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지기 전에 - 1차 세계대전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
김정섭 지음 / Mid(엠아이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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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지기 전에'는 부제목인 '1차 세계대전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라는 부제목을 보기 전까지는 그 뜻을 알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낙엽이 진다'라는 말 자체가 뭔가 절박함의 시적인 느낌마저 드는데, 어쨌거나 이 책은 감성적인 것과 별개로 유럽 역사상 가장 '불필요'하고 '끔찍'했던 전쟁인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책이다. 


저자인 김정섭 박사는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수학한 뒤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정책학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국제 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은 나름 명망 있는 사람이며 현재 국방부의 고위공무원직으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이렇듯 국제 관계와 정책 면에서 일반인보다 더 다양한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 썼던 책인 만큼 본 책은 무엇보다 '외교적' '정치적' 측면에서 1차 세계대전을 분석하고 있다. 


나는 처음에 1차 세계대전에 대해 알았을 때, 이 전쟁이 민족적 갈등(사라예보 사건과 슬라브, 게르만 민족 간의 갈등 등등)과 당시 국민의 전쟁에 대한 맹목성 때문에 전쟁이 발발했다고 생각했었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의 유럽은 매우 평화로웠으며 제국주의가 팽배했지만 어느 정도 안정화된 지점이었고 그와 동시에 국민과 일부 군인들이 평화에 지루함을 느껴 몸이 근질근질했다는, 일종의 계획되고 어차피 터질 전쟁이었다는 관점이었다. 대표적으로 전쟁이 발발했을 때 군인들은 옳다구나 하고 전쟁을 신속히 수행했으며 국민 또한 이에 동조하고 전쟁을 환영했다는 사례들을 보면 그렇다. 


하지만 이 '낙엽이 지기 전에'라는 책을 읽어감에 따라 1차 세계대전의 발발 원인과 책임 등등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먼저 제목인 '낙엽이 지기 전에'는 전쟁 발발 초기, 독일의 황제 빌헬름 2세가 출전하는 병사들에게 한 말이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가 여름 정도였으니 낙엽을 본다면 가을, 즉 전쟁이 몇 개월 만에 금방 끝나게 될 것이라 자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빌헬름뿐만 아니다. 전쟁 초기에도 많은 참전국의 대다수가 전쟁이 오래 지속되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이는 이번 전쟁이 평화로웠던 시기에 잠깐 등장하는 불꽃에 불과하리라는 낙관론적인 관점과 '먼저 공격하는 사람이 승자'라는 공격우위 주의 외교가 성행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의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등의 경제적, 외교적 상황에 대해 분석하고 발발할 때까지의 각국의 국제관계들을 자세히 묘사한다. 그리고 이들, 특히 외교관들과 군부 관계자들이 대전의 시작점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독자들에게 알려주며 최종적으로 대전의 발발 원인이 무엇인지 저자만의 독특한 시점으로 주장한다. 


현재 1차 세계대전의 원인에 대해 수많은 주장이 있으나 저자는 가장 큰 원인이 다툼을 사전에 막을만한 국가 간의 적절한 소통, 한 마디로 잘못된 외교의 결과라 결론짓는다. 하지만 여기서 무엇보다 잘못된 것은 바로 국가 내부의 '민군 간의 불평등' 관계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민군 간의 불평등'은 외교를 담당하는 외교관과 오직 군사적 임무를 담당하는 직업 군인 간의 의견이 수평적 관계가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쳐진 상태를 말한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까지는 외교관들이 최선을 다해 전쟁을 막아보려고 했으나 결국 공격 지상주의에 호전적인 군의 주장에 끌려다니는 무력함을 보였다. 군도 '방위'를 위해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격적인 면을 보였다해도 이들 역시 문인 외교관들처럼 전쟁에 참전한 경험이 별로 없었기에 그저 '방위적, 방어적' 차원에서 공격을 제창했다. 마치 겁 많고 두려움에 빠진 사람이 패닉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는 것과 같았다. 이런 상황을 외교관들과 문민들이 제때 막아내지 못했기에 외교로 끝날 수 있었던 분쟁이 전쟁으로까지 심화된 것이라는 게 저자의 입장이다. 


