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먼 빈센트 필의 긍정적 사고방식 - 어떻게 자신의 행복을 창조할 것인가, 개정판
노먼 빈센트 필 지음, 이갑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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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을 초 간단 압축하자면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신과 대화하고, 성경 구절을 암기하라로 말할 수 있다. 저자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고, 제목이 긍정적 사고방식의 힘이라 하여 자기계발 분야일 것으로 이해하고 책장을 열었다.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저자의 경험과 풍부한 목회 활동 사례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인한 영향을 입증하는 과학적 고찰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긍정적 사고방식에 대한 저자의 과학적이고 확고한 신념을 기대했건만, 신을 경배하고 기도함으로써 얻는 혜택을 성가시도록 권유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책을 더 나은 삶을 위해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안내서라고 소개하며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면 인생에서 큰 승리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종교적이지 않은 독자들에게 혹시라도 이 승리라는 어휘는 세속적 성공의 다른 표현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저자는 모르는 것일까? 종교적인 독자라면 뭐라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접하겠지만, 필자와 같은 범신론자 혹은 무신론자에게는 일상생활 속에 그다지 녹아들 만하지도 않은 종교적 조언이 범람하는 강을 간신히 헤엄쳐가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우리의 머리를 성경 구절로 가득 채우면 부정적 사고가 자랄 틈이 없다고 말하지만 이는 자발적 세뇌에 가깝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 믿음으로 자신을 기만하지 말라면서, 대신 이번에는 신이 자신을 통제 조절한다는 긍정적 믿음으로 자신을 기만하라고 한다. 이 책이 쓰인 1950년대에는 이 같은 전략이 먹혔을지 모르겠지만, 지난 70년간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양한 분야로 넓고 깊게 성장하였으며 눈부시게 발전한 심리학은 투자에 의한 자산 증식이나 도서관 방문을 더 권장하고 있다.

 

자기계발서로 치장한 이 책은 도입부에 일부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끊임없는 기도와 성경 구절, 신앙의 언급으로 필자의 지속적인 탐구의식을 흐리고 독서 의욕을 지치게 한다. 자기계발 내용의 대부분은 처음에는 자신과의 대화 방법을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만의 사고방식을 바꾸게 되는 자기암시와 기교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나 만일 독자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면 이 책은 성경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생활 윤리이자 실용서로 만들어 줄 유용한 도구임이 분명하다.

 

저자는 종종 자신의 일화적 경험담을 회상하며 자신의 가르침을 과학적이라 칭하지만, 접근법이나 참고한 이야기들에는 과학적 방법론을 동반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수많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무명씨에 이야기의 주제도 명확지 않아 연관성이 거의 없어 신뢰할만한 근거를 얻지 못한다. 자기계발 부류의 책을 종교적 설교의 매개체로 활용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으며 놀랍게도 전 세계 42개국에서 2,500만 부가 팔려나갔음을 자랑하고 있다.

 

가장 위험스러운 지점은 믿음으로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하는 11장이다. 최근 전 지구적 재앙이라 할만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에 치유는커녕 무기력했을 뿐 아니라 정부의 자제 권유를 무시하고 집회를 강행하여 전염의 확대 재생산에 공헌하는 반사회적 모습을 보여주었다. 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교회를 떠나고 있으며 왜 교회는 점점 더 이웃 없는 그들만의 종교가 되고 있는지 통렬히 반성할 부분이다


저자의 훌륭한 인생 조언은 겸허히 받아들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굳이 이 책의 저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믿음으로써 인생의 변화가 온다는 확신을 주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성공적인 인생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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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drl32 2021-10-07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교회랑 가져다 이야기하는건 맞지 않음 그런행동을했던 사람이 문제있는사람이었고 성경에서 말하는 것들을 정말 지켰다면 그런일을 벌였을까요 ?? 이 책을 비판하는근거로는맞지않네요
 
