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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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 달아날 수 없는 공간과 정해진 인원 속에 누군가가 살해당하고 서로를 의심하며 한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클로즈드 서클물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이런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밀실 살인사건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오래전에 출간된 걸로 알고 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이라는 점과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만 들어도 작품에 궁금증이 생긴다는 점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사실 큰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하지는 않았더랬다. 정말 그랬었다... 하지만 오래전 출간된 소설이란 점을 생각해 봤을 때 그저 그렇게 등장하는 설정과 달라 보여서 처음부터 구미가 당겼던 소설임은 분명하다.

이제는 한물 간 연출자라는 느낌이 있지만 그럼에도 그가 연출하는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연극 대원들, 오디션을 통과한 7명은 도고의 지시대로 펜션에 도착한다. 작품을 위한 합숙 느낌으로 모인 7명은 정작 연출자의 부재 속에서 펜션은 아무도 오고 갈 수 없는 눈으로 고립된 곳이며 펜션 주인도 장을 보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다는 설정에 누군가 한 명씩 살해되는 상황에서 외부와의 그 어떤 연락도 취해서는 안되며 어길 시 오디션 합격이 취소된다는 단서가 붙은 채로 산장에서의 첫날이 시작된다.

돈 많은 아버지를 두었으며 연기력은 좀 떨어지지만 빛나는 외모를 자랑하는 유리에와 그녀를 마음에 품고 타 극단이지만 오디션에 통과한 구가와 같은 극단 소속이며 유리에에게 열렬한 흑심을 보내고 있던 요시오, 평소 유리에와 각별한 사이인 듯한 교스케, 여자 리더 역할이었던 아쓰코와 백치미를 자랑하는 다카코,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는 듯한 존재 혼다 등 7명의 캐릭터들은 유리에를 좋아하는 인물들 중심으로 초반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첫날부터 연출가의 총애를 한몸에 받던 아쓰코가 사라지고 그녀가 방에서 목이 졸려 죽은 채 발견된 상황이라는 쪽지를 시작으로 둘째 날엔 유리에가 실종되면서 전날까지 단순히 연극 설정이라고 생각했던 단원들 사이에서 무거운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이윽고 연출로 인해 가짜로 마련된 설정이 아닌, 연출을 빌미 삼아 실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추측들이 쏟아지면서 소설은 과연 누가 범인일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소설에 어떤 트릭을 숨겨놓았을까, 내가 지금 뭘 놓치고 있는 것인가? 란 생각을 끊임없이 들게 하면서 살인이 연출자에 의한 설정이라는 것 또한 신선한 소재로 다가왔는데 최근 예전 소설들이 재출간되면서 오래전 쓰인 소설임에도 촌스럽지 않다고 여겨져 역시 대단한 작가라는 인상이 있었는데 이 작품도 고정된 느낌에서 벗어난 시도가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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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인 더 하우스 보이 프럼 더 우즈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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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모글리라고 불리며 숲에서 발견된 와일드는 당시 큰 화제가 되며 온갖 매체에서 다뤄졌었다. 처음 친구라고 여기며 가까워졌던 데이비드를 만나며 그의 부모와 오랜 유대관계를 맺고 가족처럼 지내고 있지만 친형제처럼 지냈던 데이비드의 죽음과 그의 아내 라일라와의 아릿한 관계, 남겨진 데이비드의 아들 매슈의 대부로 사는 삶은 와일드가 자란 환경만큼 복잡하고 순탄치 않아 보인다.

<보이 프럼 더 우즈>는 그런 와일드가 매슈와 얽힌 사건을 조사하며 또 다른 거대한 스캔들과 맞닥뜨리게 되는 이야기였는데 라일라를 사랑하지만 가정을 이룰 수 없었던 그는 사건과 연관이 있던 모녀를 따라 가정을 이룰 결심을 하지만 역시 자신과 맞지 않음을 깨닫고 자신의 보금자리가 있는 숲으로 다시 되돌아온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과 맞물려 자신의 혈통을 찾아주는 업체에 등록한 자신의 DNA의 결과에 따라 아버지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은 와일드는 친부를 찾아 만나게 되지만 자신의 존재조차 모르는 아버지와 어머니라 여겨지는 신원조차 모른다는 답변을 듣게 된다.

