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경복궁을 점령하라!
나카츠카 아키라 지음, 박맹수 옮김 / 푸른역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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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첫인상부터 강렬하다. 마치 작전명같기도 하다. 저자인 나카츠키씨는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1894년 경복궁 점령사건 때 일제가 자행했던 만행들을 역사적 사료로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비판하고 있다.

사실 경복궁 점령사건은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교과서에서 잠깐 연표나 한 두줄로 나타났다가 사라진 사건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만해도 경복궁 점령사건은 대략 이러했다.

‘1894년, 일본군은 조선에 주둔하고 있던 청의 군대가 조약을 아기고 계속 조선에 눌러앉아 조정을 간섭하기 시작했다. 이에 화가 난 일본군은 청군과 마찬가지로 계속 조선에 주둔해있다가 결국엔 경복궁에 쳐들어가 고종을 사로잡았다.‘

언뜻보면 마치 청나라가 잘못한 것처럼 보인다. 일본은 이에 맞대응했으며 경복궁 점령도 순전히 우연에 따라 일어났다고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그는 당시 군부 기밀문서를 조사하면서 경복궁 사건이 결코 우연이 아니며 예전부터 철저히 계획해 실행한 하나의 ‘작전‘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후에 반발하는 조선 측에게 일본은 어이없는 답변을 한다.

˝첫째로, 일본의 경복궁 점령은 조선의 근대화를 위한 일본의 배려차원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두번째로, 경복궁의 직접적인 원인은 우리나라 군이 먼저 발포했기 때문이먀 경복궁 점령은 지극히 우발적이었다.˝

이런 어이없는 주장에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동시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답변이 현재의 일본의 ‘누구 누구‘씨가 생각나서 ‘일본은 참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구나‘라고 느꼈다.

아무튼, 저자는 이런 일본측 입장을 반박하는 근거로 일본 육군 참모 본부가 공식적으로 펴낸 ‘일정청사‘를 증거로 들어 일본의 경복궁 점령 사건이 ‘조선 정복‘이라는 뚜렷한 목적과 주도면밀한 계획하에 진행되었음을 주장한다.
정확한 사료와 작전계획까지 첨삭해 설명하는 그가 매우 존경스러웠다.

왜 일본은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지 않은걸까?
이런 물음은 아마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당시 일제의 피해를 받은 다른 국가들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저자만큼 훌륭하고 개념있는 일본인도 있겠지만 나머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지금도 정부가 직접 나서서 역사를 위조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곳이다. 책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일본의 제국주의 열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나이다. 때문에 그만큼 우리도 역사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일본은 우리가 이런 문제에 지쳐서 떨어져 나가길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래의 밑줄은 저자가 역사를 알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쓴 글이다. 이 말을 일본의 역사를 왜곡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을 지경이다.

모든 권력은 과거를 자기 정당화에 이용하려고 한다. 정당화에 어울리지 않는 과거를 억압하며, 잘 어울리는 과거만을 문맥에서 떼어내 과장하고, 역사를 허구로 바꾸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권력이 행하는 이러한 과거 재단에 대해 역사가는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권력의 정당화에 봉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지 모른다.

사실, 어제까지 역사가는 자신의 의지로 또는 강제로 ‘사관‘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학문으로서 역사에 걸맞는 공헌은, 정치적 정당화를 위해 왜곡되어진 역사적 진실을 복원하고, 나아가 권력의 역사적 정당성을 물어 권력을 초월하는 통찰을 미래를 향해 제기함으로서,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역사 감각과 비판 정신 등이 뿌리내릴 수 있게 함을 보태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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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오스 에이프릴 2
혜빈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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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2권을 구매해서 읽었다. 1권이 에이프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2권은 에이프릴의 주인이자 황자인, 일명 ‘도련님‘이라고 불리는 유리의 이야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유리는 제국의 2황자로서 능력이 출중하나 형님에게 제위를 받도록 하고 자신은 멀리 공작저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밤마다 외도를 밥먹듯이하고 성격이 천진난만한 그를 단속하기 위해 붙여진 에이프릴을 유리는 유독 편애(?)한다. 에이프릴의 불우한 가정사정이 딱한 것도 있지만 나이와 맞지 않는 어른스러움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유리의 태도에 절친이자 마법사인 라기는 불평한다. 일개 하녀인데 왜 그렇게까지 하는가, 분수 좀 가르치라고. 이에 유리의 대답은 아래와 같이 기가막히다.

누군가에게 내민 손이 그 사람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면 되도록 그렇게 해주고 싶다는 유리의 말이 뭔가 여운이 남기면서도 에이프릴에게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이 든다. 에이프릴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저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에이프릴이 딱 맞는 주인을 맞아서 다행이고 다음 이야기도 기대된다. 유리와 라기의 관계,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에이프릴의 행보가 말이다.
다음 권도 어서 읽어보고 싶다.

