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중의 탄생 - 흩어진 개인은 어떻게 대중이라는 권력이 되었는가
군터 게바우어.스벤 뤼커 지음, 염정용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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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독일어로 쓰인 이 책의 부제 (Vom Sog der Massen und der neuen Macht det Einzelnen)를 영어로 자동 번역해보니 ‘집단과 개인의 새로운 권력에 관하여’ (About the new power of groups and individuals) 로 읽힌다. 표현만 놓고 보자면 ‘흩어진 개인은 어떻게 대중이라는 권력이 되었는가’라는 한국어 부제가 좀 더 결과 예시적이고 선명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대중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대량 생산ㆍ대량 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 사람으로 엘리트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다분히 경제적 시각이 우선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대중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두 저자가 같이 책을 썼다. 베를린 자유대학의 군터 게바우어 교수가 1장에서 4장까지 대중의 정의와 대중에 속한 개인의 의미를 찾아보고, 역시 같은 대학의 1975년생 젊은 교수 스벤 뤼커는 5장부터 9장까지 대중과 연결되는 매개체, 이를테면 공간, 대도시 대중, 가상세계, 문학 작품 속의 비평 마지막으로 대중의 구조에 관하여 고찰하고 있다.



저자가 종종 비견되는 예시를 들고 있는 인물 엘리아스 카네티(Elias Canetti)는 1981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작가이자 불가리아 태생의 유대인으로서 빈과 런던, 취리히에서 독일어로 작품 활동을 하였으며 현대 사회에서의 '군중의 광기'라는 주제에 대하여 깊고 넓게 사색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저서를 접해본 적은 없으나 군터 교수가 마치 의식적으로 반론을 제기하는 듯한 강한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말하는 대중은 과연 무엇인가? 대중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순전히 수량으로 규정해서 대중의 특수성을 제시하기란 불가능하다. 대중을 형성하기 위해 특별히 많은 사람이 모일 필요조차 없다. 대중은 실제의 사안, 의도, 정서, 평가를 결합시키는 데서 생겨난다. (p.45)

과거 중세시대에는 대개 성문 아래에 넓은 공간이 있었고 모이기 수월한 장소였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요즘은 각종 포털이나 게시판이 광장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사람이 직접 말을 타고 가서 전달해야 했던 메신저의 역할도 수행한다. 지금은 인터넷 덕분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고 각종 동영상과 매체 덕분에 현장감도 얻을 수 있다. 오히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로 진위를 가릴 수 없을 지경이다.


저자는 대중의 형성을 단계별로 보면 첫째,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 장소에 모이고 둘째, 이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셋째, 몸을 움직이고 구호를 외칠 뿐만 아니라 상상력을 공유하며 넷째, 행동이 생각과 결합되는 순간에 대중은 잠재력을 얻어 자신이 지금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대중의 일원이라는 의식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애초 대중이라는 명칭이 사회적으로 보편화 되기 시작한 일례로 프랑스의 1968년 5월 항쟁과 1989년 독일의 통일을 예로 들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중이 학사문제와 통일 요구라는 의견의 공통분모를 지녔으며 정부가 손을 쓸 수 없을 지경까지 집단행동으로 요구사항을 관철시켜 처음으로 집단의 위력과 성취감을 맛보았다는 것이다.


비교적 최신판 한국의 대중에 관한 언급을 발견하여 반갑기도 하였다. 대중운동을 통해 정권을 무혈로 전복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보인다. 2016년 시작되어 결국 국민의 손으로 정부를 교체시킨 촛불시위를 지켜보며 ‘여기서는 시위를 벌여도 되는 자유가 스스로 자축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으며 ‘새로 성취한 민주적인 한국 시위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배어 있었다’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사실과 대중의 뜻을 관철할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한 것으로, 민주주의 체제에서 이보다 값진 대중적 경험은 매우 드문 일일 것이다.


