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과학
이선 크로스 지음, 왕수민 옮김, 김경일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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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을 많이 발견하고 있습니다. 각 신경전달물질이 어떤 역할을 맡는지도 드러납니다. 신경전달물질이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려는 연구도 많이 실시됩니다. 형태가 있는 뇌와 형태가 없는 감정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일컬어지는 추세입니다. 감정이 불안해지면 손발이 떨리거나 호흡이 어려워집니다. 신체가 불안해지면서 뇌도 상황을 부정적으로 파악하게 됩니다. 뇌가 부정적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감정도 더 불안해집니다. 뇌와 감정이 상호작용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뇌와 감정은 어떻게 상호작용할까요? 저자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55)

 

1. 신경계를 비롯한 여타 신체적 과정이 관여하는 생리적 반응

2. 현재 일어난 일을 어떻게 이해할지 곰곰이 생각하는 인지적 평가

3. 표정이나 목소리톤 등으로 자신이 현재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외부를 향한 운동 행위

 

위의 단계는 따로 발생하기도 하고 동시에 발생하기도 합니다. 규칙성이 낮기 때문에 뇌와 감정의 상호작용을 확실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어떤 신경전달물질이 어떤 감정을 유발하는지, 어떤 감정이 어떤 신체 반응을 일으키는지 드러난 부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3번 단계를 조정해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저자는 3번 단계뿐만 아니라 2번 단계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늘 어떤 상황에 처합니다. 상황을 뇌가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서 감정이 변화하고 신체적 반응이 일어납니다. 외부 반응은 뇌를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게 합니다. , 뇌와 감정은 유기적으로 대화하는 셈입니다. 우리는 그 대화에 끼어들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뇌를 작동시키고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이를 감정 전환이라고 부릅니다.

 

저자는 감정 전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WOOP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소원, 소원을 이루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 소원을 방해하는 장애물, 장애물을 만났을 때 대처 방식을 적는 것입니다. 저자는 대처 방식 6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개된 방식들을 골고루 시도해 봅니다. 의식적으로 실천해 봅니다. 그중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식이 부각합니다. 그 방식을 꾸준히 반복하여 뇌와 감정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것입니다.

 

6가지 대처 방식 중에서 제가 가장 주목하는 방법은 감각 전환입니다. 우리의 감정은 롤러코스터입니다.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의 낙차가 반드시 존재합니다. 그 차이의 원인을 찾아서 메우는 방법이 제일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시간이 부족합니다. 당장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봉합해야 합니다. 그럴 때는 원인을 깊이 따지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사회는 준비할 시간을 넉넉하게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주의를 환기할 도구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노래 한 곡을 듣기, 짧은 영상을 한 편 보기 같은 방법이 있겠지요. 뇌에게 시작과 끝의 신호를 보냅니다. 일과 일 사이에 감각 전환을 추가해서 감정 전환을 합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을 고를 수 있는 과정인 셈입니다.

 

다만, 저자는 감정을 조절하는 데 있어서 모두에게 잘 맞는 만능 해결책은 없다고 강조합니다.(323) 이 책에 소개된 1가지 방식을 실천했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6가지 방식을 상황에 맞게 조합해서 자신만의 방식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장소, 나이, 문제에 따라서 감정 전환 도구를 다르게 적용해 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감정 전환을 할 줄 안다면 감정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 가지 감정을 전환에서 다른 감정을 느끼는 동안, 기존에 느꼈던 과도한 감정이 가라앉을 테니까요. 의식적으로 감각 전환을 넣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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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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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사회는 경제적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사람을 독립한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개인이 돈을 벌어서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고, 부모를 돌보고, 자식을 돌보는 행위를 대대로 해 주어야 사회가 굴러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회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바로 심리적 독립입니다.

 

사람은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전까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배웁니다. 다른 이와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사회에 대한 기초 지식을 배웁니다. 생계를 위한 진로 탐색을 합니다. 경제적 독립에 초점을 맞춘 배움입니다. 심리적 독립을 위한 배움의 기회는 드뭅니다.

