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무당 김어준 - 그 빛과 그림자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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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임을 자처하는 주변인이 김어준의 팟캐스트에 열광하는 모습을 통해 나는 김어준이란 사람을 처음 알았다. 평소 정치 방향이 같다고 생각했기에 그의 입에서 나온 김어준이란 이름에 호기심이 생겼고 팟캐스트를 우여곡절 끝에 듣긴 했지만 솔직히 김어준이란 사람의 말투 때문에 두 번은 듣고 싶다란 생각이 안 들었었다. 올곧은 진보임을 내세우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그의 이름을 들으면서도 왜 그토록 궁금증이 들지 않았는지 다른 사람 앞에서는 얘기한 적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며 강준만 교수님이 이야기하는 비슷한 느낌이 꽤 많이 전달됐던 것 같다.

이 책은 책 표지도, 제목도 원색적이다. 자극적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게 만드는데 그래서 읽어볼 것을 시도할 것인가 말 것인가 나름 고민이 많이 되었다. 그럼에도 단순히 정치적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내용은 늘 그렇듯 착잡함이었다.

이 책은 김어준의 1998년부터 최근까지의 행보를 담고 있다. 획기적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명랑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등장한 김어준의 화법은 진보는 물론 보수진영에서도 재미다나는 이유로 화제가 되었고 교주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였으니 그의 인기가 새삼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 실제로 주변인은 방송을 들으러 서울까지 다녀온 경험담을 풀어놓기도 했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은 복잡했었던 기억이 있다.

요즘 문제시되는 팬덤 정치는 너무도 과열된 상태라 차마 뉴스를 보지 못할 지경인데 김어준 또한 팬덤 정치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누군가는 그의 방송을 보면서 속이 후련하다고 했을지 모르지만 방송을 들으며 시원하다기보다는 묘한 불안감이 내내 발목을 잡았더랬다. 보수가 아님에도 불편함을 느꼈던 사람이 나만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그의 인기가 얼마나 높았든 간에 뱉어놓고 주워 담지 못할 말들에 대한 책임감의 부제는 신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했고 지금도 말 많은 그의 행보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누군가를 지지하는 마음이 점점 옅어짐을 느낀다. 같은 생각을 한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결국엔 자기 색깔에 빠져 유치찬란함을 발할 때, 아직도 그런 말들에 휘둘려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위험한 게임이 더 교활하고 유치하게 진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김어준의 행보를 통해 간절히 드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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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들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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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죄인 한 명을 만들기보다는 범법자 열 명을 놓치는 편이 낫다.'라는 말은 법정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서 이미 여러 번 등장해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존 그리샴의 <수호자들>은 바로 이 말을 연상시키는 소설이다.

변호사지만 적당한 로펌을 찾지 못해 국선 변호사로 일했던 컬런 포스트는 백인 남녀를 무참히 살해하고도 반성조차 하지 않는 범죄자를 변호하는 일에 감각이 마비된다. 변호는 시작도 못한 채 정신없이 법정을 빠져나온 포스트는 외조모부가 사는 시골집으로 향했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으며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의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없기에 브룩과의 결혼생활도 정리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며 포스트는 시골 교회 신부 베니를 알게 되었고 그를 통해 신앙에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그리고 그의 권유로 신학교에 입학하여 공부한 결과 사제 서품을 받아 신부로 일하며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수감 중인 죄수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런 만남은 누명을 쓰고 복역 중인 죄수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호자 재단과 이어지며 그곳에서 일하게 된다.

다시는 법조인으로 살아갈 수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를 뒤집어쓰고 십몇 년을 복역 중이던 프랭키의 무죄를 입증하며 포스트는 보람을 느끼는 한편 자신의 사명을 되찾게 된다. 그리고 얼굴이 알려진 포스트와 달리 자유와 맞바꾼 거액의 보상금을 받으며 좀 더 편하게 살 수도 있는 프랭키는 포스트를 도와 사건의 진실과 연결된 증거들을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재단 변호사인 포스트와 메이지, 뒤에서 그들에게 협력하는 프랭키의 집념은 범죄자로 낙인찍혀 감옥에 갇힌 이들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없다면 실행할 수 없을 만큼 헌신적이며 투철하다. 감옥에 복역 중인 범죄자들이 자신은 죄가 없다며 호소하는 편지들을 검토해 분류하고 그것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여 가려내는 일 또한 엄청난 인력과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며 교활하게 그것을 이용하는 범죄자가 있을 경우 그로 인해 다른 무고한 누군가의 변호를 놓칠 경우 사형을 앞둔 이에게는 더 이상 예전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 자체가 없어지는 일이므로 그에 대한 정신적 부담감은 말도 못 할 것이다.