두 저자는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바뀌었지만, 현대에 와서도 실체가 없어 보일 뿐 대중의 지위는 여전히 공고해졌으며 그 개념이 사라진 것도 아니라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던 인터넷 덕분에 유례없이 개인화 파편화된 환경에 놓여있지만 오히려 개인의 사회적 정치적 의사의 쏠림 현상으로 더없이 강력한 권력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사회학 분야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자처해왔으나 워낙 배경 지식이 빈곤한 데다 피에르 부르디외 같은 학자의 이름이 눈에 띌 때를 제외하고는 수없이 등장하는 사회이론가들과 그들의 학문적 이해가 거의 없어 쉽게 읽히지 않았다. 아마도 대중이라는 주제를 따로 놓고 생각해 볼 기회가 아직 없었다는 점, 그리고 저서의 공간적 배경인 독일을 비롯한 동유럽 지역의 사회상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점 등에 원인이 있으리라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사회학 #새로운대중의탄생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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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브즈 Tribes - 새로운 부족의 탄생이 당신에게 성공의 기회가 되는 이유
세스 고딘 지음, 유하늘 옮김 / 시목(始木)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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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어 원서를 번역할 때의 문제점은 아마도 책 제목의 결정에서부터 시작되는 듯하다. 초성, 중성, 종성을 모두 표기해야만 제대로 발음이 나는 한글 구조상 부족을 의미하는 원제 tribes의 음가를 트라이브즈라고 밖에는 표기하지 못하는 점이 그렇다. 실제로는 try, truck, train, tree, control의 용례처럼 특히 미국 영어에서 철자 tr이 겹치면 발음으로 변한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자면 츠롸입스라고 발음해야 맞다. 모르기는 해도 제목을 설정할 때 고민 좀 하셨겠다. 서평 서두부터 웬 발음표기로 딴지를 거는가 싶겠지만 오지랖 넓은 점은 그러려니 하고 널리 이해해 주시길.

 

각설하고, 이 책은 이미 2008년에 출간되어 TED에서 저자 강연 동영상도 돌아다니고 있으며 최근에야 한국어판으로 소개되었기 때문에 최신작도 아닌 데다 내용도 그리 충격적으로 새로울 것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작동하는 세상을 바라보며 부족의 개념을 도입하고 이에 맞는 변화를 말하는 등 참신한 생각으로 저자 세스 고딘 스스로 자신의 저술 방향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를 일으킨 책이라고 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영항력 있는 마케팅의 영적 스승으로 인정받는 저자가 제시하는 통찰은 바로 부족을 이끄는 힘, 지도력에 있다.

 

저자가 말하는 현대적 의미에서의 부족이란 인구수 및 물리적 규모와 관계없이 구성원, 지도자, 아이디어로 서로 연결된 사람들의 집단을 일컫는다. 우리 인류는 종교, 윤리, 경제, 정치 심지어는 음악 분야에서조차 (Grateful Dead의 경우처럼) 수백만 년 동안 열심히 자신의 부족을 찾고 있었다. 이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안정감을 추구하고 집단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으며 살도록 진화된 인간의 사회적 본성이기도 하다.

 

지금은 인터넷 덕분에 부족을 구성하는 지리학, 비용 및 시간의 제약이 없어졌다. 인터넷상의 모든 블로그와 사회 연결망들이 기존의 부족을 더욱 확장해준 셈이다. 그러나 사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도 셀 수없이 많은 새로운 부족들이 탄생하고 있는 가운데 10명이든 10만 명이든 인구수 제한이 없으며, 아이폰 사용자든 정치공약이든 지구 온난화에 대항하는 새로운 방법이든 그 관심사에도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중요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부족이 있다면 부족장도 있어야 하는 법, 도대체 누가 우리를 이끌어 줄 것인가?

 

사회 연결망 덕택에 부족이 생겨날 수는 있지만, 구성원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지도력까지 자동 생성되지는 않는다. 이 지도력은 필자나 독자와 같이 뭔가에 열정을 지닌 사람들 개개인에게서 나와야 한다. 부족의 폭발적 확장은 곧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손가락 끝으로 실행 가능한 디지털 도구를 지녔음을 뜻한다.


 

지도력이란 오로지 타인을 위한 무엇이라 생각한다면 이제는 생각을 고쳐야 할 때다. 이 책에 거론되는 수많은 경영인, 엔지니어, 와인 전문가, 암벽등반가, 소프트웨어 공학자, 신발수집광 등 이제 지도력은 극소수의 특정 정치인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이들 지도자가 지닌 공통점은 변화를 갈망하는 욕구와 부족 원들을 연결하는 능력 그리고 이끌어 갈 의지이다. 이런 지도자가 될 좋은 기회를 애써 무시한다면 눈먼 양처럼 다른 사람을 수동적으로 따르면서 현 상황의 유지에만 골몰하고 조직에 복종하면 좋아지는 게 대체 뭐가 있느냐고 절대 묻지 않는 사람이 될 뿐이다.

