이가 눈여겨보아서인지 출간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교양 철학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이 책은 스토아 철학 4부작 시리즈 용기, 절제, 정의, 지혜 중 세 번째 책이다. 보통 스토아 철학을 말하면 어려워서 고개를 흔들기 마련인데 의외로 철학 자체는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아 검색 없이 소설책 보듯이 술술 읽을 수 있다. 특히 수많은 인물들의 일화를 먼저 소개한 후 이후 챕터의 주제를 말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고 이해가 쏙쏙 된다.




직접적으로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을 언급하기보다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트루먼 대통령, 고대 로마 장군인 마르쿠스 아틸리우스 레굴루스,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F. 스콧 피츠제럴드를 발굴한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의 어린 시절 이야기, 야구선수 프랭크 로빈슨, 나이팅게일, C.S 루이스, 일본의 승마 선수인 슌조, 인도의 간디 등 시대와 위치를 막론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일화가 나온다. 그래서 매우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으며 이들이 잘한 것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수한 것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 누구나 공감하기 쉽다. 



개인적으로 193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기도 슌조라는 일본인 승마 선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아마도 경쟁 사회에서 사는 현대인이라면 읽으면서 무엇인가를 느낄 것이다. 그는 선두로 달렸으며 마지막 점프를 앞둔 상황에서 더 뛰지 않고 말을 세웠다. 그래서 승리를 놓쳤다. 그가 말을 그만 뛰게 만든 이유는 말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리보다 말을 살리는 길을 택한 것이다. 지금도 캘리포니아 산길 한곳에 위치한 우정 다리에 가면 그의 스포츠 정신을 기리는 명판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살면서 정의라는 용어를 굉장히 많이 듣고 산다. 용어 자체에는 공정뿐만 아니라 봉사, 동료애, 선량, 친절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어릴 때 배웠던 의미는 점차 퇴색이 되어 가고, 언젠가부터 삶에서 정의는 공평함을 바탕으로 하는 공정의 의미로만 인식되고 있었다. 또한 스스로를 다스리는 개념보다는 타인의 말과 행동을 재단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되어 버렸다. 게다가 이것을 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기에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해버린 일쑤이다. 나만 선량하게 살면 나만 손해를 본다는 말로 규정하면서.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당연하게 타인의 시선도 신경을 쓰게 되고, 각자의 자리에서 타인이 만들어 놓은 환경 안에 함께 살아간다. 그러나 그 깊은 속을 들여다보면  이는 다른 말로 삶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지 않다는 말이 된다. 나에게 들이대는 잣대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만들어 재단한다는 말이며, 또 다른 의미로는 내가 만드는 사회가 아니라 남이 공평하게 만든 사회에 살아지는 것. 그래서 날이 갈수록 냉소적이 되어 가고, 무기력한 삶을 살게 된다.



따지고 보면 이런 태도를 고수하게 되면 스스로 삶에서 무엇을 지켜낼 것인가에 관한 올바른 답을 내리지 못하게 되고 그 피해는 스스로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그러니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삶이라는 큰 명분도 좋지만, 살아야 할 의미를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이를 위한 방법이 저자는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것을 하나씩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 말로 바꾸면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를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시전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그간 정의라는 용어를 얼마나 잘못 사용하고 있었는가였고, 엄청 어려운 철학적 용어를 쏙 빼고도 이렇게 마음을 두드릴 수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책의 전반부터 후반까지 꾸준히 중요한 결정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이 되며 타인이 보지 않아도 스스로를 단속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읽히게 하려고 썼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신뢰도가 엄청 높아졌다. 적어도 자신의 자식에게 나쁜 것을 주는 부모는 없을 테니 말이다. 읽어보자는 말이다.