<수호자들>은 누명을 쓴 복역수들의 무고를 입증하기 위한 변호사들의 이야기로 위증과 거짓된 증거로 죄 없이 복역 중인 인물과 정의로운 변호사의 외롭고 고독한 투쟁을 그린 기존 작품들과 달리 재단 자체가 무고한 이들을 대변해 주는 단체이기에 좀 더 색다르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그리고 소설 속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고 해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끔찍하게 발생한 범죄와 그것과는 상관도 없이 죄인이 된 억울한 상황의 생생함이 소설 속에 그대로 녹아 있어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으로 소설을 읽어내려갔던 것 같다.

죄인을 벌하기 위해 사회악이 되는 사람을, 사회 질서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법에 대한 의문은 이번 소설을 통해서도 더욱 묵직하게 전달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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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에서 벗어나는 46가지 방법 - 최고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가장 과학적인 우울증 해결‘책’ 지금당장 1
앨릭스 코브 외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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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장 일이 바빠지면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굉장한 피로감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나름대로 기운을 내서 일하려고 마음에도 없는 긍정적인 사고를 끌어내 일부러 웃고 힘을 낼 수 있는 말로 동료들 앞에 나 자신을 포장하곤 했었다. 당장은 도움이 되지만 매일매일 반복되는 바쁜 일상은 점점 '내가 지금 땅을 파기 직전인 심경인 건가?'란 물음으로 이어지며 고민과 걱정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랬기에 <우울에서 벗어나는 46가지 방법>이란 제목을 보자마자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나 자신을 잡게 해줄 책이다 싶어 펼쳐보게 되었다.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46가지나 되나? 란 생각과 46가지 말고 더 있지 않을까? 란 상반된 궁금증이 들긴 했지만 일단 이 책은 이미 땅을 너무 많이 파서 지상으로 손이 닿지 않는 상태라면 시도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상에 손이 닿지 않는 상태라면 무기력한 상태라 그 어떤 시도조차 의미 없고 귀찮을 뿐인데 그러므로 내가 지금 땅을 파기 시작한 상태에 직면했다는 자각을 가졌을 때, 아직은 그러모을 여력이 남아 있을 때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는 법', '기분이 가라앉을 때 빠져나오는 법',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물리치는 법', '간단한 습관 변화를 큰 차이를 만든다', '마음이 힘들 때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란 챕터로 우울함의 미묘함을 분류해 그에 맞는 상황별 퇴치 방법을 담고 있다. 각 챕터에 담긴 내용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나 어딘가에서 들은 내용, 실제로 우울할 때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개개인이 사용하는 방법들이 눈에 띈다. 어렵지 않아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46가지 내용을 간략하게 담아낸 의도도 우울한 기분에 잠긴 독자들이 빨리 기운을 내서 우울한 기분을 떨쳐낼 수 있도록 짜인 것을 알 수 있다.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긍정적인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전환되려 할 때 감정적으로 상황에 다가서기보다 이성적으로 나의 생각이 타당한 것인지 가려낼 수 있는 분별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우울한 생각이 거듭 비집고 들어올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해 평소 자신이 좋아했던 일이나 시작하고 싶었지만 시도하지 못했던 일을 시작해 보는 것이 좋다. 또 운동이나 명상, 피곤한 몸 상태나 정신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는 방법이나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회피하는 습관 고치는 방법에 대해서도 실려 있다.

