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35
호리 다쓰오 지음, 남혜림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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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주변 정경 묘사라던지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가 아주 잘 나타난 작품이다.

오랜 지병을 앓고 있는 연인이자 약혼녀의 호전을 위하여 그녀와 같이 산 속 요양원으로 간 주인공은 그곳에서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결국 약혼녀는 죽지만 주인공은 어느 시에 나왔던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는 구절처럼 앞으로의 삶에 대한 다짐을 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나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요양원 뒷산을 산책하는 부분이 특히나 좋았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노을진 배경이 다수인 분위기도 비극을 암시하면서도 읽는 사람으로 나른함과 권태감이 느끼게해 마치 내가 주인공의 약혼녀 대신 지옥문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섬뜩함에도 여전히 이 소설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아마 주인공과 약혼녀 세쓰꼬의 사랑 때문일 것이다. (후에 세쓰꼬가 죽고나서 그녀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주인공의 일기에선 그 둘이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가녀린 세쓰꼬처럼 약간의 우울감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세상을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그저 그런‘, 제자리에 있는 단순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세쓰꼬가 요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그리고 세쓰꼬의 죽음으로 인해 주인공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된다.
주인공은 일명 ‘죽음의 골짜기‘라는 곳에서, 그것도 눈이 펑펑 오는 날 자신의 새로운 가치를 깨닫게 되는데, 여기서 그가 읊는 이 말은 과히 명언이라 할 수 있겠다.

˝(눈이 오는 날, 저 멀리서 자그마한 불빛이 보이는 것을 보고) 그런데 이 빛 그림자가 꼭 내 삶과도 같구나. 내 사람이 발하는 빛 따위 기껏해야 요만큼일거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 오두막의 등불처럼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멀리 퍼져 나가고 있었어. 그리고 그 빛들이 내 의식 따위는 의식하지 않은 채 이렇듯 아무렇지 않게 내가 살 수 있도록 내버려 두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

작가인 호리 다쓰오가 살던 시기는 1900년대 국주의가 판을 치던 일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더불어 문학 작품들도 제국주의 풍으로 변모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호리의 작품은 정말이지 순수하리 만큼 서정적이고 고요했다. 한 사람의 감정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시대상을 찾아보지 않으면 1900년대가 아니라 마치 1960년대 일본 소설 같다.

여기엔 사연이 있는데, 당시는 전쟁이 빈번했고 이러한 폭력의 양상은 글과 같은 문학에도 미쳤고 몇몇의 문인들은 암암리에 정치에 참여하거나 이를 홍보는 글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호리도 이런 유혹이 있었지만 호리는 단호히 거절했다고 전해진다. 다음은 호리의 친한 친구의 증언이다.

˝어느 날 문인들도 전쟁에 협력해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는데, 글쟁이라고 하면 정보국에 사사건건 눈엣가시로 보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던 나는 일신의 안위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가끔은 나라 정책에 힘을 실어 주는 작품도 써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호리 군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자신은 도저히 그런 일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내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지브리에서도 이 이야기를 소재로 ‘바람이 분다‘라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우익이다 뭐다 하는 말이 있지만 확실히 원작자인 호리는 우익이 아닌, 전쟁 통에 고통 받던 사회적 약자들을 고려하고 불의에는 저항하는, 진정한 문인이라 할 수 있다.

읽다보면 몇몇은 지루할 수 있겠지만 끝까지 읽고 있으면 호리의 생각을 알게되고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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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선 2 - Classic Letter Book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권희정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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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들을 묶어 놓았다는 점은 좋았지만 어디까지나 어린이 독자층을 위한 구성이 몇몇 보여서 좀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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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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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심리묘사와 어느 정도 긴박감이 느껴져서 흥미로웠지만 고르지 못한 분위기와 번역의 문제인지 직역에 비슷한 문체 때문에 읽는데 좀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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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하라 하쿠슈 시선 민음사 세계시인선 54
키타하라 하쿠슈 지음, 양동국 옮김 / 민음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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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하라 하쿠슈의 시는 뭔가 몽환적이면서도 감각적인면이 있습니다. 더욱이 이 책은 일본어로 된 원문도 같이 소개하고 있어 하쿠슈의 시에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네요!
(개인적으로 ‘고양이‘와 ‘푸른 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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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침묵 열린책들 세계문학 13
베르코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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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저항(레지스탕스) 문학가 베르코르의 소설들을 모아놓은 선집이다.

