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스완 - 회복과 재생을 촉진하는 새로운 경제
존 엘킹턴 지음, 정윤미 옮김 / 더난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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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재앙으로 일대 위기를 맞은 자본주의에게 갈 길을 제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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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글쓰기 수업 -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모든 것
잭 하트 지음, 정세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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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한 장짜리 메모를 적든, 일기를 쓰든, 동화나 에세이를 쓰든, 전공 분야 책을 쓰든, 하다못해 SNS에 올릴 내용을 업데이트하든 작문이라는 예술은 참으로 난해하다. 그러나 대개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제시해주는 해결책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글쓰기 기술을 연마하려면 좋은 안내서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모든 글쓰기 안내서가 모든 이의 글쓰기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스타일의 안내서인가가 중요하다. 또한, 글쓰기 초심자일수록 안내서에 의존하다 보면 그 자체로 글쓰기 작업을 구속받게 된다. 미국 작가 포스터 월리스의 주장처럼 초보 작가라면 지루할 정도로 독창적이지 못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최근까지 접했던 글쓰기, 편집, 출판에 관한 서적들이 주로 정보나 전략적 선택 또는 전반적 흐름을 소개하는 것이었다면, 서술식 논픽션 글쓰기에 관한 한 이 책은 언급한 것 이외에도 읽는 재미를 더한 최고의 안내서라 하겠다.

인간의 뇌에는 스토리를 추구하는 본성이 각인되어 있다.

- 대니얼 스미스, 진화인류학자

이 책의 저자이자 작가인 잭 하트는 오레곤 대학교 언론학 교수이자 지난 25년간 유명 신문사인 ‘오레곤’에서 편집장, 편집 교육자, 그리고 글쓰기 코치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서술식 글쓰기와 특별 기고문 수상자들을 포함하여 4명의 퓰리처상 최종 후보들을 키워낸 저력 있는 인물이다. 또한, 2001년 퓰리처 공공서비스 부문과 2006년 뉴스 속보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받은 경력과 더불어 논픽션 분야의 권위자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독자에게 다가가는 가장 중요한 힘은 틀을 짜는 능력에서 나온다.

- 리처드 로즈, 퓰리처상 수상 논픽션 작가

이 책의 부제처럼, 서술식 논픽션이란 무엇인가? 논픽션은 소설과 같이 지어낸 이야기(허구)가 아니라는 뜻이므로 철저히 사실에 입각한 실화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나 논픽션은 누가, 무엇을, 어디서, 언제, 왜 그런지에 대한 전통적 신문 기고 방식으로 쓰이지 않기 때문에 좁은 범위의 글쓰기로 인식된다. 그런데도 소설처럼 읽히는 특징이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인간적인 본능에 충실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례로 어떤 작가는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야 하는 퇴거민과 같은 미국 도시의 빈곤 문제를 다루기 위해 몇 달 동안 가난한 노동자 계급의 삶으로 들어가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도 한다. 결국, 서술식 논픽션은 실화와 진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의 창의적인 글쓰기이다.

작가의 일이란 결국 인간의 캐릭터

그리고 인간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다.

- 리처드 프레스턴, 베스트셀러 작가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특히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독서를 좋아하지 않으면 좋은 작가가 될 수 없다. 저자는 ‘글쓰기란 독서에 대한 우월한 헌신’에서 나온다는 주장에 동의하며 ‘어떻게 하면 나쁜 글을 쓰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함께 결국 ‘좋은 작가는 헌신적인 독자’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저자의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독서 없이 좋은 작가가 되기는 불가능하다는 적나라한 진실은 피할 수 없다. 글쓰기 연습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소설가 릭 리오든의 인용구로 충분하다. "글쓰기는 운동과 같다. 연습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1984, 동물농장 등으로 유명한 작가 조지 오웰의 글쓰기에 대한 5가지 규칙은 마음에 새겨둘 만하다.

1. 동등하다는 뜻의 ‘어깨를 나란히 하다‘, 약점을 뜻하는 ’아킬레스건‘ 같은 진부한 비유법은 삼간다.

2. purchase 대신 buy처럼 길고 어려운 단어 대신 쉽고 짧은 단어를 사용한다.

3. 단어 개수를 줄일 수만 있다면, 항상 줄인다.

4. 수동적 표현보다 능동적 표현을 활용한다. (그는 개에게 물렸다. vs. 개가 그를 물었다)

5. 외국어 문구, 전문 용어 대신 쉽고 보편적인 단어를 쓴다.

 

스토리는 모두 똑같은 것 같지만

저마다 다르다는 점에서 눈송이를 닮았다.