 

미사키를 한 번 볼까요? 미사키는 백화점 셀러로 일을 하며 자녀를 키웁니다. 이 사실만을 본다면 미사키는 경제적 독립을 이룬 사람입니다. 생계에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른 이와 이야기해 본 적이 없습니다. 속으로 삭힐 뿐입니다. 어쩌다 고객 에리코에게 자녀 문제를 말합니다. 에리코의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여 문제가 해결되기도 합니다. 그 후, 미사키는 에리코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처음으로 힘든 삶을 공유하며 공감을 주고받았기 때문입니다. , 심리적 안정을 얻은 셈입니다. 미사키는 이 과정을 여러 번 겪습니다. 그 결과 에리코에게 자신의 문제가 생길 때마다 털어놓습니다. 만약 미사키가 심리적 독립을 배우는 과정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비즈니스 영역에 있는 사람을 사적 영역으로 끌어오지는 않았겠지요.

 

그렇다면 심리적 독립을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혼자서 고민하는 시간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조언을 구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조언을 바로 실행하지 않고 고민하는 시간을 거쳐야 합니다. 왜냐하면 조언자와 자신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비슷한 상황이라도 세부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상황에 맞게 조언을 바꾸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지, 조언이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 시간을 거쳐 자신만의 해결 방법을 고안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자신이 고안했기 때문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보완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떠올리기도 쉽습니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자신이 고안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예상 밖의 일이 발생했을 때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그 때마다 조언자에게 조언을 듣는 수밖에 없습니다.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얻은 조언이 부수적 문제를 낳는 셈입니다.

 

물론 조언자의 조언대로 행동해서 해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조금도 포함되지 않은 방법을 기억할 수 있을까요? 문제를 해결만 하고 끝나버리지 않을까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가지처럼 존재합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했던 방법에서 이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면 문제 해결 방법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담긴 방법을 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는 조언자와 자신의 상황이 다르다는 걸 인식해야 가능합니다. 이를 심리적 독립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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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입니다 - 수동적으로 공격하는, 보이지 않는 악인들에 대하여
데비 미르자 지음, 김미덕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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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심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거울 뉴론으로 칭해지는 신경 작용에 의해 발생합니다. 상대의 태도나 말투를 따라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다수의 사람이 자신의 선택과 다른 선택을 한다면 다수와 똑같은 선택을 한다고 합니다. 이 심리를 이성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A라고 칭합시다. A는 자신이 들어가려는 다수를 집요하게 관찰합니다. 다수의 패턴을 익힙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씩 분석합니다. 설령 다수의 패턴이 자신의 패턴과 다르더라도 다수의 패턴을 따라합니다. 다수 안에 들어가려면 다수의 패턴을 맞춰주어야 하니까요. 다수 안에 들어간 A는 개개인을 분석합니다. 더 정교하게 자신을 다듬어 갑니다. 다수는 A를 일원으로 받아들입니다.

 

그 순간, A의 정교함이 빛을 발휘합니다. A는 지금까지 구축한 이미지를 방패로 다수의 지지를 얻습니다. 다른 이에게 잘못을 저질러도, 다른 이와 문제가 생겨도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A라면 그렇게 할 때는 이유가 있다고 다수가 A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다수가 모인 곳은 A가 마음껏 활개를 칠 수 있는 집단으로 변합니다. , A는 모방심리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A처럼 민낯을 사회화로 가리며 살아가는 사람을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책에서는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와 타깃의 관계를 중심으로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그 사례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는 다수도 자신의 통제 아래에 두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타깃을 뺀 다수는 자신의 편이어야 합니다. 이를 달성하려고 끊임없이 이미지 메이킹을 합니다. 다수를 모방하며 자신을 바른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포장합니다. 타깃을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다수가 타깃을 비난하도록 만듭니다. 타깃에게 모방 심리가 발동하게 합니다. 타깃이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끼게 만듭니다. , 내현적 나르시시스트, 다수, 타깃의 행동거지는 모방 심리를 기반으로 형성됐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차이는 모방 심리를 이용하느냐 마느냐의 차이지요.