<읽으면 좋은 사람>


▶ 삶의 갈피를 못 잡고 있으신 분


▶ 무기력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으신 분


▶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으신 분


▶ 미래의 대한민국 주역들



#정의수업 #라이언홀리데이 #다산초당 #다산북스 #데일리필로소피 #스토아철학4부작시리즈 #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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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의 여행
자오정 지음, 채경훈 옮김 / 시그마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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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올해의 마지막 교양 과학 서적으로 선택한 책이 아인슈타인부터 스티븐 호킹까지 우주를 탐구하는 여정이 담긴 자오정의 우주로의 여행이다. 이번 한 해 평균적으로 매달 한 권의 관련 서적을 읽었다. 어떤 도서는 공식이 너무 많아 울면서 읽었고, 어떤 책은 과학자의 이름이 너무 많이 나와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노트가 새카맣게 필기를 하면서 읽었다. 이 과정을 거친 후 쉽게 쓰인 교양 과학 서적을 손에 잡아서인지 검색을 거의 하지 않고 읽을 수 있어 뿌듯함이 느껴지는 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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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정의 우주로의 여행은 기존의 교양 물리 서적과 차이점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도서였다. 가장 먼저 보통 처음 이론을 제시하여 그 이론이 누구에 의하여 어떻게 발전했는가가 보편적인 내용이다. 그래서 몇 권 읽다가 보면 매번 나오는 과학자와 이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 책은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단순히 과학적 업적을 넘어서 그들의 일생 전체를 이야기하고 있어 일반인이 접근하기에 까다롭지 않다. 조금 더 깊게 서술한 위인전을 읽는 기분이랄까?



두 번째 차이점은 기존의 서적들이 성공한 이론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주로 다룬다면 이 도서는 실패하여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던 이론을 많이 다룬다. 즉, 어떠한 것에 살을 하나씩 덧붙인 발전이 아닌, 하나의 이론을 만들기 위하여 틀린 부분을 하나씩 잘라내고 거기에 새로운 것을 이식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한달까? 이것의 차이점이 별로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읽다가 보니 오히려 이해하기가 쉬워서 작가의 접근 방식에 감탄하는 부분이 꽤 있었다.




세 번째로 다른 도서와 다른 점은 중국인 작가가 써서 그런지 용어의 차이가 여러 군데에서 느껴졌다. 보통 이런 경우 헷갈려서 눈살이 찌푸려지기 마련인데 의외로 친숙함이 느껴져 의아할 정도였다. 단적인 예로 인류가 발견한 첫 번째 백색왜성인 시리우스 별에 관한 설명이다. 우리는 서양 천문학으로 처음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당연하게 시리우스라는 명칭에 익숙하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를 두고 천랑성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판타지 소설을 너무 많이 봐서였을까? 용어가 오히려 익숙했으며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이 부분은 지난번 중국 과학자가 쓴 책에서도 느낀 점이었는데 딱딱하기 그지없는 과학 도서에 과거 중국의 전설이나 역사서에 나오는 내용이 자주 나온다. 게다가 초신성 등에 관한 과거의 연구 기록을 소개할 때 동양의 연구 기록까지 소개하고 있어 같은 동양인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아무래도 천문학이라고 하면 이집트나 중동 그리고 그리스를 떠올리기 쉬운데 동양 작가가 쓴 책에는 우리가 어디에선가 한 번쯤 들었던 내용과 문헌이 소개되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상대성 이론과 별의 진화이며 그 과정에서 블랙홀과 시간과 공간의 왜곡 등이다. 중간에 공식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것을 물리학 시험지를 풀 정도로 어렵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기에 과학적 지식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만유인력과 관성에 관한 설명을 보통은 우주의 행성으로 설명하는 책이 많다. 하지만, 이 도서에서는 팽팽하게 잡아당긴 침대 시트에 무거운 공을 던져지고 이후 작은 공을 던진 것으로 설명하기에 읽으면서 바로바로 상상이 되어 저절로 이해가 되었다.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태양의 현재 상태와 미래 상태에 관한 부분이었다. 보통 별은 기체 상태의 성운에서 우리가 흔히 별이라고 부르는 주계열성으로 변한 후 적색거성을 거쳐 백색외성 후 흑색외성이 되는 경우와 기체 상태의 성운에서 주계열성으로 변하여 별이 된 후 적색 초거성이 된 후 초신성 폭발이 되어 중성자별과 블랙홀이 되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 우리의 태양은 첫 번째 케이스이다. 