기분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을 종종 보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늘 밝고 긍정적이며 쾌활한 사람들이 제일 부러운데 타고나길 외향적이어서 텐션이 터지는 사람도 있지만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우울하고 힘든 상황을 잘 타파해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이 책도 그에 맞는 상황들이 소개돼 있는데 어떻게 보면 별거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지금 내 상황에, 기분에, 신체적 상황에 변화를 감지해 위험하다는 판단이 든 독자라면 이 간단한 방법들이 상대방이 힘들어서 말 못 하고 전전긍긍하며 감싸 쥐고 있던 고민들을 날려줄 방법들임을 어느새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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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에서 벗어나는 46가지 방법 - 최고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가장 과학적인 우울증 해결‘책’ 지금당장 1
앨릭스 코브 외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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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파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도움되는 방법이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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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 쿤룬 삼부곡 2
쿤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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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 지침서>를 읽으며 혹시 다음 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더랬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스녠과 샤오쥔이란 캐릭터가 독특하고도 왠지 정감이 가져서 그런지 두 사람을 다른 이야기로 만나고 싶은 바람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는 전편을 이은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며 세 번째 작품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기대감이 한껏 고무됐었다. 하지만 전편에서 만나고 싶었던 캐릭터가 아닌 다른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야기라 살짝 아쉬운 마음은 들었지만 역시 이번 소설 역시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아버지가 무참히 살해당한 것을 목격한 페이야, 심지어 살인마와 맞닥뜨린 장면까지 기억하고 있는 페이야는 동생과 헤어져 고모에게 의탁하게 된다. 공무원이었던 고모는 퇴직 후 집에만 있지만 아버지를 잃어 자신이 돌봐야만 하는 페이야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갖은 폭언으로 페이야를 괴롭히기 일쑤이며 친절이라 생각했지만 점점 페이야의 몸에 손대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고모부 또한 페이야가 그 누구에게도 마음 터놓고 안정감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더욱이 갑작스레 전학을 오게 된 학교가 문제아들만 모아놓은 곳이었기에 전학생인 페이야의 모범적인 모습이 표적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그 누구에게도 따뜻한 말이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페이야,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사춘기 시기임에도 페이야의 안 좋은 상황이 그녀를 더욱 고립하게 만든다. 그런 페이야의 일상 속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촨한은 그녀의 몸에 난 상처를 알아채 괜찮냐며 물어봐 주고 답답한 마음에 한밤중에 길거리로 나온 페이야에게 유통 기한이 지난 음식을 나눠주며 다정하게 대해준다.

팍팍한 삶 속에서 자신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는 촨한에게 기대고 싶은 페이야, 하지만 촨한은 '사자'라며 칭하는 누군가에게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그것을 궁금하게 여긴 페이야가 묻지만 대수롭지 않은 듯 은근슬쩍 넘긴다.

전편에선 쓰레기 같은 인물들을 쓸어버리는 주인공의 활약이 살인이란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다크한 유머스러움이 있어 그 무거움을 조금은 덜 수 있었지만 이번 소설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어 조금은 당황스러웠다고 할까? 아무래도 전편의 그런 블랙유머코드를 매력으로 느꼈던 독자였다면 작가의 이번 작품 또한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 거라 여겨 기대감을 가졌을 텐데 다크함 속에 유머스러움보다는 이들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살인 집단이 과연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와 어떻게 맞닿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온갖 불우하고 불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소설은 어른들의 그릇된 욕망으로 인해 상처받고 학대받은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 어른들의 세계를 고스란히 눈에 담은 아이들의 폭력까지 담고 있으니 소설을 읽다 보면 고구마 백 개쯤 먹은 답답함에 울화통이 터질 것 같은데 소설보다 덜한 현실은 없기에 이 끔찍한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사실은 제일 충격스럽게 전달되었던 것 같다. 학교 폭력을 당해 교복이 망가진 페이야에게 무슨 일이냐고 걱정스럽게 되묻는 대신 요즘 애들은 무슨 생각으로 저러고 다니는지 모르겠다고 뒤에서 수군거리던 사람들, 그런 페이야에게 폭언을 퍼붓던 고모, 집 밖에 쫓겨져 잠든 페이야의 교복 치마를 훔쳐보던 고모부, 소설 속 어른들은 하나같이 제대로 된 사람이 없을 정도여서 캐릭터들이 더 마음 아프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전편과 다른 느낌을 던져줬지만 그 또한 색다르게 다가왔기에 다음 편에 이어질 내용은 또 어떤 느낌일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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