한 번 내민 그 손길로 인해 라기, 네 인생이 바뀌고, 내겐 소중한 사람이 생겼듯이.
내가 내민 손으로 인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빤히 보이는 그 애의 인생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면.... 그 옛날 너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곳으로 에이프릴도 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내가 얼마나 그 아이를 데리고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함께 있는 동안엔 괜찮은 날을 만들고 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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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전원 교향곡 - 을유세계문학전집 24 을유세계문학전집 24
앙드레 지드 지음, 이동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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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정신이 성장해나간다는 말은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지드의 ‘좁은 문‘을 처음 접했을 때가 아마 중학생 때였을 것이다. 그다지 인상 깊게 읽지 않았기에 몇년이 지나서야 다시 생각나 읽게 되었는데, 알리사와 제롬 간에 흐르는 분위기 등등 어렸을 적에 보지 못했던 세세한 감정들이 느껴져서 새삼 놀라웠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해하지 못한 점은 알리사가 왜 그토록 제롬의 구혼을 받아들이지 않았는가였다. 물론 알리사가 신앙심이 깊고 자기 믿음에 따라 행동했다는 것에는 별말 할 수 없었지만 이것이 과연 최선이었는가였는지 의문이 들었다.
뒤에 옮긴이의 해설을 보면 알리사의 신앙은 거의 실패로 돌아간 꼴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종교적 믿음이 너무 과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나도 작품이 주는 신앙심에 감동하기 보다는 위와 같은 교훈에 더 마음이 갔다.

특히 마지막에 10년 뒤의 제롬과 쥘리에트가 나누는 대화는 저절로 눈물이 글썽거리게 만든다. 알리사와의 추억을 평생 간직하며 홀로 쓸쓸이 살아가는 제롬의 뒷모습이 유난히 더 가슴 아프다.

앙드레 지드의 소설은 특유의 종교적 색체가 강하면서도 그걸 바라보는 주위사람들의 모습도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런 이질적인 점이 고요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대단하기도 하다.

추가로, 번역이 잘 되었지만 현대사람이 읽기 어렵게 한자가 많으며 말투가 지금과는 많이 다르게 번역되어서 되도록 을유판보다는 민음사나 다른 출판사의 책을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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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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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그만큼 강렬했던 책 중 하나였다.
특히 혼란스러웠던 시대상에서 슈바르츠와 콘라딘의 우정은 ‘데미안‘이후로 감명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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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네버랜드 클래식 11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타샤 투더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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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은 내가 어렸을 때 자주 읽었던 책이다. 그땐 어린이 고전이어서 대략적인 스토리만 알수 있었는데 이렇게 어른이 되서야 정식본을 읽으니 스토리 뿐만 아니라 동심이 되살아날 정도로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메리는 인도에서 태어난 병약한 여자아이다. 게다가 부모의 무관심으로인해 제멋대로 하는 버릇없는 아이었지만 영국의 요크셔 지방의 고모부의 집에서, 특히 그곳 정원을 탐방하면서 점차 건강하고 긍정적인 아이로 다시 태어난다.

계속해서 읽다보면 이 ‘자연‘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된다.
맨 처음의 메리를 보면 마치 요즘 아이들이 상상된다. 공부와 게임에 몰두하느라 밖에 나가서 놀지 않고 계속해서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모습을 말이다.

처음의 메리는 머리카락에 힘이 없고 얼굴은 누렇고 굉장히 신경질적이다. 그러나 후반부에 비밀의 정원을 가꾸면서 머리카락이 부풀어오르고 뺨은 빨개지고 얼굴이 밝아진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게 아닐까? 조금 힘들지라도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마음껏 분출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줘야 하지 않을까?
가끔은 가족들과 함께 소풍을 가는 등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어린이들에겐 동심을, 어른들에게는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지 알려주는 해답을 주는 책이다. 정말이지 읽을 때마다 내가 다 순수해지는 느낌이다.

이 세상에 살면서 겪는 이상한 일 가운데에 한 가지는 아주 이따금씩 자기가 영원히, 영원히 살 거라고 믿게 되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온화하면서도 장엄한 새벽녁에 잠에서 깨면, 밖으로 나가 홀로 서서 고개를 함껏 젖히고 높디높은 하늘을 올려다 보라. 뿌연 하늘빛이 천천히 불그레해지면서 미처 알지 못한 경이로운 일들이 펼쳐지다가 마침내 동녘이 밝아오면, 자기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해가 떠오른다는, 수백만 년 동안 아침마다 되풀이되어 온 일에서 영원히 변치 않는 야릇한 장엄함을 느끼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과 함께 사람들은 자기가 영원히 살 것이라고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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