따라서 현재 태양은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기에 우리는 별이라고 부르는 주계열성 상태이다. 아! 하나 덧붙이자면 태양계의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으니 별이 아니다. 태양이 흔히 타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 이는 틀린 말이며 1초에 수천 개의 수소 폭탄을 터트리는 효과를 내는 핵융합반응을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질량은 감소하며  E=mc²에 따라 에너지로 전환된다. 보통 이 과정이 100억 년 정도 이어지는데 이미 태양이 이런 상태를 50억 년 정도 유지했으니 남은 기간도 동일하다.




50억 년이 더 지난 후에 태양은 점점 더 커지며 점차 수성과 금성을 비롯하여 태양계의 모든 행성을 집어삼키게 될 것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그러나 이 상태에서 각 행성에서 생명체가 살아갈 수는 없지만 태양에게 집어삼켜진 후에는 그 안에서 공전을 지속하고 있다는 내용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이론대로라면 화성으로의 대이동은 잠시간의 생존의 역사를 이어갈 수는 있지만 결국은 멸망이라는 단계를 걷게 된다. 일론 머스크의 노력도 어느 순간 끝을 맞이하게 된다는 말이다.



아인슈타인부터 스티븐 호킹까지 우주를 탐구하는 여정을 그린 자오정의 우주로의 여행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중국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 점이다. 그들의 전설, 문헌, 호킹을 끌어와 이야기하는 만리 장성 등등. 그러나 이런 부분을 제외하면 교양 물리학 입문 서적으로 꽤 유용한 편인 도서이다. 특히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하여 수학과 과학 그리고 중국어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 일상의 용어로 번역한 채경훈 옮긴이의 역량을 꽤 엿볼 수 있었다. 



<읽으면 좋을 사람>


▶ 우주 이론에 관심 있는 분


▶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이 궁금한 분


▶ 물리학에 관심 있으신 분


▶ 상대성 이론과 양자 이론이 궁금한 분


▶ 누구나



#우주로의여행 #자오정 #아인슈타인 #스티븐호킹 #양자물리학 #블랙홀 #화이트홀 #상대성이론 #특이점 #항성과우주의 진화 #교양과학 #쉬운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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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
도진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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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읽은 도진기 작가의 애니 덕분에 그의 작품들이 궁금해진 찰나에 청소년 인문 교양 도서로 이번에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가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제목만 보면 여느 추리 소설로 느껴지겠지만 이 도서는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나라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근간을 설명하고 있다. 목차만 보아도 호기심이 절로 생기지만 모든 사례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도록 재구성되어 묵직한 내용이지만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청소년 인문 교양 도서로 이번에 출간된 도진기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를 담은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의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고정적으로 등장하는 이는 염라 판사, 욱 검사(욱하는 성질 때문에 붙은 별명), 소크라테스 변호사이다. 나머지는 모두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이곳은 인간 세계에서 살다가 죽은 후 바로 오는 연옥이다. 여기에서 재판을 받은 후 무죄면 천국으로 유죄면 지옥으로 떨어져 형벌을 받게 된다는 설정이다.



책 제목이기도 한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라는 챕터에서는 법과 도덕의 차이를 설명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다. 부작위로 인한 살인으로 검사는 성냥팔이 소녀를 죽인 범인으로 지나가는 행인을 피고인으로 등장시킨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논리적인 변호로 결국은 무죄를 받고 천국으로 가게 되는데 사실 이 책의 포인트는 재판의 결과에 있지 않다. 바로 재판의 절차에 관한 부분에 주요 쟁점이다.



