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덮은 뒤, 개의 여정이기에 더욱 감동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마음에 자리 잡은 추억을 잊지 않고, 추억 속의 그 사람을 만나러 갈 결심을 어떻게 했을까요? 이 영리한 개는 아마 그곳까지 자신의 힘으로만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압니다. 낯선 길을 걸어야 하고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식사도 해야 합니다. 거리에서 충족하기는 어렵겠지요. 결국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됩니다.

 

개에게는 선견지명이 있을까요? 개를 도와준 사람들은 하나같이 유대감에 목이 말라 있습니다. 현실 속에 마음 붙일 곳이 없는 사람인 셈이지요. 그들의 곁을 맴돌며 안정감을 줍니다. 당신 혼자가 아니라고 깨달을 수 있도록 만듭니다. 그들을 위로합니다. 개는 그들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고 난 뒤에야 자신이 원래 가고자 했던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는 듯.

 

이 여정이 상생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꼭 똑같은 목표를 위해서 뭉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서로 목표가 달라도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며 같이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다 각자의 목표가 이루어진 뒤, 상대를 메워줄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면 미련 없이 떠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상생의 반복일지도 모릅니다.

 

서로 고마운 마음을 간직한 채 마무리하는 아름다운 결말을 기다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을 건너기 소설의 첫 만남 30
천선란 지음, 리툰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을 건너기>(이하 <노을>)는 창비의 소설의 첫 만남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출판사는 동화에서 소설로 넘어가는 디딤돌 같은 역할을 한다고 소개합니다. 성인뿐만 아니라 막 소설을 접하는 어린이도 독자에 포함시킨다는 뜻이겠지요. 그래서일까요? <노을>은 분량이 많지 않고 주제를 뚜렷하게 드러냅니다. 성인이라면 초반만 읽어도 파악할 수 있는 전개입니다. 제가 적은 줄거리를 보기만 해도 결과를 정확하게 추측할 여지가 있습니다. (무슨 얘기를 꺼내도 스포일러가 될 것 같은 기분까지 들 정도로) 그만큼 흔한 감정의 변화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어른 공효와 같이 경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는 어른에게 감동을 주는 소설입니다.

 

<노을> 초반부를 읽으면서 왜 우주 비행사인 어른 공효가 자아 안정 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선뜻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후반부에서 우주에는 출구가 없다는(60) 묘사를 읽고 나서야 자아 안정 훈련을 받는 이유를 설피게 알 것 같습니다.

 

우주로 가게 된다면 어른 공효는 몇 안 되는 동료들과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그만큼 제약이 많습니다. 제약이 언제 풀리는지도 알 수 없는 만큼, 어른 공효는 자신의 감정과 사고를 제대로 컨트롤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 상황에서 자신이 맡은 임무를 꼬박꼬박 처리해야 하고요. 그렇게 생활하다 보면 어린 공효가 불쑥 튀어나와 어른 공효를 헤집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순간이 찾아오는 걸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극복할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바로 응시하기입니다. 어른 공효는 어린 공효가 왜 노을을 바라봤고, 왜 쓸쓸했고, 왜 두려웠는지 피하지 않고 느낍니다. 출구 없는 우주로 가더라도 어른 공효는 어린 공효를 안정화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으므로 다시 나아갈 힘을 지닌 셈이 됩니다. 어쩌면 어른 공효가 가고자 하는 우주는 자신의 삶일지도 모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중정원이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에니메이션 한국판 <이누아샤>OST입니다. <네가 있는 요일>(이하 <요일>)의 띠지 문구를 보는 순간, 공중정원이 떠올랐습니다. “몸을 빼앗기고 기억을 잃어도 너를 다시 알아볼 수 있을까?” 이 문구를 보고 공중정원의 가사 중목소리 듣지 않아도, 지금 보이지 않아도 또 다른 세상의 끝쯤에서 타인의 모습이라도 널 찾아 낼 거야라는 부분이 떠올랐습니다. 소중한 를 찾아가는 여정을 같이 걷고 싶었습니다. 거기에 재미있게 읽었던 <스노볼>의 작가, 박소영의 작품이라는 점도 <요일>을 읽게 만들었습니다.

 

<요일>의 세계관에서 사람의 신체와 영혼은 분리됩니다. 하나의 신체를 다수의 영혼이 요일을 바꾸어가며 살아갑니다. 요일마다 영혼이 바뀝니다. 타이밍은 다음 요일로 넘어가기 전의 영혼이 정합니다. 어떤 영혼과 지내느냐에 따라 자신의 하루 시작이 좌지우지되는 셈이지요. 수인 울림을 한 번 지켜볼까요? 화인 지나가 늘 제정신이 아닌 상태 혹은 곤란한 상황에서 영혼을 바꿉니다. 지나는 늘 울림을 괴롭힐 새로운 수단을 찾아내기 때문에 울림의 아침은 늘 새롭습니다.

