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차영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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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학부 시절 미국문학사를 배우면서 처음 접했던 피츠제럴드를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니 반가움과 동시에 묘한 신선함을 느낀다. 그간 그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를 종종 영화로 보기도 했지만 특히 이번에 만난 글쓰기에 대한 내용은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 같았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마치 피츠제럴드가 직접 작가나 작가 지망생을 위해 쓴 안내서 같았는데 실제로는 그의 작품과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발췌한 글을 엮은 것이었다. 기대와 달리 안내서가 아니어서 처음엔 조금 아쉬웠지만, 생각해 보면 그는 평소에도 다른 작가들에게 많은 조언을 해왔고, 자기의 이야기를 아주 뻔뻔하고도 유쾌하게 작품 속에 녹여냈기 때문에 편집자가 모아놓은 글 속에서 충분히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매력적인 무대, 역동적인 전개, 활기찬 인물, 적절한 속도감과 활기까지 소설의 구상에 모두 담겨 있어야 해. 이중 두 가지가 빠지면 소설은 힘을 잃을 것이고, 세 개나 네 개가 빠지면 매장이 반쯤 문 닫는 백화점을 운영하는 꼴이 되어 버릴 거야. (51)

 

피츠제럴드가 이 책에서 말하는 두 가지 분투는 근본적으로 글쓰기의 내적 갈등과 작가로서 살아가는 현실적 갈등이다. 첫 번째 분투는 바로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가져오는 고통인데, 사실 글쓰기란 자기 내면의 혼란과 마주하며 언어로써 이를 조각내고 다듬어 가는 까다로운 과정이다. 피츠제럴드의 표현대로라면 작가는 항상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이며,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라는 아주 고약한 질문과 끊임없이 씨름하는 존재이다. 두 번째 분투는 작가로서의 삶이 전혀 녹록지 않다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피츠제럴드가 누구보다 잘 알았던 경제적 압박, 사회적 인정에 대한 갈증, 복잡한 인간관계 등 현실의 문제들은 항상 작가를 괴롭힌다. 글쓰기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 가다 보면 현실과의 타협도 불가피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작가는 "대체 내가 이 일을 왜 하는 거지?"라며 존재의 목적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결국 피츠제럴드가 이야기하는 이 두 가지 싸움은 서로 맞물려 있다. 작가로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려는 내적 투쟁과 현실의 냉혹한 벽을 뛰어넘기 위한 외적 투쟁은 모두 작가가 자신을 계속해서 탐구하며 나아가는 과정이다. 작가는 늘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며, 피츠제럴드 역시 그 질문을 작품과 삶 속에서 온전히 살아낸 인물이었다.

 

삶에 대한 날카롭고 명확한 태도 없이, 어찌 소설가로서의 책임을 떠맡을 수 있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69)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은 헤밍웨이에 대해 언급한 편지와 그의 딸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그중에서도 딸에게 추천한 애정 가득한 책 목록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피츠제럴드가 헤밍웨이보다 작품성이 뛰어난 작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는 훨씬 더 나았다고 본다.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는 1920~30년대 파리의 잃어버린 세대를 대표하는 두 작가로, 서로의 삶과 작품에 깊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도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맺었다. 피츠제럴드는 헤밍웨이의 문학적 재능을 인정하고 그의 성공을 진심으로 응원했지만 동시에 자신의 쇠퇴와 비교하며 자존감을 상실해 갔고, 헤밍웨이는 피츠제럴드의 재능을 존중하면서도 그의 방탕한 삶과 자존감 부족에 대해 실망을 드러냈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은 마치 서로의 궤도를 돌며 간헐적으로 충돌하는 위성처럼 경쟁과 우정, 존경과 실망 사이를 오가는 공전하는 관계를 이어갔다고 알려졌다.

 

내가 <위대한 개츠비>에서 실제로 덜어낸 부분과 감정적으로 걷어낸 것만으로도, 또 한 권의 소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85)

 

피츠제럴드의 자전적 소설인 <낙원의 이편><위대한 개츠비>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는 이 작품들을 통해 1920년대 미국의 번영기, 즉 재즈 시대(Jazz Age)의 화려한 면모와 함께 그 뒤편에 숨겨진 공허함, 환멸, 도덕적 타락을 날카롭게 묘사한다. 가장 밝은 동시에 가장 어둡기도 한 달의 양면처럼 특히 <위대한 개츠비>에서 이는 명확히 드러난다. 재물과 쾌락의 풍요로운 겉모습 뒤에 숨겨진 부패와 상실감을 심층적으로 드러낸다. 이를 통해 그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이상이 어떻게 왜곡되고 파괴되는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한다. 개츠비의 삶을 통해 성공과 부를 얻고자 하는 개인의 열망이 이루어졌을 때 나타나는 영혼의 황폐함과 환멸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과 주변 인물들은 대체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도덕적으로 부패하거나 정신적으로 피폐하다. 상류층 인물들의 겉모습과 내적 진실 사이의 괴리를 묘사하여 당시 미국 상류층의 위선을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문학이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는, 네 갈망이 보편적이었다는 것을 때닫게 된다는 거야. 그 순간 너는 사람들로부터 고립된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 그들 중 하나가 되거든. (101)

