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과의 전쟁 - 유튜브 건강 채널 독보적 1위 피지컬갤러리의 내 몸 바로잡는 비법
피지컬갤러리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의 신체를 온전히 지켜내는 데 실패한 것은 고교 시절 동네 양아치들에게 얻어맞기 싫어 아버지를 따라나섰던 헬스클럽에서 처음 역기를 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단기간 내 울툭불툭한 근육형 몸매를 원했던지라 몸에 무리가 가는 줄도 몰랐고 중량물과 싸움에서 이겨보겠다고 오기를 부렸다. 원하던 근육은 얻었지만, 군에 입대해서 작업할 때 쓸데없이 힘자랑하다가 요추 3, 4번 추간판이 탈출하는 부상을 입었다. 튀어나온 수핵이 척추신경을 눌러 다리에 마비 증상이 오기 시작했다. 당시는 군사정권이 득세했던 80년대 군대라 군 병원으로 후송은커녕 군기 빠졌다고 더 얻어맞을까 두려워 다친 사실조차 숨겨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밥은 굶지 않았으니 북한 군인들의 생활보다는 그래도 조금 나았던 것 같다.


 

부실해진 몸으로 미련하게 25년간을 참고 참다가 다리 한쪽이 없어지는 통증을 못 이겨 결국은 몸에 칼을 대고 말았다. 다리 통증은 사라졌지만, 요통은 여전히 남아 기상청보다도 더 정확하게 비가 오는 날을 예측한다. 아프면 수동적으로 늘 치료와 휴식을 생각할 뿐, 스트레칭 같은 적극적인 방법으로 극복해보려 노력하지 않은 점은 반성해 마땅하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피지컬 갤러리에서 펴낸 스트레칭 교과서를 만났다. 목차에 나온 신체 부위가 온통 나의 아픈 부위를 가리키는 고통지도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각설하고, 입수하자마자 책에 제시된 풍부한 해부학적 도해와 설명, 근육의 이름 등을 배워가며 그림에 나온 스트레칭 방법을 따라 해 보았다. 페이지 하단의 주의사항도 꽤 눈여겨볼 만하다. 그림의 자세를 한두 차례씩만 따라 해도 한 시간은 족히 걸렸다. 어려운 자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평소 해 보지 않던 자세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지시된 대로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땀까지 흘리는 게 아닌가. 드디어 사진 속에서 시범을 보이는 빡빡이 아저씨가 왜 선글라스에 수염 가면을 쓰고 있는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스트레칭은 복식호흡으로 시작하여 굽은 등-거북목-일자목-골반 전후방-뒤로 휜 다리-O 다리의 순서로 이어진다. 복잡하고 번거롭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이 과정을 약식으로 한 장의 브로마이드에 담았다. 벽이나 문 뒤쪽 또는 냉장고 전면에 붙여놓고 이용하기 좋은 크기다.



 기왕에 몸의 건강을 위해 스트레칭을 하려면 기본적인 해부학적 배경 지식과 올바른 자세를 익혀야 근육의 손상이나 무리를 피할 수 있다. 한방에서 즐겨 사용하는 도수치료는 기본적인 스트레칭을 의학적으로 응용한 것으로, 조금만 기본을 터득하면 부득이한 경우라도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제부터 하루 30분씩, 건강을 위해 내 몸에 투자합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이 든 나와 살아가는 법 -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나이 들 수 있는 후반생의 마음 사전
사토 신이치 지음, 노경아 옮김 / 지금이책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어떻게 늙음을 만날까. 머리말의 제목을 읽고 어떻게 답변해볼까를 생각해 보니 사실 막막하다. 왜냐면 한참 아이들 공부시키고 돌봐야 할 부모님이 있어 정신없는 상황에서 아직 제대로 노후준비를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준비되었다는 주변 사람들도 대개는 노후준비를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수준에서의 금전적인 여유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신체적 자유를 허락해 줄 금전적 여유가 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를 노후준비의 모든 것이라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감이 든다.

 

 

좋은 책은 언제나 나의 빈 곳을 파고들어 서서히 차오르는 기쁨을 선사한다. 이 책의 부제는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나이 들 수 있는 후반생의 마음 사전이다. 아직 60대가 되려면 몇 년 더 남았지만 60대 은퇴 이후부터 90대까지 무려 40년간을 어떻게 준비하여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하는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가장 현실적인 언어로 차분히 설명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연령이 아직은 80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저자는 사람의 평생을 100년을 기준으로 하여 25년씩 4등분 한 후 각각의 기간을 학습/활동/자아실현/완숙의 핵심어로 대표한다. 또한 연령대별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으로 진정한 나를 찾고 실천하는 시기(60), 타인의 도움을 받으며 세대 전승을 생각하는 시기(70), 상실을 넘어 새로운 미래 비전을 품는 시기(80),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며 내적 생활권을 심화하는 시기(90)로 명명하고 있다.

