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읽었다 - 각 분야 전문가가 말하는 영역별 책읽기
이권우 외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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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새내기 시절 필수도 아니고 선택이라 학점에 부담 없던 어느 전공과목 강의 첫날이었다. 연세 지긋하신 교수님께서 자신과 과목에 대해 침을 튀겨가며 소개하신 후, 이번 학기 수업을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한다며 참고도서 목록을 나눠주셨다. A4용지 앞뒤 가득히 원서 제목과 저자명이 적혀 있었는데, 독서를 게을리하면 수업 따라잡기가 쉽지 않으리라 하셨다. 엄청난 양의 원서 목록에 숨이 막혀왔다. 그러나 매일같이 벌어진 민주화 시위에 참여하느라 어차피 수업을 따라잡지 못한 대신 최루탄 연기 속에서도 숨 쉬는 법을 익혔다. 1학기 중간고사만 겨우 치렀을 뿐, 그 해가 다 가도록 못 본 시험은 보고서로 대체되었다. 그 당시 배워두었으면 정말 좋았을 영역별 책 읽기 안내서를 30년도 더 지난 후 만났다.



이 책은 교양, 문학, 인문고전,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각 분야의 현직 경희대학교 교수들이 신입생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 책 읽기 길라잡이다. 분야마다 공통으로 책을 읽는 이유, 방법, 글을 쓰게 된 배경 및 추천 도서로 구성되어 꼭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알아두면 유익할 내용을 제공한다.분야별로 읽는 법을 살펴보자.

 

1. 교양도서 읽는 법(이권우)

-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절박함, 새로운 앎에 대한 강렬한 갈망, 금기를 넘어 참된 것을 알고자 하는 청년의 도전 의식,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나 자신과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책을 읽게 만든다. 나의 경우 지금보다 더 나은 나 자신이 가장 강력한 책 읽는 동기가 아닌가 싶다.

- 책 읽기가 익숙하지 않다면 우선 자신감부터 갖춘 후 책 읽은 습관이 몸에 배게 하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른다. 만약 생각보다 어렵다면 훑어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책을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 본문을 읽기 전에 먼저 책 제목을 통해 전체 주제를 짐작하고, 책 뒷면에 있는 저자나 번역자의 글귀를 눈여겨본다. 서문을 읽으면 책의 주제와 관점, 저자의 필력을 알 수 있다. 번역서의 경우는 번역자의 후기가 큰 도움이 되며, 목차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으로 책의 내용을 요약할 수 있다.

본문을 읽을 때는 저자가 쓴 핵심 열쇳말을 어떤 의미로 썼는지 파악하고, 중요한 논증 구조를 찾아 해석하며 읽는다.

읽기를 마치면 책을 주제로 토론하고 글을 써본다. 토론을 전제로 하면 독서 방식이 달라지는데 내용을 생각하고 메모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내재화가 일어난다. 독후감 또는 서평을 쓰게 되면 읽는 이에서 쓰는 이로 전환하는 데 바탕 힘이 된다.

 

2. 문학도서 읽는 법(고봉준)

우리는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우리의 삶에 놓여있는 지점을 이해하는 경험을 한다.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타인의 삶이란 결국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의 또 다른 모습일 수밖에 없다. 감성 능력의 회복, 타인의 삶에 대한 경험, 그것들을 통해 의 삶을 성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 이것들이 바로 우리가 문학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p.63)

소설은 첫 문장에 집중하라. 작품이 겨냥하는 바를 발견하라

시는 이야기가 아니라 언어예술임을 이해하고 시에 형상화된 주관성을 상상하며 읽어라. 시를 읽을 때는 미리 정해진 규칙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경험에 비추어 읽는 것이다. , 시 읽기의 빈도를 늘림으로써 자기만의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 읽기는 말한 것을 통해 말하지 않은 것에 도달하는 일이다.



 

3. 인문고전 읽는 법(전호근)

사전을 옆에 두고 읽어라. 밑줄을 긋고 자기 생각을 적거나 감상을 적어두면 다음에 읽을 때 더 쉽고 재미있다.