 

부족 구성원의 존재는 곧 동료 직원, 고객, 투자자, 신도, 동호인, 북클럽 회원 등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이끌어 볼 기회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한편 우리는 필요한 그 무언가를 꼭 갖추어야만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지레짐작하며 자신에게는 그런 자질이 없음을 한탄한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고 저자는 발상의 전환을 힘주어 말한다. 그러니 지금 당장 주저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나서 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리스마가 있으면 리더가 된다고 착각한다. 사실은 그 반대다. 리더가 되면 카리스마가 생긴다. (중략) 다른 사람들도 카리스마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다. 카리스마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p.203)

 


이 책은 분량이 많지 않으며 문체가 간결하고 짧아 단시간 내에 읽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챕터 구별 없이 구성이 단순하고 칼럼 식으로 구성되어 아무 페이지나 열어보아도 내용의 흐름이 끊어질 일도 없다. 전반적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본다.

 

첫째, 비즈니스 세계에서 특히 마케팅 분야의 여건은 급변하고 있으며 리더는 여전히 필요한 존재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공장 제조보다는 관리가 더욱 중요한 시기이다. 인터넷 환경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변화할 동기를 부여하고 이끌 존재가 되어라.

 

둘째, 리더의 자질과 역할이 새로이 분석되는 시대이다. 공통의 관심사를 지는 부족 구성원을 모으고 이끌 기회를 잡아라. 아이디어로 연결된 부족 구성원들의 힘을 이용하라.

 

셋째, 리더의 길은 일률적으로 정해진 바 없고 형태도 일정하지 않다. 이 책은 리더를 위한 지침서가 아니다. 다만 어두운 바다의 등대처럼 차세대 리더의 갈 길을 밝혀줄 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앞에 가로 놓여 넘어야 할 현실의 벽 앞에서 세 가지 질문에 답을 구함으로써 리더십 결심의 물꼬를 터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은 정확히 누구인가, 우리와 연결된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우리가 이끄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아울러 저자는 이 책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읽기를 권유하며 리더십을 갖추기 위한 결정을 내리도록 요청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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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러닝, 세계 0.1%가 지식을 얻는 비밀 - 짧은 시간에 가장 완벽한 지식을 얻는 9단계 초학습법
스콧 영 지음, 이한이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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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경제와 기술의 변화가 요동치는 시대를 앞서나갈 힘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학과목 그리고 기술의 평생습득과 같은 지속적인 자기학습으로부터 나온다. 정보가 흘러넘치고 갈수록 학습량이 늘어나는 4차 혁명 시대에 더 많은 것들을 성취하고 타인들과 견주어 우뚝 서려면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학습량을 소화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예전보다 살기 좋아진 정보화 시대의 대가라고나 할까, 그래서 요즘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와 비교하면 일찌감치 엄청난 양의 학습 노동에 시달리는지도 모르겠다.

 

캐나다 밴쿠버 지역의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저자는 졸업 직후 실제 취업에는 별 소용없는 공부였음을 알게 되고 현장에 필요한 지식 습득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이미 자신과 같은 경로를 밟아 단기간에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사람들을 만난 그는 초단기간의 압축적 학습법을 실천에 옮겨 큰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일례로 아래 사진과 같이 한 달간 초상화 그리기 프로젝트를 실행하여 이를 입증하기도 하였다.



 

저자가 직접 명명하지는 않았지만, 이 울트라러닝은 학습자가 직접 설계한 학습법으로 기술과 지식을 집중 습득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세부적인 학습전략은 학습자에 따라 다양할 수 있으며 학습자의 자기 주도적 학습전략에 기초한다. 물론 실행이 쉽지 않은 만큼 상대적인 이점 역시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직업을 병행하며 장기간 어려운 기술을 배우기보다 이를 단기간에 해치우면 더욱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깊은 만족감과 자기 확신을 안겨 줄 새로운 활동 또는 취미에 숙달되는 등 좋은 예도 많다. 이론적으로야 훌륭하지만 사실 우리는 주머니 사정상 매일같이 일에 시달리며 양질의 교육을 받기란 쉽지 않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이에 굴복하여 저급한 수준의 기술에 반복적으로 내몰리지 말고 지속적인 배움이 일어나는 고급 수준으로 자신을 적극적으로 몰아붙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겠지만 특히 미국과 같이 형식적인 고등교육 비용이 많이 드는 나라에서 가족을 거느린 직장인이 학교로 돌아가기란 여간 쉽지 않다. 그러나 다행히도 인터넷 강의와 공개수업처럼 학습을 도와주는 기술력 덕택에 울트라러닝은 어느 때 보다 좋은 여건을 지니게 되었다.

