끚맺음을 맞이하는 자세가 내게도 필요하다.

"꿈도 바꿀 수 있더라고. 엄마, 난 내 꿈을 바꾼 거야‘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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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의 날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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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만큼 뒷맛이 씁쓸한 국내 소설이 있을까 싶어요. 끊이지 않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장면도 씁니다. 하지만 더 쓴 장면이 있습니다. 명준에게서 벗어난 로희에게 자신을 맡겠다고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로희는 그들의 말에 진심이 없다는 사실을 일일이 지적합니다. 이 장면이 뇌리에 콕 박혔습니다.

 

과거 자식을 낳은 부모에게는 저절로 모성과 부성이 생겨난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바꿔 말하면 자식에 대한 사랑을 뜻하겠지요. 그렇다면 반대는 어떨까요? 아이는 태어나면 사랑이라는 감정을 갖고 태어날까요? 만약 로희에게 그런 감정이 없었다면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을 이용하지 않았을까요? 로희만큼 똑똑한 아이라면 영리하게 상황과 사람을 조정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로희는 그들을 다 물리치지요. 자신의 감정을 돌보지 않는 태도에 결여된 무엇이 존재한다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타당한 근거로 이루어진 결론과 사실만을 파악할 줄 아는 로희는 그 무엇이 어떤 것인지 모릅니다. 그저 명준에게서 느꼈던 무엇을 그들한테서는 느끼지 못합니다. 명준과 동행하면서 로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을 깨우치게 된 것입니다. 그 깨달음을 몸소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은 대견하기도 안쓰럽기도 합니다.

 

, 이런 지적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부모가 물려준 넉넉한 재산과 나이에 맞지 않을 정도로 영리한 두뇌를 지니고 있어서 로희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렇게도 생각해요. 과연 명준이라는 매개체가 없었어도 로희가 그럴 수 있었을까요? 태어날 때부터 사랑의 씨앗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보살피는 사람이 없다면 피어나지 못할 꽃이 되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책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영리한 아이는 영리한 어른아이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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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강의 작은 서점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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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긴장감은 샬로테가 일으킵니다. 샬로테는 스웨덴에 회사를 두고 있으며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대표로서 회사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입니다. , 자신의 회사가 무너지지 않도록 수익을 내야 하는 입장에 놓인 셈입니다.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재정을 살피며 수익이 나지 않는 분야는 과감하게 놓을 수 있는 결단력까지 갖추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수익이 나지 않는 책방을 물려받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마도 수익을 내기 위한 방안을 세우거나 그냥 타인에게 넘기거나 둘 중 하나로 좁혀집니다. 샬로테는 책방의 재정 상태를 거듭 확인한 뒤, 가게를 다른 곳에 넘기기로 합니다. 샬로테는 회사 경영을 위해 스웨덴으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는 제약까지 있으니 당연한 선택이겠지요.

 