[전자책]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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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2세의 나이로 이 책의 전작 진행중인 일’(A Work in Progress)를 출간했을 당시 뉴욕 타임스와 가졌던 인터뷰에서, 저자는 중서부 시골 마을의 소년이 환상적인 인터넷 세상을 접하게 된 여정을 공유한 바 있다. 유머와 놀라운 통찰로 그의 과거를 탐험하면서, 저자는 유투브와 사랑에 빠진 이유와 함께 그를 처음 알게 된 이들에게 수백만의 헌신적인 팔로워들을 거느리게 된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후 2년이 지나 저자는 그동안 카메라에 비치지 않던 자신의 가려진 모습을 드러낼 준비가 되었고, 사진과 시를 기반으로 우울증, 사회 공포증, 이별, 자기애를 자기 내면의 목소리로 들려주려 한다. 여기에는 나눔을 소중히 여기고 진정한 연대를 사랑하는 세상에서 진실한 자아를 지켜가고픈 욕구, 사랑과 이별의 몸부림, 자신은 물론 타인들과 함께 현재에 머무르고 싶은 반복적인 노력 등이 담겨있다.

 

저자 스스로 이 책은 짧은 수필, 과거와 미래의 자신에게 쓰는 편지, , 무보정 사진을 종이 위에 쏟아놓은 공개 일기장이라 말한다. 앞날을 향해 달려가며 자신을 돌아보고 있는 젊은 크리에이터의 환상적 내면세계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본 순간이기도 하다. 또한, 특정 시기의 자기 생각과 느낌을 되돌아봄으로써 자신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자신은 물론 독자들과 닮은 점을 공유하여 모두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를 원한다.



 

그는 이미 10대 초반에 자신의 성 정체성은 동성애자임을 밝힌 이후 삶이 더 나아졌음을 솔직히 말한다. 약간의 키스가 언급되기는 했으나 성적인 내용은 비교적 적으며, 방송가의 부정적인 중계 문화와 자살에 관한 생각 역시 잠깐 언급한다. 정신질환 치료에 관한 오해가 없기를 바라며 독자들로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를 옹호 받고 싶어 한다. 질풍노도 시기의 10대 문제와 술집 출입에 관하여는 의외로 무덤덤한 편이다. 무엇보다 저자가 던지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사람들과의 진솔한 감성적 연대 그리고 보편적 감정과 경험을 통한 타인과의 연결이다.

 

인생 초반이라 가진 것 없으니 후회할 것도 없다지만, 스물 언저리의 청춘들은 자신에게 진실하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하면서도 앞으로 인생의 기복과 결정적 시기와 변화를 어떻게 맞이하고 견뎌야 할지 늘 더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저자의 공개 일기장을 통해 막 성인이 되는 젊은이들은 이제 곧 맞닥뜨릴 삶의 기쁨과 도전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얻게 될 것이며, 삶의 원숙기에 접어든 독자들은 자신의 지나온 젊은 날들을 예전보다 성숙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되돌아볼 기회로 삼을 것이니, 특정 연령대의 구별 없이 모두에게 좋은 읽을거리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괜찮은 작가다. 슬프고, 즐겁고, 신나고, 우울한 그 모든 감정 사이에서 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솔직 담백하다. 각각의 짧은 글에 곁들인 사진과 시는 저자가 겪었던 순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재미를 주며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의 독자들 역시 자신들의 경험과 감정을 연결할 수 있고 마침내 타인과 연대하는 힘을 얻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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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원칙 - 인간 역사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무기
카민 갤로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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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자리에서 단 한 차례 형식적인 인사만 나누었을 뿐, 수년간 별다른 교류도 없던 사람이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와 몸에 그렇게 좋은 건강 보조식품을 소개할 테니 20분만 허락해 달라 부탁한다면? 누구라도 이런 상황을 호의적으로 받아넘기기란 매우 쉽지 않을 것이다. 십중팔구 로부터 자신보다는 호주머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약장수라는 인상을 받을 테고 필자 역시 그러한 생각에 더 이상의 대화를 흔쾌히(?) 거절하고 말았다. ‘는 필자를 상대로 이득을 취할 아이디어만 있었을 뿐, 그의 의도대로 움직여 줄 명분이나 친분을 쌓아두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의 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수사법적 수단인 logos(논리적 구조), ethos(인격과 품성), pathos(감정적 유대)를 활용하여 주장을 뒷받침했어야 한다. 그는 뛰어난 약효와 안전성을 부각한 로고스만 호소하였을 뿐, 서로 알고 지내며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에토스와 약효의 경험담을 공유하여 공감을 일으키는 파토스를 갖추지 못했다. 그 결과 돌아오는 것은 날 언제 봤다고 어디서 약을 팔아?’라는 반발뿐이다.