 

우리는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의 도전을 학생 시절에 수없이 반복해 보았기 때문에, 최상의 방법을 이미 터득하였다는 생각에서 예전의 문제 해결방식을 재작동시키기 마련이다. 이에 대응하여 울트라러닝은 기존의 정신적 관례를 타파할 강력한 전략을 제공하며 고차원적 기억력으로 우리를 끝까지 밀어줄 새로운 훈련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전체 14개 챕터로 구성되었으며 크게 세 부분으로 구별할 수 있다. 1~3장은 저자의 울트라러닝 경험담과 시대적 배경 및 필요성을, 4~12장은 울트라러닝의 9가지 규칙 (메타학습-집중하기-직접하기-특화학습-인출-피드백-유지-직관-실험)을 소개하며 13~14장은 실제 울트라러닝의 실천방법과 의도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9개 규칙을 소개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학습법에 관한 최신 연구자료와 더불어 자신과 같은 울트라러너들의 경험담도 제공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자수성가의 대명사이자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 만들어진 천재 체스 그랜드 마스터 유디트 폴가르, 마법사 같은 학자이자 노벨 물리학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면서도 프랑스 세계 스크래블 대회에서 우승한 나이절 리처즈도 있다.

 

이 책은 단지 공격적인 독학자의 경험담으로 끝날 수 있는 모호한 학습방법이 아니라, 저자를 비롯한 울트라러너들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때 실제로 사용했던 방법을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울트라러닝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경력과 공부, 삶을 향상해줄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울트라러닝은 충분히 매력적인 실천방법을 연구하여 성공적으로 입증된 근거를 제시하며, 교사나 큰 교육비용 없이도 깊이 빨리 배우는 학습법을 조직하고 실행하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예컨대 다수의 언어에 능통하고, 순식간에 대학 졸업자에 맞먹는 수입을 올리고, 가장 기초부터 제품 제조법이나 사업체 운영 요령을 익히는 등 해당 분야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굳이 격투기에 비유하자면 화려한 동작이나 보여주기식 품새는 없어도 한 방에 상대를 제압하는 특공무술이라고나 할까?

 

자신에게 뭔가를 잘할 잠재력이 없다거나 얼마나 열심히 하든 늘 뒤처져 있을 걸로 믿는다면, 그런 생각들은 그 일을 열심히 할 동기를 빼앗아간다. 사람들의 능력에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학습에 대해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그 차이가 더 심화될 수 있다. 자신이 뭔가를 하는데 엉망진창이라고 느끼면 그것을 변화시킬 동기마저 빼앗긴다. (p.338)

 

일독 후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울트라러닝에 절대 필요한 조건은 학습자의 자발성에 있으며 이는 고약하게도 외부의 요인으로 강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작 열심히 배워야 할 시기의 학생들이 만성 동기 결핍증으로 책상 위에 엎어져 온종일 엑스선을 찍고 있는 참담한 학교 현장에서처럼, 무엇을 배우든 배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열정마저 지니지 못한다면 이 책의 효용 가치는 이쁜 파란색 찌개 받침에 불과하다


아무리 효과만점의 초학습법비밀이라도 결국은 학습자가 스스로 가슴속에 배움의 불꽃을 피워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 불꽃을 큰 화염으로 키워보고픈 열망을 지닌 독자가 짧은 시간에 꼭 필요한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반드시 읽어보고 울트라러너가 되어 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해 드린다.

 

#자기계발 #울트라러닝세계0.1%가지식을얻는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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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쯤에서 나를 만난다 -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당신을 위한 16가지 인생철학
박돈규 지음 / 더좋은책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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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담당 신문기자가 열여섯 명의 인사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름만 들어도 익히 아는 인물도 있고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이름도 있다. 단 한 명도 독특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겹치는 줄거리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한다.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사람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식은 서로 닮았다는 점이다.