먼저,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형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가는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등이 있으며 명시되어 있지 않은 국가로는 한국, 영국, 미국 등이 있다. 이 재판에서 주요 쟁점은 책임 의무의 한계와 죄형법정주의이다. 즉, 법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죄가 형성되지 않으며 당연하게 처벌되지도 않는다. 성냥팔이 소녀의 경우 심정적으로는 안타까워 검사가 이 부분을 피력하지만 이는 법과 도덕의 선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며 소크라테스는 반론한다.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사례는 타이태닉호의 디카프리오가 케이트를 밀치고 혼자 살아서 회부된 재판이다. 검사는 그가 케이트를 밀치지 않았다면 혹은 같이 널빤지에 매달려 있었다면 죽지 않았기에 그는 살인죄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아! 영화와 달리 이 스토리에서는 잭이 살고 로즈가 죽는다. 물론 이 재판도 형법에서 범죄의 결과는 있지만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어 범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 예외 규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당방위와 비슷한 케이스라고 보면 된다.




소크라테스는 이 변론을 위하여 '카르네아데스의 판자' 이론을 끌어온다. 이것은 홍수가 났을 때 나무판자 한 개에 한 명만 지탱이 가능한 경우이다. 이때 먼저 나무판자를 점유한 A가 다가오는 B를 익사시키고 나무판자를 고수했을 때 과연 A는 살인죄가 성립되는가의 문제이다. 우리 형법에서는 재난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행한 행동은 긴급 피난에 해당하여 처벌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때에도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그 이유보다 과잉 행동을 하는 것은 처벌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가장 유쾌하게 읽었던 판례를 소개한다. 바로 암행어사 없이 춘향이 재판이 열린다면이라는 챕터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변 사또는 자신의 수청을 들지 않는 춘향을 잡아와 대뜸 외친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이에 염라 판사는 재판의 절차가 잘못되었다며 지적을 한다. 이 재판에서 절차의 하자는 증거재판주의를 어겼다는 것. 오로지 변 사또의 마음에 따라 죄의 유무가 나뉘는 것은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며 강력하게 주장한다.




결국 변 사또는 춘향을 무죄로 방면하게 된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다지 재미있는 것이 없다. 이들이 연옥에서 조선시대로 시공간을 이동할 때 기차를 타고 간다. 그 이름도 유명한 은하철도 999. 여기에서 염라 판사와 소크라테스는 메텔을 만나게 된다. 돌아오는 길에 메텔에게 왜 그곳을 다녀오냐고 물었더니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수줍게 대답한다. 그 남자 친구가 철이냐는 말에 메텔은 절대 아니며 여자 친구를 사귀어 본 적도 없는 남자라고 한다. 누구냐는 물음에 그녀의 답이 정말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시길.




과거에 나름의 이유가 있어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달달달 외웠던 적이 있었다. 모든 학문이 그러하듯 법학도 총론과 각론으로 나뉘는데 청소년 인문 교양 도서인 도진기 작가의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는 모두 총론에 관한 내용이다. 즉, 판례라는 사례를 들고 왔지만, 하나하나의 법리를 따지기보다 각각의 법이 적용되는 큰 공식을 설명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독자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용어까지도 전문 용어보다는 일상 언어를 사용하였다. 그래서 법학 관련 서적이지만 매우 쉽다. 



