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고 아는 존재 -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고현석 옮김, 박문호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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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다마지오가 의식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해 출발한 그의 연구 결과를 설명한 것이다. 그는 인간의 의식이란 유기체의 생명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조건인 항상성을 보장하기 위해 진화한, 일련의 발달에 기초한다고 말한다. 항상성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처럼 가장 단순한 생명체에도 적용되며, 의식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저자의 생각이 약간 생소하고 언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데카르트의 오류’, ‘스피노자의 뇌’, ‘사물의 이상한 순서등 그의 전작들을 마저 읽어본다면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책이 그의 전작들에서 이미 언급된 것들의 요약에 가깝고 내용이 덜 상세하며 제공되는 정보와 사례도 적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느낌은 마음이 있는 모든 존재에게 그 마음이 속한 유기체 내부의 생명 상태를 알려준다. 또한 느낌은 그 마음이 느낌의 메시지에 담긴 긍정적 또는 부정적 신호에 따라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느낌의 기능. 119)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는 인간의 마음을 일컫는 다른 이름, 의식과 그 진화이다. 그는 개미와 벌에게 일종의 의식을 부여하고, ‘비인간을 멸하는예외주의적 견해를 드러낸다. 그는 또한 의식이 무엇을 하는지 탐구한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의식은 인간이 항상성에 대한 위협에 적응할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이며, 따라서 그러한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더 큰 기회를 보장한다. 의식의 다양한 측면 가운데 신화와 문학(에밀리 디킨슨의 시 뇌는 하늘보다 넓다를 자세히 읽어보면 결국 하늘보다 넓은 것은 뇌가 아니라 생명 자체임을 알게 됨), 인공지능과 그 한계성에 대한 조사, 그리고 제롬 컨의 노래 이제 춤 못 추겠어등을 언급한다. 우리가 느끼는 것은 마음에 의식이 있기 때문이며, 우리에게 의식이 있는 것은 느낌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의식이라는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다마지오의 성공적인 연구 결과는 믿을만하고 확인해 볼 가치가 있는 마음 이론의 바탕이 되었다.

 

나는 마음이 풍성해진 상태가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풍성해지는 과정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과정 안에서 마음의 요소들이 추가되는 과정이다. (중략) 현재 내가 접근할 수 있는 모든 마음속 내용물은 내게 속하며, 내 소유이며, 나라는 유기체 안에서 실제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준다. (마음과 의식은 같은 말이 아니다. 157)

 

이 책은 또한 의식의 현상과 생명과의 관계를 파고든 연구 결과이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많은 철학자와 인지과학자들이 의식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없다고 선언했지만, 저자는 생물학, 신경과학, 심리학, 인공지능에서의 최근의 발견들이 우리에게 그 수수께끼를 푸는 데 필요한 도구들을 제공했음을 확신하고 있다. 그는 의식의 무수한 측면을 설명하고 자신의 분석과 새로운 통찰력을 우리 자신의 직관적인 경험 감각에 충실하게 제시한다. 48개 논제에 대한 짧은 글을 통해 의식과 정신의 관계, 즉 왜 의식은 깨어 있거나 감지하는 것과 동의어가 아닌지, 왜 의식이 감각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왜 뇌가 의식의 발달에 필수적인지를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그는 다양한 과학의 최근 연구 결과와 의식에 대한 철학을 종합함으로써 두뇌와 인간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변화를 주고 싶어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주변의 세계에 대한 우리의 경험을 알리고 변화시키는 인간의 근본적인 역량과 그 안에서 우리의 위치에 대한 인식을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지침 역할을 하고 있다.

 


알게 되고 의식이 있으려면 우리는 사물과 과정을 우리 유기체와 연결또는 연관지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라는 유기체를 사물과 과정을 살펴보는 존재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안다는 것을 아는 것. 175)

서문에서 밝혔듯 그는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화법으로 이 책을 쓰려 했다고 하는데, 사실 한 번에 읽어서 이해될 분야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책의 구성 자체는 간결하고 도움이 될만한 내용으로 한 두 장 정도 분량으로 세분되어 있어 읽기 자체는 부담스럽지 않지만, 기존의 널리 알려진 심리학 용어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재정의한 추상적인 설명으로 인해 개념을 따라잡기가 여의치 않은 부분이 있음을 알아두면 좋겠다. 평범한 독자가 여러 학문에 정통한 깊이 있는 사상가의 글을 읽고 바로 이해하기란 순수 과학자의 책을 읽고 그의 철학을 단박에 이해하는 것만큼 고된 작업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학생 수준에서 심리학과 신경과학에 익숙한 독자들의 경우라면 의식의 본질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읽어나가는 보람을 발견하고도 남을 것 같다.