 

<낙원의 이쪽(This Side of Paradise)>이나 <밤은 부드러워(Tender is the Night)> 등에서도 피츠제럴드는 청춘의 방황, 낭만적 꿈, 이상주의가 결국 환멸과 무기력, 허무로 빠져드는 과정을 잘 묘사하면서 젊음의 화려한 순간 뒤에 찾아오는 인생의 실망과 상실을 강조한다. 인물들이 지닌 이상주의적 열망과 냉혹한 현실 간의 괴리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개인의 꿈이 현실의 벽 앞에 무너지는 비극적 순간을 포착한다. 개츠비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은 대개 이상을 좇다가 현실과 충돌하여 파멸하는 과정을 거친다. 낭만적 이상주의(로맨티시즘)와 세련된 스타일의 문학적 모더니즘을 결합해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했으며,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체와 정교한 서술 구조를 통해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섬세히 묘사했다는 평을 듣는다.

 

작가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볼 수 있는 게 아니야. 그저 자신이 본 것을 더 많이 기록할 수 있을 뿐이지. (115)

 

피츠제럴드는 흔히 타고난 작가로 묘사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피츠제럴드의 재능을 "나비 날개 위에 쌓인 먼지가 자연스레 그리는 무늬처럼 타고난 것"이라 표현했다. 그러나 피츠제럴드는 자신을 다르게 보았으며 "내가 성취한 작은 것들은 모두 가장 고된 노력과 힘든 싸움을 통해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 인용구에 밑줄을 긋게 되는데, 아마 시간이 좀 더 흘러 다시 읽는다면 더 많은 부분에 표시를 남길 것 같다. 그는 실제로 글쓰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으며 자신이 그런 재능을 지녔다는 점 또한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길지 않은 인용구마다 정말 많은 흥미로운 통찰이 담겨 있다.

 

내 인생은 글쓰기를 향한 열망과 이를 방해하는 온갖 상황이 만들어낸 투쟁의 역사다. (143)

 

피츠제럴드의 작품이 미국 교과서에 실릴 만큼 널리 읽히고 평가받는다는 사실은, 그의 문학이 단순한 시대 묘사에 그치지 않고 미국 사회의 본질과 인간 욕망의 보편성을 꿰뚫고 있다는 뜻이다.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를 비롯한 그의 소설들은 아메리칸 드림의 환상과 그 이면의 공허함, 계급 상승에 대한 갈망과 좌절, 사랑과 자아의 분열 같은 주제를 통해 시대를 넘어서는 공감과 반성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지녔다. 이는 문학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한 사회의 정신적 거울이자 교육의 기초가 될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예술이 공적 가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지인과 자녀에게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세상에 대해서도 매우 선견지명이 있는 말을 많이 남겼다. 다만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다 간 작가로서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요절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쓰기는 스스로를 깎는 과정이라고 종종 생각한다. 깍고 나면, 더 앙상하게 벌거벗겨진 아주 작은 무언가만 남게 되는 거지.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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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차영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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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작품은 작가가 진실한 삶을 살아야 세상에 빛을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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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우리를 현혹하는 것들에 논리와 근거로 맞서는 힘
리처드 도킨스 외 30인 지음, 존 브록만 외 엮음, 김동광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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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묻는 가장 단순한 질문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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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우리를 현혹하는 것들에 논리와 근거로 맞서는 힘
리처드 도킨스 외 30인 지음, 존 브록만 외 엮음, 김동광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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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람이라는 바다에서 헤엄치며 살아가는 것이다. 물고기가 물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가미를 필요로 하듯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뇌를 필요로 한다. 바다가 소금물로 가득 차 있듯이, 사람의 바다는 언어처럼 배워야 할 무수히 많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 - 리처드 도킨스, 30

 