개인적으로 과거에 공부할 때 가장 머리를 쥐어 뜯게 만든 파트가 미필적 고의와 과실 그리고 착오에 관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본문에서는 이것마저 굉장히 이해하기 쉽게 나와 있어 작가가 꽤 글을 잘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마지막 재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를 볼 수 있다. 이 책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법 상식을 설명한다. 적어도 몰라서 두려움에 떠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읽으면 좋은 사람>


▶ 성인이지만 법의 기본이 궁금한 사람


▶ 청소년은 무조건


▶ 처음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접하는 사람




#성냥팔이소녀는누가죽였을까? #도진기 #청소년인문교양 #법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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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페인 미술관의 도슨트입니다 - 반항, 분노, 사랑, 열정을 품은 스페인의 화가와 작품들
이안(iAn)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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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달 잊지 않고 보려고 노력하는 카테고리가 대중예술이다. 사실 음악이나 예술은 문외한에 가까웠지만 6개월 이상 꾸준하게 관련 도서를 읽었더니 이제 들어본 미술가나 음악가도 꽤 나와 거부감 없이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달에는 독일 예술에 관하여 중점적으로 다룬 책을 보면서 그들의 역사와 국민성이 가미된 진정한 그들만의 예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현지 미술관의 도슨트로 재직 중인 이안 작가의 미술사를 다룬 『나는 스페인 미술관의 도슨트입니다』를 보며 공부한 것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이안 작가의 『나는 스페인 미술관의 도슨트입니다』는 스페인 화가만을 다룬 도서는 아니다. 그곳에 있는 여러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작품에 관련된 책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이다. 이 책만의 독특한 특징이라고 한다면 각 사조를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비유하는 부분이다. 첫 페이지는 이사벨 여왕의 시대로 시작한다. 한 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카라바조를 시작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클로드 모네, 르누아르, 라파엘로, 얀 판 에이크, 알브레히트 뒤러, 티치아노, 렘브란트 순으로 등장한다.



이후 작품만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빈센트 반 고흐, 고갱, 폴 세잔, 마르크 샤갈, 칸딘스키에 이어 피터르 브뤼헐, 에곤 실레, 피카소까지 중세부터 근대까지 작가별로 사조별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물론 익숙하지 않지만 굉장한 임팩트를 제공하는 클로드 로랭, 외젠 부댕, 앙헬레스 산토스 등 많은 예술가와 작품을 감상하도록 구성하였다. 마지막 부록에는 현지 도슨트인 작가가 전하는 스페인 미술관 여행 가이드와 바람직한 그림 감상법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사조별로 나누다 보니 완벽하게 시기별 구분을 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완벽한 유럽 미술사를 공부보다는 큰 틀에서 사조를 공부하는 목적으로 보기에 좋은 책이다. 모든 작품이 컬러판으로 수록되어 설명과 함께 바로 볼 수 있으며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그림 속 숨겨진 상징, 화가의 의도, 당시 유럽의 역사, 지역 사회의 정치·문화적 배경 등을 흥미로운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루머로 남아 있는 부분까지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어 독자의 집중력을 최대로 이끌어 낸다.



많이 접한 작가보다는 미술사에 기술적으로 큰 역할을 한 인물과 업적, 사조가 아닌 특이한 기법, 게르니카 전쟁,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상 깊었던 예술가에 대한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먼저 게르니카 전쟁은 스페인 내전이 2차 세계대전의 예행연습지로 변한 것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전쟁이다. 히틀러의 신무기 실험으로 통하기도 하며 이때 나온 작품이 피카소의 게르니카이다. 사실, 미술가 외에도 당시에 활동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오웰, 생텍쥐페리 등이 있다. 



다음으로 기술적으로 큰 역할을 한 인물부터 살펴보자. 크게 두 명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 첫 번째로는 얀 판 에이크이다. 그는 미술사에서 계란의 노른자를 이용한 템페라라는 물감에서 기름을 이용한 유화로 넘어오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는 조금 더 디테일한 묘사를 가능하게 하였고, 무한 반복 수정이 가능하여 화가에게 시간을 선물하였다. 두 번째로는 1841년 존 랜드가 발명한 튜브 물감이다. 이는 이동의 편리함을 제공하였으며 덕분에 직접 자연을 보고 풍경화를 그릴 수 있도록 만들어 야외에서 그리는 인상주의를 탄생시켰다. 