아버지의 이야기에 서운함과 실망을 느낀 것은 아니었기에 와일드는 그의 일상을 지켜주기 위해 더 이상의 접촉을 하지 않지만 아버지를 찾기에 앞서 와일드와 혈연관계가 있을 것 같다는 PB라는 이니셜의 남성 메일을 뒤늦게 확인하게 되는 과정에서 그가 어떤 이유로 곤경에 처해있으며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메일을 4개월이나 지나서 확인했다는 미안함과 불안감에 함께 의탁 가정에서 자란 여동생과 헤스터, 매슈 등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메일을 보냈던 PB가 리얼리티 쇼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어마어마한 돈과 명성을 쌓은 피터 베넷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누군가가 벌인 공격으로 성범죄 스캔들에 휘말리고 나락으로 떨어져 고통스러워하던 기간에 DNA 업체를 통해 알게 된 와일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절벽 사진과 함께 이제 그만 편안해지고 싶다는 문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피터의 행적은 발견되지 않고 모두들 그가 그 절벽에서 자살했다고 믿는데....

<보이 인 더 하우스>는 와일드의 뿌리를 찾아가는 이야기와 그와 혈연관계인 육촌이 성범죄에 휩싸이며 악성 루머와 댓글에 시달리는 사태를 쫓아간다. 사건을 조사하던 와일드는 알 수 없는 인물들이 살해되는 사건을 마주하게 되고 도대체 이야기의 끝이 어디에 닿아있을지 예상도, 예단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소설은 점점 더 진실을 알고 싶은 독자의 마음을 쥐고 쉽사리 놔주지 않는다.

할런 코벤의 초기작부터 읽어보지는 못했다. 중간쯤부터 읽은 소설은 그의 명성에 버금가는 기대감에 미치지 못해 실망스럽긴 했지만 최근 소설들은 왜 할런 코벤이라 칭송하는지 이해가 될 만큼 도입부터 끝까지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지라 책장을 덮는 순간 진이 빠질 정도였는데 사건의 팽팽한 긴장감과 주인공들의 아련한 관계도가 한치의 어긋남 없이 치밀하게 다가온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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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인 더 하우스 보이 프럼 더 우즈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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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긴장감과 아릿한 감정을 모두 충족시키며 내달려가는 소설은 만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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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피베리
곤도 후미에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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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체육교사였던 기자키 준페이는 학교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교사직을 그만두고 하릴없는 날들을 보내다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로부터 하와이 힐로에 위치한 호텔 피베리 정보를 듣게 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답답함에 평소 생각지 않았던 여행지 하와이로의 여행을 결심한 기자키는 3개월 동안의 체류를 목표로 떠나게 된다.

비바람이나 햇빛을 막아줄 최소한의 공간과 화장실 밖에 없는 힐로 공항의 첫 대면에서 기자키는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되지만 호텔 피베리의 모든 것을 해나가는 가즈미와 크지 않은 호텔 피베리의 매력에 금세 빠지게 되고 일본에서 있었던 가슴 아픈 기억을 저버리려 노력한다.

자신을 비롯한 일본인들이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 서로의 여행을 방해하지 않고 함께 모이는 공간에서도 과하게 뒤섞이지 않는 여행지에서의 날들에 녹아들던 기자키는 실제 호텔의 주인이지만 호텔일에는 관여하지 않는 남편 요스케를 둔 가즈미와 육체적 관계를 맺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빠져들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호텔 풀장에서 투숙객이 사망한 채 발견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그로부터 며칠 후 다른 투숙객이 오토바이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게 되면서 피베리에 묵고 있는 여행객 사이에서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애초 피베리에 묵을 때 여권 검사를 따로 하지 않고 간단한 방명록 작성만 하기에 이름을 포함한 자신의 신상을 속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할 수 있었고 그것은 풀장에서 죽은 투숙객이 실제 이름이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점점 더 서로를 의심하는 분위기로 치닫게 된다.