그러나 샬로테에게 변수가 생깁니다. 이모와 어머니의 과거. 서점과 고객의 유대감. 직원들이 서점을 지키려는 마음. 이 세 요소가 폭풍우처럼 샬로테에게 불어 닥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할 것만 같은 샬로테가 서점 폐점을 두고 망설입니다. 서점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기 때문입니다. 서점을 유지하려는 샬로테의 여정을 응원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직접 읽어보시고 느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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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만의 무기 - 무한한 꿈을 실현하는 내면의 에너지
마이크 벡틀 지음, 정성재 옮김 / 유노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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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는 어떤 장르일까요? 과거에는 경제·경영서, 에세이 장르에서 저자는 이렇게 했다는 경험을 드러내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자기계발이라는 장르가 생겼고, 성공·능력 같은 키워드를 다루는 내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르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더 나은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자기계발서를 무턱대고 읽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당시의 자기계발서에는 더 나은 삶과 성공을 위해 수줍고 부끄럽고 조용한 성격 즉, 요즘 말하는 내향적 성격을 외향적 성격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타고난 성격도 노력을 해서 바꿀 수 있다고 했지요. 오프라인 모임에 가입해서 사람과 자주 만나고,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트렌드를 습득하는 것 같은 실천 사항을 거론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한 번 시도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좌절했습니다. 사람들 틈에서 빠르게 피곤해지고, 무리해서 몇 시간을 어울리고 난 뒤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잤지요. 이런 패턴이 이어지면서 주제도 모르고 날뛰었다며 자기계발서를 멀리했습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내향성·외향성이라는 용어가 일상에 스며든 시대가 왔습니다. 더불어 내향적 성격도 장점이 많다고 이야기하는 책이 나왔습니다. <콰이어트>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는 내향적 성격의 소유자도 외향적 기질을 발휘할 수 있다는 내용이 꽤 인상 깊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사람을 대할 때 부담을 덜 느꼈으며, 다른 때보다 오래 버틸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한계치가 있었습니다. 그 지점을 넘어서면 아무리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된 것이어도 손에서 놓았습니다. 그 이유를 여태껏 몰랐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내향인만의 무기>가 그 의문을 풀어주었습니다. 외향인과 내향인의 에너지 소비 상황, 에너지 충전 방식, 에너지 총량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내용은 에너지 총량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척하는 게 비생산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향적인 사람의 행동이나 태도만 따라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그들의 에너지까지 모방해야 하는데, 우리가 그렇게 했다간 에너지가 모조리 고갈되고 말 것이다. 123

 

이 구절을 읽고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여태껏 제가 실천한 방법은 에너지가 충분할 때 발휘되는 데, 고갈되는 에너지를 전혀 신경 쓰지 않은 것입니다. 에너지가 없는데 무엇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리가 없겠지요. 그저 책에서 읽은 트렌드를 따르기에 급급했던(비록 이 책의 방법도 트렌드일지도 모르지만) 과거의 제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면서 미래를 위해서 자신이 바뀌어야만 한다고만 믿었던 사회에 서툴렀던 제게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성공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 책을 성공하기 위한 틀에 묶어 놓는 듯해서 아쉽습니다. 성공이 아니라 평온한 자신의 일상을 가꾸기 위한 방법으로도 충분히 소개될 수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외향적인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성격을 어느 한 쪽으로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천성과 환경의 영향에 따라 시소처럼 어느 한 쪽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시소의 균형을 최대한 공평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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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마술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8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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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을 때면 늘 선명한 감정선을 느낍니다. 사랑, 우정, 모성, 애정…… 거론하면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등장인물의 마음과 행동을 드러내 놓고 쓰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표현이 초중반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후반부에 독자가 직접 추리를 마치고 결과를 궁금해 하는 순간이 돼서야 등장인물의 진심이 휘몰아칩니다. 그 소용돌이가 후반부로 갈수록 독자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합니다.

 

이 책에서 느낀 감정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한 가지는 책의 뒷표지만 읽어도 바로 알아챌 수 있으므로 생략합니다. 다른 한 가지는 바로 누군가를 위한 마음입니다. 누구에게나 애()라는 감정을 느끼는 상대가 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애를 표현하겠지요. 그 방법이 선을 넘었을 때, 우리는 상대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의 시소가 번갈아가며 가라앉겠지요. 그 고민의 과정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고 일드 <N을 위하여>가 떠올랐습니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이 이런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등장인물 이름까지는 생각나지 않습니다만, 만약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죄를 저지른다면 넌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질문에 같이 경찰서로 가겠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잘못된 길을 걷는 상대방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어 주겠다는 그 마음이 꽤 인상 깊었습니다. 유리나에게도 그런 마음이 아예 없지는 않았겠지요.

 

소설이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독자가 유리나라면 어떤 감정을 품었을지 궁금해집니다. 최악의 상황까지 멀리 내다보고 결심한 신고에 대해 독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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