+

지인을 상대로 다단계 약을 팔든, 거창한 사업을 하든, 괜찮다는 아이디어가 저절로 팔리는 법은 없다. 기업이라는 이름의 세계화 집단, 시스템 자동화 그리고 인공지능이 결합하여 거의 모든 영역의 직업군에 교란을 초래하는 이 시대에,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기만 해서는 무용지물이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라도 상대가 이에 감화 감동할 여지가 있어야 한다. 남들보다 앞서가며 탁월함을 성취하려면 역설적이게도 예부터 전해지는 고전적 설득술에 통달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술을 풀어쓰며 오늘날 청중에게 더 나은 의사소통을 위한 영감 방법을 제시한다. 문명의 발달로 일의 본성 자체가 변화하고 뛰어난 기술력으로 전 세계의 사물들을 순식간에 교류할 수 있게 되면서 의사소통 기술은 더욱더 중요해졌다. 그는 또한 신경과학자, 경제학자, 역사학자, 억만장자 그리고 구글, 나이키, 에어비앤비 같은 세계적 기업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미래의 꿈에 불을 지르는 현장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전체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우선 남다른 언변으로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돌아보고(1), 과학자와 사업가, 금융인, 의사와 병원 등 실제 세상에서 나타난 설득의 성공사례들을 소개하며(2), 설득에 통달한 인물들에게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말의 기술을 상세히 알려준다(3). 특히 각 하위 장의 끝에 파이브 스타 원칙소제목으로 요약본을 제시하여 가독성을 높여놓았으며, ‘상위 1퍼센트가 사용하는 독보적인 말의 기술은 아래와 같이 요약된다.


+

  1. 파토스 원칙을 기억하라. 설득에는 감정에 호소하는 파토스가 있어야 하며 이를 구축하는 최고의 언어적 수단은 이야기이다. 개인적 경험, 자신이 겪은 변화, 나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이야기를 활용하라.
  2. 설정-갈등-해소의 3막 구조를 따르라. 긴장-고난-행복한 결말이 있는 영웅의 이야기가 전수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3. 단 한 줄로 승부하라. 하나의 주제를 영화의 로그 라인처럼 한 문장에 담아 15초 안에 핵심을 제시하라.
  4. 최소한의 단어만 써라. 청중의 집중력은 기껏해야 15분이다. 요점 제시는 신속하게, 어려운 내용은 쉬운 말로 다듬어 전달한다.
  5. 비유로 요리하라. 언어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유추를 적절히 제시하면 대개 원하는 성과를 내는 데 성공한다.
  6. 잠든 뇌를 깨워라. 세상을 다르게 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것들을 뇌에 쏟아붓는 것이다.
  7. 두려움을 조절하라. 탁월한 의사소통 능력은 타고난 자질이 아니다. 자신과 경험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재해석과 반복적 연습인 리허설을 통해 압박감을 극복할 수 있다.

 

의사소통은 마치 다섯 개 만점의 별점 매기기와 비슷하다. 별의 개수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세상이 좋아져도 인간인 이상 우리는 의사소통을 중단하거나, 거부하거나, 인류가 최첨단기술로 개발한 결과물인 인공지능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기계가 인간의 감정을 읽는 법을 배울 수는 있지만,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과거 지식의 시대에는 정보 보유량이 우리의 가치였으나,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 설득술의 재발견과 적용을 통해 우리가 평범과 비범 사이의 격차를 좁히고 자동화 시대에도 인간다움을 잊지 않는 의사소통의 회복을 바라고 있다. 애플 부사장 안젤라 아렌츠의 말처럼,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우리가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고 서로의 손을 만질 때 받는 느낌을 대체할 수는 없으므로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적 유대를 이루는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데 공감하는 독자라면 특히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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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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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상경한 듯주머니에 단돈 10만 원뿐인 초라한 행색의 사내가 강남 버스터미널에서 전화로 택배 일자리를 얻는다그가 맡게 된 택배 구역의 동네 이름을 따 행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통하게 된다.