베르코르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하면 거친 저항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문학적 표현과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소설이 잔잔하게 흘러가고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이 절절하다. 한 마디로 ‘고요한 저항‘인 셈이다.

작가는 이런 ‘고요한 저항‘의 대상들을 주로 ‘무력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무기력한 사람‘들과 ‘방관자‘들로 세워 우리가 비슷한 상황에 빠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또한 동시에 ‘이념과 이데올로기에 처참히 무너지는 개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가의 잘못된 이념과 강제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한 ‘바다의 침묵‘이 있다.
1940년대 초, 독일이 프랑스를 침략하기 시작하던 시기, 어느 프랑스의 작은 집에 독일군 장교가 찾아와 숙소겸으로 그곳에 잠시 묵게 된다. 그 집에는 할아버지와 그의 조카딸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침략자나 마찬가지인 그에게 시종일관 침묵을 지킨다. 그 독일군 장교는 자신은 프랑스를 아주 사랑하며, 이번 전쟁이 독일과 프랑스가 서로 조화를 이루기 위한 과정 중 하나로 프랑스의 아름다운 문학과 정신이 독일을 온화하게(?) 바꾸어 줄 것이라는 등등의 말을하기 시작한다. 또한 군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나타나 매일같이 안부인사를 건낸다. 이에 할아버지와 조카딸이 어느 정도 그의 진심을 알아주려던 때, 어느날 갑자기 그는 야전군으로 지원했다며 작별인사를 한다. 이유인 즉슨 동료 군인들의 말(독일이 프랑스를 먹을 것이다, 서로 조화가 아닌 침략일 뿐이다 등)을 듣고서 그제서야 이 전쟁의 의미를 깨달았고 자신의 생각이 한낱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떠나기 직전, 할아버지의 조카딸은 마지막이자 처음으로 그에게 ‘안녕히‘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장교는 이 말에 매우 인간적인 환한 미소로 답하고 결국 떠난다.

언뜻 보면 독일 장교가 굉장히 위선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떻게 자신이 좋아하는 나라를 침략하는 주제에 그 나라의 문화나 가치를 찬향하다니 말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다르다. 소설을 자세히 읽어보면 그의 배경과 행동의 이유가 어느 정도 추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음악가에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들은 프랑스에 대한 무한한 환상. 그가 군에 입대한 것도 프랑스를 보기 위한 목적도 있기에 그가 얼마나 프랑스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만약 전쟁이 터지지 않았더라면 그 장교는 어떻게 됬을까? 아마 그저 평범한 관광객으로서 프랑스에 와 그 집 할아버지와 조카딸과 친분을 나눴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군인으로 프랑스에 왔고, 그런 생각은 순전이 자신만의 생각이기에 결국 이뤄낼 수 없는 헛된 소망이 되버린다. 그는 순순히 저항하지 못하고 결국 절망하고 떠나버린다. 여기서 베르코르는 ‘이데올로기와 이념에 의해 파괴된 개인‘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떠나가는 그를 보고 화자이자 할아버지인 ‘나‘는 이렇게 말한다.
˝저렇게 굴복하고 마는군. 그들이 할 줄 아는 건 그게 다야. 그들은 모두 굴복해. 저 사람마저도.˝
‘나‘가 말하는 말은 ‘파괴된 개인‘과 함께 저항하지 않는 ‘방관자‘ ‘무력한 개인‘의 정곡을 찌른다.