반복해서 읽고 필사하고 머릿속에 기억하라. 정말 간절하게 내용을 알고 싶다면 암기하라.

눈으로만 읽지 말고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라. 큰 소리가 아니더라도 buzzing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읽기 방법이다.

입을 넘어 몸으로 읽어라. 몸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기억한다.

책을 덮고 탄식하거나 눈물 흘릴 줄 알아야 한다. 마치 바늘에 찔리고 잠이 확 깨는 정도라야 글에서 감흥을 받은 것이다.

나를 성찰하며 읽어라. 윤봉길 의사와 매국노 이완용 모두 논어를 읽었지만, 성찰의 여부는 애국과 매국으로 드러났다.

멋진 문장을 찾아라. 대개 첫 문장에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자료형 고전은 빠르게 읽어라. 그 자체로 읽는 재미는 없지만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

비판하면서 읽어라. 공인된 견해를 읽을 때조차 나를 지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읽었으면 읽은 대로 실천하라. 위대한 고전은 그 자체로 위대한 것이 아니라 읽는 이가 위대해져야 비로소 위대한 고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벗을 찾아 함께 읽어라. 적어도 살만한 인생이 될 것이다.

좋은 스승을 찾아 배워라. 어려운 고전을 혼자 읽지 말고 전문가나 교육기관을 이용하자.

 

4. 사회과학도서 읽는 법(이병주)

좋은 사회과학 책들은 고유명사의 유일함과 보통명사의 공통됨을 동시에 담고 있으며, 고유명사로서의 삶과 보통명사로서의 삶을 사회적 삶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어준다.

현상(경험)과 본질(사회관계). 자연과학이 자연법칙을 캐낸다면, 사회과학은 사회현상의 근간이 되는 사회관계를 캐낸다.

저자의 입장과 질문 파악하기. 사회과학자의 입장에 따라 질문이 달라지고 보아야 할 범위가 달라지며 사회과학 지식과 문제해결 방식이 달라진다.

개념과 개념화 과정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기. 책을 읽는 이유는 비판적으로 질문하기 위함이다.

사회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과정으로 이해하기. 사회과학은 어떤 주제를 다루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으로 다룬다.

사회과학 책의 내용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그려보기. 사회는 비결정적이기 때문에 실천의 질문을 독자에게 열어놓으며 사회학적 상상력을 정치적 상상력으로 발전시키라고 요구한다.



 

5. 자연과학도서 읽는 법(전중환)

* 이해(문법 단계 독서)

객관적 해설서 vs 저자의 이론서. 과학교양서를 고를 때는 특정 과학 분야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입문, 객관적인 입장에서 상세히 설명하는 해설, 과학자가 자신의 독창적인 이론이나 관점을 주장하는 총설의 단계로 높아지는 수준을 고려한다.

개요를 읽은 다음 독서에 몰입하라. 책 내용의 이해를 돕는 보조 자료를 활용하면 효율적이다.

번역서라면 번역자와 한국어판 제목을 확인하라. 번역서의 제목이 원제와 달라진 경우 바뀐 제목이 오히려 독자의 이해를 방해할 수 있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도 끝까지 읽어라. 과학책은 본래 첫 번째 독서가 어려운 게 정설이니 재독에 삼독할 각오로 읽어라.

* 평가(논리 단계 독서)

핵심 주제를 짧은 한 단락으로 직접 정리하라. 지나치게 단순한 요약으로는 책의 핵심 주제를 충분히 소화하기 어렵다.

독자가 요약한 핵심 주제가 저자의 것과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은유의 경우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공유하는 특성에 주의하라. 저자의 의도를 잘못 드러낸 은유는 오히려 내용 이해에 걸림돌이 된다.

저자가 제시하는 증거가 가설이나 이론을 잘 뒷받침하는지 살펴보라. 독자의 이러한 시도 그 자체만으로도 책의 핵심 주제를 깊이 있게 소화할 수 있다.

* 의견표현(수사 단계 독서)

같은 주제를 다루는 책을 비교하며 읽는 syntopical 독서법을 활용하면 최고의 모범 답안을 독자 스스로 파악하는 효과를 얻는다.