투숙객이 두 명이나 죽으면서 호텔을 경영했던 가즈미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깊은 감정으로 발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작된 가즈미와 기자키의 관계 또한 점점 미묘하고 힘겨워진다.

<호텔 피베리>는 일상생활에 지친 20대 젊은이가 잊고 싶은 기억을 떨치기 위해 하와이의 작은 동네에 위치한 피베리라는 호텔에 묵으면서 벌어진 사건과 얽혀있지만 살인사건의 전말이 엄청나게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전말을 다 알고 나면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아주 낯선 구도도 아니기에 이질감 또한 느껴지지 않지만 살인사건보다는 하와이의 풍경이 아름답고 생생하게 다가와서 일상에 지쳐있던 현대인들이 떠나고 싶은 충동을 더 많이 느끼지 않을까 싶은 소설이다. 나 또한 소설을 읽는 내내 가고 싶었던 여행지 후보에 오르지도 않았던 하와이와 두 쪽이 함께 붙어있는 일반 커피콩과는 달리 한 개의 커피콩을 이루는 피베리라는 종자의 커피 맛이 더 궁금해져 언젠가 인생에서 만나게 될 힐로의 첫 만남을 상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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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의 벽 - 돈, 인간관계, 건강, 나답게 살기 위한 인생 후반 전략
오이시 하루 지음, 정지영 옮김 / 프롬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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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공자가 했다던 '불혹'이란 나이를 훌쩍 지났다.

젊었을 적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던 마흔이란 나이가 되었을 때 무수한 고민 앞에서 괴로웠던 적도 있었지만 정확히 따져보면 먹고 사느라 지금의 내 고민을 내일로 미루기 일쑤였던 것 같다. 돌이켜보니 그전과 다를 것 없는 고민을 지금도 하고 있지만 역시 오늘 하루가 고단하기에 내일로 미루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40세의 벽>은 인생의 끊임없는 고민 앞에서 오늘이 고단하여 내일로 미루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아마도 저자가 워킹맘이었고 같은 여자이기에 공감이 더 많이 되었던 것 같다. 내 일에 대한 욕심과 가정도 화목하게 꾸리고 싶은 마음은 아이가 생기고 커 갈수록 고민이 폭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되는 대목이다. 나 자신으로서 하던 일에서 밀리고 싶지 않은 욕심과 엄마로서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은 모든 워킹맘들의 마음일 것이다. 내 주변에도 아이가 커감에 따라 달라지는 고민의 무게 때문에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지인들이 있다.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아이가 자라서 전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적어질수록 나 자신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하나란 고민 앞에 힘들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저자가 그전까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업으로 삼게 된 계기 또한 워킹맘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것들이라 남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이가 커가며 드는 미래 지향적인 고민들이 이제껏 그녀가 했던 일들을 다시금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전환하게 된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하는데 남들도 다 그렇게 살고 힘들지만 이렇게 사는 것이 평범한 것이라 자위하며 사는 삶에 대치하며 40세의 벽을 넘어서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과 대치하는 강인한 사람이란 대목에서 나 또한 나 자신에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N잡러나 지금의 직업을 보고 전에 했던 직업이 연상되지 않을 정도의 직업 전환을 하는 일들이 신기한 게 아닌 세상이 되었다. 그분들을 볼 때마다 각자 무수한 밤을 고민으로 지새우며 치열하게 살아간 결과라는 생각에 그들의 결정과 행동력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곤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집안일을 충분히 병행하여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직업으로 삼는 이야기는 아이를 둔 엄마라면 안 해본 사람이 없을 고민이어서 지금 일과 가정과 육아에 대해 숱한 밤을 고민으로 지새우며 갈팡질팡하는 사람이라면 차마 마주하지 못했던 나 자신이 나아갈 길을 비칠 지침서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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