존 프랭클린, 퓰리처상 두 차례 수상

이 책은 서술식 논픽션을 쓰는데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구조를 묘사하는 가장 도움이 되는 특징들로 구성되었으며 특히 글쓰기의 접근법과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백과사전식 구성으로 독자가 원하는 특정한 영역으로 바로 이동하여 구체적인 조언을 구할 수 있으며, 관점, 목소리와 스타일, 캐릭터 개발, 대화, 이야기 서술, 설명적 서사 등의 주제로 수상 경력이 있는 출판 작품에서 가져온 예들로 가득하다. 특히, 이 책은 크게 서술과 설명이라는 두 관점에서의 논픽션 글쓰기를 다룬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단편소설, 짧은 문구 등 다양한 논픽션 유형에 대해 요약된 논점을 제공하며 글쓰기와 윤리적 측면 등의 쟁점도 논의한다. 저자가 인용한 많은 사례에서 보듯 수준급 예문들이 대거 등장한다. 가독성이 좋아 책 두께에 비해 빨리 읽히는 속도도 괜찮다. 가볍게 읽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아 주제와 딱 들어맞는다. 오랜 세월 한 분야에서 갈고 닦은 저자의 실력과 명성이 곳곳에서 드러남으로써 자신이 하는 일에 정통한 저자의 글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방대한 주제 영역과 분량도 놀랍거니와 저자의 조언을 나의 글쓰기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 일이 있었든가, 그렇지 않든가 둘 중 하나다.

테드 코노버, 스토리텔링의 대가

마지막으로, 이 책은 흥미롭고 매력적인 구성과 함께 창작 논픽션을 시작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조언으로 가득 차 있다. 간결하면서도 깊은 느낌을 주기 위해 책 전반에 걸쳐 저자가 제시하는 예시문들은 각 주제의 개념이 잘 떠오르도록 의도된 것으로 보이는데, 상당히 마음에 든다. 글쓰기의 초기 아이디어부터 이들이 생명력 있는 작품으로 살아난 배경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주로 논픽션 작가와 언론인에게 최적화되어있다. 비단 직업적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창의적이거나 서술적인 논픽션 글쓰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해 드린다. 

#퓰리처글쓰기수업_참여완료 #현대지성 #글쓰기책추천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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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가 말할 때 - 법의학이 밝혀낸 삶의 마지막 순간들
클라아스 부쉬만 지음, 박은결 옮김 / 웨일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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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가 된 사람의 한쪽 발이 지하철 선로에서 발견된다. 발의 주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남녀가 데이트를 즐기고 난 후 멀쩡하던 젊은 여성이 목숨을 잃는다. 그녀는 왜 갑자기 죽었을까. 숨진 아내를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수백 킬로나 멀리 옮기던 남자는 무엇을 숨기려 했던 것일까. 이들의 사망 원인은 비극적인 사고, 폭력적인 사건 그리고 질병 등 여러 가지다. 법의학자인 저자는 시신들의 몸에 남겨진 흔적을 바탕으로 사망 원인을 추적한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법의학자 경력 가운데 가장 극적이며 감동적인 사건들에 얽힌 사연을 들려준다.

매일 시체 앞에 서는 직업을 가진 저자는 한때 구급대원이었고 지금은 법의학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저 부검 대상의 사망 시기는 언제일까, 자연사 또는 사고사, 그도 아니라면 타살? 그는 매일 이러한 질문을 마음에 품으며 사망 사건의 수사에 결정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그는 직업상 시도 때도 없이 경찰과 함께 시체들을 조사하기 위해 해부실을 떠나 현장으로 출동해야 한다. 이 작품처럼 실제 발생했던 사망 사건을 다루는 문학 분야는 트루 크라임(True Crime) 장르로 구분되며, 반드시 종결된 사건 내용이 포함되기에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실존 인물과 구체적인 지역 이름이 등장한다. 실제 발생했던 범죄사례를 다루어 제공되는 정보량이 상당하며 각본 없는 드라마처럼 극적인 전개가 이어진다. 사망자의 성장 배경과 사망 직전까지의 상황이 박진감 넘치게 묘사되어 몰입도가 엄청나다.


둘째, 시대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장르는 사건이 발생한 공간적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여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한국과는 너무나 판이한 독일이라는 국가의 민낯을 마주할 기회이기도 하다.


셋째, 사건이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추리소설처럼 깔끔하고 시원한 결말은 보기 드문 대신, 방대한 이력의 축적으로 심오함마저 선사한다. 범죄라는 게 사실 갖가지 어이없는 시행착오의 연속이고, 수사와 체포 과정 역시 수많은 무명의 경찰력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체성과 불완전성이야말로 독자의 상상력을 더욱 부추기는 요소이기도 하다.