 


한편 각 연령대는 더 이상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 수 없도록 하는 인생 최대의 사건을 뜻하는 생애 사건을 계기로 각각의 세세한 대처 방법을 알려준다. 사실 목차만 보아도 이 40년 기간 동안 일어날 일을 예측하기에 충분하다. 20대 젊은 독자보다 60대에 진입할 세대의 독자에게는 더욱 큰 현실감으로 다가오는 생애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전체 분량 가운데 60대에 관한 내용이 절반을 넘는다. 생애 사건도 가장 많이 일어나는 한편 안락한 노년을 위해 준비할 내용이 많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년퇴직, 계속 고용 또는 재취업, 지역 활동 참여, 부모의 죽음, 배우자 또는 자신의 중병 그리고 노화의 진행 등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와 금전적 여유를 확보해두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 사전이라는 부제처럼 곁에 두고 읽어두면 적어도 마음의 준비는 다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본래 일본 독자들을 대상으로 출간되었지만, 일본이 한국보다 노령화 사회로 앞서 진입한 때문인지 노인 문제에 대하여 비교적 많은 대안과 준비가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계층 간의 혐오가 점점 노골화되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일본 노년층에 대한 배려와 준비 그리고 노년층의 슬기로운 대처 방법이 엿보인다.

 

예전 일본의 후쿠오카를 방문했을 때 산등성이에서 작업 중이던 다수의 주민을 보고, 관광 안내인에게 무어냐고 물어보니 지역 은퇴자들에게 제공되는 삼림 관리 프로그램이라고 하였다. 일하는 조건도 좋은 편이며 세금으로 지급되는 보수도 적지 않아 은퇴자들이 경쟁적으로 신청한다고 하였다. 저자의 말처럼 이들은 지역사회에 공헌도 하고 스스로 생계도 챙기며 무엇보다 사회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는 자기 효능감을 충족할 수 있다. 젊은 경제인구가 많은 액수의 세금을 낸다며 불평은 하지만 이렇게 지역을 살리는 선순환 구조에 대해 대개는 공감한다고 한다.

 

순간 우리네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연상되었다.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와 연결되며 금전적 여유를 제공하고 자기 효능감 상실을 예방하자는 취지의 복지 사업이었으나, 내게는 작업장 주변에 나뒹굴던 빈 막걸리병과 나무 그늘에서의 낮잠이 기억난다. 하루 일당과 시간 때우기로 진정한 의미의 복지가 퇴색되는 장면이었다. 이미 노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에게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평온하고 풍요로운 인생 후반을 위한 준비가 절실하다.

우리는 어떻게 ‘늙음‘을 만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 무너진 마음을 일으키는 감정중심 심리치료
힐러리 제이콥스 헨델 지음, 문희경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의 우울증을 호소하며 심리치료사를 찾은 내담자들이 사실은 우울증이 아니라면? 그들이 받은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정확하다면 치료제를 복용한 후 이미 정상으로 돌아왔어야 옳았다. 내담자들에게서 발견되는 한결같은 공통점은 약물과 인지행동 치료가 아닌 어릴 때 심하게 겪었던 감정의 트라우마였다. 이들은 스스로를 가두는 방어기제를 지니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다 어른이 되었으며 이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러나 탁월한 식견의 심리치료사인 저자를 만나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훈련을 거듭하여 마침내 성공적인 사회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저자가 1장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감정의 과학적 도구인 변화의 삼각형을 잠시 살펴보자.

 

우선 역삼각형을 그리고 위 왼쪽 꼭지점부터 시계방향으로 각각 방어, 억제감정, 핵심감정이라 이름을 붙인다. 방어는 감정을 회피하기 위한 모든 행위이며, 억제감정으로는 불안, 수치심, 죄책감이 있다. 아래 쪽 핵심감정으로는 두려움, 분노, 슬픔, 혐오감, 기쁜, 흥분, 성적 흥분이 있으며 직각 아래 방향으로 내려가면 진정한 자기의 열린 마음 상태, 즉 평온하고 호기심 있고 연결되고 연민을 느끼고 자신 있고 용기 있고 명료한 상태가 된다. 핵심감정에 충실해야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 이와 단절된 경우 사람은 방어기제를 작동시켜 스스로를 지키려고 한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늘 불안한 상태로 머물면서 스스로를 자유롭게 놓아주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지속되는 상태를 사람들은 우울증이라 생각하며 심리치료사를 찾기에 이른다.