 

이 지점에서 제 행동거지를 살펴봅니다. 사회화에 가려진 민낯이 없는지 생각합니다. 아예 없다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업무가 잘 굴러가지 않을 때, 제 잘못은 없다는 듯 누군가에게 포장해서 이야기하니까요. 때로는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상대가 잘못했다고 몰아붙이기도 합니다. 책에서 읽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의 행동거지와 비슷합니다. 잘못됐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몰라서 성격의 일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제 행동거지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성격이라는 변명으로 둘러대며 빠져나가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제 행동거지를 바꾸어 건강한 관계로 바꾸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전에, 제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싶습니다. 내현적 나르시시트로부터 연습과 노력을 빼내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해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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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에이저
신아인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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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요 배경은 학교입니다. 학교 구성원은 교사, 학생입니다. 관계도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대부분입니다. 학교라는 공간만 두고 보면 꽤 폐쇄적입니다. 그런 공간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당연히 교사와 학생을 중심으로 수사를 합니다. 그 끝에 소년이 존재한다면 교칙은 법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소년법이 있습니다. 소년시절에 죄를 저지른 경우 가벼운 징계를 받습니다. 아예 징계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화를 통해서 충분히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 내용이 고스란히 미디어를 통해서 알려집니다. 그 수는 매우 많습니다. 이 현상을 지켜본 소년은 죄를 저질러도 빠져 나갈 구멍이 있다는 점을 발견합니다. 이 사항을 이용할 생각으로 죄를 저지르는 소년도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징계를 받게 만든 소년을 찾아내서 2차 가해를 가하기도 합니다. (덧붙여 교화를 통해 반성하는 소년도 있습니다.) 때로는 징계가 별 거 없다고 여기며 다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피해 학생은 유혹을 받습니다. 왜 자신만 당해야 하는가. 복수를 해도 좋지 않을까? 어차피 복수를 해도 가벼운 징계로 끝날 테니까. 이런 생각의 유혹입니다. 그 유혹을 물리치는 피해 소년도 있지만, 그 유혹에 넘어가는 피해 학생도 있습니다. , 소년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을 모두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 상태로 어른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른들은 소년과 소년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도 소년일 때 다 그랬다고 말합니다. 범죄로 발전 수 있는 행위를 성장과정의 일부로 치부합니다. 어느 소년이 강도 높은 피해를 입어야 관심을 보입니다. 뒤늦게 피해 소년의 말과 행동에 주목합니다. 뒤늦게 가해 소년의 말과 행동을 분석합니다. 뒤늦게 이유를 분석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입니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분석을 하는 데 왜 우리는 사건을 예방할 수 없을까요?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의 전조를 패턴화하지 못했을까요? 패턴화는 이미 되어 있습니다. 다만, 그 패턴화의 목적이 사건 예방이 아니라 범인을 찾는 데만 활용될 뿐입니다. 전조를 느낀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해도 눈에 보이는 증거’, ‘직접적인 피해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도와주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 사건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셈입니다.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 무색합니다. 거기에 강도 낮은 징계까지 더해집니다. 소년의 범죄 강도와 빈도가 날로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다 그렇게 성장하는 거야.’ 이 말만큼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말은 없습니다. 어른의 소년 시절은 과거입니다. 과거의 환경과 현재의 환경은 다릅니다. 현재 소년들은 손쉽게 폭언, 폭력, 혐오 콘텐츠를 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콘텐츠에 반복적으로 노출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당연히 자신의 행동이 폭언, 폭력, 혐오에 해당하는지조차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에는 어른의 과거가 아니라 소년의 현재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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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릉에서 - 박솔뫼 소설집
박솔뫼 지음 / 민음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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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박솔뫼 작가님의 소설집입니다. 박솔뫼 작가님이 쓴 에세이를 읽고 읽은 첫 작품이라서 선명하게 다가오는 지점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영릉에서>를 읽었습니다.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작품은 <아오모리에서>입니다. 저자는 에세이에서 일본 작가를 언급하기도 했고, 일본 여행 이야기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 경험을 <아오모리에서>에 반영합니다.