물론 저자의 주장이 무조건적으로 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책에서도 나왔듯이 1차 세계대전만큼 과정이 복잡했던 전쟁은 거의 없다. 그러나 '민군 간의 불평등'은 비단 세계대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뒤에 한반도 문제 편에서도 자세히 다루는데, 이러한 민군 간의 소통은 아직도 휴전국인 우리나라에서 1차 세계대전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열쇠 중 하나라고 개인적으로 생각된다. 오늘날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온건한 입장을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에 뭔가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 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다만 단점이 있다. 외교적인 것을 바탕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전투 과정이나 전개 양상은 별로 없고 앞부분을 주로 다루고 있으므로 전술을 기대하지는 마시길 바란다. 대신에 외교에 관심이 많거나 세계대전을 좀 더 알고 싶은 초심자들에게 추천해 드리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많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당시의 문제는 민간 지도자들이 군부의 전쟁 주장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끌려다녔다는 데에 있었다. - P305

독일의 민간지도자들이 군부의 생각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했다는 점이다. 민간 각료들은 총참모부의 구상이라면 일단 권위를 인정하고 문제제기 하는 것을 삼갔다. - P303

공격우위라는 잘못된 믿음, 위험을 계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오만, 위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약함 등이 바로 문제의 본질이었다. - P310

내가 하는 조치는 방어적 목적이고 상대방이 하는 것은 공격 의도로 해석했다. 그리고 모두들 자신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 P237


갑작스런 동원 명령을 받은 러시아의 시골 마을, 프랑스의 남동부 농촌은 멍한 충격에 빠졌다. 알 수 없는 감정에 압도된 채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지?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부인들은 남편의 팔에 매달렸고 아이들은 엄마가 흐느끼는 것을 보고 따라 울기 시작했다. - P238

민과 군의 지도자가 도식적이고 이분법적인 역할 분담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양자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화하면서 전략을 함께 강구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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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세계대전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6
마이클 하워드 지음, 최파일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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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14년부터 총 4년간 벌어졌던 제1차 세계대전을 간략하게 설명한 책입니다. 세계대전과 관련된 서적을 이제 접해보기 시작한 초심자 입장에서 입문서로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영국인이라 영국 입장에 치우쳐진 부분이 다소 있지만 뒤에 보충을 해주고 있어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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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기 미제 11
한국일보 경찰팀 지음 / 북콤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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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잡히면서 미제 사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태완이법'을 비롯해 현재는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사라졌지만 바뀐 것은 법일 뿐, 실제로 일어난 사건은 여전히 바뀌지 않은 채 미제로 남아있다.


한국일보 측에서 펴낸 '한국의 장기 미제 11'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10가지의 미제 살인 사건 등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 1건은 미제 사건이었다가 최근에야 범인이 잡힌 사건이다) 책을 읽다 보면 뉴스나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사건 사고 관련 방송에서 미처 접하지 못한 끔찍하고도 안타까운 사건들이 많아 저절로 마음이 편치 못하다. 피해자들은 모두 우리 옆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난한 이웃들이었으며 나이는 초등생부터 70대 노인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이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고도 여전히 주위에서 버젓이 살아있을 것 같은 범인들, 그리고 그 범인을 쫓는 미제 담당 수사 기관들의 노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본 책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여러 미제 사건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확실히 언론에서 만든 책이라서 그런지 사건의 자세한 분석이나 심층적인 설명은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마치 사건 기사를 읽는 느낌이랄까. 한마디로 하나의 사건 당 짧은 분량이 아쉬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속해서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사건 내용에 빠지게 된다. 

표창원 선생님이 쓴 책을 원한다면 조금은 실망할 것이고, 기사처럼 반듯하고 간결한 내용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책인 것 같다. 

범죄는 개인적인 잘못이 아닌 사회 현상이 투영된 것이라는 20세기 지성 에밀 뒤르켐의 말처럼, 이제는 사회 공동체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범죄 피해자에게도 보호와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는 것이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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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프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7
이디스 워튼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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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새로 출간된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시리즈 중 하나인 '이선 프롬'.

해당 출판사의 블로그에서 이 작품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마치 첫눈에 반한 것처럼 표지와 제목을 보자마자 강렬한 끌림을 느꼈다. 그래서 책이 시중에 나오자마자 가까운 서점에 들러 바로 구입했다. 그렇게 읽게 된 이디스 워튼의 '이선 프롬'. 다 읽고 나서 '역시 내 느낌은 아직 죽지 않았어!'라는 확신에 찬 생각과 함께 오랜만에 인생작을 만났다는 기쁨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선 프롬'은 액자식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이다. 