 

저자가 말하는 치료의 단계를 거칠게 표현하면 이렇다. 우선 내담자의 핵심감정을 풀어주어 몸과 뇌의 감정 경험을 바꾸도록 하며(2) 어릴 적 겪었던 트라우마를 마주보게 하여 마음의 바닥으로 내려가 보는 시간을 가지며(3) 드디어 일곱 가지 핵심감정을 만나 내담자가 억압해온 마음의 파도에 자신을 맡기도록 하고(4) 지독한 억제감정의 출처를 밝히며 이들에게서 벗어나도록 이끌어주며(5) 내담자가 회피를 위해 선택해 온 방어기제를 걷어내도록 도와주며(6) 마지막으로 내담자를 열린 마음 상태로 이끌어 진정한 자신을 만나도록 한다(7).

 

이 책은 저자가 2015년 뉴욕타임스 신뭉에 게재했던 그게 꼭 우울증인 것만은 아니야라는 칼럼을 엮은 것으로, 당시 우울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여 심리치료학계로부터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임상사회복지사이자 공인 정신 분석가로서 자신의 임상경험과 이론을 집대성하고 이를 가속경험적 역동치료AEDP’라 명명하였다. 이 요법의 핵심은 우울증에 대하여 거의 약물치료 대증요법에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고통의 이유를 찾아가는 감정중심 심리치료의 힘에 있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저자가 쉽지만은 않은 심리치료 도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제대로 된 심리치료가 필요치 않거나 혹은 접해 볼 기회가 거의 없던 독자층에까지 그 범위를 넓혀 스스로 사용 또는 적용해볼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심리치료 방법의 가장 계몽적 면모를 보여주는 다수의 임상 자료를 통해 그 자신이 매우 열정적이고 유능한 치유자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칫 따분하기 쉬운 치료법에 변화의 삼각형개념을 도입하여 자가진단, 더 나아가서 자가 치유가 가능한 모델을 챕터마다 제시하였다. 이는 마치 수험서의 연습문제를 풀 듯, 독자가 자신의 감정을 직접 확인하고 적어볼 수 있도록 하여 마치 초등학생용 활동 책(workbook)을 연상시킨다. 심지어 변화의 삼각형 각 꼭지점마다 해야 할 일을 적어두어 최신 지침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일반 독자들의 교양과 상식을 넘어 이 책의 응용분야를 넓혀본다면 심리치료사, 심리학 전공자, 사회복지사 훈련생 등의 교과서 역할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비록 공간적 배경은 미국이지만 등장하는 방문 상담자들과의 대화내용은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고 또한 일어났던 녹취기록으로, 아마 원서로 읽게 되면 더욱 더 생생하게 느껴질 것이 분명한 대화체일 것으로 짐작된다. 모처럼 쉽게 이해되는 마음 들여다보기 책으로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학교에 사람꽃이 피었습니다 - 김현진의 학교 인권 이야기
김현진 지음 / 에듀니티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17년간 교사 생활 이후 전문직인 장학사로 전직하신 선배 교사의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와 가벼운 마음으로 술 한 잔 나누듯 공부를 잘했던 가난한 집안의 딸로, 대차고 올곧으면서도 아이들과 지내는 게 더없이 행복한 교사로, 고부 갈등으로 첫 아이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워 후회하는 엄마로서 지나온 인생과, 오늘날 몸살을 앓고 있는 교육 현장의 이야기 그리고 인권과 교권 등 교육계가 앞으로 진정 바라보고 개념을 세워야 할 것들에 관해 소탈한 대화를 나눈 것 같다.

 

저자는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과 교사들의 교권을 말하지만 그럴 수 있으려면 정작 학교 내부적으로 교사들 간에 어떤 이야기든 자유로이 말할 수 있고 의견이 수렴되는 민주적인 장치부터 갖춰져야 한다고 말한다. 실상 학교야말로 관리자와 평교사, 교육자와 피교육자 관계라는 일방적 특수성으로 인해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가장 힘든 집단이 아닐까 싶다. 모 연구에 의하면 기업체와는 정 반대로 사회 변화의 속도에 가장 대응이 늦는 정부기관 및 관공서 부류에 속한다고도 한다.

 

교사들이라면 학생들과 부대끼는 생활에서 오는 모든 희로애락의 요소를 익히 알 터이지만, 저자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애로사항을 매우 잘 이해하며 위로와 공감을 나누고 있다. 일례로 교대로 진학하기 위해 학창시절 말 그대로 언행이 타의 모범이어야 했던 그들이었기 때문에 공부가 어렵거나 행동이 거친 학생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문제는 이런 자기 틀에 갇혀 학생들을 바라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이미 정해놓은 답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는 점이다.