 

6. 예술도서 읽는 법(윤민희)

* 읽기 전 선정 기준과 유형 살피기

제목과 목차 훑어보기

유형 분류하기

* 예술도서 읽기

- 다양한 영상 정보 접하기

목차 보면서 책읽기

쪼개 읽기

이미지를 보면서 책읽기

용어사전 참고하기

최신판 읽기

육하원칙으로 도서 및 작품 분석하기

도서 및 작품의 키워드 찾기

사조, 대표 작가, 대표 작품 찾기

작품을 감상할 때 기본적으로 개인적 반응, 제작 연도, 의도된 전시 장소, 작품 보존, 제목을 살펴보기



 

이상 여섯 가지 분야의 책 읽는 법을 살펴보니 평이하고 익살스운 설명으로 과학도서가 가장 과학적으로다가오는 반면, 아쉽게도 예술도서는 가장 멀리 느껴진다. 생활 수준의 지표가 되는 예술이 반드시 고차원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진중하게 예술을 느끼고 이해하는 성향은 아닌 때문인 듯하다. 30년 전의 상황과 달리 대학의 문턱에서 제대로 된 책 읽기 안내서를 접하고 무슨 책을 어떻게 읽을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후배들이 내심 부러운 한편, 모처럼 책을 가까이하게 된 요즈음 이렇게라도 길잡이를 만나게 되니 다행이다. 아무리 효험이 좋은 방법이라도 결국은 실천이 중요함을 다시 일깨운다. 이제라도 분야별 책 읽기 요령을 바탕으로 기존의 독서 방법을 차분히 돌아보며 자신만의 책 읽는 방법을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다. (2021-04-18)

 

#독서에세이 #나는이렇게읽었다 #책읽기안내서 #분야별독서법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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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읽었다 - 각 분야 전문가가 말하는 영역별 책읽기
이권우 외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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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독서 방법을 차분히 돌아보며 자신만의 책 읽는 방법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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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인류 - 메타버스 시대, 게임 지능을 장착하라
김상균 지음 / 몽스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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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과 요즘 아이들

새 학년 새 학기 첫 시간 학생들에게 돌아가면서 자신을 소개해보도록 했더니 재미있는 현상이 관찰된다. 열에 아홉은 꼭 자신이 좋아하는 온라인 게임을 언급하면서 게임에서 만나자는 말로 인사를 맺는다. 이미 학교에서도 친구이지만 게임 속에서는 새로운 모습의 인물로 나타나 또다시 친구 관계를 맺는다. 같은 남자이고 게임이라면 어릴 때부터 해보았기 때문에 이 녀석들의 게임 세계관을 이해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요즘 자신들이 즐기고 있는 게임의 할아버지 격인 프로그램을 언급하면 귀를 쫑긋 세우고 대단한 관심을 보인다. 그러면서 스스럼없이 게임 친구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적어도 이들과 대화의 연결고리를 유지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아이들은 게임을 하면서 모험심을 채우고, 인공 지능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 AI 융합 교육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지 않아도 이들은 이미 다양한 게임을 통해 인공 지능의 세상에 살고 있다. 컴퓨터가 아예 없던 시절을 살던 아날로그 세대와 태어난 직후부터 스마트폰을 쓰며 자란 디지털 세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자란 경험을 가진 아이들이 산업 현장에서 인공 지능을 설계한다면 세상은 또 달라질 수 있다. 배워서 익히는 게 아니라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식은 적응력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19세기 건물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현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응용 도입할 수 있을지 이래저래 고민만 깊어진다.

 

- 게임에 대한 선입견 또는 편견?