 

바둑 챔피언 조치훈

평생 바둑 하나만 바라보고 사느라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 관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였음을 후회한다. 이제부터라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발레리나 강수진

영광스러운 오늘은 지루한 반복의 또 다른 이름이다. 연약하지만 끝까지 버텨내는 근성으로 강철 나비라는 별명을 얻음. 하루하루가 복권에 당첨된 기분으로 살자.

 

가수 장사익

열다섯 번의 이직 후 얻은 마지막 직업이 가수. 진정한 위로는 같이 울어주는 것. 사소한 일에도 죽을힘을 다하면 길이 트인다. 속 마음을 울부짖는 것 같은 그의 노래 꽃구경을 유투브로 듣다가 작고하신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흐느끼고 말았다. 다행히도 혼자여서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100세의 현직 철학자 김형석 교수

타인을 위해 베푸는 삶을 살면 행복하다. 나를 잊는 순간 나는 타인에게 각인되는 것.

 

야구선수 박찬호

실패도 자산이다. 나를 일으켜 세운 건 승리가 아니라 패배이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봐야 인생을 이해한다. 인생이란 얻어맞으며 얼마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냐는 것으로, 포기만 하지 않으면 이룰 수 있다.

 

안과의사 공병우

까꾸로 살라우. 한국어 음성을 문서로 변환시킨 일대 혁명의 시초인 한글 타자기를 발명하다. 편안한 삶은 제대로 된 삶이 아니다. 안이하게 살지 말라.

 

사회봉사자 가부라키 레이코

WHO 사무총장 이종욱의 처. 사람과 사람이 같은 마음으로 일하고 서로 이해하는 게 행복이다. 인생은 빌린 것.

 

대통령 염장이 유재철

죽음은 축복이다. 어차피 죽는다고 생각하면 크고 작은 근심은 대부분 무의미하다. 죽음 덕분에 감정이나 진짜 바라는 것에 좀 더 용감해질 수 있다.

 

탈북화가 선무

중국 그림 전시회에서 중국 당국으로부터 작품을 압수당한 일을 계기로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를 이해하지 못함. 예술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자기 생각과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어 행복하다.

 

언론인 알파고 시나

자유분방한(?) 이슬람 교인이자 터키 출신 언론인으로 경계를 넘은 사람 특유의 넓은 시야와 여유, 균형감각을 지님. 최근 스탠드업 코미디나 개그콘서트 등에도 진출하여 활약 중. 한국인들은 웬만큼 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시동조차 걸지 않음을 지적하였다. 불안과 위험에 취약한 사회상과 현실성이 떨어지며 지나치게 학문화된 공부의 개념을 되돌아보게 함.


 

캄보디아 댁당구선수 스롱 피아비

가난한 고국에서 볼 때 한국은 기회의 땅인데 왜 노력하지 않고 안 되는 이유부터 찾는지? 불쌍한 고국의 동포들을 도우려면 당구로 성공해야 가능하다는 목표의식을 지님. 이 사회의 최고 약자라 할 수 있는 국제결혼 이민자로 살며 어려운 현실에 부딪혀도 를 잊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보여주었다.

 

시각장애인 최정일 조현영 부부

장애인 수급자로 편하게 사는 요령보다는 힘겹지만 스스로 칭찬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삶. 보이지 않는 마음을 비장애인에게 건넬 줄 아는, 봉사하며 이타적인 삶에 행복해하는 사람들.

 

문장 수리공 김정선

책마다 판권 페이지가 있지만 저자, 역자, 편집자, 디자이너와 달리 교정자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작가의 작품을 온전하게 만들어 주는 교정 교열은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책에 흔적이 드러나면 안 되는, 있지만 없는 존재이다.

 

호통 판사 천종호

비행 청소년을 내버려 두어 성인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범죄 재발 방지에 노력하는 판사님. 떨어지지 않는 재범율을 염려하며 저출산 문제 해법의 하나로 사회 전체가 아버지처럼 나서야 한다. 소년 재판을 떠나더라도 자신은 늘 아이들 편에 서리라고 다짐.