 

고등학생 자녀를 두게 된 지금 아이들의 눈을 통해 보고 들은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러한 맹점들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사와 학생으로 지식을 나누고 배우기에 앞서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학생들은 학교 밖의 일로 학교에서도 존중받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는 한편 교사들은 30여 명의 각기 다른 작은 우주를 일일이 상대하느라 엄청난 감정 소모가 요구된다. 일방적으로 감정소모 및 육체적 노동 강도로 인하여 담임교사를 기피하는 절대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운 직업이라는 오해 속에 어느덧 철밥통으로 불리며 공공의 적이 되어간다.

 

이 책의 가장 큰 주제는 학교 인권이다. 인권의 본질을 쉽게 말하자면 교사와 학생 모두 사람이고 그냥 사람으로 봐주는 것, 교사와 학생이 서로 만남의 시간을 갖도록 보장해 주는 것 아닐까. 건강한 생계형 교사였음을 표방(?)하는 저자는 그러나 학생들이 마땅히 국가로부터 존중받아야 하는 인권의 올바른 개념과 제대로 된 수업을 보장받을 교권의 차이를 잘 설명하면서, 힘들고 상처받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비슷한 입장에 처한 선생님들을 위한 장학사가 되고 싶었음을 토로하고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저자를 내 곁에도 있어 주었으면 좋았을 선배교사의 전형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나도 어느 날 그러한 모습의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구에 왠지 뭉클한 여운이 남는다. ‘선생님, 당신은 참 멋진 교사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 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
니시나리 카츠히로 지음, 이진경 옮김 / 일센치페이퍼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학? 대학 4학년 때 옆집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한 친구 동생의 수학 공부를 도와주러 갔다가 속절없이 도망 나왔던 아픈 기억부터 떠오른다. 나 자신이 중학생 되던 시절부터 수학 포기자였음을 잊고 살았다. 아마 집합 부분이었던 것 같다. 교집합, 부분집합까지는 생각나는데 그 이후로 수학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수학 그까짓 걸 배워서 어디에 쓰느냐며 몇십 년을 살았고 내 집 마련하느라 은행 대출이자 계산하던 게 산수의 전부였다. 이만하면 수학은 버렸어도 영어는 건졌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문과생으로 손색이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나 같은 장기 수포자를 위한 수학 안내서가 나왔다. 누워서도 읽는 수학책이고 이 책을 읽은 문과생이 자기 딸에게 중학 수학을 가르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수학에서 말하는 논리적 사고를 저자는 아래와 같이 여섯 가지로 구별해 놓았다. 첫 번째 설명을 읽는 순간 머릿속이 환해지면서 아~! 그래 내가 수학을 포기한 이유는 바로 저거였구나 싶었다.

 

자기 구동력=사고의 엔진.

단계적 사고력=끈질기게 생각을 이어가는 힘.

의심력=자신의 판단과 답을 의심하는 힘.

전체 판단력=하늘을 나는 새의 시선처럼 사물의 전체를 파악하는 힘.

상황 판별력=복잡한 과제에서 선택지가 너무 많을 때 정확하게 판단하는 힘.

점프력=번뜩임 또는 엉뚱한 발상.

 

자기 구동력은 수학을 배우는 목적을 이해시켜 학습자가 자발적으로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라 했는데, 수포자가 된 원인이 바로 이 지점이었음을 40년이 지난 지금에야 깨달았다. 집합을 처음 배우던 날 저런 건 대체 왜 배우는지, 배워서 무슨 소용이 있다는 건지 스스로 의문이 들었다. 불행히도 나는 이 의문에 대한 마땅한 해답을 얻지 못하였고, 어린 학습자일수록 꼭 필요한 동기부여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수학에 대한 흥미 상실이 반드시 수학적 능력 상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약 이 책의 저자처럼 단 6일 만에 중학교 3년 과정을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문과 외길 인생을 걷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진로의 폭이 훨씬 더 넓어져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으리라는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어딘가에 써먹을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써먹으려 들지 않았을 뿐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 세월 애써 수학을 외면하고 살아왔지만, 수학이란 과목의 위력은 논리적인 사고방식, 즉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데 있었다. 인생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차분히 풀어나가는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마치 방정식 연산과 닮아있으니 말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수학 문제에는 반드시 해답이 있지만 인생은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일 뿐. 차분히 끈덕지게 정확한 답을 추구하는 생각의 힘이 나에게는 아직도 모자람을 일깨워준 책, 감사하다.

수학을 사용하면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 P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