- 사실 이 바닥이 바닥까지 떨어진 사람들이 많이 오긴 하죠.

- 바닥이 있다면 아직 진짜 바닥은 아닌 거죠. (16p)

택배기사를 구인하던 택배업체 사장 바나나 형님과의 첫 통화를 보면 그는 몸을 팔아 살아가는 삶의 바닥까지 내려온 것 같다그러나 자신을 건사할 만한 능력과 생각을 지닌 그로서는 적어도 정신세계만큼은 아직 바닥까지 내려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이 일에서 배운 게 있다면 버나드 쇼의 말이 맞다는 거다돼지와 뒹굴어서는 안된다는 것함께 더러워질 뿐이고 심지어 돼지가 그걸 좋아한다는 사실.(70p)

비 오는 날 배송 물품의 포장이 물에 젖었다며 안 받겠다고 갑질하는 옷가게 사장을 그는 이런 생각으로 바라본다갑과 을을 지나 병이 정을 하대하는 환경에서도 그는 스스로 돼지와 동급이 되기를 거부하는 장면에서 작품이 점점 흥미롭게 다가온다.


- 하지만 감정노동에 대한 대가 따위는 없다이런 걸 착취라 하고눈 뜨고 당하고 있는 걸 바보라고 한다가난하게는 살 순 있어도 바보로 사는 건 싫다. (75p)

배송한 물품을 창고 안쪽으로 옮겨달라며 갑질하는 다단계 회사 안내 여직원에게 배송과 운송의 차이점을 참교육하는 장면에서자존심은 이렇게 지켜야 한다는 듯한 매력을 발산한다우리가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접어두고 퇴근해 집에 와서야 겨우 꺼내 확인해보는 그 자존심 말이다.




- 현대 교육의 핵심은 야성의 제거에요노예에게 야성이 있으면 다루기 힘드니까집에서 기르는 개와 마찬가지죠먹이를 주고 쥐꼬리만 한 안정감을 쥐여주면 나머지는 원하는 대로 부려 먹을 수 있죠교육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아요경쟁을 시키고 서열을 주면 알아서 서로를 증오하며 끌어내리고 밟고 올라서기 바쁘죠그러면서 태연한 얼굴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건 자유라고 말하죠자유가 어떤 건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도 모르고 말이죠. (223p)

한 달간 택배 업무를 대신 뛰어준 보답으로 술을 사는 남현동과의 대화를 통해약자를 밟고 올라서야 약자 취급을 받지 않는 학습된 권력 구조의 모순과 이에 순응하도록 의도된 제도권 교육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들추고 있다경쟁이 아닌 협력과 상생의 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상기시킬 수 있다니.


- 되도록 사람과 연은 맺지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연이 맺어지면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지어야 편해지는 성격이다이상한 데 결벽증이 있고 역시 다른 성격처럼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184p)

- 희망이란 게 사람에게 힘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을 괴롭히기만 할 뿐인 것 같아요그럴 땐 포기하면 편하죠정말 그래야 할 일은 살면서 한두 가지 정도인 것 같아요대개의 일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도망갈 수 있다면 도망가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그런 마음이 드는 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는 뜻이니까. (189p)

- 사람이란 한계치에 다다르면 나뭇잎 한 장이 얹혀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법이다한계치는 사람마다 다르며 죽는 것보다 사는 게 힘들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다타인이 그 무게를 어찌 알겠는가설명 부부라고 해도 말이다. (204p)

이 부분은 주인공의 성격을 드러내는 독백으로 뽑았다인연은 물론 부부와 같은 최소 가족 단위에도 기름기 뺀 미니멀리즘적 태도를 보인다특수한 상황에 이르는 인간의 한계치를 경험해 본 이력을 엿볼 수 있으며어떠한 대인관계도 언급되지 않는 데 대한 우회적인 설명으로 읽힌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작품에 영향을 준 소설영화미드팝에 대한 오마주를 표방하였음을 밝히면서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말자는 인생관을 가졌다고 한다그러나 우리 인생이 어디 그런가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만 하는 경우는 물론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간인데 마주해야 하는 상황도 부지기수다.