이 책을 저술한 학자들은 주로 영국 아니면 미국 출신이다. “사물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비과학적 설명으로는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웅장함과 영광이 있다는 마리안 스탬프 도킨스의 표현처럼 일부 저자는 마치 과학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과학계의 대중 친화적 면모를 보이기도 하나 그럼에도 대부분 저자들은 지나친 단순화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어떤 글은 표현의 명료함에 주목할 만하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진화론에 대한 겸손한 설명은 우리가 무성한 수목이 우거진 생명 나무에서 작고 늦게 피는, 궁극적으로는 일시적인 나뭇가지라는 결론을 내린다. 마이클 S. 가자니가는 잡음이 많은 데이터 집합에서 관계를 찾으려는 노력에서 평균과 통계 정보에 대한 잘못된 의존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편 앤 파우스토-스털링은 동물의 동성 결합에 대해 놀랍도록 독창적인 생각을 펼치기도 한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 시대의 가장 빛나는 사상가와 과학자들이 모여 각자의 분야와 관련된 글을 통해 우리의 지성에 도전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며, 동시에 과학의 세계를 지배하는 '핵심' 이슈에 대한 독자의 생각을 일깨워준다. 또한 자연 세계와 그 모순에 대한 생생한 담론을 제공하며, 학술적이면서도 일반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수준의 접근성을 유지한다. 다양하고 활기찬 이 에세이집은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읽을거리이다.


 

만약 내가 세상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설명하려는 이 에세이집을 좀 더 어렸을 때 읽었더라면, 시큰둥함을 넘어 약간의 거부감마저 유발하던 과학 수업, 특히 물리와 화학 과목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과학 교과서는 실용적인 응용이나 그 배경이 되는 역사가 별로 없어 흥미를 끌어내기보다는 과학사적 사실 위주로 나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철학, 논리, 윤리와 함께 융합되어 제시되는 추세로 보아 과학을 과목별로 분리하여 학습한 것이 꼭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닌 듯하다. 르네상스가 과학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더 깊은 이해를 위해 과학을 분야별로 나눈 것이기는 했지만, 과학은 항상 다른 학문과 함께 어우러져 작동하게 되어 있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각 에세이의 마지막에 과학자 또는 저자에 대한 짧은 약력이 소개되는 점은 마음에 든다. 이 약력에는 해당 저자가 쓴 다른 책의 제목이 포함되어 있으며 일반인을 위해 저술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서문에서 밝혔듯 이 에세이를 읽는 것은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과학자들 사이의 대화를 엿듣는 상황과 비슷하다. 짧으면서도 주제 집중적인 에세이에는 각 과학자의 생애를 알 수 있는 세부 정보가 제공되며, 과학을 잘 알지 못하는 독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서술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다뤄지는 주요 주제는 과학, 기원, 진화, 마음, 우주, 미래에 대한 생각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과학적 개념을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과학적 방법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가설이 어떻게 설정되고 검증되는지, 그리고 새로운 발견이 기존 지식과 어떻게 통합되는지를 설명한다. 관찰과 실험, 논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과학적 사고방식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우리에게는 주관적인 편견이나 감정보다는 객관적 증거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복잡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현대 사회에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또한 물리학, 생물학, 화학, 인류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를 아우르며 각 분야의 최신 연구와 이론을 소개한다. 과학의 다양한 측면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으며 각 분야 간의 연관성과 통합적인 관점을 배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주의 기원에 대한 물리학적 논의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생물학적 논의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지식이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는 식이다.

 

이 책은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과학 내에서의 다양한 견해와 논쟁을 소개하며, 과학이 단일한 진리가 아니라 끊임없는 탐구와 논의를 통해 발전하는 동적인 과정임을 보여준다. 독자들은 서로 다른 관점을 비교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함으로써 자신의 견해를 형성하고 심화시킬 수 있다. 과학적 배경이 없는 일반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평이한 언어로 쓰였으며, 전문 용어를 최소화하고 일상적인 예시와 비유를 통해 복잡한 개념을 설명하고 과학에 대한 흥미를 높임으로써 독자들은 힘들이지 않고 과학적 사고방식을 자기 삶에 적용할 수 있다.

 

혹시라도 일부 독자들은 책의 구성이 다소 산만하다고 느낄지 모른다. 각 에세이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전체적인 흐름이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무려 30년 전인 1995년에 출간된 책이므로 일부 내용은 현재의 과학적 발견이나 이론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최신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은 이를 감안하여 읽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는 데 탁월한 자원을 제공하는 원천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필한 에세이를 통해 현대 과학의 핵심 개념과 논쟁을 접할 수 있으며 과학적 사고방식을 습득할 좋은 기회이다. 과학은 잘 모르지만, 호기심이 있다는 점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과학적으로 훌륭한 독자다.

