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세계대전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6
마이클 하워드 지음, 최파일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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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14년부터 총 4년간 벌어졌던 제1차 세계대전을 간략하게 설명한 책입니다. 세계대전과 관련된 서적을 이제 접해보기 시작한 초심자 입장에서 입문서로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영국인이라 영국 입장에 치우쳐진 부분이 다소 있지만 뒤에 보충을 해주고 있어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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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기 미제 11
한국일보 경찰팀 지음 / 북콤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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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잡히면서 미제 사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태완이법'을 비롯해 현재는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사라졌지만 바뀐 것은 법일 뿐, 실제로 일어난 사건은 여전히 바뀌지 않은 채 미제로 남아있다.


한국일보 측에서 펴낸 '한국의 장기 미제 11'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10가지의 미제 살인 사건 등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 1건은 미제 사건이었다가 최근에야 범인이 잡힌 사건이다) 책을 읽다 보면 뉴스나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사건 사고 관련 방송에서 미처 접하지 못한 끔찍하고도 안타까운 사건들이 많아 저절로 마음이 편치 못하다. 피해자들은 모두 우리 옆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난한 이웃들이었으며 나이는 초등생부터 70대 노인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이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고도 여전히 주위에서 버젓이 살아있을 것 같은 범인들, 그리고 그 범인을 쫓는 미제 담당 수사 기관들의 노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본 책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여러 미제 사건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확실히 언론에서 만든 책이라서 그런지 사건의 자세한 분석이나 심층적인 설명은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마치 사건 기사를 읽는 느낌이랄까. 한마디로 하나의 사건 당 짧은 분량이 아쉬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속해서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사건 내용에 빠지게 된다. 

표창원 선생님이 쓴 책을 원한다면 조금은 실망할 것이고, 기사처럼 반듯하고 간결한 내용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책인 것 같다. 

범죄는 개인적인 잘못이 아닌 사회 현상이 투영된 것이라는 20세기 지성 에밀 뒤르켐의 말처럼, 이제는 사회 공동체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범죄 피해자에게도 보호와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는 것이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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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프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7
이디스 워튼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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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새로 출간된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시리즈 중 하나인 '이선 프롬'.

해당 출판사의 블로그에서 이 작품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마치 첫눈에 반한 것처럼 표지와 제목을 보자마자 강렬한 끌림을 느꼈다. 그래서 책이 시중에 나오자마자 가까운 서점에 들러 바로 구입했다. 그렇게 읽게 된 이디스 워튼의 '이선 프롬'. 다 읽고 나서 '역시 내 느낌은 아직 죽지 않았어!'라는 확신에 찬 생각과 함께 오랜만에 인생작을 만났다는 기쁨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선 프롬'은 액자식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이다. 

작중의 주인공인 '나'는 미국 가상의 지역인 '스탁필드'에 일하러 온 엔지니어이다. 그는 그곳에서 죄수처럼 비참하고 쓸쓸해 보이는 '이선 프롬'이라는 농부를 발견하고 곧 이선이라는 사람에 대해 호기심이 들기 시작한다. 어느 날 스탁필드에 엄청난 폭설이 내리고, '나'는 평소에 일터에까지 데려다주는 이선과 함께 눈보라 속에 갇힌다. 가까스로 마을 근처에 도착하지만 눈보라는 더욱 심해졌고 결국 '나'는 이선의 집에서 하룻 밤 머물기로 한다. 

그때 '나'는 평소 주민들에게 들었던, 이선을 둘러싼 각종 소문을 가지고 환상에 빠지게 되고, 이렇게 '이선 프롬'의 과거가 펼쳐진다. 



이 작품은 이선이라는 인물을 통해 사회의 관습과 주변 환경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옭아매는지를 짐작하게끔 하는 책이다. (70년대에 페미니즘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선 프롬'도 갑자기 급부상했다는 책 소개를 보고 뭔가 여성의 자유나 성의 자유를 표현하는 책인 것으로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이선은 원래 시내 대학에서 공부하던 공대생이었다. 나름 과학적인 현상에 관심이 있어 했고 연구하고 탐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병에 걸려 돌아가시자 어쩔 수 없이 학업을 중단한 채 고향에 내려와 농장 일을 전부 떠맡아 살아간다. 