 

<아오모리에서>를 다 읽은 뒤, ‘타협이라는 단어가 뇌리에 박힙니다. 후반부에 투명한 염소와 만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염소는 배를 타고 뭍으로 옵니다. 염소들은 같이 뭍에 왔는데 순서대로 내려서 각자 다른 곳으로 뿔뿔이 흩어집니다. 같이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면 왜 무리를 지어서 왔을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염소에게는 자신이 꿈꾸는 초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각자 자신만의 초원을 꿈꿉니다. 바다에는 자신이 원하는 초원이 없기 때문에 뭍으로 와야 합니다. 뭍으로 향하려면 항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여정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래서 일단 공통된 목적지로 향하는 염소들끼리 무리를 지어서 항해한 셈입니다. 서로 뭍에는 자신만의 초원이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서로 격려하면서 힘을 아끼면서.

 

글쎄요. 어떨까요? 염소들은 어쩌면 항해했던 시간을 평화로운 시간이었다며 그리워할지도 모릅니다. 혼자서 자신만의 초원을 발견하거나 구축하기는 어렵다는 걸 깨닫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힘들기는 했지만 뭉치면 포기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다다른 경험을 떠올립니다. 염소는 뭍에서 뭉치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타협합니다. 자신이 꿈꾸던 초원의 일부만 실현합니다. 무리를 지어 무한한 초원을 차지합니다. 그곳에서 각자 적당히 자신의 구역을 차지하고, 그 구역에서만 자신의 꿈을 실현합니다. 구역을 나눌 때 치열한 타협 과정이 존재했겠지요. 구역을 나누는 방식, 먹이의 분포, 천적의 분포 등을 고려하며 얻기도 양보하기도 합니다. 염소들은 초원에서 살아가며 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평화로운 순간을 갈망하면서.

 

이는 아야가 친구와 피스 한 갑을 다 피우고 헤어지는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담배 한 개비는 몇 분이면 다 피웁니다. 그 짧은 시간을 더 오래 지속하려고 친구를 만나 담배 한 갑을 피웁니다. 그러고는 헤어집니다. 또 다시 만나서 피스 한 갑을 다 피울 때까지 같이 있겠지요. 염소들과 아야는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셈입니다.

 

가 투명한 염소를 느낀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무한한 초원에서 타협하는 과정에 올라타지 못한 염소는 어떻게 될까요? 좁은 공간에서 자신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하며 지내다 밀려납니다. 존재감을 잃습니다. 무리 속에서 투명한 염소가 됩니다. 자신이 이루고 싶었던 초원, 반드시 실현하고 싶었던 초원을 간직한 채 투명해집니다. ‘역시 투명한 염소와 같은 위치에 있습니다. 형태를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와 투명한 염소는 자신의 형태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무한한 초원에서 무리는 복수로 존재합니다. 그중 한 무리에만 정착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여러 무리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존재를, 유니버스를 알려야 합니다. 한 무리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신경을 기울이기만 해도 에너지가 많이 소비됩니다. 여러 무리에서 그렇게 해야 합니다. 당연히 에너지를 충전할 틈이 없습니다. 자신을 돌볼 에너지까지 고갈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는 운전대를 놓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투명한 염소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투명한 염소는 의 원초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원초를 놓칠 수 없기 때문에 는 투명한 염소와 함께 나아가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평화를 갈망하면서 무엇을 하시나요? 평화를 위한 원초는 무엇이었나요? 원초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나요? 만일 그렇다면 원초를 되살리나요? 아니면 바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요? 원초를 벗어나든 벗어나지 않든 선택의 주체가 본인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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