게임을 좋아하거나 할 줄 아는 사람들은 타인의 게임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게임 세상이라는 대화의 소재를 공유한다. 반대로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일수록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다. 상대를 모르면 두렵고 두려우면 부정함으로써 자신의 무지를 정당화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러면서 게임은 발전에 대한 욕구가 없는 게으른 사람들,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하는 소일거리라고 말한다. 자신이 모르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두려움의 대상을 배척하는 인간의 본능을 들키고 싶지 않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러한 멸시와 천대 속에서도 게임을 계속하는 이유는 게임이 욕망을 실현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욕구를 이해는 하지만 자연히 학교 현장이니 학습권 보호를 위해 마냥 내버려 두면 안 되겠다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게임의 폭력성 또한 부정적 시각에서 많은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그러나 개인의 내재된 폭력성이 게임 안에서 소비된다는, 다시 말해 게임을 하는 동안 스트레스가 해소돼 실제 사회에서 안 좋은 쪽으로 분출될 수도 있는 나쁜 에너지가 상쇄된다는 긍정적인 시각에 공감한다. 한편, 학생들이 어릴수록 프로 게이머와 게임 스트리머가 진로 방향의 대세인데, 학업성적으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인문계 고교에서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에 맞추어 이들의 진로를 상담해주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다.



 

- 메타버스의 세계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진행 중이며 세상은 메타버스로 넘어가고 있다.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가 합쳐진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 현실보다 진보된 개념의 3차원 가상 세계로, 경제 활동이 일어나고 사회적 활동이 이뤄지는 온라인 공간이다. 이미 익숙해진 사이버스페이스는 1세대 인터넷과 2세대 스마트폰 시대를 거쳐 3세대인 메타버스로 확장되고 있으며,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머릿말을 합친 GAFA가 세 번째 온라인 물결인 메타버스 시대를 이끄는 주류 기업들이다. 이들의 등장으로 노동의 종말과 노동 시장에서의 도태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오히려 인공 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이기도 하다.

메타버스를 자세히 구분하자면 첫째, 포켓몬고 게임처럼 메타버스가 현실의 공간과 상황에 가상의 이미지와 스토리 등을 덧입힌 현실 기반의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방식의 증강현실Augmented Rality. 둘째,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처럼 자신의 삶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하며 공유하는 세상을 뜻하는 라이프로깅Life Logging. 셋째, 각종 지도 서비스와 길 찾기, 음식 배달 앱처럼 메타버스가 현실 세계의 모습과 정보, 구조 등을 가져다 복사하듯 만든 세상인 거울 세상Mirror World. 넷째, 가상세계 현실과는 다른 공간과 시대적 문화적 배경, 등장인물, 사회 제도 등을 디자인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메타버스로 구성된다.



 

- 게임의 순기능

저자는 또한, 게임 전공자답게 게임의 순기능을 역설한다. 게임을 통해 발생 가능한 상황을 예측하고 함께 고민해 행동 규칙을 만들어 본 경험으로 재난에 훨씬 잘 대처할 것으로 예측한다. 인류 역사에 게임이 없었다면 규칙을 정하고 행동 규범을 정리하는 일에 인류는 지금보다 서툴렀을 것이고 상상력도 물론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 과정에 상상력이 총동원되기 때문이며, 게임 세계는 곧 현실과 연결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게임을 지속시키는 임무-되먹임-보상체계는 거의 모든 게임의 기초적인 구조이다. 뇌 과학적 측면에서 뇌는 지배-자극-균형을 갈망하는 한편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는 탐험-소통-성취 과정에 매력을 느낀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타인과 소통하면서 인간은 성장을 경험하며, 능력이든 사회적 인정이든 이러한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어른이 되어서도 게임을 찾는 이유는 어떤 이유로든 성취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자신의 노력에 대해 인정을 받았을 때라고 하니, 마냥 부정적으로 바라볼 일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예컨대 비디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새로운 과제에 더욱 잘 적응한다고 한다. 비디오 게임이 주변의 변화를 더 빨리 감지하도록 두뇌를 훈련시키고, 인공 지능과 협력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게임을 하면서 서로 돕는 능력이 향상되며, 게임에서 받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집중력이 일상의 어려운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생각의 지도인 메타 인지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에 대해 아는 것인데, 놀랍게도 게임을 하다 보면 메타적인 시각이 게임 안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한다.