 

#포레스트북스 #세상은어떻게작동하는가 #과학에세이 #과학적사고방식 #과학사 #리처드도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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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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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야드 악타르(Ayad Akhtar)Homeland Elegies는 허구와 자전적 요소가 정교하게 결합된 작품으로, 미국 사회에서의 이민자 경험과 정체성의 혼란을 탐구하는 강렬한 서사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아야드는 파키스탄계 미국인 작가로서 그의 가족사와 개인적 경험을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의 본질을 해부한다.

 

아야드의 아버지는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전형적인 이민자다. 그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파키스탄 출신의 심장병 전문의로, 1980년대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며 자본주의적 가치관에 깊이 동화된 인물이다. 교육과 노력으로 경제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의 성공은 필연적으로 미국의 자본주의적 가치와 깊이 얽혀 있다.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겼으나 9/11 이후 미국 사회 곳곳에서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노골적으로 깊어지면서 그는 자신이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는 현실을 깨닫는다. 아야드는 이러한 아버지의 세계관에 반발하며 문학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모색한다. 하지만 그 역시 미국에서 완전한 소속감을 얻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민자라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줄 알았던 아메리칸 드림이 궁극적으로 특정 계층에게만 허용되는 특권임을 알게 된다.

 

아야드 역시 문학을 통해 작가로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의 정체성은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 주류에 속하지 못한다. 그는 엘리트 계층과 교류하며 미국 사회의 중심부에 진입했음에도 인종적 배경으로 인해 완전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 경제적 성공이 반드시 사회적 통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이민자의 현실을 보여준다.

 

소설은 아야드의 문학적 성장 과정뿐만 아니라, 인종차별, 경제적 불평등, 월스트리트의 부패, 그리고 미국 사회의 제도적 모순을 날카롭게 조명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연애와 우정조차도 인종과 종교, 문화적 배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경험하며, 그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떠한 이중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깨닫는다.

 

결국, 이 소설은 아야드가 미국을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이 나라가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과정으로 마무리된다. 그는 아버지와의 갈등 속에서 미국이 제공하는 기회와 배제의 역설을 체험하며,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품게 된다.

 

소설은 이처럼 미국 사회에 내재한 인종적, 종교적 편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아야드는 독실한 무슬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회에서는 단지 외견상 무슬림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한 정체성으로 규정된다. 개인의 자기인식과 사회적 규정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9/11 이후 미국에서 무슬림은 집단적으로 의심받고 배제당하는 경험을 했다. 아야드의 아버지는 의사로서 미국 사회에 기여한 바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파키스탄으로 돌아갈 것을 고려할 정도로 사회적 배척을 경험한다. 이로써 미국 사회가 내세우는 다문화주의와 포용성이 실질적으로 한계를 지닌다는 점을 폭로한다.

 

소설은 또한 미국식 자본주의의 모순을 깊이 탐색한다. 아야드는 월스트리트에서 금융 부정을 목격하며, 부의 축적이 도덕적 기준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의 아버지 또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성공을 이루었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적 가치는 물질적 이익보다 뒷순위로 밀려난다. 이러한 현실은 미국 사회가 표방하는 가치(자유, 평등, 기회)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방식 사이의 괴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국 경제 시스템이 이상적으로 포장된 기회의 땅이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과 부패가 만연한 현실임을 강하게 비판한다.

 

소설의 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개인과 국가의 관계다. 아야드는 미국을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이 나라가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느낀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지만 그는 여전히 외부인으로 간주됨으로써 미국이 이민자들에게 제공하는 기회와 이들이 경험하는 배제 사이의 모순을 상징한다.

 

소설은 미국의 역사적 정체성이 자유와 포용을 기반으로 하지만, 동시에 특정 집단(백인 주류 계층)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왔음을 강조한다. 이민자들은 미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혼란스러운 정체성과 협상하면서도 소속감의 위기를 겪는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이유는 미국 사회의 정체성과 모순을 이민자의 시선에서 예리하게 탐구하기 때문이다. 개인적 서사를 통해 미국 자본주의, 인종적 편견, 아메리칸 드림의 허구성을 철저히 해부하며, 이민자로서 경험하는 정체성의 복잡성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관찰자적 시점에서 미국을 이상화하지도, 완전히 부정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사랑과 배제, 기회와 불평등, 성공과 소외라는 상반된 요소들이 공존하는 나라로서의 미국을 조명한다. 이러한 접근은 미국 사회가 지닌 본질적인 모순을 드러내면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궁극적으로 이 소설은 단순한 이민자 서사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우리는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독자는 저자와 함께 이러한 고민을 예리하고 진솔하게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장편소설 #트럼프 #팍스아메리카나 #홈랜드엘레지 #미국사회 #아메리칸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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