넷째, 재판 결과의 극적 반전이다. 이 장르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재판 과정을 다루고 있다. 실정법상의 범죄를 다루는 만큼 현실 세계의 범죄를 재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 과정에서 새로이 드러나는 사실과 증거, 검사와 변호사의 불꽃 튀는 공방, 죄수의 자백 또는 무죄 주장, 사건 관계자의 극에 달한 감정, 이를 둘러싼 언론의 취재 경쟁 등이 또 다른 생생한 이야깃거리가 된다. 따라서 이 책은 모든 트루 크라임 팬들의 독서 목록에 올라야 할 것이다.




현장 출동과 해부실에서의 부검 이외에도 법률의학자의 업무는 매우 다양하다. 죽은 사람만을 대상으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는 검진 방법과 결과의 법정 증언뿐 아니라, 소위 예술적 오류라 불리는 동료들이 간과한 실수를 인정하고 폭로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또한, 충분한 증거가 없어 소송이 중지되는 일도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객관적이고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려 노력하는 한편,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좌절하는 법도 없다. 그의 표현처럼 모든 사건이 늘 잔인하고 혼란스럽기만 한 것은 아닌 때문이다.

 

얼마나 큰 나무였는지는 쓰러져 봐야 알 수 있다는 말처럼, 한 사람의 생애가 얼마나 가치 있고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는 사후에 더 잘 드러난다. 이 책에 실린 흥미로운 법의학 사례 열두 편을 통해 우리는 삶이란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임을 상기하는 한편, 어떤 죽음을 맞이하느냐에 따라 가장 덧없고 허무한 것일 수도 있음을 체감한다. 일상적으로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저자의 눈을 통해 우리는 사회 환경이 개인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결국, 그것은 마치 삶의 방식이라는 변수가 죽음이라는 상수로 수렴하는 방정식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이 책이 감성적이라는 사치를 덜어내고 법의학자의 직업 세계에 대한 에누리 없는 현실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의 따뜻한 인간성과 친절함, 그리고 농담을 곁들인 상당량의 정보를 적절한 긴장으로 이어가기도 한다. 전문지식을 곁들인 단순한 사실 보고서에 더하여 경험상 어떤 것도 꾸며질 수 없는 날것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단 이 책을 손에 들게 되면 두 시간짜리 쉼 없는 정주행이 예상되니 일독하실 분들은 반드시 머그잔 가득한 커피와 푹신한 소파부터 찾으시길 바란다.

 

#인문에세이 #죽은자가말할 때 #법의학 #트루크라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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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가 말할 때 - 법의학이 밝혀낸 삶의 마지막 순간들
클라아스 부쉬만 지음, 박은결 옮김 / 웨일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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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법의학자의 세계로 안내하는 사건 보고서 그 이상의 통찰력을 제공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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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서재 - 가치상실의 시대, 교사에게 말을 거는 44명의 철학자
이한진 지음 / 테크빌교육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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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장의 하나로 아무런 대과 없이 엊그제 막 대입 수능을 치렀다. 순조롭게 별 탈 없이 지나가야 본전이다. 이 본전을 위해 온 학교 교직원들이 각자 맡은 일을 하느라 분주했다. 행사가 깔끔하게 잘 마무리되었다며 교육청에서 반색했다고 한다. 매년 이렇게 홍역을 한 차례씩 거치면서도 치를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마치 오래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정리하듯 학교는 1년 단위로 모든 과정이 포맷되므로 최근 몇 년 전의 일도 굉장히 오래된 일로 느껴진다.

 

수능 당일 수험생들에게는 수험 환경이 매우 중요할 텐데 아마도 책걸상은 거의 절대적일 것이다. 늘 수험 장소로 쓰이기도 하지만, 현재 3학년을 제외한 두 개 학년은 불과 3년 전부터 새로 도입한 책걸상을 쓰고 있다. 이 제품은 부품의 상당 부분에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되어 가벼운 데다 책상다리 앞쪽에는 바퀴가 달려있어 이동하기 쉽다. 게다가 좁은 공간에 책상을 접어서 보관할 수도 있다. 과거 제품의 결정을 앞두고 모둠 활동에 최적화되었다는 장점을 이유로 모든 학년 부장과 일부 교사들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교장은 결재자 권한으로 밀어붙여 이 제품을 선택하였다. 사실 고등학생들에게 매시간 모둠 활동이 필요하지는 않다. 게다가 학생 대표들을 불러다 세 가지 견본 제품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기회를 주었다는데, 확인해보니 사실무근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도 아닌 고등학생이 책상 옮길 힘이 모자라 굳이 바퀴 달린 제품이 필요했을까? 당연한 질문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의 난감함을 어찌 표현할까.