 


#인문교양 #느끼고아는존재 #마음의진화 #뇌과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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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 아는 존재 -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고현석 옮김, 박문호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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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마음의 진화를 의식적인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책. 저자의 전작 읽기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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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ing Chika: A Little Girl, an Earthquake, and the Making of a Family (Paperback, International Edition)
Harper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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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책의 번역본 정보를 찾지 못하여 원서에 국문 서평을 게재하는 점 양해바랍니다>


미치 앨봄. 작가의 이름이 왠지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저자였습니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4천만 부가 팔려나간 전작 이후 12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온 작품입니다. 죽음이라는 인생의 깊고 진지한 물음을 소재로 삼았던 그의 전작에 이어 저자이자 주인공으로서 그에 대한 경외감이 더욱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Have Faith 라는 아이티의 보육원을 운영하기 위해 미치와 그의 아내 재닌 저자 부부가 쏟는 연민과 헌신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2010. 1분 사이에 전쟁의 참화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대지진이 발생하여 아이티를 초토화합니다. 졸지에 모든 것을 잃고 고아가 된 어린아이들은 무너진 집터 그늘에서 잠을 청하며 기아선상의 목숨을 겨우 이어갑니다. 지진 이후 이들에게 피난처, 학교, , 음식, 의료,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이 필요함을 알게 된 저자는 팔자에 없던 보육원 운영을 떠맡게 됩니다. 친자녀가 없었던 저자 부부는 무려 고아 40명의 가족이 되어줍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치카 쥔은 대지진 3일 전에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극빈의 환경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세 살 되던 해 그녀의 어머니가 남동생을 낳으며 죽었을 때,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보육원에 맡겨집니다. 자존심이 강하고 활기차며 당당한 이 꼬마는 보는 이마다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용감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다른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즐겁게 하며 곧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가 됩니다. 하지만 5살 때, ‘아이티에서는 아무도 도울 수 없다.’라는 말과 함께 희귀성 뇌종양 진단을 받습니다.

 

무척 쇠약해져서 휠체어에 매인 몸이 됐는데도 교수님은 아주 예리하게 날 꿰뚫어 보시고 말씀하셨다. “죽어간다는 건 수많은 슬픈 일 중 하나일 뿐이야, 미치. 하지만 불행하게 사는 건 문제가 다르지.” (97)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당시 40대였던 저자 부부는 치카를 치료하기 위해 디트로이트로 데려옵니다. 그들은 치카가 아이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미국 의사들이 치카를 완치시켜 주기를 희망했습니다. 치카는 치료제를 찾기 위해 2년간의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나면서 그들의 가정과 삶의 일부가 됩니다. 미치와 재닌 부부는 치카에게 가정과 희망, 안정을 주었고 무엇보다 그 나이 때 어린 소녀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주었습니다. 치카의 무한한 낙천주의와 유머는 미치에게 아이를 돌보는 기쁨을 가르쳐 주면서,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랑을 바탕으로 맺어진 관계는 결코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네가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은 시간이란다, 치카. 그건 되찾을 수 없기 때문이야. 뭔가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지. 난 그걸 너에게서 배웠다. (110)