 

이 시스템을 우리에게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일상을 반복한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정말로 그럴까요? 하루 동안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합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습관처럼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하며고릅니다. 그 결과를 당장 알 수도 있습니다. 혹은 몇 시간, 며칠, 몇 달 시간을 두고 드러나기도 합니다. , 선택의 결과가 적용된 또는 선택의 결과를 적용해야 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셈입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하루를 어제와 똑같은 하루로 치부한다면 오늘 하루를 시작할 내가 꽤 섭섭해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제가 하루하루를 늘 새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일정표를 보면 늘 같은 일이 적혀 있어서 반복된다고 생각할 때가 더 많습니다. 튀고 싶다고 여길 때도 많고요. 다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걸 보면, ‘어제와 다른 내가 오늘을 처음살아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일상이 새롭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여러분의 일상에 늘 처음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P.S. 작가님, 뇌 과학 분야라면 환장하는 그 연구소 이야기가 궁급합니다. 스핀오프로라도 어딘가에 발표해 주시면 진짜 고마울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리즈 1권을 읽었기 때문에 2권도 구매해서 읽었습니다. 편의점에 들르는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이 따듯하게 풀리는 과정이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바다가 들리는 서점 2>(이하 <바다>)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지 궁금해 하며 읽었습니다. 역시 모든 챕터가 따듯한 분위기를 전달합니다. 그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챕터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미쓰에는 아들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버리고 아들 가족과 같이 지냅니다. 나이가 든 만큼 타지에 적응하기는 힘들지요. 그랬던 미쓰에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챈 사람이 아들도 며느리도 손녀도 아닌 편의점을 운영하는 시바입니다. 그래서 시바가 있는 편의점에 가는 겁니다. 시바의 잘생긴 모습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바와 대화를 나누려고 방문하는 겁니다. 가족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자신의 사소한 변화를 시바는 알아주고 꼭 말로 표현해 줍니다. 긍정적 마음을 들게 해 주는 그 찰나를 많이 좋아합니다. 같은 이유로 편의점을 들르는 동년배도 만날 수 있게 됐으니, 이 동네에 적응하게 해 준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고요. 그런 사람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을까요? 싫어하는 방법이 궁금하네요.

 

이즘 되면 독자도 대체 시바가 어떤 인물인데?? 이런 호기심이 생기겠지요. 저도 그렇고요. 시리즈 2권까지 읽고 나니 시바 점장님에 대한 호기심이 생깁니다. 점장이 직접 행동하거나 말하는 장면이 최소한으로 표현됩니다. 다른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점장은 이런 사람이겠거니 추측할 따름입니다. <바다>의 마지막은 다음 시리즈를 예고하는 형식으로 끝났습니다. 3권이 출간될 확률이 높습니다. 3권에서는 시바를 더 깊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혼의 물질적인 밤 - 이장욱 산문집 문지 에크리
이장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게 와 어두워진 빛들에게>의 감상문에 표지만 보고 2권을 구입했다고 적었지요. 또 다른 1권이 바로 <영혼의 물질적인 밤>(이하 <영혼>)입니다. 나무가 빽빽한 숲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나무의 몸통은 아예 보이지 않고, 어렴풋이 보이는 나뭇잎의 형태를 통해 간신히 숲 속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숲은 마치 하나의 작품 같습니다. 독자는 작품을 끝까지 읽어야 비로소 보이는 하나의 주제-저자의 의도에 부합한다는 확신이 없지만-를 발견해냅니다. 그 때 느끼는 감정들은 숲속을 헤매다 길을 발견한 나그네의 심정 아닐까요? 저도 나그네처럼 <영혼>의 숲을 떠돌았습니다.

 

이 책의 핵심 챕터는 ‘3-2 문학의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의 비유에서 모티브를 얻어서(151) 쓴 이 챕터는 독자가 적극적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를 탁월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학의 집에는 위대한 체류자가 있습니다. 위대한 체류자는 문학의 집에서 자신이 체류하는 곳을 하나의 방으로 만든 이들을 뜻합니다. 복도라든가 좁은 통로였는데 이들이 체류하면서 방이 된 것이라고 합니다.(161)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자신만의 방을 마련하는 모습을 적극적 독서에 빗대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독서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사람에게 현실세계와 책을 읽는 자신을 분리하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책 속 가상세계는 저자가 컴퓨터가 되어 정밀하게 설계한 시스템입니다. 그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현실세계를 같이 운영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가상과 현실을 오가면서 겪는 정보들이 혼돈됩니다. 그 혼란을 방지하려면 책에만 열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독자는 책의 세계를 유영합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경험치가 다르기에 이해도와 공감대가 다릅니다. 그 의미를 인정하며 다양한 견해를 접하면서 자신만의 깊이를 더 깊게 형성합니다. 문학에게 자신의(독자의) 집에서 위대한 체류자의 자격을 주고 머물 수 있는 방을 줍니다.

 

그렇다면 독자도 문학에게서 방을 얻은 것일까요? 제 생각에는 아닙니다. 독자가 어떤 목적으로 책을 읽더라도 읽는 과정에는 독자의 경험이 투영됩니다. 그 경험이 문학 뒤에 있는 저자의 경험과 같지는 않을 것이며, 설령 비슷하다 해도 오롯이 알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독자는 그저 문학의 집에 있는 방문을 두드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네가 내게 한 이야기는 이런 거였다고 말하기 위해서. 여기서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메모도 하고 노트도 쓰니 문을 열어달라는 뜻으로. 그렇게 기다리며 찾은 의미에 의미가 덧붙어 방이 된 것이지요. 독자의 적극적 독서로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신분, 위대한 체류자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문학과 독자의 사이에서는 결국 독자의 적극성만이 양쪽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그 적극성에 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시대 분석, 캐릭터 분석, 문단별 주제 요약이 포함된다는 걸 이제야 깨닫습니다. 객관적 분석이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뜻하는 걸. ‘국어에 정답이 어디 있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깨닫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