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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4월
평점 :
당신의 하루는 어떠나요? 제 하루는 별 다른 일 없이 흘러갑니다. 가끔 화를 느낄 때도 있지만 책을 읽고 노래를 듣고 하다 보면 가라앉습니다. 기쁠 때도 있지만 금세 잊어 먹고 짜증을 느낍니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됩니다. 마치 관성의 법칙 같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밖에서부터 힘을 받지 않으면 물체는 정지 또는 등속도 운동 상태를 계속하는 법칙이라고 합니다. 어떤 계기가 없는 이상, 그 계기가 마음을 쥐어 잡고 흔들지 않는 이상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그렇다면 이 일상을 깨트리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크게 환경의 변화, 마음의 변화를 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두 가지 요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환경의 변화는 거부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원해도 원하지 않아도 찾아옵니다. 그에 반해 마음의 변화는 바꾸고 싶다는 의지입니다. 그 대상이 환경이든 자신의 행동이든 무엇을 바꾸겠다는 의지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저자는 말합니다. 결심이 가능하다는 것은 자신의 현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과거-현재-미래로 시간을 나눈 뒤, 사뭇 다른 미래의 자신을 창조해내겠다는 의지를 갖는다고 것이라고.(31쪽) 즉, 의지 없이 평소와 다른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는 뜻도 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우리는 모두 의지를 드러냅니다. 내일부터 다이어트 할 거야, 내일부터 매일 10분 씩 책을 읽을 거야, 내일부터 외식비를 줄일 거야. 자신의 일상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합니다. 한 번 시도해서 원하던 바를 성취하지 못하면 다른 방법을 찾아서 다시 시도합니다. 이는 집단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집단이 나아갈 방향을 구성원이 제시합니다. 그 의지들이 부딪히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갑니다. 그 과정이 순탄하기만 할 리는 없습니다. 시행착오 없는 변화는 없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 나아갑니다. 그 끝이 합리적이라고 믿을 때, 버티면서 지속할 수 있습니다. 공격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면서. 고통 끝에 올 미래를 꿈꾸면서.
인간은 의미 있는 고통이라면 더 큰 고통도 감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295쪽) 고통의 강도와 시간 중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더 오래 버티게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는 강도입니다. 고통의 강도가 강력할수록 사람은 버틸 힘을 얻습니다. 비합리적 현상을 겪고 있으니, 어떻게든 견디어 합리적인 미래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고통의 강도가 약한 상태에서 시간만 계속 흐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따라서 고통의 강도가 약하며 고통의 시간이 긴 상황을 경계해야 합니다. 평소에 꾸준히 경계하며 집단이 나아가는 방향을 꾸준히 살피는 태도를 취하는 것,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자체가 실현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큰 문제로 자리 잡은 사회에서 집단의 미래까지 살필 여유는 없습니다. 비합리적이라고 외치고 바꾸고 유지할 수 있도록 꾸준히 살필 여력이 없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평생 끌어안고 가야 합니다. 열심히 일을 하는 행위를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렇다보니 잠시 시간이 나면 한 순간이라도 그 고민을 잊게 해 줄 수단을 찾습니다. 우리가 게으르거나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스마트폰에, 테블릿에, 티브이 앞에 앉는 게 아닙니다. 한 순간의 망각이 가져다주는 위로, 그 위로가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