작중의 주인공인 '나'는 미국 가상의 지역인 '스탁필드'에 일하러 온 엔지니어이다. 그는 그곳에서 죄수처럼 비참하고 쓸쓸해 보이는 '이선 프롬'이라는 농부를 발견하고 곧 이선이라는 사람에 대해 호기심이 들기 시작한다. 어느 날 스탁필드에 엄청난 폭설이 내리고, '나'는 평소에 일터에까지 데려다주는 이선과 함께 눈보라 속에 갇힌다. 가까스로 마을 근처에 도착하지만 눈보라는 더욱 심해졌고 결국 '나'는 이선의 집에서 하룻 밤 머물기로 한다. 

그때 '나'는 평소 주민들에게 들었던, 이선을 둘러싼 각종 소문을 가지고 환상에 빠지게 되고, 이렇게 '이선 프롬'의 과거가 펼쳐진다. 



이 작품은 이선이라는 인물을 통해 사회의 관습과 주변 환경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옭아매는지를 짐작하게끔 하는 책이다. (70년대에 페미니즘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선 프롬'도 갑자기 급부상했다는 책 소개를 보고 뭔가 여성의 자유나 성의 자유를 표현하는 책인 것으로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이선은 원래 시내 대학에서 공부하던 공대생이었다. 나름 과학적인 현상에 관심이 있어 했고 연구하고 탐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병에 걸려 돌아가시자 어쩔 수 없이 학업을 중단한 채 고향에 내려와 농장 일을 전부 떠맡아 살아간다. 

정 없는 지나와 결혼, 주변 친척들의 눈치, 굶어 죽을 것 같은 생활고와 침묵이 가득한 고향의 생활은 21세기의 내가 보기에도 정말 지옥 같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참하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이곳에 더 있고 싶을까. 읽는 내내 이선이 안쓰러워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 때 등장한, 비록 일은 못 하지만 활기와 생명력, 풍부한 감수성을 가진 지나의 사촌 매티와의 불륜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불륜을 미화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다. 나 또한 다 읽고 나서 이들의 사랑보다는 그들을 둘러싼 주위 환경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으니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멀리 떠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을 때가 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고 생활여건과 사회적 관습이 다소 느슨해진 오늘날에는 여건만 된다면 여행 같은 것을 통해 마음껏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진정한 '자유'일까? '이선 프롬'을 읽다 보면 전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을 읽어내려갈수록 사회로부터, 여러 가지 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순간을 즐길 여유가 충분히 있는 사람이라도 뭔가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선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모르게 환경과 억압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마침 세계문학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 여성 작가들을 좋아하시는 분들, 서정적인 작품을 좋아하시거나(놀랍게도 주제는 비관적이기 짝이 없는데 묘사나 비유는 매우 서정적이다!)가혹한 현실에 치여 사는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책이다.

그(이선)는 말없는 우울한 풍경의 한 부분인 것만 같았고, 그 안의 온기와 마음은 표면 아래에 꽁꽁 묶인, 말하자면 얼어붙은 슬픔의 화신과도 같았습니다. (중략) 나는 단지 쉽게 다가가기에는 그가 너무나 깊은 정신적 고립 속에 살고 있다고 느꼈을 뿐이에요. - P18

지난 몇 해 동안 이 말없는 선조들은 그의 조바심, 변화의 자유를 갈구하는 그의 욕망을 빈정대 왔던 것이다.
‘우리는 이곳을 결코 떠나지 못했다.....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겠느냐?‘
라는 구절이 묘석마다 쓰여 있는 듯 했다. 문을 드나들 때마다 ‘나는 이곳에서 이렇게 살다가 마침내 저들에게로 가겠지‘하며 몸서리치곤 했다. - P50

이선은 목소리를 낮춰 "내가 할 수만 있으면 너(매티)‘를 위해 못할 일이 없다는 걸 너도 알지!"하고 말했다.
"네, 알아요"
"하지만 난 못해....."

(중략)

"맷, 난 손발이 꽁꽁 묶였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그가 다시 말을 꺼냈다.
"이선 아저씨, 가끔 제게 편지해 주세요"
"아, 편지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난 손을 뻗어 너를 만지고 싶어. 너를 위해 모든 것을 하고, 또 너를 보살피고 싶단 말이야. 네가 아플 때, 네가 외로울 때 같이 있고 싶어"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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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책 읽어드립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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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어 본 햄릿. 흔히들 햄릿을 고뇌형 인간이자 결정장애가 있는 부정적 인물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햄릿과 같은 인물이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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