정 없는 지나와 결혼, 주변 친척들의 눈치, 굶어 죽을 것 같은 생활고와 침묵이 가득한 고향의 생활은 21세기의 내가 보기에도 정말 지옥 같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참하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이곳에 더 있고 싶을까. 읽는 내내 이선이 안쓰러워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 때 등장한, 비록 일은 못 하지만 활기와 생명력, 풍부한 감수성을 가진 지나의 사촌 매티와의 불륜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불륜을 미화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다. 나 또한 다 읽고 나서 이들의 사랑보다는 그들을 둘러싼 주위 환경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으니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멀리 떠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을 때가 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고 생활여건과 사회적 관습이 다소 느슨해진 오늘날에는 여건만 된다면 여행 같은 것을 통해 마음껏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진정한 '자유'일까? '이선 프롬'을 읽다 보면 전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을 읽어내려갈수록 사회로부터, 여러 가지 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순간을 즐길 여유가 충분히 있는 사람이라도 뭔가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선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모르게 환경과 억압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마침 세계문학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 여성 작가들을 좋아하시는 분들, 서정적인 작품을 좋아하시거나(놀랍게도 주제는 비관적이기 짝이 없는데 묘사나 비유는 매우 서정적이다!)가혹한 현실에 치여 사는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책이다.

그(이선)는 말없는 우울한 풍경의 한 부분인 것만 같았고, 그 안의 온기와 마음은 표면 아래에 꽁꽁 묶인, 말하자면 얼어붙은 슬픔의 화신과도 같았습니다. (중략) 나는 단지 쉽게 다가가기에는 그가 너무나 깊은 정신적 고립 속에 살고 있다고 느꼈을 뿐이에요. - P18

지난 몇 해 동안 이 말없는 선조들은 그의 조바심, 변화의 자유를 갈구하는 그의 욕망을 빈정대 왔던 것이다.
‘우리는 이곳을 결코 떠나지 못했다.....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겠느냐?‘
라는 구절이 묘석마다 쓰여 있는 듯 했다. 문을 드나들 때마다 ‘나는 이곳에서 이렇게 살다가 마침내 저들에게로 가겠지‘하며 몸서리치곤 했다. - P50

이선은 목소리를 낮춰 "내가 할 수만 있으면 너(매티)‘를 위해 못할 일이 없다는 걸 너도 알지!"하고 말했다.
"네, 알아요"
"하지만 난 못해....."

(중략)

"맷, 난 손발이 꽁꽁 묶였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그가 다시 말을 꺼냈다.
"이선 아저씨, 가끔 제게 편지해 주세요"
"아, 편지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난 손을 뻗어 너를 만지고 싶어. 너를 위해 모든 것을 하고, 또 너를 보살피고 싶단 말이야. 네가 아플 때, 네가 외로울 때 같이 있고 싶어"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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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책 읽어드립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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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어 본 햄릿. 흔히들 햄릿을 고뇌형 인간이자 결정장애가 있는 부정적 인물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햄릿과 같은 인물이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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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평전
프랜시스 윈 지음, 정영목 옮김 / 푸른숲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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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혁명의 역사와 사회주의, 공산주의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마르크스를 수없이 접했다. 앞서 말한 부류의 책들 대부분이 하나같이 모든 원인을 마르크스에게 돌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만 봐도 그렇다. 과거 군부 독재 시절과 민주화의 탄압이 일상이었던 시대에서도 수많은 민주화 운동가들이 '공산주의자' 일명 빨갱이로 잡혀가거나 고문을 당했다. 그리고 이때도 역시 모든 것의 원흉을 마르크스에게도 돌렸다. 그의 책만 읽어도 잡혀갈 뻔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꽤 오래전부터 마르크스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그가 쓴 '공산당 선언'이나 '자본론' 등등을 읽어도 되었지만 뭔가 색다른 것을 알고 싶었다. 그의 옹호자나 비판자에 의해 평소에 본인이 좋아하던 붉은 색의 페인트칠이 삶의 전반에 덧칠해진, 그런 부류의 책이 아닌 '정말 솔직한' 마르크스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물론 정말 100% 사실로 쓰인 책은 없을지 몰라도 어느 정도 진실한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러다 만난 책이 바로 '프랜시스 윈'이 쓴 '마르크스 평전'이다.


프랜시스 윈은 영국의 유명 잡지 '가디언'지의 칼럼니스트다. 

윈은 이색적이게도 다른 저서를 별로 쓰지 않은 듯하다. 책날개에 나와 있는 설명란에도 그렇다 할 자세한 약력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인데, 별로 없는 그의 저서에서 '마르크스 평전'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이 책이 나름 훌륭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다 읽어 본 소감으로는 괜찮은 책이다.