그다음으로 특별한 기법이다. 빛을 이용한 강렬한 명암 대비를 이용하여 극적인 효과를 주는 예술 기법인 테네브리즘, 헬레니즘 시대의 예술과 비교할 수 있는 상상력이 가미된 풍경화를 말하는 픽처레스크, 언뜻 보면 부조와 차이점을 느낄 수 없지만 회화인 그리자유, 빨리 그려서 거칠지만 역동성을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알라프리마 기법 등이 있다. 픽처레스크 기법에 대하여 모른다면 근대의 도시와 고대의 인물이 그려진 그림을 아무런 의심 없이 풍경화로 인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처음 들어보지만 눈을 뗄 수 없었던 작가와 작품이다. 앙헬레스 산토스 토로엘라라는 카탈루냐 출신의 여성 작가이다. 그녀가 18세에 그린 『세상』은 신화와 기하학과 공상 과학을 가미하여 별을 그렸지만 으스스함이 느껴지는 잔혹 동화 같다. 그녀를 별에 다가간 인물이라고 한다면 별에 집착한 귀여운 변태로는 같은 지역 출신의 미로가 있다. 칸딘스키의 작품 같은 추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보는 순간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그 외에 당시 작품들 중 누드화에서 인체의 특정 부위가 실제보다 더 작게 그려진 이유, 왕에게 이쁨을 받기 위하여 합스부르크가의 특징인 심각한 주걱턱을 그림으로 성형한 티치아노, 각 동물이나 장식품이 주는 알레고리, 평면에서 원근법을 넣어 입체적으로 바뀌면서 구도에 어려움을 겪어 비율이 맞지 않는 그림까지 지금의 미술이 오기까지의 과정을 유럽 역사와 연결하여 꽤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덕분에 예술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나는 스페인 미술관의 도슨트입니다』는 단순한 미술 해설서가 아니라 현지 미술관을 걷는 특별한 여행이다. 일반적으로 미술은 어렵다고 느껴 쉽게 다가가기 힘든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안 작가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림 속으로 깊이 스며들고, 그 너머에 담긴 삶과 역사를 느낄 수 있다. 미술이 주는 즐거움을 새롭게 발견하고 싶다면, 이 책이 최고의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들

▶ 미술관 방문을 앞둔 여행자.

▶ 스페인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

▶ 미술 작품 감상의 깊이를 더하고 싶은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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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사회 - 왜 우리는 희망하는 법을 잃어버렸나?
한병철 지음, 최지수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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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지난달에 피로 사회의 저자인 한병철 작가의 서사의 위기를 본 후 그의 시야와 통찰력에 놀라움과 감동을 받았다. 이런 그가 이번에 신간을 내었다. 희망이 사라진 이유와 그 결과로 야기된 불안한 현대 사회 그리고 그것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방향성을 안내하는 다산초당에서 출간한  『불안 사회』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시대의 흐름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익사 직전의 상태로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지푸라기조차 보이지 않아 의지를 상실하기 일보 직전이다. 이런 우리에게 던지는 동아줄을 만나 보자.







일반적인 도서의 목차에서 '들어가며'라는 파트는 저자가 앞으로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이야기의 당위성을 논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한병철 작가의 불안 사회는 그 결이 조금 다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총론과 각론의 개념이랄까? 그래서 이 책의 들어가며라는 코너는 마음을 강단지게 먹고 공부하는 마인드로 접해야 당황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많은 시간을 쏟아 개념 정리를 확실하게 하여야 이후 세 챕터를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들어가며에서는 희망과 불안, 낙관적 사유, 비관주의, 긍정 숭배와 긍정심리학, 현대 사회와 창의성, 이런 것들과 사랑, 우울 등에 관한 정의와 비교 분석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들을 나누는 결정적인 키워드는 미래성, 고통의 인정, 창의성의 인정 범위, 타자성, 공동체, 자유, 예견, 계획, 관리 가능성, 연대 등이다. 즉, 제목은 현상을, 내용은 현상의 분석과 해결의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후 첫 번째 챕터로 넘어가면 기대와 소망과의 비교를 시작으로 행위의 범위를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그동안 스쳐 지나가면서 들었던 수많은 철학자의 이론이 나온다. 다만, 전체적인 이론이 아니라 오로지 이 챕터에 관련된 짧은 대목만 끌어오기 때문에 철학자와 그의 사상 전체를 모르더라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물론 철학자들의 사상을 작가가 모두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논지와 어긋나는 주장도 한껏 끌어와 분석함으로써 독자의 시야를 오솔길에서 고속도로로 넓혀준다.