 

이 제품은 사용하기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교실을 청소하느라 책걸상을 한꺼번에 뒤로 밀어낼 때는 반드시 걸상을 책상에 끼워 넣는 형태여야 하고, 내구성이 약해 3학년이 사용하는 고정식 책걸상과 비교해 고장과 파손 비율이 높은 데다, 초등학생 체격에 맞는 규격으로 고등학생들의 체중을 견디느라 금속과 플라스틱 접합부의 삐걱대는 소음이 심하며, 무엇보다 학생들이 상판 위에 상체를 엎드려 휴식을 청하려면 자꾸 앞으로 밀려가 불편하기 그지없다. 책걸상은 학생들에게 학습과 휴식의 도구이자 종일 생활하는 가구인 셈인데, 왜 이런 불편을 감수시켜야 했는지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다행히도 곧 교육청에서 새로운 모델의 책걸상으로 교체해 줄 예정이라 한다.

 

종종 위험한 아웃사이더도 있다. 자신의 생각은 모두 옳고 선을 추구하는 데 반하여 자신이 속한 집단은 미개하고 진리를 깨우치지 못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다. (중략) 위험한 아웃사이더 교사와의 대화는 동료 교사들이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싸우기 싫어서라기보다는 대화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만 정답이라 여기고 타인의 관점을 거의 수용하지 않는 탓이다. (아웃사이더 교사. 79)


한편, 교사 한 사람은 곧 독립된 교육기관이라는 말이 곧잘 인용되고는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무기력한 일개 교육 공무원일 때가 많으며, 법제화도 되지 않은 기본 시수를 생각하면 학생-학부모-교사가 교육의 3주체라는 말은 공허하다. 교사에게 마지막 남은 힘은 알량한 평가권이라 할 수 있는데, 배우고 익힌 것을 중간 점검하고 학습 인지력을 높이려는 본래 목적과 왜곡된 형태의 성적 줄 세우기 사이의 경계선을 오간다. 책걸상 선정의 사례처럼 학생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시도는 너무나 쉽게 무력화되기 일쑤이고, 무슨 말을 하더라도 반영되는 적 없으니 그냥 입을 다물고 될 대로 되라는 냉소주의만 남는다. 관리자의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학교가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해 줄 의지와 능력에 의문을 품게 되고, 따라서 내 밥그릇만 온전하면 그만이라는 태도가 지배적이라면 그 조직에 미래는 없다. 과거 진행형이었던 이 상황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좀 더 희망적인 미래진행형으로 바뀌었으면 싶다.

 

교육의 본질을 실천해 나가고, 스스로에게 인정받는 좋은 교사가 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교사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을 시도하고 자기 삶의 사회적 가치를 이해하고 추구하는 사람만이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다. (교사의 존재. 193)

 

이 책은 무엇보다 교사 됨의 기본을 말하고 있다. 때로 헛헛한 교사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위로하며, 학생을 가르치는 자가 아닌 평생 배우는 자로서의 마음가짐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요리사 지망생이 요리책을 탐독하듯 섭렵한 철학책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이를 가르침과 배움의 과정에 녹여내고자 했음을 강조한다. 모두 4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장마다 11명의 철학자와 그들의 저서에서 나온 인용구를 통해 진정한 배움, 바람직한 가르침, 행복한 교육, 정의로운 교육이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앞서 언급한 책걸상 선택이나 학교 운영의 참여 등은 교사라면 언제든 접하게 되는 소재일 것이다. 가장 현명한 결정 방법은 언제나 학생과 교사와 교육 활동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따르는 것이다. 한 번의 선택이 수백 명 학생과 교사에게 최소 1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퇴행 또는 선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세상이 아무리 첨단 시대로 변모하더라도 역시 사람은 사람 손에 커야 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한다. 교육을 통하지 않고서는 누구도 문명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회는 그 막중한 임무를 일선의 교사들이 충실하게 잘 수행하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교사들 자신도 혼돈과 고민에 허덕이지 않고 꿋꿋이 나아갈 수 있어야겠다. 아무래도 그 바탕에는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철학적 사고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들보다 아무리 우월한 지위라 하여도, 교실에서는 늘 절대 소수이자 외로울 수밖에 없는 우리 교사들에게는 지친 영혼을 달래 줄 따스한 위로의 한 마디가 절실하다. 교사로서 외롭고 힘들고 괴로울 때 날 위로해 줄 사람 누가 없을까를 묻는다면, 선생님의 선생님 같은 이 책으로 갈음하고 싶다. (202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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