 

- 게임 같은 현실, 현실 같은 게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한 기업들이 프로 게이머 구단을 거느리며 e-스포츠 대회에 출전한다. 게임 대회로 인한 부가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장래 희망이 프로 게이머라는 아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게임은 산업 현장도 바꾸고 있다. 제조업체의 조립공정에 투입되는 신입사원을 곁에 두고 일일이 가르치는 대신 튜토리얼 가상 현실로 마치 어린아이가 블록 쌓기를 배우듯 일주일 걸릴 일을 단 두어 시간에 마친다. 일터는 게임이 되고 작업자는 게임의 플레이어가 된다. 외국의 어느 로봇 제조기업을 인수한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업체가 제작한 광고에는 최신 유행 음악에 맞추어 마치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 댄스팀이 등장하는데, 박자에 맞추어 움직일 뿐 아니라 심지어는 사람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동작도 자유로이 선보인다. 드라마 웨스트 월드에서는 스스로 학습 능력을 갖춘 로봇에게 자아가 생겨나 새로운 인간종으로 등장한다. 드라마인 줄 뻔히 알면서도 가까운 미래에 실제 일어날 가능성을 생각하면 기분이 오싹하다. 게임을 단순한 놀이나 시간 죽이기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먼 길을 너무나 빨리 와 버린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과연 게임 같은 세상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게임과 더불어 성장하기

마지막으로 저자는 게임의 형식을 수업에 도입하는 데 적극적으로 찬성하면서, 비록 학업성적 위주로 서열이 정해지는 학교이지만 누군가는 학생들에게 잘하는 것이 다 다를 뿐이라는 얘기를 해 달라고 말한다. 그래야 공부 못하는 아이도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 인생을 살 수 있고, 공부 잘하는 아이도 편향된 엘리트 의식으로 타인을 지배하려는 생각을 버리게 된다고 가슴 따뜻한 교육자로서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전하고 있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백 수십 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써낼 수 있었던 개인적 경험과 같이, 게임에 쏟아붓던 열정과 관심을 발전적인 특정 주제로 돌려 상당한 성과를 거두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교육자라면 학생들의 성장 동력을 어느 방향으로 잡아주느냐에 따라 매우 의미 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를 향한 변화의 변곡점을 게임이라는 핵심어로 살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일독을 권해드린다.

 

사족 : 이 책에 등장하는 최신 게임 용어가 제법 많은데,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게임용 영어만 따로 모아 단어장을 만들었다는 모 선생님의 일화처럼 부록으로 게임 용어 설명을 곁들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2021.04.15.)




#미래예측 #게임인류 #인공지능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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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인류 - 메타버스 시대, 게임 지능을 장착하라
김상균 지음 / 몽스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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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를 향한 변화의 변곡점을 게임이라는 핵심어로 살펴보는 좋은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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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 인생의 판을 바꾸는 무의식의 힘
정도언 지음 / 지와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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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색깔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보라색이라 답한 적이 있습니다. 평범한 질문에 평범한 답변일 수 있습니다. 흔한 심심풀이라면 아무 일도 아니겠지만 정신분석학에서는 의사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할 수 있는 색깔이라고 합니다. 이 책의 표지와 속지, 소주제와 강조하고픈 문단이 모두 산뜻한 보라색입니다. 정신 상담을 받는 편안한 의자에 누운 듯 문단의 편집과 구성면에서 눈이 시원하고 집중이 잘 됩니다.


이 책은 제목보다도 인생의 판을 바꾸는 무의식의 힘이라는 부제에 더 눈길이 갑니다. 인생의 판을 다시 말하자면 지금까지 살아왔던 여러 조건과 제약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삶으로 읽힙니다. 그리고 이를 바꾸는 힘은 의식적 노력보다는 무의식에 있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수동태였던 내가 모르는 나를 능동태로 표현하면 내가 숨기고 있던 것들이 됩니다. 처음 접하는 정신분석의 세계도 생소하지만 이를 전공한 전문의가 말하는 무의식의 세계는 그래서 쉽게 다가오지 않는 분야입니다. 그러나 쉽게 읽히면서도 수려한 저자의 문체를 접할수록 이러한 선입견은 저절로 사라집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몫이 있는데, 필연적으로 집단을 이루고 복잡한 관계의 상호작용을 하며 살게 되면서 자신의 삶에 얽히고 결국은 구속당하는 모순을 겪습니다. 이에 저자는 상실감, 환상, 자기애, 정체성, 초자아, 열등감, 공격성, 외로움이라는 여덟 가지 인생의 매듭을 잘 풀면 인생의 새로운 판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조금 부끄러운 말이지만, 백 세 인생의 전반부를 지나고도 여전히 나를 잘 안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 나 혼자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 거야,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으니까 라며 위로 삼아 중얼거려도 봅니다. 이렇게 나약한 모습을 들키기 싫어 늘 애쓰는 우리에게 저자는 가슴 따뜻해지는 위로의 말과 함께 세상을 읽는 요령과 살아가는 처세술, 그리고 우리가 미처 원인조차 알지 못했던 마음속 고민의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특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좁은 우리 같은 직장에 몸과 마음이 갇혀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자양강장제 같은 글입니다.