한 번 만날 때마다 백만 원을 받고 시키는 대로 하자고 제안하던 억만장자 회장님의 손녀인 춘자수학 천재였지만 동네 바보가 되어버린 마이클과 경제철학 강의를 고집하는 그의 할아버지세상의 소리를 감상할 수 있어 좋다며 폐지를 줍는 마스크도박 중독으로 택배기사들 월급을 들고 달아난 바나나 형님동료 기사인 아파트와 청림술만 마셨다 하면 사고 치는 주창이와 시비 거는데 도가 튼 조 따거게이 바 코카인의 마약 유통업자인 제니관악 경찰서 강력3계 형사인 유도 등이 그러한 인간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의 제목이 왜 침입자들인가 생각해 보았다하고 싶지는 않지만 단지 생계를 위해 택배기사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주인공 행운동은 택배기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수많은 인간 군상들과 어쩔 수 없이 엮여야만 한다본인이 선택할 여지도 없이 그는 주변인들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배송 물품의 수화인이기 때문에 그들의 일상 속으로 먼저 침입해야 한다그를 맞이하는 주변 인물들 역시 행운동의 일상 속으로 침입하게 된다저자는 서로의 경계를 넘어서는 침입자들의 세계에서는 무례를 범하지 않는 선에서의 예의와 불친절하지 않은 선에서의 친절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또한행운동은 타인에게 무례하지도 않지만 무례한 일을 당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으로 때로는 냉소적이고 자조적이지만 쉽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물질과 권위 등 타인과의 관계에 쉽사리 영향을 받아 자신의 본 모습을 기만하거나 잊어버리는 굴욕감을 맛보아야 하는 데 반해그는 마약밀매 조직에 납치를 당해 고문을 당하는 순간에도 무척 당당하고 초연한 농담으로 자신을 객체화할 줄 안다무척 남다르다경호원의 넥타이를 순식간에 잘라내는 칼솜씨와 knife의 줄임말인 K라는 별명티모센코라는 교관의 이름 등으로 고도로 잘 훈련된 전직 특수전 요원임을 암시하기도 한다그의 주변인들이 의외로 신선한 호감과 매력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의외성에 있으며일상에 찌들어 관계성에 무감각해진 독자들은 물질과 권위를 가볍게 조롱하며 털어버리는 행운동에게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다.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는 저자의 이력으로 보건대 택배기사도 그 가운데 하나이리라 충분히 짐작된다낯선 국내 작가의 작품이라 전혀 기대하지 않고 읽었으나 웬만한 외국 스릴러 작품보다 더 흥미롭고 전개가 빠른 데다 택배 세계를 소재로 한 찰진 소설이란 점이 더욱 신선하고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세계문학상 최종심 후보작에 오른 데에는 다 그만한 저력이 있었음을 공감하며 하드보일드 소설 장르라면 엄지 척 추천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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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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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현재진행형인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을 예견했다고 하여 전 세계 역주행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화제가 된 책을 만나보았다. 중국 우한 시 외곽의 RDNA 연구소에서 유출된 높은 치사율의 인공생성 바이러스라는 공통점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2차대전 이후 여전히 세균전 실험과 국비 경쟁 같은 냉전 분위기가 남아있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가적 상상의 산물이자 소설 속 설정이며 아무래도 장르의 특성상 흥행을 의식하여 다분히 상업화된 측면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딘 쿤츠라는 걸출한 서스펜스 작가를 이제라도 접하는 계기가 된 점은 고마워할 만하다.

 

정확히는 1981년에 출간된 이 초기작의 줄거리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힘은 불행이 닥치기 전 무려 16회나 동계 산악 야영 여행을 무사고로 이끈 노련한 지도자에게 아들을 딸려 보낸 엄마가 사고 이후 아들의 생사를 확인하고자 온갖 역경을 헤쳐가게 만드는 모성에 있다. 녹음기, 디스켙과 같은 추억 속의 단어들이 40년의 세월 격차를 알려주는 점 외에는 미국 국내 텔레비전의 드라마 각본으로 기용될 만큼 작품의 구성이 탄탄하고 읽어나가는 속도감 또한 경쾌한 작품이다.