 

작가 무라타 사야카

어렸을 땐 쓸모있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세상에서 버려지는 줄 알았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쓸 만한 도구가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음을 알게 됨. 미혼 독신의 편의점 직원으로 19년째 일하며 쓴 글로 유명 작가상을 받고 거액의 상금도 받았지만, 수상 다음 날도 여전히 편의점에 출근하여 일상과 똑같이 지냄. 세상의 편견에도 자유로이 사는 사람들을 보며 편견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소설을 씀.

 

유니크한 배우 유해진

주연과 조연 사이 애매하게 걸쳐있는 자신을 비관하는 게 아니라 독특한 존재라고 긍정적으로 인식하며 좀 더 독특해지는 자신이 되자고 생각함. 하찮은 인생이란 없다는 말에 끌려 성공이 아닌 가치 있는 사람이 되려 애쓰는 배우.

 

저자는 각기 다른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행복감의 원천을 살펴보는 동시에, 이들을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자신의 경험이나 사실들을 글의 앞뒤에 배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한 사람당 책으로 한 권씩, 열여섯 권의 책으로도 모자랄 내용이지만 간략하나마 이 인터뷰 글을 통해 각 인물이 뿜어내는 사람의 향기를 맡아보시길 권유하는 바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문교양 #여기쯤에서나를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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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심리학 - 교사와 학생의 마음이 함께 성장하는
이해중 지음 / 푸른칠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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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1/3이라는 적잖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학교 그리고 그 안의 더 작은 공간인 교실이 있다. 1학기 초반 한 달 정도는 그나마 새로운 시작이라는 분위기 덕분에 교사나 학생 모두 그럭저럭 지내지만, 중간고사가 끝나면서 상승하는 봄볕 온도와 함께 아이들의 긴장감도 함께 풀어지기 시작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가운데 학생들의 간직해온 본색(?)도 서서히 드러난다.

다행히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성장을 의식한 듯 성숙하고 자제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하지만 사실상 이 녀석들의 본질은 초등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고3 남학생들이라 덩치가 커지고 말솜씨도 늘어 조금 세련된 초등학생이랄까? 점심 급식을 줄 안 서고 조금이라도 빨리 먹겠다고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공부를 저렇게 하면 참 훌륭하겠다는 바람만 반복한다.

예전에는 수업 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학생들의 ‘문제적’ 행동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요즘은 ‘낯선’ 이란 말로 바꿔 쓰는 추세이다. 용어 자체를 새로이 적용한다는 것은 학생들을 통제와 평가의 대상에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려는 반가운 시도로 보인다.

교실에서 30여 명의 학생과 혼자뿐인 교사를 놓고 보면 수적으로 당연히 교사가 약자인 셈이다. 이를 만회하고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려면 학생들을 장악(?)하려는 심리가 발동하기 마련이다. 학기 초라는 시기적인 특성상 교사와 학생 간에 인간적 만남으로서의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전에 위계와 질서유지가 먼저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기 마련이다. 연배가 좀 있는 교사라면 3월 한 달간은 양복 정장에 웃음기 거둔 표정 관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익히 아실 터이다.


조금 거창하게 말은 심리학이지만 교실에서의 일상 대화를 지면에 옮긴 정도이며, 저자는 이 책을 학생들의 학습과 성장을 관찰하는 법(1장), 학생들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관계를 살펴보고(2장) 학생 자신과의 대화를 위해 나를 만나는 법(3장)으로 구성하였다.

이 책은 교실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부대끼며 생길법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편지글을 주고받는 형식을 취했다. 각 사례 말미에는 쉽게 풀어쓴 심리학 용어를 제시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편지를 보내오는 학생이 초등학생이라는 설정을 보니, 곧 입대 신검을 앞둔 형님 같은 고등학생들에게도 내용이 과연 유용할는지 궁금했다. 다행히도 덩치 큰 초딩(?)들이라도 그리 복잡한 존재들은 아니니 그런대로 쓸모를 발견할 수 있겠다.

교사로서의 원초적 본능이랄까, 연수나 공부를 마칠 때마다 항상 궁금한 점은 바로 현장 적용성 여부이다. 그리 어렵달 것도 없는 심리학 입문 개념의 책 내용을 익힌다고 해서 바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낯선 행동을 비롯하여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내공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읽는다면 다가오는 새 학기를 맞아 학생들을 만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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