뒤에 나오는 ‘무기력‘과 ‘꿈‘, ‘베르됭 인쇄소‘, ‘별늘 향한 행진‘은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프랑스가 친독일적인 정부를 세우고 독일의 목적인 ‘유대인 청소‘를하면서 겪는 유대인들과 프랑스인들의 고통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무기력‘은 ‘나‘의 친구인 ‘르노‘가 레지스탕스 내에서도 유명했던 동지가 독일군에 잡혀 끝내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식을 듣고선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각종 문학책과 예술 작품들을 태우는 모습을 보인다. 놀란 ‘나‘가 말리지만 ‘르노‘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 그래. 시적 감정, 윤리적 사상, 신비주의적인 갈망 등등으로 가득 채워진 피조물. 맙소사! 자네와 나 같은 종자들은 이것들을 읽고 환희에 차서 말하지, ‘우린 감수성이 풍부하고 지적인 개인들이야‘ 그리고 서로 정중하게 인사하고, 손을 마주 잡으며 가는 정 오는 정을 주고 받지. 이 모은게 도대체 뭔가? 다름아닌 개지랄! 구역질 나는 개지랄! 인간이란게 뭐냐고? 가장 더러운 피조물! 가장 비열하고, 가장 음험하고, 가장 잔인한! 호랑이? 악어? 그것들은 우리에 비하먄 천사나 다름없어! 게다가 그들은 결코 성인인 척, 사상가인 척, 철학자인 척, 시인인 척 하지 않아! ……… 저들이 성당에서 여자와 아이들을 산 채로 불태워 죽이는 동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저녁마다 불가에 앉아 스탕달 씨, 보들레르 씨, 지드 씨, 발레리 씨와 우아하게 대화나 나누기 위해? ………… 그 만행(친구가 고문에 죽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손가락 까딱 않는, 비겁하게도 모른 척하려는, 또는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는, 심지어 박수를 치며 기뻐하는 사람들에 에워싸여 있는 걸 위안으로 삼자고?˝
그러면서 ‘르노‘는 사람들이 바뀌지 않는 이상 앞으로 더 이상 이것들을 읽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끝에는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르노‘는 온갖 잘란 척이란 척은 다 하면서도 정작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자기 자신에 만족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있다.
나는 솔직히 ‘르노‘의 말에서 굉장한 수치심을 나 자신에게서 느꼈다. 우리처럼 평범한 ‘소시민‘들이 과연 저항이라는 걸 쉽게하려고나 할까? 마찬가지로 내가 만약 일제강점기에 살고 있다고하면 제대로된 저항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 다른 사람들처럼 조용히 내 할 일만하고 숨죽이고 살아갔을 것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말씀처럼 ˝망국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면서 가슴을 두드리고 뼈 아프게 뉘우칠 생각은 왜 못하고 어찌하여 역적을 죽일 놈이라고 비난라면서 왜 그저 앉아만 있는가?˝처럼 어느 것 하나 행동을 옮기기를 어려워하는 지식인들의 모습 말이다.

‘베르됭 인쇄소‘는 프랑스에서 일어난 유대인 청소에 무너지는 프랑스에 대한 자부심이, ‘별을 향한 행진‘은 프랑스에 대한 환상으로 이주했던 유대계의 사람등의 비참한 말로가 그려져 있다.
이것들 또한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사실적인 묘사와 감정으로 읽는 이에게 글쓴이가 말하고자하는 바를 안타깝게나마 접할 수 있다. (읽는 내내 울었다 ㅠㅠ)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저항 문학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내 친구가 책을 골라달라고한다면 나는 조금도 망설임없이 이 책을 줄 것 같다.

끝으로 ‘꿈‘이라는 작품에서 나온 구절을 소개해드리겠다. 읽으면서 우리가 일제강점기의 독립 운동가나 저항가들을 위해선 그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에게 하나의 생각이, 하나의 감정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우리처럼 머리와 심장을 가진 많은 세상 사람들이 우리의 존재를, 우리의 비참한 삶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돈을 벌고 사랑을 나누고 식사를 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우리의 고통 따위는 아랑곳 않는 채 매일 세상과 세월 속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래, 심지어 그런 사람들도, 가끔 우리를 생각하면서 야비한 미소를 짓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아는 데서 오는 쓰라린 아픔,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비통함, 차갑고 황량한 절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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