짧지만 세상에 사랑을 남기며 많은 이들을 감동하게 한 이 책은 당찬 어린 소녀 치카에게 보내는 헌사입니다. 동시에 아름답고 감성적이며 진심 어린, 강렬하게 가슴을 적시는 회고록입니다. 근래 남성 호르몬 분비가 적어져 종종 감성적인 순간이 잦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이를 낳아 키워본 아빠의 심정을 어찌 그리 잘 자극하는지 마치 내 아이를 키우며 울고 웃던 장면과 겹치는 것 같아 몰래 울고 웃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이 책은 아기를 키우는 부모로서 느낄 수 있거나 느꼈던 모든 감정을 저 바닥으로부터 고스란히 끌어올려 줍니다. 직접 아이를 낳아 키워보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자신과 치카와 그의 아내가 어떻게 사랑스러운 가족으로 재탄생하는지 모든 과정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묘사해 나갑니다. 글을 읽는 제삼자로서 그렇게 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하나의 공동체로 엮어내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공감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아이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더 좋게 변화시켰는지 간단명료하고 개방적인 화법으로 말합니다. 더불어 이 활기찬 아이에게 아빠가 된 것에 대한 기쁨, 친아버지에게 치카를 다시 소개했을 때의 두려움, 그녀가 죽었을 때 느꼈던 고통과 슬픔 역시 공유합니다. 그는 치카가 맺어가는 아내와의 관계에 경탄하며, 다른 어른들과도 쉽게 소통하며 연결되는 점에 놀라움을 전합니다. 단순하면서도 감동적인 이 회고록은 사랑에는 아무런 경계가 없으며 민족, 종교, 교육, 돈 등 그 무엇도 방해할 수 없음을 역설합니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 있다면 가족은 예술품과 같아서 많은 재료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표현으로 압축될 것 같습니다. 모처럼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는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장편소설 #치카를찾아서 #아이티대지진 #미치앨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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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ing Chika: A Little Girl, an Earthquake, and the Making of a Family (Paperback, International Edition)
Harper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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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사랑과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게 해주는 미치 앨봄의 빼어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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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메리토크라시 세트 - 전2권 미래 사회와 우리의 교육
이영달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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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 또는 능력주의 사회를 가리키는 메리토크라시는 1958년 영국의 정치가이자 사회학자인 마이클 영(Michael Young)이 그의 저서 능력주의 사회의 부상(The Rise of Meritocracy)을 출간하며 당시 영국의 '귀족주의 사회(aristocracy)'를 비판하고자 대응하는 개념으로 만든 말이다. 그렇다면 영이 생각한 '능력(merit)'은 과연 무엇인가? 재력과 권력, 사회적 지위와 학력 등의 배경(background)보다는 지능과 노력을 능력으로 본 영은 '기회균등'의 원칙이 의도와 달리 '불평등하기 위한 기회균등'으로 전락했다고 말한다. 그 바탕에는 능력주의로 인해 엘리트 계층과 중산층이 분열되면서 엘리트 계층은 지위를 유지하는 데 과도한 힘을 쏟고 중산층은 무력감을 느끼므로 모두가 불행해지는 부작용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다. 본래 영의 저서는 우경화하려는 영국 노동당 정부를 경고하기 위한 풍자로 쓰였지만, 그의 뜻과 달리 오히려 정반대로 노동당 정부가 능력주의 사회 구현을 정책 목표로 설정하게 된다

 

그의 책은 특히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으면서 교육사회학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미국인들은 '능력주의 사회'를 대학교육은 물론 아메리칸 드림의 이론적 기반으로 삼았다. 대학이 능력주의 사회를 지키는 보루로 간주되면서 지능지수 검사, 로르샤흐 심리검사 등 이른바 '테스트 산업(test industry)'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테스트를 능력 측정의 객관적 근거로 신봉한 탓이었다. 곧 테스트의 많은 문제가 드러나지만, 당시 테스트에 열정을 보였던 이들은 그들 나름으로는 '귀족주의'를 넘어선 '능력주의'의 구현이라는 진보적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물론, 이후 수많은 문제와 한계가 드러나게 된다.



능력주의 사회는 실현되기도 어렵지만, 가난과 불평등의 문제를 사회적 이동성의 문제로 둔갑시켜버리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설사 실현된다 해도 문제투성이다. 능력주의 사회는 부자나 빈자 모두에게 자기 정당화 효과를 발휘하는 특징이 있다. 부자는 자신의 탁월한 능력 덕택에 부자가 되었다고 말하고, 빈자는 자신이 능력이 있어도 한계 때문에 빈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요컨대 능력주의 사회는 빈부격차에 가장 둔감한 사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존 롤스(John Rawls) 같은 이는 능력주의 사회를 배격한다. 능력주의 사회가 민주적일지는 몰라도 공정성(fairness)에 어긋난다는 이유 때문이다.

마이클 영은 85세를 맞은 2001, 자신의 책이 경고를 위한 풍자(satire)였건만 능력주의 사회를 이상으로 삼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능력주의 사회 이데올로기가 엘리트 기득권층의 지위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결과를 초래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층계급의 자녀 중 최상위 아이들을 뽑아 엘리트층에 편입시켜 주는 출구를 열어주고 잘 관리하는 것이 기존 체제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원칙도 그런대로 제법 잘 지켜지고 있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소수의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거나 유명 대기업들이 등록금을 대주면서 온갖 생색은 다 내고 있다. 이들의 후원으로 배출된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정계, 재계, 법조계 등 사회 기간 분야에서 세력을 얻은 뒤 과연 누구를 위해 더 힘을 쓸지는 자명하다. 결국, 능력주의는 다양한 사회악의 근원을 떡잎부터 키워내는 셈이다.