 

작품 도입부는 야영 지도자와 참가자 전원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이한 사건으로 시작된다. 아들의 시체조차도 확인할 수 없어 갈수록 슬픔과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주인공 크리스티나 에반스는 칠판 글씨, 인쇄기의 출력물 및 다양한 신호를 접하고 엄마만의 감각을 통해 생존 사실을 알려오는 아들의 생존을 확신하게 된다. 이혼 이후 절치부심하여 성공한 공연 제작자로 거듭나면서 알게 된 인생의 친구이자 연인인 변호사 앨리엇 스트라이커와 함께 아들의 소재를 찾아 나서면서 서스펜스 장르 특유의 빠르고 흥미로운 전개가 이어진다.

 

줄거리 스포일러 대신(?) 등장인물을 간략히 소개해본다.

크리스티나 에반스 대니의 엄마, 이혼녀이자 주인공.

마이클 에반스 대니의 아버지이나 이혼남. 판도라 프로젝트의 1호 희생자.

앨리엇 스트라이커 육군 정보부 출신의 변호사, 티나의 연인이자 동반자

대니 티나의 아들. 인공 바이러스 노출의 생존자이자 피실험 대상

빈센트 판도라 프로젝트에 고용된 암살자

알렉산더 판도라 프로젝트의 책임자

 

코로나19는 예견되었다?

South China Morning Post에 의하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생물학 무기는 애초 1981년 원전에서는 러시아 지명인 고르키-400으로 명명되었으나 1989년 재출간 시 우한-400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또한, 최근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발한 것은 사실이나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에 대한 발상은 출처 미상의 SNS에 의한 음모이론이며 중국 당국과 서방세계 과학자들이 극구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2003년 대유행했던 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의 사촌격이며 박쥐를 숙주로 하는 이 바이러스의 정확한 출처를 밝히려 애쓰고 있으나, 인간 감염의 전 단계인 중간숙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다른 점?

최근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 후 5일부터 증상이 발전되고 14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본격 발병하는 것으로 파악되며 주요 사인은 폐 세포 괴사에 의한 호흡곤란이다. 우한-400 바이러스는 노출 즉시 하루 만에 사망하며 주요 사인은 뇌세포 감염에 의한 기능 부전이다. 기저 질환자와 노년층에 집중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치사율은 3~4%인 반면, 우한 바이러스는 100%이며 인체 밖에서는 생존 불가로 설정되어 있다.

 


옥에 티 지적질?

개인적으로 외국 작품을 접할 때마다 아무래도 번역물이다 보니 번역체에 먼저 관심을 두게 되는데 이 작품의 상황 전개, 심정 표현, 배경 설명 부분의 번역은 상당히 매끄럽다. 그러나 은어와 욕설 또는 명령형이 더 어울릴 듯한 긴급하고 적대적인 상황에서 ~하오, ~했소, ~입니까? 와 같은 어색한 경어체 표현은 서스펜스 장르의 특성을 흐리게 하며 빠른 내용 전개를 따라가는 재미를 떨어트린다. 예컨대, 판사에게 대니의 무덤을 열어 볼 권한을 요청하는 앨리엇과 그를 제거하기 위해 판사가 파견한 비밀경찰 암살자들은 목숨이 오가는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격식 차린 공손한 말투로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그러하다.

 

독특한 소재?

저자는 현실적인 공포를 초자연적인 현상 속에 녹여내는 독특한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하며, 이 작품에서는 대니에게 투여한 바이러스 주사의 부작용으로 생겨난 염력(psychokinesis)을 액션의 주요 소재로 사용한다.

 

돋보이는 조연?

최악을 피하되 차악과 공존하는 법을 설파하는 톰비 박사는 의사로서의 생명윤리 의식을 지키려 애쓰는 인물로 그의 인도주의적이고 양심적인 언행은 인상적이다.

 

차기 흥행작의 모태?

대니의 존재는 이후 등장하여 유명한 생물학적 위협(bio-hazard)을 소재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 레지던트 이블에서 유일 생존자의 항체가 해독제로 쓰이는 플롯을 연상시킨다.

 

추천사?

서스펜스 장르의 애독자라면 코로나바이러스를 예견했다는 심령술사의 예언서 같은 광고 문구에 현혹되지 마시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매혹적인 저자의 작품 세계에 딱 두 시간만 빠져 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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