한편 저자는 흥미롭게도 정신분석학 세계에 몸담은 의사의 여러 현실적 면모 또한 분석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마음속 깊이 숨긴 것을 꺼내지 못해 결국은 상담에 실패하는 환자를 만났을 때의 어려움이나 이를 잘 타개하는 연륜이 묻어나는 대응 방법 등을 통해 그 또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시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끝으로, 우리는 재미있는 은유와 구체적인 사례를 곁들여 어려운 심리학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함으로써 자신을 좀 더 깊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고, 우리가 책을 읽는 순간조차 자신의 안위와 무탈함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으며 이를 움직이는 힘은 무의식으로부터 나온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다음에 제시하는 발췌문처럼 통찰력 넘치는 따뜻한 시선으로 마음 세계의 탐구를 도와줄 안내서가 필요한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여덟 가지 분야별 발췌문>

 

- 자신의 삶에 대한 평가는 코끼리 더듬기입니다. 코를 만지면 코, 몸통을 만지면 몸통, 꼬리면 만지면 꼬리라고 합니다. 그때그때 기분의 영향을 받습니다. (30. 퇴직하는 이들을 위한 심리학. 상실감)

 

- 현실만 보는 삶은 메마르고, 환상에만 젖어 있는 삶은 질척거립니다. 환상과 현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삶이 윤택합니다. (78. 대리만족의 달콤함이 영혼을 잠식한다. 환상)

 

- 지나친 공감은 내 삶은 물론이고 남의 삶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몰입해서 돕다가 남이 사는 방식과 내용을 침해합니다. 나만을 위한 공감이 된다면 상대방 삶의 정체성을 무너뜨립니다. 이념이나 종교를 내세운 공동체에서 이런 문제가 쉽게 자주 생깁니다. (99.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애)


- 건강한 관계는 두 사람이 독립적으로 세운 두 기둥 위에 같은 지붕을 얹는 것입니다. 두 기둥을 무리하게 가까이 옮기면 건물은 무너집니다. 내 정체성을 존중하는 사람이 진정한 동반자입니다. 무시하거나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려는 사람은 나를 자기의 노예로 만들려는, 자기애의 중독자입니다. (123. 매력 뒤에 숨어 움직이는 자기애)



 

- 누구나 자신이 기억하고 서술하는 바를 진실이라고 믿습니다. 그 믿음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합니다. 기억이 얼마나 취약한 기능인지는 이미 밝혀진 바 있습니다. (157. 서술적 진실과 개인사적 진실. 정체성)

 

- 팔자를 고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집을 버리고 융통성 있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181. 고집불통의 껍질을 깨는 힘. 초자아)

 

- 현실보다는 자신의 정체성 문제가 큽니다. 내가 누구이고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리가 안 되어 있으니 불안한 것입니다. (239. 망설임과 신중함. 열등감)

 

- 블랙리스트의 폐해가 심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행위가 잘못되었다면 그것만 책임을 물으면 되는 데 사람 전체를 매장시키려 하기 때문입니다. (263. 내 마음속 블랙리스트. 공격성)

 

- 외로움은 남과 관계가 끊어진 상태이고 고독감은 나와 내가 관계를 맺은 상태입니다. (299. 부정적인 외로움, 긍정적인 고독감. 고독감) (2021.04.06.)

 

#인문 #무의식의힘 #정신분석 #당신이숨기고있는것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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