 

미국은 고등교육 '소비'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이기도 하다. GDP2.75 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이는 유럽국가들의 2배에 이르는 수치다. 또한, 미국은 고등 교육에 가장 돈을 많이 지원하는 국가다. 그 돈은 사회복지를 희생으로 한다. 사회복지에 들어가야 할 돈이 교육 분야에 쓰이는데 물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그렇게 해서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된 건 좋은 일이지만, 미국이 선진 21개 국가 중 사회복지는 꼴등이라는 점은 어떻게 이해한단 말인가.

대학, 그것도 좋은 대학을 간 사람일수록 국가지원이라는 혜택은 크게 누리는 반면, 대학을 가지 않았거나 서열체계에서 낮은 곳에 속하는 대학을 간 사람들이나 아예 대학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누려야 할 몫도 누리지 못한다. 과연 이걸 공정한 게임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막대한 금액의 세금을 후원받는 영재학교 학생들이 국비로 공부한 후 과학 분야 대학에 진학하여 기초과학 발전에 힘쓰는 대신,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야망과 영달을 위해 의대로 진학하는 현상에는 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까?




저자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에서 조사한 63개국 가운데 50위 내외 수준인 우리나라 대학교육 경쟁력을 예로 들며 사실상 대학교육 후진국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교육 정책을 들이밀어도 모든 문제는 대입 제도로부터 파생되고 모든 교육 혁신 담론과 의제를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의 개발자가 수능 무용론을 공공연히 밝혔지만 이렇다 할 대안이 없어 벌써 27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물론 수능(특히 영어)을 대체 보완할 장치를 개발, 도입하려 시도하기도 하였으나 객관식이 아니라는 표면상의 이유로 좌절된 바 있다. 대학교육 개혁의 논의는 자녀가 대학생일 때 더욱 첨예해지는 경향이 있다. 집안에 둘이나 되는, 코로나19 상황에도 대학생이 되었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데도 학교 다닐 때의 등록금과 여전히 똑같은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등골 휘는 학부모가 되고 보니 대학교육 제도 개혁의 필연성을 더더욱 통감한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미래 교육을 위해 저자는 국·공립대학의 통폐합, 사립대학의 시장 자유화, 국공립과 사립대학의 입시 제도 이원화, 고등학교 시장을 완전 개방, 영리 목적의 대학 설립과 운영 등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는 수능 최소 6회 실시 의견도 포함된다. 엄청난 양의 자료 분석과 오랜 기간 동서양을 넘나들며 익혀온 경륜으로 보건대 저자의 깊이 있는 혜안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해 보인다. 위의 제안 역시 교육계의 세계적인 흐름을 바탕으로 충분히 숙고한 결과일 것으로 짐작되나, 대학이 움직이게 되면 결국 이하 교육 기관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교육 개혁을 위해 현장의 관계자들이 겪게 될 모든 혼란과 어려움을 몇 가지 정책만으로 잠재우려면 현실적으로 너무나 큰 희생이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방안도 함께 제시될 필요가 있다





일례로 한 해 한차례의 수능을 치를 때마다 수험생, 교사, 시행기관 할 것 없이 범국가적인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 학생들의 수학능력 검증을 위해 최소 6회의 수능을 치르자는 저자의 개혁 방안은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수업일수 부족과 학력 격차 가속화, 온라인 수업 피로도 가중 등으로 더욱 열악해진 상황에서 관계자들의 트라우마를 일으킬 만하다. 자가 제안하는 수능시험 최소 6회 실시를 혹시 주변 지인들 특히 고3 수험생에게도 의견을 구해는 보았는지 궁금하다. 수많은 수험생의 인생이 갈리는 중차대한 날이 1년에 단 하루인 것도 문제지만 그 말 많고 탈 많은 국가적 행사를 다섯 번이나 더 치를 여건은 되는지, 반드시 다섯 번을 더 실행해야 하겠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된 것인지, 다섯 번을 더 치르고 결국 무엇을 얻고자 함인지 등 여러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논의가 좀 더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 개혁이 참으로 필요하면서도 어려운 화두임은 틀림없지만,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다면 저자의 생각처럼 대통령의 생각과 힘으로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교육부가 없어야 교육이 산다는 자조 섞인 한탄처럼 차라리 누가 정권을 잡든 교육만큼은 교육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관계 기관은 자생력을 키우도록 지원만 해줘도 좋을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백년지대계를 걱정하시는 모든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대한민국교육필독서 #메리토크라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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