특히 카뮈의 행위 하지 않는 희망론은 꽤 인상 깊었다. 저자는 이를 두고 기대와 소원 등과 구분하지 않은 결과라고 하며 또 다른 철학과 예시를 끌어온다. 계속 읽다가 보면 헷갈리는 부분이 생기기도 하는데 여기에 약간의 팁을 주자면 기대와 소망이라는 용어에 집착하지 않으면 된다. 나의 경우 기대와 소원을 소극적 희망, 적극적 희망이라는 용어로 교체하여 읽었더니 전혀 혼돈이 일지 않았다. 혹시 이 부분에서 혼란이 오신다면 이 방법을 한 번 사용해 보시길  추천한다.







세 번째 챕터로 넘어가면 사유하는 존재인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나온다. 미네르바는 로마의 지혜의 여신으로 그리스 신화의 아테네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부엉이는 지혜와 통찰을 의미하며 그녀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메논의 주장이 꽤 어렵게 느껴지지만 쉽게 바꾸면 이렇다. 이데아는 이미 존재해 있는 것이기에 본질은 현재에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기원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더 쉽고 짧게 표현하자면 진리를 깨닫는 사유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 그러나 미래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성을 지닌다.






이런 관점으로 몰트만의 주장을 해석하자면 철학은 과거를 이해하고 통찰하는 것에 그치기에 미래를 향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진리와 희망은 대척점에 있다는 의미이다. 그 이유가 과거성과 미래성이라는 것. 어떻게 보면 뻔히 아는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현실에 이 말을 끌어다 놓으면 미래성이 없는 불안이 우리를 엄습하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다. 즉, 매번 지나간 과거와 현재에만 매달려 있었기에 우리는 사유에 대한 불안마저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용기나 자유를 잃어버린 것.








마지막 네 번째 챕터에 가면 하이데거의 존재와 본질에 관한 이론으로 저자는 불안을 해결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읽으면서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게 만든 부분은 탄생이 희망의 기본 공식이라는 주장이었다. 죽음은 새로운 탄생이 아니기에 이는 희망이 아니라는 논리. 물론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 이 주장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철학적이며 사상적인 생각으로는 조금 다르게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뿐이다. 물론 이런 나의 사유가 틀릴 수도 있다.








그는 희망이 새로운 것을 잉태하는 임신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임신은 탄생과 연관되기에 여기에 죽음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그러나 여기에 윤회 사상이나 존재의 다른 양식이라고 말하는 종교나 사상을 대입하면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게 된다. 즉, 죽음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무엇으로의 이동이라고 본다면 이것 또한 탄생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죽음 자체가 다른 상태로의 전환이 되므로 탄생과 서사가 모두 존재하니까 이 또한 그가 말하는 범위에 속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다산초당에서 출간한 한병철 작가의 철학적으로 통찰한 불안 사회는 현재 우리 시대에 희망이 사라진 이유를 완벽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것의 파생 결과가 지금 어떻게 흘러가고 있으며 향후 어떤 방식으로 닥쳐올지도. 물론 문제점만 지적한 도서는 아니다. 사유의 시간을 가지면서 읽다가 보면 그 안에서 해결 방법도 스스로의 창의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안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21세기의 급변하는 시대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으면 좋은 도서이다. 별 10개를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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