'가디언'지나 '인디펜던트지'에서 평했던 것처럼 이 책은 정말로 '인간' 마르크스를 다루고 있다. 즉, 마르크스를 향해 불필요한 개인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를 둘러싼 비방과 증오에는 실제 증거를 통한 진상규명과 신랄한 비웃음을 날리고, 신화적이고 우상화하는 시선에는 똑같이 증거나 행적을 들이밀며 마르크스가 단순히 하나의 이론을 남긴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내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책의 전반이 마르크스와 그의 조력자 엥겔스의 행적과 편지들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주변인들의 기록도 한몫을 하는데 다른 평전이나 관련 책들이 복잡한 이론이나 마르크스의 사상을 물고 늘어지는 반면,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도중에도 그의 사상이 나오긴 하는데 아주 기초적인 부분이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준이다. 덤으로 저자의 재치있는 풍자와 마르크스 특유의 비판적 사고력은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또 인상 깊었던 점은 마르크스의 삶과 이론의 전반이 입체적이었다는 것이다.

철학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 한 이론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주장한 사람은 아마 마르크스일 것이다. 동시에 그런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것도 마르크스일 것이다. 

엥겔스와의 편지, 그의 아내 예니와 딸들이 알려주는 마르크스, 그리고 '자본론'을 쓰는 고된 과정 등등과 함께 전체적인 마르크스의 삶은 그가 주장했던 이론대로 평생을 고통스럽게 살아갔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평생을 혁명을 위해 싸운 '괴팍한 도깨비'였던 마르크스의 모습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비정상적이게 보일지라도 그의 타고난 본성에는 정상적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마디로 자기 성정에 맞게 성실하게 투쟁하며 산 것이다.


이렇듯 만약 마르크스의 전반적인 삶을 알고 싶은 사람이나 조금이라도 쉽게 그를 알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읽어도 좋은 책이니 한 번쯤 도전해 봤으면 한다. 

마르크스는 이미 추상적인 관념론은 뜨거운 공기일 뿐이며, 역사의 기관차는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힘들에 의해 움직인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 P110

그의 악덕은 동시에 미덕이기도 하며, 역설과 도치, 대조법과 교차대구법에 중독된 정신의 표현이다. 때로는 이런 변증법적인 열정이 공허한 수사를 낳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놀랍고 독창적인 통찰을 보여주는 경우가 더 많다. 마르크스는 어떤 것도 당연시하지 않았으며, 모든 것을 뒤집어보았다. 사회자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 P87

마르크스는 정부와 그 반대자들을 동시에 적으로 만든 뒤, 곧 그 자신의 의논 상대들과도 반목하게 되었다. - P67

의외 내의 언론 자유 옹호자들은 전체적으로 그들이 옹호하는 자유와 아무런 현실적 관계가 없다. 그들은 언론의 자유를 생사가 걸린 요구로 체득했던 적이 없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머리의 문제이며, 거기에서 심장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중략) 의외의 이른바 자유주의자들은 언론에 족쇄가 채워져 있는 동안에도 부족한 것 없이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 P67

지지자들이 사자는 말똥풍뎅이와 싸우느라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충언할 때마다 마르크스는 유토피아적인 협잡꾼들을 무자비하게 폭로하는 것이야말로 혁명적 의무라고 대답하곤 했다.
"우리의 임무는 공개된 적들보다 자칭 친구들이라고 하는 자들에 대해 엄한 비판을 하는 것이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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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20-09-12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인간 마르크스 즉 최대한 마르크스의 생애와 행적에 초점을 둔 시각도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론 그가 쓴 저작들 즉 사상과 이론적 학습도 중요하다 봅니다. 그가 쓴 자본론이나 공산당 선언이 지금까지도 고전으로써 읽히는 것에는 그 만큼 맑스의 사상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오네긴 2020-09-12 17:54   좋아요 1 | URL
맞는 말입니다.

저도 해당 평전을 읽고나서 마르크스의 이론들에 대해 좀 더 탐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쓴 리뷰에서 말했듯이 다른 책들은 마르크스의 생애와 사상을 쓴 배경, 그리고 오늘날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완전히 무시한 채 오로지 ‘사회, 공산주의다!‘라는 사상적 이유만을 물고 늘어지는 성향이 있어서(아예 마르크스 서적을 읽지 않았으면서 틀린 사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관련된 책을 고르는 데 주의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
그러던 중이 이 책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었지만요 ㅎ

아무튼,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